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렌 파투-마티스 의 《파묻힌 여성》의 1장과 2장 그리고 4장에는 여성혐오의 역사와 사례가 나열된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을 위해서는 이 부분이 필요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미 모르는 바도 아닌데 굳이, 또? 하는 심정이 된달까. 좋은말도 삼세번이라는데, 이때는 이렇게 여성을 혐오하고 이때는 이렇게 혐오하고 이때는 이렇게 혐오하고..하는 것들을 정말이지 그만 듣고 싶었다. 아는게 힘이라지만, 이제 그만 알고 싶어졌달까.


이 책의 끝을 달려가며 4장에서, 나는 '히파티아'를 만난다.


4세기부터 로마의 가부장제는 서구의 기독교 발달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미망인 마르첼라는 로마의 여성 수도원 설립에 크게 공헌한다. 스트리의 제롬(히에로니무스)의 절친한 친구였던 그녀는 히에로니무스가 불가타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도왔다. 최근 복원된 프리스킬레의 로마 시대 카타콤(2~5세기)에 있는 프레스코화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기 교회 때는 여성이 미사를 집전할 수 있었는데, 바티칸은 이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독교가 교리와 법을 갖춘 교회가 된 이후로, 여성들은 신성한 임무에서 빠르게 도태된다. 처음에는 교회가 여성들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이지만, 점차 권력이 공고해지면서 "퇴행적인 움직임"이 자리 잡는다. 히파티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415년에 한 무리의 기독교 수도승들에게 살해당하는데, 여자가 그렇게 학식이 높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들이 그녀의 몸을 난도질하고 불에 태워버렸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기독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철학의 순교자"라는 기념물을 세웠다. 1957년이 되어서야 교황 비오 12세가 여성과 남성이 법과 존엄성에서 동등하다고 선언한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P232~233


오옷, 히파티아?

이게 무슨 일이람?

그러니까, 히파티아 라고 하면,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막 완독한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도 언급된 여성인거다. 약간 시간이 지났다면 아마 잊었겠지만, 아니 바로 전에 읽었다니까? 코스모스에서도 읽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검색해보기까지 했단 말이다. 히파티아 란 이름을.

자, 코스모스에는 어떻게 나와있는지 한 번 보자. 파묻힌 여성보다 좀 더 길고 자세하게 다루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붕괴할 시기까지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하던 여성 학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나중에 신플라톤학파의 비조로 불리는 철학자 히파티아였다. 그녀는 철학자인 동시에 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였다. 어느 시대에서든 평생에 걸쳐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낼 수 있는 학자라면 그는 보통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히파티아야말로 이러한 범주에 드는 인물로서 370년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여자가 하나의 소유물로 간주되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히파티아는 달랐다. 남성 지배 사회에서 그녀는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활동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뭇 남성의 구혼을 모두 거절했다. 히파티아가 살던 당시의 알렉산드리아는 이미 오랫동안 로마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이미 멸망의 그림자가 알렉산드리아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노예 제도가 고대 문명의 생기를 완전히 죽여 놓은 상태였으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던 기독교가 이교도들의 영향과 문화를 뿌리째 뽑아내려고 하던 중이었다. 히파티아는 막강한 이 세력들의 진앙震央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당연히 알렉산드리아의 대주교인 키릴루스Cyrilus가 그녀를 혐오할 만했다. 그녀가 로마 총독과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혐오의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히파티아가 바로 이교도 과학과 학문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는 것이었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과학과 학문을 이교도의 사상이라고 폄훼貶毁했으니 키릴루스의 혐오감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히파티아는 자신에게 밀어닥치는 개인적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자기의 주장을 가르치고 글로 발표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터로 가다가 키릴루스 교구 소속의 광신 폭도들이 놓은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이때가 415년이었다. 폭도들은 그녀를 마차에서 끌어내려 옷을 벗기고 전복 껍데기로 만든 무기로 그녀의 살을 뼈에서 발라낸 다음, 남은 시신과 그녀의 저술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이렇게 해서 그녀의 이름은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져 오랫동안 잊혀졌지만 키릴루스는 나중에 성인의 반열에 올려졌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p.666-667



하아-

너무 못났다-

너무 못났어-

나는 자신과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살을 뼈에서 발라내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도 이해를 못하겠다. 왜 자신에게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할까? 그 자격은 누가 주나? 신이 줬나? 악은 무지에서 오고 악은 게으름에서 온다.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살을 뼈에서 발라내 죽이는' 일을 허락할까? 그런 자신이, 괜찮은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런 사람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인지 자신에게 부지런히 물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해하는 일, 상처입히는 일, 죽이는 일 같은 거 말이다. 나는 살아생전 나를 그런 살인자로 만들고 싶은가? 그정도의 질문을 자기에게 하지 못하고 그저 단순하게 '저 사람 우리 종교 안믿어, 이단이야, 죽여' 라는 생각과 판단 그리고 행동은 너무나 멍청하고 게으르지 않은가. 결국 그것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버리고 마는거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죽여서 뿌듯한가? 자랑스러운가? 어디가서 말할 수 있는가? 그 여자 이단이라 내가 살에서 뼈를 발라내 죽어벼렸지, 하하하. 모르겠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과 달라서, 그들 주위의 사람은 내 주위의 사람과 달라서, 오 브라보 너 정말 짱멋져! 라는 반응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식에게 '아빠는 이단인 여자를 죽여버렸단다' 라고 말하면 부끄러운 대신 자식으로부터 '아빠 최고에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한결같이,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답을 내면, 그 답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를 물었을 때 거기에는 대부분 악인이 오지 않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를 물었을 때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약속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를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은 다른 사람을 때리는 사람이나 죽이는 사람일 확률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그냥 물으면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생각 없이 살면 무리에 휩쓸려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되기 쉽다.

생각 없이 살면 무리에 휩쓸려 손가락 모양 하나로 사상을 검증한답시고 항의를 하는 놈팽이가 되기 쉽다.

생각 없이 살면 불법촬영을 하는 놈이 되기 쉽고 생각 없이 살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놈팽이가 되기 쉽다.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불법촬영하고 유포하는 놈'이라 대답할 리 없지 않은가. 



"넌 어떤 사람이 되고싶어?" 란 물음에 세상 누가

"아동(여성)을 불법 촬영하고 그걸 유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라고 답하겠는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반드시, 꼭 던져보기 바란다.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고. 

그런 질문만 던져도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될것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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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29 1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히파티아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오는군요?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히파티아 이야기 <갈대 속의 영원>에서도 흥미진진(?)하게 등장합니다.

어쩌다 이 사회가 손가락 모양으로 사상 검증하고 또 그런 놈들한테 휘둘리는 세상이 되었는지........ 에휴...

다락방 2023-11-29 10:38   좋아요 2 | URL
히파티아를 연달아 두 책에서 만났어요. 말씀하신대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오 똥멍충이들 진짜 너무 싫어요. 멍충함은 악으로 이어집니다. 으...

꼬마요정 2023-11-2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히파티아 부분 읽을 때 <코스모스> 생각났어요. 동양이나 서양이나 어쨌거나 자신과 다르면 짓밟고 없애버리고 자기합리화 하는 게 어찌그리 똑같은지... 다락방 님의 저 질문을 그들에게 던지면 아마 교묘하게 어쩔 수 없이 ‘정의‘와 ‘신념‘을 위해 한 행위라고 정당화 하는 대답이 나올 거예요. ‘신‘을 위해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녀를 처단했다. 뭐 이런 거요. 그 사람이 평판이 좋았다면 더더욱 정당성을 얻겠죠... 정작 ‘신‘은 울고 있겠죠...

근데 불법촬영은 어떻게 해도 정당화 안 되는데... 진짜 죄의식이 없으니까 하는 짓거리인가봐요. 솔직히 화장실은 왜 찍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예전의 중국으로 보내버려야 하는데... 다 뚫린 공동화장실 쓰고, 밭에서 볼일 보고, 서로 쳐다보며 볼일 보고...


다락방 2023-11-30 07:43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을 해치는게,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게, 아무리 자기 합리화를 해도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불편한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걸 애써 모른척 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아닌 것 같은‘ 감각이 찾아오면 반드시 그 말을 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감각은 괜히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마녀를 처단했다‘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면 자기들 스스로 합리화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아-

저는 화장실 훔쳐보고 화장실 불법촬영하는 그 심리에는, 바닥에 열등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배설과정 혹은 그 기관을 보면서 어떤 쾌감이나 위안을 얻는다면, 그걸 보고싶은 욕망을 가진 거라면, 그건 성적 욕망이나 호기심은 결코 아닌, 완전히 열등감에 쌓인 놈의 ‘너도 배설하잖아‘를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못났어요 정말로 ㅠㅠ

DYDADDY 2023-11-2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과학자 역사에서 히파티아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이단으로 몰려 죽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는 뿌리깊이 박혀 있어 지금도 ‘우리‘와 다른집단을 사유하지 않고 배척해는 습성은 인간의 본성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개인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수 있어도 집단화되면 혐오의 정서는 너무나도 빠르게 전염된다는 것을 역사 내내 겪고 있으면서 아직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절망스러울 때도 있어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은 개인에서 소집단으로, 소집단에서 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2024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는 계속 되어야 해요. (결론이 응?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30 07:45   좋아요 1 | URL
집단 안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기가 더 쉬운 것 같아요. 무리에 휩쓸려가는 일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사실 ‘우리‘와 다른 것을 비난하기는 얼마나 쉬운가요. 여성혐오는 바로 그렇게 유지되고 있고요. 남자 집단들이 낄낄대며 성희롱할 때, 그 안에서 ‘아니‘ 라고 말하기보다 그냥 함께 웃어버리가 더 쉽잖아요. 그렇게 남자 집단들이 더 단단해지고 여성혐오는 이어지죠. 너무 징그러워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아무튼 그러면 저는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응원 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3-11-2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결국은... 자기와 다른 ‘그 무엇‘, 그 생각을,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어요. 나와 다른 의견,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면 죽여도 된다는 그 생각이 참 무섭구요. 이런 경우 희생자는 소수자인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럴테구요.

저도 얼른 페이퍼 써야 하는데... 하는뎅.... 이러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3-11-30 07: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나와 ‘다른‘ 사람이 소수일 때 그 사람을 더 해코지하고 폭력을 쓰기가 쉽지요. 내가 있는 쪽이 집단이며 더 힘이 세니까요. 저는 ‘나는 세고 너는 약하다‘에서 어떻게 약한 자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그 사고를 모르겠어요. 얼마전에 어떤 학교폭력 얘기를 들었는데, 또래보다 덩치가 작은 남자 아이를 다른 남자아이들이 그렇게 얕잡아본다고 하더라고요 ㅠㅠ 저는 ‘우리‘가 한 개인을 혐오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너무 끔찍합니다. ㅠㅠ

단발머리 님, 페이퍼 쓰셨나요? 네?

은오 2023-11-29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락방님 열심히 쫓아다녀야지!!!!!

다락방 2023-11-30 07:48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은오 님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십니다. 저처럼 될 필요가 전혀 없고 지금의 은오님으로도 너무나 훌륭합니다. 샤라라랑~~

2023-11-30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