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마신 탓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게 평소보다 더 싫었다. 눈은 한참 전에 뜨고서도 꼼지락꼼지락. 아, 출근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평소보다 늦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 엄마는 김칫국을 끓여주셨는데, 며칠전부터 '김치죽을 만들어 먹어볼까' 생각하던 참이라 반가웠다. 김칫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고는 양치를 하고 나와 버스를 탔다.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운 거야 괜찮은데, 추위를 잘 버티기도 하고, 그런데 출근시간에 나오면 깜깜한 게 너무 싫다. 거리가 적막한 것도 싫고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편이라 아직 깜깜한 거리를 걷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싫다. 오늘도 사무실까지 걸으면서 빨리 따뜻해지기를 바랐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러면 곧 따뜻해지겠지. 벌써 낮이 길어진 것 같긴 해, 그런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사무실로 걸어왔다.


출근하면 사무실의 커다란 창으로 바깥 풍경이 보인다. 겨울이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내가 출근한 시간쯤이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데, 동틀 무렵, 바로 그 풍경이다. 예전에도 사진 찍어 올린 적이 있는데, 어둠과 빛의 경계에서 붉은 빛으로 물든 시간. 그걸 바라보면 또 그렇게나 좋은 거다. 매일 일찍 일어나는 거 매일 싫고, 이제 그만하고 싶고, 그런데도 벌써 16년을 해왔네,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 그러다가 이런 풍경을 맞닥뜨리면, 아, 좋아, 일찍 오니까 이런 걸 봐... 하고 또 스스로 위로하게 되는 거다.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신입도 불러서, 저길 봐, 하고는 가리켰다. 직원 역시 감탄했다. 아, 예뻐요! 하고.






나는 매일 아침 위와 같은 풍경을 맞닥뜨린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이제 볼 수 없겠지. 출근 시간도 빠른데 난 또 거기서도 더 일찍 오는 편이라, 잠깐동안 서서 저 풍경을 물끄러미 보고는 한다. 좋네, 좋아, 좋으네.

어김없이 칠봉이 생각을 한다.

출근길에 통화하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저런 풍경을 눈앞에 두고 계속 조잘조잘 이야기하던 기억이 나서, 저 풍경을 보면 칠봉이가 자동연상된다. 날이 좀 따듯해져셔 저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그러면 칠봉이 생각도 같이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아아, 겨울은 그러나 또 오지.....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친다. 우리가 만난 게 여름이라 여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데, 이렇게 겨울까지 생각나면 어쩌란걸까.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아기 엄마가 되었.............지는 않겠구나.





















일단, 이 856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을 출퇴근길에 가지고 다니며 완독한 나를 칭찬한다. 고생 많았다...두껍고 무거웠어. -0-


책을 읽으면서는 당황했다. 책에 대해서라면 그 평가를 내 개인적으로 믿을만한 분들이 이 책을 좋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하나도 안좋은거다. 내용은 뻔하고 등장인물은 호감 캐릭터가 하나도 없고... 그래서 '아 이게 어디가 좋다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그래도 끝까지 읽자, 하고는.


책 속 세상에서는 나라가 1지구부터 9지구까지 나뉘어있다. 1지구에는 명문 학교가 있고 사법행정기관이 모여있고 신분적으로 위에 있는 사람들만 있는 곳, 그래서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다. 3-4지구를 중위지구라 하고, 그 밑을 하위지구라 하는데, 모든 범죄는 9지구 사람들로부터 일어난다. 그들은 몇 해전에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불균형과 불평등에 반대하며. 그러나 어김없이 9지구는 더 낙후하고야 만다. 거기 사람들은 이제 범죄를 저지를 의지 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대중교통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곳, 살아갈 의지가 없는데 범죄 의지는 어떻게 생기겠나, 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다윈 영'은 1지구에서도 명문중의 명문인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착하고 성실하게 공부한다. 아버지 역시 교육부 차관이라 이상적인 가정에서 이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학교에서는 9지구가 범죄가 일어나는 곳, 범죄자가 나타나는 곳이라고 가르치지만, 다윈은 학교의 반항아 '레오', 삼촌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쳐나가고 싶은 '루미' 덕에, 어쩌면 이건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건 아닐까, 라는 의심을 조금씩 갖게 된다. 물론 이런 의문은, 1지구 어른들에겐 전혀 반갑지 않은 일이고.


이 과정에서 루미는 그간 자신의 삼촌을 죽인 게 9지구 사람이라고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1지구 사람이며 고위급 간부일 확률이 높다'는 데까지 추측해나간다. 다윈은 루미의 개인적 수사를 돕는데, 나는 다윈의 캐릭터도 루미의 캐릭터도 영 마음에 들질 않아 이 책이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는 거다. 


그러나 1지구의 사람, 9지구의 사람들의 각자의 사정과 입장은 물론이고, 실제 일어난 일을 자기 입장에서만 해석하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인간들에 대한 내면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구나 싶었다. 쉽게 말해, 정의로워 보일 수 있는 9지구 사람들의 폭동도, 그 폭동 안으로 들어가보면 또 다른 사정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다. 왜 안그렇겠는가. 그래서 이것이 장점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지, 다 자기 중심적이야,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맞다고만 여기지, 라는 걸 계속 일깨워주는 거다. 이를테면 다윈이 다윈의 사정이 있어 루미랑 연락하지 않게 되면, 루미는 '그때 내가 약속에 못나갔다고 꽁해있네'로 생각하고, 손자가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할아버지 집에 못간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아들놈이 자기를 싫어해서 손자를 못가게 했다고 생각하는 식인거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이런 오해들을 쌓고 또 쌓고 있을까. 


나는 얼마나 오해를 하고 살고 있을까.

그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내가 맞다고 확신하고 있을까.



그래서 600쪽을 넘어가도록, 이것이 이 책의 미덕이구나, 하고 말았는데, 아이구야, 아니었다. 이 책은 굉장히 똑똑한 책이었다. 바로 이거였구나, 싶을만한 게 결말에서 다 드러나는 거다. 이토록 길게 다윈에 대해서, 다윈의 아버지에 대해서, 1지구와 9지구에 대해서, 루미의 추적에 대해서 설명한 건,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구나!!! 하게 되면서, 아, 정말 똑똑한 소설이구나, 하게 된 거다. 그럼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좋다고 한 이유가 있었어!

영화로 만들어져 모두가 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을 많이들 읽으면 좋겠지만, 두꺼워서 안읽을 것 같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책은 술술술 넘어갑니다. 책장은 팔랑팔랑 잘도 넘어간다. 얼쑤~




아침에 출근해서 저렇게 아름다운 바깥을 보고 감상하는 건 잠시, 업무가 시작되면 또 여기가 지옥이여...하아-

집에 가서 김칫국에 밥이나 말아 먹고 싶다.

친구가 김칫국에는 라면 사리를 넣어도 맛있다 그랬는데, 나 고등학교 다닐 때 매점에서 파는 라면이 김칫국에 말아주는 라면이었어. 세상 맛있었는데....... 현실은 사무실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떤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엔 학교에 다니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그런데 학교 다니는 걸 다니면서도 힘들어하고, '이걸 언제 어떻게 졸업하나' 늘 고민이 많은 상황인 거다. 실제로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 4학년때도 1,2학년 과목 다 재수강 해야 했어서, 졸업할 때 친구들이 '니가 어떻게 졸업할 수 있냐!' 라면서 신기해 했었는데, 꿈속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기도 하지만 대학에 가서 졸업할라고 막 애를 써... 너무 싫어..... 그래서 깨고나면, '아 그 시기가 지났다' 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거다. 흙흙 나 졸업했어 ㅠㅠ 나 이제 사회인이야 ㅠㅠ 학교 다시 안다녀도 돼 ㅠㅠ 수업 안들어도 돼 ㅠㅠ 논문 안써도 돼 ㅠㅠ 이러면서 안도안도 하는데, 그렇게 안도하다가, '지나도 너무 지났지....졸업한 지 넘나 오만년 됐어....'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꿈은 대체 왜꾸는건지. 오늘 꾼 건 아니고, 뭐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점심 생각이나 해야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4지구 출신 여자와 결혼해 고작 법원 말단 공무원이 된다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이는 하급 공직 사회의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좋았고 일생을 그 속에서 보내고 싶었다. 부모님은 결코 한 번도 주지 못한 것이었다. (p.312-313)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무지가 너무 커서인지, 다윈은 반감보다는 오히려 동정심이 들었다. 폭동을 전쟁으로 잘못 인지한 채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하는 반성 대신 "그 전쟁에서만 이겼으면" 하고 한탄하는 한, 그들의 삶은 잘못 든 길을 잘못 든 줄도 모른 채 죽을 때까지 걸어야 하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다윈은 60년이 지나도록 노인들이 진실을 깨달을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안타까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제 와 그들의 믿음을 바꾸려 했다가는 괜한 혼란만 키울 것 같아 망설임 끝에 입을 다물었다. 폐허가 된 고아원에서 볕을 쬐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혼란보다는 평안일 것이다. (p.159)

성탄절 바로 다음 날 저녁부터 다윈은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외국어 문법책이었다. 학년말 고사 때 외국어, 특히 동사 변화를 외우는 데 애를 먹은 게 여전히 큰 부족함으로 남아 있었다. 시험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최고랄 수는 없었다. 전 과목에서 수석을 차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건 아니었다. 다만 최고가 아니란 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고,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다음번에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의미라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스스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전 해의 부족함을 그대로 둔 채 새해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불확실하게 알고 있거나 혼동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바로잡고 싶었다. 안에서 이는 그 갈증이 너무 커 때로는 낮잠을 자는 것보다 문법 책을 들여다보는 것이 진정한 휴식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 기간의 공부에는 친구들에게 뒤처질지 모른다는 상대적 불안감이나 압박감은 조금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런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편에 가까웠다. (p.808-809)

몇 시간씩 사전을 뒤적여 가며 단어의 어원을 추리하고 있다 보면 한순간 자신이 프라임스쿨의 유일한 학생으로 여겨져 고독해지기까지 했다. 자기가 아니면 이 작업에 책임감을 갖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교수님조차 지금은 쉬고 있을 것 같았다. 자기 삶에서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찾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고독감을 즐기며 다윈은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알기 위하여‘ 단어의 성질과 문장의 구조를 파헤치는 데 몰두했다. 구토나 두통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빈 자리에 새로운 진리들을 완벽하게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아났다. (p.809)

"하지만 사실은 나도 그 돌덩이들 중 하나야. 안 그런 척하면서 사실은 이 시계를 꽤 자랑스럽게 여길 때가 있거든. 여기에 있는 게 참을 수 없다며 후드를 입고 학교를 빠져나간 밤에도 이 시계는 벗지 않았지. 내가 왜 위선자인지 알겠지?"
다윈은 웃으며 역시 똑같은 손목시계를 들어 보였다. 프라임스쿨 입학식 때 신입생들에게 나눠 주는 시계로 측면에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레오 네가 애교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난 오히려 더 좋은데. 다른 사람들도 네 진면목을 알게 되면 오해를 풀고 네 이야기를 들을 거야."
레오는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됐어. 친구는 한 명이 모두인 거니까."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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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1-2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아침을 늘 격하게 (속으로, 멀리서???) 응원해요. 그리고 ....음.... 사랑합니다?

추운 날이에요. 따뜻한 거 드시고 ..요가 빼먹지 말아요. (응?)

다락방 2018-01-24 10:23   좋아요 1 | URL
앗! 저 요가 이번 주에 한 번도 안간 거 어케 아셨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가야지. 눈누난나~

유부만두님이 제 출근길 응원하시는 거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헤헷. 감사해요!
사랑고백도 감사합니다. 넘나 좋은 것 ♡

유부만두 2018-01-24 10:48   좋아요 0 | URL
요가 가요, 네? (사랑 뿜뿜)

다락방 2018-01-24 11:37   좋아요 0 | URL
넵!! ㅎㅎㅎㅎㅎ

잠자냥 2018-01-24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 오다가 비로 바뀌었는데도 요가 안 가셨잖아요? (응? 2)
4월까지 열심히 쓰세요~ ㅋㅋㅋ

다락방 2018-01-24 10:41   좋아요 2 | URL
아니 제가 요가 안 간 거 어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알라딘에는 요가 얘기 한 번도 안했는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8-01-2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는... 빼먹으려고 다니는 거죠? 안 다니면 빼먹질 못하니까...... :p

다락방 2018-01-24 17:10   좋아요 0 | URL
사람이 말입니다... 빈틈이 좀 있고 그래야 다가설 수 있고 매력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8-01-26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의 뷰가 좋네요. 저는 추운 날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쌉쌀한 이른 아침의 날씨를 좋아합니다. 특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동이 틀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면 그 싸한 공기를 맡으면서 내가 깨어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뭐 저야 인생이 RPG라서...-_-:: 그냥 자뻑에..ㅎㅎ

다락방 2018-01-26 10:26   좋아요 1 | URL
지금 여기가 아침에 너무 볼 찢어지게 추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할 만하지가 않아요. 빨리 지나가라 지나가라, 이런 상황입니다, 지금.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저 풍경을 보는 건 참 좋아요. 늘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데 저 풍경이 옅어지는 걸 보면서, 아 이제 아침이 조금씩 더 길어지는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겨울의 이른 아침이 깜깜한 게 싫거든요. 이제 밝은 때에 출근할 수 있겠지, 그런 날이 곧 오겠지, 생각하고 있어요.

연꽃처럼 2018-01-2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댓글은 처음 써봐요 ^^ 다른게 아니라 반가워서요 ㅋ 학교 꿈 꾸신다는거 ㅡ 저두요 ㅡ 하두 맨날 교복입은 고등학생이어서 전생에 학생때 죽었나 ㅡ 싶을 정도에요 ㅋㅋ ㅡ 우리 그때 많이 힘들었나봐요 ㅠㅠ 토닥토닥 해드려요 ^ㅡ^

다락방 2018-01-29 09: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연꽃처럼님도 그러시군요. 저는 정말 자주 학교를 다 졸업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에 다니게 될 사람들을 보면, 아아, 무사히 다들 잘 지내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된답니다. 그때 딱히 힘들었다고 저 스스로 생각했던 건 아닌데, 제게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인 것 같아요. 우리 이제 더이상은 그런 꿈 꾸지 맙시다. 흑흑 ㅜㅜ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 영어 선생님은 갓 부임했고 아주 젊었다. 아이들에게 험한 말도 하지 못했고 화도 내지 못했고, 그렇지만 아이들이 뭘 좋아할진 알아서 아이들에게 팝송을 듣게 하고 가사를 해석해주고 무엇보다 영화 얘기를 아주 많이 해줬다. 그 때 얘기해준 영화들 중에 《라스트 콘서트》가 있었다. 백혈병에 걸린 여자가 피아니스트 남자랑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하던 중, 관객석 앞자리에서 그 연주를 들으면서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화의 얘기를 해주는데, 참 어려서 그랬는지, 그렇게나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거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의 소녀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것도 소녀가 일찍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한동안 반 아이들은 소녀가 가졌던 것과 같은 보조개를 갖기 위해 샤프의 꼭지 부분으로 자기 볼을 계속 누르고 다니기도 했는데(나도 그랬다), 누군가는 고추장을 바르면 세포가 죽어 그 자리에 보조개가 생긴다고도 했다. 그 때 나는 국어선생님을 좋아했는데, 뭔가 내가 그렇게 연약한 시한부 인생에, 게다가 보조개까지 들어간다면, 선생님께 아주 특별한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 한동안 그래서 라스트 콘서트의 스텔라처럼 소나기의 소녀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러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서 신해철에게 더 특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였을까 혹은 그 전부터였을까, 이 모든 게 다 어린 마음에 나오는 낭만적인 환상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내가 그 때 왜그랬을까, 어쩜 그랬을까, 하고 어린 나를 생각하며 헛웃음을 웃었더랬다.



그런데 이 책,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을 읽는데, 그 당시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 또 머릿속에 떠오르고 말았다. 나는 철이 없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병원에 입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그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 어리석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주인공 '루시 바턴'은 90일 가량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녀가 그 시간을 고통스러워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이 답이다'라는 생각을 하고야 만것이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볼 수 없는 그 시간을 외롭게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나는 '이게 답이야'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어... 역시 책은 읽는 자의 몫인가... 하아-



루시 바턴은 병원에 입원을 한다. 어릴 때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고, 루시만 형제들 중에서 대학을 가고 부모와 형제와 잘 만나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남편은 직장생활과 육아를 하고, 혼자 있는 루시에게 엄마가 찾아온다. 엄마는 병원에서 닷새를 머무르는데, 그 과정에서 어릴 적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함께 웃기도 하고 역정내기도 한다. 엄마는 다시 가버렸고 루시도 시간이 지나 퇴원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크게 어떤 사건이 나오질 않는다. 그저 루시가 병원에 입원한 동안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의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퇴원 후에 시간이 지나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입혔을 상처에 대해 얘기한다. 덤덤하게 진행되는 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에, 나는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화악- 이 책이 내 가슴속에 스며드는 거다. 그래서 이상하게 같이 아프고 쓸쓸하고 외로워진다. 누가 물으면 이 책을 추천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좋아할거란 생각도 할 수 없는데, 이상하게 나는 이 책을 나의 소중한 책들만 꽂아두는 책장에 꽂아두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보고싶은 어느날, 이 가족의 친구이면서 '자신의 아이는 없는' 여자가 루시의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찾아온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의 친구이면서 자신의 아이는 없는 여자가 다시 아이들을 데려갔는데, 그 때 그 여자가 아이들을 돌보는 걸 돕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꼴이 지저분해서 병원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이 일을 기억한다. 그런데 퇴원후에 시간이 지나서 그녀는 남편과 싸우게 된다. 남편이 이 여자와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린 것.




퇴원하고 몇 년이 지났을 때 나는 대학 시절에 사귄 그 예술가와 마주쳤다. 다른 예술가의 오프닝 행사에서였다. 결혼생활이 힙겹던 시기였다. 그 당시 내게 수치심이 들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내 남편이 내 딸들을 병원에 데려왔던 여자. 자신의 아이는 없든 그 여자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다. 나는 그녀가 더는 우리집에 오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했고, 남편도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가 오프닝 행사에 갔던 그날 밤 말다툼을 했던 건 확실하다. (p.110)




어떻께 가까워진건지,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자세히 나와있지도 않은데, 그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라고만 했는데도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 수치심과 그 가슴아픔이 바로 내 것인 것 같았다. 혼자 책을 덮고, 만약 루시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녀가 아이를 봐주는 시간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모르겠다. 그래서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다만,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아내가 있는데 왜 다른 여자랑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인지,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결국 이혼하고 나중에 둘다 각자 재혼을 하는데, 나는 그런데도 책이 끝날 때까지 혼자 너무 아팠다. 찬바람이 부는데 얇은 카디건 하나만 걸치고 집 밖에 나가 양 손으로 팔짱을 끼며 서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바람이 차, 내 팔을 내 손으로 쓰다듬는 기분. 더는 견딜 수 없어져서 이제 집에 들어가자, 하고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지만, 들어간다고 딱히 안락할 것 같지도 않은 기분. 그렇게 쓸쓸하고 아팠던 거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거기다 대고 '입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걸까. 몇 해전에, '결혼하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그 어리석은 날들이 떠올랐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떠오른다면, 과감히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



내가 6학년이었을 때 동부 출신의 선생님이 새로 왔다. 이름은 미스터 해일리, 젊은 남자였다. 그는 사회를 가르쳤다. 그에 관해서는 두 가지가 기억난다. 첫재는 내가 화장실에 급히 가야 했던 날에 대한 것이다. 내게 주의가 쏠리기 때문에 나는 정말 화장실에 가기가 싫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떡이고 싱긋 웃으면서 내게 허가증을 주었다. 나는 교실로 돌아온 뒤 허가증-커다란 나무블록인데, 복도에서는 교실에서 나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증거로 가지고 다녀야 했다-을 돌려드리려고 선생님에게 다가갔고, 그걸 건네는 순간 우리 반에서 인기 있던 캐럴 다라는 여자애가 어떤 동작을 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손짓 같은 거였는데, 경험상 나는 나를 놀리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캐럴은 친구들도 한편으로 만들려고 아이들을 쳐다보며 그 동작을 하고 있었다. 해릴리 선생님의 얼굴이 붉어졌고,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너희가 다른 누구보다 더 잘났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내 교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잘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방금 몇 명의 얼굴에서 다른 누구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읽었는데, 내 교실에서는 절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캐럴 다를 흘끔 쳐다보았다. 내 기억에 그애는 잘못을 지적받아 속상한 듯했다.

나는 조용히, 완전히, 단박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아직 살아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이 남자를 사랑한다. (p.83-84)




아, 너무 좋지 않은가. 내가 어릴 때도 저렇게 말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도. 지금도 저렇게 누군가 '내가 더 우월하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보다 잘난 사람은 없다'고 말해주는 선생님들이 있다면 좋겠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며 뻐기는 걸 지적해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일은 루시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일이고, 그리고 영향을 미친 일이다. 지금의 루시 바턴은 이렇게 생각하니까.




앞에서도 한 말이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집단보다 스스로를 더 우월하게 느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아내는지가 내게는 흥미롭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일어난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건, 나는 그것이, 내리누를 다른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 이런 필요성이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저속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p.111)




아, 너무 좋아서, 회사의 보쓰에게 읊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권력이란 걸 가졌다 생각하며 그것으로 횡포를 부리려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뜨끔했다. 나는 순간순간 내가 잘났다는 감정에 빠져들고 말아서... 인간......





토요일에는 그 유명하다는 '사마리아 별자리 상담소'에 찾아가 상담을 받고 왔다. 얘기중에 내가 오지랖을 부린다는 게 나왔는데, 그래서 내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맞아요. 제가 오지랖쟁이에요. 안그래야 되는데..."


그러자 쌤은,


"락방씨는 그렇게(오지랖 부리면서) 살아야 돼요."


라고 하시는 거다. 내가 태어난 별로 봤을 때 그렇게 살아야 되는 사람이라고.... 힝 ㅠㅠ




상담소에서 상담을 마치고 지하철을 탔는데, 내가 탄 뒤에 초등 3-4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작은 캐리어를 들고 탔다. 그 뒤를 아이의 엄마가 큰 캐리어를 끌고 타려는데 지하철 문이 닫혀버린 거다. 아이도 놀라고 아이 엄마도 놀라고 주변 사람들도 놀라고 나도 당연히 놀랐는데, 문이 열리겠지, 하고 숨죽여 보던 사람들을 아랑곳않고 지하철은 출발해 버린 것이야... 나는 너무 놀라서, 이 아이가 미아가 되면 어떡하지!! 싶어서, 얼른 그 아이 옆으로 가 내 핸드폰을 빌려주려고 했다. 엄마 전화번호 아냐, 이걸로 전화해라, 라고 말하려고. 그런데 아이는 자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벌써 꺼낸 게 아닌가! 아! 핸드폰 있으니 다행이다, 해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아이는 통화를 하면서 나로부터 멀리 저 쪽 자리로 이동했는데, 나는 내내 이 아이가 신경 쓰이는 거다. 그러다 두 정거장 가서 내가 내려야할 때, 아이가 내리는 거다. 통화하고 내렸으니 어련히 알아서 잘 내렸을까. 나는 '그냥 지나쳐' 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 그 아이에게 다가가, "엄마랑 통화됐어요?" 라고 물었다. 아이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그 아이를 두고 내 갈길을 갔는데, 그렇게 가자마자 또 속으로 



아 또 오지랖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친 오지랖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슨 내 팔자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오지랖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미있는 게,

나는 이중성을 가진 사람이라서 항상 직장을 다니면서도 취미 활동을 해야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이중성을 계속 가지고 가야 되는 사람인데, 하하하하. 글을 쓸 때의 자아는 '또다른 나' 라고 하는 거다. 또다른 자아가 글을 쓰는 거라고. 끼가 있어서 노력하고 쓰는 게 아니라 삘을 받아야 쓰는 사람인데, 그 삘을 받으면 다다다닥 쓰는 사람인데, 그걸 쓰는 자아는 또다른 자아라고. 그래서 자기도 자기가 뭘 썼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고. 

아 빵터졌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것이 의식의 흐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또다른 자아가 쓰기 때문에 항상 쓰다말고, '아니 근데 내가 이 얘긴 왜 썼지?', '왜 이게 여기로 왔지?' 이렇게 된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내가 아니고 또다른 나였어. 그래서 나는 항상 그렇게 나와 대화를 나누곤 했던 것인가. 이 운세로 책 두 권밖에 못썼냐고;; 10권은 썼어야 된다고 했다. 


네????????????????????????????????????????????????



하이 스트레인저, 가 아니라 하이 또다른 나...가 되는 것인가.

넌 또다른 나...가 아니라 난 또다른 나..인 것인가... 인생......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어느새 넌 다독거렸지

헤아려주며

그래 나 살고픈 이유는 바로 너.....



나 살고픈 이유는 바로 나인 것인가...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다독거리는 것도 나......

또다른 나...

난 또다른 나인걸...... oh~




또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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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1-2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 권은 쓰셨어야 했는데! 채찍질 들어갑니다.ㅎㅎ 저도 보관함에 넣습니다.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8-01-22 11:50   좋아요 0 | URL
ㅎㅎ 채찍질 받아들입니다! ㅎㅎ

얇은 책이지만 꼭꼭 씹어 읽어주세요, 문나잇님. 문나잇님께도 좋은 책이어야 할텐데요. 헤헷.

독서괭 2018-01-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 글 너무 재미있어요. 특히 마지막이 ㅋㅋ
이 책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못 하겠다고 쓰셨는데 글 읽다보면 자연스레 읽고 싶어지는걸요? 찬바람이 부는데 얇은 카디건 하나만 걸치고... 이 부분 비유 참 좋습니다. 잘난 사람은 없다는 선생님 얘기도 정말 좋네요.
그런 선한 오지랖이 필요한 세상 같습니다. 아이 엄마가 알았으면 참 고마웠을 거예요^^

다락방 2018-01-23 09:46   좋아요 0 | URL
아 독서괭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기쁩니다. ㅎㅎ

근데 이 책을 읽은 다른 친구도 이 책 참 좋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정확히 손에 잡히진 않지만 되게 좋은 그런 게 있어요. 그게 뭔지 몰라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아아, 제가 가진 언어의 부족에 의한 것입니다. 흑흑 ㅠㅠ
두껍지 않은 책이니 독서괭님도 시간 되실 때 읽어보셔요. (추천 안한다면서 추천해버리는 나여...)

네, 저 선생님의 말씀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하지만 제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예요. 저야말로 제가 잘났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이라 자꾸 스스로에게 ‘아니야, 그렇지 않아‘ 말해줘야 해요.
좋은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블랙겟타 2019-12-0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책을 읽다가 이 책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뭐지? 읽을만한 소설이려나? 하고 검색하던 와중..
이미 비연님이?? 그리고 다락방님도?! 그럼 당연히 읽는겁니다요!!
우연히 아는사람의 옛글을 마주쳤을땐 더 기분이 좋아지면서.. 막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있네요!!
다락방님이 인증한 책이니까 주저없이.. ㅋㅋㅋㅋ

다락방 2019-12-08 19:56   좋아요 1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라면 저는 고민없이 읽겠습니다! 물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을 사두고 아직 안읽고 있지만, 모든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작가중의 한 명입니다. 후훗.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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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좋다. 읽으면서 화악 내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것이 뭣때문이냐 물으면 나도 모르겠는 것이야...‬

이런 평이라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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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ay 2018-01-2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더라구요. 맥락은 끊기고 그때 그때의 단상을 툭툭 던져 놓는데도 한 챕터 읽고 생각에 빠지고를 반복했더랬습니다. 답답하던 것이 마지막 장에서 확 풀리면서 그래.. 그래.. 했습니다.

다락방 2018-01-22 11:51   좋아요 0 | URL
네, 이 좋음의 정체를 모르겠어요.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좋을까요? 우울한 감상이 더 많은데도 이상하게 좋아요. 아 좋으네, 했는데, 그 좋음의 정체를 모르겠어요... 좋았습니다.

moonnight 2018-01-2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불끈.

다락방 2018-01-22 11:52   좋아요 0 | URL
네, 이게 누구나 다 좋아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서 막 자신있게 추천한다거나 할 순 없지만, 이 느낌을 문나잇님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vooc 2019-08-0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리뷰를 썼더니 밑에 추천리뷰가 떠서 왔는데 깜짝 놀랐어요. 저도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별 이야기도 없는데 좋아요.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 좋은 책이었어요...

공쟝쟝 2021-06-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부끄러워하실 평이지만, 저 책에 다가 대고 이말저말 써놓은 제가 부끄러워지기도 하는 적절한 백자평인 것 같기도 하네요. 하아..
 

사람이 진짜 앞일을 모른다고, 어제 나는 우연하게 한 웹툰에 대해 알게 됐는데, 이걸 어떻게 알게 된건지 통 기억은 나지 않고, 으응? 하고 네이버에 검색했다가, 아아, 퇴근길 내내 스맛폰으로 웹툰 보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씻고 또 잠들기 전까지 눈알 빠지게 웹툰을 본 것이었다. 그것은 이것.












츤데레 남자와 .. 에 또 전생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로맨스인데, 읽다보니 재미있어가지고 아 눈알 빠지는 줄 알았어. 그런데 이게 어제 그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잉여롭게 웹툰웹툰 보다보니까... 보지말자,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직 절반정도 밖에 못본것 같은데, 이걸 보게되니까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이것만 봐? 책도 안읽고 운동도 안하고 걍 이것만 보는 거다. 흐음. 이건 좋지 않아... 이래선 아니되지... 오늘 아침까지 이걸 본다면 오늘 출근길도 내내 스맛폰에 빠져살겠구나 싶어서 아예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책을 본 건 아니지만. -0-



아무튼 그래서 안보는걸로..

이렇게 뭔가 이것에만 빠져드는 게 나로서는 달갑지 않은일인데, 그래서 가급적 뭐든 확 빠져드는 걸 피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이 책의 이런 구절이 떠올랐다.





틈만 생기면 몰래 화장실로 도망쳐서 칸막이 안에서 소설을 읽었다. 그러나 돈은 거의 다 루디스에서 벌었다. 루디스는 웨스트 브로드웨이의 허세 충만한 작은 와인바였는데 부티 나는 고객층을 상대로 전통적인 샐러드와 연성 치즈를 팔았다. 하나같이 어여쁜 웨이트리스들이 코카인과 퀘일루드를 비롯해 여타 마약들의 섬세한 차이를 논하며 이거다 저거다 갑론을박하는 걸 보면 청년 철학자들의 열정이 무색했다. 동료 직원들은 이 주제에 대한 나의 침묵을 도덕적 질책으로 읽었지만 사실 나는 늘 마약을 무서워했다. 이런 물질에서 얻을 수 있는 자극과 충격에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내 관심은 언제나 균형을 흩트리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쪽에 있었던 것이다. (p.239)







웹툰 얘기하다가 갑자기 마약 인용문 가져오니까 뭔가 읭 스럽고 야 웹툰 이랑 마약이랑 같냐, 막 이렇게 될 것 같지만, 나는 '시리 허스트베트'가 마약을 하지 않는 이유에 너무 공감이 갔다. '내 관심은 언제나 균형을 흩트리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쪽에 있었던 것이다'는 말.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견고한 내 일상이 깨지거나 무너지는 거에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타입이라서, 갑자기 웹툰을 하나 연달아 보노라니 퇴근길과 잠자기 전이 그전과는 달라져버리는 거다. 그래서 아, 이건 안되겠다, 한 것.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웹툰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웹툰을 일상에 스며들게 해서 내 견고한 일상 그 일과중의 하나로 만들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 다른 걸 받아들여서 일상을 재정비하고 싶지가 않다. 이건 내 성향이고 사고방식이고 행동패턴이고 뭐 그래서, 아마도 그간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를 힘들게 했었던 것 같다. 나는 내 일상을 깨뜨리는 게 싫어서 자주 만나는 걸 싫어했고 통화하는 것도 싫어했지, 지하철 안에서도 통화 하는 거 싫어하고, 친구들 만나서 통화하는 거 싫어하고 이러다보면 통화를 할만한 때가 없고, 아직도 기억나는 게, 투피엠 봐야돼서 전화 못한다고 했더니, 당시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벙쪄서 나한테 이메일을 보냈던 거다. 너 뭐냐고.... 미안합니다. 저는 정말 저를 너무 사랑하는가 봐요.......... 언젠가부터 뚝 끊어서 이젠 어느 가수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과거 그 시절에는 연말에 가요결산 프로그램 보는 것도 나의 당연한 일정중 하나였고, 그리고 나는 투피엠을 당시에 좀 좋아했었어. 심장 쿵쿵 하는 그 춤 말이야... 그거 보는게 남친보다 좋았어. 이런 나라서 미안해... 다시는 나같은 여자 만나지마.....







음.....
왜 이소라의 난 행복해까지 오게 됐지? 영문을 모르겠네.... 내가 오늘 글쓰기 창을 열었을 때는 웹툰을 봤는데 이제 안보겠다, 를 쓰려고 한건데... 어쨌든.



어제 머리를 자른다고 하고 머리를 잘랐다. 자, 내가 자르려고 했던 머리는 이것!

















이 책 표지 보자마자 미장원에 전화해서 일곱시반 컷트 예약했었는데, 그간 자르려고 자꾸 그랬어도 '안자르면 2만원 절약'을 속으로 되새기며 안갔었는데, 어제는 갔어! 2만원을 썼다!

내 머리를 해주신 쌤은  이건 그림이라서 볼륨감 있게 그렸지만, 실제로 내 머리로는 볼륨감이 있을 수 없다 하셨다. 머리가 너무 얇고 힘이 없다고. 힝- 네, 알아요... (시무룩) 그렇지만, 잘랐고, 자르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출근한 오늘은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든다. 새로운 기분!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뭔가 좀 다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하트 벗기면 더 다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머리는 얼굴이 완성해주는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 아침에 자른 머리로 출근하면서, 흐음, 좋은데? 예뻐, 예쁘군, 새로운 기분이야, 새롭게 태어나야지, 하고 눈누난나 출근을 하다가 텀블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됐다. 으음. 그럼 커피 패스하고 가자, 라고 생각했다가, 또 너무 일찍 출근을 하게 됐고.... 최근에 계속 일찍 출근하지만..... 오늘 사무실에 일찍 들어가기 싫었고...... 그래서 에라이, 그렇다면 스타벅스에 가서 시나몬롤이나 천천히 먹고가자! 하고는 스타벅스엘 갔다. 그런데 ㅠㅠ 시무룩 ㅠㅠ 시나몬롤이 없어 ㅠㅠ  직원분에게 '시나몬 롤 없나요?' 물으니, 직원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았어 ㅠㅠ 그리고는 '진열된 거 밖에 없어요' 라고 한다. 시무룩. 시나몬롤 ㅠㅠ 없어 ㅠㅠㅠ 



머그컵에 아메리카노 받아서 시나몬롤과 아침 여유를 즐기려던 나는 좀 쓸쓸해졌어. 어쩐지 쓸쓸해짐.... 해서 하는 수없이 그냥 가자, 하고는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를 받아 가지고 나왔다.





어쩐지 사진도 쓸쓸해....너무 이른 출근이라 바깥은 어두워... 쓸쓸해......



그렇게 쓸쓸해진 마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하고 가방을 놓고 일할 준비를 하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또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까...예뻐...................좋았어! 괜찮아! 아침부터 텀블러 안가지고 나왔고 시나몬롤 못먹었지만, 괜찮아!!





어제 퇴근길에 미장원에 들렀다가 집에 갔는데 들어오는 나를 보기도 전에 엄마가 '머리 잘 자르고 왔어?' 물으시는 거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엄마, 나 미장원 다녀온 거 어떻게 알았어, 말도 안했는데? 했더니 엄마는, '타미가 말해줬어' 하시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평소처럼 타미는 제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타미가 '이모 오늘 미장원 갔다가 집에 간대. 머리 자른대' 했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여동생하고 톡하면서 나 이렇게 할려고, 하면서 사진 보내주고 예약했다고 했더니, 여동생은 타미에게 말하고 타미는 울엄마한테 말한것. 덕분에 울엄마는 나랑 연락한 것도 아닌데 내 스케쥴을 알게 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의 가족 ㅋㅋㅋㅋㅋㅋㅋ 사생활이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겐 샹그릴라 라는 모임이 있다. 만들어진 지는 아주 오래되었는데, 각자 사는 지역이 다르다보니 고작해야 일년에 네다섯번 만나는 게 전부이다. 지난번에는, 12월 초였나, 통영에서 화장실이 두 개인 큰 방을 잡아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 계속 먹고 마셨다. 준비한 술도 안주도 많았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원래 좋으니까 이 만남이 유지되어왔던 거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거다. 한 명이 '우리 만약 누군가 빻은 발언을 하면, 우리끼리라도 야 그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한 말이 오래 남는다. 다른 모임에 갔다가 빻은 발언을 많이 들었는데 자기가 더 심한 말로 받아치지 못한게 계속 후회가 된다면서, 우리끼리라도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만큼 알아왔고 또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공부도 하고 있어서 오히려 더 조심하는 사람들이라, 아마도 우리 안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을 것 같고 또 있더라도 서로 기분 나빠하지 않으면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모임이 있고난 뒤 우리는, 우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네, 라는 공통된 얘기를 했는데, 요즘 여기에 대해 곰곰 생각해본다. 오래 보았는데 더 좋아진다는 것에 대해서. 그건 아마도 우리가 서로 다르지만 그런 서로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고, 각자가 또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뒤늦게 합류한 멤버는 '다정하다는 게 이렇게 좋은건 줄 몰랐다'라는 말도 했다. 다정한 건 이렇게나 좋다. 계속 다정해야지.


아까도 잠깐 얘기했지만, 나는 내 견고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게 너무 싫고 거기에 무언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너무 싫다. 나는 나의 일상을 유지할것이다. 내가 했던 대로 계속 유지해나가야지. 다시 두 발을 단단하게 하고 설 것이다. 

머리도 예쁘게 잘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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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1-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게 잘랐네요 머리~^ 얼굴도 공개하면 더 예쁨? ^^
샹그릴라라는 모임은... 이름이 너무 예뻐요. 일년에 네다섯번 만나면 많이 만나는 듯....
같은 서울에 살아도 그 정도 만나며 사는 사람이 허다하여... 나이들수록 맘맞는 모임이 참 그리워요~

다락방 2018-01-17 10:28   좋아요 0 | URL
얼굴도 공개하면 안예쁨이요 ㅋㅋㅋㅋ
샹그릴라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함께 투숙했던 모텔 이름입니다.ㅋㅋ 이름 뭐로 지을까 고민하는 거 귀찮아서, 그냥 우리가 만난 모텔 이름으로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비연님 말씀이 맞네요.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아도 일 년에 그 정도 안보고 사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러고보면 우리가 멀리 살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음, 정말 그런 것 같네요. 헤헷.

비공개 2018-01-1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너무 예뻐요 다락방님!! 어서 뵙고 싶습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시며 책 표지를 들고 가서 머리를 자르시는 다락방님을 저는 또 사랑할 수 밖에 없구요.. ^^
저도 빻은 말을 하면 지적해줄 수 있는 다정한 벗이 필요합니다.. 샹그릴라 모임 부러워요.

다락방 2018-01-17 10:4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ㅎㅎ 저도 머리가 너무 잘어울리고 기분이 좋아져서 좋습니다. 흐흣. 역시 가끔 머리는 잘라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헤헷.
우리가 그런 사이가 됩시다, 다정한 벗이 됩시다, jsshin 님. 그러면 되지요. 그리고 우리에겐 <GRAM>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모임 이름은 GRAM 으로 합시다. 으하하하핫. 이제 며칠 안남았어요. 그날까지 꾹 참고 있다가, 그 날 만나서 폭풍수다 떨어욧!!
저는 2017년에 jsshin 님이란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연말에 생긴 감사한 일입니다. 많은 나쁜일들 중에서 드문 좋은일 중 하나였어요. 우리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요!

비연 2018-01-17 10:55   좋아요 0 | URL
오. 무슨 모임인지는 모르겠지만, 멋지네요! <GRAM> !

다락방 2018-01-17 10:56   좋아요 1 | URL
아 딱히 무슨 모임은 아니고 ㅋㅋㅋㅋㅋㅋ 그램은 레스토랑 이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스토랑에서 술마시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1-17 11:21   좋아요 0 | URL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바람직한 모임인데요!

다락방 2018-01-17 11:26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한 번 초대하겠습니다, 비연님. 후후훗

비연 2018-01-17 11:37   좋아요 0 | URL
기대하겠나이다~^^*

프레이야 2018-01-1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ㅃ 발언에 야 그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만남이 저도 소원이네요. 그러기가 참 쉽지 않고 괜히 까칠한 사람만 되니 입 다물게 되고. 그런 게 참 마음에 들지 않지요. 근데 락방님도 모발이 가늘고 숱이 적고 차분하군요. 오늘처럼 습기 밚은 날이면 더욱 ㅠ 동병상련 ㅎㅎ 그래도 모양은 이쁘게 보여요. 윤기도 자르르르. 얼굴도 보여주시면 더 이뿌다에 한 표!! 빨간 립스틱으로 포인트 잘 어울릴 듯요. 기분좋은 날 되세요 ^^

다락방 2018-01-17 10:51   좋아요 2 | URL
저 머리가 반곱슬이라서 말을 잘듣긴 하는데, 습기 많은 날 진짜 ㅋㅋㅋㅋㅋ 장난 아니에요 ㅋㅋㅋ 너무 싫고요 ㅋㅋㅋㅋㅋ 머리에 기름도 엄청 잘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떡도 잘지고 ㅠㅠ 아무튼 딱히 좋은 모발도 아니고 좋은 두피도 아니에요. 어휴. 풍성한 숱이 가장 부럽답니다 ㅠㅠ

네, 이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면 ‘나를 공격했다‘로 오해하고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생기죠. 그렇다고 사이가 틀어지는 건, 뭐랄까, 뭘 어떻게 했어도 틀어질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다정함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게 돼요. 다정함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요. 얼마전에 친구가 ‘우리가 동등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는데, 결국 우리가 동등해야 다정함도 유지할 수 있고 또 서로에게 ‘이건 아니지 않냐‘는 말도 기꺼이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 만나기 힘든 법이니, 저는 일단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계속 다정함을 유지하면서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헤헷.

프레이야님도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18-01-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어린 다락방님이셨군요?ㅋㅋ
저 두어 달 전 머리스타일이랑 비슷한데 느낌이 완전 달라요.
다락방님은 학생같은???
역시 머리는 얼굴이 완성인건가요?ㅋㅋ
저 머리 유지하려면 미용실을 들락날락해야해서 어찌나 귀찮던지...ㅜ
기르려고 말아버렸어요.
서로 아껴주고 다정한 모임이 가장 오래가는 것같아요.
인생에서 그러한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다는건 나름 장수하는 비결이지 싶어요ㅋㅋ

다락방 2018-01-17 10:53   좋아요 0 | URL
저게 그러니까 저 하트를 걷어내면 ... 굉장히 올드한 제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부도 푸석푸석 주름에다가 ㅋㅋㅋㅋㅋㅋㅋ 어휴, 말도 마세요. 어찌나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지 ㅠㅠ 힝 ㅠㅠ
저는 그냥 감고 말리고 다니다가 길면 미장원가서 또 이렇게 자르고... 그러면서 살려고요. 하핫.
한 번 머리 짧게 치고나니까 기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짧으면 세상 편한거예요. 머리도 가볍고 감거나 말릴 때도 편하고... 그래서 이제 길리지를 못하겠어요. 한 번은 긴 웨이브 머리를 해보고 싶은데.... 저는 이제 그건 안될듯요 ㅠㅠ

맞아요, 다정한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게 장수의 비결인 것 같아요. 우리 다정한 사람이 됩시다. 물론, 다정하고 싶은 사람에게요. 훗.

psyche 2018-01-1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샹그릴라라고 하셔서 서로 만나면 유토피아 같이 완벽하다는 라는걸까?하고 혼자 막 이름의 의미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처음 만났을때 투숙했던 모텔이름이라니 ㅋㅋ
그건 그렇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함께 성장하는 모임. 그런 모임이 있다는거 정말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8-01-17 11:27   좋아요 0 | URL
저희는 저 모임을 결성할 당시에 샹그릴라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이름 생각하기 싫으니까 모텔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있어보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 이름으로 이렇게나 오래갑니다. 후훗.

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는 아주 드물고 그래서 아주 좋지요. 아주 소중하고 말예요. 헤헷. 우리도 알라딘 내에서 그런 관계가 됩시다!!

그렇게혜윰 2018-01-17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농약같은 작가는 글이 정말 어디로 갈지 모른다!!!!!!

다락방 2018-01-17 14:44   좋아요 0 | URL
저도 제 글이 어디로 갈지 모른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18-01-18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일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요. 저도 저의 일상을 유지하고 싶거든요.

다락방 2018-01-18 14:32   좋아요 2 | URL
꿈섬님,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게 일상인 것 같아요. 다시 말하면, 일상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것들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단단히 붙잡고 살아요, 우리!

꿈꾸는섬 2018-01-18 15: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단단히 붙잡아요.ㅎㅎ

레와 2018-01-1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스타일 이쁘다요!! 실물을 보고 싶소. 친구! 으흐흐흐흐



다락방 2018-01-19 17:51   좋아요 0 | URL
저 헤어스타일이 오늘은 안나오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지저분하고 밉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에 일본드라마 《결혼하지 않는다》1회를 보았다. 총 11회인데 일단 1회만 먼저 굿다운로드 받아 본 것. 나는 텔레비젼을 보지 않고 그래서 드라마는 전혀 보지 않고, 일본 드라면 더더욱 안보는데, 나의 다정한 벗이 이 드라마속 여자주인공을 보면 너무 내 생각이 난다는 거다. 그래서 어어 그래? 하고는 다정한 벗의 말을 받들어 죄다 다운받을까, 생각했지만, 이게 다운 받으면 일주일 내에 다 봐야되는거라, 내가 아무리 그래도 다 볼순 없을 것 같아, 한 회씩 다운받아 보기로 생각하고 1회만 다운 받은 거다. 


드라마속에는 '결혼하고 싶어하는' 35세 여성 '치하루'와 '결혼은 해서 뭘해'하는 44세 여성 '하루코'가 나온다. 치하루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 연애는 5년전이 마지막이고, 그녀가 근무하는 여행사에 전남친이 찾아와서 신혼여행지를 추천해달라 말한다. 이에 기분이 꿀꿀한데, 20대에 알고 지낸 남자가 그녀를 찾아온다. 직원들 여행을 추천해달라고 하면서 같이 답사도 가고 생일이라고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해 같이 식사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치하루에게 '우리가 20대에 서른 다섯이 되어도 애인 없으면 결혼하자'고 했던 거 기억해? 라고 말하는거다. 그때 그 말을 떠올리고서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자에게 치하루는 기대를 품는다. 어쩌면 정말 그때 약속처럼 그와 결혼하게 되는건 아닐까. 그녀는 설레인다. 그런 그녀에게 '하루코'는 젊은 날의 약속을 믿고 기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러나 치하루는 결혼하고 싶다며 거기에 의지하는 거다. 그렇게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설레어하는데, 그녀를 앞에 두고 그는 '그때 내가 참 철이 없었지' 하고는 아이를 낳으려면 젊은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나만 나이 먹는 게 아니라 너도 나이 먹는 걸 몰랐지 뭐야, 하면서 그녀의 나이 서른다섯을, 자기랑 같은 나이인데도 후려치는 거다. 이에 치하루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가까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의 앞에 앉은 그 남자에게 '응 그래 너도 분발해서 젊은 여자 만나 얼른 결혼해' 라고 한다.



아 진짜 쌍욕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보니까 2012년 드라마다. 그러니까 좀 된 드라마고, 아마 지금은 이런 식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여주가 착해도 너무 착한 거 아닌가. 이 드라마가 싫은 결정적 이유는 아직 1회만 보고 판단한거지만, 여자주인공들이 너무 착하다는 거다. 여자 나이 서른다섯 후려치는 서른다섯 남자라니. 미친 거 아닌가. 치하루는 거기에 대고 젊은 여자 만나라고 격려해주지만, 나로 말하자면 어림도 없는 얘기지, 어디서 개뿔 ㅋㅋㅋ 나였으면 "야, 젊은 여자가 미쳤다고 너 만나냐!" 라고 했을텐데. 덧붙여, "야, 남자도 나이들면 정자 힘 약해져서 임신 시키기 힘들어 머저리야" 했을텐데. "니 정자는 언제고 힘이 넘칠 줄 아냐?" 하고 말이다. 아오, 치하루 보는데 답답해 미치는 줄. 



물론, 그녀가 '혹시 이 남자가 나랑 결혼하게 될 남자가 아닐까?' 설레어하다가 '아니구나' 깨닫고 절망하고 실망하고 눈물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러니 아마 앞으로는 그녀가 더 강해지고 세상에 눈을 더 뜨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저 장면은 너무 딥빡 오는 장면인 것이다.



'하루코'의 착함도 만만치 않다. 정원 디자이너인 그녀는 그렇게나 디자인을 잘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도 회사에서 더 낮은 직위로 발령이 난다. 회사의 모토가 가족을 중시하는 건데, 하루코는 미혼이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본사에서 잘나가는 디자이너인 그녀를 계열사인 꽃집의 점장으로 발령내는 거다. 헐. 그런데 하루코는 거기에 대고 '그게 회사 방침이라면 할 수 없죠' 하는 거다. 하아-----------------------------------------------------



이 여자들은 어디서 착해지는 알약 같은 거 받아먹고 온건가...... 혈압이 상승한다 진짜......................회사도 미쳤지. 디자이너로 완전 유능한 여자를 꽃집 점장으로 발령내다니................ 그녀의 디자인 능력은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다들 너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게 회사 방침이라면 할 수 없죠, 라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혼란스럽다. 그렇지만, 나였다면... 나였다면 박차고 나올 수 있었을까.....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저렇게 체제에 순응하는 게 너무 답답한거다. 제도가 엉망인데 그 제도에 순응하면서 할 수없죠, 하다니....... 하긴 뭐, 나도 숱한 제도들 속에 있긴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그녀들은 아마도 성장하겠지?

그런데 1회 마지막에 혼자사는 하루코의 잡에 치하루가 '일주일만 있을게요~' 이러면서 같이 지내려고 하는 게 좀 별로였다. 왜 자기 마음대로 같이 있게다고 해. 자기 집에 이제 결혼할 동생 들어온다고 그러면서 같이 있자 그러는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러니 극의 흐름상 그들이 동거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런 식으로.. 흐음.... 그렇게 착한 캐릭터여서 제도에 순응하고 남자한테 '니 정자도 늙었다'는 말도 못하는데, 다른 여자에게는 '같이 있을게요' 라고 말하다니, 아, 진짜 내 취향에 안맞는 사람들이다...






















꿈을 꿨다. 꿈에 ㅊㅅㅇ이(차마 이름 쓰기 민망하네 ㅋㅋ) 뱀파이어로 나왔다. 나는 평소에 그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빠도 아니고..그러니까 그와 무관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이라면 재이슨 스태덤 밖에 없는데... 어쨌든 ㅊㅅㅇ이 뱀파이어로 나의 꿈에 나왔다. 꿈에서 나는 나쁜 뱀파이어한테 물려서 약간 인간 시종 같은게 되어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 놈이 부르면 나가야 되고 뭐 그런 거였는데, 그런 과정에서 착한 뱀파이어 ㅊㅅㅇ하고 처음 맞닥뜨리게 된다. 어쩐지 나를 막 부릴 수 있지만 나쁜 뱀파이어가 나를 막 부리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막 부릴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한 번 만난 ㅊㅅㅇ 뱀파이어가 자꾸 생각나는 거다. 꿈에서 나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고 하필이면, 수키랑 빌이 그랬듯이, ㅊㅅㅇ도 우리집 뒷마당에 살고 있는 거다.


나는 만나는 남자가 있었지만 자꾸 ㅊㅅㅇ 생각이 났다. 그렇지만 그는 뱀파이어고 나는 인간인지라, 만나면 안되는 사이..였다. 안돼, 그러지마, 만나면 반드시 사랑에 빠져, 그를 부르지마, 라고 나 스스로 다짐에 다짐을 했는데, 아아, 그 뱀파이어도 역시 내가 부르기만 하면 나타나서 나랑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거다. 그러니까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이건 불타는 상황이 되는 게 너무나 자명한 것이야. 그래서 안돼,안돼,안돼,안돼, 라고 스스로를 계속 타일렀지만, 아아, 어느날 밤,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부른 것이다. 그는 부르자마자 내게로 왔고, 우리는 그렇게 바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리고 만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나눴어...


다음날 저녁 우리는 함께 시장을 갔다. 왜 시장을 갔는지 모르겠는데, 시장을 갔어. 시장을 갔는데 걸으면서 그가 내 손을 잡는 거다. 근데 손이 너무 예쁘고(실제로 티븨에서는 그의 손을 봤을 때는 못생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꿈에서는 너무 예뻤다), 그 손을 잡는데 진짜 너무 기분이 좋은 거다. 그 손잡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아, 이 뱀파이어랑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겠구나, 이거슨 운명이구나... 같은 걸 생각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곰곰 생각했다. 내가 꾼 꿈에 대해서. 그리고는 아 정말 그래, 손잡는 거면 사실 다 알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처음에 손잡았을 때부터 좋았어. 그런데 손 잡는 게 별로였으면 그게 나중에도 막 좋아지지는 않고, 음, 그냥 계속 그상태인 것 같아. 음.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네. 손잡는 게 좋아서 사랑에 빠진 건지, 사랑에 빠져서 손잡는 게 좋게 느껴졌던 건지. 손잡으니까 막 가슴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두근거렸던 사람들이 있었고, 데이트 하는 사이니까 잡긴 햇었는데 딱히 그렇게 막 느낌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어쨌든 손 잡는 게 좋으면, 참 좋았지.. 아, 레몬 케이크 생각난다...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그때까지도 건널목에서 꼭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건넜다고 했다. (중략)오크우드 애비뉴에서 모퉁이를 돌면서 나는 충동적으로 조지 오빠의 손을 잡아 버렸다. 곧바로, 내 손을 꽉 잡는, 손가락들. 태양. 진분홍 무더기를 이루며 창문 위로 드리워진 더욱 탐스러운 부겐빌레아 넝쿨. 그의 따뜻한 손바닥. 인도에 웅크리고 앉은 오렌지색 줄무늬고양이. 낡은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활짝 열리는, 도시.
우리는 인도에 도착했고, 손을 놓았다.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p.88) 


















아아 레몬 케이크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저거 가져오고 나니까 심장이 아주 지랄을 한다. 어떡하지 ㅠㅠ 나는 이제 누가 손잡아 주지 않아도 건널목 잘 건너는 사람이고, 심지어 무단횡단으로 딱지까지 떼는 사람이지만, 아아, 누군가 내 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넜으면 좋겠다는 바람 같은 게, 저 구절을 읽고나니까 생겨버리는 거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바라는거지.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하아-




어쨌든 꿈은 계속되고, 늦은 밤, 나의 뱀파이어와 내가 같이 있는데 나쁜 뱀파이어가 또 나를 불러냈다. 나는 어쩔수없이 나가야 했는데, 내가 나의 뱀파이어와 나온 걸 보고 나쁜 뱀파이어가 깜짝 놀랐다. 나의 뱀파이어는 나쁜 뱀파이어보다 서열이 낮았지만, 그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 가뜩이나 나도 함부로 안되는데, 나의 뱀파이어랑 같이 있는 걸 보니 나쁜 뱀파이어가 미치고 팔짝 뛸라고 한다. 니네 뭐냐, 왜 같이 있어! 이러면서... 아아, 너는 에릭이니? 나는 수키 나의 뱀파이어는 빌, 너는... 에릭? 나는 나중에 너랑 사랑하게 되니? 아무튼 그렇게 나쁜 뱀파이어와 나쁜 뱀파이어의 부하들 몇과 나의 뱀파이어, 내가 마주보는 가운데 알람이 울렸고 월요일 아침이 밝은 것이었다. 


뭔가..기분이 좋았어..

잘생긴 뱀파이어가 나와서 좋았고, 시장에서 손을 잡았던 기억이 생생해서,

아아,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시장이기를..........




아아, 튀어나온 심장아, 다시 들어가렴....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면 심장이 튀어나온다니, 너무 하잖니. 심장, 내 심장아.... 심장이여!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알 수가 없네... 하아-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왜 시간은 흐르는걸까. 그냥 그 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었으면 안되는 걸까.

시간을 내 마음대로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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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1-1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드를 자주 보는 편인데... 일본 드라마의 여주들이 좀 순종적인 때가 많은 듯. 속터지는 설정도 많고...
그러나저러나 저 드라마 재미있기는 합니다. 칸노 미호는 별루인데 아마미 유키를 좋아해서 ㅎㅎ

다락방 2018-01-15 10:03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흐음. 그렇다면 그 다음회도 한 번 볼까봐요... 아직 1회밖에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꽃집 남자는 여자들중 한명과 사랑할 것 같은데, 이 드라마가 이 여자들의 성장 드라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비연 2018-01-15 14:00   좋아요 0 | URL
성장... 합니다...ㅎㅎ;; 흡족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ㅠㅠ 한 회 정도 더 보고 결정하심이~?ㅎ

다락방 2018-01-16 08:39   좋아요 0 | URL
밑에 분노의 포도알갱이인 쇼님도 조금만 더 보라 제게 적극 권유하셨습니다. 성장한다고요. 하하핫. 네네, 조금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syo 2018-01-1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또 똥볼을 차서 다락방님을 빡치게 하고 말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1-15 10:13   좋아요 0 | URL
아냐. 성장한다면서요, 하루코도. 강하고 다정하다면서요. 그래서 내 생각난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케바리. 그러면 그 다음회도 내가 보도록 하겠소. 불끈!

clavis 2018-01-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ㅊㅅㅇ보는데 왜 단번에 누군지 알 것 같을까요ㅠ넘나 좋네요 그런 꿈♥저도 치읒 시옷 이응님 같은 스퇄..좋아함미돵

다락방 2018-01-16 08:44   좋아요 1 | URL
원래 풀네임 썼다가 사람들이 보면 저 미쳤다 그럴 것 같아서 ㅋㅋㅋㅋ 이니셜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꿈이었습니다. 가끔 꿈에서 잘생긴 뱀파이어를 만나는 삶이면 괜찮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꿈이라는 게 좀 아쉽지만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