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지만, 좋다^^
삶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점검하게 한다.
압축된 의미로 표현된 시에는
시인의 나라도 있고
전쟁도 있고
아편, 담배도 있다.
그래서 그를, 알아야하고
배경을 이해해야하지만
인간에게는 보편성이 있다.
느낌으로
시인이 표현한 삶의 편린들로
그 속으로 들어가는 나를 만난다.
1914, 1915년에 쓴
‘승리의 송시, ‘해상 송시‘는
호몌로스의 서사시가 연상된다.
유럽의 작가들에게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아이스킬로스, 오뒷세우스는
그들의 길잡이이다
아, 이 바닥의 비밀 문으로 쿵하고 추락해 버려서 땅 구덩이에 묻힌다면 좋으련만! 삶은 나에게 순한 담배 맛. 인생을 피워 버린 것 말고는 평생 한 게 없구나.
결국 내가 바란 그것은 믿음, 평온, 그리고 이런 혼란스런 감각들이 없기를, 신이여 이제 그만 이걸 끝내 주오! 수문을 열어 주오 -내 영혼의 희극은 이걸로 충분해!
(1914년 3월, 수에즈 운하, 선상에서) - P27
(어린 소녀야, 초콜릿을 먹어. 어서 초콜릿을 먹어! 봐, 세상에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 모든 종교들은 제과점보다도 가르쳐 주는 게 없단다. 먹어, 지저분한 어린애야, 어서 먹어! 나도 네가 먹는 것처럼 그렇게 진심으로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면! 하지만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선, 은으로 된 종이, 은박 포장지를 뜯자마자 모두 다 땅에 버려 버린다. 삶을 버렸던 것처럼.) - P51
나는 나를 가지고 나도 몰랐던 걸 만들었고, 나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건 안 만들었다. 내가 입었던 도미노는 잘못된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누가 아닌지를 곧바로 알아봤고, 나는 부정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를 잃어버렸다. 가면을 벗으려고 했을 때는, 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걸 떼어 내고 거울로 날 봤을 때는, 나는 이미 늙어 있었다. 취해 있었고, 벗은 적도 없는 도미노를 이제는 어떻게 입을 줄도 몰랐다.
*도미노: 무도회에서 쓰는 두건, 얼굴의 상반부를 가리는 작은 가면에 붙은 외의, 또는 가장복 - P55
남자는 담배 가게에서 나왔다. (잔돈을 호주머니에 넣으며?)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형이상학 없는 에스테베스 (담배 가게 주인이 문간에 섰다.) 마치 신이 내린 본능처럼, 에스테베스도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그는 내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고, 나도 외쳤다 잘 가 에스테베스! 그리고 우주는 이상도 희망도 없이 내 앞에 재구축되었고, 담배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었다. - P61
스승이여, 내가 당신이었다면 오로지 당신처럼 되리라 당신을 처음 들은 그 엄청나고 기쁜 시간이 어찌나 슬픈지! 그 후, 주관화된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피로요.. 무언가를 욕망하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노력이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거짓말이고, 모든 걸 느끼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다. 그 후, 나는 노숙하는 거지처럼 되어 버렸지 온 동네의 무관심 때문에. 그다음에는, 뿌리 뽑힌 풀들처럼 되었지, 짚단 위에 놓여 무의미하게 줄 지어져서. 그 후, 난 내가 되었지, 그래 나 말야, 불행하게도, 그리고 나는, 불행히도, 나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아무도 아니다. - P65
행복한 견습생, 일상적이고 평범하며 자기 할 일이 있는, 무거우면서도 그렇게 가벼운, 익숙한 자기 생활이 있어서, 만족이 만족이고 휴식이 휴식인 사람들, 잠을 잠자고, 먹을 걸 먹고, 마실 걸 마시는, 그래서 행복한
당신은 가지고 있던 평온, 그걸 내게 주자, 그게 내게는 불안이었어. 나를 해방시켜 주었지, 하지만 인간의 운명은 노예가 되는 것이었어. 나를 일깨워 주었지. 하지만 인간이 된다는 건 잠드는 것이었어.
(1928년 4월 15일) - P69
모든 이별은 하나의 죽음이라네..... 그래, 모든 이별은 죽음이지. 삶이라 부르는 이 기차 속에서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우연이겠지. 그리고 마침내 내려야 할 때가 되면 우린 모두 서운해한다.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나도 인간이기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건 사상이나 강령에 대한 친밀감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와의 넓은 유대감이기에.
슬퍼하며 집을 나간 하녀가 향수 때문에 운다 그녀를 그다지 잘 대해 주지도 않았던 집을 그리워하며....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선 죽음이요 이 세계의 슬픔이다. 이 모든 것들이, 죽기에,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온 우주보다 조금 더 크다.
ㅡ기차에서 내리며 - P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