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음.

영웅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간질거린다. 그런거 딱 질색이다... 라고 말했었다.

스파이더맨은 키스 씬 빼고는 볼게 없었고, 배트맨은 아예 관심밖이었다. 그 밖에 모든 영웅물에 대해 나는 그저 심드렁했다. 난 영웅이 있을거라 믿어본 적도 없거니와 상징성이 내포하는 모든 것에 콧방귀를 날리는 쪽에 서 있었다. (과거형이라는 데 주목)

그런데 다크 나이트를 보러 가면서는 좀 달랐다. 호평에 기대어 나도 뭔가 기대를 하긴 했다. 좀 다른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것 같다.

근사한 배트맨 수트나 차, 오토바이 이런것 따위는 뭐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다. 히스 레저가 떡칠 화장 속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라지고 없는 것에 더 절절해 지는 감정 이입이 분명 있었으리라. 히스 레저, 당신은 이제 다른 곳에서 행복한가요?

제법 긴 러닝타임의 거의 마지막 즈음에 빛나는 대사들이 사정없이 튀어나와 주신다. 비록, 불꽃 놀이 내기의 결말에 대해서는 혀를 찼지만 조커의 입에서 나왔던 숨막히는 그 촌철살인 대사들은 잊을 수 없다.

하비 덴트의 광기가 가속도를 내며 변모하는 과정도 너무 급작스러워 좀 아쉽긴 하지만 결국 조커의 승리로 게임이 끝난다는 부분은 확실히 현실적인 결말이다. 슬프지만 진실.

대책없고 우매한 민중, 두 얼굴을 한 인간의 본성. 광대들, 광대(옷을 억지로 입은 사람)들.  그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도시라면 어느 곳이라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블록버스터 치고 상당히 무겁고 정치적이다. 그런데 그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게 이 영화의 빼어난 점이다. 세상은 웃지 않는 자의 입을 칼로 찢어 웃게 만드는 잔인한 곳이기에 모두 영웅 이야기에 빠져드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내 입은 오래전 부터 찢어져 있었다. 다만, 찢어진 줄 모르고 산 세월이 오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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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년 7월까지 본 영화 기록
    from 파피루스 2008-08-10 10:00 
    '영화 이야기'란 카테고리를 만들때는, 내가 본 영화 후기를 열심히 남기려고 했는데......쓸데없는 뻘짓하느라 정작 많이 남기지는 않았다. ㅜㅜ 아침에 낡은구두님과 바람구두님 페이퍼에 자극 받아 요거라도 남긴다.ㅎㅎㅎ 작년에는 극장에서 본 영화만 45편이었고 지역 영화관 사이트에 후기를 남긴 건 25편이었다. 작년에 나랑 같은 영화를 많이 보신 아프락사스님(26편)과 혜경님(19편)께 책선물 했었고, 물론 올해도 할 예정이지만... ^^
 
 
Mephistopheles 2008-08-0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 안읽었었요...전 아이맥스 가서 꼭! 볼꺼에요.

이리스 2008-08-10 11:18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맥스에서 보려 했으나 같이 본 일행이 갑자기 취소하는 바람에;;

순오기 2008-08-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본문 읽었어요.^^ 조금 있다 조조보러 갈 거에요. 우리애들은 어제 심야 갔다 왔어요. 심야는 5천원, 조조는 4천원~ '땅 파 봐라 천원 나오나' 메피님 페이퍼에 찔려서 천원 더 비싸게 주고 못 봐요.ㅎㅎㅎ돈도 안 버는 녀석들이 천원을 우습게 알아요.ㅋㅋ우리 아들은 영화비 버느라고 어제밤 부족한 돈은 자기 서재에 리뷰 세편 올리고 받았어요.ㅋㅋㅋ
아~ 히스 레저~ 보고 싶당!ㅜㅜ

이리스 2008-08-10 11:19   좋아요 0 | URL
요즘 같은 날씨에는 땅파다가 쓰러집니다요. -_-;;
순오기님처럼 아들딸 데리고 극장가고 싶은 1人 !

비로그인 2008-08-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들이 나오는 영화 제목 내지는 영화는, '보이'가 나오는 밴드 이름만큼이나 저와는 거리가 멀었다지요. 히스 레저가 나온다니, 하지만 무척 솔깃합니다.

이리스 2008-08-13 00:46   좋아요 0 | URL
그쵸? 히스레저라니 모든게 다 끄덕여집니다.
그의 부재가 만드는 파워가 더 커진것도 한몫할터..

다락방 2008-08-1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엑스맨과 배트맨을 사랑해요. 엑스맨의 울버린과 배트맨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예요. 특히 배트맨은 팀 버튼의 것이 좋았어요. 1탄의 '마이클 키튼' 상대역은 '킴 베이싱어'가. 배트맨은 모조리 다 봤어요, 다.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몇번이나 울뻔했어요. 자막이 올라가면서 히스 레저를 추모하며, 라는 문구를 봤을때는 목이 다 메었지요.

히스 레저가, 조커가, 배트맨이 슬펐는데,
참 이상도 하지요.
심문실에서 조커가 배트맨에게 마구 맞을 때, 그때가 가장 슬펐어요.
영화속에서 그 광인을, 그 악인을, 그 나쁜놈을 때리는데
저는 속으로
'때리지마, 그러지마!'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슬퍼요, 낡은구두님..

이리스 2008-08-13 00:47   좋아요 0 | URL
1탄은 날밤새고 술기운을 누르며 겨우 봐서 -_-;;

아이구, 이래서 내가 락방님을 만나야 해요. 만나서 확,,, 안아줄테야요.

우리는 악인에게 곧 동화되곤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