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소환

은오 님이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을 읽고 구매자평을 쓰셨고, 그걸 보고 잠자냥 님은 본인이 오래전에 쓴 글을 옮겨오셨다. 2007년에 작성한 글이라 했는데, 그 글에는 지금의 잠자냠 님 글처럼 지적임이 가득했다. 오, 2007년이면 꽤 오래전인데 그 때도 여전히 지적이셨구나,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나의 2007년 글은 어떨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알라딘을 뒤적거렸다. 2007년의 나의 글을 찾아보자, 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는 아니라 서투른 사진과 짧은 글들만 몇 개 보이다가, 아니,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글을 봤다. 하 쉬바. 나는 왜 2007년에 이런 글을 썼어??? 왜 나는 지적임이 없어???


한글자도 수정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가져와본다. 2007년 2월에 쓴 글이란다.


몇해전 아니, 몇해라기 보다는 조금더 오래전. 한 남자가 내게 고백이란것을 해왔다. 그의 고백은 근사하진 않았다. 그것을 그자리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것은 나의 탓이 아니다. "당신같은 딸을 낳으면 때때로 속상할 것 같지만, 당신이 참 좋아요." 라고 하였으니, 내가 그것을 너무나 낭만적이예요, 라며 받아들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그 자리엔 우리 둘뿐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는 나의 회사 동료였고, 그자리엔 회사동료 몇이 더 있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마음을 표현-이라는게 맞다면-한것은 그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그는 여러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다 예쁜데 특히 코가 예뻐요." 혹은 "당신은 다 예쁘지만 손이 특히 예뻐요."라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말로 뜬금없이 불쑥불쑥 나를 놀라게 했다. 주변사람들은 웃었고, 나는 당황했다. 코가 예쁘다거나, 손이 예쁘다는 말은 나는 그전에도, 그후에도 들어본적이 없다. 그러니 그의 말을 내가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일순 없지 않겠는가.


그러다 그가 할얘기가 있다며 둘만의 만남을 요청했을 때, 나는 정말이지 아무런 의심없이 응했다. 그리고 처음 그가 연인이 되자고 했을 때 나는 웃었다. 이사람,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거절했다. 그는 자기가 싫으냐고 물었다. 아니다. 그가 싫지 않다. 오히려 나는 그를 꽤 괜찮게 평가했었고, 그랬기에 친구에게 소개를 시켜준적도 있었다. 우리 회사에 정말 괜찮은 남자가 있어, 한번 사귀어 봐, 라면서. 그러니 내가 그를 싫다고 거절하는것은 말이 안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친구에게 소개시킬리 없잖은가.


그는 꽤 잘생긴 남자였다. 그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빌딩의 경비아저씨는 나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다락방씨, 좋겠네. 회사에 영화배우가 들어왔던데."라고. 그가 잘생긴건 나도 알고 있는 바였지만, 그가 괜찮은 남자인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내게 '사귀자'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를 사귀지 않을 이유따위는 없었다. 무슨 이유로 거절을 한단말인가!


알겠다, 그렇게 하겠다, 라고 말을 했고 그는 너무나 기뻐하며 나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나는 집에가서 한참을 고민했고 다음날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인사이는 주말을 함께보내는 것이 당연한것인데 나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걸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하루종일 마음이 복잡했다. 다음날 다시 그의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도저히 그와 연인으로 지낼 자신이 없다. 그러나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는 내게 너무나 잘해줬다. 나는 그 편안한 생활에 잠깐동안이지만 길들여져 안락했고, 이 모든걸 고스란히 느껴도 괜찮지 않은가 반문했다. 다른이들과 함께있을 때 그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건 지나치게 달콤했다. 내가 그를 거부할 이유따위는 없는데 나는 이 관계를 유지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그만두자고 했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미안하지만 이건 아닌것 같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는 아무말 없이 며칠을 지내보기도 했고, 울면서 내게 전화하기도 했고, 내 앞에서 따져 묻기도 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남자가 있는거냐고 묻는 내게 그런건 아니라고 했고, 그렇다면 그는 내가 다시 올때까지 몇년이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다른 남자와 연인이 되었다. 내가 오랜시간을 좋아했던 남자와. 나는 아마도 다른 남자를 가슴에 품고 있어서 그를 거절했던걸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그-새로운- 사랑에 푹 빠져서 잠깐동안이었지만 과거의 연인이었던 그를 지워갔고, 그가 다른 여자와 연인이 되었다는 걸 알게됐다. 그 여자 역시 내가 아는 여자였고, 그 여자는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좋아했기에 끊임없이 대쉬했다. 결국 그녀를 허락한 그는 누구보다 다정한 연인이 되있었다. 나는 그를 남자로서 좋아한것도 아니었으면서, 그를 한순간도 사랑한적이 없으면서 아쉬워했다. 쳇, 뭐야, 나를 기다리겠다며. 고작 이정도였던거야?


그후로 나는 불같은 사랑도 했고, 지나가는 연애도 했으며, 흔들리는 바람도 겪었다. 그러는 사이, 저 연인들과 한차례 만남도 가졌더랬다. 그가 그녀에게 얼마나 좋은 연인인지 한눈에 알수 있었다.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지나치지 않게 자신의 연인을 배려하는 그의 모습은 눈이 시릴만큼 아름다웠다. 그들의 대화는 행복한듯 했고, 그들의 눈빛은 사랑으로 넘쳤다. 가끔씩 투정하는 그녀의 모습도 귀여웠다. 아, 이들은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그리고 또 몇해가 흐른 오늘, 그녀와 오랜만에 대화를 했다. 6년이 넘은 지금도 그들은 연인이다. 그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결혼할 법도 한데,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결혼이 조금 이른감도 있다. 그녀에게 결혼 계획은 어찌되냐 물었다. 그녀는 아직 하고 싶지 않으니 몇년 후에 하겠단다. 그리고 그도 그런 그녀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다. 그들의 안정적인 사랑이 몹시도 부러웠다.


그러면 안되는데, 자꾸만 그였기에 그 사랑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잘해줘서, 그가 근사한 연인이어서 그 사랑은 이토록 탄탄해진거라고. 그런 바보같은 생각이 날 질투하게 한다. 내가 그때 그를 거절하지만 않았어도, 다른 남자와 연인이 되지만 않았어도 그 사랑은 내 몫일거란 미련한 생각이 나를 한숨짓게 한다. 나는 그를 가지고 싶지 않다. 그와 연인으로 지내고 싶은것도 아니다. 단지 몇년을 한결같을 수 있는 그 단단한 사랑이 몹시도 샘이 난다. 그것이 갖고 싶다.


물론, 그녀가 그와 헤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혹여 헤어졌으니 나에게 오겠다고 해도-그럴리는 없지만. 벌써 6년도 지난일이니-나는 그와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자꾸만 자꾸만 그 튼튼한 사랑이 갖고싶다. 나는 그보다 더 근사한 연인을 두었었고, 그보다 더 뜨거운 사랑도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단단한 사랑을 갖지 못한것이 서럽다. 나는 그녀보다 가지지 못한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믿음직한 사랑 하나때문에 눈물이 나려한다.


오늘 그녀와 대화하면서 나는 한없이 그녀가 부러웠다. 원래부터 내몫이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놓쳐버린 그 사랑이 아쉬웠다. 바보처럼, 아쉬웠다.



아 너무 부끄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미지 관리하느라 저 글에 빠뜨린 게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남자가 사귀자고 해서 오케이 해놓고 다른 남자 만나서 키스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게 너무 양심에 걸려서 저 남자한테 헤어지자고 한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분 나 한쪽 눈만 쌍커풀 있어. 바람끼 철철댄다. 날 사랑하지 마세요.


다쳐..



아 추억 오지게 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 잠자냥 님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뒷이야기를 하자면,


저게 2007년 2월이고, 

2007년 8월,

나는 운명의 남자를 만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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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통 소환
    from 지상의 다락방 2023-12-01 11:54 
    어제 은바오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남긴 100자 평에 언니들이 나타나서 저마다 오래전 ‘드 보통’의 책을 읽었던 자신들의 감상을 소소하게 남겼다(책은 이래서 좋다. 책을 읽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나이가 다르고 세대가 달라도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 책 이야기로 통한다는 것). 나도 한때는 알랭 드 보통을 꽤나 열심히 읽었고 <불안>은 아직까지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버리지 않고 이사 올 때도 갖고 왔는데
  2. 15년전
    from 건수하의 서재 2023-12-01 13:42 
    2008년 11월에 쓴 글에 잠깐 언급된 <우리는 사랑일까>.연애에 있어서 사람들이 '사람이 누군가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을언제 만나는 지도 중요하다'라는 얘길 종종 하는데 '우리는사랑일까'는 책을 만나는 것에 있어서도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특히 '우리는 사랑일까' 는 예전에 읽었을 때는 별로라서, 왜 그렇게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는지 의문이었는데 최근 처분하려다가 한 번 더 보았더니 보내기가아까워질 정도였
 
 
잠자냥 2023-12-01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나 웃겨 죽을 거 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시간 아니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아니,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글을 봤다. 하 쉬바. 나는 왜 2007년에 이런 글을 썼어??? 왜 나는 지적임이 없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1:43   좋아요 3 | URL
진짜 개부끄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1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신같은 딸을 낳으면 때때로 속상할 것 같지만, 당신이 참 좋아요.˝

아놔 쉬바 이게 욕이야 칭찬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2:00   좋아요 3 | URL
너무 술과 남자를 좋아해서 딸로서는 걱정이 너무 클 것같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1 1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두근두근했어요. 아 재밌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추억 소환 결론

1. 2007년에도 잠자냥은 지적충만.
2. 2007년에도 다락방은 연애충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2:00   좋아요 1 | URL
왜 두근두근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들 결혼해서 아이낳고 잘 살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1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07년에도 사람이 한결같네..... 아니 뭐 사귀자고 해놓고 다른 남자랑 키스했다고 헤어져. 윤리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2:01   좋아요 0 | URL
애초에 사귄 것도 ‘내가 친구한테 소개시킨 남잔데 내가 싫다고 하면 나란 인간은 뭥믜?‘ 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흐미.. ㅠㅠ

잠자냥 2023-12-01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련책 에쿠니 가오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2:02   좋아요 0 | URL
에쿠니 가오리는 그 후에 만난 인생 남자 때문에 링크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12-01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결국 운명의 남자를 만나기위해 본능적으로 신변정리?를 미리 하신것 같습니다만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8:07   좋아요 1 | URL
제 생각도 바로 그렇습니다. 다 그 남자를 만나려고 그런거구나,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3-12-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나만 잘생긴 남자랑 연애한 줄 알았더니...다락방님도!? ㅋㅋㅋㅋ 그런데 한번에 두 명이라니요. 이 능력자 같으니라고.

다락방 2023-12-01 18:57   좋아요 0 | URL
전 아무래도 잘생긴 남자랑은 잘 안맞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2-0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귀자고 하고 다른 남자랑 키스한 얘기 익히 알고 있지만 ㅋㅋ
다시 봐도 다락방님은 정말, 그때는 더 사랑이 넘치는 분....

다락방 2023-12-01 18:57   좋아요 1 | URL
제가 보기엔 사랑이 넘친다기 보다는 육욕이 넘치는 게 아녔을지..

잠자냥 2023-12-01 20:47   좋아요 0 | URL
고기도 좋아함

감은빛 2023-12-0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2007년 글을 찾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이따 저녁때 찾아봐야겠어요. 아,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알라딘 서재는 그 전에 만들었지만, 글을 몇 개 쓰지도 않고 방치하다가 본격적으로 글을 쓴 것이 아마 2008년이 아니었늘까 하고 기억이 나네요.

사람의 인연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님의 이야기는 늘 재미있어요.

다락방 2023-12-01 18:59   좋아요 1 | URL
감은빛 님, 조만간 만나서 얼굴 보고 얘기 나눕시다!! 잼난 얘기 많이 들려드릴게. 사실 제가 잼나게 얘기하기 보다는 감은빛님이 제 얘길 잼나게 들어주시는거죠. 제가 압니다 ㅎㅎ

감은빛 2023-12-01 20:2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얼른 만나서 재미난 얘기 잔뜩 듣고 싶네요. ㅎㅎ

역시 알라딘 서재에는 2007년에 쓴 글은 없더라구요.
그 당시엔 다른 블로그를 주로 쓸 때였는데, 그 블로그는 언젠가 서비스를 종료하며 없어졌어요.
거기에 아마 10년 이상 글을 적어놓았을텐데, 그 글들이 다 날아가버렸네요.
문득 여기 알라딘도 서비스를 종료하면 이 서재 글들도 다 없어지겠구나 싶네요.
여기 글들은 나중에 어떻게든 살릴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독서괭 2023-12-01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엇, 궁금한 게, 저 남자랑 헤어지고 얼마 후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남자랑 사귀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6개월 후 운명의 남자랑 동일인인가요? 키스남과도 동일인인가요? 설마 세명 다 다른 인물인가요??? 2007년 얘긴데 왜 궁금하져. ㅋㅋ

잠자냥 2023-12-01 17: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8:06   좋아요 3 | URL
세 명 다 다른 인물입니다.

그럼 이만.

독서괭 2023-12-01 18:19   좋아요 2 | URL
대박…….🫢🫢🫢

다락방 2023-12-01 18:59   좋아요 2 | URL
진정한 육욕은 궁극의 대상을 찾기 위해 방황합니다.. 으르렁-

건수하 2023-12-01 19:02   좋아요 1 | URL
키스한 남자가 사귀게 된 남자가 아니에요?!?! 🙀

다락방 2023-12-01 19:07   좋아요 3 | URL
키스남은 그 때 키스하고 연락 끊었어요 ㅋㅋㅋㅋ 이새끼 때문에 남친 있는데 다른 남자랑 키스한 내가 되다니, 용납할 수 없다!! 이케 생각이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2-01 19:09   좋아요 1 | URL
키스가 별로였던 거 아닙니까? =333

잠자냥 2023-12-01 20:49   좋아요 1 | URL
아니 내가 원나잇은 들어봤어도 원키스는….. 하긴 이게 더 쉽긴하지…..

건수하 2023-12-01 21:2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키스해보니까 별로였…

다락방 2023-12-01 21:23   좋아요 2 | URL
아녀 ㅋㅋ 제가 나름 인생 키스 순위 매겼는데 저 남자가 1위 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2-01 21:24   좋아요 2 | URL
그런데 왜…. 아깝습니다 😢

독서괭 2023-12-01 21:25   좋아요 1 | URL
헐 아깝다 아까비…

독서괭 2023-12-01 21:26   좋아요 0 | URL
수하님 찌찌뽕

잠자냥 2023-12-01 21:27   좋아요 1 | URL
그런 걸 왜 매겨 ㅋㅋㅋㅋㅋㅋ 그게 다 기억 난다니 그게 더 신기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21:35   좋아요 2 | URL
아 저 키스하면 순위 매겼는데요 ㅋㅋ 갱신되고 막 그랬눈데 이젠 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바뀔 때마다 순위 매기던 때가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1 21:38   좋아요 2 | URL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ㅅ는 안 매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21:4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노코멘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시다시피 제가 여기서 만난 남자들이 있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1 22: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C는 못해봤지만 알씨는 해본 다락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놬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1 23:30   좋아요 2 | URL
알씨 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여기서 만난 남자“들”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2 03:49   좋아요 3 | URL
은바오가 언니들 만나듯이 다락방은…..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여기서 예전엔 눈에 들어오는 남자도 있었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는 모를까 암만 봐도 남자는 없을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아놬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2 19:12   좋아요 1 | URL
누구는 ai... 누구는 맨날 술... 누구는 이미 대디...

다락방 2023-12-04 08:08   좋아요 2 | URL
활동 안하는 남자들이 제 서재에만 나타나서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4 08:38   좋아요 1 | URL
아……… 글로 이 남자 저 남자 후린 다락방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1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한쪽 눈에만 쌍꺼풀 있으시다고요?! 짝눈?! 저는 그게 또 좋으면 어떡해요? 😫
읽으면서 2024년의 은오는 2007년의 다락방님 심정에 몰입해서 공감... 진짜 좀 아쉬울 만한 상황이다. ㅋㅋㅋㅋㅋㅋ
아 그분들은 그래서 지금은 결혼했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1 20:50   좋아요 2 | URL
저 시절 다락방 약간 양아치 스탈이네 ㅋㅋㅋㅋㅋ 은심 저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21:25   좋아요 1 | URL
은오 님 ㅋㅋ 제가 인생 어느순간부터 한쪽은 찐한 쌍커풀 한쪽은 무쌍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들은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어요. 그게 몇년 전입니다. 역시 자기 짝이 있나봐요. 어떤 이들에게는 어떤 사람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12-02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은 2007년에도 술과 순대국밥을 좋아하고 남자에게 인기가 많으셨군요~!!
역시 사람은 한결같아야 합니다~!!

다락방 2023-12-04 08:10   좋아요 0 | URL
한결같음은 저의 자랑입니다!! 좋아하는 건 변함없이 좋아하는 것 역시 저의 자랑입니다!! ㅋㅋㅋㅋㅋ
 

헤헷 취해서 집에 가는길. 롱패딩 만세!
오늘도 2차로 간 레스토랑에서 안주랑 술 서비스 주심.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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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29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벌써 롱패딩이면 낼은 어쩐다…!?
조심 귀가. 낼은 순댓국….

다락방 2023-11-30 07:39   좋아요 0 | URL
어제 밤에 진짜 너무 추웠어요. 오늘 아침에도 엄청 춥네요. 롱패딩은 사랑입니다 ㅠㅠ

은오 2023-11-29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취해도 늘 귀가는 너무 늦지 않게 하시는 다락방님 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9 22:55   좋아요 2 | URL
저 인간 내일 페이퍼에 “내가 평일엔 슐 절대 안 마신다! 으으….”라는 문장 104% 등장 예상.

다락방 2023-11-30 07:39   좋아요 1 | URL
지하철 타고 집에 들어가기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ㅎㅎ

다음주부터는 증맬루 평일에 술마시지 않겠습니다!! 어휴 집에 가고 싶네요 . -0-

잠자냥 2023-11-30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니..? 순댓국 먹었니?!

다락방 2023-12-01 08:28   좋아요 0 | URL
아오 어제 미친듯이 일하고 야근도 늦게까지 하고 택시타고 집에 가서 오늘 또 출근했더니 너무 피곤합니다 ㅠㅠ

새파랑 2023-11-3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볼이 이작가님이신가요?
맥주잔에 거품이 별로 없는게 소주를 많이 타신듯...

잠자냥 2023-11-30 16: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숢꾼 술파랑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1-30 16:46   좋아요 1 | URL
아 ㅋ 아닌가요? ㅋ 최근 야근으로 간헐적 금주중입니다..

다락방 2023-12-01 08:30   좋아요 1 | URL
저는 세트메뉴의 맥주를 마셨습니다. 맥주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일행중 한 명이 감튀를 먹고 싶다했고 감튀 포함 맥주셋트가 있어서 그걸 제가 마셨습니다. 하이볼은 다른 일행...

잠자냥 2023-12-01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서재의 달인 메달 15개!!!
전에 알라딘한테 다락방처럼 메달 열라 많은 사람은 더 독특한 메달 생각해내서 주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반영해본다더니 여전히 저 못난이 메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1 11:27   좋아요 2 | URL
서재의 달인 메달 15개 정도면 순금 한 돈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알라딘은 반성하랏!!

독서괭 2023-12-01 13:47   좋아요 0 | URL
열다섯개라니 엄청나다!! 워너비 다락방!!
 
















마릴렌 파투-마티스 의 《파묻힌 여성》의 1장과 2장 그리고 4장에는 여성혐오의 역사와 사례가 나열된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을 위해서는 이 부분이 필요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미 모르는 바도 아닌데 굳이, 또? 하는 심정이 된달까. 좋은말도 삼세번이라는데, 이때는 이렇게 여성을 혐오하고 이때는 이렇게 혐오하고 이때는 이렇게 혐오하고..하는 것들을 정말이지 그만 듣고 싶었다. 아는게 힘이라지만, 이제 그만 알고 싶어졌달까.


이 책의 끝을 달려가며 4장에서, 나는 '히파티아'를 만난다.


4세기부터 로마의 가부장제는 서구의 기독교 발달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미망인 마르첼라는 로마의 여성 수도원 설립에 크게 공헌한다. 스트리의 제롬(히에로니무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그녀는 히에로니무스가 불가타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도왔다. 최근 복원된 프리스킬레의 로마 시대 카타콤(2~5세기)에 있는 프레스코화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기 교회 때는 여성이 미사를 집전할 수 있었는데, 바티칸은 이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독교가 교리와 법을 갖춘 교회가 된 이후로, 여성들은 신성한 임무에서 빠르게 도태된다. 처음에는 교회가 여성들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이지만, 점차 권력이 공고해지면서 "퇴행적인 움직임"이 자리 잡는다. 히파티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415년에 한 무리의 기독교 수도승들에게 살해당하는데, 여자가 그렇게 학식이 높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들이 그녀의 몸을 난도질하고 불에 태워버렸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기독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철학의 순교자"라는 기념물을 세웠다. 1957년이 되어서야 교황 비오 12세가 여성과 남성이 법과 존엄성에서 동등하다고 선언한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P232~233


오옷, 히파티아?

이게 무슨 일이람?

그러니까, 히파티아 라고 하면,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막 완독한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도 언급된 여성인거다. 약간 시간이 지났다면 아마 잊었겠지만, 아니 바로 전에 읽었다니까? 코스모스에서도 읽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검색해보기까지 했단 말이다. 히파티아 란 이름을.

자, 코스모스에는 어떻게 나와있는지 한 번 보자. 파묻힌 여성보다 좀 더 길고 자세하게 다루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붕괴할 시기까지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하던 여성 학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나중에 신플라톤학파의 비조로 불리는 철학자 히파티아였다. 그녀는 철학자인 동시에 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였다. 어느 시대에서든 평생에 걸쳐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낼 수 있는 학자라면 그는 보통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히파티아야말로 이러한 범주에 드는 인물로서 370년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여자가 하나의 소유물로 간주되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히파티아는 달랐다. 남성 지배 사회에서 그녀는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활동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뭇 남성의 구혼을 모두 거절했다. 히파티아가 살던 당시의 알렉산드리아는 이미 오랫동안 로마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이미 멸망의 그림자가 알렉산드리아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노예 제도가 고대 문명의 생기를 완전히 죽여 놓은 상태였으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던 기독교가 이교도들의 영향과 문화를 뿌리째 뽑아내려고 하던 중이었다. 히파티아는 막강한 이 세력들의 진앙震央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당연히 알렉산드리아의 대주교인 키릴루스Cyrilus가 그녀를 혐오할 만했다. 그녀가 로마 총독과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혐오의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히파티아가 바로 이교도 과학과 학문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는 것이었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과학과 학문을 이교도의 사상이라고 폄훼貶毁했으니 키릴루스의 혐오감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히파티아는 자신에게 밀어닥치는 개인적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자기의 주장을 가르치고 글로 발표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터로 가다가 키릴루스 교구 소속의 광신 폭도들이 놓은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이때가 415년이었다. 폭도들은 그녀를 마차에서 끌어내려 옷을 벗기고 전복 껍데기로 만든 무기로 그녀의 살을 뼈에서 발라낸 다음, 남은 시신과 그녀의 저술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이렇게 해서 그녀의 이름은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져 오랫동안 잊혀졌지만 키릴루스는 나중에 성인의 반열에 올려졌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p.666-667



하아-

너무 못났다-

너무 못났어-

나는 자신과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살을 뼈에서 발라내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도 이해를 못하겠다. 왜 자신에게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할까? 그 자격은 누가 주나? 신이 줬나? 악은 무지에서 오고 악은 게으름에서 온다.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살을 뼈에서 발라내 죽이는' 일을 허락할까? 그런 자신이, 괜찮은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런 사람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인지 자신에게 부지런히 물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해하는 일, 상처입히는 일, 죽이는 일 같은 거 말이다. 나는 살아생전 나를 그런 살인자로 만들고 싶은가? 그정도의 질문을 자기에게 하지 못하고 그저 단순하게 '저 사람 우리 종교 안믿어, 이단이야, 죽여' 라는 생각과 판단 그리고 행동은 너무나 멍청하고 게으르지 않은가. 결국 그것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버리고 마는거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죽여서 뿌듯한가? 자랑스러운가? 어디가서 말할 수 있는가? 그 여자 이단이라 내가 살에서 뼈를 발라내 죽어벼렸지, 하하하. 모르겠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과 달라서, 그들 주위의 사람은 내 주위의 사람과 달라서, 오 브라보 너 정말 짱멋져! 라는 반응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식에게 '아빠는 이단인 여자를 죽여버렸단다' 라고 말하면 부끄러운 대신 자식으로부터 '아빠 최고에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한결같이,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답을 내면, 그 답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를 물었을 때 거기에는 대부분 악인이 오지 않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를 물었을 때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약속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를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은 다른 사람을 때리는 사람이나 죽이는 사람일 확률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그냥 물으면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생각 없이 살면 무리에 휩쓸려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되기 쉽다.

생각 없이 살면 무리에 휩쓸려 손가락 모양 하나로 사상을 검증한답시고 항의를 하는 놈팽이가 되기 쉽다.

생각 없이 살면 불법촬영을 하는 놈이 되기 쉽고 생각 없이 살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놈팽이가 되기 쉽다.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불법촬영하고 유포하는 놈'이라 대답할 리 없지 않은가. 



"넌 어떤 사람이 되고싶어?" 란 물음에 세상 누가

"아동(여성)을 불법 촬영하고 그걸 유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라고 답하겠는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반드시, 꼭 던져보기 바란다.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고. 

그런 질문만 던져도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될것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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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29 1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히파티아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오는군요?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히파티아 이야기 <갈대 속의 영원>에서도 흥미진진(?)하게 등장합니다.

어쩌다 이 사회가 손가락 모양으로 사상 검증하고 또 그런 놈들한테 휘둘리는 세상이 되었는지........ 에휴...

다락방 2023-11-29 10:38   좋아요 2 | URL
히파티아를 연달아 두 책에서 만났어요. 말씀하신대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오 똥멍충이들 진짜 너무 싫어요. 멍충함은 악으로 이어집니다. 으...

꼬마요정 2023-11-2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히파티아 부분 읽을 때 <코스모스> 생각났어요. 동양이나 서양이나 어쨌거나 자신과 다르면 짓밟고 없애버리고 자기합리화 하는 게 어찌그리 똑같은지... 다락방 님의 저 질문을 그들에게 던지면 아마 교묘하게 어쩔 수 없이 ‘정의‘와 ‘신념‘을 위해 한 행위라고 정당화 하는 대답이 나올 거예요. ‘신‘을 위해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녀를 처단했다. 뭐 이런 거요. 그 사람이 평판이 좋았다면 더더욱 정당성을 얻겠죠... 정작 ‘신‘은 울고 있겠죠...

근데 불법촬영은 어떻게 해도 정당화 안 되는데... 진짜 죄의식이 없으니까 하는 짓거리인가봐요. 솔직히 화장실은 왜 찍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예전의 중국으로 보내버려야 하는데... 다 뚫린 공동화장실 쓰고, 밭에서 볼일 보고, 서로 쳐다보며 볼일 보고...


다락방 2023-11-30 07:43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을 해치는게,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게, 아무리 자기 합리화를 해도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불편한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걸 애써 모른척 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아닌 것 같은‘ 감각이 찾아오면 반드시 그 말을 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감각은 괜히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마녀를 처단했다‘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면 자기들 스스로 합리화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아-

저는 화장실 훔쳐보고 화장실 불법촬영하는 그 심리에는, 바닥에 열등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배설과정 혹은 그 기관을 보면서 어떤 쾌감이나 위안을 얻는다면, 그걸 보고싶은 욕망을 가진 거라면, 그건 성적 욕망이나 호기심은 결코 아닌, 완전히 열등감에 쌓인 놈의 ‘너도 배설하잖아‘를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못났어요 정말로 ㅠㅠ

DYDADDY 2023-11-2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과학자 역사에서 히파티아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이단으로 몰려 죽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는 뿌리깊이 박혀 있어 지금도 ‘우리‘와 다른집단을 사유하지 않고 배척해는 습성은 인간의 본성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개인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수 있어도 집단화되면 혐오의 정서는 너무나도 빠르게 전염된다는 것을 역사 내내 겪고 있으면서 아직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절망스러울 때도 있어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은 개인에서 소집단으로, 소집단에서 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2024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는 계속 되어야 해요. (결론이 응?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30 07:45   좋아요 1 | URL
집단 안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기가 더 쉬운 것 같아요. 무리에 휩쓸려가는 일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사실 ‘우리‘와 다른 것을 비난하기는 얼마나 쉬운가요. 여성혐오는 바로 그렇게 유지되고 있고요. 남자 집단들이 낄낄대며 성희롱할 때, 그 안에서 ‘아니‘ 라고 말하기보다 그냥 함께 웃어버리가 더 쉽잖아요. 그렇게 남자 집단들이 더 단단해지고 여성혐오는 이어지죠. 너무 징그러워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아무튼 그러면 저는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응원 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3-11-2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결국은... 자기와 다른 ‘그 무엇‘, 그 생각을,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어요. 나와 다른 의견,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면 죽여도 된다는 그 생각이 참 무섭구요. 이런 경우 희생자는 소수자인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럴테구요.

저도 얼른 페이퍼 써야 하는데... 하는뎅.... 이러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3-11-30 07: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나와 ‘다른‘ 사람이 소수일 때 그 사람을 더 해코지하고 폭력을 쓰기가 쉽지요. 내가 있는 쪽이 집단이며 더 힘이 세니까요. 저는 ‘나는 세고 너는 약하다‘에서 어떻게 약한 자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그 사고를 모르겠어요. 얼마전에 어떤 학교폭력 얘기를 들었는데, 또래보다 덩치가 작은 남자 아이를 다른 남자아이들이 그렇게 얕잡아본다고 하더라고요 ㅠㅠ 저는 ‘우리‘가 한 개인을 혐오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너무 끔찍합니다. ㅠㅠ

단발머리 님, 페이퍼 쓰셨나요? 네?

은오 2023-11-29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락방님 열심히 쫓아다녀야지!!!!!

다락방 2023-11-30 07:48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은오 님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십니다. 저처럼 될 필요가 전혀 없고 지금의 은오님으로도 너무나 훌륭합니다. 샤라라랑~~

2023-11-30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의 책, 《파묻힌 여성》은 다들 잘 읽고 계십니까? 완독한 분들도 계시고 아직 완독하지 못한 분들도 계신데, 아무쪼록 힘내시기 바랍니다. 책 읽는 삶을 살다보면 간혹-그보다 자주- 지루한 책을 만나기도 하고, 뭐 그러는 거 아닙니까? 화이팅!!


자, 12월의 도서 안내합니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의 《여전히 미쳐있는》 입니다.

이 책은 재미있고 잘 읽힐것 같은데, 또 읽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지요. 여러분 화이팅 입니다. 우린 Hal Su It Da!!

이 책 펀딩하고 받아보신 분, 그러나 아직 읽지 않은 그 모든 분들, 모여모여!!!


















자, 그 후의 도서 안내입니다.

2024년 1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공포의 권력》















2월, 스테이시 앨러이모 《말, 살, 흙》














3월, 도나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4월, 크리스틴 델피,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시리즈 전 네권



















그리고 이 책이 다시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대체 언제쯤 나오는지 아는 분 계실까요? 이 책은 재출간 되는대로 리스트에 올립니다.















그 후의 책들에 대해서는 열심히 생각하고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일단 12월 힘차게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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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11-29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미 절반 읽은 수하님의 건조한 답변 기다립니다. 재..재밌죠?

건수하 2023-11-29 11:05   좋아요 1 | URL
재미있습니다! 😊

다락방 2023-11-29 11:31   좋아요 3 | URL
만세!!
저 코스모스+파묻힌 여성에 지쳐서 지금 소설 한 권 읽고있는데 진짜 꿀잼이네요 흑흑 ㅠㅠ

잠자냥 2023-11-29 09: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미쳐 있는>은 동시대 이야기라 쭉쭉 잘 읽히고 재미있습니다. 페미니즘 열심히 공부해 온 여러분들이 한번 복습(?)하는 분위기로 읽기도 좋을 듯하고요.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3-11-29 09:33   좋아요 2 | URL
아 맞다 다 읽은 자냥님도 있었다 ㅎㅎ

잠자냥 2023-11-29 09:45   좋아요 4 | URL
재밌어요! 특히.... <파묻힌 여성> 읽느라 지친 분들에겐 더 그렇게 느껴질 듯.
그리고 희진쌤이 말씀하시기를 여미쳐는 ˝여성학 교과서˝나 마찬가지라고(교과서라고 재미없는 건 아니고 아무튼 정리하기 좋습니다)-

다락방 2023-11-29 11:31   좋아요 3 | URL
저는 파묻힌 여성 읽은 다음이라 뭘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동시대 여성이라니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만세!!
 

지난주 수요일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새벽 세시를 좀 넘긴 시각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엄마로부터 받았다.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우리 엄마의 품에서 죽는 것이었는데, 할머니는 그 소원을 이루셨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실 적에 임종을 우리 엄마가 보았었는데, 외할머니는 그 일을 기억하시고 더러 얘기하셨다. 그게 부럽노라고, 나도 그렇게 네 품에서 죽고 싶노라고.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비록 엄마를 잃은 슬픔에 잠겨 쓰러질 듯 울다가도, 엄마는 그래도 평안히 가셨다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길지 않았노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외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친구들에게 따로 알리지는 않았다. 개인 블로그에 간혹 할머니가 응급실 실려가시는 얘기를 쓰곤 했던 터라 블로그엔 알려두고, 장례식 참석을 위해 보쓰에게 말해두었다. 업무가 겹치는 직원에게도 말해두고 나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본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왔고, 회사에서는 게시판에 알림으로 작성되어 회사의 모든 직원과 임원들이 조의를 표해주었다. 게다가 회사 직원들이 첫날 저녁에 와주어서 즐겁게 있다 갔다. 다음날엔 대표님까지 와주셨다. 나중에 '우리가 너무 웃었던 게 아닌가 싶어 내내 걸리더라고요' 하는 직원에게 괜찮았노라 얘기해주었다. 장례식의 분위기는 전혀 슬프지 않았다. 할머니는 오래 사셨고, 원하는 죽음을 맞이하셨기에 가족들도 모두 이 장례식을 비통하게 보내진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입관할 때는 달랐다. 


엄마는 쓰러졌고 나와 동생들과 이모부는 엄마를 부축해야 했다. 엄마를 잃은 슬픔이, 그래, 잊힐 리 없었다. 그렇게 장례를 치러냈다.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검정색 상복을 입고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일이 내게는 처음이었다. 아마, 마지막은 아닐것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이해본 사람들이라면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죽음 직전, 응급실에 실려가기 전의 할머니를 내내 보고 손을 만져주었던 터라 '도대체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는데 도대체 인간은 왜 태어나고 죽는것일까'에 대해 수만번 생각했다. 인간의 탄생과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한편, 힘들다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너무도 무력했다. 저리다면 주물러주면 되고 아프다면 약을 주면 되지만, 지금의 할머니에겐 그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그저 보기만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진정제라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119를 불러 응급실로 옮겼는데, 심장의 기능이 거의 정지된 상태라고 했다. 그렇게 임종하신 거다. 훗날, 내 모습도 이렇겠지?


장례식장에 찾아든 손님들을 보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회사 사람들이 오리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찾아주었고, 내내 괜찮다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는 회사 사람들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그건 나를 본 동료들도 마찬가지. 동료들도 갑자기 나를 보자 눈물이 난다고 울음을 참고 있었다. 나랑 오래 같이 근무한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 나의 슬픔을 위로한다고 와주었다. 내가 부러 와달라 청한 것도 아니고 부러 슬픔을 위로해달라 요청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와주었다. 게다가 나랑 잘 알지도 못하는 공장 직원들까지 조의금을 보내왔다. 어느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그것이 비록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슬플 때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쩌면 회사를 조금 더 다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다니는 거 언제나 스트레스 한가득이었는데, 가끔 이렇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지난 주에는 책을 '조금' 샀다. 


















《몸은 기억한다》, 《아우스터리츠》는 사실 내 장바구니에 들어있던 책들은 아니다. 보관함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책들이긴 하지만, 이 책들을 산 건, 세상에, 다이어리 때문이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매해 다이어리를 쓰고 있었다. 매일 쓰는 건 아니라도, 온라인에 쓰지 못할 말들을 종이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곤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렇게 쓰는 일이 현저히 적어졌고, 아니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래서 이제 더이상 다이어리를 받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11월부터 새 다이어리에 대한 욕망으로 언제나 흥분했더랬다. 오죽하면 영국에 갔을 때 다이어리를 사오기도 했을까. 알라딘에서 받기도 했고 스타벅스나 커피빈에서 받기도 했으며, 때로는 구매하기도 하면서 미리미리 다음해의 다이어리를 준비해왔더랬다. 그렇지만, 이젠 그러지 않겠어. 다이어리 필요없다!! 


그렇지만 나는 어디갈 때 뭔가 노트와 펜이 없으면 불안한 사람. 작고 가벼운 노트나 하나 가지고 다니자, 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작은 사이즈의 옥스퍼드 리갈패드를 가지고 다녀야지. 그런데!!


을유문화사에서 책 3만원 이상 사면 다이어리를 준다는 거다. 정확히는 '위클리 플래너'라고 했다. 오오, 위클리 플래너면 작고 가벼울 것 같은데? 하고 책을 고른거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받아낸 다이어리가 바로 이것!!



알라딘에 있는 사진을 가져와보겠다.



《에이스》는 현암사 78페이지 이벤트에 당첨되어 고른 책이다. 솔직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심이 1도 없는 책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세상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엔 딱히 그렇게 관심이 가진 않는단 말야? 난 지독한 유성애자.. (요즘은 기력 딸리지만..)읽고나면 또 사고의 확장이 올 것이라는 다른 분들의 평을 보고 그래, 확장시켜보자, 하고 이 책을 선택했다. 지금도 여전히 핫하게 읽히는 책이지만, 받고나서도 아, 너무 안읽고 싶네요? 동물성애자 보다는 그래도 거부반응이 덜하긴 하지만..



내가 지난주에 산 책들 혹은 선물 받은 책은 이정도이지만, 아니, 얘들아, 내가 어제 이메일에 들어갔다가 뭘 봤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쨔잔-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다들 출간되기가 무섭게 주문 넣고 있는 책을, 나는 이벤트 당첨되어 받아버림.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나는 이 책을 이벤트 당첨되어 받는다니까? 나 역시도 사고 싶었던 책이고 그래서 어제 주문을 넣으려고 했단 말이다. 오전에 8만원 맞춰 요케죠케 장바구니 맟춰보다가, 어휴 점심 먹고 다시 하자, 이러고 일단 점심 먹으러 갔는데, 다녀와서 이메일 확인하니 갑자기 저게 똭-



아니 그리고 내가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미루던 책들 중에는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도 있었거든? 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다녀왔었고, 이 이야기 궁금했다 말이지. 그런데 어제 내가 선물을 받았는데 말야,


쨔잔-


그렇게 사려던 책들을 선물 받게 되는 바람에 장바구니에서 빼버렸다. 그렇지만, 물론 다른 책들을 넣어서 다시 8만원어치를 어제 결제했지. 하하하하하. 왜 원하던 책을 갖게 되었는데도 구매금액은 줄어들지 않는거죠? 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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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8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8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8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8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11-28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그 웃기다 ㅋㅋㅋㅋ
목요일 오후부터 날씨가 막 추워졌잖아요? 전 장례식장에서 날씨 추워지면 그렇게 춥더라고요. 상주들 옷이 따뜻하지도 않고... 그래서 날씨는 왜이렇게 춥냐 락방이 춥겠다... 뭐 그런 생각 좀 했습니다... 어머님이 아마 가장 상실감이 크실 것 같습니다....

아니 교양인에서 저런 이벤트했어요? 오잉.... 전 저 책 분명히 누군가가 다락방 님한테 선물할 거 같아서 패스했다는 ㅋㅋㅋㅋ
을유 다이어리 저도 저 사이즈땜에 탐나서 받은 적 있는데요, 첫장만 쓰고 안 쓰게 되더라능 ㅋㅋㅋㅋ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은 저도 궁금한 책인데 다락방 님 먼저 읽어보셈...ㅋㅋㅋ

그나저나 ˝지독한 유성애자˝는 저기 분류에 없던데.....*먼산*

다락방 2023-11-28 10:20   좋아요 2 | URL
트윗 들어갔더니 교양인 이벤트 하는데 페미니즘의 도전 읽고 뭔가 쓴 다음에 링크 걸어야 되더라고요? 저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지만 뭔가 쓸 의욕은 없어서, 기존에 써뒀던 글 링크 제출했거든요. 그랬는데 이렇게 덜컥, 당첨되어버렸네요. 하하하하하.

근데 저도 을유 다이어리, 받긴 받았지만 또 어쩐지 안쓸 것 같아요. 괜히 3만원 이상 책 샀나... 3만원주고 다이어리 샀네요, 저.. 쩝...

지독한 인간 유성애자는 에이스에 아무 관심이가 없지만, 세상을 이해해보기 위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 왜이렇게 읽어야할 거, 알아야할 게 많은가요. 흑 ㅠㅠ

걱정해주셔서 그리고 위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잠자냥 님.
따뜻한 분.. ♡.♡

건수하 2023-11-28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락방님 요즘 뜸하셔서 바쁘신가, 아니면 아프신가 했었어요..

다락방 2023-11-28 10:21   좋아요 2 | URL
글도 안쓰다 보니 안쓰는 것에 탄력 받는가 봐요. 다시 페이퍼 쓰기까지 엄청 에너지를 끌어 모아야 했어요. 쓰기를 게을리 하면 안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 쓰기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건수하 님.

syo 2023-11-28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아요. 첫번째 문장과 마지막 사진 사이의 괴리는 무엇보다도 건강한 애도의 증거입니다!

다락방 2023-11-28 10:2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안그래도 이거 올리고서 뭐야, 이거 생또라이 글인가 했어요. 장례식 얘기 해놓고 신돈 웃음 무슨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1-2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아주 추워지기 전이어서 ... 할머니 좋으셨겠어요 분명 그러실 겁니다!
전 아빠와 남동생을 병으로 보냈는데...
사람이 얼마나 고통을 겪어야 죽음에 이르는지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힘들었거든요.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산 자들의 욕심 같아서요.

근데 요즘 다락방님 글을 안쓰셨구나...전 안보이셔서 제가 못본건가 했거든요.
다행~~~^^

다락방 2023-11-28 12:52   좋아요 1 | URL
저도 할머니가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원대로 엄마 옆에서 눈을 감을 수 있어서 말이지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임종 전에 힘들어하시는데 정말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그걸 지켜보기만 하는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엄마는 할머니 손 붙잡고 계속 기도하시고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인간은 정말 왜 태어나 살아야 하나 싶고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은하수 님은 아빠와 남동생을 먼저 보내셨군요. 늦었지만, 두 분의 명복도 빕니다.

페넬로페 2023-11-2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식장에 가면 상주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다가 밥을 먹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웃곤 하죠.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집에 오거나 거리를 걷다보면 생각나서 슬프고~~
어머님께도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다락방 2023-11-28 12: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페넬로페 님. 유족들끼리도 그리고 조문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다 보면 웃기도 하지요. 그렇게 삶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다가 그리워하고 그러다가 잠시 잊고 일상을 살고 말이지요.

위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님.

새파랑 2023-11-28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이 있으셨군요 ㅜ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기 힘들거 같아요~


책탑이 이부장님의 품격과는 약간 안맞아 보이긴 합니다~!!

다락방 2023-11-28 12:55   좋아요 2 | URL
네, 입관 때 엄마가 오열하며 쓰러지셨는데, 그런 엄마를 달래고 부축하다가도 아, 지금 엄마처럼 나도 언젠가 돌아가신 엄마를 보며 쓰러지겠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인간은 모두 죽으니까요.

책탑은 다음주를 기대하세요.
제가 어제도 구매하고 오늘도 구매하고 아주 지금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8 13:02   좋아요 2 | URL
품격 ㅋㅋㅋㅋㅋ 곧 되찾을 예정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28 14:25   좋아요 0 | URL
품격은 본디 내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3-11-2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탑이 안 올라와서 궁금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외할머니 이제 아프지 않은 곳에서 평안한 안식을 찾으시기를...

그리고 회사...저 친구 아버지 돌아가셔서 조문 갔었는데 친구 회사 사람들이 말도 못하게 큰 위로를 주고 조문하는 모습 보니 회사 다니는 게 또 다른 의미로 와닿더라고요. 물론 그러려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목적 하에 모여 공동집단을 형성해서 그 사람이 힘든 일을 당할 때 부조의 역할을 하는 게 현대 사회는 회사 말고는 진짜 어렵겠구나 싶더라고요.

죽음이 있는데 특히 그 고통이 있는데 삶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저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죽음으로 가야 하나 저도 의문입니다. 아무리 행복하고 알찬 삶을 살아도 내가 소멸하는 데 그런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면...

다락방 2023-11-28 14:5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제가 회사로부터 이렇게 큰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람들이 찾아와준 것도 모두들 조의금을 내준 것도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거든요. 회사란 언제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고 저는 그걸 참으며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틈에 이렇게 이 조직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이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고 조의를 표한다는 말도 듣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회사를 다니는 것이 무척 다행한 일이구나, 스트레스를 참았더니 위로로 돌아오는구나 싶더라고요. 하루만 더, 일년만 더, 했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굳이 알리지 않으려 했던 건 위로가 제게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을 몰라서였는데, 뜻밖의 위로였습니다. 조직생활이 이럴 때 참 좋네요, 블랑카 님. 집단에 속해있다는 게 이럴 때 좋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할머니는 팔도 아프셨거든요. 나이 드셔 팔의 뼈가 다 삭았다고, 그런데 수술을 할 순 없다고 병원에서 그러더라고요. 이도 없고 귀도 안들리고 소화기능도 떨어지고 뼈의 기능도 떨어지고, 마지막엔 온 몸에서 힘도 빠져나갔어요. 몸의 기능이 쇠약해지는 걸 보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마지막에 힘이 하나도 없다고 계속 신음하시는데, 그 때 해드릴 게 없는게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지금도 그 모습이 생각나면 너무 고통스러워요. 인간이 아무리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해도, 혹은 다른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해도, 그것만으로 안되기도 한다는 걸, 한없이 무력하기만 하다는 걸 이렇게 또 깨닫습니다. 그래서 정말 계속 되물었어요. 그렇다면, 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거지? 저는 그 답을 모르겠어요.

블랑카 님, 명복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11-28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8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9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3-11-2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눈물이 나서 조금 울었고요. (상복이 마지막이 아니겠지 에서 터지고…)
글 속에 웃음이 있어 눈물 닦으면서 웃어요.
애쓰셨어요. 맛난 거 두 배로 드세요!!!!

다락방 2023-11-29 09:58   좋아요 0 | URL
죽음 앞에서 우리는 자꾸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난티나무 님, 감사합니다.

로제트50 2023-11-28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외할머니께선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못 갔어요.
늦게까지(응?) 외할머니와 함께 있어서 다락방님이 좋아요^^*

약 7개월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정말 조문이 참 위로가 됐어요, 심약한 엄마를 대신해서 장녀인 제가
사람들 챙기느라 움직이고, 성격에 맞지 않아 살짝 피로하기도 했지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락방 2023-11-29 10:00   좋아요 0 | URL
돌아가시기 직전 할머니의 차가운 손을 계속 문질러드렸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됩니다. 잘했어, 나 잘했다 생각할 수 있어요. 저에게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제트50 님, 이제라도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호시우행 2023-11-2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상이었나 봅니다. 나도 이젠 칠십대 중반이라 잠을 자다가 이승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할머니 명복을 빕니다.

다락방 2023-11-29 10:00   좋아요 0 | URL
오래 고생하지 않고 돌아가셨어요. 호시우행 님,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3-11-28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꿈에 다락방님이 나왔어요. 전 일년에 2-3번 꿈꾸고 그것도 기억은 거의 안 나는데....
락방님이랑 둘이 같이 여기저기 헤매면서 어디론가 가는데 우리 교회 성가대랑 수석 목사님도 나오시고....
갑자기 앞치마가 필요한 거에요. 하늘색 앞치마... 난 그냥 없어도 그만 했는데, 락방님이 저거 필요하다 그래서 제가 여기저기 물으러 다니면서 하나 달라고.... 성가대원들에게 물으면서 돌아다녔어요. 무슨 굴다리도 나오고요.

언제나 책탑 올라오나, 언제나 락방님 돌아오나 궁금해하다가 어제는 바쁘셨을거 알지만 그래도 월요일이라 계속 기다려서...
그래서 꿈을 꾼 듯 합니다.

꿈같은 우리네 인생. 장례식장에서는 항상 겸손해져요. 그럴 수 밖에 없겠죠. 너도, 나도... 아무도 제외되는 사람 없겠죠.
큰 일 치뤘어요. 고생 많았어요, 락방님... 할머님 이제 편안히 쉬실거예요. 온 가족, 특히 어머님에게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특별한 위로가 있으시길....

다락방 2023-11-29 10:02   좋아요 0 | URL
앞치마 인상깊네요. 사실 앞치마는 제가 사랑하는 아이템이거든요. 엄마는 앞치마 사용을 안하신 분이었는데, 저는 달걀 프라이만 해도 앞치마가 필요해요. 부엌에 들어서서 일단 설거지든 요리든 하게 되면, 저에겐 앞치마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궁극의 앞치마가 필요한데 아직 그런걸 구하지 못해 아쉬운대로 집에 있는 걸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단발머리 님의 꿈에서 앞치마라, 그건 뭔가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 뭘까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님. 그리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에게는 단발머리 님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고마워요. 단발머리 님과 친구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저에겐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독서괭 2023-11-28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궁.. 다락방님 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몇 년 사이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차례로 돌아가셨는데, 장수하셨고 편안히 가신 편이라 다들 호상이라며 장례식 분위기도 가벼웠지만(애들은 신나서 뛰어댕기고) 화장터 들어갈 때는 엄마와 이모들이 많이 우셨어요. ‘떠나기 적당한 때‘라는 건 없나 봐요.

그나저나 와우, 정희진님 신간 이벤트 당첨! 축하드립니다. 이거보세요, 결제를 늦추니 선물이 오지 않습니까? ㅋㅋㅋ 앞으로 한템포씩 지연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다락방 2023-11-29 10:08   좋아요 1 | URL
외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잘 모르고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죽음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외할머니라면 지금까지 계속 옆에 있었고 또 어릴 적에 우리를 봐주시던 기억도 남아 있어 상실감이 큽니다. 무엇보다, 엄마를 잃은 엄마에 대해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요. 엄마와 이모 모두 고생않고 돌아가셨다, 소원 이루고 돌아가셨다 다행이다 하셨지만, 입관할 때는 그 떠나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고요. 저는 오열하는 엄마를 보면서 ‘저게 훗날 내 모습이겠지‘ 했습니다. 엄마를 잃는다는 건 정말이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이벤트 당첨 메일 보고 지르기를 일단 한 번 참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있어요. 아하하하하. 고맙습니다!!

잠자냥 2023-11-29 10:13   좋아요 1 | URL
˝결제를 늦추니 선물이 오지 않습니까˝ 오늘의 키포인트.

2023-11-28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9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11-2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다 늙고 죽는다는 게... 생각하면 힘드니까 평소엔 생각 안 하려고 하다가도 결국 그건 태어난 이상 몇 번씩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게 참....
다락방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왜 8만원인지 좀 궁금하네요?! 다락방님도 금액 정해놓고 구입하시나요? 그냥 다 사시는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9 10:15   좋아요 1 | URL
은오야 넌 이제 방법이 생겼어. 돈 많이 벌어서 다 얼려.

8만원 넘긴 건 8만원 넘었을 때 쓸 수 있는 쿠폰 하나 남았던 게 아닐까 싶은데...

다락방 2023-11-29 10:34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딩동댕~ 제가 안쓴 쿠폰 하나가 남았는데 그게 8만원 결제 3천원 할인쿠폰 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다른 계정에 4만원, 6만원 쿠폰까지 다 털면 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이래!!)

은오 님, 저는 항상 영생하고 싶다, 영원히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생각했고요, 거기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더 솔직해지자면 내 자신이 이 세상에서 소멸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구도 소멸하고 태양도 소멸한다니 제 두려움은 더 커졌고요, 그런 상황에서 쇠약해지고 고통스러워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할머니를 보니 도대체 소멸할건데 왜 태어나 사는건가 정말이지 궁금하고요. 인생은 뭐고 세상은 뭐고 우주는 뭔지... 탄생과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진건지 모르겠어요.

명복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오 님.

꼬마요정 2023-11-2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예전에 외할머니 응급실 가신 글도 있었죠… 고생 많으셨어요. 인간 세상에 살면 여러가지 의식들을 치르는데 특히 장례가 맘이 이상해지더라구요. 슬픔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감정들도 느끼고, 죄책감도 느끼고… 그래서인지 완벽한 애도는 없는 것 같아요.

원하시던 책 당첨되신 거 축하드려요!! 부럽네요 ㅎㅎㅎㅎ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쓴 서평으로 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받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환인가요 ㅎㅎㅎ

저는 요즘 손 떨려서 8만원어치 못 사고 있어요. ㅋㅋㅋ 근데 기대별적립금 쓴다고 야금야금 써서 8만원 넘은… ㅠㅠ 적립금 할인 받았으니 쿠폰이랑 2천점 받은 거보다 싸게 산 게 맞겠죠? 하아… 아니 그보다 언제 다 읽을지…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29 10: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꼬마요정 님. 외할머니도 응급실 몇차례 가셨고 아빠도 몇차례 가셨어요. 저 혼자 나이드는 게 아니라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다 나이드셔서 응급실 신세를 자주 지게 됩니다. 이제 상복을 처음 입었으니 앞으로 또 입게될 것이고요. 언젠가 제가 엄마도 아빠도 다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안다고 해서 받아들임이 쉬워지는 건 결코 아닐 것 같습니다. 완벽한 애도는 없다, 그런 것 같네요, 꼬마요정 님.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위로의 말도 힘이 됩니다.


저는 8만원 구매하면 3천원 쿠폰 있어서 기대별적립금 한꺼번에 싹 받고 쿠폰 쓰고 해서 결제했어요. 껄껄. 지금 책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다음주 책탑을 기대해주세요!

책읽는나무 2023-11-3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을 치루셨군요.
장례식장에서 오랜시간 알고 지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괜스레 눈물이 나기도 하단 말씀에 공감되어 저도 눈물이 나네요.
모쪼록 어머님의 공허한 마음 다락방 님과 가족들이 잘 채워드리리라 믿습니다.
다락방 님도 애도기간을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외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