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작가 왕샤오보(1952-1997)의 <혁명시대의 연애>(창비)를 엊그제 강의에서 읽었다. 가끔 예기치않은 작가 혹은 작품과 만나게 되는데 왕샤오보와 그의 작품이 그렇다. ‘중국의 조이스‘ 혹은 ‘중국의 카프카‘로도 불린다지만 소개된 작품들로 봐서는 정확하지 않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좋아하고 제목도 <콜레라시대의 사랑>을 패러한 것이지만(번역본의 제목도 그에 맞춰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원어는 ‘혁명시기적 애정‘이다) 왕샤오보의 소설들의 자기 체험에 좀더 밀착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처럼.

왕샤오보는 늦게 데뷔하여 1990년대 중국문학계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가 45세에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급사하는데 사후에도 여전히 중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그의 산문들도 소개되면 좋겠다. 국내에 소개된 건 <혁명시대의 연애>에 수록된 표제작과 ‘황금시대‘, 그리고 이전에 나온(작가명이 ‘왕샤오뽀‘로 표기됨) <황금시대>(한국문원)에 실린 ‘유수 같은 세월‘까지 세 편이다. ‘황금시대‘는 두 종의 번역이 있는 셈(소설에서 여주인공을 지칭하는 표현이 각각 ‘걸레‘와 ‘화냥년‘으로 되어 있다).

다른 시기를 다룬 작품들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왕샤오보 소설들의 시대배경은 문화혁명기다. 성에 대한 억압을 부조리하면서도 매우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게 그의 장기로 보인다(인기비결이기도 할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웅진지식하우스)와 경합할 만하다. 옌롄커는 1958년생이고 소설은 2005년작이다. 왕샤오보의 작품이 10년쯤 앞선다. 그리고 왕샤오보의 소설들은 상당 부분 자전적 소설로 읽힌다. 얼마만큼 실제 사실과 일치하며 얼마만큼 각색되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그의 수필들을 참고해야 할까. 중국에서라면 평전도 나옴직하다) 그런 인상을 준다. 옌롄커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아무려나 중국식 블래유머나 부조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희귀작이 왕샤오보의 소설들이다. 좀더 번역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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