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럴 수가!!!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 가운데 19번째 작품인 <패주>가 다음 주에 나온다고 한다.
내 생각에 가장 인기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부끄럽게도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집안에 숱하게 명멸해간 닝겡들을 통해 격변의 프랑스 사회를 그린 그의 작품들은 한 개도 읽어본 게 없다.
얼마 전에 2번 <쟁탈전>을 읽었으나 악명 높은 지만지 축약본의 덫에 걸려 버렸다.
아니 누구 탓을 하리오. 도서관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빌린 내 잘못이지.
참고로 오늘 도서관에 가서 엔도 슈사쿠의 <숙적>을 빌려서 서문을 조금 읽었는데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이다. 우리에겐 가토 기요마사로 알려진 사무라이 중의 사무라이 가토 도라노스케와 상인 출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1군 사령관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다 때려 치우고 이번 주말에는 이 책을 읽을란다.
또 삼천포로 빠져 버렸구만 그래. 에밀 졸라의 <패주> 이야기를 하다 말고.
여기서 패주란 괴제 나폴레옹 3세가 자신의 실력도 모른 채,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와 폰 몰스케를 상대로 보불전쟁을 벌였다가 개박살이 난 사건을 그린 것이라는 게 나의 추정이다. 뭐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은 그동안 갈고 닦은 철도를 이용해서 신속하세 대 프랑스 전선으로 병력을 속속 보냈다. 일단 총동원령에서부터 나라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수에 프로이센은 진심이었던 거지. 프로이센이 부상하기 전까지 대륙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를 외치던 프랑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엉터리 제정에서 국운이 기울기 시작했고.
아, 일단 끼니부터 때우고 다시 해야겠다. 밥 무러 갔다 와서. 알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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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에밀 졸라 / 1892년 발표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870년 여름이다. 1870년 여름, 에스파냐 왕위계승 문제로 프로이센과 프랑스 사이에는 심각한 외교적 갈등이 발생했다. 훗날 엠스 전보 사건으로 알려졌다. 결국 프랑스는 프로이센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에 돌입했다. 프랑스 군부는 동부에 배치된 그랑 아미(프랑스 육군)가 적군의 수도 베를린까지 바로 쳐들어 가 승리를 거둘 것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였다. 신속하게 라인강을 도하한 프로이센군은 프랑스의 라인군을 격파하고 침공을 개시했다.
소설 <패주>의 주인공은 전작 <대지>에서 아내와 땅을 잃은 농부 장 마카르다. <대지>에서 그 과정을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모든 걸 다 잃은 장 마카르는 1870년 여름, 조국을 침략한 프로이센군과 싸우기 위해 상병으로 군에 재입대한다. 이때 그의 나이 39세, 이미 제2제정 초기 솔페리노 전투에도 참가했던 그는 역전노장인 셈이다. 소설의 주제는 보통의 병사가 느낀 야만적인 전쟁의 참상과 일반 시민들이 전쟁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상실 그리고 패전에 따른 경제적 곤궁함 등이다. <패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 상병으로 남부 라인 계곡으로 이동한 장 마카르가 소속된 프랑스 부대는 벨포르로 후퇴하고 그 다음에는 파리 그리고 랭스로 전쟁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기차로 이동했다. 그 즈음에 알자스 지방에서 프랑스군이 프로이센군에게 격파당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신속한 프로이센군의 진격 앞에 제2제정이 이끄는 프랑스군은 무력하기 짝이 없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프랑스군은 식량과 보급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후장식 대포 같은 신식 무기로 잘 무장되고 훈련받은 프로이센군을 상대해야했다. 랭스로 이동한 장 마카르가 소속된 프랑스 군은 프로이센군에게 포위된 동부도시 메츠로 진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래 계획이었던 메츠로의 진격은 돈좌되고, 벨기에 국경 부근의 뫼즈 강 계곡 인근의 스당 근처에서 멈추게 되었다. 장 마카르는 스당 부근에 사는 앙리에트의 쌍둥이 남동생 모리스 르바쇠와 처음에는 반목하지만, 전투를 치르면서 굳은 전우애로 뭉치게 된다.
2부에서는 프랑스군이 프로이센군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스당 전투가 중심이다. 전투가 치러지는 동안, 프로이센군은 스당을 철저하게 포위하고 덫에 걸린 프랑스군에게 대포로 포격을 시작한다. 프랑스군은 프로이센군의 포위를 뚫는 데 실패한다. 2부는 주인공들인 장과 모리스, 앙리에트 그리고 그녀의 회계사 출신 남편 와이스의 시선으로 묘사된다. 와이스는 포병대 장교로 참전했지만, 투항하지 않고 프로이센군의 포로로 잡혀 아내의 눈앞에서 처형당한다. 또 한 명의 전쟁미망인 실뱅의 스토리 또한 기구하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맺어지지 못하고 전장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오노레 그리고 적국의 스파이로 활동한 골리아가 등장한다. 스당 전투는 프로이센군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고, 프랑스군(8만 여명)과 괴제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군에게 포로로 잡힌다.
3부에서는 프랑스군 소속으로 프로이센군에게 포로로 잡혀 있던 장과 모리스는 탈출을 시도한다. 장은 탈출 중에 부상을 당하고, 앙리에트의 도움으로 스당 부근에 숨어 있으면서 겨울 동안 치료를 받는다. 한편 원래 보나파르트 지지자였던 모리스는 1870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프로이센군에게 포위된 파리로 간다. 1871년 봄, 장은 모리스를 찾기 위해 파리로 향한다. 새로 구성된 프랑스 공화국 정부는 프로이센과 휴전 협정 협상을 개시한다. 굴욕적인 휴전 협정 협상으로 파리에는 민중봉기가 폭발한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 코뮌을 진압하게 된다. 정부군의 일원이었던 장은 격렬했던 내전에서 모리스에게 치명적 부상을 입힌다. 소설은 장과 죽어가는 모리스 그리고 연락이 끊긴 남동생 모리스를 찾아 파리로 온 앙리에트가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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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발 번역으로 소설 <패주>의 대강의 줄거리들을 정리해 봤다.
밀덕으로 1870년-1871년 보불전쟁의 전개와 1871년 파리 코뮌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이자 지근거리에서 직접 역사적 대사건들을 목격한 에밀 졸라의 시선을 통해 만나보고 싶었다.
루공마카르 총서 가운데 후순위인지라 나중에 출간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출간되어 기쁠 따름이다.
당장 예약 주문 고고씽.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올라온 에밀 졸라의 <패주> 구성을 보니 다음과 같았다.
<패주>는 총 3부 2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부 : 라인에서 뫼즈까지
- 1870년 보불전쟁 개전 이래, 스당 전투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다.
챕터 1 : 대재앙
챕터 2 : 공황 / 벨포르에서 랭스까지
챕터 3 : 두 전투 이야기 / 황제
챕터 4 : 행진 / 스파이
챕터 5 : 전투 대열 / 범죄의 밤
챕터 6 : 기병대 / 포의 추격
챕터 7 : 스당의 관점에서 / 실뱅의 이야기
챕터 8 : 마침내 스당 / 전투 전야
2부 : 스당 전투
- 나폴레옹 3세와 프랑스군이 스당에서 프로이센군에게 포위되어 패배했다.
챕터 1 : 바제이 공격 / 포화 속에 갇힌 황제
챕터 2 : 모리스 포화의 세례를 받다
챕터 3 : 스당 내부 : 한 밤중 나폴레옹 고통 / 두 여인들
챕터 4 : 여인의 영웅적 행위 / 바제이의 공포
챕터 5 : 기병대의 갈등 / 거대한 비용
챕터 6 : 백기 / 앰뷸런스
챕터 7 : 완패 / 은신처에서의 격투
챕터 8 : 휴전 협정 / 항복
3부 : 처절한 패배여
- 파리 포위전과 파리 코뮌에 이르는 과정들
챕터 1 : 실뱅의 질문 / 학살의 와중에
챕터 2 : 포위의 공포 / 기아 살인 질병
챕터 3 : 슬레이브 드라이버 / 평화의 가격
챕터 4 : 어두운 시절들 / 배신자 바쟁 / 전쟁의 물결
챕터 5 : 스파이 골리아 / 끔찍한 보복
챕터 6 : 정복자의 진동 / 어질어질한 길버트
챕터 7 : 파리 내부 / 포위와 코뮌 / 바리케이드
챕터 8 : 불타는 바빌론 / 씁쓸한 종말
*** 역시나 발번역으로 다음 주에 나올 정식 번역본을 참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