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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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삶이 끝난 사람은 저승에 가게 되어 이승에서의 삶에 대해 심판을 받게 된다고 믿곤 했다. 죽고 나면 생전에 선한 일과 악한 일을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저승의 왕이 판정하여 망자에게 상벌을 줄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었다. 나의 막연한 생각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 「심판」에서 재현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 혼자만의 추측이 아니고 많은 이들이 죽음 이후의 세계를 나처럼 추측하는 것일까. 


「심판」은 아나톨 피숑이라는 한 남자가 폐암 수술 중 사망한 뒤 천국에 있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되어 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담긴 희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전에 피고인의 직업은 판사였다. 즉 판사의 위치에서 피고인의 위치로 바뀌게 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천국에서는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의 평가 기준이 이승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베르트랑 검사는 피고인 아나톨 피숑이 잘못한 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베르트랑 : 피숑 씨,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 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128쪽)


이에 따르면 피숑은 세 가지의 잘못을 저질렀다. 첫째, 피숑이 ‘솔랑주’를 배우자로 택하지 않고 다른 여성과 결혼한 점이 잘못이다. 둘째, 피숑이 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데도 배우가 되지 않고 판사가 된 점이 잘못이다. 셋째, 피숑이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한 것이 잘못이다. 


베르트랑의 말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천국에서는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것을 나쁘게 본다는 점이다. 이는 유행하는 물건을 갖고 싶어 하고 남들처럼 살고 싶어 하는 우리 인간들을 작가가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부분은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가. 의류 매장에서 점원이 손님에게 “이 옷이 요즘 잘 나가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남을 따라 하고 싶은 인간의 동조적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승객들의 열에 아홉은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유행에 따라가고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똑같은 모습을 보았다면 질색하였으리라. ‘밀’은 「자유론」에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는 일들, 고통을 느끼게 되는 상황, 이런 문제들을 지각하는 육체적 · 정신적 작용은 사람에 따라 아주 다양하다. 그러므로 각자의 경우에 맞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없다. 제각기 타고난 소질에 맞게 정신적 · 도덕적 · 미적 능력을 발전시킬 수도 없게 된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붕어빵같이 동일한 가치관과 동일한 삶의 방식으로 살게 만드는 현대 사회에 대해 크게 우려하였다. 밀의 시각에서 보자면 스마트폰 사용이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누구에게 스마트폰이 유용한 교육 매체가 될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학습에 방해가 되거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베르트랑: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그걸 여기서는 아주 좋지 않게 보죠!(132쪽)


아나톨 피숑이 실패할까 봐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고 한다.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것이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있을 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뜻이겠다. 


아나톨 피숑이 잘못한 점이 많음을 지적한 베르트랑 검사는 아나톨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천국에서 말하는 사형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여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남이 최상의 판결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최악의 판결인 줄 알았으니 말이다. 자신이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 것에 대한 아나톨의 반응 또한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아나톨은 지상에 돌아갈 마음이 없다며 지상은 지옥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에게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인 모양이다. 


검사의 지적이 자기의 기억과 다르다고 해서 피고인이 항변할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천국에선 리모컨만 누르면 이승에서 살았던 때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카롤린 변호사는 피고인을 변호하느라 이렇게 말한다. 


카롤린: (계속해서 서류를 뒤적이며) 여기 피고인이 행한 5,281개 선업의 목록이 있습니다.


베르트랑: 5,281개?


카롤린: 그래요. 선업 5,281개. 그는 거지에게 적선을 했어요. 시각 장애인이 길을 건너게 도와주고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했죠. 뭐가 더 있더라? 아, 그래요. 교통사고 부상자 두 명을 구조하기도 했어요. 자선 단체들에 기부금도 냈죠.(143~144쪽)


카롤린 변호사의 열띤 변호에도 불구하고 가브리엘 재판장은 다음과 같이 선고한다.


가브리엘: 따라서 피고인 아나톨 피숑을 삶의 형에 처합니다.(156쪽)


가브리엘: 그러므로 피고인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지상의 태아로 환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법정과 전생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잃게 될 거예요.(156~157쪽)


이로써 심판은 끝났다. 만약 환생을 하지 않고 검사, 변호사, 재판장 들처럼 천국에 남고 싶다면 한 번은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가령 영웅이 되는 것이다. 카롤린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불 속에 띄어들어 어린아이들을 구하다 질식사하는 것이 점수가 아주 높다고 한다. 


결국 아나톨 피숑은 태아로 환생하게 되는 판결을 받으나 환생하지 않기 위해 다른 방도를 궁리하여 제시한다. 그 방도란 무엇일까? 이것이 궁금한 이들은 이 책을 직접 읽기를 권한다. 카르마와 자유 의지에 대해 언급한 대목도 있으니 자세히 읽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소설과 희곡 등 장르를 넘나들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가 상상한 사후 세계를 엿보는 재미에 빠져 볼 수도 있는 책이다.


희곡은 등장인물이 많아 읽기가 어려운데 「심판」은 피고인(아나톨 피숑), 변호사(카롤린), 검사(베르트랑), 재판장(가브리엘) 등 딱 네 명이어서 읽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얇기도 하고 여백도 많은 책이라 서너 시간이면 읽을 수 있어 완독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궁금한 이에게는 강추한다. 독자들은 신선한 관점을 제공해 주는 이 책을 통해 사후 세계를 깊이 음미해 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정신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고 본다. 혹자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착하게 살아야겠단 다짐을 하게 되고,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단 다짐을 하게 될지 모른다. 자기의 생을 돌아보며 겸손의 미덕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심판」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1961년 출생)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썼다고 하니 그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것은 필연이었던 것 같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 또한 필연이 아닌가 싶다. 



....................<재밌어서 뽑은 밑줄긋기>....................


베르트랑: 피숑 씨는 신호 위반을 873차례, 속도 위반을 1,525차례 저질렀어요. 하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119쪽)


아나톨: 경찰한테 걸린 적 없어요.


베르트랑: 경찰은 못 봐도 우리는 봤어요.


베르트랑이 핸들을 잡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속도를 내고 있는 피숑의 사진을 보여 준다.(119~120쪽) 


 

....................<후기>....................

『심판』은 만성적인 의료계 인력 부족, 교육 개혁, 법조계 부패 같은 프랑스 사회의 문제를 건드리고, 결혼 제도의 모순과 부조리를 위트 있게 지적하기도 한다.(옮긴이의 말, 219쪽) 


이 리뷰는 위에 언급된 프랑스 사회의 문제에 중점을 두지 않고 내가 독자로서 주의 깊게 살펴본 대목을 중심으로 쓰고자 했음을 밝혀 둔다. 천재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린 천국의 법정에서는 좋은 인생과 나쁜 인생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관심이 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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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01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르베르는 본국에선 그닥 인기가 없는데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를 모르겠네요.그의 소설이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면이 있는것 같아설까요?

페크pek0501 2025-10-01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유튜브를 통해 자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우리 국민 정서에 뭔가 맞는 요인이 있나 봐요.
영화 기생충, 을 극장에서 봤을 때 그냥 괜찮은 영화, 라고 생각했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큰 상을 수상할 거란 생각을 못했어요. 자국민과 타국민의 시각 차이가 분명히 있나 봅니다.^^

yamoo 2025-10-01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페크님 서재에서 볼 줄이야!!ㅎㅎ
베르베르 소설은 몇 권만 읽으면 대체로 서사가 비슷비슷하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만 베르베르 책이 인기가 많은데....베르나르 소설은 개미가 제일 좋더라구요. 그 많은 작품 가운데 개미를 뛰어넘는 작품은 없는 듯합니다.

사회비판 소설이라면..물론 저는 베르나르 보다는 우엘벡 쪽이라...^^;;

페크pek0501 2025-10-01 12:25   좋아요 0 | URL
하하~~ 저, 베르베르를 좋아합니다. 나무, 라는 단편집으로 처음 만난 작가예요. 제가 황혼, 이 들어가는 단편의 줄거리를 여기에 올린 바 있죠. 기발하고 상상력이 뛰어나고 ... <개미> 전 5권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개미, 라는 소재로 5권을 쓰는 능력!
서사가 비슷비슷. 메시지도 비슷한 경우가 많죠. 원래 작가들은 같은 메시지를 버전만 다르게 해서 새 버전으로 반복해 말하고 있는 거라는 걸 어디서 읽었네요.
우엘벡. 오늘 처음 아는 저자네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야무 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다는...^^

yamoo 2025-10-01 13:53   좋아요 1 | URL
아뉘....미셸 우엘벡...아직 안 읽으셨다면 읽으시면 되것습니다!ㅎㅎ
그의 출세작 <투쟁영역의 확장>의 버전 업 작품 <소립자>를 반드시 읽어보셔요~
보다 대중적인 건 <지도와 영토>..

페크pek0501 2025-10-01 14:33   좋아요 0 | URL
ㅋㅋ 안 그래도 장바구니에 담아 놨습니다.ㅋㅋ 소립자, 를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정보를 기대합니다!!!

감은빛 2025-10-06 03:16   좋아요 1 | URL
야무님, [개미]를 뛰어넘는 작품이 없다는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페크pek0501 2025-10-09 11:05   좋아요 0 | URL
개미 1~5권이 그렇게 대단하단 말씀이죠? 기억해 두겠습니다.^^

꼬마요정 2025-10-01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겠습니다. 제가 불자여서 그런지 다시 태어나는 건 형벌이라는 데 격하게 공감합니다. 어디 있어도 미혹에 빠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면 존재 여부가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저는 깨닫지 못한 인간이라...

라떼인가요? 커피 너무 맛있겠습니다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5-10-01 12:27   좋아요 1 | URL
저도 불교 쪽이죠. 삶이 만만치 않긴 하죠.
라떼, 맞습니다. 강좌 수강 끝나고 수강생과 카페에서 차 한 잔 할 때 찍어 두었죠.
며칠 전의 사진입니다. 맛있어요!!!

그레이스 2025-10-01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르베르는 개미 밖에...
이 안에서 드러내는 사회 문제들이 그런 것들이라구? 했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5-10-01 15:48   좋아요 1 | URL
개미를 완독하셨다면 개미밖에, 가 아니라 5권 완독의 스탬프라도 찍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개미는 오디오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이건 종이책으로 봐야 하는 거네, 라는 생각으로 5권이 아니라 1권만 사서 읽고 나머지를 살 것인지 결정하자고-이제 이렇게 영악해졌어요.- 맘 먹고 있어요. 베르베르의 책을 읽다 보면 천재작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나리자 2025-10-03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르베르의 작품은 고양이1,2만 읽었네요.. 프랑스의 사회문제를 얘기한 작품이군요.
지금 현재도 프랑스는 난리인 것 같더군요.

긴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네요. 모쪼록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5-10-03 19:13   좋아요 1 | URL
아, 고양이, 는 윌라에 전자책1,2 있어요 베르베르 책이 윌라에 많아요. 문명, 개미. 행성 등. 참고로 김영하 작가의 책도 윌라에 많더라고요.
프랑스가 대규모의 시위 등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놀랐지만, 여행 가면 다들 실망한다고 해서 더 놀랐어요. 쓰레기가 많고 불친절하다니... 파리, 하면 멋있는 도시 같은데 말이죠.
모나리자 님도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꾸우벅^^

희선 2025-10-05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희곡도 썼군요 몰랐습니다 형벌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맞겠습니다 저도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런 기억이 없다 해도... 한번뿐인 삶이니 즐겁게 살기는 해야 할 텐데, 그것도 잘 안 되는군요 그냥 자기대로 사는 게 좋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10-09 11:04   좋아요 0 | URL
희곡은 두 권을 쓴 걸로 알고 있고 소설을 많이 쎴죠. 기억, 이란 소설도 꽤 흥미진진해서 오디오로 듣다가 이것도 종이책으로 사야 하나, 하고 있어요. 대단한 작가예요.
사람으로 환생하는 게 가장 좋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네요. 역시 작품엔 반전이 있어야 해요.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켜 주거든요. 잘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어요. 인생살이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죠. 남을 따라 살기보다 자기만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아마 덜 경쟁하는 사회가 될 거예요.^^

감은빛 2025-10-06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르나르 베르나라의 [개미]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읽고 받았던 충격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어떻게 이런 작가가 있을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개미]에 등장하는 가상의 책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나중에 펴낸 것을 보면서도 재미있고 신기한 작가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개미] 이후에 낸 그 수많은 작품들은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저 위에 야무님 말씀처럼 [개미]를 넘어서는 작품은 없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5-10-09 10:59   좋아요 0 | URL
오! 베르베르 작가의 전문가들이 많군요. 코로나 전인 것 같은데 제3인류, 라는 책을 오디오로 듣고 그 역량에 깜짝 놀랐죠. 종이책으로 만난 건 나무, 라는 단편집인데 멋졌어요. 개미를 극찬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 5권이라 읽을 엄두가 안 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개미, 에 도전해 봐야겠네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2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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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지식인들을 비판하는 소설. 고양이가 본 인간들을 그린다. 그런데 재밌다. 그 한 예. 수양을 했다는 도쿠센이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흥분하여 2층 창에서 뛰어내린 것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는다. 2층 창에서 의연히 뛰어내렸으니 그게 수양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이것 읽고 난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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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21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소설중의 하나에요.넘 재미있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5-09-23 14:55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도 이 소설을 재밌게 읽으셨군요. 이 소설도 좋았지만 도련님, 이란 소설을 좋아해서 두 번 읽었어요. 산시로, 는 별로였고... 마음, 이란 책도 갖고 있는데 이건 완독하지 못했어요.^^

stella.K 2025-09-2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저는 두 번 읽기를 시도했는데 다 실패했어요. 다시한번 시도해 보겠슴다. ㅎ

페크pek0501 2025-09-23 14:59   좋아요 1 | URL
시도해도 안 읽게 되는 책이 저도 있긴 합니다. 저는 인간 실격, 마음, 이란 책이 그랬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완독하리라 생각하죠..ㅋㅋ
제가 백자평에 쓴 것, 수양을 했다는 사람이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겁이 나서 2층에서 뛰어내려 놓고 그것이 수양을 했기 때문에 ‘의연히‘ 뛰어내릴 수 있었다고 변명을 하니 어찌나 웃기던지요.ㅋㅋ

2025-09-27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30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5-09-28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작품이지요. 이 책으로 최애 작가가 되었고요.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블친이 선물해 주어서 소장하게 되었어요. 언젠가 다시
읽을 날 기대하고 있어요.
어느새 9월이 가고 있네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5-09-30 21:14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 님,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읽은 책 권 수를 보니 최애 작가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모나리자 님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어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가을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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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단편 소설마다 작가노트와 해설이 실려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대상작인 ‘이응 이응’(김멜라 작)보다 뒷심 좋은 ‘혼모노’(성해나 작)를 수작으로 평가한다. 일곱 편의 단편이 모두 읽을 만해서 만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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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9-21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모노 여기에 있군요. 넘 좋다고 하던데 함 읽어 봐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5-09-23 15:02   좋아요 1 | URL
요즘 서점에서 혼모노, 가 눈에 많이 띄나 봐요. 표제작으로 나온 책이 있다는 것 같아요. 좋은 소설도 뒷심이 약해 ‘끝이 뭐 이래‘ 하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혼모노는 클라이막스에서 최고점에 오르다가 딱 끝나요. 기가 막혀요. 영화 파묘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해요. 무당이 아니면서 무당의 세계를 리얼하게 그렸어요. 꼭 읽어보시길...

감은빛 2025-10-06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까지는 해마다 이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사서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 올해는 신경도 못 썼군요. 올해도 나왔겠지요? 찾아봐야겠네요.

페크pek0501 2025-10-09 11:10   좋아요 0 | URL
올해 것도 나왔지요. 할인가 6930원이라 나오네요. 저는 이것도 갖고 있어요.
요즘 작가들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죠. 이상문학상 작품집보단 낫다고 저는 생각해요.^^
 

어느 일요일 오후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른다. 현관문을 열고 보니 젊은 남자였는데 위층에 산다고 한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우리집의 세탁기 소리가 시끄럽기 때문이란다.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작동시키면 자동으로 수도꼭지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도 귀에 거슬리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도 귀에 거슬린단다. 나는 우리집 세탁기 소리가 요란한 것은 맞다며 인정해 주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수압이 높아 물소리가 크게 나는 것 같아 약하게 줄인 것이 그 정도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친절히 대했던 것은 그가 깍듯이 말했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 예의 없이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면 나 역시 곱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을지 모른다. 그는 그동안 많이 참았다고 덧붙인다. 아랫집이 아니고 윗집이고 보면 그 이웃은 아파트 ‘역층간 소음’을 호소하러 온 것이다.

 


그 이웃은 혼자 사는데 평일에는 직장에 다녀서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오니 상관없었으나 오늘 같은 일요일에는 집에서 하루 종일 지내서 세탁기 소리를 참기 어렵다고 한다. 공감이 갔다. 나는 소리에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예민한 부분이 있지 않겠는가. 내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세탁기를 돌리지 않겠다고 답변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에 또 다른 소음은 없냐고 내가 물었다. 그러자 밤늦게 수돗물 쓰는 소리가 들린다며 안방 쪽 욕실에서 그 소리가 전달되어 잠을 자려고 할 때 방해가 된다고 한다. 둘이 얘기를 하고 보니 짐작이 되는 게 있었다. 내가 잠자기 전에 안방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하는데 그때 수도가 틀어져 있는 동안 발생하는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소리는 위로 올라간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밤 10시 이후에는 그 욕실의 수도를 틀지 않겠다고 그에게 약속했다. 10시 안에 샤워를 끝내면 될 일이었다.

 


그리하여 요즘 난 주말에는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매일 밤 10시 이후엔 안방에 딸린 욕실의 수도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욕실은 나만 사용하니 우리 가족 중 나만 조심하면 되는 일이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밤늦게 씻어야 할 때는 거실에 딸린 욕실을 사용하면 된다.

 


그가 우리집 위층으로 이사 온 것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이 집에 우리 가족이 10년이 넘도록 살면서 소음 피해에 대해 언급한 이가 그가 처음이었다. 나는 그에게 ‘예민한 총각’이라는 닉네임을 붙여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가령 밤에 식구들 말소리가 커지면 “크게 말하지 마. 위의 예민한 총각이 초인종 누른단 말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 식구들은 재밌는지 웃는다. 하지만 나는 그가 또 찾아올까 봐 겁이 나서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다. 

  


처음엔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이사 오는 바람에 내 마음이 불편해져 운이 나빴다고 여겼다. 그런데 평일에 세탁기를 돌리고 늦지 않은 시간에 씻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소음 문제로 인해 뜻밖에도 두 가지 장점이 생겨서다. 첫 번째 장점은 주말엔 세탁기로 빨래를 할 수 없으니 집안일이 줄어 토요일과 일요일이 한가한 날로 느껴지는 점이다. 우리집은 남편과 둘째 아이가 매일 땀에 젖은 운동복을 벗어 놓아 빨래가 많은 편이다. 나는 빨래가 다 마르면 빨래의 먼지를 털고 나서 개어 각각의 옷장에 넣는다. 이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으니 주말이 한가한 날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저녁 식사 뒤 샤워 시간을 미루게 되는데 밤 10시가 넘으면 수도를 틀 수 없으니 일찍 씻는 좋은 습관을 들이게 된 점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말미암아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세상이 되었다. 층간 소음을 이유로 다투다가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하니 그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다. 소음으로 고통받아 호소를 하는 쪽이나 호소를 듣는 쪽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일 게다. 그래도 내 경우 양측이 타협점을 찾아 원만히 해결한 셈이니 다행이다. 그리고 소음 문제가 있는 나쁜 상황에서 두 가지 장점이 생겼으니 이것으로 위안을 삼으련다.



부산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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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09-10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흐음...층간 소음 문제를 페크님처럼 해결할 수도 있군요!
보통 조심하겠다고 하고 그 빈도를 줄이는 경향이 있는데 페크님은 완전히 제로 상태를 만들어 소음 발생을 원천 차단했네요. 근데 아파트 층간 소음은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구요. 내가 소음을 발생하지 않았는데, 소음은 퍼지는 경향이 있어 내 집에 와서 따지면 저는 화가 나더라구요..
이런 건 관리사무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세대간 소통은 싸움이 날 확률이 커집니다.
근데 정말 페크님의 결단이 놀랍긴 합니다~~

페크pek0501 2025-09-11 16:57   좋아요 1 | URL
저의 경우 예의 바른 이웃을 만난 덕이니 운이 좋았던 거죠.
야무 님 말씀이 맞습니다. 바로 위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대각선의 아랫집인 경우가 있어요. 84제곱미터, 라는 영화를 보면 소리의 진원지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 오해하거나 오해받아 주민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장면이 있어요.
결단, 이라고까지 말씀하시니 황송합니다. 제가 착해서가 아니라 간이 콩알만해서 웬만하면 타협을 봐서 제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쪽을 택합니다.

바람돌이 2025-09-10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아파트는 덜한데 예전 아파트 살때는 위층 아이들 뛰는게 장난 아니었어요. 애가 커서 안 뛸때쯤 되면 이사를 가서 새로운 어린이가.... ㅎㅎ 하지만 우리집 애들 어릴 때 아랫집에서 참아주신거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이더라구요.

생활소음도 참 힘든데 저희집은 애들이 늦게 들어와서 늦게 씻으니 항상 신경쓰이는데 다들 점잖으신지 아무 말씀 안해주시네요.

페크pek0501 2025-09-11 17:0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과 같은 경우가 많지요. 애들이 뛰는 건 통제할 수 없으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아파트 지을 때 신경 써서 층간 소음이 나지 않게 해 주면 좋겠어요.^^

카스피 2025-09-10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소음 문제는 사실 건설사의 부실한 시공탓이 제일 크지요.실제 아파트 시공 기술이 없었던 초기 아파트들의 경우 오히려 무너지지 않게 철근이나 시멘트를 많이 써서 층간 소음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층간 소음은 물리적으로 해결이 힘들기에 두분처럼 서로 양해를 구하고 협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것 같습니다.페크님 정말 굿굿이에요^^

페크pek0501 2025-09-11 17:01   좋아요 0 | URL
부실한 시공 뉴스를 보면 화가 나요. 그래서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니까요.
그렇군요. 굿굿, 감사합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9-10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엔 저희 윗집에서 애들이 뛰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데 저희 아랫집이 저희가 소음 낸 것으로 오해해서 한동안 갈등이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대화를 통해 풀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상호간에 예의를 갖추고 대화를 통해 문제상황에 대한 얘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것이 서로 간의 오해 또는 갈등을 없앨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페크님 글 읽다가 층간소음 관련하여 경험했던 것이 생각 나서 글 남깁니다. 그리고 페크님도 대화로 잘 푸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페크pek0501 2025-09-11 17:03   좋아요 2 | URL
세 집이 연결되어 소리가 나는 경우, 저도 신혼 때 경험이 있네요.
대화로 풀 수 있어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구단씨 2025-09-10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고 저희 동생도 그렇고, 층간 소음 때문에 힘든 시간 보냈는데,
페크님 말씀처럼 대화하는 방식도 해결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듯해요.
불편함을 호소할 때 정중한 말투로,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찾는 일이요.
일상의 습관을 조금 변경하면 해결되는 문제도 있을 수 있겠네요.

페크pek0501 2025-09-11 17:04   좋아요 1 | URL
구단 씨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정중한 말투, 예의를 갖추어 불편한 점을 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층간 소음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 같습니다.^^

감은빛 2025-09-11 0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층간 소음은 참 쉽지 않은 문제죠. 저는 가끔 새벽 대여섯시쯤 윗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 원망하곤 했어요. 하필 내가 이 집에 이사 왔나, 하필 내가 저들 아랫집에 들어왔나 하면서. 요즘도 가끔, 특히 주말에 새벽 잠을 깨우곤 하는 윗집이지만, 뭐 별 도리가 없죠. 대신 저는 밤에 절대 세탁기 안 돌리고, 소음을 내리 않으려 조심할 수 밖에 없죠.

페크pek0501 2025-09-11 17:09   좋아요 0 | URL
윗집에서 세탁기 소리에 새벽에 잠을 깨시다니... 제가 다 안타깝네요. 잠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요. 그런 건 말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세탁기 돌리는 시간을 변경해 줄 것 같아요. 그 새벽에 돌린다는 것은 이웃에는 들리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 아닐까요?
저도 아침부터 세탁기를 돌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늦게까지 공부하고 늦잠 자는 학생이나 취준생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집 애들이 주말이면 늦잠을 즐겨 자서 잘 알죠.^^

희선 2025-09-11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리에 예민하군요 가끔 위층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들리기도 해요 위층에서 소리를 크게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위층에서 새벽에 소리 들리는 날도 있어요 뭔가 끄는 소리... 그냥 지냅니다 옆집에서 공사하고는 옆집에서 물을 틀면 소리가 크게 나요 그건 오래 나지 않으니 뭐라 하기 어렵기도 하네요 늘 들리는 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페크 님은 뭐든 좋게 생각하시는군요 이야기하고 좋게 해결돼서 다행입니다 페크 님이 조심해야 하는 거지만... 아래층 소리가 위층으로 올라가기도 하는군요 거의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건지 알았어요


희선

페크pek0501 2025-09-11 17:17   좋아요 0 | URL
길게 나지 않는 소리는 참을 만한데 리모델링 공사로 하루 종일 소리가 나면 저는 책이나 노트북 들고 카페에 갑니다. 양해를 구하고 공사하는 것이라 뭐라 할 수도 없고 귀는 따갑고...ㅋㅋ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어요.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여럿이 말하고 있다는 건 느껴지지요. 어느 집엔 손님이 왔는지 소리가 막 퍼지기도 하고요. 소리가 올라옵니다. 아파트 소음 문제는 심각한 것 같습니다.
뭐든 좋게 생각하는... 이를 테면 긍정적인 마인드로 해결한 걸까요?^^

서니데이 2025-09-11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동주택에 거주하면 이웃집 소음을 피할 수는 없는데,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지내는 시간도 많고, 세탁 회수도 많으니 이웃집에서 조금 더 크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불편한 점을 잘 설명한 이웃분도 좋은 것 같고, 시간을 바꿔서 피해를 줄이는 페크님의 생각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저희집 이웃분들도 무척 좋은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페크pek0501 2025-09-12 10:12   좋아요 2 | URL
이웃의 소음은 아파트의 단점이죠. 저도 그 이웃이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분들이 우리집 소음을 참아 주었다고 생각하니 그 분들이 고맙게 느껴졌어요.
오늘은 선풍기를 켜지 않아도 될 만큼 덥지 않은 날이네요. 늦여름이에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5-09-28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예민한 분인가 봅니다. 한때 윗층의 소음 때문에 힘든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윗층에서 아이들이 엄청 뛰는 소리가 들렸는데... 집중하지 않으니 들리지 않더라구요.
조금씩 배려하는 노력이 있어야 원만한 이웃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요.
시원해서 좋은 계절이네요. 9월이 가는 게 아쉽기도 합니다. 책도 많이 못 읽어서요.ㅠㅠ

페크pek0501 2025-09-30 21:18   좋아요 1 | URL
예민한 분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살기가 힘들 테니 이해해 줘야 할 것 같아요.
이웃 덕분에 에세이 한 편을 썼네요.ㅋㅋ
저도 무슨 소리가 나면 티브이 소리를 높이거나 음악을 틀거나 해서 다른 쪽으로 집중하려고 합니다. 저도 오늘이 9월의 마지막날이라 좀 섭섭한 느낌이 듭니다.
가을이 짧지 않기를 바라게 되네요. 좋은 계절은 왜 그리 짧은지요...
좋은 가을이 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채근담에 ‘병가이보신(病可以保身)’이란 글귀가 나온다. 나에게 찾아온 병은 오히려 내 몸을 보호하고 조심하는 계기가 된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해 주는 좋은 통계가 하나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환자이다 보니 건강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이겠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어록집이다. 



산림은 아름다운 곳이로되 한 번 집착하면 문득 시장판이 되고, 서화(書畫)는 우아한 일이로되 한 번 탐하면 문득 장사꾼이 된다. 대개 마음이 물들지 않으면 욕계(欲界)가 곧 신선이 사는 곳이요, 마음이 붙잡히면 즐거움이 넘치는 곳도 괴로움의 바다가 된다.(147쪽)


→ 글씨와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내야지 탐하게 되면 우아함이 없어진다.

 


이루어진 것이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 알면 이루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굳지는 않을 것이고, 사는 것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면 삶을 보전하려는 길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않게 되리라.(166쪽)


→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리라. 



의로운 선비는 천 승을 사양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은 한 푼을 다투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명예를 좋아하는 것도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천자는 나라를 다스림에 생각을 괴롭히고 거지는 음식을 얻으려고 부르짖으니 그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애타는 마음이 애타는 소리와 무엇이 다르리요.(173쪽)


→ 내 생각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의 대통령이나 한끼 식사를 구걸할 때의 거지나 스트레스 지수가 비슷할 것 같다. 


뉴스를 통해 판사 출신의 정치인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냥 판사직에 있어 편안하게 사는 게 낫지 뭐 하러 정치판에 뛰어들어 저런 수모를 당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 정치인은 정치를 해 서는 안 되는 인물로 나는 평가한다.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얽매임과 벗어남은 다만 제 마음 속에 있으니 깨달음을 얻으면 푸줏간과 술집도 극락 정토가 되리라. 그러지 못하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풀을 가꾸어 즐김이 맑을지라도 끝내 악마의 방해에서 놓이지 못하리라. 옛말에 “능히 쉬면 속세도 극락이 될 것이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되리라.”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로다.(177쪽)


→ 저택에 살면서도 심한 우울증을 앓아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감방에서도 집필하며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일 터. 


그러나 제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게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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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8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판사 안해서 다팽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나쁜짓을 많이 했을지말이죠. 지금은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니 욕이라도 먹지말입니다. ㅎㅎ
시원한 바다 사진이 용궁사인가요? 미음이 좀 시원해지네요.

페크pek0501 2025-09-08 11:25   좋아요 1 | URL
앗, 제가 놓친 점을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존경이나 받으며 우아하게 판사직에 있을 일이지 뭐하러 저렇게 사나, 했던 거죠. 그런데 바람돌이 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참 옳은 말씀이네요. 학벌도 좋던데 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 편견 가득한... 이쯤 하겠습니다.
사진은 부산에 놀러갔을 때의 사진입니다. 용궁사가 맞을 듯해요. 층계가 많았어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5-09-08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 말씀이 틀린 말이 하나 없네요. 어렸을 때부터 여러 면을 볼 줄 알고,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제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는데, 아직도 저라는 사람은 많이 부족하기만 하네요.

요즘을 생계를 위해 몸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참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 싶어요.

페크님 덕분에 오랜만에 고향 바다를 보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9-08 22:27   좋아요 0 | URL
인터넷도 없는 시대에 명문을 쓴 이들을 보면 천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과거를 돌아보면 어리석은 짓을 참 많이 했다는 걸 느껴요.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현명하기란 왜 이리 어려운지... 현재도 똑같은 실수, 실언을 합니다.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는 감은빛 님의 말씀을 읽으니 김훈 작가의 밥벌이의 지겨움, 이란 표현이 떠오르네요. 아이들이 취직을 하게 되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감은빛 님이 부산의 사나이, 이셨군요. ㅋㅋ^^

카스피 2025-09-08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근담을 필사하고 계시는군요.채근담은 중국에서는 그닥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히려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있는 책이라고 하는군요.
제목은 나물뿌리이야기란 뜻인데 제목그다로 부귀영화를 바라지않고 담백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잠언집인데 필사하시면서 마음의 수양을 닦기 좋은책인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9-08 22:30   좋아요 0 | URL
채근담은 필사하기 딱 좋은 책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히려 인기가 있는 거군요.
잠언집 스타일을 제가 좋아합니다. 니체의 책 중에도 있고 팡세도 있죠. 채근담은 조금씩 읽고 있어서 이제 195쪽까지 읽었네요. 마음의 수양을 닦기도 좋고 저의 경우엔 생각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