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경 출판사에 나온 책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이다. 두툼한 ‘벽돌 책’을 논할 때 《서양미술사》가 빠지면 섭섭하다. 색인, 도판 목록 등 기타 내용을 포함하면 《서양미술사》의 총 쪽수는 687쪽이다. 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평소에 관심 있었던 미술 사조를 소개한 장만 골라 읽었다.

 

《서양미술사》가 워낙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동양미술사》를 아는 독자가 많지 않다. 사실 《동양미술사》가 《서양미술사》보다 먼저 나왔다. 알라딘에서는 《동양미술사》의 초판 발행연도가 ‘1998년’으로 되어 있다. ‘1998년’이 아니라 ‘1993년’이다. 《서양미술사》의 초판은 1997년에 나왔다. 《동양미술사》와 《서양미술사》 두 권 모두 공역이다. 《서양미술사》의 역자는 두 명(백승길, 이종숭), 《동양미술사》의 역자는 총 여섯 명이다. 이 중 세 명은 중국 미술, 나머지 세 명은 각각 인도 · 동남아시아 미술, 서역 · 이란 미술, 일본 미술을 정리한 장을 맡아 번역했다. 이 책의 순서는 원서의 순서와 다르다. 원서를 시작하는 첫 번째 장은 일본 미술에 영향을 준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번역본은 중국 미술부터 시작한다. 중국 미술이 우리나라 미술에 영향을 준 점을 고려해서 변경되었다. 그리고 한국 미술을 소개한 내용은 제외되었다. 《동양미술사》는 1981년에 나온 동양미술사 개설서이다. 새로운 자료가 추가된 요즘 동양미술사 개설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있으나 동양 미술의 기본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색인을 포함한 《동양미술사》의 전체 쪽수는 653쪽이다. 이 책도 책장을 장식하기 딱 좋은 ‘벽돌 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예경 출판사가 시도한 출간 기획 중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이다. 1995년 예경 출판사는 《르네 마그리트》, 《마티스》, 《호앙 미로》, 《프랜시스 베이컨》, 《바실리 칸딘스키》, 이 네 권으로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이듬해에 《살바도르 달리》, 《조르조 데 키리코》, 《마르크 샤갈》, 《오스카 코코슈카》, 《파블로 피카소》를 펴낸 이후로 출간 소식이 없다. 곧 나올 예정인 책들이 꽤 많이 있는데도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속 출간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는 출판사가 출간 계획을 접은 듯하다. 이 책이 9권의 책 중에 절판되지 않은 책이 딱 두 권이다. 《오스카 코코슈카》와 《조르조 데 키리코》이다.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는 도판집 성격이 강하다. 화가 소개와 그림 설명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코코슈카와 데 키리코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다른 화가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코코슈카는 그림보다는 사생활이 더 유명하다. 그는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미망인 알마 말러(Alma Mahler)를 사랑한 화가로 알려져 있다. 알마는 코코슈카보다 7살 연상이다. 알마에 향한 감정을 가득 담은 그림이 바로 코코슈카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바람의 신부』이다. 이 그림은 《오스카 코코슈카》의 앞표지를 장식했다. 공교롭게도 절판되지 않은 《오스카 코코슈카》와 《조르조 데 키리코》는 해당 화가의 작품을 소개한 국내 유일의 책이다.

 

 

 

 

 

출처 : 예경 출판사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kyong1?Redirect=Log&logNo=220980435286)

 

 

 

사실 이 글은 ‘책 소개’를 빙자한 이벤트 응모 글이다. 출판사의 이벤트 공지 게시판을 개인 블로그에 공유만 하면 되지만, 그냥 복사한 것만 올리기가 뭐해서 예경 출판사의 책 몇 권 소개해봤다. 이놈의 ‘장문(長文)’ 습관이 또……

 

내가 원하는 책은 《Who?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다. 요즘 사전 형식의 책을 모으는 중이라서 예전부터 눈길만 주고 있었던 책이다.

 

 

이 글을 보고 계실 출판사 관계자님!

제게 원하는 책을 주신다면 정성을 다해 리뷰를 쓰겠습니다.

예경 출판사의 책을 참고해서 정리한 글이 꽤 많습니다.

그 중에 정식 리뷰는 달랑 두 편 뿐이지만(굵은 표시를 한 제목),

이 블로그에서 예경 출판사의 책을 많이 소개했습니다.

 

 

[거꾸로 읽는 미술사] 2010년 9월 25일

[다시 구할 수 없는 미술책 시리즈] 2012년 3월 17일

[두 사형수를 위한 보헤미안 랩소디] 2012년 8월 23일

[수태고지 도상의 변천으로 보는 서양 중세미술] 2012년 10월 4일

[사랑에 빠진 두 명의 단테] 2013년 8월 26일

[미(美), 욕망, 영혼] 2013년 9월 2일

[生의 감각] 2014년 4월 16일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2014년 5월 14일

[삶을 위협하는 내면의 덫] 2014년 7월 13일

[라블레와 브뢰헬, 그들이 바라본 세상] 2014년 7월 20일

[현실을 바라보는 고흐의 눈] 2015년 7월 6일

[탕기(湯器)와 탕기(Tanguy)] 2015년 12월 4일

[네 명의 브뤼헐] 2016년 3월 28일

[벌거벗은 나무, 벌거벗은 고기] 2016년 4월 4일

[이 불길한 환영을 보라] 2016년 9월 9일

[데 키리코의 무(모)한 도전] 2016년 9월 12일

[살고, 그렸고, 사랑했다] 2016년 11월 2일

[곰곰 봐야하는 발] 2016년 11월 3일

[‘르누아르 vs 세잔‘ 에피소드 팩트체크] 2016년 12월 16일

[그렇고 그런 사이] 2017년 4월 4일

 

 

 

제가 내세운 약속은 그 어떤 대선 후보들의 공약보다 믿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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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2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웃분들의 서평단 지원글을 읽는 것도 은근히 즐겁네요. 자기소개서를 읽는 것 같은 나름의 재미를 느끼네요^^: cyrus님의 좋은 활동 응원합니다.

cyrus 2017-04-23 18:30   좋아요 1 | URL
이벤트에 당첨되려면 출판사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됩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

oren 2017-04-23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코슈카의 그림을 비엔나 벨베데레 궁전에서 몇 점 본 기억이 나네요.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그림들과 함께요.. 비엔나에서 오래 근무했다던 제 친구의 사무실(해외 공관)을 찾아 갔을 때, 그 녀석이 비엔나에 있을 때 수집한 그림들 얘기를 한참이나 늘어놓던 기억도 나네요.

cyrus 2017-04-24 20:02   좋아요 1 | URL
클림트, 실레, 코코슈카. 세 명 다 표현주의 화가들이죠. oren님의 친구 분이 그림을 수집하는 ‘큰 손‘이었군요.

2017-04-24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4-24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마감 됐네. 벽돌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네.
곰브리치 책을 한 번 읽어 볼만 할 텐데도 여태 못 읽고 있다.ㅠ
난 후가 보고 싶네.ㅋ

cyrus 2017-04-24 20:04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처음에 《천년의 그림여행》을 원했어요. 그런데 동생이 《Who》를 보고 싶다고 해서 선택 도서를 변경했어요. ^^;;

AgalmA 2017-04-25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경 책은 저도 여럿 가지고 있는데요. cyrus님만한 사람 찾기 힘들텐데 예경은 복받았다고 생각해야 함ㅎㅎ 저도 일전에 현실문화 서평단 모집 응모하며 ˝믿어주십셩~˝ 했는데ㅋㅋ

cyrus 2017-04-25 12:41   좋아요 2 | URL
사놓고 안 읽는 경우가 많아서 문젭니다. ㅎㅎㅎ

저도 AgalmA님이 공유한 글을 봤어요. 아주 정성 들여 쓰썼던데요. 출판사가 AgalmA님을 안 뽑아주면 열혈 독자를 무시한 것입니다. ^^

보슬비 2017-04-25 22:49   좋아요 3 | URL
두분다 꼭 당첨되시길 바랄께요~~~^^ 진짜 예경출판사는 두분 같은 좋은 독자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캐모마일 2017-04-26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첨되셔서 좋은 리뷰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믿고 보는 사이러스님 리뷰? ㅎㅎㅎ

cyrus 2017-04-26 11:42   좋아요 1 | URL
빠르면 책이 오늘 집으로 옵니다. 실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해서 벽돌 책의 실체가 궁금합니다. 책의 좋은 점 있으면 좋게 소개하고, 아쉬운 점 있으면 솔직하게 아쉬운 소리를 할려고요. ^^

2017-05-30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

우리가 아는 세상 전부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여.

여기에 수많은 새로운 세계가 있을지니.

 

- 로드 던세이니 《경이의 서》 프롤로그 -

 

 

 

켈트(Celts)족은 오늘날의 스코틀랜드(Scotland)와 아일랜드(Ireland), 웨일스(Wales) 지역에 거주하던 민족을 일컫는다. 켈트족은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민족으로 풍부한 신화와 전설을 갖고 있다. 켈트족의 민족성은 오늘날 높은 예술적 성취로 이어지고 있다.

 

켈트 문학의 특징이라면 전체적인 구성력보다는 섬세한 묘사가 뛰어나다. 특히 초자연적인 것을 몽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고색창연하고 신비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예이츠(W.B. Yeats)는 아일랜드문예부흥 운동의 목적으로 각종 켈트 민담과 전설 수집에 열중했다. 그뿐만 아니라 켈트 신화의 영향을 받은 근대 환상 문학 작품들도 발굴했는데, 예이츠는 로드 던세이니(Lord Dunsany)의 작품들을 모아 재편집했다. 예이츠는 로드 던세이니를 ‘아일랜드가 낳은 몽상의 거장’으로 추켜세웠다.

 

로드 던세이니의 ‘로드(Lord)’는 이름이 아니다. ‘로드’는 영국에서 귀족을 지칭하는 ‘경(卿)’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말로 하면 ‘던세이니 경’이다. 본명은 상당히 길고 부르기 어려운데, 줄이면 에드워드 플런킷(Edward Plunkett)이다. 던세이니 경은 사냥과 체스(chess)를 즐기면서 부유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을 표현하면서 ‘풍요 속의 몽상’이라는 말보다 적절한 말은 없어 보인다. 던세이니 경은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몽상에 잠기게 되고, 쉽게 사라져가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글을 썼다. 그에게 몽상은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꿈이다. 그리고 글은 그 꿈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던세이니 경은 “나는 내가 본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꾼 것만을 쓴다”라고 말했다.

 

 

 

 

 

 

 

 

 

 

 

 

 

 

 

 

 

 

 

 

 

 

 

 

 

 

 

 

 

 

 

 

 

 

 

 

* 로드 던세이니 《페가나의 신들》 (페가나북스, 2012)

* 로드 던세이니 《시간과 신들》 (페가나북스, 2012)

* 로드 던세이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바다출판사, 2011)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은 후대 환상 문학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다.

 

 

 

 

 

 

 

 

 

 

 

 

 

 

 

* 러브크래프트 《공포문학의 매혹》 (북스피어, 2012)

 

 

 

러브크래프트는 던세이니 경을 ‘환상적 아름다움의 기이한 세계에 헌신한 새로운 신화의 발명자’로 평가한다. 《페가나의 신들》과 《시간과 신들》이 ‘환상적 아름다움의 기이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던세이니 경의 독특한 작품이다. 페가나(Pegana)는 켈트 신화 및 동양 신화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신들의 세계이다. 신화는 인간의 희망과 두려움을 비춰주는 환상의 거울이다. 페가나 신화는 시간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미래 앞에 주저앉아 두려움에 떠는 평범하고 나약한 신들의 이야기다. 신들이 느끼는 심리 상태는 인류를 고통스럽게 하는 마음의 정체, 즉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존재는 언젠가는 시간에 의해 사라지거나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인간은 ‘시간의 영지’ 안에 있는 백성이다. 신들도 예외가 아니다.

 

 

백발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었고 입은 옷은 낡아서 번들거렸다. 머지않아 집집마다 노인들이 밖으로 나와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렸다. 이렇게 늙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 왕은 그들은 누구이며 이 마을의 이름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이곳은 <시간의 영지> 안에 있는 <노년의 도시>라고 하오.”

 

이에 왕이 물었다. “시간은 어디에 있나?”

 

노인 중 한 사람이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선 거대한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간은 저곳에서 머물고 있고, 우리는 그의 백성이라오.”

 

(《시간과 신들》 2권, 64쪽)

 

 

 

 

나는 물가에 서 있는 사람을 불러서, 아스타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그들의 생산품은 무엇이고 누구와 교역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시간에 족쇄와 쇠고랑을 채웠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시간이 신들을 살해했을 것이오.”

 

이 도시에서는 어떤 신들을 숭배하느냐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시간이 아직 살해하지 않은 모든 신들을 숭배하지요.”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84~85쪽)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은 대개 깊은 애수가 서려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때론 그 느낌이 너무 애절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그가 창조한 세계는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이다. 귀족의 우아한 정신과 신비스러운 몽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20세기 초 독일인들은 이성보다는 게르만족의 신화에 의존하고자 했는데, 이를 학자들은 ‘근대에 대한 두려움’이라 부른다. 인간은 미래에 대하여 한없이 유아적이고 파편적인 인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알 수 없고 이길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영원불멸의 신화를 읽게 되고, 그 신화 속에 등장하는 초인적인 영웅을 고대한다. 그런데 던세이니 경이 꿈꾼 환상의 세계는 희망의 빛 한 줄기조차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독자는 그곳에서 운명의 냉혹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확인한다.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 북스(Pegana eBooks)는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명은 던세이니의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페가나북스가 펴낸 던세이니 경의 책들을 모두 구입, 소장하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경이로운 이야기》를 포함하면 총 10권이다. 놀라운 사실은 근간 예정작인 던세이니의 작품들이 더 있다는 점이다!

 

 

 

 

페가나북스를 만든 엄진 님이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을 번역했다. 엄진 님은 《페가나의 신들》 2권 작가 해설에서 작품 번역의 고충과 전자책 출판사 운영의 어려움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흔히 전자책은 ‘읽을 만한 내용이 전혀 없는 속 빈 강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런 저급한 전자책들이 넘치는 전자책 시장에 페가나북스 같은 가치 있는 장르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판사가 있다. 어쩌다가 종이책에 싫증이 난다면, 새로운 작가의 작품들이 있는 페가나북스로 시선을 향하면 된다.

 

 

 

 

 

※ 로드 던세이니 작품 목록

(굵은 표시로 된 작품명은 페가나북스 혹은 타 출판사가 번역한 것들)

 

 

 

* The Gods of Pegāna (1905)

 

《페가나의 신들 1》

서문 (Preface)

소개문 (The Gods of Pegāna / Introduction)

고수 스카르에 대하여 (Of Skarl the Drummer)

세계의 창조에 대하여 (Of the Making of the Worlds)

신들의 게임에 대하여 (Of the Game of the Gods)

신들의 영창 (The Chaunt of the Gods)

키브의 어록 (The Sayings of Kib)

시쉬에 관하여 (Concerning Sish)

슬리드의 어록 (The Sayings of Slid)

뭉의 공적 (The Deeds of Mung)

사제들의 영창 (The Chaunt of the Priests)

림팡-퉁의 어록 (The Sayings of Limpang-Tung)

요하네스-라하이에 대하여 (Of Yoharneth-Lahai)

전진의 신 룬, 그리고 수많은 가택신에 대하여 (Of Roon, the God of Going)

강의 신 반란 (The Revolt of the Home Gods)

도로잔드에 대하여 (Of Dorozhand)

황무지의 눈 (The Eye in the Waste)

 

 

《페가나의 신들 2》

신도 짐승도 아닌 것에 대하여 (Of the Thing That Is Neither God Nor Beast)

예언자 요나스 (Yonath the Prophet)

예언자 유그 (Yug the Prophet)

예언자 알히레스-호렙 (Alhireth-Hotep the Prophet)

예언자 카복 (Kabok the Prophet)

해안에서 윤-일라라를 덮친 재난에 대하여, 그리고 일몰의 탑 건설에 대하여

(Of the Calamity That Befel Yūn-Ilāra by the Sea, and of the Building of the Tower of the Ending of Days)

신들이 시디스를 멸망시킨 방법에 대하여 (Of How the Gods Whelmed Sidith)

임바운이 아라덱에서 하나를 제외한 모든 신을 모시는 대예언자가 된 이유에 대하여

(Of How Imbaun Became High Prophet in Aradec of All the Gods Save One)

임바운과 조드락의 만남에 대하여 (Of How Imbaun Met Zodrak)

페가나 (Pegāna)

임바운의 어록 (The Sayings of Imbaun)

임바운이 왕에게 죽음에 대해 말한 일에 대하여

(Of How Imbaun Spake of Death to the King)

우드에 대하여 (Of Ood)

강 (The River)

운명의 새와 종말 (The Bird of Doom and the End)

 

 

* Time and the Gods (1906)

 

《시간과 신들 1》

서문 (Preface)

시간과 신들 (Time and the Gods)

바다의 도래 (The Coming of the Sea)

새벽의 전설 (A Legend of the Dawn)

인간의 복수 (The Vengeance of Men)

신들이 잠들었을 때 (When the Gods Slept)

존재하지 않았던 왕 (The King That Was Not)

카이의 동굴 (The Cave of Kai)

탐색의 비애 (The Sorrow of Search)

 

《시간과 신들 2》

야니스의 주민 (The Men of Yarnith)

신들의 명예를 위하여 (For the Honour of the Gods)

밤과 아침 (Night and Morning)

고리대금 (Usury)

믈리딘 (Mlideen)

신들의 비밀 (The Secret of the Gods)

남풍 (The South Wind)

시간의 나라에서 (In the Land of Time)

사르디낙의 너그러움 (The Relenting of Sardinac)

신들의 장난 (The Jest of the Gods)

예언자의 꿈 (The Dreams of the Prophet)

왕의 여행 (The Journey of the King, 미번역)

 

 

* The Sword of Welleran and Other Stories (1908)

《웰러란의 검》

 

 

 

 

 

 

 

 

 

 

 

 

 

웰러란의 검 (The Sword of Welleran)

바불쿤드의 몰락 (The Fall of Babbulkund)

요정 종족 (The Kith of the Elf-Folk)

The Highwaymen (노상강도, 《러브크래트프 전집 6》 수록)

In the Twilight

The Ghosts

The Whirlpool

The Hurricane

사크노스 외에는 무너뜨릴 수 없는 성채

(The Fortress Unvanquishable, Save for Sacnoth)

도시의 지배자 (The Lord of Cities)

The Doom of La Traviata

메마른 땅에서 (On the Dry Land)

 

 

 

* A Dreamer's Tales (1910)

《몽상가의 이야기》

 

 

 

 

 

 

 

 

 

 

 

 

 

Preface

바다를 지켜보는 자, 폴타니즈 (Poltarnees, Beholder of Ocean)

블라그다로스 (Blagdaross)

안델스프럿츠의 광기 (The Madness of Andelsprutz)

Where the Tides Ebb and Flow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Bethmoora

Idle Days on the Yann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검과 우상 (The Sword and the Idol)

무익한 도시 (The Idle City)

The Hashish Man

Poor Old Bill

거지들 (The Beggars)

Carcassonne (카르카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In Zaccarath

The Field (들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The Day of the Poll

The Unhappy Body

 

 

* The Book of Wonder (1912)

《경이의 서》

 

 

 

 

 

 

 

 

 

 

 

 

 

프롤로그 (Preface)

켄타우로스의 신부 (The Bride of the Man-Horse)

보석 도둑 상고브린드의 슬픈 이야기

(The Distressing Tale of Thangobrind the Jeweller, and of the Doom that Befell Him)

스핑크스의 집 (The House of the Sphinx)

The Probable Adventure of the Three Literary Men

The Injudicious Prayers of Pombo the Idolator

The Loot of Bombasharna

Miss Cubbidge and the Dragon of Romance

여왕의 눈물을 찾는 모험 (The Quest of the Queens Tears)

기블린의 보물창고 (The Hoard of the Gibbelins)

How Nuth Would Have Practised His Art upon the Gnoles

How One Came, as Was Foretold, to the City of Never

토머스 섑 씨의 대관식 (The Coronation of Mr. Thomas Shap)

Chu-Bu and Sheemish (추부와 셰미 시, 《톨킨의 환상 서가》 수록)

The Wonderful Window

에필로그 (Epilogue)

 

 

 

* Fifty-One Tales (1915)

《판의 죽음》

 

 

 

 

 

 

 

 

 

 

 

 

 

밀회 약속 (The Assignation)

카론 (Charon)

판의 죽음 (The Death of Pan)

The Sphinx at Gizeh

The Hen

바람과 안개 (Wind and Fog)

The Raft Builders

인부 (The Workman)

The Guest

죽음과 오디세우스 (Death and Odysseus)

Death and the Orange

꽃의 기도 (The Prayer of the Flowers)

죽음과 상인 (Time and the Tradesman)

The Little City

풀이 없는 들판 (The Unpasturable Fields)

The Worm and the Angel

노래 없는 나라 (The Songless Country)

The Latest Thing

정치가와 매춘부 (The Demagogue and the Demi-Monde)

The Giant Poppy

Roses

금귀고리를 한 남자 (The Man with the Golden Ear-rings)

카르나-부트라 왕의 꿈 (The Dream of King Karna-Vootra)

The Storm

A Mistaken Identity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진상 (The True History of the Hare and the Tortoise)

Alone the Immortals

A Moral Little Tale

돌아오는 노래 (The Return of Song)

Spring in Town

How the Enemy Came to Thlūnrāna

지는 게임 (A Losing Game)

Taking Up Piccadilly

종말 이후에 (After the Fire)

The City

죽음의 양식 (The Food of Death)

외로운 신상 (The Lonely Idol)

The Sphinx in Thebes (Massachusetts)

응보 (The Reward)

The Trouble in Leafy Green Street

Furrow-Maker

Lobster Salad

The Return of the Exiles

자연과 시간 (Nature and Time)

검은지빠귀의 노래 (The Song of the Blackbird)

The Messengers

키 큰 세 아들 (The Three Tall Sons)

탄로 (Compromise)

우리에게 닥칠 일 (What We Have Come To)

판의 무덤 (The Tomb of Pan)

The Poet Speaks With Earth (English version only)

The Mist (American version only)

 

 

 

 

* Tales of Wonder (1916)

《경이로운 이야기》

 

 

 

 

 

 

 

 

 

 

 

 

 

서문 (Preface)

런던 이야기 (A Tale of London)

맬링턴 무어에 있는 도시 (The City on Mallington Moor)

Why the Milkman Shudders When He Perceives the Dawn

The Bad Old Woman in Black

까다로운 새 (The Bird of the Difficult Eye)

The Long Porter’s Tale

The Loot of Loma

The Secret of the Sea

How Ali Came to the Black Country

The Bureau d’Echange de Maux (불행 교환 상회,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A Story of Land and Sea

적도 이야기 (A Tale of the Equator)

A Narrow Escape

The Watch-Tower

How Plash-Goo Came to the Land of None’s Desire

The Three Sailors Gambit

망명자 클럽 (The Exiles’ Club)

The Three Infernal Jokes

 

 

 

 

* A Night at an Inn (1917, 희곡)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수록)

 

 

 

* The Two Bottles of Relish (1932)

 

 

 

 

 

 

 

 

 

 

 

 

두 병의 양념 (《두움도프 미스터리, 두 병의 양념, 브룩밴드 주택의 비극》 수록)

두 병의 소스 (동숭동, 《한밤의 지하철》수록)

두 병의 소스 (동서문화사, 《어두운 거울 속에》수록)

 

 

 

* The Ghost of the Valley (1954)

 

 

 

 

 

 

 

 

 

 

 

 

계곡의 유령 (《세계 호러 걸작 베스트》 수록)

 

 

 

* The Ghosts of the Heaviside Layer (1955)

 

 

 

 

 

 

 

 

 

 

 

 

전리층의 유령 (《로봇과 침대의 무게》 수록)

 

 

 

 

※ 근간

 

* Tales of Three Hemispheres (1919)

《세 반구 이야기》 (가제)

 

 

* The King of Elfland's Daughter (1924)

《엘프랜드의 공주》 (가제)

 

 

* Beyond the Fields We Know (1972)

《우리가 아는 땅 너머》 (가제)

 

작가가 생전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재편집한 책이다. 페가나북스가 전자책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만 따로 모아 출간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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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4-22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 북스(Pegana eBooks)를 꾸려나가는 엄진 님, 대단하신 분 같은데요. 우리한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옛날 영문으로 된 로드 던세이니의 환상문학 혹은 몽상문학 작품을 꾸준히 번역 소개한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죠. 무엇인가 한 가지에 몰입하고 온 열정을 쏟아붓는 것 자체가 굉장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cyrus 2017-04-22 15:53   좋아요 0 | URL
페가나북스가 외국, 일본 장르문학 작품들을 주로 번역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종이책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에요. 엄진 님은 어느 출판사 대표와 다르게 겸손한 분입니다. 그분 혼자서 원문을 읽고 번역하게 되니까 당연히 번역의 오류가 나올 수 있고, 엄진 님 본인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조금 어색한 문장이 나오긴 합니다만 읽는 데 아무 지장 없었습니다.

syo 2017-04-22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가끔,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cyrus 2017-04-22 15:55   좋아요 0 | URL
과찬입니다. 제 글은 책 속에 있는 내용들을 추려서 정리한 겁니다. 책에 의존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제 생각을 드러내는 내용의 비중이 적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점은 이런 글들을 재미가 없어요.. ㅎㅎㅎ

syo 2017-04-22 15:58   좋아요 0 | URL
약간 동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달할 수 없는 방향과 경지라 도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든요.....ㅎ

cyrus 2017-04-22 16:06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 글을 쓰면서 도달하지 못해서 포기한 것 하나 있어요. 제 리뷰에 소개된 책들이 리뷰를 보는 독자들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다락방님, 양철나무꾼님, 마태우스님 같은 분들처럼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름 독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려고 할 수 있을 만큼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자꾸 여기에 집착하게 되니까 글 쓰는 재미가 떨어졌어요. 글에 자꾸 힘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지금은 평소에 읽은 책이 어떤 건지 알리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제 글은 일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나는 오늘 이런 책을 읽었다‘라고 해도 될 말을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온갖 상투적인 수사를 동원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4-22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 님 말씀에 동의... 이거 알라딘에서 월급 줘야 합니다..

cyrus 2017-04-22 15:59   좋아요 0 | URL
거의 매일 일기 쓰듯이 꾸준히 리뷰를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리뷰를 보면 성심성의 쓰고 있다는 걸 느껴져요. 파워리뷰어님, 깐도리님, 키치님, 피오나님, 봄덕님.. 이런 분들이 알라디너님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페크pek0501 2017-04-22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히 성실성이 느껴지는 이 페이퍼에 좋아요를 안 누를 수가 없죠.

“시간은 저곳에서 머물고 있고, 우리는 그의 백성이라오.”
ㅡ 캬악... 멋진 문장을 머릿속에 담아 갑니다. 님 덕분에...

cyrus 2017-04-23 17:14   좋아요 1 | URL
우리는 시간의 노예입니다.. ㅎㅎㅎ
집에서 편히 쉬니 일요일 하루 절반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
 

 

 

 

 

 

 

《금병매》는 그 면목은 호색본(好色本)이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풍자, 풍속소설의 성격을 띤다. 방탕무뢰한 사나이의 생활을 거침없이 표현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그를 둘러싼 자녀들의 음욕생활 속에 부각된 타산과 질투, 색과 욕(慾)의 발악을 그려 인간의 현실을 고발한 자연주의 문학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이병주, 《이병주의 에로스 문화 탐사 2》 20쪽)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금병매》가 내일부터 정식 출간된다. ‘금병매’는 등장인물인 반금련, 이병아, 춘매의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서 지은 제목이다. 《금병매》는 에로틱한 표현 때문에 민간의 풍속을 해치는 ‘음서’로 낙인 찍혀 세 차례나 판금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중국의 나머지 기서인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와 달리 평범한 삶의 일상에서 소재를 취해 인간의 욕망과 현실에 천착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원래 《금병매》는 작가 미상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1933년에 『금병매사화(金甁梅詞話)』라는 책이 발견되어 이를 근거로 ‘난릉 소소생(蘭陵 笑笑生)’이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로 밝혀졌다. ‘난릉’은 현재의 산동성 봉현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금병매》의 시대적 배경은 12세기 초의 송나라 휘종 시대이다. 작가가 16세기 말 명대의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시대상을 앞당겨서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줄거리는 반금련과 서문경의 음탕한 놀음, 거기에 얽힌 음모와 배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는 노골적인 성 묘사를 이유로 유교 사상가들은 《금병매》를 ‘불량 서적’으로 규정했다. 루쉰(魯迅)은 자신의 책 《중국소설사략 : 루쉰 전집 11》(그린비, 2015)에서 《금병매》를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했다.

 

 

 

 

 

 

 

 

 

 

 

 

 

 

2002년 ‘술 출판사’에서 펴낸 《금병매》 완역본은 절판되었다. 10권의 책을 모두 구하려면 거금이 필요하다. 원작의 줄거리 일부를 손질한 요약본들이 출간되었지만, 원작의 묘미를 그대로 살려내지 못한 단점이 있다. 이로써 ‘사단법인 올재’의 《금병매》는 ‘가장 독보적인 번역본’이다. 다만, 이 책이 ‘한정판’이라서 며칠 만에 ‘절판’된다.

 

 

 

 

그동안 ‘사단법인 올재’는 《수호전》(2014년 11차, 도서명은 ‘수호지’), 《서유기》(2015년 15차), 그리고 ‘5대 기서’를 논할 때 언급되는 《홍루몽》(2016년 19차)을 출간했다. ‘사단법인 올재’가 번역하지 않은 4대 기서가 바로 《삼국지연의》다. 올재 관계자 측에 따르면 《삼국지연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2015에 《서유기》를 샀을 때만 해도 《금병매》와 《삼국지연의》도 나오길 바랐던 적이 있다. 상상했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될 줄이야... 정말 지금도 생각하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 절판된 《이병주의 에로스 문화 탐사》 2권(생각의 나무, 2002)은 《금병매》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이 글을 작성할 때 참고한 책이다. 이 책에 서문경과 반금련이 섹스하는 장면을 묘사한 춘화도 실려 있다. 이병주는 루쉰이 《금병매》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중국소설사략》의 내용 일부를 인용했다. 그런데 그는 《금병매》의 작가 소소생을 ‘소소자(笑笑子)’로 잘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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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4-2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네요...

그런데 지난 번에 사둔 책상자를 아직도 까보지
않고 있어서 부담이.

일단 가격 부담이 적으니 그래도 일단 질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쩌면 온라인 판은 금세
품절이 되지 않을까요. 금병매고!

서문경과 반금련, 떡장수 무대 그리고 타호무송
이 등장하는 수호전이 떠오르네요.

cyrus 2017-04-20 22:57   좋아요 0 | URL
올재 시리즈가 3개월 간격으로 나옵니다. 계속 사다보면 올재 시리즈가 나오는 달이 언젠지 짐작할 수 있어요. 그 달에는 일부러 책을 사지 않습니다. 잔뜩 사놓으면 못 읽거든요.. ^^;;

syo 2017-04-2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사놓고 안읽어요.... 싸서 좋긴 한데 싸서 안 읽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cyrus 2017-04-20 22:58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까지 산 올재 시리즈 중에 읽은 것보다 안 읽은 것, 읽다가 포기한 것이 더 많아요. ^^;;

dellarosa 2017-04-2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놓친 홍루몽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ㅜ

cyrus 2017-04-20 23:00   좋아요 1 | URL
내일 11시 되기 전에 미리 교보문고 사이트에 접속해서 주문 준비를 해야 됩니다. ^^;;

돌궐 2017-04-2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사놓고 시간 날 때 식구들 몰래 읽어야겠네요.

cyrus 2017-04-20 23:01   좋아요 0 | URL
우리 집에는 책 읽는 사람이 저와 동생뿐인데, 동생은 이 소설을 모를 거예요. 저는 잘 보이는 책장 칸에 꽂으려고 합니다. ^^

니페딘1T 2017-05-2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재고 남은 것을 알아내어 구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너무 늦게 알아버렸네요. 좋은 작품들이 이미 나왔었군요, 아.. 아깝다 ㅠㅠㅠㅠㅠ

지금부터라도 수집해야겠습니다. ㅎㅎ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yrus 2017-05-27 18:55   좋아요 0 | URL
종이책으로 나온 것들 중에 일부는 몇 개월 간 무료로 전자책으로 제공합니다. 그리고 ‘올재 셀랙션’이라고 해서 책값을 조금 올려서 재출간하는 것도 있습니다. ‘사단법인 올재’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출간 소식을 문자로 받을 수 있습니다. ^^

니페딘1T 2017-06-09 10:24   좋아요 0 | URL
친절한 추가 답변..감사합니다. ^^
 
타자의 추방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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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집단이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개인이나 집단에 따라 관심사, 의견, 표현 방식이 다르다. 대화도 ‘차이’에서 출발한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타자’와의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성숙한 의사소통에 임하는 사람들은 타자와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충돌은 어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감정의 원천이다. 선입견과 아집은 그냥 물러서지 않는다. 새로운 의견과의 충돌을 일으켜야 그 모습을 감춘다.

 

소통에 관계된 자들 사이의 차이는 대화의 전제이자 본질적 계기이다. 이 전제가 없으면 대화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서로 같은 것 사이의 대화란 본래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자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여 나의 뜻대로 따르게 하는 것, 즉 타자를 동화 혹은 동일화할수록 그 사회는 안정된다. 그곳에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사회구성원끼리 서로 싸울 일이 없다. 그러나 유일 진리와 절대 합의를 상정함으로써 타자의 존재나 대화의 가능성을 지워버리면 결국은 파국을 초래한다.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폐해를 날카롭게 분석한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2012)에서 한국 사회가 자아와 타자 사이의 부정성이 제거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피로사회》가 타자의 부정성 대신 긍정성이 강조되는 신자유주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상징적 시도라면,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 2017)은 과잉 긍정성만 내세우는 ‘피로사회’, ‘성과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산적인 문제 해결을 제시한다. 한병철은 《타자의 추방》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화두를 던진다.

 

첫째, 진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제기한다. 다툼과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는 일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갈등 양상이 지속될수록 누구나 ‘소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진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화 참여에 소극적인 사람은 자기 생각과 다른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으며 그들에게 사회를 교란하는 ‘불순세력’ 딱지를 붙인다. 타자의 부정성을 거부하는 신자유주의는 기존 사회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확인하고, 배제한다. 한병철은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의 ‘판옵티콘(panopticon)’이 현대 사회에서 ‘반옵티콘(banopticon)’으로 변화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통치술’(《심리정치》, 문학과지성사, 2015)이다.

 

누구나 SNS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며 ‘좋아요’를 눌러 개인적 선호를 밝힌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자아를 노출할수록 ‘같은 것의 창궐’(《타자의 추방》 9쪽)이 일어난다.

 

오늘날 우리는 이방인의 부정성이 제거된 안락함의 지대에서 산다. 좋아요가 이곳의 구호다. 디지털 화면은 점점 더 우리를 낯선 것, 섬뜩한 것의 부정성으로부터 차단한다. (61쪽)

 

페이스북, 그리고 북플은 ‘좋아요’의 공동체이다. ‘좋아요’의 긍정성은 아무 구별도 없이 모든 것을 환영한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늘 바라왔던 민주적이고 자유로우며 평화스러운 풍경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표피적 양상으로만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갈등에 대한 이해를 봉쇄하는 전략이 된다. 차이와 갈등을 사회구성원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황으로 인식한다. 담론이 불가능한 사회가 훨씬 더 불안하다.

 

둘째,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경청’이라는 자세로 소통할 것을 요청한다. 소통의 시작은 경청이다. 경청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한다. 여기서 한병철이 말하는 ‘경청’은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병철의 ‘경청’은 귀로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그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병철은 ‘타인들과 이야기하고, 타인들을 경청하는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적 차원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심리정치》에서 한병철은 ‘반옵티콘’에 탈출하기 위해서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바보’가 되라고 주문했다.

 

바보는 ‘소통하지’ 않는다. 바보는 소통 불가능한 것으로 소통한다. 그는 침묵의 장막 속으로 들어간다. 바보짓을 통해 침묵과 고요, 고독이 있는 자유로운 공간, 정말 말해질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심리정치》 114쪽)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개인이 침묵을 선택해도 그 자체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소통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불의의 상황을 침묵하는 것은 결국 그 불의를 방조하는 공범자가 된다.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정치적 입장과 가치관을 견지한다. 그래서 우린 끊임없이 논쟁하고 싸운다. 사실 우리가 서로의 입장을 진정 이해하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는 타자들의 입장을 전부 알 수 없다. 그래서 타자들의 입장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들 각자 나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너와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태도를 통해서만 우리는 서로를 진정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바틀비(Bartelby)처럼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prefer not to)’[1]라고 말하는 바보가 되기보다는 반대로 ‘소통하는 편’을 택하는 경청자로 살고 싶다.

 

 

 

[1]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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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04-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 분의 자칭 페미니스트들과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최소한 침묵은 아닌 것 같고 ...

제 판단에 맞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기보다 바보로 남게 되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군요.

cyrus 2017-04-20 17:09   좋아요 0 | URL
입장이 다른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이 내 의견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주면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다고 규정하면서 일말의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당혹스러워요.

마립간 2017-04-21 03:56   좋아요 0 | URL
저도 사람인지라 나는 경청을 했지만
상대가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고, 내 의견이 틀렸다고 규정했고 일말의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고다고 말하고 싶지만,
제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제가 미숙한 것이겠죠.^^

소통의 기술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중 입니다.

캐모마일 2017-04-2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옵티콘은 배제를 뜻하는 ‘ban‘과 판옵티콘의 합성어로, 적대적인 사람은 제외시키고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만을 포섭하는 감시장치라는데 사실 정확히는 이해가 잘 안가네요. ˝타자의 부정성을 거부하는 신자유주의는 기존 사회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확인하고, 배제한다.˝ 이 부분에서 감이 잡히긴 합니다. 현대 사회는 갈수록 근대처럼 하드파워 중심의 눈에 보이는 감시와 처벌보다 교묘한 소프트 파워로 포장된 감시와 처벌, 배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을 소개받았네요.

cyrus 2017-04-20 17:23   좋아요 1 | URL
‘반옵티콘’의 의미에 대한 제 설명이 미흡했어요. 부연 설명을 하자면, 판옵티콘의 사회에서 권력이 ‘판옵티콘’이 되어 ‘반대’의 의견을 지지하는 대중을 감시합니다. 판옵티콘의 사회에서는 ‘반대’ 세력을 감시하는 권력의 통치 대신에 권력에 순응하는 사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감시합니다. 그래서 한병철은 <심리정치>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디지털 기술(SNS)이 투명한 감시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SNS 이용자들은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그런데 한병철은 디지털 네트워크 관계 속 사회구성원이 서로 감시하게 만들어 기존 사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확인하여 배제한다고 주장합니다.

한병철의 글은 기존의 책들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와서 반복합니다. <타자의 추방>도 그렇습니다. <심리정치>를 먼저 읽고 난 뒤에 <타자의 추방>을 읽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qualia 2017-04-20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통에 관계된 자들 사이의 차이는 대화의 전제이자 본질적 계기이다. 이 전제가 없으면 대화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것 사이의 대화란 본래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며, 자아와 타자의 정체성을 더 고차적인 통일성이나 목적에 의해서 혹은 그와 같은 것을 위해서 포기하지 않는, 즉 차이를 유지하는 관계이다.

→ 제가 잘못 읽은 것일까요? 아무리 위 인용문을 거듭거듭 읽어봐도 셋째 문장 《왜냐하면, 서로 다른 것 사이의 대화란 본래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앞뒤 문장들과 호응이 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혹시 《왜냐하면, 서로 같은 것 사이의 대화란 본래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라고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요?

제가 터무니없는 오독을 하는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cyrus 님의 위 문장들을 오독한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해, cyrus 님의 윗글을 오늘 밤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논제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제 생각과 무척 흡사한 부분이 많아요. 한병철 저자한테도 관심이 가는군요. 기회가 되면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cyrus 2017-04-20 23:08   좋아요 1 | URL
제가 잘못 적었군요. qualia님이 잘못 본 게 아닙니다. ‘같은 것’, ‘비슷한 것’으로 고쳐 써야 합니다. 짧지 않은 글을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읽는 것이 불편하실 텐데, 비문을 잘 보셨습니다. ^^

qualia 2017-04-22 12:13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 저도 좀 긴가민가했는데요. 제가 제안한 것으로 수정해주신 cyrus 님 문장을 보니까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근데 제가 위 cyrus 님 글을 스마트폰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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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군인 출신 대통령들이 조직적으로 국민을 관리하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는다.10년 불황에 못 견딘 일본 사회도 천황제와 제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극우파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른바 ‘자유로부터의 도피’이며 일정 부분 전체주의로의 회귀심리다. 개인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의미하는 자유주의를 우리는 당연하고 생득적인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개인의 자유가 거의 부각되지 않았던 부족공동체 시절부터 오랜 역사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등장했고 최근에야 획득된 삶의 방식이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개정판은 인류 정치사를 전제군주제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보는 전통적 기술방식 대신 전제군주제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으로 서술하고 있다. 플라톤(Plato)은 국가가 정의 · 선(善) · 덕(德)을 토대로 할 때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도자는 방향을 제시하는 자가 되어야 하므로 국가 장래에 도움이 되는 ‘목적’, 즉 정의, 선, 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지도자가 이끄는 국가는 위태롭다. 그렇지만 이러한 플라톤의 생각에는 정치공동체의 부활에 대한 깊은 소망이 담겨 있다. 플라톤의 목적주의 국가론은 사회 전체를 위해 개인적 독립의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는 전체주의이다. 칼 포퍼(Karl Popper)는 플라톤의 이상 국가론을 ‘유토피아적 공학(utopian engineering)’으로 이름 붙이면서 사실상 전체주의 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유시민은 홉스(Hobbes)의 국가론과 마키아벨리(Machiavelli)의 통치술이 서로 잘 어울리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절대왕정의 역할에 힘을 실어 준 두 사람의 정치사상은 국가주의 국가론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후, 군주들은 국가 존속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모든 정치적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국가주의 국가론은 목적주의 국가론에서 파생된 이론이다. 사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막기 위하여 국가가 모든 종류의 정의와 불의에 대한 해석을 독점해야 한다. 홉스가 생각하는 국가의 목적은 사회 내부의 무질서를 방지하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재 의의는 있을 수 없다. 자기 보전을 지향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의 합법적인 폭력에 동의해야 한다. 마키아벨리와 홉스 등에 의해 강화된 지도자는 지상의 절대적 궁극목표로서 신(神)을 대체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은 국가의 존재 및 역할 자체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 이론도 중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마르크스(Marx)는 국가가 소멸하여 특권계층과 지배계층이 없는 자유로운 상황의 연합체가 들어서는 것으로 예상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반 개인주의적 입장을 보인다. 마르크스는 사회의 위계질서 회복이 아니라 개개인의 평등을 위해 공동체를 주장했지만, 나중에 소련 등 사회주의 전체국가들을 탄생시키는 데 공헌한다.

 

전체주의 사회의 기득권자들은 안정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일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확산시켜 지도자의 무한 권력에 순응하도록 만든다. 개인의 자유 보장은 국가 중심의 전체주의를 거부한다. 국가가 국민의 신념을 ‘그르다’고 평가하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옳은’ 이념을 주입하고자 하는 국가주의 국가론이야말로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기반이 된다. 2017년 3월 10일 우리나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파면’ 결정을 확인했다. 민중의 힘으로 권력을 오 · 남용한 지도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린 과정을 지켜본 저자는 국가주의 국가론의 기반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혼란으로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대안의 국가론으로 자유주의 국가론을 제시한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오래 살아남겠지만 사회적 · 기술적 분업이 더욱 넓고 깊게 이루어지고 정보통신기술과 지식혁명이 진전될수록 기반이 점차 약해질 것이다. 국가주의 국가론이 위축되면서 생기는 담론시장의 공백을 채울 다른 유력한 국가론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그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담론은 자유주의 국가뿐이다. (79쪽)

 

역시 ‘프티부르주아 리버럴(petit bourgeoisie liberal, 자유주의적 소시민계급)’다운 저자의 생각이다. 국가주의 국가론의 기반이 약해질 것으로 보는 저자의 전망에 동의할 수 없으나 그가 정의와 자유를 갈망하는 자유주의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날의 자유주의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용어로 자주 쓰인다. 특히 시장경제를 전파하는 친 기업단체 자유경제원이 거의 자유주의를 독점하다시피 전파하는 바람에 누군가가 ‘나는 자유주의자다’라고 하면 그쪽 단체와 연관된 이데올로그(Ideolog)로 오해한다. 자유주의는 국가에 소속되는 의무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민중에 뿌린 사상이다. 오로지 재벌 중심의 자유 시장경제를 지키려는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라는 이름을 빌려 사상의 자유를 위협한다. 특정 권력에 기대면서 자신과 다른 사상이나 개인의 신념을 억압하는 그들은 우파도 아니며 자유주의도 아니다.

 

유시민은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 및 역할에 대해서도 재고한다. 가장 정의롭다고 알려진 민주주의도 언제든 중우정치와 조작된 여론에 함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급기야 대중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다른 쪽 극단인 전체주의를 향해 질주하기조차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동 정치가, 아첨하는 정치꾼, 여론을 조작하는 정치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정치는 지식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폐해에 대한 일부 비판 때문에 전체주의로의 회귀를 꿈꾸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에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특별한 요소가 있다. 바로 표현의 자유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으뜸가는 원칙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 유권자들이 할 일이다. 우리는 전보다 더 강력해진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자유주의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숙고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이 바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냉소하는 낡은 힘을 물리칠 시기가 온 것 같다.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흘러보낸다면 국가주의 국가론의 기반이 약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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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19 20: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말씀처럼 사회갈등과 이로부터 파생된 혼란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 인위적인 안정을 강요하는 문제가 전체주의 국가의 특성입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휴전상태라 국가에 의한 강제가 합법화되고 있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요.. 이제는 이러한 잘못된 상식이 고쳐질 때인 것 같습니다.

cyrus 2017-04-20 13:25   좋아요 1 | URL
국가주의 국가론의 기반이 점점 약해질 거라 보는 유시민씨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어제 대선 후보들의 (개그, 중구난방) 토론을 보셨으면 아셨을 거예요. 남북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한 정치적 갈등은 이어질 것입니다.

서니데이 2017-04-1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개정신판으로 소개되는데, 이전의 책과 개정판의 차이가 많은가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7-04-20 13:25   좋아요 1 | URL
구판은 읽어보지 않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