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콩국슈우~~~ ㅠ_ㅠ
콩국수(전라도에선 콩물국수라고 하는데 난 광주댁이다 ^^)를 좋아하는데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음식이다. 아니 마트에서 파는 콩물을 사다가 국수만 삶아서 해먹는 콩물국수는 작년까진 자주 먹었다. 그보다 먼저 아이들이 더 어릴때는 두유를 사다가 콩가루 넣어서 먹기도 했고... ㅜㅜ
작년엔 이웃에서 콩물국수 해 먹으라고 콩을 가져왔는데도, 콩만 삶으면 되는데 한번도 안 해봤다는 것 때문에 자신이 없어 볶은콩을 만들어 먹었다. 내일이면 오십인데, 이 나이에도 안 해본 음식은 도전하기가 어렵다니~~ 주부 20년 경력이 무색할 지경이다. 며칠 째 휴가라고 음식도 안하고 김치찌개와 일본서 사온 카레로 만든 카레라이스로 버텼는데, 너무 염치없고 미안해서 휴가 마지막 날 콩물국수를 만들었다. 어제부터 불려 논 콩을 삶아 믹서기에 갈고 국수 삶아서 상을 차리기까지 한 시간이면 되던데, 지금껏 겁내고 게으름 부린게 어이 없었다. 자~ 사진으로 인증 샷! ^^
아니~ 왜 이렇게 사진이 시커멓게 나온 거야?
위에 얹은 고명은 냉장고에 있던 청홍고추와 상추, 그리고 날마다 먹어대는 복숭아~ ^^

처음으로 엄마가 100% 제조한 콩물국수를 먹어대며 주절거리던 우리 삼남매의 대화, ^^
셋이서 신나게 주고받은 얘기를 엄마 마음대로 편집했다. 국수를 먹어가며 엄마를 놀려먹느라 아주 신이났다. 신이 났어~ ㅋㅋㅋ
"알라딘에서는 우리가 잘 먹고 사는 줄 알거야. 정말 착각이지!"
"어머~ 순오기님, 이런 것도 할 줄 아세요? 도대체 순오기님이 못하는 건 뭐예요? "
"나도 이 다음에 순오기님처럼 살고 싶어요. 책도 많이 읽고 음식도 잘 만들고..."
"어머 어머~ 나 오늘 콩국수 먹고 싶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
.
.
아무리 씹어대도 순오기는 꿋꿋하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잘 살아요~~~ㅎㅎㅎ
오늘 만든 콩물국수 레시피에요.^^
1. 콩을 충분히 불린다. (전날 담가 놓으면 100% 확실함)

2. 불린 콩을 소금 약간 넣고 삶는다. 오래 삶으면 메주콩 냄새가 날 수 있으니 포르르 끓으면 뚜껑을 열고 저어주면서 조금 두었다가 바로 끈다. 콩을 먹어봐서 선내가 안나고 고소하게 씹히면 된다. (사실 요게 겁나서 안했는데 별거 아니더라~~ 콩 씹어보니까 고소함이 막 느껴지더라는.^^)
삶은 콩을 바로 건져 찬물에 식힌다. 식힌 물을 버리지 말고 콩을 갈때 다시 쓴다.

3. 믹서기에 넣고 간다. 콩을 많이 넣으면 걸죽해서 갈리지 않으니까 콩과 물을 반반 정도로~ 사진은 물이 적고 콩이 너무 많다. 믹서기에 콩을 절반 넣고 나머지를 물로 채우면 될 듯... 이때 식히는 과정에 쓴 물을 넣으면 된다. 콩껍질도 골라낼 필요없다. 콩껍질이 영양덩어리라는 건 검증되었으니까~

4. 내가 갈은 콩물은 물을 많이 넣지 않아 걸죽했다. 조금 더 곱게 갈았으면 좋겠는데 우리 믹서기는 더 곱게 되지는 않았다.

5. 삶은 콩물을 버리지 말고 갈아 놓은 콩물과 농도를 맞춰가며 섞는다. 삶은 콩물이 제일 고소하고 영양도 많다.

6. 소금으로 간도 맞추고 농도를 맞췄으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국수를 삶는다. 국수는 물이 끓을 때 고루 펴서 넣고 가끔 저어 준다. 국수를 넣고 끓어 오를 때 반컵의 물을 보충하고 끓이기를 두번 정도 하면 적당하다. 너무 불어터지거나 설익지 않은 국수 끓이는 비결이다.

7. 알맞게 삶아졌으면 바로 찬물에 식힌다. 식힌 찬물에서 헹구어 적당량의 사리로 만들어 놓는다.

우리 아들은 국수를 좋아해서 두 덩어리가 기본이다.^^ 야채가 없어 처음에는 복숭아와 콩가루만 고명으로 올렸는데, 냉장고에 있는 상추와 고추가 생각나서 처음에 올린 사진이 나온거에요. ^^

사랑하는 알라디너 여러분, 한 그릇씩 드시와요~~ 타고난 미식가 아들이 고소하고 맛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