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견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항상 아무 기대를 갖지 않고 보게 되는 한국영화다. 개봉 영화관에서도 의도하지 않게 보게 되는 한국영화.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다. 그런 고로, 나에게 있어 한국 영화는 기대치가 결코 높지 않다. 일본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영화는 주위에서 좋다고 난리를 치는 소리가 들려야 보게 된다. 그런 작품만 봐서 그런지 그렇게 본 영화치고 별로인 영화는 없는 듯)

조폭 영화를 애써 외면하니, 딱히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많이는 안 봤지만 그래도 본 극장 개봉작이 항상 실망스러웠다는 점도 한 몫 거들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몇 몇 유명세 탄 작품들을 보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저씨>가 큰 생각의 전환점이 돼 주었다.

그래서 이전 개봉작들을 찾아서 봐 주기로 했다. 그제 <완득이> 시사회를 너무도 재밌게 봤는지라 일단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몇 편을 골랐다. 오늘부터 10월 마지막 날까지 대여섯 편을 볼 작정이다.

오늘 낙점한 작품은 <위험한 상견례>. 포스터 딱 보는 순간 ‘재미 드럽게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완득이> 또한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부숴주었기에, 과감히 봤다.

와~ 이건 대박이다. 한국 코믹 영화들이 이렇게 웃길 줄이야! <완득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웃찾사>와 <개그콘서트>를 보고도 전혀 웃기지 않아, 사람들이 나보고 웃음 코드가 이상하다고 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정말 열심히 웃었으니. 하하~

솔직히 내용 자체는 진부했다. 아니, 너무도 우려먹어 식상할 대로 식상한 이야기다. 쌍팔년도에, 경상도 처녀와 전라도 청년의 결혼 이야기는 더 이상 영화로 만들어져서는 아니 될 내용이다. 왜?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메뉴였기에. 내가 만약 이 영화를 보기 전, 영화가 뭐에 대한 내용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안 보았을 영화다.

하지만 감독은 이 진부한 내용의 영화를 캐릭터와 연출력으로 극복했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힘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어리버리하고 능청스런 송새벽의 만화가 연기가 압권이었다. 김응수와 박철민 그리고 김수미의 전라도 사투리는 웃음보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주연인 이시영이 묻혀 좀 아쉽다~) 
  

요런, 닝게리 개 호러 조까라 마이싱 니주거러 십밥빠 상노무 십탱구리 녀인~~ ㅋㅋ(아주 놀라우리 만치 긴 욕설을 내뱉는 대식~ㅋㅋ)


특히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이 아들의 만화책을 갔다 버리다가 독자 엽서를 읽으면서 아들의 만화를 읽는 장면이나 대식(박철민)의 시골 가게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가 10원을 먹었다며 열폭하다가 (잔돈 때문에) 껌을 달라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겨 데굴데굴 굴렀다. 김수미의 “간장게장만 잘 쳐먹드라! 씨부럴~!!”은 완전 대박이었다.

한편, 이 영화를 볼 만하게 했던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만화’와 ‘야구’였다. 만화와 야구는 이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두 개의 중심 축이라 할 만했다. 주인공이 순정 만화가였기에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는 꽤 많았고 지루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구는 현준과 다홍이 결혼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였던 세동과 영광은 고의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눈과 다리에 커다란 부상을 입힌다. 이 사건은 각자의 인생에서 커다란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경상도만은 절대 안돼’, ‘전라도만은 절대 안돼’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내게 된다.

감독은 두 주인공이 결혼을 못하게 되는 최대 갈등 상황의 요인이자 갈등 해결의 실마리인 이 핵심적인 사건에 가공할 연출력을 발휘했다. 이 과거 회상을 카툰 풍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두 요소인 ‘야구와 ’만화‘가 여기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용의 진부함에서 오는 한계와 작위적인 플롯 구조는 많이 아쉬웠다. 왜 평단의 평가가 바닥 수준이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아쉬움이 재미를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평단의 평가와 재미는 비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이다!


***************

김진영 감독의 작품은 처음인데, 영화를 보고 감독의 성향이 별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만화가를 추종하는 덕후 세계의 탁월한 묘사
-원피스를 입은 정성화
-결혼식장에 나타나 정웅인을 끌고 가는 그 게이~(정웅인의 모습은 여타 영화의 신부의 모습..ㅋㅋ)
결론적으로 감독은 덕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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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19 0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뻔하디 뻔할 거 같아서 안 봤는데 재미있는 영화였군요.^^
전라도 사투리, 이젠 거의 못 알아 먹는 말이 없는 듯...
11월 초에 전라도 사투리의 진수를 구사하는 '말바우아짐'을 모셔 사투리와 자긍심을 주제로 강연을 가질 예정이라, 그 전에 이 영화를 좀 봐줘야 할 거 같네요.

yamoo 2011-10-19 20:04   좋아요 1 | URL
뻔한 내용의 영화였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순오기님도 보시면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을 듯해요.

아, 그런 강연도 준비하고 있으시군요! 그러시면 이 영화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되겠어요~^^

감은빛 2011-10-19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라도 사투리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군요.
'써니'와 '평양성'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yamoo 2011-10-19 20:07   좋아요 1 | URL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서도, 이 영화처럼 웃기지는 않았습니다. 상황과 욕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웃음을 자아냅니다~

참, 걸쭉~~합니다..ㅎㅎ
 
좋은 사람 1 - 애장판
타카하시 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읽었던 <좋은 사람>이라는 코믹이 있다. 16권까지 읽고 더이상 읽지를 못했다. 그리고는 잊혀졌다. 몇일 전 대여점에 간 김에 볼 만화책이 없어, 둘러보다가 예전에 봤던 이 작품이 눈에 띠었다. 다시 볼겸 3권을 빌렸다.  

아, 그런데....예전에 봤지만, 하두 오래되서 새로운 작품을 보는 기분이다. 3권을 후딱~ 해치우고 바로 전권을 모두 빌려와서 이틀만에 모두 해치워버렸다.  

와~ 정말 너무너무 유익하고 감동적이다. 거기다 웃기기까지 하니, 만화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감정은 다~ 발산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의 작가인 다카하시 신은 <최종병기 그녀>로 널리 알려졌지만, <좋은 사람>은 데뷔작으로서 <최종병기>보다 더 괜찮은 듯하다.  

작품의 내용은, 입사 초년병의 샐러리맨 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작가의 해박한 경영학적 지식덕분에 소재의 진부함이 묻혀버릴 정도다. 사회 초년생의 일과 사랑을 다룬 명작 코믹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섬데이>에 필적할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보는 내내,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탄탄한 그림체와 경영학 전문지식 그리고 요소요소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을 연발했다. 

26권이 언제 지나갔는지 정말 순식간이다. 혹시, 이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보시길 강추드린다. 정말 만화책에서 이런 포스의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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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만화책이 있었군요.
읽어보고는 싶으나 쌓아 놓을 자리가 없어 그냥 군침만 흘립니다.ㅠ

yamoo 2011-10-04 20: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만화책을 빌려서 보았어요. 2번 모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것 같아요. 스텔라님두 빌려서 해결해 보시면 좋을 거 같은데요^^

cyrus 2011-10-03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순간 제목만 보고 군복무 시절 화장실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좋은 생각' 잡지가 떠올렸어요. 좋은 제목답게 만화 속 내용도
훈훈한 감동 있는, 그런 좋은 이야기들이 있을거 같습니다. ^^

yamoo 2011-10-04 20:24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잡지는 아주 좋은 잡지죠. 만화 내용도 좋스비다. 감동적인 에피소드들도 많구요~ 시루스님, 만화좋아하시면 강추드릴 수 있는 만화에요~!^^

dreamout 2011-10-0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지만,, 너무 뭐랄까.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저도 예전에 이런 샐러리맨이고 싶어했으나.. ㅠㅠ

yamoo 2011-10-04 20:2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드림아웃님^^ 물론 비현실적인 인물이지요.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비현실적인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죠. 이 작품의 주인공도 저는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뭐, 만화라서 그런 비현실적인 것을 기꺼이 전제하고 보지만, 현실적으로도 작품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은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차좋아 2011-10-0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1,2 권을 선물 받아 읽었는데 잔잔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그 후로 잊었어요. 너무 잔잔했나봐요.ㅎㅎㅎ
집 앞에 도서 대여 가게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동네에 그런 가게가 있나??)

yamoo 2011-10-08 23:17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이 책은 아마도 애장판이 나왔을 거에요..꼭 완결까지 보셨으면 합니다~~^^
 
천년여왕 (10disc) - 천년여왕 Vol.1+2
니시자와 노부타카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 / 미디어파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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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MBC에서 해준 <천년여왕>을 너무도 재미있게 봤던지라, 최근에 극장판을 입수해서 봤습니다. 오래된 작품이어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작품들과 비교해 작화의 퀄러티가 좀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그리도 환상적이었는데) 하지만 다 보고 나니, 예전에 미쳐 생각지 못했던 껄끄러운 감정이 고개를 듭니다.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 속에 숨어있는 <천년여왕>의 위험성은 도를 넘어섰다는 게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다 좋은데, (그가 우익 인사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군국주의적인 인상을 의도적으로 풍깁니다. <우주전함 야마토>에서도 그랬고, <cockpit>에서도 그랬죠. 근데 <신죽취물어 천년여왕>(이하 천년여왕)에서는 한술 더떠, 상당히 위험한 생각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미시마처럼 작품에서만은 군국주의적 주제를 안 다뤘으면 하는데..)

이 작품 <천년여왕>(극장판)은 천년에 한번 봄이 오는 혜성 라메탈이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지구와 충돌할 궤도로 태양계에 진입한다는 지구종말에 대한 종교적 신비주의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작품은 마츠모토 레이지가 일본의 '신죽취물어'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논란 거리는 플롯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언뜻보면, 천년여왕의 스토리 전개는 참으로 구슬프고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천년여왕은 행성 라메탈의 제2여왕으로서 라메탈 행성의 최고권력자를 대신해 지구를 천년간 통치하는 여인입니다. 라메탈 행성은 태양계와 안드로메다계의 중간에 위치에 있는 혹성 헤비멜다를 중심으로 천년의 주기를 갖는 혜성으로서 천년에 단 한번의 봄을 맞이합니다.사람들은 기나긴 세월을 캡슐에서 보내면서 천년에 한번 돌아오는 봄을 기다립니다. 이 봄의 시간 만이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남극 지방을 생각하면 쉬울 듯 합니다. 남극도 짧은 여름동안만 얼음이 녹고 인간이 생활할 정도의 기온이 된다니, 이때 사냥해서 겨우내 먹을 식량을 준비하고 각종 생활을 위한 활동을 하지요.) 이 짧은 봄 동안만 그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다시 천년의 겨울 잠을 자야하는 비운의 운명을 가진 족속입니다.  

원래는 호전적이지 않고 상당히 자기 만족적인 족속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별이 영원한 어둠, 즉 영원한 겨울이 있는 우주의 가장자리 끝으로 날아가 버릴 위기에 처하자, 라메탈 행성 사람들은 그 위기를 타개하고자 천년동안(사실 천년은 라메탈 시간으로 천년이지 지구 시간으로는 1년 이네요) 천년여왕을 통해 감시해온 지구를 그들의 제2의 고향으로 정하고 이주 대책을 세웁니다. 말하자면 천년여왕은 그들의 이주대책 실행을 위한 지구의 정탐가 였던 것입니다.  

역대 천년여왕들의 주 임무는 지구의 데이타를 수집해 라메탈로 전송하는 것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구 이주대책을 실행하기 위해, 라메탈이 지구와 가장 근접한 때에 지구에 다리를 놓아 지구 침략을 개시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연약하고 평화적인 라메탈 사람들이 지구보다 몇십 배 더 발전된 과학지식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데, 여기서 라메탈 행성 사람들은 아주 무서운 계획을 실행합니다. 바로 이주계획인데요. 라메탈 행성 사람들은 지구인보다 월등히 앞선 기술로 지구를 식민지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를 식민지화시키는 길을 택하지 않고 이주계획을 실행합니다. 이 이주계획이라는 것은, 라메탈 전 종족을 지구로 이주시키고 지구인 모두를 라메탈로 이주시키는 계획 말합니다. 그들은 지구인과 같이 사는 식민계획을 반대합니다.  

반대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간이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호전적이어서 평화를 사랑하고 연약한 그들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지구인들을 식민지화 해 봤자, 결국에는 라메탈 종족들이 지구인들에 의해 멸종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기본 플롯 구조를 정리하면 위와 같습니다. 뭐 하지메와 천년여왕과의 관계, 천년도둑, 그리고 천년여왕의 배신 등을 이야기하기에는 논의가 너무 넓어져 여기서 줄이고, 이 스토리에 대한 상반된 관점을 좀더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라메탈 행성은 정말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별입니다. 천년에 단 한번 돌아오는 봄에 만족하면서 사는 슬픈 운명의 종족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지구 이주 계획은 어느정도의 정당성을 갖습니다. 그들의 슬픈 운명을 타개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은 어찌 보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감상적인 평가는 여기까지 입니다.  

행성 라메탈의 슬픈 운명은 일본 열도의 슬픈운명과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일본은 정말 열악한 자연환경을 가진 열도입니다. 화산과 지진이 끊일 날이 없고, 태풍도 매우 잦은 불모의 땅 입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영원한 봄의 땅, 한반도와 중국대륙응 옛날 부터 호시탐탐 노려 왔습니다. 한국의 역사는 그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7년 조일 전쟁과 일본제국주의의 대한제국 침탈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제시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한반도를 손에 넣자, 그들은 한술 더떠 대동아 공영권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패전하여 역사의 뒤로 물러섰을때 그들은 참회는 커녕 항상 변명을 하거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항상 그들의 열악한 환경만 탓했습니다. 바로 이 작품, <천년여왕>의 이야기 구조와 똑같습니다.  

일본역사는 그들의 힘이 강할때는 밖으로 눈을 돌렸고, 명분을 내세워 침략행위를 정당화 했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천년여왕>을 통해서 또 하나의 다른 변명으로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일본의 골수 우익 인사 중 하나라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언제나 작품으로 우익의 힘을 정당화 하려는 그의 의도가 참으로 거슬립니다.  

언제인지 오래돼서 책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 책에는 일본열도가 해마다 몇 센티씩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일본 열도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주로 일본 환경의 열악한 면을 분석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은 저에게 충격 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바다건너 저 편의 동쪽을 보고 웃고 있었다"라는 말. 이 <천년여왕>을 보고 난 이후 든 착잡한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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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 보는 게 낫겠는데요? 우익의 힘을 정당화란 말에 걸려서.ㅋ

yamoo 2011-10-03 09:11   좋아요 0 | URL
문제는 있지만, 그래두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은 재밌습니다. 보고 나서는 열받지만..ㅋㅋ <반딧불의 묘>를 보셨으면, 이것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는^^

루쉰P 2011-10-0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자신의 사상을 넣어 사람들에게 주입시키려고 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이 만화만을 봤다면 야무님이 생각하시는 것 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행성 라메탈의 이주 계획이 납득이 간다 그렇게 생각했겠어요. ㅋ
일본 애니는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만 우익의 작품들은 보고 싶지 않아요. ㅋㅋ 야무님은 만화도 좋아하시나봐요. ^^ 센스쟁이!

yamoo 2011-10-03 09:14   좋아요 0 | URL
루쉰님두 아니메 좋아하시는 군요~ㅎ 매번 열받지만, 우익 작품도 재밌습니다..ㅎㅎ

네~ 전 만화와 애니 모두 아주~~ 좋아한답니다. 거의 오덕 수준이라 문제이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1-10-0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수적인 왕당파 발자크에 대해서 마르크스는 칭찬했는 걸요. 예술가는 그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죠.내 정치성향과 잘 맞아도 재미없는 작품을 양산하는 예술가를 칭찬할 수는 없죠.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거에요.

yamoo 2011-10-04 20:3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내 정치성향에 부합해도 재미없는 작가는 사절입니다..ㅎㅎ 사실,마츠모토 레이지 작품들은 욕하면서도 다 봤어요..^^;;

가연 2011-11-0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작품에 대한 글을 읽고 댓글을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뒤로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이제 남깁니다. 천년 여왕,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 캡틴 하록.. 완전 좋아하는데ㅎㅎ 물론 저런 '위험한 여자' 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보게 되더군요, 에휴... 저도 애니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최근엔 좀 뜸하지만;

yamoo 2011-11-04 01:04   좋아요 0 | URL
앗, 가연님도 마츠모토 레이지의 팬이시군요! 으아~~몰라뵜어요~ 넘넘 반가워요! 나중에라도 댓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글 아니었으면 가연님이 아니메를 좋아하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저두 마츠모토 작품들은 거의 다 보았는데요, 작품 중 최고는 the cockpit; 성층권 기류에요. 안보셨으면 강추드립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2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한 여자인 천년여왕만큼 여기도 위험한 블로그인듯 합니다..우후후

yamoo 2014-07-24 19:16   좋아요 0 | URL
헛, 어떤 면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우후후^^

moball 2014-10-2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링크따라 다니다가 천년여왕 리뷰를 읽게 됐네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을 결론부터 꺼내자면,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고 계신 겁니다.
`라메탈의 지구 이주 계획`으로 `일제의 식민지화 정책`을 정당화 하고 있다니.... 이 작품을 제대로 본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설혹 `라메탈의 이주 계획=일제의 식민지 정책`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이주계획이나 식민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왜냐면 천년여왕은 라메탈인이지만 라메탈의 이주계획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즉, 지구인 편에서 라메탈과 싸우는 인물이 천년여왕입니다.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에는, 결국 라메탈은 지구 이주 계획을 포기하고 지구를 떠납니다.

그런데 라메탈의 이주계획으로 일제의 식민지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논리는.... 이 작품이 말하는 내용을 완전히 반대로 보신 거죠.

yamoo 2014-10-29 22:25   좋아요 0 | URL
아, 멀리서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님이 이야기의 표면만 본 것 같습니다. 전체 플롯 구조 속에서 라메탈 행성이 왜 천년여황을 파견해 왔는지, 그리고 이주계획을 왜 실행하려고 하는지...이걸 봐야 합니다. 전체 이야기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후반부는 일종의 변명일 뿐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감독이 말하려는 의도가 일제 식민지 정책이 완전히 잘못된 것을 알리려고 만든거라구요?? 저는 절대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골수 군국주의자입니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알리려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걸 밝히려고 한 겁니다. 이주계획을 포기하고 지구를 떠나간다는 설정은 식민지가 지구였기 때문입니다. 얘기를 포장하기는 나름입니다. 전체 플롯구조 속에서 감독이 노림수가 뭔지를 봐야하는 것이죠. 천년여왕과 하지메의 사랑으로 천년여왕이 변심하는 설정은 로맨스 라인으로 앤딩을 완성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님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마츠모토의 노림수 였다는 것이 제 글의 논조라 할 수 있겟네요..^^

뭐지 2015-05-24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츠모토 레이지는 우주전함 야마토 때 욕좀 처들어 먹고서는 은하철도 999와 캡틴 하록부터 반 제국주의, 반 군국주의, 반 전체주의적인 메시지를 향유하고 있는데 뭔 소립니까. 오히려 님이 전체적인 플룻의 구조속에서 잘못 보신듯. 지니님이 하신 말이 맞습니다. 전체 이야기의 90%를 차지하는 그 계획을 막판에 가서 뒤짚어 엎어버림으로써 부정의 증가효과를 가져오는 겁니다.

설국 여차에서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나오는지도 모르다가 이야기가 99%쯤 진행되었을때 마치, 사라마구와도 같은 시점으로 리바이어던을 죽이는것 처럼 말이죠. 양과 수가 곧 주제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군국주의, 민족주의를 향유하는데 뒷받침되었던 이원론적 세계의 구조관, 그 깊은 형이상학의 본질을 거부하는 캐릭터들이 야마토 이후 레이지 작품의 주된 핵심입니다.

은하철도 999를 제대로 보셨는지 모르겠군요. 그랬다면 레이지가 골수 우익이라는 말은 못하실 겁니다..

ㅅㅂ 2016-11-2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처구니 없는소리 하고 있네 ㅋㅋㅋ
지구침략이 한반도침략이라면서 댓글 보고
지구이기때문에 침략하지 않은거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네
니말대로라면 그말은 한반도이기때문에 침략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되는건데
인정은 못하겠으니까 이랬다가 저랬다가 편한대로 헛소리하지 ㅋㅋㅋㅋㅋ

ㅇㅇ 2017-07-1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였습니다. 막판에 나오는 암흑 혜성이 왜 나오는 지 모릅니까? 라메탈이 그토록 추앙하는 암흑 혜성이 알고보니 라메탈과 지구 모두를 재앙으로 몰고 간 원흉이자 흑막이었고, 이것을 천년여왕 라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이 자폭으로 없애자 라메탈과 지구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옵니다.
여기서 암흑 혜성이 뭐겠습니까. 일본 천황제와 군국주의의 망령입니다. 식민지배를 해야 한다는 대동아공영권 같은 것이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 뿐 아니라 가해자인 일본에게조차 재앙을 주었다는 것이죠. 그것을 파괴함으로써 라메탈=일본에도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 하면서 해석하는 분이 얼마나 위험한 지 똑똑히 보여주네요. 이게 구글 검색으로 나오는 게 정말 위험해서 댓글 남깁니다.

극장판은좀그런듯 2020-05-0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극장판은 정말로 뭔가 좀 어색하고 억지 같음.티비판은 그렇지 않았는데.확실히 극장판은 좀 이상한듯.너무 억지스런설정.일본이 그런걸로 좀 나뉘는 느낌임.자연스럽게 잘만든게 있는가 하면 억지스럽고 이상한것이 있음.티비판과 극장판 다른 사람들이 만든듯

극장판은이상해 2020-05-0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천년여왕티비판은 그냥 자연스럽게 잘 만든것같고 극장판은 여기 글쓴이 말처럼 뭔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합리화 하려고 만든듯한억지스러움..인기끈 만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손질한 느낌임
 
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저씨>를 이제야 봤다. OCN에서 추석연휴 특집으로 해준 걸 운좋겠도 시간대가 맞았다. 

줄거리는 황당할 정도로 좀 개연성이 떨어졌다. 뭐, 잡혀간 꼬마 애 하나 때문에 저 난리를 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영화를 <테이큰>하고 많이들 비교하는데, 테이큰의 경우, 납치당한 게 자기의 딸내미가 아닌가. <아저씨>는? 그냥 옆집 사는 아저씨다. 이건 동기부여가 달라도 넘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 양아치 대장넘이 자기들의 근거지로 들이닥친 옆집 아저씨를 보고 어의 없다는 듯이 날린 대사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옆집 사는 '아저씨'가 웬 지랄이냐는 멘트에 에 감상자 입장에서 동의를 안할 수 없었다. 그래 맞다. 좀 많이 오버하는 지랄같다..ㅎㅎ

플롯 구조가 확실히 맘에 안들었고, 마지막에 원빈이 소녀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원빈의 삶은 구원받았는가? 소녀로 인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빈의 연기는 훌륭했다. 마지막까지 영화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건 원빈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 때문이다. 내면 연기도 볼만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원빈의 액션 씬이다. 

마지막 양아치 칼잡이 넘과 대결하는 단검 승부는 이영화의 방점을 찍는 액셕의 백미 였다. 수 많은 한국 조폭영화에서 양아치들과 싸우는 장면을 숱하게 봤지만, 이 정도의 무술 액션은 <아저씨>가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마치 절권도를 연상시키는 원빈의 시원한 액션은 배우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기 충분했다. 한국 영화도 이런 정도의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일깨워 준 영화였다. 

재밌게 아주~ 잘 봤다. 영화관에서 감상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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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9-18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에 대해서 나름 조예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이 영화를 최고로 꼽더군요. 칼쓰는 방식이 그간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거랑, 많이 다르다나 뭐래나.^^ 저는 솔직히 많이 실망한 영화였어요. 수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인데, 이렇게 허술한 구조라니..하고 생각했었습니다.

yamoo 2011-09-18 12:16   좋아요 0 | URL
어제 또 해줘서 다시 봤는데...역시 원빈의 연기는 좋더군요. 액션신^^ 플롯 구조는 좀 엉성해 보였지마...이 영화는 캐릭터가 끌어가는 영화인듯해요. 줄거리는 뭐, 뻔히~ 보이는 내용. 전 재밌게 봤어요.^^

감은빛 2011-09-1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이큰'보다는 덴젤 워싱턴과 다코다 패닝이 나온 '맨 온 파이어'와 비슷한 영화더군요.
원빈의 연기와 액션은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yamoo 2011-09-19 21:23   좋아요 0 | URL
맨온파이어가 더 비슷한가 보군요~ 요것도 구해서 봐야 겠어요. 감은빛님 감사합니다^^

원빈의 액션역기...저도 다시봤습니다..원빈을..ㅎㅎ

쉽싸리 2011-09-1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빈 상대역으로 나온 배우 참 인상적이었어요. 태국배우라고 하더군요. 결국 그 친구가 동기부여를 해줘서 원빈이 마지막까지 싸울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자해,타해액션? 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미굴 할머니로 나왔던 배우요. 백수련씨 일거에요. 강한 캐릭터 많이 하신 분이고 삶의 굴곡도 만만치 않은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참 제대로 어울리는 역할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분 남편이 예전에 궁예에 나왔던 아자개?인가 그 역할 했던 분이죠. 김인태씨인가 그럴거에요. 참 대단한 부부배우이지 싶어요.
소위 대박 영화들은 그래도 몇 가지는 있어요. 사람을 끄는...
테이큰도 재밌죠... 리암니슨은 무술도 잘하나봐요. 아닌 배우들은 운동신경이 뛰어나야하나봐요. 아님 뛰어난 조련사들이 있기도 하겠죠. 이런게 잘 맞아 떨어져야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영화 되겠구나 싶어요...

yamoo 2011-09-19 21:26   좋아요 0 | URL
아, 그 칼잡이역이 태국배우군요. 그 사람이 죽으면서 눈을 부릅뜨는 장면은 경악의 눈빛이더군요~

백수련씨 남편이 궁예의 그 역할을 했던 분이군요. 헌데, 너무 오래되서 이름과 얼굴의 매칭이 안되네요..ㅎ 아마도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을 듯해요.

그렇죠. 흥행은 뭔가 척척 마자 떨어져야 성공하나 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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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과연 몇 이나 될까?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생활하거나, 20년 거치 대출로 집을 장만하고, 하루 노동의 댓가를 통해 의식주를 연명하는 서민들에게 있어 자유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오죽하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드회사 카피가 떴겠는가.

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먹고 살아야하는 당면 문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에게 있어 단연코 자유는 없을 것이다. 확실히 자유는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체제를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에게 있어 자유는 그리움의 대상이요,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일 수밖에 없다.

여기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다가 간 사람이 있다. 거친 자연과 더불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썰 들을 풀어내며 ‘자유의 원형’으로 살았던 사람, 조르바! 조르바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순수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두목 봤어요?」 「……」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놀랍고도 기뻤다. (아무렴. 무릇 위대한 환상가와 위대한 시인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보지 않던가! 매사를 처음 대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본다. 아니, 보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태초에 이 땅에 나타났던 사람들의 경우처럼, 조르바에게 우주는 진하고 강력한 환상이었다. 별은 그의 머리 위를 미끄러져 갔고 바다는 그의 관자놀이에서 부서졌다. 그는 이성(理性)의 방해를 받지 않고 흙과 물과 동물과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 (p157)

만사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그는 소리친다.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이 신비가 무엇이라 말입니까? 나무, 바다, 돌, 그리고 새의 신비는?” (p176)

「저게 무엇이오?」그가 놀라도 크게 놀라면서 물었다. 「……두목, 저기 저 건너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는 파란 색깔, 저 기적이 무엇이오? 당신은 저 기적을 뭐라고 부르지요? 바다? 꽃으로 된 초록빛 앞치마를 입고 있는 저것은? 대지라고 그러오? 이걸 만든 예술가는 누구지요? 두목, 내 맹세코 말하지만, 내가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오!」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그를 불렀다. 「조르바, 혹 돌아 버린 건 아닌가요?」 「무얼비웃고 있어요? 당신 눈에는 안 보이는가요? 두목, 봐요. 저 모든 기적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술을 말이요」 (p260)

조르바는 완벽하게 자본주의를 넘어선 삶을 살았다. 장자가 말한 ‘물아일체’와 ‘무위자연’의 사상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살았던 사람이 바로 조르바였다. 하지만 소설 속의 작가(카잔차키스 자신)인 두목(보스)은 조르바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지만, 현실의 상황을 끊어낼 수 없어 고민한다. 이를 안 조르바는 보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당신과 함께 갈 수도 있어요. 나는 자유로우니까.”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언젠가는 자를 거요.”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줄을 붙잡아 맬 뿐이지……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p339)

……이해하고 말고. 그래서 당신에겐 평화가 없는 거요. 이해하지 못하면 행복할 텐데. 뭐가 부족해요? 젊겠다, 돈이 있겠다, 건강하겠다, 사람 좋겠다, 만고에 부족한게 없어요. 하나도 없지. 한 가지만 제외하고는! 그게 없으면 두목, 글쎄요……. (p340)


조르바가 두목에게 한 말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자본주의라는 사슬에 묶인 채 우리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고, 나는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곧 이따위 돈 벌이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거야!’라고 결심한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 결의는 두목이 “언젠가는 자를 거요”라고 내뱉는 말과 똑같다. 조르바는 ‘내가 묶인 줄’을 자르지 않고서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일깨운다. 우리는 누구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조르바의 말이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펼치는 대화들은 모두 ‘삶의 지향점’으로 귀결된다. 두 주인공 모두 생활고(生活苦) 문제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삶에 대한 관심사는 판이하게 달랐다. 두목은 아폴론적이다. 항상 이성적인 질서와 이데아적인 것을 꿈꾼다. 이에 반해 조르바는 디오니소스적이다. 이 땅에서 자기의 이기심과 감성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데아같은 것은 빌어먹을 개한테나 줘버리라는 것!

이렇게 호탕한 자유를 구가하는 조르바의 삶은 너무도 멋있다. 조르바로부터 가공되지 않는 자유(진리)의 원형을 접하고 고민하는 두목 또한 멋진 삶이다. 그 둘이 춤을 통해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대목은 그래서 아름답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둘이 함께 춤을 추는 엔딩 장면은 정말 잊을 수없는 명장면이다.) 


 

「우리는 함께 춤을 추었다. 조르바는 내게 춤을 가르쳐 주고 엄숙하고 끈기 있게, 그리고 부드럽게 틀린 부분을 고쳐 주었다. … 내 가슴은 새처럼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중략) (춤을 추면서)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드리지.”」 p329


조르바가 현대인들에게 자유의 부재를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그가 자연과 더불어 살다간 마지막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문학작품의 주인공 중에서 그가 유일한 실존인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한편,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히기를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그래서 그런지 책의 도처에 이들의 사상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놀랐다. ‘붓다가 그 최후의 인간(모든 믿음에서 모든 환상에서 해방된, 그래서 기대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어진)이다!’ 나는 부르짖었다. 이것이 그의 비밀이며 엄청난 의미이다. 붓다에겐 스스로를 비운 ‘순수한’ 영혼이 있다. 그의 내부는 공허하며 그 자신이 바로 공(空)이다. ‘네 육신을 비워라, 네 정신을 비워라, 네 가슴을 비워라!’ (p155)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듣고 당황하고 말았다. 법이 명하는 대로 자진해서 행하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친 현자(賢者)가 누구였던가? 필연에 순응하고 필연적인 것들은 자유 의지의 행위로 바꾸어 놓으라고 한 사람은? 이게 해탈이나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비참한 방법이지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다. (p307)    
 「조르바,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렸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글쎄 무슨 싸움일까요? ……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지요.」(p315)  
어릴 때부터 나는 초인(超人)에 관한 야망과 충동에 사로잡혀 이 세상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조용해졌다. 나는 한계를 정하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인간적인 것과 신적(神的)인 것을 가르고 내 연(鳶)을 놓치지 않도록 꼭 붙잡았다. (p340)


조르바의 어록을 통해서, 때로는 이 소설의 화자인 나(두목)의 성찰을 통해서 그리고 둘의 대화를 통해서 보여지는 붓다와 니체 그리고 베르그송의 사상은 한데 어울려 ‘자유로운 인간’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를 한 단어로 말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자유’라고 말하겠고, 어떤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던져주느냐고 묻는 다면 단호히 ‘인간에게 있어 자유로운 삶은 무엇인가?’ 라고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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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9-0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의 서재에 이렇게 정식으로 놀러옵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는 저 역시 무척이나 강렬하게 읽은 책이에요. 인용해 주신 주인공 '나'의 철학이 저에게는 참으로 가슴 깊이 남았죠. 자연으로 둘러싸인 환경이 아닌 욕망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유를 찾기란 참으로 어렵죠. ^^ 매일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자유로운 삶이란 주체성을 가진 삶이라 생각이 들어요. 환경에 시대에 쓸려 버리는 인생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고 답답한 이 사회 속에서 그런 것들에 함몰되지 않고 파도를 헤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저에게 있어 자유로운 삶인 것 같아요.
리뷰 굳!!

yamoo 2011-09-02 16:47   좋아요 0 | URL
조르바는 누구에게나 매력을 주는 인물 같습니다.^^ 루쉰님도 이 작품을 강렬하게 읽으셨군요~ 재미난 리뷰 기대하고 있을 께요~ㅎ

와~~~루쉰님이 생각하시는 자유로운 삶...멋진데요~ 님의 그 삶의 궤적을 항상 글로 남겨주시길!

양철나무꾼 2011-09-0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삶이란 그저 머리나 마음 움직이는 대로 사는데도,
그게 순리에 가깝고 자연 그대로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랫만에 만나게 되는 조르바인걸요.
님의 시선을 통해 만나니...새롭습니다~^^

yamoo 2011-09-02 16:51   좋아요 0 | URL
저두 머리나, 마음 움직이는 대로 살고 싶어요...ㅠㅠ 근데, 그게 자연 그대로, 순리에 가까운 삶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 더 미치겠어요...ㅜㅜ

저는 뭐, 이 작품 읽고 자유만 생각났더랬습니다. 여전히 전 편협한 가 봐요..한 가지밖에 못보니...

양철님의 시선을 통해 보는 조르바는 어떤 모습일지 무쟈게 궁금하네요...저에게도 그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세요, 네~~?^^

쉽싸리 2011-09-0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를 예사롭지 않은 자유인으로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래도 작가는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도 깊었던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를 마구 흠모해서 '어디 선창가에라도 가서 살아야겠다. 거기서 멋진 연애도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며칠을 달떴던것도 같아요. 마음먹는게 참 중요한것 같아요. 그리고 본능에 충실하는 것도!! 단, 폐를 끼치면 안되겠죠.

yamoo 2011-09-02 16: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쉽싸리님, 반갑습니다!

카잔차키스가 불교철학에 심취했다고 해요~

그나저나 쉽싸리님도 그런 생각을 하셨네요..저도 책 읽으면서 조르바를 흠모하며 선창가에 사는 모습을 그려봤습니다만...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9-0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떤 여자는 조르바같은 남자를 남편이나 사윗감으로 생각하긴 싫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더라고요.정말 솔직한 답변이죠.

yamoo 2011-09-03 22:11   좋아요 0 | URL
이거 토론 도서였었는데요, 당시 여자분들이 조르바와 같은 남자는 정말 딱 질색이라고 그러더군요~ 솔직한 것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