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서머싯 몸 단편선 2>



서머싯 몸의 단편 ‘시인’(243~250쪽)에서 발췌함.


화자는 친구의 권유로 위대한 시인인 ‘돈 칼리스토’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나는 그의 시를 비평할 입장이 아니다. 스물셋의 나이에 그의 시를 처음 읽고 나는 환희에 휩싸였다. 그 열정과 영웅적 오만, 다채로운 생동감은 나를 철저히 사로잡았고, 심금을 울리는 시구와 사람을 홀리는 어조는 내 청춘의 황홀한 추억과 뒤섞여 오늘날까지도 살아 있기에, 지금도 그 시들을 읽으면 어김없이 가슴이 벅차오른다.(244쪽)



하지만 이는 모두 오래전의 일이었다. 돈 칼리스토는 사반세기 동안 더는 그에게 내어놓을 것이 없는 세상으로부터 미련 없이 물러나 고향인 에시하에 은둔하여 살았다. 내가 그곳을 방문하겠다고 말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인데(당시 나는 세비야에서 한두 주일 머물고 있었다.), 그 시인 때문이 아니라 디에고 토레가 더불어 소개한 안달루시아의 매력적인 소도시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돈 칼리스토는 편지를 보낸 젊은이들을 가끔씩 초대해서 한창때 청중의 심금을 울렸던 불꽃을 다시 불태우며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245쪽)



“지금 그분은 어떤 모습인가?”

내가 물었다.

“멋지다네.”

“그분 사진 있나?”

“그럼 얼마나 좋겠나. 그분은 서른다섯 이후 줄곧 카메라를 피하신다네. 당신의 젊지 않은 모습을 후대에 보여 주고 싶지 않다는군.”(245쪽)



매부리코, 꽉 다물린 입매. 그는 웃음기 없는 눈을 내게 고정하고 다가왔는데, 그의 눈에는 사람을 냉정히 평가하는 눈빛이 어려 있었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챙 넓은 모자를 들고 있었다. 그의 몸가짐에서 확신과 위엄이 풍겼다. 그는 내가 희망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를 바라보니 그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어떻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뼛속까지 시인이었다.

그는 안마당에서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눈은 진정한 독수리눈이었다. 나는 그것이 일생일대의 순간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그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249~250쪽)



나는 부끄러웠다. 그를 만나러 오기 전 미리 시를 읽고 준비한 것이 다행이었다. 

“외국인인 제가 이렇게 위대한 시인을 만나 뵙다니 대단한 영광입니다, 작가님.”

꿰뚫어 보는 두 눈에 즐거운 빛이 반짝거리고 단호하게 고부라진 입술에 미소가 순간적으로 스쳤다.

“나는 시인이 아닙니다. 세뇨르.(선생.) 모피 상인이에요. 착오가 있으신가 본데 돈 칼리스토는 옆집에 삽니다.”

내가 집을 잘못 찾았던 것이다.(250쪽)



⇨ 화자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자기가 만나려는 시인’으로 착각하고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그는 내가 희망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를 바라보니 그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어떻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뼛속까지 시인이었다.」 


이 부분을 읽고 화자가 그에게서 뼛속까지 시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에 나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내가 문학 강좌를 들으러 다니던 때를 생각해 보면 강좌를 맡은 소설가는 소설가처럼 생기지 않았고, 강좌를 맡은 시인은 시인처럼 생기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이 예측한 대로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예측은 대부분 어긋난다. 그래서 이 소설의 결말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를 만나러 오기 전 미리 시를 읽고 준비한 것이 다행이었다.
"외국인인 제가 이렇게 위대한 시인을 만나 뵙다니 대단한 영광입니다, 작가님."
꿰뚫어 보는 두 눈에 즐거운 빛이 반짝거리고 단호하게 고부라진 입술에 미소가 순간적으로 스쳤다.
"나는 시인이 아닙니다. 세뇨르.(선생.) 모피 상인이에요. 착오가 있으신가 본데 돈 칼리스토는 옆집에 삽니다."
내가 집을 잘못 찾았던 것이다.(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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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05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인은 옆집에. 그래도 그 정도면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페크님,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05 22:30   좋아요 2 | URL
제가 뒤에 쓴 글을 수정해서 지금 새로 올렸어요. 제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합니다. 산불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입니다. 내일 좋은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23-05-05 1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다네요. 그림 같기도하고, 약간 황량하기도하고. 흐흑~

페크pek0501 2023-05-05 22:31   좋아요 3 | URL
이번 여행 때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다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흐흑^^

얄라알라 2023-05-10 23:38   좋아요 1 | URL
저도 페크님 직접 찎으신 사진인가 데려온 아이(사진)인가 했습니다^^


하늘과 바다는 청량하니 아름다운데, 잘 살펴보니 제주 바다의 쓰레기라....아름다운 풍경에서 피할 수 없어진 쓰레기인가 불안한 맘도 생기네요^^;

페크pek0501 2023-05-12 17:28   좋아요 0 | URL
저는 사진을 많이 찍어 놨어요.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다 못 올렸어요. ㅋㅋ
알라 님처럼 제주도 쓰레기로 볼 수도 있군요. 저는 바다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어요.^^

희선 2023-05-06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떨 거다 상상하지만, 그것과 다를 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작가를 상상하지 말고 글을 읽는 게 좋겠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어떻다 하면 안 될 텐데...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이 말 여러 번 하는 듯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07 10:36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작가였는데 그의 외모를 보고 실망하는 독자가 있다더군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지요.
어제 가족과 함께 외출할 일이 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오늘은 괜찮은 것 같군요.
희선 님도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여러 번 해도 좋은 인사말입니다.^^

새파랑 2023-05-06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페크님은 작가처럼 생기셨습니다~!! 겉모습과 실제가 일치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지네요 ㅋ

페크pek0501 2023-05-07 10:38   좋아요 2 | URL
오! 그런 말 처음 들어요. 젊었을 땐 깍쟁이처럼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이 드니 인상이 바뀌나 봅니다.
요즘은 그런 말 안 들어요. 좋은 휴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희선 2023-05-08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월 5일과 6일은 비가 거의 하루 내내 왔어요 어제는 흐렸던 것 같아요 오늘은 맑을지... 별 일 없지만 날씨 좋으면 좋겠네요 페크 님 이번 한주 평안한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5-12 17:29   좋아요 0 | URL
아까 일기예보 보니깐 오늘밤에도 비가 온다는 것 같아요. 봄비의 분위기가 나겠어요.
희선 님도 평화로운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3-05-08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지난주에 제주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해요.
주말에 비가 평소보다 많이 오긴 했는데, 오늘은 햇볕 좋은 오후입니다.
이번주도 좋은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5-12 17:31   좋아요 1 | URL
예, 잘 보냈답니다. 오늘은 아침에 발레, 갔다왔어요. 땀 흘리고 샤워하고 나니 시원하더라고요.
미세먼지만 없으면 요즘 좋은 봄날 같아요. 이번 주도 다 갔네요. 내일 주말이네요.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yamoo 2023-05-10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의 단편선을 꼭 읽어야 겠습니다. 갖고 있는데 계속 후순위로 밀렸네요..

우와~~ 바다닷!!..ㅜㅜ

페크pek0501 2023-05-12 17:32   좋아요 0 | URL
저도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아요. 반 이상 읽은 책도 많고요.
그래도 언제나 목표는 완독, 이지요. 완독할 그날까지~~ 고고~~
 


















<슬픈 인간>

일본 작가들의 산문을 실은 책.



마사무네 하쿠초, ‘한 가지 비밀’(98~102쪽)에서



최근 『뒤마 이야기』의 번역본을 읽는데 문득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누구나 과거에 자기가 한 짓을 털어놓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여길 만한 일을 적어도 한 가지는 갖고 있다고 플루타르코스는 썼다.(98쪽)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을 친구에게 털어놓으면 웃음거리만 될지도 모르고 마음이 후련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비밀을 누구나 하나둘쯤은 갖고 있고 그걸 품은 채 무덤까지 갈 것도 같다고 나는 공상한다. 

나한테는 그런 비밀 없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되도록 비밀로 해두고 싶은 일이야 몇 가지 있지만, 그걸 고백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런 거창한 비밀은 없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자기 일생을 되돌아봤을 때 과연 그럴까. 나는 그런 비밀다운 비밀, 절대 털어놓고 싶지 않은 비밀을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 일본의 근대소설에서는 자연주의 부흥과 함께 사소설이라는 것이 유행하여, 작가 자신의 실제 생활과 실제 심경을 철저하게 표현하고자 한 작가들이 속출했는데, 과연 그 모든 작가가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을 만큼의 비밀을 작품 속에 낱낱이 털어놨을까.(99~100쪽)



이 특별한 비밀. (중략) 가족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음으로써 평화가 유지된다. 수십 년씩 친하게 지낸 친구도 나의 진상을 모른다는 걸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지인에게 오해 받고 있다고 탄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오히려 오해 받고 있기에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며 진실을 안다면 서로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101쪽)   


   


최근 『뒤마 이야기』의 번역본을 읽는데 문득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누구나 과거에 자기가 한 짓을 털어놓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여길 만한 일을 적어도 한 가지는 갖고 있다고 플루타르코스는 썼다."(98쪽)

이 특별한 비밀. (중략) 가족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음으로써 평화가 유지된다. 수십 년씩 친하게 지낸 친구도 나의 진상을 모른다는 걸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지인에게 오해 받고 있다고 탄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오히려 오해 받고 있기에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며 진실을 안다면 서로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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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27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소설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소설, 메타픽션, 자전소설 기타등등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ㅎ
이젠 사소설의 위상도 높아진 것 같아요. 에니 아르노 땜에.

페크pek0501 2023-04-27 23:23   좋아요 2 | URL
사소설은 그 나름대로 견인력이 있지 않나요. 쓸 수만 있다면 괜찮죠.
김영하 팟캐스트에서 사소설을 쓰는 일본 작가를 소개한 적 있는 것 같아요.
자전소설은 체험을 소재로 쓰되 허구적 상상력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사소설과 다르겠지요.
메타픽션은 잘 모르겠네요. 허구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가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온다고 말한 작가가 있긴 해요.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면 더 관심이 가긴 하더라고요^^

젤소민아 2023-04-27 23:39   좋아요 2 | URL
ㄴㄴ 사소설은 미야모토 테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다사이 오자무의 딸 쓰시마 유코도 좋고요.

저도 ‘사소설‘의 경계가 좀 헛갈려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은 딱 사소설 같던데 아니라고 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이 작가의 개인적 체험만 단순하게 서술한 ‘사소설‘은 아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이의 죽음을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에 시달리는 청년의 모습을 통해 출구 없는 현실에 놓인 현대인에게 재생의 희망이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https://www.mk.co.kr/news/culture/4617223

그리고 ‘메타픽션‘은 소설속에서 소설을 어떤식으로든 언급하는 걸 말한답니다~.

단순히 인물이 소설책을 읽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메타성이 얕겠지만
소설 속에서 ‘소설‘이란 세게와 차원을 인정하고 그걸 다루고 있다면 메타소설이 된다고요.

칼비노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같은 소설이 농도짙은 메타픽션이고요~

페크님, 제 리뷰에 ‘공감‘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톡톡 칼럼‘ 사러 총총히~~ㅎㅎ

페크pek0501 2023-04-27 23:45   좋아요 0 | URL
젤소민아 님, 전문가 같으십니다.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메타픽션에 대해 배웠네요. 저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보다 작가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에 더 맘이 끌리더라고요. 만약 전쟁 소설이라면 취재해서 쓴 것보다 전쟁터에서 실제 경험한 것을 쓴 것이 관심이 더 가죠.
앞으로도 고급 정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stella.K 2023-04-28 15:21   좋아요 1 | URL
아, 지금 생각해 보니 메타픽션이 아니라
오토픽션이었어요. 어뜨케...엉엉~

페크pek0501 2023-04-30 09:46   좋아요 1 | URL
괜찮아염. 그럴 수도 있지요. 덕분에 제가 배운 게 있잖아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yamoo 2023-04-28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소설이 뭔지 궁금했는데.....덧글 읽으면서 사소설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되었네요..ㅎㅎ

저는 근데 일본 소설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해요. 오쿠다 히데오를 끝으로 졸업했는데...

나쓰메 쏘세키는 읽어볼 예정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30 09:56   좋아요 1 | URL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좋아합니다.
이 산문집은 영미권 산문집을 읽고 나서 좋은 것 같아 일본 산문집으로 사 봤어요. 같은출판사에서 나옵니다.
프랑스 산문집도 갖고 있어요. 산문을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레삭매냐 2023-04-29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밀이란 정말,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게
비밀이지 싶습니다.

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비밀의 마력은 깨지니깐요.

페크pek0501 2023-04-30 09:58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을 것 같아요. 없었으면 하는 일, 후회되는 일 등
그러나 비밀이 없는 삶은 좀 싱거운 것같이 느껴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명원,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자기 언어’를 가지면 ‘자기 세계’를 갖는다(60~61쪽)에서



정작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 실패한 아기일지라도, ‘말(언어)’을 배움으로써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못 놀라운 통찰이었다. 저자는 “버림받은 아이들은 내면세계에 애정적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을 통해 그 흔적을 극복할 가능성도 언제나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말은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가공해내기도 하고, 지나온 삶의 역사를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비결정론적인 저자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은 꿈꾼 만큼만 살 수 있다. 내가 말을 배움으로써 어둡고 고통스러운 자기모멸의 터널을 벗어난 것처럼, 상처로 충만한 아이들도 얼마든지 멋진 어른이 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육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상처에 대한 사회문화적 보상 체계다. 그러니 자기 언어를 갖는 것은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말과 같다는 진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61쪽)


⇨ 이 글에서 책은 보리스 시륄니크의 『관계』라는 책을 말한다. 



정작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 실패한 아기일지라도, ‘말(언어)’을 배움으로써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못 놀라운 통찰이었다. 저자는 "버림받은 아이들은 내면세계에 애정적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을 통해 그 흔적을 극복할 가능성도 언제나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말은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가공해내기도 하고, 지나온 삶의 역사를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비결정론적인 저자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은 꿈꾼 만큼만 살 수 있다. 내가 말을 배움으로써 어둡고 고통스러운 자기모멸의 터널을 벗어난 것처럼, 상처로 충만한 아이들도 얼마든지 멋진 어른이 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육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상처에 대한 사회문화적 보상 체계다. 그러니 자기 언어를 갖는 것은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말과 같다는 진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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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27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도 읽어봐야 하는데…ㅠ

페크pek0501 2023-04-27 23:24   좋아요 1 | URL
이 책을 들춰 봤더니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필사하며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올려봤어요.
시류를 타지 않는 글이 많아 좋더라고요.
 




만약 자신이 가진 희망이 헛된 것이라면? 헛된 희망이라도 갖는 게 나을까 아니면 헛된 희망은 애초에 갖지 않는 게 나을까? 이에 대해 갑과 을 두 사람이 각자 의견을 개진한다. 갑은 말한다. "저는 헛된 희망을 품어서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로 보낸 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사법시험에 다섯 번 떨어진 사람도 있었고, 가수 오디션에 수십 번 떨어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희망은 속임수를 써서 우리를 가서는 안 될 길로 인도합니다. 그런 희망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희망이 물거품이 될 때 희망은 없느니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노예가 되는 걸 경계하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을이 말한다. "저는 정치를 예로 들어 말하겠습니다. 국민들이 좋은 정치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무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가 아니겠습니까. 희망 속에 사는 사람은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춘다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헛된 희망이라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은 갑과 을 중 누구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나는 둘 다 일리가 있다고 여기지만 '을'의 의견에 동의하련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쥘르 삼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화자가 전하는 이야기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나'의 아버지는 직장에 다니나 수입이 적어 '나'의 가족은 절약하며 산다. 아버지의 동생인 쥘르 삼촌은 아버지가 기대를 걸었던 유산을 축내고 빈털터리가 되어 돈을 벌러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삼촌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자기 사업이 잘되어 가고 있고, 여러 해 동안 소식이 없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한밑천 잡으면 돌아가겠으며 그러면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식구들은 툭하면 그 편지를 꺼내 읽었고 집에 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보여 주었다. 쥘르 삼촌은 가난하게 사는 온 집안 식구의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10년 동안 쥘르 삼촌은 소식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의 희망은 커졌다. 삼촌이 돌아오면 삼촌의 돈으로 조그만 별장을 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던 중 '나'의 작은누나가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가족이 다 함께 멀지 않은 '저지'로 짧은 여행을 간다. 배를 타고 여행 가는 날, 배에서 아버지는 굴을 사 주려고 두 딸과 사위를 데리고 수부에게 갔다. 굴 껍질을 까는 수부를 보고 아버지는 놀라 긴장한다. 그 수부가 모습은 달라졌지만 쥘르 삼촌과 똑같이 생겼다고 느껴서다. 수부는 늙고 추하고 주름살투성이였는데 자기가 하는 일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거지꼴을 한 수부가 쥘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아버지는 선장에게 가서 그 수부에 대해 물어본다. 그 결과 그가 쥘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자기들에게 짐이 될까 봐 가족이 피해 다니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 소설에서 딱한 처지의 쥘르 삼촌을 외면하는 가족의 이기적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우리는 '희망'에만 주목하기로 하자. 그들 가족이 헛된 희망을 품은 것이 잘못일까? 난 잘못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 가족은 거지 행색의 쥘르 삼촌을 보고 모든 기대가 무너지면서 속아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쥘르 삼촌에 대한 희망을 가진 덕분에 10년 동안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살 수 있었다. 이처럼 헛된 희망도 힘이 될 때가 있다. 이는 헛된 희망의 긍정적 효과다.



과학자들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짐을 증명하여 마음의 신비를 밝혀냈다. 마음속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가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실현이 가능하든 안하든 희망을 갖고 사는 게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요즘은 물가상승, 경기침체 등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시대다. 팍팍한 현실일수록 모두가 희망을 갖고 꿋꿋이 살았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웃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420010003882


 


.......................................

(후기)

모파상의 ‘쥘르 삼촌’은 이기적인 가족의 태도에 주목해 읽을 수도 있고, 차마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쥘르 삼촌의 양심에 주목해 읽을 수도 있다. 나는 가족의 ‘희망’에 주목하였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점이 문학 작품의 또 다른 재미다. 

    



(기 드 모파상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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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21 15: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쥘르 삼촌👨도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쥘르삼촌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가족이 품에서 함께 노력하며 살아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쥘르 삼촌이 거지꼴을 하고 늙은 모습이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파요.

페크pek0501 2023-04-22 10:21   좋아요 2 | URL
저도 쥘르 삼촌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공하지 못했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그 고생을 하고 사는 거잖아요. 그래도 고향이 그리워서 가까이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세실 2023-04-21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을에 한표입니다. 희망은 긍정 마인드를 갖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지요.
헛된 희망이라도 꿈을 꾸는건 좋은 일이지요^^
쥘르 삼촌 덕분에 가족은 어려운 상황에도 웃으며 생활할 수 있었겠지요?

페크pek0501 2023-04-22 10:26   좋아요 2 | URL
긍정 마인드 좋죠. 저도 꿈 갖고 산 경험이 있어서 헛된 희망의 가치를 잘 알죠.
맞아요. 희망은 배부르게 해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런데 요즘 전세 사기 사건 보도를 보면서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은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을 테니
앞으로 어떻게 사나 싶어요.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잖아요. 갈수록 세상은 희망을 갖기 힘들게 해요.


새파랑 2023-04-21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헛된 희망이라도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ㅋ 저 열번 눌렀습니다~!
모파상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네요 ^^

페크pek0501 2023-04-22 10:29   좋아요 2 | URL
헛된 희망일 수 있다는 건 알아도 희망을 갖고 있을 때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모파상 단편을 강추합니다. 체호프나 오헨리보다 저는 더 재밌었어요. 문예출판사 것을 다 읽었는데 다 좋았어요.
그래서 62편이 담긴 두거운 현대문학 것을 구매할까 생각 중이에요.

희선 2023-04-22 0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아가려면 희망이 조금은 있어야겠지요 큰 것보다 아주 작은 거라도... 내일은 날씨가 좋을 거야 같은 희망...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곧 비가 올 거야 그저 하루하루 사는 것도 괜찮지만 좋은 날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더 좋겠습니다 아니 더 안 좋아지지 않을 거다는 바람... 저는 좋은 것보다 더 안 좋아지지 않는 걸 더 바라는군요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4-22 10:3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사는 데엔 희망이 필요해요. 더 안 좋아지지 않는 것도 때론 힘을 주지요.
좋은 봄날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4-25 2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망이 조금은 있어야하지만 그래도 너무 헛된 희망을 품기는 싫어요.
쥘르 삼촌을 외면하는 가족의 모습에 적나라한 인간상이 보이네요^^

페크pek0501 2023-04-27 15:18   좋아요 1 | URL
대체로 백 퍼센트의 헛된 희망이라는 건 없을 것 같아요. 남이 볼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낄 때 헛된 희망으로 여겨질 듯해요. 가령 1등의 복권 당첨을 노리고 복권을 샀다면 남이 볼 때 헛된 희망으로 보이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런가요? ㅋㅋ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돌변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3-04-26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망이라는 건 미실현상태니까 나중에 성공하면 잘 된 거고, 성공하지 못하면 헛된 것이 되는, 그런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각자 원하는 미래가 있지만, 그게 모두 성공할 수 없는 거고,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지만, 시도할 수는 있는거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4-27 15:18   좋아요 1 | URL
희망을 품고 시도하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 희망은 소임을 다한 거죠.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3-04-26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전제가 다른건 아닐까요?
전자는 개인적인 것이고 후자는 공동체의 희망이고... ^^

페크pek0501 2023-04-27 15:19   좋아요 1 | URL
좋은 지적이십니다.
제 식으로 설명하자면, 공동체를 향한 희망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희망이라는 점은 같다고 봤습니다.^^

yamoo 2023-04-27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레이스 님의 의견에 한표~~^^

헛된 희망=희망 고문이라고 봐도 무방한가요?? 흠...

근데 모파상의 소설은 뭔가 저하고 안 맞는 부분이 있나바요. 읽어도 도통 재미가 없으요~~^^;; 그래서 읽다가 덮고..그럽니다..--;;

페크pek0501 2023-04-27 15:22   좋아요 1 | URL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지요. 갑의 의견대로 희망 때문에 인생이 망한 경우도 있을 듯요...
야무 님과 저의 차이를 발견하네요. 저는 모파상의 소설은 다 재밌어요. 그래서 모파상의 소설을 넣어 쓴 칼럼이
세 개나 됩니다.
저 위의 문예출판사의 책은 제가 다 흥미롭게 읽은 단편집입니다. 재미 없는 게 없어요.ㅋㅋ히히~~
 



원고 마감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어제까지 바빴고, 오늘 알라딘에 글을 올리려고 책을 골라 놓았다. 한꺼번에 하려니 어떤 책에서 어떤 글을 발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할 일이 있어 세 권만 골라 생각나는 대로 발췌해 본다. 


1.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명쾌한 사례를 하나 들어 보겠다. 한번은 나이 지긋한 개업의 한 사람이 우울증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는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다. 내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에게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까?(168쪽)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말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제했다. 

“만약 선생님이 먼저 죽고 아내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가 말했다.

“오 세상에! 아내에게는 아주 끔찍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견디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것 보세요. 선생님, 부인께서는 그런 고통을 면하신 겁니다. 부인이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한 게 바로 선생님입니다. 그 대가로 지금 선생께서 살아남아 부인을 애도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조용히 일어서서 내게 악수를 청한 후 진료실을 나갔다. 어떤 의미에서 시련은 그것의 의미―희생의 의미 같은―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할 수 있다.(168~169쪽)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수용소에서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려면 그에게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123쪽) 


⇨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열심히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리라.  




2.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냄새에 대한 반응 역시 가장 즉각적이다. 불쾌한 냄새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거나 코를 틀어막고 ‘이게 무슨 냄새지?’ 하며 두리번거린다. 냄새는 어떤 소리도 없이 퍼져가는 침묵의 자극이자, 어떤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투명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냄새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이 누군가에게는, 특히 그 냄새의 출처가 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모욕감을 줄 수 있다.(131쪽)-‘타인의 냄새’에서.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는 계층 간의 위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호로 등장한다. 박 사장 가족은 자신의 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외부인들에 대해 독특한 냄새를 감지한다. 결국 기택은 자신의 냄새에 대한 박 사장의 태도에 순간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 장면을 본 후로 냄새와 계층의 관계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타인의 냄새에 반응하는 태도도 신중해졌다.(131~132쪽)-‘타인의 냄새’에서. 


⇨ 인간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사람을 죽이는 참극을 저지르기도 하는 존재다. 참극을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참극이 벌어진다. 아니 영화보다 현실에서 더 인간의 잔인성이 느껴지는 일들이 발생한다. 실제로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굶어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고, 산모가 신생아를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도 있었고, 남편이 아내를 또는 아내가 남편을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고, 아동 학대 사건도 있었다. 인간의 밑바닥은 상상을 초월한다.




3.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알퐁스 도데는 예전에 ‘별’이란 소설로 처음 만났다. 그것도 좋았지만 이 책에 담긴 마지막 수업, 소년 첩자, 어머니들, 베를린 포위 등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소설이라서 감탄하며 아껴 가며 읽었다. 


순간, 광장의 깊은 고요를 깨고 무서운 외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기를 들어라! 무기를! 프러시아 군인들이 나타났다!”

마침 그때 프러시아군의 행렬 선두에 있던 네 명의 창기병 병사들은 저 위 발코니에서 키 큰 노인 하나가 팔을 휘저으며 비틀거리다가 푹 꼬꾸라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주브 대령이 진짜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48쪽)-‘베를린 포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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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구절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4-21 10:53   좋아요 1 | URL
좋은 구절을 자주 올리고 싶은데 이것도 일이더군요. 해 본 사람만이 알 듯요.
물론 고양이라디오 님은 리뷰도 많이 올리시니 잘 아시겠지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4-27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철쭉 사진 또 올려주시니 또 눈 호강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27 16:58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눈 호강하는 날도 사라질 것이니 실컷 봐 두기로 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