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새벽 세시를 좀 넘긴 시각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엄마로부터 받았다.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우리 엄마의 품에서 죽는 것이었는데, 할머니는 그 소원을 이루셨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실 적에 임종을 우리 엄마가 보았었는데, 외할머니는 그 일을 기억하시고 더러 얘기하셨다. 그게 부럽노라고, 나도 그렇게 네 품에서 죽고 싶노라고.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비록 엄마를 잃은 슬픔에 잠겨 쓰러질 듯 울다가도, 엄마는 그래도 평안히 가셨다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길지 않았노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외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친구들에게 따로 알리지는 않았다. 개인 블로그에 간혹 할머니가 응급실 실려가시는 얘기를 쓰곤 했던 터라 블로그엔 알려두고, 장례식 참석을 위해 보쓰에게 말해두었다. 업무가 겹치는 직원에게도 말해두고 나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본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왔고, 회사에서는 게시판에 알림으로 작성되어 회사의 모든 직원과 임원들이 조의를 표해주었다. 게다가 회사 직원들이 첫날 저녁에 와주어서 즐겁게 있다 갔다. 다음날엔 대표님까지 와주셨다. 나중에 '우리가 너무 웃었던 게 아닌가 싶어 내내 걸리더라고요' 하는 직원에게 괜찮았노라 얘기해주었다. 장례식의 분위기는 전혀 슬프지 않았다. 할머니는 오래 사셨고, 원하는 죽음을 맞이하셨기에 가족들도 모두 이 장례식을 비통하게 보내진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입관할 때는 달랐다.
엄마는 쓰러졌고 나와 동생들과 이모부는 엄마를 부축해야 했다. 엄마를 잃은 슬픔이, 그래, 잊힐 리 없었다. 그렇게 장례를 치러냈다.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검정색 상복을 입고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일이 내게는 처음이었다. 아마, 마지막은 아닐것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이해본 사람들이라면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죽음 직전, 응급실에 실려가기 전의 할머니를 내내 보고 손을 만져주었던 터라 '도대체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는데 도대체 인간은 왜 태어나고 죽는것일까'에 대해 수만번 생각했다. 인간의 탄생과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한편, 힘들다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너무도 무력했다. 저리다면 주물러주면 되고 아프다면 약을 주면 되지만, 지금의 할머니에겐 그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그저 보기만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진정제라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119를 불러 응급실로 옮겼는데, 심장의 기능이 거의 정지된 상태라고 했다. 그렇게 임종하신 거다. 훗날, 내 모습도 이렇겠지?
장례식장에 찾아든 손님들을 보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회사 사람들이 오리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찾아주었고, 내내 괜찮다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는 회사 사람들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그건 나를 본 동료들도 마찬가지. 동료들도 갑자기 나를 보자 눈물이 난다고 울음을 참고 있었다. 나랑 오래 같이 근무한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 나의 슬픔을 위로한다고 와주었다. 내가 부러 와달라 청한 것도 아니고 부러 슬픔을 위로해달라 요청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와주었다. 게다가 나랑 잘 알지도 못하는 공장 직원들까지 조의금을 보내왔다. 어느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그것이 비록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슬플 때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쩌면 회사를 조금 더 다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다니는 거 언제나 스트레스 한가득이었는데, 가끔 이렇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지난 주에는 책을 '조금' 샀다.
《몸은 기억한다》, 《아우스터리츠》는 사실 내 장바구니에 들어있던 책들은 아니다. 보관함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책들이긴 하지만, 이 책들을 산 건, 세상에, 다이어리 때문이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매해 다이어리를 쓰고 있었다. 매일 쓰는 건 아니라도, 온라인에 쓰지 못할 말들을 종이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곤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렇게 쓰는 일이 현저히 적어졌고, 아니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래서 이제 더이상 다이어리를 받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11월부터 새 다이어리에 대한 욕망으로 언제나 흥분했더랬다. 오죽하면 영국에 갔을 때 다이어리를 사오기도 했을까. 알라딘에서 받기도 했고 스타벅스나 커피빈에서 받기도 했으며, 때로는 구매하기도 하면서 미리미리 다음해의 다이어리를 준비해왔더랬다. 그렇지만, 이젠 그러지 않겠어. 다이어리 필요없다!!
그렇지만 나는 어디갈 때 뭔가 노트와 펜이 없으면 불안한 사람. 작고 가벼운 노트나 하나 가지고 다니자, 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작은 사이즈의 옥스퍼드 리갈패드를 가지고 다녀야지. 그런데!!
을유문화사에서 책 3만원 이상 사면 다이어리를 준다는 거다. 정확히는 '위클리 플래너'라고 했다. 오오, 위클리 플래너면 작고 가벼울 것 같은데? 하고 책을 고른거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받아낸 다이어리가 바로 이것!!
알라딘에 있는 사진을 가져와보겠다.
《에이스》는 현암사 78페이지 이벤트에 당첨되어 고른 책이다. 솔직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심이 1도 없는 책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세상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엔 딱히 그렇게 관심이 가진 않는단 말야? 난 지독한 유성애자.. (요즘은 기력 딸리지만..)읽고나면 또 사고의 확장이 올 것이라는 다른 분들의 평을 보고 그래, 확장시켜보자, 하고 이 책을 선택했다. 지금도 여전히 핫하게 읽히는 책이지만, 받고나서도 아, 너무 안읽고 싶네요? 동물성애자 보다는 그래도 거부반응이 덜하긴 하지만..
내가 지난주에 산 책들 혹은 선물 받은 책은 이정도이지만, 아니, 얘들아, 내가 어제 이메일에 들어갔다가 뭘 봤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쨔잔-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다들 출간되기가 무섭게 주문 넣고 있는 책을, 나는 이벤트 당첨되어 받아버림.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나는 이 책을 이벤트 당첨되어 받는다니까? 나 역시도 사고 싶었던 책이고 그래서 어제 주문을 넣으려고 했단 말이다. 오전에 8만원 맞춰 요케죠케 장바구니 맟춰보다가, 어휴 점심 먹고 다시 하자, 이러고 일단 점심 먹으러 갔는데, 다녀와서 이메일 확인하니 갑자기 저게 똭-
아니 그리고 내가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미루던 책들 중에는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도 있었거든? 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다녀왔었고, 이 이야기 궁금했다 말이지. 그런데 어제 내가 선물을 받았는데 말야,
쨔잔-
그렇게 사려던 책들을 선물 받게 되는 바람에 장바구니에서 빼버렸다. 그렇지만, 물론 다른 책들을 넣어서 다시 8만원어치를 어제 결제했지. 하하하하하. 왜 원하던 책을 갖게 되었는데도 구매금액은 줄어들지 않는거죠? 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