작년부터 당근마켓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를 사겠다고 노래를 불러 댔지만 결국 사지 못했다.
겨울 초입에 갠춘한 물건이 나와서 연락을 했더니, 판매자는 제주도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고 계셨다. 나중에 다시 연락하다고 하고 까묵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노리고 있던 저렴이 카메라는 다른이에게 팔려 버렸다. 그 후에도 같은 물건들이 종종 출현했지만 내가 원래 사려고 했던 녀석보다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더 비싼 가격이라 다 패스해 버렸다. 이거 왠지 주식하고 비슷한 걸.
책장과 서랍장도 키워드를 걸어 두었는데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장난감계의 샤넬이라는 브루더 스카니아 청소차! 쿠팡가 자그마치 29만원 빵이란다. 이 가격 실화냐? 놀랍쥬.)
그동안은 구매자였는데 지난 명절 기간 동안 나는 판매자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타겟은 꼬맹이가 예전에 사서 잘 가지고 놀다가 아니면 사서 한 번 정도 가지고 놀다가 방치한 장난감들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우선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문제는 이게 다 헬로카봇이라는 변신 로봇들이라 도대체 변신 샷을 찍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꼬맹이에게 도움을 청하니, 당당하게 판매가의 반까이를 요구한다. 뭣이라!!!
벌써부터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녀석에게 됐다하고, 내가 너튜브를 보고 변신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왤케 어려운 것인가 그래. 사진 찍으랴, 그리고 찍은 사진 포토샵으로 보정 작업하랴 힘들다 힘들어. 그렇게 몇 건 처리하다 보니 진이 다 빠져 버렸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당근 사진 픽셀인 410 X 410 (이게 맞나? 인스타랑 헷갈린다)로 커팅까지 하려면 더 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 최고가로 팔린 녀석들이다. 인기가 젤로 좋았다. 올리자 마자 문의 폭주!)
헬로카봇 럭키펀치 20,000원
헬로카봇 우가바 10,000원
헬로카봇 스피너블 13,000원
헬로카봇 아머포스 12,000원
헬로카봇 비트런 10,000원
옥토넛 탐험선 기프트 세트 30,000원
옥토넛 야광피규어 멀티팩 8,000원
그런데 확실히 사진을 잘 찍어서 올리니 확실하게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역시 노동의 댓가를 달콤했다. 명절 기간 동안 모두 6건을 성사시켜서 총수익 93,000원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 꼬맹이는 6,000원을 자기 몫으로 땡겼다. 칼만 안 들었지 순전히 날강도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구매 희망자가 다짜고짜 네고를 걸어서 좀 당황했지만(처음이었다!) 15,000원에 내놓은 녀석을 2,000원 깎아 달란다. 그래서 어려우신가 해서 쿨하게 오케이를 날렸다. 나중에 보니 벤츠를 타고 오셨다. OMG! 똥차 타는 나한테서 2,000원을 털어 가시다니...
여전히 나는 당근마켓에서 12개의 장난감과 한복이 판매 중이다. 몇 번 끌올을 했는데 여전히 입질이 없다. 가격을 바꾸지 않고 그냥 올려서 그런가. 관심을 걸어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가격에 변환이 있으면 바로 달려올 그런 태세가 아닐까.
(꼬맹이가 옆에서 내가 사진 찍는 걸 보다가, 지가 좋아하는 놈들 몇 마리는 밑장을 뺐다. 못 말린다 증말.)
어제 저녁에도 공룡 20마리 정도와 동물 피규어들을 한 바가지 올렸다. 일단 당근마켓에서 무얼 팔려고 한다면 샀을 때 가격은 잊어야 하는 것 같다. 시세보다 싼 가격이라면 바로 달려 든다. 그리고 거리도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시흥 안양에서도 달려 오더라. 하긴 아들내미에게 요정옷 사주겠다고 차로 왕복 4시간 거리를 주차한 아부지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참 옥토넛 피규어 메가팩을 팔 적에는 배달도 한 적이 있다. 마침 장 보러 나가야 하는 시간이라 근처라 배달한다고 하니 반겨 주시더라. 그리고 꼬맹이 주라고 사탕이랑 귤이 든 봉지도 건네주시는 센스란.
오늘이나 내일은 토머스 기차와 다른 기차 세트도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지 싶다.
이게 당근마켓 중독인가.
아, 책은 아마 잘 팔리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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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다리> 당근의 야망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신저 서비스 카톡으로 시작한 카카오가 카카오 플랫폼으로 국내 굴지의 문어발 재벌로 성장한 것처럼 당근 역시 넥스트 카카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분석을 너튜브를 통해 보게 되었다. 오 전지전능한 너튜브시여!
우선 당근마켓의 월간사용자가 천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한국의 인구가 5천만이라고 생각한다면 5명 중의 한 명은 오늘도 당근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알?
근데 거래수수료도 받지 않는 당근이 우찌 막대한 서버 비용과 직원들 월급을 줘 가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걸까? 그게 바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은 누구나 단돈 십원이라도 수수료로 내는 걸 원하지 않는다. 네고에서 후려치는 것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당근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 들었다. 우리는 수수료 받지 않아.
대신 당근은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 아주 적은 비용의 광고료를 받는다고 한다. 시작은 최소 5천원부터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원대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당근은 무려 4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특히 2019년 9월에는 손정의 아저씨로 유명한 소프트뱅크벤처스와 배민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진 아토스벤처스를 비롯한 일군의 그룹으로부터 400억을 투자 받았다고 한다. 오 놀랍구만 그래. 이들이 돈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이들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들은 당근의 무엇을 보고 이런 투자를 감행했을까? 다음의 두 가지에 주목해 보자. 하나는 월간 천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앱 실행횟수다. 당근 이용자들은 월 평균 63회 정도 당근앱을 켠다고 한다. 이건 하루에 두 번 이상 당근을 들락거린다는 말이다. 다음은 앱 체류시간으로 라이벌 번개장터에 비해 80% 이상이라고 한다. 한 번 들어오면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것 말고도 다른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거다. 이런 플랫폼내 락인(lock-in) 효과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당근의 미래 가치에 그야말로 에인절 머니를 쏟아 부은 것이다.
당근의 주고객 타깃층은 30~40대 여성이라고 한다. 당근앱을 이용하는 성비는 여성 66 대 남성 33 정도이고, 여성 중의 40%가 30~40대 여성이다. 육아와 교육 그리고 지역내 소비의 핵심이 이들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당근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지역내 맘카페를 대신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근의 확장성에 대해서 최근에는 10대와 20대들도 중고거래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당근앱을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종이접기 유머 등이 그러한 점으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당근은 지역내 소셜앱으로 진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의 매출은 미미하지만, 고도화된 중고거래 서비스를 너머 지역의 숨은 맛집 혹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새로 런칭하면서 지역의 직방이나 다방 같은 부동산 서비스는 물론이고 청소나 가사도우미 같은 인력 공급서비스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수익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넥스트 카카오라는 당근의 야망이 이루어지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뱀다리2] 당근의 패기
당근이 400억 투자를 받은 2019년에 기업 가치가 1,600억 정도였다고 하는데(뇌피셜입니다만) 작년에는 무려 2조원에 육박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국내 1위 앱이 쿠팡이라고 하는데, 당근마켓이 2위라고 하네요.
당근은 기존의 사기나라라고 불리던 중○나라가 가진 택배 거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해냈습니다. 그리고 반경 6KM로 거래 제한을 두면서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거래를 한다는 개념을 그리고 매너 온도라는 것을 개발해서 그야말로 대힛트를 쳤습니다.
물론 당근에서 최근 사기꾼들이 준동하고 있지만, 이웃 중○나라에서처럼 ‘오늘도 평화롭다’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기꾼들이 매너온도까지 관리해 가면서 사기를 계획한다면 그것도 또 방법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단한 정성이 아닐까요.
스타트업으로 당근이 결국 상장까지 가게 된다면 지금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기업 가치 2조는 훨씬 뛰어넘는 빅 띵(Big thing)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