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의 꿈 낮은산 너른들 1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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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검은색으로 표현한 삽화가 인상적이다. 들소의 눈빛도 강렬하다. 삽화와 함께 읽는 들소국 이야기는 흥미롭다. 들소와 인간을 축으로 그려내는 전쟁과 평화이야기로, 한 챕터씩 교차 진술된다. 세상은 평화를 원하지만 욕심 많은 들소대왕과 인간은 전쟁을 일으킨다. 평화로운 들소국에 인간이 침략하면서 그곳의 평화는 깨진다.  

 

우등들소와 열등들소로 나누어 차별하는 들소국에서 주눅들어 사는 깨진뿔과 소맥국의 전쟁에 재건대로 불려가게 된 농부 용신은 깨진뿔의 새끼인 큰머리를 구하게 되고 친구가 된다. 굶주리는 날이 계속되지만 새끼를 가진 아내를 위해 먹을 걸 찾아야 하는 깨진뿔과 열등들소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질주가 금지된 곳으로 가려 한다.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선 먹어야 하고, 먹을 걸 구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강대국은 무슨 권리로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평화를 깨는지 묻게 된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에 동원된 재건대 한국군. 어른들은 은유와 상징을 읽어내는 독서가 되고, 어린독자라면 들소와 인간의 이야기로만 읽어도 전쟁의 고통과 평화의 소중함을 감지할 수 있겠다. 평화를 꿈꾸는 들소와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순님이와 결혼을 꿈꾸는 용신의 희망이 배어나온다.

 

살아 있는 생명의 소중함과 전쟁의 폐해를 고발하며,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에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깊이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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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달렸다 웅진책마을
김남중 지음, 김중석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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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가강연에서 <바람처럼 달렸다>는 제목으로 책이 나올거라고 했는데, 몇 해가 지나고 작가와 문학기행 일정을 잡고 읽게 되었다. 초등 3학년 때였던가, 외할아버지 댁에서 나보다 훨씬 큰 짐발이 자전거를 끌어안고 넘어진 후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이것도 일종의 트라우마겠지만 자전거를 타고는 싶어도 무서워서 배우지 못했다. 우리 삼남매가 아빠한테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 나도 배웠어야 했는데....ㅠ

 

이 책은 초등 5학년 동주를 주인공으로 자전거와 함께 일희일비하며 커나가는 성장동화다. 동주와 자전거 일화를 열두 개의 이야기로 담아내, 성장기 아이들이 겪었음직하고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겪었음직한 이야기라 공감이 된다. 자전거 한 대쯤 잃어버리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자전거를 배우고 바람처럼 달릴 때의 기분을 만끽한 독자라면 충분히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비록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몰라도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배우고 씽씽 달리며 좋아하던 걸 고스란히 지켜봤으니 그 기분도 알 수 있다.

 

우리아들도 세발자전거를 두 번이나 잃어버려서 온 동네를 헤집으며 찾아다닌 기억이 난다. 조금 자라서 두 발 자전거를 사주었는데 잠간 대문 앞에 세워두었다가 잃어버려서 다시 샀고, 두번째는 막 가져가는 걸 보고 쫒아가서 찾아왔던 일도 있었다. 딸들은 세발자전거나 두발 자전거를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유독 아들만 번번히 잃어버렸는지 참.... 그만큼 관리에 소홀했다는 거겠지. 딸들은 자전거를 타다가 놀이에 빠져 방치하지도 않았고, 문간에 세워두고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없었던 거 같다. 아끼는 자전거를 꼼꼼하게 잘 챙겼다는 얘기다.

 

열두 편의 자전거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나도 자전거를 타고 동주처럼 바람처럼 달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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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4-07-08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생각나요.
순오기님 리뷰를 읽고 난 느낌으로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보다는 이야기가 좀 더 밝을 것 같은데..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더래서 요 책도 기대가 됩니다.
우리 세 아이들은 자전거를 잃어버린 적은 없는데
우리 꼬맹이 막내가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 동생에게
자전거를 주고 들어온 적은 있어요.
집에 들어와서는 "엄마, 자전거 OO이 줬어"하고 당당하게 말하더군요. ㅜㅜ

순오기 2014-07-12 02:49   좋아요 1 | URL
불량한 자전거 여행~ 재미와 감동이 있죠.
막내는 남다른데가 있군요. 크게 될 인물인 듯...^^

수퍼남매맘 2014-07-10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전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잘 못 타요.
자전거 잘 타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요.
우리 애들도 엄마 닮아 두 발 자전거를 아직 못 타요. ㅠㅠ

순오기 2014-07-12 02:50   좋아요 1 | URL
수퍼남매맘님도 자전거 트라우마 있군요.ㅜㅜ
뭐든 배울 시기가 지나면 배우기도 쉽지 않죠.
 
새 나라의 어린이 푸른숲 역사 동화 8
김남중 지음, 안재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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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의 계절이다. 후보들마다 공약을 쏟아내고 목청 돋운 선거유세에 피로감이 쌓인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고 TV토론을 지켜보는 것은 좀더 나은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힘과 권력, 부와 권력이 함께 따른다는 것을 이미 몸으로 익혀온 우리들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간다. 허나 그런 사회를 만들어낸 것도 우리들이고 그 폐해를 는 것도 우리들이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주자고 선거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지만,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죄가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고 있다. 법과 정의는 가진자의 편이 되고 없는 자에겐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원죄를 잉태한 친일파 문제를 제대로 알려주고자 머리끈 질끈 동여맨 동화가 나왔다.

 

새 나라의 어린이란 제목을 보니, 동요 하나가 떠오른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 노래는 광복 후 처음으로 창작된 동요로 광복의 기쁨과 다짐이 담겨 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요즘엔 잘 부르지 않지만, 과거 우리가 꿈꾸던 새 나라 모습이라 할 수 있다.새 나라의 어린이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버무려진 역사동화다. 1945년 일제치하에서 해방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특위 활동을 어린이 눈높이로 풀어냈다.

 

  부모를 여의고 당숙네 가게에서 심부름하며 춥고 배고픈 설움을 견디는 열세 살 노마가 주인공이다. 노마는 일제강점기 징용에 끌려간 형 정식이 돈을 많이 벌어 돌아오면 고생이 끝날 거라 믿는다. 하지만 남루하게 돌아온 형은 친일파 앞잡이였던 야마다(노칠득)를 잡으러 쫒아 다닌다. 형과 배고프지 않게 살기를 바라는 노마와 친일파 처단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형,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돈만 벌면 된다는 당숙의 갈등이 그려진다. 친일파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은 결코 하나가 되지 못한다.

 

해방 뒤 서울은 곳곳이 싸움터로 변했다. 좌익은 소련을 지지했고 우익은 미국을 지지했다. 좌익은 우익을 민족 반역자라 불렀고 우익은 좌익을 빨갱이라 부르며 서로 피 터지게 싸웠다.’ (14~15)

 

  일제강점기 친일파로 부와 권력을 누렸던 이들은, 남한의 독립된 정부에서도 요직을 차지했다. ‘반민특위가 거물급 친일파를 잡아들여 곧 친일청산이 이루어질 거라 기대했지만,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의 결탁으로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친일파 척결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민족의 숙원이었던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 활동을 중심으로, 위험에서 노마와 만난 앨리스와 미군정의 딘 중위, 앨리스 가족의 뒤를 봐주며 또 다른 욕심을 채우려는 최남수 사장, 정식이 찾는 첫사랑 순희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삶과 진실이 드러난다. 노마는 친일파 순사에서 경찰로 변신한 노칠득에게 잡혀 허물어진 형을 보면서, 친일파보다 힘센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는 거 같다고 느낀다. 친일파를 건드리면 다치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사회를 배우며 어른이 돼 가는 노마의 생각이 정말 옳은 것일까? 친일파 청산도 사라져 올바른 역사세우기도 할 수 없는 사회가 과연 우리가 꿈꾸던 새 나라인지 되짚게 된다.

 

  앨리스 일기장은 답답하고 안타까움에 한숨짓던 독자에게 반전을 선사한다. 앨리스는 미국인이 아닌 프랑스인이라며 친독파를 철저히 심판했던 프랑스 얘기를 들려준다. 신분을 숨기고 비겁하게 숨어 살아 온 진실을 밝히고 죗값을 치르기로 결심했다는 앨리스 고백은, 노마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닫게 한다. 비록 반민특위 해체로 친일파 청산은 실패했지만, 정식이 형이 꿈꾸었던 정의가 바로서는 새 나라를 만들어 갈 과제가 남은 것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서해 카페리호 사고에서 얻은 교훈을 망각한 우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만들고 세월호 침몰로 고귀한 생명들을 수장시켰다. 총체적 부정과 부패한 사회를 만들어버린 우리의 죄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잘못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직도 친일파들이 득세하는 나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애국지사의 후손들은 가난하고 타국에서 살게 하는 나라가 새 나라인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새 나라를 세워갈 수도 없다.

 

   노마와 같이 만들어야 할 새 나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고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나라가 우리들이 꿈꾸는 새 나라다. ‘새 나라의 어린이노래로 각인된 새 나라는 이미지가 고착되었지만, 우리들이 꿈꾸며 날마다 만들어갈 새 나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진정한 의미의 새 나라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런 새 나라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이 진짜 새 나라의 어린이’가 아닐까?

 

  부록으로 실은 동화로 역사 읽기에는 반민특위에 관한 정보와 사진 등 친일파 청산 배경과 의의를 담아 새 나라의 어린이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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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5-27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체적 부정과 부패한 사회를 만들어버린 우리의 죄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잘못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네, 순오기님.
일제 때 친일한 사람들이 새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독립운동했던 사람들을 또 잡아가고. 뭔가 잘못되기는 했는데, 아...
이제는 너무 시간이 많이 흐른것 같기도 하구요. 지금이라도 '새 나라'가 가능할까요?
요즘엔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나네요...

순오기 2014-05-28 20:34   좋아요 1 | URL
예~ 첫단추를 잘못 끼운 죄가 큽니다.ㅠ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꼭 해야 할 일이지요~ 새나라가 될려면!!

2014-05-28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4-05-30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새나라의 어린이는~~~하고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네요.
제가 요새 읽고 있는 <행복의 추구>에는 미국의 4,50년대의 공산주의자 색출에 대한 부분이 나와요. 그 부분을 읽으며 숨이 막히더라구요. 어떤이는 밀고자로, 어떤이는 피폐한 삶에 자살을 선택하게 만드는데 무섭더라구요.
세상은 변하고, 그 변화가 더딜지라도 결국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요.

순오기 2014-05-31 02:37   좋아요 1 | URL
'새나라의 어린이'를 불렀던 세대~ ^^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정말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은 세상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며 투표 결과에 관심 집중!!
 
[일수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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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가 전작에서도 이런 글쓰기를 했나? 앞 뒤 문장이 대비되는 재미난 글쓰기에 새삼 놀랐다.

책날개 작가소개에는 '책을 엄청 적게 읽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어린이 이야기를 써서 동화 작가가 되었다.'고 쓰여 있다. 어린 시절 작가가 책을 적게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어린이 이야기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주인공 비읍이다.^^ 2010년 12월 광주대에서 만난 작가는 솔직함이 그대로 느껴졌었다. 자신의 성장비화를 진솔하게 들려주어 눈물나게 했고, 내가 저지른 언어폭력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했는데....

 

 

'일수의 탄생'에서 느껴지는 문장 유머에 숨겨진 작가의식을 새롭게 맛보는 즐거운 독서였다.두 번을 읽어도 여전히 대비되는 문장의 맛이 살아났다. 첫 페이지부터 대비되는 문장의 향연을 잠시 맛보자면...

 

부부가 사는 마을은 예로부터 물 맑고 인심이 좋았다는 얘기가, 구청 홍보 자료에만 있었죠. 마을 개천은 공장 폐수로 오염이 되었고, 인심은 개천 물만큼이나 더러웠어요.(9쪽)

 

남편은 아내의 잘록한 허리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수줍게 웃는 걸 보고는,

  '이 사람과 결혼해서 날마다 저 못븡르 봐야겠다.'

하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함께 산 다음부터 아내의 수줍음이 사라졌어요. 입을 크게 벌리고 손뼉을 치며 웃었죠. 아내는 무럭무럭 살이 쪄서 결혼한 지 오년 만에 완벽한 항아리 형으로 변신했어요.(10쪽)

 

  '저 사람이 정말, 내가 사랑했던 깔끔한 남자?'

부인은 코를 쥐고 괴로워했어요.

  '이게 정말, 첫눈에 반했던 그녀의 허리인가?'

남편은 부인 똥배를 보고 한숨을 쉬었고요. 그렇다고 허구헌날 싸운 건 아니에요. 둘은 그럭저럭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부부로 살았어요.(11쪽) 

 

이혼도 불사할 만큼 싸우긴 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네 부부들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져 완전 감정이입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2010년에 작가님은 신혼이었고 남편이 광주까지 함께 와서 부부애를 과시했는데, 이제는 한 오년차 부부가 되었을 테니 그럭저럭 사는 부부의 삶을 체감하고 있을까?^^

 

첫 눈에 반해 결혼한 이들 부부가 15년 만에 얻은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황금색이 수북히 쌓인' 태몽과, '7월 7일 0시 4분'에 태어나 행운의 수 7이 겹친 출생일과, '일등할 때 일(一), 수재할 때 수(秀)의 '일수'라는 이름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땅의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좋은 태몽과 출생일이나 이름 짓기의 설레임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두 번을 읽고도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생각됐다. 부모들이 자식에 거는 기대와 말과 행동을 어찌하는지 돌아보게 되고, 그럴싸하게 잘난 어른이 나오지 않는 평범한 우리네 사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어른을 위한 동화로 읽혀졌다. 

 

완벽하게 중간이어서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일수는 엄마를 실망시키면 슬프고,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면 기뻐하는 보통의 아이였다. 언젠가는 돈방석에 앉혀줄거라는 엄마의 기대에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느끼지만, 그렇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먹는 일수의 모습은 평범한 어른들의 성장기를 보는 것 같았다. 내 부모도 나에게 거는 기대가 있었고, 때론 분수에 안맞는 꿈을 꾼다며 소망을 꺾어버리는 언행도 하셨다. 그렇게 자라서 엄마가 된 나역시 내 아이들에게 기대하면서도 아이의 꿈을 저버리는 짓도 했다는 걸 깨닫게 한 책읽기였다.

 

평범한 아이 일수에게도 '쨍'하고 해뜨는 순간이 왔다. 어설픈 붓글씨로 가훈을 써주고 번 돈 '62만 5천원'을 넣은 돈방석에 엄마를 앉게 했으니.^^ 수년 간 하고 많은 가훈을 써주었지만 정작 자기 집엔 가훈이 없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를 좌우명으로 삼았지만, 정작 너의 쓸모는 누가 정하느냐는 명필선생의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한다. 비로소 나이 서른이 넘어 자기 삶을 고민하고 정체성에 흔들리는 사춘기를 맞으며 집을 떠난다. '아들 백일수'가 자신의 인생관이라는 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어찌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던 일수가 자아찾기 여행을 떠났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발전이다. 다행히 무늬만 친구였던 일석반점의 '일석'이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 여행을 떠났다는 게 위로가 되었다. 일수네 문구점과 일석이네 중국집엔 석달 째 이런 쪽지가 붙어 있다는 마무리는 싱긋 웃게 한다.

 

당분간 가훈 못 써드립니다.

당분간 일반짜장, 짬뽕, 탕수육만 됩니다. 

 

 

'일수의 탄생'에서 발견한 또 하나는 자기 생각을 말할 때 '~같아요'를 쓰면 안된다는 걸 확실히 알려준 것!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붙어 있는 '~같아요'라는 말의 쓰임새는 초등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TV 인터뷰나 프로그램에서 잘못 쓰는 '~ 같아요'를 수없이 듣게 된다. 나는 그런 방송을 볼 때마다 구시렁거린다. "아니, 왜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 같아요' 라는 거야! 방송에서 저렇게 나오니까 모두들 습관적으로 쓰고 있잖아. 심지어 전문방송인들조차도 저렇게 말하다니...." 혀를 끌끌 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유은실 작가도 같은 느낌이었는지, 일수의 언어습관을 '~ 같아요'라고 그려내 콕 짚었다. 엄마들의 주문에 휘둘리는 아이들, 마치 로봇이 된 듯 엄마가 시키는대로만 하는 아이들이 소신이 있어도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일수가 자기 생각을 말할 때도 '그런 것 같아요' 라고 말해도 다그치치 않는 선생님도 나오지만, 많은 이들의 잘못된 언어습관을 일수를 통해 보여줌으로 바로잡는 계기를 주어서 좋았다. 또한 서현 그림작가의 리얼한 그림도 책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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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1-23 08: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꿀꿀페파 2014-01-22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순오기 2014-01-23 08:26   좋아요 1 | URL
수고가 많으십니다!^^

마노아 2014-01-23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수가 ~같아요를 남발할 때 얼마나 답답하던지요. 맘 같아선 꿀밤을 한대 때려주고 싶었어요.^^ㅎㅎㅎ

순오기 2014-01-26 09:57   좋아요 0 | URL
동감이요!!^^
나는 방송인들이 '~같아요'라고 할 때 특히 쥐어박고 싶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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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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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학교'라는 제목과 표지의 빨간 스타킹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이 책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쓴 작품으로 시어머니인 마거릿 포키악 펜턴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캐나다 북부 뱅크스 섬에서 어린시절을 지낸 마거릿은 아홉살에 캐나다 본토로 떠나 어클라빅에 있는 원주민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오로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직접 읽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이누이트 올레마운은 꿈많은 소녀였다.

 

'나쁘다'의 뜻을 찾아보면 '좋지 아니하다, 옳지 아니하다, 건강 따위에 해롭다'로 나온다.

'나쁜 학교'는 이 세 가지 뜻을 다 내포한 작품이다. 캐나다 뱅크스 섬에서 나고 자란 이누이트 아이들을 수용한 어클라빅 기숙학교에서 행해지는 일들은 좋지 않고, 옳지 않으며 건강에도 해롭다. 이누이트인들의 언어와 문화를 빼앗으려는 의도와 교육정책이 좋지 아니하고 옳지 않으며,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음식도 건강에 좋지 못하다. 올레마운은 오직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학교에 가기를 열망했건만 기숙학교는 바르게 가르치지 아니하고 강압적으로 모든 것을 행한다.

 

이누이트 올레마운은 기숙학교에 들어가 머리카락이 잘리고 이름은 마거릿으로 불리며 까마귀 수녀의 눈밖에 나 온갖 구박을 받으며 견딘다. 학교에 가기 전 아빠를 설득했던 말처럼 '바닷물이 돌멩이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그래도 맥퀼런 수녀의 따뜻한 돌봄으로 기숙학교의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고, 2년을 기다려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쁜학교를 두 해나 다니고 제자리로 돌아온 올레마운은 하얀 토끼를 만나 굴속으로 들어간 앨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고 고백한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이누이트의 모든 것을 회복하며 즐거운 삶을 펼쳐나감을 예고하며 마무리된다.

 

그 후 올레마운과 똑같이 호기심을 가진 어린 동생을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고집불통인 이누이트인은 상처에 대한 회복력이 강하고, 이누이트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선 나쁜학교에서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이 책은 참 친절하다. 올레마운이 살던 캐나나 북극지역 지도도 실려있고, 올레마운과 그 가족들에 대한 궁금증을 덜어주기 위한 사진도 들어 있다. 또한 이누이트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외지 사람들은 왜 올레마운네 지역으로 몰려들었고 원주민 기숙학교는 왜 만들었고, 기숙학교의 문제는 무엇이며 기숙학교를 나온 이누이트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부연설명을 실어놓았다.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의 것을 빼앗거나 강압적으로 하는 일들이 옳지 않다는 사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쁜학교를 읽으며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으며 일본식 국민을 양성하기 위해 소학교가 국민학교로 바뀌었고, 식민지 백성이 겪은 온갖 고초는 이누이트인들이 기숙학교에서 겪은 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럼에도 해방 후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바꾸는데 50년이 걸렸던가... 어디 어이없는 일이 그뿐일까마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과연 좋은학교인가? 자문하게 된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좋은 학교라 말할 수 없다. 교육불가능의 시대라 일컬어지며 경쟁을 부추기는 입시제도, 왕따와 학교폭력 등 자존감을 가질 수 없으며 청소년 자살율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나라가 되었으니....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시대도 아닌데 아이들이 행복한 좋은학교를 만드는 게 그리 요원한 일일까.... 우리문제를 생각하면 착찹한 책읽기였지만, 올곧은 정신의 이누이트 올레마운에게 응원을 보내는 즐거운 독서이기도 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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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1-18 0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순오기 2013-11-19 17:23   좋아요 1 | URL
^^ 수고가 많으세요!

BRINY 2013-11-19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 책, 관심이 가네요.

순오기 2013-11-19 17:24   좋아요 1 | URL
예~ 괜찮았어요!^^

꿈꾸는섬 2013-11-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해두어야겠어요.^^ 읽어보고 싶네요.^^

순오기 2013-11-28 01:48   좋아요 1 | URL
이 책 후편도 있는데 읽어보고 싶어요!

희망찬샘 2013-12-09 0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후편을 먼저 읽었는데... 이 책도 얼른 읽어봐야 겠어요.
요즘은 정말이지 책읽을 시간 훔쳐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책 살 때나 되어서야 순오기님 서재를 기웃거리고 그러네요.
여전히 바쁘시지요? ^^

순오기 2013-12-11 07:43   좋아요 1 | URL
다음 이야기는 아직 못 읽었어요.
책 살때 기웃기웃~ 저도 님 서재에서 새로운 책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