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견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항상 아무 기대를 갖지 않고 보게 되는 한국영화다. 개봉 영화관에서도 의도하지 않게 보게 되는 한국영화.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다. 그런 고로, 나에게 있어 한국 영화는 기대치가 결코 높지 않다. 일본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영화는 주위에서 좋다고 난리를 치는 소리가 들려야 보게 된다. 그런 작품만 봐서 그런지 그렇게 본 영화치고 별로인 영화는 없는 듯)

조폭 영화를 애써 외면하니, 딱히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많이는 안 봤지만 그래도 본 극장 개봉작이 항상 실망스러웠다는 점도 한 몫 거들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몇 몇 유명세 탄 작품들을 보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저씨>가 큰 생각의 전환점이 돼 주었다.

그래서 이전 개봉작들을 찾아서 봐 주기로 했다. 그제 <완득이> 시사회를 너무도 재밌게 봤는지라 일단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몇 편을 골랐다. 오늘부터 10월 마지막 날까지 대여섯 편을 볼 작정이다.

오늘 낙점한 작품은 <위험한 상견례>. 포스터 딱 보는 순간 ‘재미 드럽게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완득이> 또한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부숴주었기에, 과감히 봤다.

와~ 이건 대박이다. 한국 코믹 영화들이 이렇게 웃길 줄이야! <완득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웃찾사>와 <개그콘서트>를 보고도 전혀 웃기지 않아, 사람들이 나보고 웃음 코드가 이상하다고 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정말 열심히 웃었으니. 하하~

솔직히 내용 자체는 진부했다. 아니, 너무도 우려먹어 식상할 대로 식상한 이야기다. 쌍팔년도에, 경상도 처녀와 전라도 청년의 결혼 이야기는 더 이상 영화로 만들어져서는 아니 될 내용이다. 왜?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메뉴였기에. 내가 만약 이 영화를 보기 전, 영화가 뭐에 대한 내용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안 보았을 영화다.

하지만 감독은 이 진부한 내용의 영화를 캐릭터와 연출력으로 극복했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힘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어리버리하고 능청스런 송새벽의 만화가 연기가 압권이었다. 김응수와 박철민 그리고 김수미의 전라도 사투리는 웃음보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주연인 이시영이 묻혀 좀 아쉽다~) 
  

요런, 닝게리 개 호러 조까라 마이싱 니주거러 십밥빠 상노무 십탱구리 녀인~~ ㅋㅋ(아주 놀라우리 만치 긴 욕설을 내뱉는 대식~ㅋㅋ)


특히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이 아들의 만화책을 갔다 버리다가 독자 엽서를 읽으면서 아들의 만화를 읽는 장면이나 대식(박철민)의 시골 가게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가 10원을 먹었다며 열폭하다가 (잔돈 때문에) 껌을 달라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겨 데굴데굴 굴렀다. 김수미의 “간장게장만 잘 쳐먹드라! 씨부럴~!!”은 완전 대박이었다.

한편, 이 영화를 볼 만하게 했던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만화’와 ‘야구’였다. 만화와 야구는 이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두 개의 중심 축이라 할 만했다. 주인공이 순정 만화가였기에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는 꽤 많았고 지루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구는 현준과 다홍이 결혼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였던 세동과 영광은 고의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눈과 다리에 커다란 부상을 입힌다. 이 사건은 각자의 인생에서 커다란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경상도만은 절대 안돼’, ‘전라도만은 절대 안돼’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내게 된다.

감독은 두 주인공이 결혼을 못하게 되는 최대 갈등 상황의 요인이자 갈등 해결의 실마리인 이 핵심적인 사건에 가공할 연출력을 발휘했다. 이 과거 회상을 카툰 풍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두 요소인 ‘야구와 ’만화‘가 여기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용의 진부함에서 오는 한계와 작위적인 플롯 구조는 많이 아쉬웠다. 왜 평단의 평가가 바닥 수준이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아쉬움이 재미를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평단의 평가와 재미는 비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이다!


***************

김진영 감독의 작품은 처음인데, 영화를 보고 감독의 성향이 별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만화가를 추종하는 덕후 세계의 탁월한 묘사
-원피스를 입은 정성화
-결혼식장에 나타나 정웅인을 끌고 가는 그 게이~(정웅인의 모습은 여타 영화의 신부의 모습..ㅋㅋ)
결론적으로 감독은 덕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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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19 0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뻔하디 뻔할 거 같아서 안 봤는데 재미있는 영화였군요.^^
전라도 사투리, 이젠 거의 못 알아 먹는 말이 없는 듯...
11월 초에 전라도 사투리의 진수를 구사하는 '말바우아짐'을 모셔 사투리와 자긍심을 주제로 강연을 가질 예정이라, 그 전에 이 영화를 좀 봐줘야 할 거 같네요.

yamoo 2011-10-19 20:04   좋아요 1 | URL
뻔한 내용의 영화였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순오기님도 보시면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을 듯해요.

아, 그런 강연도 준비하고 있으시군요! 그러시면 이 영화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되겠어요~^^

감은빛 2011-10-19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라도 사투리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군요.
'써니'와 '평양성'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yamoo 2011-10-19 20:07   좋아요 1 | URL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서도, 이 영화처럼 웃기지는 않았습니다. 상황과 욕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웃음을 자아냅니다~

참, 걸쭉~~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