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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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손에 따르면, 우리의 삶은 순간들의 무수한 지속이다. 지속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순간을 산다. 그 순간들은 우리의 몸에 각인되어 기억으로 체화되고 현재의 순간을 만나 과거의 기억들은 새롭게 현재에 개입한다.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게 삶의 속성이다.

 

이 삶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감정이라는 부산물을 만난다. 그 감정은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억(추억)이 순간적으로 응축되어 이미지화된 실체가 감정이라는 점. 이는 삶의 단면 속에 구체화되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학은 이 감정을 이야기로 담는 예술 영역이다. 잘된 작품은 삶의 페이소스가 플롯 속에 오롯이 담겨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목적이고 예술이 지향하는 바라 할 것이다.

 

트레버의 마지막 단편집인 <마지막 이야기들>(문학동네, 2023)을 읽었다. 마지막 책까지 그의 작품들은 문학이 추구하는 카타르시스를 완벽히 선사한다. 단 한 작품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한결같다. 읽고 또 읽게 되며 행간을 음미하게 된다. 그런 후에 오는 아련한 마음의 황량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특이하게도 그 황량함과 쓸쓸함이 전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 현재를 살고 있다는 삶의 생생함이 단편이 끝난 지점에서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 아닐지.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고독과 비애를 담은 단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근본을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게 한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만나게 되거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게 상처이든 사랑이든 상실이든 우리는 그에 반응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 어느 시점에서 점점 잊혀지지만 그 감정과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트레버의 작품들을 읽으면 그 부정적인 감정과 아픔이 아련하게 되살아나 마음이 황량해 지지만 이를 통해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기에 삶에서 위안이라는 것을 나는 작가의 단편집을 통해 그 단어의 의미를 처음 확인하는 경험을 했다.

 

여기 실린 10편의 단편들은 모두 주옥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겨울의 목가>, <여자들> 등이 특히 인상적이다. 삶의 페이소스를 함축적이고 절제된 글에 담아내어 깊고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단편들이다. 마지막 몇 문장을 통해 단편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일꾼들이 의자를 뒤로 밀치고 일어선다. 붉은 타일이 깔린 바닥에서 그들의 장홧발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메리 벨라는 불안감을, 그리고 어쩌면 연민을 감지한다. 그녀는 그것들을 웃어넘기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변함없는 사랑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그에게는 그 사랑이 그녀 의 그림자들 사이에 존재하고 그녀에게는 그와 함께했던 방들과 장소 에 있음을 일꾼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사랑이 시들지 않을 것임을, 길고 느린 죽음이나 평범해진 사랑은 없을 것임을 일꾼들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겨울의 목가, p.206)



겨울의 목가마지막 부분이다. 이 몇 줄을 통해 작가는 메리 벨라(여주)의 감정을 아주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읽는 독자들은 벨라의 생각을 읽으며 아주 깊은 사랑의 상실감에 공명한다. 그리고 앞의 이야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첫 문단을 작가가 왜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지 깨닫고, 여주 메리 벨라의 기대감이 어떻게 상실로 이어지는 지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마지막을 첫 5문장을 통해 결말의 복선을 아주 멋지게 깔아놓는다. 이것을 처음 읽어서는 절대 알아챌 수 없다. 마지막 문장을 봐야만 안다.

 

그래서 큰 여운의 감정을 안고 다시 읽을 수밖에 없게 된다. 트레버의 단편들은 거의 모두 이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별 것 아닌 사건이 마지막 몇 문장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모든 전제와 사건들은 마지막을 위한 절묘한 암시와 복선이다. 2-3번 읽으면 작가의 역량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소년이 돌아왔다볼품없는 사춘기에 이르러 더 거칠고, 키도 더 크고, 더 험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그녀의 물건들을 돌려주러 온 게 아니었고, 곧장 걸어들어와서 피아노 앞에 앉아 그녀를 위해 연주했다. 그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가 연주를 마치고 그녀의 인정을 기다리며 지은 미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p.17)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마지막 부분이다. 사실 트레버의 마지막 단편집에서 내가 제일 감명 깊게 읽은 단편이다. 작가는 불완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삶 자체를 노처녀와 소년 그리고 피아노를 매개로 삶의 미스터리가 하나의 경이임을 깨닫게 한다.

 

9페이지 분량이지만 작가가 두 인물을 통해, 특히 미스 나이팅게일을 통해 말 해주는이해할 수 없는 삶 자체에 대한 페이소스는 고통과 슬픔을 넘어선다. 그리고 삶을 관조하게 한다. 그러하기에 작가가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담담한 서사는 우아하고 매혹적이다.

 

윌리엄 트레버에 따르면 단편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영원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들 단편을 읽으면 삶의 진실이 폭발하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압축된 서사가 주는 경이감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편이 주는 삶의 매혹과 서사의 절제미를 맛보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사료된다.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단편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체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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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5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달에 현대문학 것 윌리엄 트레버, 샀어요. 거기에는 님이 인상적으로 읽으셨다는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겨울의 목가>, <여자들> 등이 없네요. 아쉽게도...ㅋ
보람 있는 독서 하셨네요. 좋은 소설 읽고 나면 기분이 참 좋지요.^^

yamoo 2023-11-27 09:07   좋아요 0 | URL
현대문학 세계단편선 시리즈는 정말 탐납니다. 모두 사는 건 공간 상 문제가 있어 관심 있는 작가만 사자는 결심으로 한 두 권 사서 모으고 있는데, 선별된 작품들이 모두 괜찮아 보입니다!ㅎㅎ

네, 현대문학판 트레버 단편집에는 없어요~~ 문학동네판으로 보셔야 할 듯해요..^^

새파랑 2023-11-25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레버의 함축적이고 절제된 글들은 처음에 빠지긴 쉽지 않지만 한번 빠져들면 너무 좋은거 같아요. 비교하면 안되지만 다른 단편들을 읽다보면 트레버 생각이 납니다 ㅋㅋ

yamoo 2023-11-27 09:10   좋아요 1 | URL
첨엔 읽다가 무슨 소린지 몰라 다시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 작품들이 있어요. 하지만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트베버를 읽는 시간이 매우 귀중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맞습니다. 다른 단편들을 읽다보면 트레버 생각이 나는 건 막을 수 없어요..ㅎㅎ
트레버와 다른 지점에서 고골의 단편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모파상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얼른 읽어보려구요~

겨울호랑이 2023-11-25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그 부정적인 감정과 아픔이 아련하게 되살아나 마음이 황량해 지지만 이를 통해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말은 과거의 부정적으로 상처가 되어 자신에게 박혔던 감정들이 이제는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되었음을 실감한다는 뜻일까요... yamoo님 말을 통해 문학을 통한 자신의 발견과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yamoo 2023-11-27 09:12   좋아요 1 | URL
네..비슷합니다. 관조하게 된다는 것이 좀더 정확할 듯해요.

좋은 문학 작품은 자신을 마주하게 하고, 인간이 가진 보편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 같아 계속 찾아 읽게 됩니다만...발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ㅎㅎ

자목련 2023-11-27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집 참 좋았어요. 야무 님의 리뷰로 한 번 더 좋음을 확인합니다!

yamoo 2023-11-27 16:54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은 이 책을 7월에 읽으셨네요. 역시 별5개....
좋은 작품은 다독가들이 먼저 알아보는 가 봅니다.
헌데, 이런 소설을 만나기 참 어렵더라구요. 10권 읽으면 1권 발견할까말까...
다행히 알라딘 마을에는 소설 다독하는 분들이 많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ㅎㅎ 그래도 제가 발굴한 작품들도 있긴한데...지금은 절판이라..^^;;
 
[세트] 바람의 그림자 1~2 - 전2권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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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명성이 자자했던 <바람의 그림자>(문학과 지성사, 2005)를 드디어 읽었다이 책을 구입 한 게 2018년 정도였을 거다하도 여기저기 재밌다는 찬사가 들려 구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헌데 2023년 11월에야 완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재밌다고 구입해 놓고 아직까지 읽지 못했던 책이 <바람의 그림자이외에도 여러 권이니 말해서 뭐하랴어쨌거나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를 너무도 재미없게 읽어서 차기작은 무조건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맞다. <바람의 그림자>는 정말 줄거리의 흡입력이 대단했다내가 가진 판본은 오래 전에 구입한 거라 1,2권으로 분권된 <문학과 지성사>판이다출퇴근 시에만 읽어 좀 오래 걸렸지만 출퇴근의 거리를 잊게 만들어준 아주 고마운 책이다.

 

헌데 내가 이 재미난 책에 별 한 개를 뺀 것은(정확히는 별3개 반번역가 정동섭의 번역이 별로였기 때문딱 읽을 수준으로 번역했는데군데군데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번역한 문장들 때문에 여러 번 페이지를 되돌려 읽어야 했다.

 

판본이 이제는 문학동네로 넘어간 듯 보여문지판 <바람의 그림자번역 투덜거림은 그냥 접는게 상책이지 않을까 한다문동판을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출판사를 갈아탄 만큼 이전 번역의 단점을 잘 커버했거니 하며 넘어간다.

 

사실 번역이 짜증난 건 사실인데이거와 거의 비등하게 좋지 않았던 게 플롯의 문제였다개연성이 너무 없었다페르민의 출현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작가가 페르민의 과거 행적을 뭉겐 상태에서 보여주는 페르민의 행보는 거의 신급이다거의 모르는 게 없을 정도.

 

또한 푸메로의 보조형사 팔라시오스가 뜬금없이 다니엘을 동정하며 그를 돕는다자기는 다니엘의 친구라고이 뜬금포는 도대체 뭔지급기야 팔라시오스는 자기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기까지 한다작품을 읽으면 팔라시오스가 다니엘을 왜 돕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그 흔한 암시와 복선도 없다!

 

가장 짜증을 유발하는 플롯은 베아와 다니엘의 연인 맺기둘이 연인이 되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다작가는 두 번의 관계로 임신까지 만드는데이는 카락스와 페넬로페의 연인관계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짠 구성이다너무 어설퍼서 작가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던 부분이다.

 

사실 플롯의 문제는 도처에 있다이 작품은 액자형식의 소설로과거 이야기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인물들 간의 관계가 미스터리의 주축이라는 거확실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그럼에도 중간을 넘어 얘가 혹시 걔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면 여지없이 맞아 떨어졌다.

 

급기야 2권을 넘어 읽으면서도 혹시 얘와 걔가 배다른 형제아니아닐 거야그러면 삼류막장 소설인데그래도 전 유럽과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문학작품인데 설마라는 우려도 현실이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이 사실을 확인한 순간 맥이 빠지며 이 작품의 문학성에 심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그래도 작가는 서사의 재미 포인트를 정확히 구사할 줄 알았다실망하고 의구심이 들 때면 어김없이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건과 떡밥으로 이를 무마시켰으니 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작품은 장점과 단점이 아주 뚜렷하다그래도 단점이 아주 도드라지지는 않는다엄청난 줄거리의 흡입력으로 인해 단점은 어느 정도는 상쇄가 된다이 기묘함이는 작가 자체가 가지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듯하다태생 상 한계가 아닐까.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아동 및 청소년 문학가로 출발하여 명성을 얻었다본작 <바람의 그림자>는 그가 처음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선 보인 데뷔작이다그래서 복선을 깔고 떡밥을 회수하는 능력이 노벨상 레벨의 작가와 비교하여 많이 딸리는 느낌. (그래도 포세 보다는 낫다!)

 

사폰은 종종 인물의 심리를 자연에 빗대어 표현하곤 하는데이게 작위적이며 좀 유치한 감이 없지 않다. “밖은 눈이 심하게 내리며 … 눈은 문관심한 듯 겁 많은 내 눈물을 가져가버렸고 나는 천천히 눈가루의 새벽 속으로 멀어져 갔다.” (341)

 

그 타원형의 큰 홀은 대형 유리창 너머에서 무너지듯 내리는 눈발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의해 상처 난 그늘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352인용된 부분에서 보듯이 작가는 인물이 상심할 만한 사건을 겪은 후 혼자 있는 시간에 심리적 상황을 기후 상황을 빗대어 자주 표현하고 있다.

 

하도 자주 등장하여 후반부에는 좀 질리는 감이 없지 않다인물의 성격을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습작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곤 했다이러한 인물의 심리는 좀더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문학성을 담보하는 것인데작가는 이러한 면이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352쪽의 문장은 참으로 거시기 하다번역 문장 불평을 안하려야 안할 수가 없다물론 이 작품이 장르 소설의 범주에 속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되는데읽다가 보면 짜증을 유발하는 부분이 주기적으로 튀어나온다.(장르 출판사가 아닌 문지다!)

 

그럼에도 그가 창조하는 캐릭터와 사건의 구성은 아주 매력적이다이는 흡입력 있는 서사의 구조 속에서 큰 빛을 발하여(미스터리 스릴러물의 가장 큰 매력책장을 부지런히 넘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물론 짜증스러움과 함께특이하다재미와 짜증의 두 쌍두마차가


[덧]

1. 내가 읽은 건 문지판. 문학과 지성사판 합본 이미지가 없기에 문동판 합본 이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2. 읽은 사람들은 이미 다 읽은 책인데, 책을 지금에서야 읽어 뒷북아닌 뒷북이 됐다. 그래도 이 책에 대한 상찬이 수두룩해서 이런 리뷰도 있어야 구색이 맞추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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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20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떡밥을 회수하는 능력이 노벨상 레벨의 작가와 비쿄하여 많이 딸리는 느낌. ㅎㅎㅎ
저는 장르소설에 아직 은혜를 못 받은지라 내가 싫으면 말지 하는 쪽인데 분석을 잘 하시네요. 이책 바깥에 내놔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네요. ㅋ

yamoo 2023-11-20 18:22   좋아요 1 | URL
청소년 문학의 향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비유와 암시가 거의 없는 작품이랄 수 있겠습니다.

한번 읽고 바깥에 내놓아도 무방한 책..저는 그리 판단됩니다. 이 책을 읽고 바로 밀란쿤데라의 작품을 읽으면 제가 말하고 있는 지점을 바로 알 수 있어요.ㅎㅎ
 
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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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 <멜랑콜리아>(민음사,2023)을 읽었다. 마지막 문장 남아 있는 것은 생선 눈알과 평온한 빛뿐이었다.”을 읽고 난 후 나는 심한 빡침을 감내해야 했다. ‘~, 썅 이게 뭐지?’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뭔가 있을 거 같아 참고 인내하면서 마지막 문장까지 읽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헛소리의 성찬일 뿐이었다.

 

끝까지 읽은 이유가 있다. 미쳐버린 헤르테르비그가 미치기 직전에 그려 구데가 팔아준 그림 두 점. 이 그림 두 점이 헤르테르비그가 죽고 비드메가 그의 삶의 궤적을 쫓아 그림과 화가의 일생을 재구성 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보았다. 하지만 끝까지 작가는 내 기대를 무참히 꺾었다. 미친 헛소리의 성찬으로.

 

삶에 자리한 사랑과 죽음, 불안과 허무의 원천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선”, “시적 언어와 침묵으로 직조해 낸 고독한 영혼의 아득한 초상이라는 책 뒤 표지의 사탕발림은 허울 좋은 주례사 비평의 전형에 다름 아니다.

 

나는 아주 멋진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다. (p11) …… 한스 구데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물론 한스 구데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구데와 티데만을 제외하고선 나처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p12) ……

 

첫 문장과 12페이지 한 대몫이다. 이 문장들은 1권 도처에 흩어져 있다. “한스 구데는 그림을 잘 그린다. 티데만도 그림을 잘 그린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린다.”는 문장은 계속 반복된다. 작가는 진짜 정신병자의 언어적 망상을 자신의 문체로 확립한 듯하다. 계속 읽고 있으면 음악적 환청을 듣는 듯하다. , 이런 것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시적 언어일 수 있겠다싶다. 다음 인용된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갈매기들을 봐야 하지만, 갈매기들은 보이지 않는다. 갈매기들이 사라졌다. 나는 다시 갈매기들을 봐야 한다. 만약 갈매기들이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으면, 나는 바지 속에 손을 넣어 두 다리 속에 손을 넣어 자위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산드베르그 박사는 만약 갈매기들이 보이지 않으면 바지 속에 손을 넣어 두 다리 사이를 어루만져 보라고 말했다. 나는 두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살짝 움직일 뿐이고, 그것을 눈치 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p254)

 


나는 화가다. 나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나는 눈을 치우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눈을 치울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화가이며, 그림을 그릴 것이다. 나는 눈을 치우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있다. (p294)



문장들을 보면 페이지가 무의미할 정도다. 계속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뭐 미친놈이 혼자 같은 말을 반복하면(미친놈은 혼자 같은 말을 반복한다.) 시적 운율이 생성되어 시적 언어라 명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런 문장들이 매 페이지마다 계속된다. 미친놈의 넋두리가 고독한 영혼의 아득한 초상이라고 표현하면 그건 평론적 기교이겠지.

 

, 미친놈의 반복적인 문장으로 인해 책장은 넘어간다.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어 플롯 전개가 매우 느리지만(A-B-C-D, B-C-D-E, D-E-F-G ……) , 그렇기에 눈으로 빠르게 같은 문장을 타고 넘을 수 있다. 그럼에도 5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330여 페이지로 늘리는 작가의 경이로운 글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면에서는 노벨상 감이다. 알프레드 자리는 분량에서 깸이 안 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소설로서의 매력이 0점이라는 건 서사 구조 자체에 있다. 최대 괘씸한 건 재미가 무지 없다는 점. 욘 포세의 작품을 들어 의식의 흐름기법 운운하는데, 그건 푸르스트 정도의 작품을 말하는 거고, 이 작품은 그것도 아니다. 알프레드 자리의 문체를 가볍게 뛰어 넘는, 미친놈의 헛소리를 그대로 실현하는 문장들이다.

 

위에 인용된 문장들이 끊임없이 나열된다. 주제의식? ...2권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긴 한다. “가난한 집 안에서 태어난 천재 화가의 비참한 운명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1권에서는 전무 했던 주인공의 그림과 그 행위가 두 페이지 정도 누나의 시각으로 나타난다. 주인공 라스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후 화구 일체를 없앤 듯하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온 후에는 부목 조각에 석탄과 물로 그림을 그렸다. 이 책에서 주제의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일 거다. 414페이지부터 418페이지에 걸쳐 있는 내용. 그는 바위에 앉아 바다 풍경을 보고 부목 조각에 석탄으로 그림을 그린다(물론 다락방에서도 낙서 같은 그림을 그렸다).

 

완성된 그림들은 바닷가 깊은 동굴에 보관한다. 부목 조각에 물로 섞은 석탄으로 풍경화(구름과 나무배)와 인물화를 그렸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큰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 남은 작품들을 누나에게 보여분다. 석탄으로 그렸기에 온통 회색와 검은색이었을 거다. 이를 본 누나는 말한다. 그림이 참 훌륭하지만 우울함에 빠져 있는 라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그리고 라스는 모두 바다 속에 던져 넣는다.

 

작가가 책의 타이틀로 멜랑콜리아라고 붙인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목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재 예술가가 그냥 미쳐버려 그 미친 독백을 빈약한 서사에서 읽는 맛이란 정말 지루함의 극치라 할 만하다. 2권은 1권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지루하긴 마찬가지다. 처음 기대를 보기 좋게 무너뜨린 작가의 글쓰기 방식은 참으로 고약하다고 느낀다.

 

천재 예술가의 고뇌와 그로부터 미쳐버린 얘기는 고흐의 일화로 충분하다. 노르웨이의 비운의 천재작가를 소개해 주려면 좀 더 재밌고 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소설로서 말이다. 노벨 문학상의 기대를 갖고 본 작품은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임팩트 없고 고약하게 지루한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런 작품은 중간에 덮어야 했는데, 끝까지 읽어 빡침을 감내해야했다. 뭐 어쩌랴 이것도 내 선택이었던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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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10-28 12: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야무님께서 얼마나 화가 나신 건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글이네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 더 배신감을 느끼신거죠? 저도 예전에 엄청난 찬사를 받은 소설이아고 기대하고 읽었다가 빡친 겸험이 있어서 공감이 가요. 다만, 제 경우에 국내 소설이어서 그냥 글 자체를 못 쓴 경우가 명확한데요. 이 책의 경우는 그래도 번역서라서 원본의 경우는 어떨까 하는 조금의 의문은 생겨요. 사실 번역 과정에서 원어의 맛과 작가 특유의 문체를 잘 살리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제가 출판사에 일할 때 번역가들과 몇 차례 작업을 해봤고, 이혼한 애들 엄마가 번역가였고, 매우 친한 지인들이 번역가라서 번역의 한계와 어려움을 잘 알지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문학작품에서 원서의 그 훌륭한 측면들을 번역서에서 다 보여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말씀하신 동어 반복과 서사 내용에 대헌 지적은 또 번역의 문제와는 다른 측면이고, 글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신 것 같아서 제가 드린 말씀과는 또 다른 것 같네요. 당연히 야무님께서도 번역서의 한계 정도는 감안하시고 말씀하셨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멜랑콜리아]라는 영화는 무척 재미있게 봤었어요. 원작과 리메이크작 두 개 모두 각각의 매력요소가 있어서 두 개를 모두 찾아보길 잘 했다고 생각했었어요.

yamoo 2023-10-29 14:37   좋아요 0 | URL
음....번역에 대해서는 뭐...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감안하고 읽죠. 민음사판 파리대왕 정도를 제외하곤 문학에서 번역 때문에 짜증나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해요..

이 책이 왜 상찬받는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 서사의 재미가 거세됐다면 아포리즘을 방불케하는 문장이나 형식미가 돋보이면 그런대로 읽을 만 한데...이 책은 그런 것도 아니고 철학적인 내용도 없어 소설로서의 매력이 꽝입니다. 이번 노벨위원회 위원 구성이 저하곤 안 맞나 봅니다.

영화를 찾아봐야 겠군요! 검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0-28 1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들 책 높은 확률로 재미가 없었어요…그래서 저는 다들 화제 될 때 안 읽고 기다렸다가 이게 뭐여 퉤퉤 하고 싸게 중고 매물이 쏟아져 나올 무렵 골라 읽거나 안 읽거나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출판사만 좋은 일 사절한다…

yamoo 2023-10-29 14:43   좋아요 1 | URL
반유행열반인님 반갑습니다!

노벨상 수상작가는 제게 복불복인듯해요. 어떤 작가는 너벨상에 걸맞는 작품을 보여주고 또 어떤 작품은 어떤 한 면이 소설사에서 의미가 있겠다는...그러니까 매우 아방하고 스타일리쉬한 면을 보여주죠. 나름 읽을만 했죠. 하지만 올해처럼 재미없고 지루하고 내용없는 작품은 별로 못봤습니다. 올가 토까르추크보다 훠~~~~얼씬 재미가 없고 지루합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10-29 17:21   좋아요 1 | URL
다음 독서는 이 책보다 열 배(안 되나 그럼 백 배) 더 재밌는 책 걸리시길 기원합니다.

yamoo 2023-10-30 09:09   좋아요 1 | URL
다음 독서 바로 진행하고 있어요...

정확히 포세보다 열 배 재밌는 책이네욤...ㅎㅎㅎ
넘 재밌어요. 포세을 읽는 직후에 읽어서 그런가 봅니다...ㅋㅋㅋ

Falstaff 2023-10-28 1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와서 좀 민망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전 이 양반 아무래도 책 읽지도 않고 걍 버릴 거 같아서 못 본 척하고 있습니다.

yamoo 2023-10-29 14:45   좋아요 1 | URL
흠....웃으셔도 됩니다...ㅎㅎㅎㅎ
저는 단지 제 느낌에 충실했으니까요..ㅋㅋㅋㅋ
그냥 버리셔요~~ 읽으시면...그래도 별3개는 주실듯합니다~~
저보단 의미있게 읽으시는 뽈님 이시라면..~^^

반유행열반인 2023-10-29 17:21   좋아요 0 | URL
버릴 땐 저에게 -폐지수집광 올림-

stella.K 2023-10-28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어지간히 빡치셨나 봅니다. 별 하나라니. 좀 충격적인데요? ㅎ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작품이 좋으면 다른 작품도 읽고 싶고,
반대로 안 좋으면 다시 안 읽게 되더라구요.
근데 저 개인적으론 북유럽 작가의 작품 읽기 시도해서 성공해 본 적이
없더라구요. 뭐 그리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뭐 이런 작가의 작품은 괜찮은 작품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취향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yamoo 2023-10-29 14:51   좋아요 0 | URL
네...아주 심하게 빡쳤어요.
욘 포세는 아제 쳐다도 안볼 거에요.
물론 취향의 문제이긴 합니다만...그래도 소설인데 어느정도 재미는 있어야죠. 재미가 없으면 철학적이라든가...형식미라든가...
이런 요소가 전무한 작은 그냥 망작인데...노벨상 수상작이라....한숨만 나와요~~~

페크pek0501 2023-10-29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매우 인기가 높아 나도 사 봐야되나, 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마침 이 리뷰를 보게 되어 망설임을 끝낼 수 있네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높은 평가 때문에 기대하고 읽었다가 실망했던 기억이 저도 있어요. 개인 취향의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과 저는 잘 안 맞더라고요.^^

yamoo 2023-10-29 14:54   좋아요 1 | URL
왜 인기가 높은지 전혀 모르겠고..
완전 의문이에요. 이 책에 상찬을 보내는 이들이..
별5개 준 리뷰자들도 좋은 이유가 별로 잘 안보이더라구요..ㅎㅎ
노벨상의 후광효과가 엄청나다는 걸 다시금 느껴요..
페크님은 절대 읽지 마셔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29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쓴 작품이었던 만큼 기대가 크셨던듯 한데 써주신 글 읽으면서 문득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지루한 책읽으시느라 욕보셨습니다. 정말로 고생하셨습니다. 아무쪼록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amoo 2023-10-30 09:08   좋아요 1 | URL
네...생판 처음 듣는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면 기대하면서 읽게 돼죠. 지금까지 그랬습니다. 경험상 별로긴 해도 이번처럼 처참하지는 않았는데...욘 포세가 제게는 최고로 지루했습니다. 지루하면서도 건질 게 없는 유일한 소설..

네, 정말 욕봤어요..^^;; 다시는 이런 책 읽고 싶지 않아요..ㅎㅎ

그래도 뭐 이런 책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니 꾸준히 팔리고 노벨상도 타는 게 아니겠습니까..ㅎㅎ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30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그쵸.. 각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들 다른지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시는게 정신건강에도 좋고 여러모로 이래저래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

물감 2023-10-30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속이 다 시원합니다.
덕분에 거를 작품 알아갑니다!
저도 노벨상은 잘 안 맞던데, 대체 기준이 뭔지 참...

yamoo 2023-10-30 17:29   좋아요 1 | URL
이거 매우 재미 없습니다!!
안 읽는 게 장땡입니다..ㅎㅎ
요즘 <바람의 그림자>읽고 있는데. 이게 멜랑보다 10배 더 재밌습니다..ㅎㅎ
노벨상 수상작 중 사라마구, 살만 류슈디, 아나톨 프랑스 등은 무지무지 재밌었는데 말입죠..^^

그레이스 2023-11-07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하나!
ㅠㅠ
책을 사놨으니 안읽을 수도 없고!;;;
딸이 보트하우스 재미없다고 해서... 찬물이었는데... 여기는 얼음물이네요^^

yamoo 2023-11-07 18:58   좋아요 1 | URL
읽으면 주관적인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이걸 재밌다고, 감동적이라고 하는 건 확실히 위선이겠지요.
노벨상이라는 후광효과로 눈이 멀어지면 그럴수도 있겠다시픈데...
이 소설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활자중독자에 포함되는 사람일 겁니다.

최고 좋은 건 안 읽는 건데.....저는 사놓고도 안 읽는 책이 많은데 그레이스님은 아닌가 봅니다. 그럼 그냥 읽고 재미가 너무 없다는 리뷰를 쓰시면 될 듯해요~^^
 
잘못 들어선 길에서 (구) 문지 스펙트럼 17
귄터 쿠네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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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SF소설 덕후였다. 김용의 대하역사 소설을 다 읽고 시쿤둥해질 즈음 발견한 아시모프의 소설 시리즈. <강철도시><로봇>은 내 20대의 동반자였다. 이후 걸출한 SF소설들을 거쳤고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읽을 즈음 내게서 멀어졌다. 아마도 에코의 소설에 심취하면서 나의 문학 편력은 시작됐을 거다.

 

그런데 SF소설은 장르적 기대감과 함께 한계가 분명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가치나 사회비판적 의식의 부재였다. 그래서 가볍게 읽는 장르 소설이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멀어졌는지도 모른다. 비록 출중한 SF 작가와 작품들이 간간히 발견되긴 했지만(예컨대 레이 브래드베리의 <화씨 451> 그 수가 너무 적었다. 물론 SF소설의 장르적 특색은 여전했다.

 

요 몇 년 간 에스에프 소설과는 거의 담 쌓고 지냈다. 그러다가 최근에 귄터 쿠네르트라는 작가의 <잘못 들어선 길에서>(문학과지성사, 2000)을 읽었는데 정말 놀라운 소설이었다. ‘SF소설을 이렇게도 쓸수있구나!’라는 감탄을 내뱉게 했으니까. 쿠네르트라는 작가는 처음 접했다. 단편 소설집임에도 한 작품 마다 임팩트는 상당했다.

 

보통 독일 작가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쿠네르트는 동독 작가임에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SF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펼쳐보였다고 개인적으로 촌평하고 싶은 심정이다. 작가는 상황과 소재만 SF적 장르를 가져왔을 뿐 그 서사의 핵심은 동독 사회 구조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다.

 

동독 시절이면 냉전시대이다. 냉전 시대에 작가가 써내려간 짧은 서사는 시대를 초월하여 21세기 오늘날에도 여전한 비판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재밌기까지 하다. 읽다 보면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특히 <병 통신><가정 배달>이 그렇다.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올림피아2>, <러브스토리-메이드 인 DDR>, <장례식은 조용히 치러져야 한다> 등은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돋보인다. 짝사랑과 불륜이 미래 기술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부조리하게 보여주는 단편들이다. 특히 <대리인>의 경우 사랑을 진화론적으로 풍자하는 시도가 돋보였다.

 

12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 선별집이지만 주제와 소재의 스펙트럼이 넓어 읽는 맛이 배가 된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꼭 보고 싶다. <잘못 들어선 길 및 또 다른 방황들>이라는 1988년 원판본이 꼭 재번역 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주제를 서사로 구현해 내는 작가의 역량이 매우 빼어나서 단편 12편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입맛만 다셔야겠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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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20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여간해서 별 다섯 개 안 주시는 줄 아는데 꽤 만족스러우셨나 봅니다.
좀 오래된 책이긴한데 책값도 싸네요.
전 아직 에스에프 익숙치 않지만 함 관심 가져 보도록 합죠.ㅋ

yamoo 2023-10-23 09:12   좋아요 1 | URL
네,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를 이어서 읽었는데, 좋은 소설을 읽는 시간이 왜 가치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 느끼는 거지만 문지스펙트럼의 세계문학은 정말 선견지명이 있었던듯해요. 여기 리스트에 목록 올리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가 걸출한 작품들입니다. 대산이나 을유에서 펴내는 세계문학 작품집에 들어 있는 듣보잡 작가라는 사람들 일부가 문지스펙트럼에 있는 걸 보고 놀랐죠. 쿠네르트는 어느 출판사에서도 그의 작품들이 완연된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이상하죠. 이렇게 걸출한 작가의 작품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지스펙트럼의 소설들이 다시 간행하고 있으니 기다려보면 다시 재간될 듯합니다...ㅎㅎ 2003년인가...그때 이미 무질의 단편집이 여기서 나왔다는 사실은 놀라울만합니다..ㅎㅎ

그레이스 2023-10-23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씨451>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르귄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 책도 찾아봐야겠네요!^^

yamoo 2023-10-24 09:17   좋아요 1 | URL
르귄도 괜찮지요..ㅎㅎ 브레드버리의 화씨451은 브레드버리 작품 중 가장 발군이더군요..^^

그레이스 님, 에프에프 좋아하신다면 이 책 강추합니다! 정말 의미있는 책이에요~~
 
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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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소설이 왜 유명하고 필독서가 됐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런 종류의 소설 이야기는 쌔고 쌨다.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라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훌륭한 군인>(문예출판사, 2013)을 완독하고 난 직후의 내 생생한 감정이다.)

 

자녀가 없는 두 커플이 만나 9년 동안 그 관계를 유지했다면, 그래서 그것이 소설의 소재라면 거의가 커플의 한 쪽 여자와 다른 쪽 커플의 한 쪽 남자가 바람이 나거나, 아니면 쌍쌍이 바람이 나거나. 뭐 그 중의 하나다.

 

줄리언 반즈의 작품 중에서도 두 커플이 바람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고,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여타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한 소재 중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 타이틀이 훌륭한 군인’. 커플 간 불륜이라는 걸 꿈에도 몰랐고, 책 표지에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20세기 최소의 소설이며 영어로 쓰인 최고의 프랑스 소설이라 찬사 받은 작품!"이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읽기 시작했다.

 

, 그런대로 읽을 만은 했다. 근데 주제가 너무 맥빠지는 얘기고 식상한 얘기라 책을 덮고 이 소설의 의의와 가치를 곱씹어 봤다. 결론은 옛날에나 통용되는 문학성이라는 거. 그리고 더 중요한 작가의 숨기지 않는 오리엔탈리즘에 냉소를 금치못했다.

 

저자인 포드 매덕스 포드는 1870년대 사람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그는 대영제국의 그러니까 빅토리아 후기 시대의 문화적 세례를 받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어보면 상류층 문화와 종교생활이 어떻게 데카당스적 라이프스타일로 수렴되는지 캐릭터에 생생히 녹아있다.

 

사실 이 부분이 이 소설을 끝까지 읽는 원동력이었다. 식상하고 뻔한 내용을 아주 훌륭하게 포장하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다. 그 시대상을 인물들에 수렴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주 훌륭한 작가적 능력이다. 문학성을 담보하는 지표 중 하나랄까.

 

그래서 이 작품을 번역한 손영미는 빅토리아조 후기에서 1차 대전까지의 사회상을 화려하고 정교한 표면 아래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는 의미심장한 소설이다. 또한 한 번 읽으면 잊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작품의 아름다움을 베가시킨다.”라고 상찬했다.

 

번역자만 그런 게 아니고 영미 쪽 평론들도 대체로 찬사 일색이다. 그리고 권위있는 문학지나 대학에서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다. 진부한 내용의 소설이 이만한 가치를 받을 만한지 의구심이 정도로 필독서 리스트는 찬란하기 그지없다. 아래 추천 목록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영어 소설 100

<옵서버>지 선정, 가장 위대한 소설 100

영국 가디언지 선정, 필독 소설 1000

하버드 대학 필독서 100

미국 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피트 박스울, 죽기 전에 읽어야할 1001권의 책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소설 100

칼리지 보드 추천 고등학생 필독도서 100

 

무려 하버드 대 필독서 100선에 선정되어 있는 것도 모자라 칼리지 보드 추천 그교생 필독서 100선에 포함되어 있다. 이 식상하고 진부한 불륜 이야기가 말이다. 아무리 그 시대상을 작품에 생생히 반영했다하더라도 그 중심 주제가 불륜인데 고교생 필독서라니 이건 너무하다싶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이리도 높게 평가한 건 영미쪽 시선이 많이 반영된 듯하다. 제국주의를 지나 냉전체제를 이어오며 영미 상류층에 이보다 더 판타스틱한 문학적 데카당스는 없을 듯해서다. 이 시절(187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자본주의는 맹위를 떨쳤으니,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던 때였다.

 

그래서 이 작품의 화자 존 다우얼(억만장자쯤 되는)은 사랑 없이 돈으로 마음에 든 여자를 산 다음 영국으로 이주한다. 거기서(정확히는 독일 온천) 비슷한 부류의 에쉬버넘 부부를 만나 9년 동안 친분을 쌓는데, 이 친분의 세월이 슬픈 이야기라는 거다.

 

슬픈 이야기의 요체는 이렇다. 다우얼의 아내 플로렌스가 자신을 속이고 에드워드와 붙어먹었다는 사실을, 에드워드가 죽은 후 그의 아내 레오노라에게 그 진실의 전모를 전해 듣는 것이다. 이걸 다우얼의 입을 빌려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달하는 내용.

 

이 작품은 외형상 전형적인 불륜 이야기이다. 그런데 작가 포드 매덕스 포드는 그 자신과 그가 포함된 계층의 아비투스를 천연덕스럽게 잘도 인물에 구현해 놓았다. 이 소설이 최악인 이유는 포드의 그 유감없이 발휘되는 오리엔탈리즘이다.

 

작중에서 에드워드 에쉬버넘은 훌륭한 군인으로 그려진다. 키가 크고 금발에 잘생겼으며, 동정심이 많고 감상적이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대대로 내려오는 부와 권력의 상징인 에쉬버넘 가문의 기둥이다. 여자들이 안 좋아 할 수 없는 요소를 다 갖고 있다.

 

그는 손만 뻗으면 여자들을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가 난봉꾼이 되는 건 아마도 필연적이었을 거다.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자들에게 그는 항상 휘둘렸다. 잘생기고 튼튼한 육체에 비해 감상적이고 소심한 성격은 늘 그런 여자들에게 먹잇감이 됐다.

 

그런데 그가 사랑했던 순수한(?) 여자들 대부분은 그가 인도에서 주둔했던 때에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이다. 자기 부관의 아내를 사랑했고, 그곳에서 20살도 안 된 메이시 메이단을 만나 사랑하여 영국으로 데려와 자살하게 만들고, 더욱이 에쉬버넘 부부의 양녀로 삼은 낸시까지 사랑하게 된다.

 

에드워드의 정부였던 플로렌스를 제외하고 에쉬버넘이 마음이 아플 정도로 사랑했던 여자들은 모두 인도 여자들이거나 하녀들이었다. 그리고 그 성적 대상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그녀들이 죽었을 때 에드워드의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는 전혀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메이시 메이단이 죽은 이유도 그가 플로렌스에게 그녀는 자기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말을 들어서였다.

 

보통 제국주의를 풍자한 만평 중 일부는 제국주의 국가들을 힘있는 군인으로 표현하고 식민지 나라를 여성으로 그려 놓는다. 그래서 제국주의적 착취를 보다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이 바로 에쉬버넘 대령이라는 인물을 통해서이다. 그를 통해 작가는 영국과 인도와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소설을 읽고 딱 이 이미지가 떠 올랐다. 물론 태평양 전쟁기에 일본제국주의 만평이지만, 인도에서 에드워드는 메이시와 낸시를 저런식으로 대했을 거 같아서..ㅎㅎ))

 

이 소설이 최악인 이유는 작가의 오리엔탈적 인식에 더해 그 윤리적 인식의 박약함에 있다. 아무리 타이틀을 반어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전편을 흐르는 에드워드 삶의 궤적을 동경하는 듯한 화자 다우얼의 인식을 보면 대번 알 수 있다.

 

존 다우얼은 에드워드 에쉬버넘과 9년 간 친분을 쌓으면서 그의 난봉꾼적 기질을 그가 돈이 많고 감상적이어서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고 치부한다. 자기라도 에쉬버넘처럼 행동했을 거라고 서슴없이 결론내린다. 자기 부인하고 바람난 사람에 대한 평가치곤 매우 관대하다.

 

다우얼이 에쉬버넘 부부를 만나 레오노라에게 플로렌스의 악행(?)과 에드워드의 바람기와 낭비벽을 전해들어도 다우얼은 에드워드를 비윤리적인 사람이라고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감상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약점으로 단정짓는다. 다우얼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도 여전하다.

 

물론 여과 없이 이러한 불륜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훌륭한 군인이라는 반어법을 사용하여 당시 시대상을 고발하는 비판적 작품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있다(대부분의 평단이 이런 시각이지 않을까)하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곰곰 생각해 보면 나는 매덕스 포드라는 사람이 가진 계층적 아비투스를 도저히 좋게 봐 줄 수 없다.

 

이와 같은 작품을 청소년 필독 권장도서로 추천한다는 게 참으로 개탄스럽다. 우리가 그만큼 오리엔탈리즘에 부지불식간에 길들여져서 그런듯하다. 이보다 좋은 작품들은 널리고 널렸다. 모두가 상찬해 마지않는 작품이지만 나는 별로였다. 단언컨대 페미니즘 관점에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을만한데 아직까지 이런 평이 없다는 게 신기할 뿐!()

 

 

[]

1. 며칠 전 쿳시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를 읽고 보니, J.M. 쿳시가 포드 매덕스 포드를 연구하여 학위를 받았다고. 그래서 그런지 쿳시도 페미니즘 계열에서 좀 비판을 받는 듯하다.

2. 포드 매덕스 포드는 서구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달랑 <훌륭한 군인> 하나만 번역된 듯하다. 그 어떤 다른 작품도 발견하기 어렵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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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18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독서 100선, 을 오래전부터 불신했어요. 이걸 정하는 사람들이 완독하지 않고 정했을 거라고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책을 필독서로 선정해서 말이죠. 그다음부턴 내가 읽고 좋았던 것만 남에게 추천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악행과 불륜이 들어가면 저는 재밌던데... ㅋ 님의 리뷰를 읽어 봐도 재밌을 것으로 느껴집니다. 점수는 짜게 주셨지만요...ㅋㅋ

yamoo 2023-05-19 09:37   좋아요 1 | URL
저도 필독서 100선 별로 신뢰하진 않습니다만..
타임지 선정 100선, 하버드 필독서 100선..뭐, 이런 추천리스트는 독서 활동 실체를 떠나 세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심지어 비밀독서단 선정 책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양서에 비해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하죠. 유진 오닐의 밤의로의 긴 여로가 뭐가 그리 대단한지 지금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물론 톨스토이의 부활같은 책들은 정말 충분히 그 위대함에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만...그렇지 않은 책들 때문에 불신이 쌓인다는..^^;;

악행과 불륜...프롯이 재미있고 드라마틱하게 짜인 소설이라면 확실히 재밌다고 느낍니다. 가독성도 뛰어나고...근데 포드의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확실히 읽어보셔야 알 거에요~~그런 면에서 페크님은 이 책을 한 번은 일독하셔야할 듯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