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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
케빈 브룩스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글을 쓴다고 해서 네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을 거야. 어쩌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슬픔이 네 안에 갇혀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슬픔을 살려 내야 해…….”
술과 담배, 마약, 섹스,폭력, 집단행동, 따돌림, 왕따, 이성에 대한 관심등 건드리고 싶지 않은 무거운 주제들이 엄슴해온다. 여다섯의 현실에서 마주하기엔 너무도 버겁고 잔인하고 비정하다. 이길수도 없고 대항할수도 없는 문제를 마주한 그해 여름 한 소녀는 한 소년을 만났다.
그 이야기는 끈적끈적한 더위만큼이나 무섭게 엄습해온 현실을 마주한 한 소녀의 성장기로 우리가 결코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적나라한 현실을 샅샅이 까발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과연 이 책을 아이가 읽어도 괜찮을걸까 자문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건 엄마의 입장에서 몰랐으면 싶고 감추고만 싶었던 또 한번의 현실 도피가 되겠구나 싶어 당당히 아이에게 권하기로 했다.
영국과 대한민국이라는 거리적 차이를 감안해보았고, 먼 거리만큼이나 문화도 다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다르다고 생각을 해 보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어찌 그리 비숫한건지 나 혼자만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세상사가 참 슬프고 무거워진다.
영국의 작은 외딴섬에서 아빠와 단 둘이 살고있는 케이티는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다가는 잠시 집에 지내러 온 오빠마중을 나갔던 날, 아름다운 모습으로 경이로운 느낌까지 안겨준 푸른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을 본 순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열다섯의 여름이 아주 특별해질것 같은 예감을 하게된다.
그 예상이 적중이라도 하듯, 아빠와 단둘이 지내던 일상에 오빠,도미니크가 끼여들면서 평화로웠던 일상은 깨저버리는데, 숨막힐듯 조용하고 변함없는 섬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오빠가 일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유일한 친구라 생각했던 빌마저 이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케이티를 둘러싼 주변인들은 야한 옷차림과 행동, 상스러운 말과 거친행동등이 빨리 어른이되는 지름길이라도 되는 듯 행동을 하게되고 그들을 바라보는 케이티의 마음은 복잡하기만하다.
그 속에 끼고싶은 마음도, 말릴엄두도 나지않는 케이티는 그들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당혹감에 휩싸인다. 그때 우연치않게 재회를 하게 된 사람이 첫인상이 갈렬했던 푸른소녀 루카스였다.
몇살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사람인지, 어디로 갈것인지 누구와 사는지 등 현실적인 문제는 모두 배제한채 온전히 한 사람의 순수한 모습에만 관심을 보이는 둘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너무도 크고 아픈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가만히 놔두질 않는 군준심리와 이성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었다.
열다섯의 여름날, 며칠간에 벌어졌던 일들이라 하기엔 너무도 복잡하고 아픈일들이었다.
열다섯의 여자아이에게 최대의 적은 무엇일까?
이 책속에서는 단연 성폭행이란 메시지를 보낸다. 아무도 찾지않은 조용한 해변이나 길가에서 마주한 이성의 남자에겐 그 어떤 예의를 갖출필요가 없다라고.
알량한 예의를 갖추다간 자신이 당할수 밖에 없을뿐만 아니라 그것은 변명거리도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느날 갑자기 찾아든 이방인에게 섬사람들은 무엇일까 ?
자기것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하며 모르는 사람에 대한 경계의 날을 세우고있는 군중심리의 잔인한 속성을 보여준다.
그것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모든것을 가진 마을유지의 아들 명문대생 제레미와, 그녀의 약혼녀이자 경찰서장의 딸 새라이다. 그 둘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케이티의 노력은 한낱 물거품에 불과하다. 왕자의 사랑을 받지도 못한채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인어공주와 같이, 노력을 하면 할수록 일은 겉잡을수 없이 치닫는 상황은 결국 파국에 이르고 있었으니......
모든 죄악을 벌였던 제레미와 새라의 위상과 죄갚음을 대신하는 건, 마을 보트대회에서 아무도 선뜻 구해주지 못했던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도 누명을 써야만 했고, 죽어가는 소녀를 응급조치를 통해 구해준 루카스였으니, 아이들에게 알리기엔 너무도 부끄러운 현 사회의 자화상을 이 책에서 그렇게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던것이다.
그렇게 외딴섬에 조용히 찾아와선, 조용히 지내다, 조용히 사라질 예정이었던 한 소녀는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모든 사건을 뒤집어쓴 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한 개인을 철저하게 소외시키고 파괴해버리는 무서운 군중심리였다. 나만 아니면 되라는 이기심으로 작든 크든, 그것이 우리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임에도 애써 외면해 왔던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함께 어우렸던 친구로부터 한 순간에 배반을 당하고서야 정신을 차린 도미니크처럼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라는 책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는 지금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길을 만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