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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1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컷/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 패트리샤 맥코믹
큰 시험을 보러가는 아이앞에서 시험 잘봐, 꼭 100점 받아야 해 ~ 라는 말을 할까 , 아님, 편안하게 문제 잘 읽고 최선을 다해라는 말을 할까. 아님 그 어떤 말을 하든 아이들에겐 상관이 없는걸까 ?
아이를 위한다는 말을 하면서 나 스스로 내게만 위안을 하고 있는 경우 참 많았습니다. 그전엔 몰랐던 문제였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한번 더 생각하다 보니 깨달을것들입니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있는 학교폭력에서 비켜나 있다해도, 내 아이를 바라볼때면 가장 강하게 키우고 싶었는데 너무 심약해보입니다.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불안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건 비단 아이들 문제뿐만이 아니겠지요.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 믿었던 엄마 아빠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는것으로 모두 약자요, 마음 한켠에 불안과 나약함을 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약한 한 개인을 강하게 만들어주는것이 가족이라고 하는 울타리임을 청소년 소설 '컷'에서 지금 확인했습니다.
칼날을 손바닥에 가까이 갖다 댔다. 순간 짜릿한 통증이 머리 위를 훑고 지나갔다.
열네살의 캘리는 자해행위를 하다 식마인즈(아마도 청소년 정신치료병원인듯) 에 들어왔습니다. 거식증, 자해행위등 각각의 문제에 봉착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그 공간에서조차 말을 안하는 캘리는 문제아 입니다. 왜 안하는지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모든것이 베일에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에 앞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것이 자기자신조차 왜 그러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유일한 희열을 주는 자해행위를 하기위해 파이 접시를 훔치고 금속조각을 숨깁니다.
대체 캘리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독자들이 그 이유를 알아가는 시간이 캘리가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드디어 캘리가 말문을 열기시작하며 독자들은 그동안의 답답했던 궁금증들을 하나하나 풀어갑니다. 천식을 앓고 있는 동생으로 인해 모든 가족들이 항상 긴장속에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모든 관심을 빼앗겨버린 캘리에겐 동생으로 인해 피곤한 엄마 아빠의 수고로움을 덜어야 하는 의무감마저 안겨졌던 것 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 샘의 상태가 많이 안좋아 주의를 요하던 그날 ,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운 그 시간 혼자서면 동생을 돌보고 있던 상황에서 동생이 죽을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합니다. 그 전의 상황과 더불어 그 모든것들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게 된 캘리에겐 스스로가 감당할 무게감을 넘어섰던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입을 열게된 캘리의 입을 통해 우린 대체 왜 자해해위를 해야만 했는지, 계속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들으면서, 나누어야 할 고통의 상황들을 각자의 무게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는것이요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상황을 망각하면 살았던 것입니다.
누군가 내 고통을 알아주고, 내 고통을 덜어주는것만을 원했을 뿐인데, 엄마, 아빠더라도 동생일지라도 언니일지라도, 나 혼자만 , 내 고통이, 최고라는 생각에 난 너무 바빠다라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었다는 사실, 단지 그것뿐이었습니다. 내 사랑스런 딸을 자해행위속으로 밀어넣었던것은 ?....
샘이 있던 집에서도, 캘리가 있던 식마인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아빠, 그 아빠는 항상 조심스러워야만했던 했던 집안에서의 버거운 생활을 회피하고자 캘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놓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뒤늦게 그 짐을 내려줍니다. 둘이 함께 나누니 고통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러한 캘리와 아빠를 보면서 우린 혼자있을때는 약자이지만 가족이 함께 뭉치면 그 어떤 고통도 극복할수 있는 힘이 생긴다라는 상황과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빠와의 대화시간이 턱없이 줄어들고 대화가 단절되어 가는것을 어렵지 않게 느낍니다. 컷을 만난 지금, 그러한 일상을 돌아보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대화의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 다짐을 하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