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서재를 블로그로 쓰게 되면서, 거기에 서재의 꼴이 좀 알려지게 되면서 이런저런 불편한 의견들도 직간접적으로 전해듣게 된다. 이곳에서 주로 하는 일이 '책 선전'이거나 책읽기에 관한 '공치사'인지라 "돈을 얼마나 받길래 그렇게 열성이냐?"는 핀잔에서 "꽤나 잘난 체/아는 체한다"라는 비아냥까지가 그 의견들의 스펙트럼이다. 게다가 둘러보면 알라딘에서조차도 이런 일에 '극성'인 이들이 몇 명 되지 않는다(그런 와중에 최근에 몇 분이 또 활동을 그만 두셨고). 조만간 1000명에 이를 것 같은 즐찾에도 불구하고 자주 회의감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이번에 페이퍼의 달인 1위에 며칠 올라 있었는데 내가 갖게 되는 느낌은 부듯함이 아니라 배신감이다.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는구나!).
책읽는 걸 좋아하고 그게 또 밥벌이와도 무관하지 않아서 그와 관련한 수다들을 늘어놓는다. 거기에 이왕이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더 나아가 인문학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나대로의 '사명'이라고 여기는 편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실효적인가는 늘 의문이며 결국엔 자기 알리바이에 불과한 게 아닐까라는 의혹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발을 빼기에는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린 게 아닌가도 싶고('보이지 않는 조직'의 압력도 느낀다!). 어떻게 할 것인가? 도서관련 정보를 주로 싣고 있기에 종종 드나드는 '북데일리'에서 한 기자의 고백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본 것들이다.
북데일리(07. 01. 26) 책 기사=책 광고? 황당한 공식 이제 그만!
책뉴스 사이트 북데일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책 읽는 사람이 리더다’ 시리즈는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독자에게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하게 하는 독서권장 캠페인이다. 올바른 독서문화 정착과 책 읽는 사회 조성에 이바지하고자 포털사이트 다음과 문화일보가 뜻을 모았다.
얼마 전, 모 인사에게 캠페인 참여를 부탁했다가 다소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책을 추천하는 일이 해당 도서를 광고하는 일로 비춰질까 염려스럽다”는 것이다. 책을 골라주는 일이 광고일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설령 광고이면 어떤가. 좋은 책 많이 읽도록 하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순수한 의도로 진행되는 책 운동에 ‘돈의 논리’를 대입하는 사고가 못내 안타깝고 씁쓸했다. 이런 시각은 비단 그 한사람 뿐이 아니다. “홍보용 기사다.” “책 선전이네.” 기사 덧글엔 종종 이처럼 삐딱한 의견이 올라온다. 대체 언제부터 책을 ‘소개’하는 기사가 ‘홍보’ 글로 둔갑됐는지. 이는 포털사의 뉴스 에디팅 시각 역시 마찬가지다. "기사는 좋은데... 책 홍보를 하는 거 같아서..."라며 책기사를 섣불리 전면에 내세우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나 TV드라마를 보자.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가. 네티즌의 덧글 또한 얼마나 홍수를 이루는가. 하지만 기사를 두고 광고라고 의심하는 눈초리는 거의 없다. 왜 이같이 상반된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영상매체에 익숙한 대중들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관련기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책 기사가 낯설다. 또한 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탓도 있다. 책은 양서여야하고, 계몽적이어야 한다는. 좋은 책이 아니면 절대 홍보하면 안된다는.
그러나 생각해보자. 요즘 악서가 얼마나 있는가. 과거와 달리, 엄청난 정보의 시대에 수도없이 쏟아져나오는 책을 두고 양서와 악서를 구분하는 일은 시대착오적 생각이다. 대개의 책들은 나름대로 정보나, 엔터테인먼트로서 가치가 있다. 책은 이미 무거움을 털어버렸다. 제발 읽지도 않는 사람이 책에 대해 엉뚱한 생각을 가지 말자.
이 모든 것은 책을 멀리하고 책에 무관심한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 대해 논하는 장은 널려있다. 하지만 책에 관한 토론 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책 기사 = 책 홍보’라는 공식은 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돈과 거래할 때만 가능한하다는 어이없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저 책을 이야기 하는게 즐겁고, 책이 좋아서 글을 쓰는 사람은 여전히 적지않다.
살아가면서 내 인생을 밝혀준 책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 책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읽게 하는 일은 또 얼마나 뜻 깊은가. 책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수다처럼, 지천에 널리고, 반갑고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바램일까. 기사에 대한 덧글이 해당 책에 대한 감상과 평가로 ‘치환’되는 그 날까지, 필자는 ‘책 선전’을 멈추지 않을 셈이다.(고아라 기자)
07. 01. 26.
P.S. 기자의 말을 다시 반복하자면 "살아가면서 내 인생을 밝혀준 책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 책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읽게 하는 일은 또 얼마나 뜻 깊은가. 책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수다처럼, 지천에 널리고, 반갑고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바램일까." 푸념과 결의는 그렇게 한 통속이 되어 나를 결박해놓는다. 잠시 딴생각을 했다. 마저 노를 저어야지. 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