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일본드라마 《결혼하지 않는다》1회를 보았다. 총 11회인데 일단 1회만 먼저 굿다운로드 받아 본 것. 나는 텔레비젼을 보지 않고 그래서 드라마는 전혀 보지 않고, 일본 드라면 더더욱 안보는데, 나의 다정한 벗이 이 드라마속 여자주인공을 보면 너무 내 생각이 난다는 거다. 그래서 어어 그래? 하고는 다정한 벗의 말을 받들어 죄다 다운받을까, 생각했지만, 이게 다운 받으면 일주일 내에 다 봐야되는거라, 내가 아무리 그래도 다 볼순 없을 것 같아, 한 회씩 다운받아 보기로 생각하고 1회만 다운 받은 거다.
드라마속에는 '결혼하고 싶어하는' 35세 여성 '치하루'와 '결혼은 해서 뭘해'하는 44세 여성 '하루코'가 나온다. 치하루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 연애는 5년전이 마지막이고, 그녀가 근무하는 여행사에 전남친이 찾아와서 신혼여행지를 추천해달라 말한다. 이에 기분이 꿀꿀한데, 20대에 알고 지낸 남자가 그녀를 찾아온다. 직원들 여행을 추천해달라고 하면서 같이 답사도 가고 생일이라고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해 같이 식사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치하루에게 '우리가 20대에 서른 다섯이 되어도 애인 없으면 결혼하자'고 했던 거 기억해? 라고 말하는거다. 그때 그 말을 떠올리고서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자에게 치하루는 기대를 품는다. 어쩌면 정말 그때 약속처럼 그와 결혼하게 되는건 아닐까. 그녀는 설레인다. 그런 그녀에게 '하루코'는 젊은 날의 약속을 믿고 기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러나 치하루는 결혼하고 싶다며 거기에 의지하는 거다. 그렇게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설레어하는데, 그녀를 앞에 두고 그는 '그때 내가 참 철이 없었지' 하고는 아이를 낳으려면 젊은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나만 나이 먹는 게 아니라 너도 나이 먹는 걸 몰랐지 뭐야, 하면서 그녀의 나이 서른다섯을, 자기랑 같은 나이인데도 후려치는 거다. 이에 치하루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가까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의 앞에 앉은 그 남자에게 '응 그래 너도 분발해서 젊은 여자 만나 얼른 결혼해' 라고 한다.
아 진짜 쌍욕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보니까 2012년 드라마다. 그러니까 좀 된 드라마고, 아마 지금은 이런 식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여주가 착해도 너무 착한 거 아닌가. 이 드라마가 싫은 결정적 이유는 아직 1회만 보고 판단한거지만, 여자주인공들이 너무 착하다는 거다. 여자 나이 서른다섯 후려치는 서른다섯 남자라니. 미친 거 아닌가. 치하루는 거기에 대고 젊은 여자 만나라고 격려해주지만, 나로 말하자면 어림도 없는 얘기지, 어디서 개뿔 ㅋㅋㅋ 나였으면 "야, 젊은 여자가 미쳤다고 너 만나냐!" 라고 했을텐데. 덧붙여, "야, 남자도 나이들면 정자 힘 약해져서 임신 시키기 힘들어 머저리야" 했을텐데. "니 정자는 언제고 힘이 넘칠 줄 아냐?" 하고 말이다. 아오, 치하루 보는데 답답해 미치는 줄.
물론, 그녀가 '혹시 이 남자가 나랑 결혼하게 될 남자가 아닐까?' 설레어하다가 '아니구나' 깨닫고 절망하고 실망하고 눈물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러니 아마 앞으로는 그녀가 더 강해지고 세상에 눈을 더 뜨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저 장면은 너무 딥빡 오는 장면인 것이다.
'하루코'의 착함도 만만치 않다. 정원 디자이너인 그녀는 그렇게나 디자인을 잘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도 회사에서 더 낮은 직위로 발령이 난다. 회사의 모토가 가족을 중시하는 건데, 하루코는 미혼이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본사에서 잘나가는 디자이너인 그녀를 계열사인 꽃집의 점장으로 발령내는 거다. 헐. 그런데 하루코는 거기에 대고 '그게 회사 방침이라면 할 수 없죠' 하는 거다. 하아-----------------------------------------------------
이 여자들은 어디서 착해지는 알약 같은 거 받아먹고 온건가...... 혈압이 상승한다 진짜......................회사도 미쳤지. 디자이너로 완전 유능한 여자를 꽃집 점장으로 발령내다니................ 그녀의 디자인 능력은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다들 너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게 회사 방침이라면 할 수 없죠, 라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혼란스럽다. 그렇지만, 나였다면... 나였다면 박차고 나올 수 있었을까.....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저렇게 체제에 순응하는 게 너무 답답한거다. 제도가 엉망인데 그 제도에 순응하면서 할 수없죠, 하다니....... 하긴 뭐, 나도 숱한 제도들 속에 있긴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그녀들은 아마도 성장하겠지?
그런데 1회 마지막에 혼자사는 하루코의 잡에 치하루가 '일주일만 있을게요~' 이러면서 같이 지내려고 하는 게 좀 별로였다. 왜 자기 마음대로 같이 있게다고 해. 자기 집에 이제 결혼할 동생 들어온다고 그러면서 같이 있자 그러는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러니 극의 흐름상 그들이 동거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런 식으로.. 흐음.... 그렇게 착한 캐릭터여서 제도에 순응하고 남자한테 '니 정자도 늙었다'는 말도 못하는데, 다른 여자에게는 '같이 있을게요' 라고 말하다니, 아, 진짜 내 취향에 안맞는 사람들이다...
꿈을 꿨다. 꿈에 ㅊㅅㅇ이(차마 이름 쓰기 민망하네 ㅋㅋ) 뱀파이어로 나왔다. 나는 평소에 그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빠도 아니고..그러니까 그와 무관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이라면 재이슨 스태덤 밖에 없는데... 어쨌든 ㅊㅅㅇ이 뱀파이어로 나의 꿈에 나왔다. 꿈에서 나는 나쁜 뱀파이어한테 물려서 약간 인간 시종 같은게 되어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 놈이 부르면 나가야 되고 뭐 그런 거였는데, 그런 과정에서 착한 뱀파이어 ㅊㅅㅇ하고 처음 맞닥뜨리게 된다. 어쩐지 나를 막 부릴 수 있지만 나쁜 뱀파이어가 나를 막 부리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막 부릴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한 번 만난 ㅊㅅㅇ 뱀파이어가 자꾸 생각나는 거다. 꿈에서 나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고 하필이면, 수키랑 빌이 그랬듯이, ㅊㅅㅇ도 우리집 뒷마당에 살고 있는 거다.
나는 만나는 남자가 있었지만 자꾸 ㅊㅅㅇ 생각이 났다. 그렇지만 그는 뱀파이어고 나는 인간인지라, 만나면 안되는 사이..였다. 안돼, 그러지마, 만나면 반드시 사랑에 빠져, 그를 부르지마, 라고 나 스스로 다짐에 다짐을 했는데, 아아, 그 뱀파이어도 역시 내가 부르기만 하면 나타나서 나랑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거다. 그러니까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이건 불타는 상황이 되는 게 너무나 자명한 것이야. 그래서 안돼,안돼,안돼,안돼, 라고 스스로를 계속 타일렀지만, 아아, 어느날 밤,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부른 것이다. 그는 부르자마자 내게로 왔고, 우리는 그렇게 바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리고 만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나눴어...
다음날 저녁 우리는 함께 시장을 갔다. 왜 시장을 갔는지 모르겠는데, 시장을 갔어. 시장을 갔는데 걸으면서 그가 내 손을 잡는 거다. 근데 손이 너무 예쁘고(실제로 티븨에서는 그의 손을 봤을 때는 못생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꿈에서는 너무 예뻤다), 그 손을 잡는데 진짜 너무 기분이 좋은 거다. 그 손잡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아아, 이 뱀파이어랑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겠구나, 이거슨 운명이구나... 같은 걸 생각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곰곰 생각했다. 내가 꾼 꿈에 대해서. 그리고는 아 정말 그래, 손잡는 거면 사실 다 알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처음에 손잡았을 때부터 좋았어. 그런데 손 잡는 게 별로였으면 그게 나중에도 막 좋아지지는 않고, 음, 그냥 계속 그상태인 것 같아. 음.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네. 손잡는 게 좋아서 사랑에 빠진 건지, 사랑에 빠져서 손잡는 게 좋게 느껴졌던 건지. 손잡으니까 막 가슴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두근거렸던 사람들이 있었고, 데이트 하는 사이니까 잡긴 햇었는데 딱히 그렇게 막 느낌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어쨌든 손 잡는 게 좋으면, 참 좋았지.. 아, 레몬 케이크 생각난다...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그때까지도 건널목에서 꼭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건넜다고 했다. (중략)오크우드 애비뉴에서 모퉁이를 돌면서 나는 충동적으로 조지 오빠의 손을 잡아 버렸다. 곧바로, 내 손을 꽉 잡는, 손가락들. 태양. 진분홍 무더기를 이루며 창문 위로 드리워진 더욱 탐스러운 부겐빌레아 넝쿨. 그의 따뜻한 손바닥. 인도에 웅크리고 앉은 오렌지색 줄무늬고양이. 낡은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활짝 열리는, 도시.
우리는 인도에 도착했고, 손을 놓았다.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p.88)
아아 레몬 케이크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저거 가져오고 나니까 심장이 아주 지랄을 한다. 어떡하지 ㅠㅠ 나는 이제 누가 손잡아 주지 않아도 건널목 잘 건너는 사람이고, 심지어 무단횡단으로 딱지까지 떼는 사람이지만, 아아, 누군가 내 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넜으면 좋겠다는 바람 같은 게, 저 구절을 읽고나니까 생겨버리는 거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바라는거지.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하아-
어쨌든 꿈은 계속되고, 늦은 밤, 나의 뱀파이어와 내가 같이 있는데 나쁜 뱀파이어가 또 나를 불러냈다. 나는 어쩔수없이 나가야 했는데, 내가 나의 뱀파이어와 나온 걸 보고 나쁜 뱀파이어가 깜짝 놀랐다. 나의 뱀파이어는 나쁜 뱀파이어보다 서열이 낮았지만, 그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 가뜩이나 나도 함부로 안되는데, 나의 뱀파이어랑 같이 있는 걸 보니 나쁜 뱀파이어가 미치고 팔짝 뛸라고 한다. 니네 뭐냐, 왜 같이 있어! 이러면서... 아아, 너는 에릭이니? 나는 수키 나의 뱀파이어는 빌, 너는... 에릭? 나는 나중에 너랑 사랑하게 되니? 아무튼 그렇게 나쁜 뱀파이어와 나쁜 뱀파이어의 부하들 몇과 나의 뱀파이어, 내가 마주보는 가운데 알람이 울렸고 월요일 아침이 밝은 것이었다.
뭔가..기분이 좋았어..
잘생긴 뱀파이어가 나와서 좋았고, 시장에서 손을 잡았던 기억이 생생해서,
아아,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시장이기를..........
아아, 튀어나온 심장아, 다시 들어가렴....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면 심장이 튀어나온다니, 너무 하잖니. 심장, 내 심장아.... 심장이여!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알 수가 없네... 하아-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왜 시간은 흐르는걸까. 그냥 그 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었으면 안되는 걸까.
시간을 내 마음대로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