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라벌의 꿈 ㅣ 푸른숲 역사 동화 5
배유안 지음, 허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평점 :
우리 역사를 움직인 의미 있는 사건들을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풀어내어 '역사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푸른숲 역사동화>시리즈는 내가 눈여겨 보고 있는 작품이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옹주의 결혼식><첩자가 된 아이>를 통해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는데, 이번에 읽어보게 된 <<서라벌의 꿈>>은 내가 좋아하는 동화 중 하나인 <초정리 편지>를 쓴 저자 배유안 작가의 작품이라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의 시대적인 배경은 김춘구가 삼국 통일의 뜻을 강하게 다짐하던 때이다. 삼국 통일에 대해 후세는 다양한 시각으로 말한다. 우리 민족이 최초의 통일 국가였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둘 수 있겠지만, 신라의 자주적인 통일보다는 외세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 그 한계에 맞닥뜨린다. 그로 인해 고구려의 영토를 지켜내지 못한 점과 이 통일이 동족간에 무수히 많은 피를 흘린 전쟁에 의한 통일이라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심정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결과물로 인해 평가를 할 뿐이다. 분명 그들이 이런 아쉬움을 남기면서까지 삼국 통일을 이뤄내려고 하는데에는 그들만의 생각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목표나 의의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수많은 피를 흘렸고, 그 시대를 살았던 평민이었던 신라인들에게는 전쟁은 고통이었을 뿐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서라벌의 꿈>>에서는 삼국 통일을 이루려했던 김춘추와 평민이었던 소년 부소를 통해서 삼국 통일을 위한 전쟁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엄격한 군율도 신라군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대의도 너에겐 마른 삭정이처럼 가벼웠던 것이냐?"
"저는 장수도 아니고 화랑도 아니에요. 대의가 다 뭡니까? 어머니 혼자 남겨 두고 대의 그까짓 게 뭐냔 말입니다." (본문 18p)
서라벌 사람한테 전투에서 도망치는 것은 치욕이었다. 젊은이들은 수시로 전쟁터에 불려 나가 죽어 갔고, 부소의 아버지 염길 역시 전쟁터에서 죽었다. 부소는 가까운 친척 하나 없이 가족이라고는 달랑 어머니와 부소만 남겨진 전쟁이 싫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머니는 어미하고만 외롭게 자라야 할 어린 부소를 감당하기게 어렵고 무서워 평소 아버지 염길과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처럼 지냈던 춘추공에게 부소를 부탁했다. 부소는 춘추공의 딸 고타소와 아들 법민을 돌봐주게 되었는데, 부소는 몸이 재발라 집사 어른이 미더워했으며, 고타소와 법민 역시 부소를 형처럼 친구처럼 따랐다. 평소 어머니는 전쟁으로 아버지와 오라비, 남편마저 잃은 탓에 부소에게 "너는 제발 죽지 마라." (본문 33p)는 말을 하곤 했다. 가능하면 전쟁에 나가지 않고 춘추공 집에서 집사로 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던 중 고구려군이 칠중성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는 소식이 날아들면서 열일곱 징집되기에는 아직 어린 부소마저 전쟁터로 나가게 된다. 한수를 본 부소는 전쟁의 뿌리가 모두 이 강 때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신라가 고구려를 치고, 이어 백제를 쳐서 한수 상하류를 온통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도 한수는 뺏고 뺏기기를 거듭해 오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저 강 때문이고, 어머니가 웃음을 잃고 모전에 눈을 박오 있는 것도 저 강 때문이었다. 부소가 지금 군사가 되어 이곳에 있는 이유도 저 강 때문이었다. (본문 105,106p)

고구려군의 예상 퇴로에 함정을 파야하는 위험한 일을 하던 부소를 포함한 열 명의 군사는 고구려 군사들에게 포위되고, 동료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자 부소는 함정을 판 위치를 불어 목숨을 건지게 되지만, 배신자라는 멍에를 쓰게 된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부소는 그렇게 이곳저곳을 떠돌게 되고, 몇 년 후 고구려에 사신으로 가는 춘추공과의 재회 속에서 고타소의 죽음을 듣게 된다.
역사를 배우다보면 '고구려가 통일을 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신라의 삼국 통일에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 생각은 곧 왜 신라는 그토록 삼국 통일을 하려고 했는가? 에 궁금증이 일게 하는데, <<서바벌의 꿈>>은 바로 이 궁금증에 힌트는 주고 있는 것이다. 바로 김춘추가 삼국 통일에 뜻을 다짐하던 때의 역사가 여기에 담겨져 있다. 삼국 통일을 하고자 했던 김춘추, 그리고 그의 가족과 평민인 소년 부소의 이야기는 신라의 삼국 통일이 보여준 한계점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고, 수많은 피를 흘리게 한 전쟁으로 인한 신라인들의 어려웠던 삶을 보여준다.
서라벌 군사들에게 대의는 삼국 통일이었지만, 삼국 통일은 부소의 꿈이 아니었다. 전쟁없이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고타소를 바라보며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김춘추에게는 딸 고타소의 죽음으로 삼국 통일을 이루어 전쟁을 끝내야 하는 목표가 있었다. 후세는 신라의 삼국 통일에 대한 한계를 논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역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의 순간이 존재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서라벌의 꿈>>은 이렇게 김춘추 편에서, 평민이었던 부소의 편에서 바라본 삼국 통일을 이루어 가려던 신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의미있는 역사의 순간에 생명을 불어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살아 숨쉬듯 생생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평민에서 도망자로 살아야 했던 부소를 따라가다보면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역사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서라벌의 꿈'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