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킬러가 MTV에서는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국 록 그룹 롤링스톤스 Rolling Stones의 <한밤중에 어슬렁거리는 사람들Midnight Rambler)은 영화 〈보스턴 교살자The Boston Strangler>에 대한 찬가이고("바로 네 목에 내 칼을 꽂을 거야), 씬 리지 Thin Lizzy가 노래하는 <집 안의 살인자 Killer in theHouse>는 강간범에 관한 것이고("나는 누군가를 찾고 있어. (…) 나는 너를 찾고있는지도 몰라"), 트레버 루빈Trevor Rubin은 〈토막 살인범 The Ripper)을 노래한다.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비디오에서는 성 노예인 여성이 우리에 갇혀 있다. 릭 제임스Rick James의 비디오에서는 그가 여자친구를 강간한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네가 날 어떻게 느끼게 하는지The Way You Make Me feel>에서는 갱이 혼자 가는 여성에게 집요하게 추근거린다. 듀란듀란Duran Duran은 쇠사슬에 묶인 여자 조각상들을 보여주는데 수전 콜은 그들의 "비디오 앨범에 나오는 여자아이들은꼭 X등급 영화에서 막 걸어나온 것 같다"라고 말한다. 쇼크록의 대부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쇼에 대해 <가디언>은 "그의 앞에 사람 크기 형상의 여자 인형이 바닥에 누워 있는데, 수갑을 차고 찢어진 그물과 착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고 있다. 그녀는 플라스틱 호스에 목이 졸려 죽은 것 같다"라고 보도했다.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나는 예전에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를 죽어야 했다"라고 노래한다. 록의 과격함을 비판했다가는 반동적이라는 비난에 노출된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에 호소함으로써 반동적이 되는 것은 록 음악이다. 목 졸린 여성의 이미지, 우리에 갇힌 여성의 이미지가 어떤 경계심을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주류 사회질서에 대한 주류의 상투적 표현일 뿐이다. 록 음악이 성별 역할에 천착해 그것을 새롭게 보도록 하지 않고 기존의 낡은 사도마조히즘을 에로틱하게 그릴 때, 그것은 자신의 전복적 전통에 부응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위기에 처한 것은 음악의 독창성만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MTV가 젊은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지표를 제시한다. 대중문화에서 그리는 여성이 "아름다운데" 학대를 받으면 학대가 바람직한 것이 된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움"이 절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것, 따라서 정말 인간적이지 않은 것으로 정의된다. 데이트 강간 수치는 그것이 어떤 교훈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1986년 UCLA 연구자 닐 말라무스Neil Malamuth는 남자 대학생의 30퍼센트가 강간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강간을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강간" 이라는 말을 "여성에게 섹스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바꾸자 58퍼센트가 그러겠다고 했다.   - P264~P265


로맨틱한 가사들에 빠져서 팝송을 들을 때 이렇게나 많은 곡들이 페미사이드를 찬양하고 있는지를 몰랐다. 사실 언급된 노래들 대부분이 내가 알지 못하거나 들어본 적 없는 곡들이긴 하다. 그렇지만 마이클 잭슨의 노래 <The Way You Make Feel> 이라면 다르다. 나는 저 노래를 안다. 저 노래가 발표될 당시부터 안다거나 한 건 아니고, 우연히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공연한 영상을 보았던거다. 나는 그 영상 속에서의 브리트니가 너무 좋았다. 어쩌면 나야말로 여성의 신체를 파편화시켜 사물로 본건 아닐까. 나는 그 영상속에서의 강인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다리를 좋아했다. 운동을 많이 한 것 같은 강인한 다리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그 영상을 보면서 내가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 노래가 갱이 혼자 가는 여성에게 집요하게 추근거리는 거였어?





내가 이 노래를 알게된 건 위의 영상이 처음이라서 가사를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Hey, pretty baby, with the high heels on

You give me fever, like I've never, ever known

You're just a product of, loveliness

I like the groove of your walk, your talk, your dress


I feel your fever from miles around

I'll pick you up in my car and we'll paint the town

Just kiss me baby and tell me twice

That you're the one for me


The way you make me feel

(The way you make me feel)

You really turn me on

(You really turn me on)

You knock me off of my feet

(You knock me off of my feet)

My lonely days are gone

(My lonely days are gone)


I like the feelin' you're givin' me

Just hold me baby and I'm in ecstasy

Oh, I'll be workin' from nine to five

To buy ya things to keep you by my side


I never felt so in love before

Just promise baby, you'll love me forevermore

I swear I'm keepin' you satisfied

'Cause you're the one for me


The way you make me feel

(The way you make me feel)

You really turn me on

(You really turn me on)

You knock me off of my feet, now baby

(You knock me off of my feet)

My lonely days are gone

(My lonely days are gone)


가사만 보면 힐을 신고 걷던 여자를 보고 반해서 사랑에 빠지는 것 같은데, 뭘 처음 보고 이런 느낌은 니가 처음이고 어쩌고 하는건가... 하면서도 이게 딱히 문제가 될만한 가사인가 싶었고, 그러다가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다.




아!
이 영상이 그랬구나. 이 영상이 바로 그 집요함을 보여줘.
이 영상을 보고  이 노래를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저 위의 공연 영상을 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이미 알고, 좋아하고,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상은 너무나 공포스러운걸.

한 여성이 혼자서 밤에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마이클 잭슨이 따라 붙어서 집적거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에게 호응하지 않는데 그는 그야말로 집요하다. 게다가 여자 혼자, 그것도 밤에! 걷는 길에 남자가 따라붙는 것 만으로도 공포스러운데, 이 골목에는 숱한 남자들이 있고 그들 모두가 여자에게 추근대는 남자를 응원하고 최고라고 격려한다. 남자들 무리가 때로는 그녀의 길을 가로막고 그녀에게 추근대는 남자를 받아들이라는 압박도 한다. 아니 도대체 이 영상은, 이걸 지금 로맨틱한 감성이라고 만든건가? 
이 노래는 2008년의 노래이다. 그 때 저 영상은 사람들에게 별 불만 없이 보여질 수 있는 심지어 인기도 끌 수 있는 영상이었나보다. 노래 중간을 지나면 그녀가 처음 웃는데, 그건 그녀가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비로소 웃는다. 영상 속에서의 설정은 그녀가 친구들에게 저 남자가 나를 따라다녔어, 하면서 좋아서 웃는 것이겠지만, 나는 혼자 두려움에 걷던 여성이 드디어 함께 있어줄 친구들을 만나서 웃을 수 있는 걸로 보인다. 안도감. 나는 이제 이 길에 혼자가 아니다.

만약 저 상황에서 그녀가 그를 따라갔다면, 받아들인다면, 그건 여자도 그를 원했다고 백프로 확신할 수 있는걸까? 다른 상황이라면 어떨까. 대낮이라면,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면, 남자들 무리가 그를 격려하며 그녀의 길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내리는 선택이 이 한밤중의 혼자 있는 거리에서 내리는 선택과 같을까?

만약 그녀와 그가 이 거리에서 만나 사랑한다면 이들의 첫 만남은 낭만적으로 똑같이 그 둘 모두에게 기억될까?


'톰 롭 스미스'의 소설 《차일드 44》에서 남자주인공 레오는 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첫만남은 얼마나 로맨틱했는지를, 그 때 자신에게 찾아든 감정은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를 친구들에게 반복해 얘기한다. 그 때마다 아내는 그저 웃기만 했는데, 나중에야 그녀가 말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 요원인 그에게 어떻게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겠냐고. 그에겐 낭만적인 만남과 사랑이 그녀에겐 거절할 수 없는 압박이었던 거다. 어쩌면 많은 사랑들이 남성들에겐 미화된 채로 그리고 여성들에겐 압박인 채로 시작되고 진행되는 건 아닐까.















노래 가사에서도 그렇지만 많은 이미지들에서도 세상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미화한다. 몇 년전에는 국내에서 남성잡지 <맥심>의 표지가 문제된 적이 있다. 나는 어떻게 이런 표지가 그대로 세상에 나와 서점에 진열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만들면서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을까? 어쩌면 문제라고 지적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 사람은 그 조직에서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이었을까?



이 표지는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한걸까? 이 남성대상 잡지는 여자를 트렁크에 잡아 넣어두고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보여줌으로써,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이것이 남성들의 로망인걸까? 이런거 꿈꾸는건가? 여자 잡아서 묶어두고 가둬두는 거, 그게 로망이야? 그래? 



<미즈> 조사에서는 남자 대학생 12명 가운데 한 명이, 또는 응답자의 8퍼센트가 14세 때부터 강간을 하거나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 집단과 여성을 폭행한 적 없는 남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관되게 발견된 유일한 차이는 전자는 포르노를 "아주 빈번하게" 읽었다고 한 것이다.) -p.266


글쎄다. 포르노를 '읽었'다고 할 수 있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데이트 강간이 왼손잡이와 알코올중독, 심장마비보다 흔하다. p.267 고 하니, 저런 이미지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고,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지고, 잡지의 표지가 되는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폭력적인 이미지를 만들게, 그래 그러면 내가 정말로 폭력을 행사할게. 



나오미 울프의 어조가 내 생각보다 세서 놀라면서 읽고 있다. 이번주엔 너무 바빠서 계속 야근하고 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엔 너무 피곤해 목소리까지 잘 나오지 않았으며, 내 모든 일상 루틴이 부서져서 스트레스 받는 가운데, 그러나 나오미 울프의 책만큼은 꾸준히 읽고 있다. 점심때 잠깐 읽기도 하고 여전히 출근길에도 읽는다. 오늘은 출근길에 눈 감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렬했지만, 그렇지만 읽었다.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이 포르노에 대한 비판과 페미사이드로 이어진다. 아름다움, 아름다움에 대한 신화,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 이 모든 것은 이 세상이 거대한 포르노 랜드임을, 페미사이드로 가득한 세상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 책을 완독한 사람들의 평을 보면 대체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나는 거기에 하나를 꼭 덧붙이고 싶다. 다이어트를 하지 말 것. 비쩍 마르고 가벼워지는 여자들을 향한 로망을 멈출 것. 물론 나는 사실 그런 로망은 없었지만, 여자들은 더 강해져야 한다. 육체적으로 더 강해져야 하고 그래야 이 땅에서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육체와 정신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신이 강해야 육체를 강하게 만들 수 있고, 육체가 강해야 정신을 강하게 붙들어 맬 수 있다. 제대로 된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뼈만 남아 기운 없는 육체로는 정신 역시 가다듬을 수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우리는 살아서 할 일이 아주 많다. 사소하게는 나의 작은 목표들을 실천하는 게 있겠고, 크게는 우리 뒤에 살아갈 우리보다 어린 여성들을 위한 단단한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있겠다. 굶지 말고 마르지 말자. 남자들이 가볍게 번쩍 들어올리는 몸 같은 거, 가지려고 하지 말자. 들어올려지지 말자. 어딜 들어 올려 이새끼가! 하고 죽빵을 날리자. 

여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무거워져도 된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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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25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은 제가 피씨로 읽는데 요즘 피씨로 서재 접속을 못하고 북플로 잠깐씩 보다보니 많이 놓쳤네요 ㅜㅜ 일단 잡지표지가 너무 황당해서 댓글 남깁니다. 아니 대체 저 표지는 뭘 위한 걸까요. 너무 혐오스러워요 ㅜㅜ

다락방 2022-02-26 22:09   좋아요 1 | URL
저걸 기획하고 찍고 표지 내기까지의 과정들이 숱하게 잇었을텐데 저렇게 떡하니 나온거 넘나 놀랍고 여성혐오 사회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표지 내놓고 관련자들은 아 겁나 멋지게 나왔다 라고 생각하고 좋아했을까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다 나랑 다르다는 거 알고 있지만 저건 진짜 넘나 끔찍했어요. 미쳤나봐 정말.. 했습니다 ㅜㅜ

singri 2022-02-25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꼭 읽겠어요.음

그나저나 저표지 저잡지 저배우
다 할말없음입니다. 진짜 뭐지싶고요.
그냥 요샌 사람들이 다 왜왜?? 싶은 하루하루입니다.

다락방 2022-02-26 22:11   좋아요 0 | URL
싱그리 님, 이 책은 읽기에 따라서 굉장히 과격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저는 저 표지 찍고 저 배우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요. -.-

거리의화가 2022-02-25 1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잡지 표지 보자마자 욱했어요ㅡㅡ^ 바쁜 일상 중에도 꾸준히 나오미 울프 책을 읽어나가시다니 리더다우십니다 다이어트에 목숨걸지말자 생각한 거 이 책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입니다! 잘 챙겨먹고 하지 않으면 몸 뿐 아니라 정신마저 갉아먹는다고 느꼈거든요 주말에는 푹 쉬실 수 있기를요.

다락방 2022-02-26 22:21   좋아요 1 | URL
저는 무엇보다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음 그렇게 마르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가벼운 여자가 되고 싶었덧 것도 아니지만 무거운 게 나쁜거다 라는 것에는 은연중에 공감하고 있던 부분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무거운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무거운게 나쁜거라는 생각에서 아주 많이 벗어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약하고 가냘픈 여성들에 대해서 울화가 치밀었어요. 그러지마 여자들아, 그러지마. 우리 무거워지자 이런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어서, 쉽게 들어올려지기도 하고 내던져지기도 하는 약한 사람이 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오늘 딱 의자에 앉아서 이 책 다 읽었어요. 다 읽었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2-02-25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저 더 무거워져도 되는 거죠? 수술 후 살이 4키로 가까이 빠졌는데 다시 채우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2-25 12:43   좋아요 4 | URL
헉 자냥님 소중한 4키로가..! 많이 힘드셨나봐요 ㅜㅜ

잠자냥 2022-02-25 17:34   좋아요 3 | URL
소화력이 떨어져서 먹는 양이 확 줄었더니 그러네요. 다시 먹으면 곧 돌아오겠죠! ㅎㅎ

다락방 2022-02-26 22:27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무조건 빠진 살 다시 찌우시고요 그리고 지금보다 10키로 더 찌우셔도 됩니다. 그래도 됩니다.

아니 수술 후에 저도 입맛이 없고 또 식이 조절을 해야 하는 수술이었기에 닥터쌤이 말한대로 지켰다면 이십키로 감량됐을텐데.. 나는 싸워서 이길거야! 이런 마인드로 먹으면 안되는 걸 다 먹어가지고 지금 이렇게 마운틴 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아-

책읽는나무 2022-02-25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맥심 표지!!!!
2015년 표지네요??
2005년이 아닌???참 할말 없군요.
요즘은 뮤비를 보면 참 이상하게 봐지는 영상들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봤었는데 무지했었단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5 장 섹스편 읽으면서 해외니까 입틀막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더니..맥심 표지 사진을 보니..국내에서도...진행되고 있었군요??
6 장 굶주림 편은 더 놀라웠습니다!!!!
계속 읽을 수록 깜놀, 깜놀이에요.ㅜㅜ
그러다 다락방님의 들어올려지지 말자!!에 죽빵이 아닌 제가 먼저 빵~~ㅋㅋㅋㅋ
이 책을 읽기 전에 겨울서점 영상에서 겨울씨 친구 신애씨 책장을 탐방한 영상을 봤었어요.
그 친구 책장에도 윗 줄은 벽 끝에서 벽 끝까지 한 줄이 여성주의 책이 쭈욱~~있던데, 그 중 이 책을 쏙 빼더니 재밌다고, 본인이 진짜 재밌게 읽었다고 소개하더군요. 읽으면서 그럴만 하구나!! 계속 끄덕이며 읽고 있어요.^^
업무가 많아 힘드실텐데도 열심히 읽으시는 당신은 우등생 중의 우등생이십니다~^^

다락방 2022-02-26 22:44   좋아요 2 | URL
저도 일전에 책나무님이 겨울서점 얘기하셔서 그 신애씨 책장 구경하는 거 봤거든요. 맨 윗줄에 페미니즘 책이 좌르륵 있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면서 ‘후훗 내가 더 많군‘ 했습니다. 물론 다 안읽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센 내용이라서 놀랐고 그러나 우리가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얘기하려면 아니 기본적으로 여성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려면 그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것으로 시작한다 해도 어쨌든 포르노와 페미사이드로 연결되는구나 했어요. 언제나 그렇듯이 굉장히 의미있는 책읽기였습니다.

우등생은 아니고요. 그러나 이런 태도로 학창시절 공부했다면 지금의 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을 것 같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3-01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5장, 7장 읽을 때 피로도가 최고조였어요. 함께 읽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중간에 그만 읽고 싶을 정도로 연타 당하는 불쾌감이었어요. 모아 놓으니 과장되게 느껴지는 거겠지. 마이클 잭슨, 뮤비는 많이 보면서 어째 그 생각을 한 번도 못했던 걸까....나오미 울프가 서구 사회 이야기를 하는 거라 먼 발치 이야기로 생각했는지도.

그랬는데

다락방님 올려주신 맥심 표지 보는 순간, 연타가 아닌 폭탄 맞은 기분 듭니다

다락방 2022-03-03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저 사진을 기획하고 찍고 내보내는 그 모든 순간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이렇게 결과물로 보여진다는 것이 너무 당황스러워요. 제 상식에서 저 사진은 정말 끔찍하거든요.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저런걸 기획하고 모델이 되고 그러는걸까요? 게다가 판매하는 잡지인데, 판매하기 위해 저런 사진을 썼다는 것이.

나오미 울프 의 예시들은 과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하아-
 

'캐서린 맥피'는 <아메리칸 아이돌 5>의 준우승자다. 검색해보니 2006년 우승자라고 나온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되었나. 그전까지 그 프로를 보지 않았던 나는 우연히 이 시즌을 보면서 캐서린 맥피를 응원하게 되었다. 매회차 방송을 거듭하면서 그녀는 더 세련되어졌고 시즌이 끝나고 난 후 그녀를 방송에서 보았을 때는 완전히 연예인이 다 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데뷔앨범을 사서 열심히 들었고 그녀가 뉴욕에 집을 사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아주 유명한 가수들과 함께 공연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도.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게됐다는 것도 알게되었는데 어쨌든 그녀의 어린시절 그녀의 꿈을 내가 응원했는데 그녀는 어느틈에 유명인이 되어 나보다 돈도 더 잘벌고(응?) 잘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그녀를 잊었다. 


그러다 얼마전 '데이비드 포스터'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아휴 이 음악천재 어른 남자.. 뭔 결혼을 이렇게 하고 자식 낳고 어릴 때 도망가고.. 사생활 쌍놈이네... 이러다가, 그러다가, 아아, 나는 그가 지금은 캐서린 맥피랑 결혼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대충격에 빠진다. 아니, 캐서린 맥피..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데이비드 포스터의 자녀들이 캐서린 맥피보다 나이가 많은데, 그래도 다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단다. 밤 열한시에도 그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그래 나이차가 35년이 나도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뭐, 그래.. 행복해라 맥피여.. 하다가 캐서린 맥피가 그리워져서 나는 검색을 했다. 그녀가 영화를 찍은게 있다고 했지? 뭐가 있나 봤더니 딱히 볼만한 건 없어 보였고, 그러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에 있는 이걸 보기로 했다.



<하우스 버니>라는 영화인데, 와 이거 얼마 보지도 않고 꺼버렸다 ㅠㅠ 진짜 보는게 너무 고통스럽다. 왜 케이블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기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플레이보이지 모델들 데려다가 늙은 휴 헤프너가 한집에 사는 거 보여주는, 그런 거. 나는 그걸 본 적은 없지만 그런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쉘리'가 바로 그 바니걸이다. 그녀는 고아였고 왕따였지만 사춘기 시절을 지나 외모에 변신을 하게 되고 눈에 띄어 플레이보이 하우스에서 살게 된다. 그녀의 스물일곱 생일날, 그녀는 11월의 표지모델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하우스에서는 그녀에게 나가라고 통지한다. 그녀가 스물일곱으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거다. 그녀는 그 하우스에서의 부족함 없는 생활을 좋아했고 하우스에서 같이 지내는 여자들과도 재미있었고 늘 파티가 벌어지는 것도 좋고 쇼핑도 좋았는데 이를 어쩐담. 그녀는 그 하우스에서 쫓겨날거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 당장 살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 그러다 대학의 여자기숙사 사감이 되기로 한다. 


줄거리 자체가 말도 안되긴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바니걸 인만큼 내내 벗은 몸으로 등장한다. 홀딱 벗은건 아니지만 노출이 심한 채로 계속 등장하는거다.



오른쪽이 주인공 쉘리인데, 내내 저런 차림인거다. 보는 내가 너무 힘들어. 그리고 인기없는 이 기숙사가 사라질걸 두려워하는 개성 강한 여학생들에게 자신과 비슷한 옷차림을 하게 함으로써 남자들한테 인기 많아지게 하고 데이트도 하게 하고 그런다는 내용이 전반부의 내용이다. 보다가 너무 힘들어서 껐는데, 나는 나오미 울프의 책에서 바니걸을 만난다.















마가리타 세인트 크로스는 플레이보이 클럽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가 "바니걸 이미지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41 해고당했다. 이 클럽의 고용 기준은 웨이트리스들에게 다음의 등급을 매겼다.


1. (얼굴과 몸매, 차림새에) 흠이 없는 미인.

2. 남달리 아름다운 여성.

3. (나이가 들거나 외모에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생겨) 경계선에 있는 여성.

4. (완전히 나이 들었거나 외모에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생겨) 바니걸의 이미지를 상실한 여성


아니, 바로 내가 본 영화가 이 얘길 하고 있었네. 27살이 되었다고 하우스에서 쫓겨난 여성. 더이상 바니걸일 수 없는 여성. 바로 영화에서 그걸 보여주고 있었네. 그리고 쉘리는 여자기숙사로 가서 그곳의 개성강한 여성들, 아름답거나 섹시하게 꾸미지 않는 여성들, 공부만 하는 괴짜 여성들을 전부 바니걸처럼 꾸민다. 그 과정에서 '남자들은 똑똑한 여자를 싫어해'라는 말이 나오고, 호감가는 남자에게 사랑받자고 '난 그걸 몰라'를 알면서도 말하는 여성이 나온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그런 면에서 언제나 현실을 궤뚫어 볼 수 있는 여성이었던 것 같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여성은 모두 바니걸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세인트 크로스 사건은 미래의 알레고리로서 계속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니걸이 일을 잘하려면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일을 잘하려면 아름다워야 한다는 발상을 일하는 여성 모두에 적용하는 일이 널리 퍼졌다. 스타이넘의 말이 다음 20년 동안 갈수록 사실이 되었다. 여성이 보수를 받는 일을 얻고 그 일을 계속하려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그랬다.

1971년 잡지 〈미즈Ms.〉의 원조가 등장했다. 1972년에는 미국에서 고용기회평등법이 통과되어, 교육에서의 성차별을 불법으로 만들었다. 1975년에는 미국에서 관리직의 20퍼센트를 여성이 차지했다. 1975년에는 캐서린 맥더멋catherine McDermott 이 자신의 몸무게를 근거로 일자리 제안을 철회한 제록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했다. -p.65 


남자들한테 사랑 받기 위해서 모두 바니걸처럼 꾸며버리는 일이 영화에서 보여진다. 그래서,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영화를 마저 보기로 했다. 보기 힘든 영화지만 마저 보자, 이 영화에서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걸까.


영화는 뻔하게 흘러간다. 화장하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남자에게 인기를 끄는 여학생들, 그리고 그런 여학생들을 질투하는 다른 여학생들. 그렇지만 어떤 남자들은 똑똑한 여자를 좋아하기도 한다... 괜찮은 남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여자를 사랑한다, 고 영화는 끝맺는다. 모두가 예쁘게 화장할 필요가 없고 본인의 개성대로 살자고 말하지만, 그러니까 궁극적으로는 이성애 눈누난나 만세 짱만세 진실한 사랑은 어떤 모습에서도 찾아와 예쁘고 멍청한게 내 본모습이어도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고 섹시하지 않고 똑똑하기만 해도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다. 만세! 이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기가 없는 동아리라 기숙사가 없어지는데, 인기가 없는 건 남자들이 찾지 않는다는거고, 그래서 인기 있으려고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하고... 아 넘나 구리다. 평소에 나에게 흥미없던 남자가 내가 가슴골좀 보였기로서니 나한테 흥미를 갖는다? 그 놈 너무 한심하지 않나? 아 그만두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옳았다. 포르노랜드를 사는 여성들은 모두 바니걸이다. 나오미 울프도 그 점을 반복해 얘기한다.



스웨덴에서는 포르노가 1년에 3~4억 크로나를 벌어들이고, 성인용품점에는 포르노가 500여 가지 나와 있고, 길모퉁이 담배 가게에도 20~30가지가 있다. 1981년에는 스웨덴 남성50만 명이 매주 포르노 잡지를 샀고, 1983년에는 스웨덴에서 빌린 비디오 4분의 1이 포르노였으며, 1985년에는 가장 큰 유통업체가 길모퉁이 매점에서 포르노 잡지를 1360만 부 팔았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1800만 명이 총 165가지에 이르는 포르노 잡지를 사 1년에 약 5억 달러를 낳고42 미국 남성 열에 하나는 매달 플레이보이 Playboy〉, 〈펜트하우스Penthouse〉, 〈허슬러Hustter>를 읽는다. 43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잡지다. 이탈리아 남성은 포르노에 1년에 6000억 리라를 써, 포르노가 이탈리아에서 팔리는 비디오의 30~40퍼센트를 차지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포르노가 갈수록 폭력적이 되고 있다. (마구 베고 죽이는 슬래셔 영화 제작자인 허셸 고든 루이스가 말했듯 "내가 우리 영화에서 여성의 사지를 절단하는 것은 그래야 흥행이 잘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34



소련 페미니스트 타티아나 마마노바 Tatiana Mamanova는 서방과 러시아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포르노가 (…) 이제 모든 곳에 있다. 옥외 광고판에도 있다. (…) 그것은 다른 종류의 폭행이다. 그것이 내게는 자유 같지 않다"라고 밝혔다. -p.136



사실 이 책을 읽는 중에 나를 아프게 한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여성이 뼈저리게 받아들이는 이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에서는 잘 제어된 성공적 삶을 사는 여성도 말하지 않는 삶의 이면에 관한 것, 성폭력과 길거리 성희롱, 적대적인 직장에 관한 것이다. 이것들은 단어 하나하나가 노화나 제품의 특성과는 관계없는 여성의 합리적 두려움, 우리의 아픈 데를 건드린다. 여성에게 공적 영역은 새롭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여성은 살면서 날마다 "보이지 않는 것" 의 공격을 받는다. 여러 연구 결과가 되풀이해서 보여주듯이, 여성은 적어도 여섯 가운데 하나는 강간을 당한 적이 있고, 44퍼센트가 강간 미수를 겪었다. 우리에게는 공격당하기 쉬운 "연약한 주머니인 질이 있다. 여성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얼마나 감염되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보호 장벽"인 콘돔과 질 좌약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결혼한 여성의 21퍼센트가 배우자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해마다 미국여성 150만 명이 배우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영국 여성은 일곱에 하나가 남편에게 강간을 당한다. 여성이 공격을 막아주고 보호해준다는 환상에 반응하는 것은 실제로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p.189



위 인용문의 마지막 문장. '여성이 공격을 막아주고 보호해준다는환상에 반응하는 것은 실제로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 바로 나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간 얼마나 강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나는 숱하게 이야기해왔다. 나도 왜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남자가 너무 좋았다. 강해야 했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잭 리처를 좋아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였는지 모르겠다. 어제 연애소설 읽고 싶어서 꺼내 읽게된 연애 소설 속 남주는 너무 부드럽고 약해보여서 나는 그 책을 읽고 그 남자랑 사랑에 빠질 수가 없었다. 아직 절반정도 읽었을 뿐이지만, 뭐야, 잭 리처가 훨씬 좋아,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보호하려는 자, 강한 자, 굳은 자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그런것은 실제 공격을 당하는 여성의 삶을 살고 그런 내가 보호라는 환상에 반응하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그래서 저 부분이 무척 아팠다. 뼈를 때리는 말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자, 계속 읽자.



하지만 세인트 크로스와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남자 동료들은
"어떤 종류의 평가도 받지 않았다."
세인트 크로스는 위원회에 자신이 "생리적으로 젊고 싱싱한 예쁜외모에서 성숙한 여성의 외모로 이행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뿐 여전히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고용주 헤프너의 대변인들은 위원회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위원회는 세인트 크로스의 말보다 헤프너의 말을 받아들여, 즉 여성의 아름다움은 여성 본인보다 고용주가 말하는 것이 훨씬 믿을 만하다고 가정해 플레이보이 클럽에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충분히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바니걸의 이미지"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세인트크로스가 가진 전문지식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일반적 고용 분쟁의경우 고용주는 피고용인이 마땅히 해고되어야 함을 증명하려고 하고피고용인은 자신이 계속 일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 P64

그런데 "아름다움"이 BFOQ가 되면, 여성이 맡은 일을 하고 있어도 고용주가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 고용주가 자동으로 이기게 된다. - P64

자신의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직장 여성이라는 이 새로운 존재는 어떻게 보여야 할까?
TV 저널리즘은 그 대답을 명확히 제시했다. 삼촌 같은 남성 앵커에 한참 어리고 직업적 미인 수준으로 예쁜 여성 뉴스캐스터를 붙여서.
이 한 쌍의 이미지, 주름 있고 기품 있는 나이 든 남성 옆에 성적 매력이 있는 젊은 여성이 진하게 화장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 관계의 패러다임이 되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것이 알레고리로서 지닌 힘은 크다. 직업적 미인 수준이라는 자격 조건이 처음에는 여성에게 공적 권위가 있다는 불쾌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좋게 중화하려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자체 생명력을 얻어 결국 직업적 미인을 고용해 TV 저널리스트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 P66

1980년대에는 앵커를 스카우트하는 해드헌터들이 "남성 앵커: 40~50세"47 같은 범주에 드는 사람들만 시험용 테이프를 찍었는데 여성에게는 그 같은 범주가 없었고, 여성 앵커는 뉴스 전달 능력이나 경험보다 외모를 우위에 놓았다. - P67

만일 여성이 직장에서 변호사의 가는 세로줄무늬 정장이나 은행가의 개버딘 옷을 입은 단정하고 말쑥한 남성 동료들보다 장식적이어야한다는 압력을 많이 받지 않았다면, 직장에서 얻는 즐거움이 줄었을수도 있지만, 차별하기 좋은 기름진 텃밭도 줄었을 것이다. 여성의 외모가 해고와 성희롱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는 탓에, 여성이 옷으로 말하는 것이 지속적 · 의도적으로 잘못 읽히는 것이다. 여성이 일할 때 입는 옷(머리와 유방, 다리, 엉덩이는 물론이고 하이힐과 스타킹, 화장, 보석까지)이 이미 포르노의 액세서리로 전용된 탓에, 판사가 어떤 여성이든 젊은 여성은 희롱해도 좋은 방종한 여성이라고 믿고, 나이 든 여성을 보면 해고해도 좋은 보기 흉한 노파라고 믿을 수 있는 것이다. - P83

여성의 넷 가운데 하나는 풀타임으로 일해도 1년에 1만 달러를벌지 못하는데, 1989년 미스아메리카는 상금 15만 달러와 장학금 4만2,000달러, 3만 달러의 차를 벌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어떻게 여성이 실력을 믿을 수 있을까? - P90

1986년 미국 법원은 ‘라비두 대 오세올라 정유회사 사건‘ 판결에서 남성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포르노를 내걸 권리를 인정했다. 그것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불쾌하든 상관없이, 어차피 광산 전체가 그런 종류의 이미지에 젖어 있다는 근거에서. - P92

문화는 여성을 아름다우면 지성이 없고 지성이 있으면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단순화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신화에 맞게 여성을 정형화한다. 여성에게 정신과 육체 가운데 하나만 허락하고 둘을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이런 교훈을 가르치는 일반적 알레고리는 예쁜 여성과 못생긴 여성을 짝짓는 것이다. - P105

《구약성서》의 레아와 라헬,
《신약성서》의 마리아와 마르타,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Dream》의 헬레나와 허미아,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가 쓴 《벚꽃 동산The Cherry Orchard》의 아냐와 두냐샤, 도그패치 Dogpatch의 데이지 메이와 세이디 호킨스, 오즈의 글린다와 서쪽의 사악한 마녀, 리버데일Riverdale의 베로니카와 에설, 길리건의 섬Gilligan‘s Island)의 진저와 메리 앤, 시트콤 〈스리스 컴퍼니Three‘s Company)의 재닛과 크리시, 메리테일러 무어 쇼The Mary Tyler Moore Show>의 메리와 로다처럼. 남성의문화는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하나는 승자가 되고 하나는 패자가 되는여성 둘을 상상하는 게 가장 행복한 모양이다. - P105

남성도 이런 여성의 종교에 경외심을 느낀다. "아름다움"에 토대를둔 카스트 제도가 마치 영원한 진리에서 비롯된 것인 양 그것을 옹호한다. 다른 것에서는 이런 종류의 무조건적 믿음을 가지고 접근하지않는 사람들이 그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20세기 들어 진리가 상대적이고 인식이 주관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다른 분야의 생각들은 대부분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카스트 제도는 양자물리학을연구하고 민족학을 연구하고 시민의 권리에 관한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옳고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 무신론자도, TV 뉴스에 회의적인 사람도, 지구가 일주일 만에 창조되었다고 믿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신조처럼 무비판적으로 믿는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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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2-21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열일하시네요, 우리 다락방님!!
다락방님 같은 분이 계셔서 이 지구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거에요. 자, 이제부터 잠시 숨돌리고. 점심 메뉴 고민합시다. 오늘 뭐 먹을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21 11:37   좋아요 1 | URL
눈 오고 추우니까 굴짬뽕? 어떠십니까? 다락방님과 이 시대의 차도녀님

단발머리 2022-02-21 11:39   좋아요 1 | URL
만두라면에 계란 파 담뿍 넣어서 한 그릇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21 11:43   좋아요 1 | URL
휴게실에서 어묵우동 흡입하려고 합니다. 만두라면 캬하 고춧가루 퐁퐁 투하하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2-02-21 11:43   좋아요 1 | URL
어디 가요? 어디쯤 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2-21 12:53   좋아요 1 | URL
만두??? 누가 저 불렀어요?

수이 2022-02-21 13:39   좋아요 0 | URL
금강을 지나고 있소 오바

단발머리 2022-02-21 14:0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 저 방금 한 그릇 뚝딱!
만두 3개 클리어!!! 🤣🤣🤣
비타님 / 우아, 금강이요? 멀리 가셨네요! 😳😳😳

다락방 2022-02-25 07:52   좋아요 1 | URL
어휴 제가 요즘 야근에 시달려서 평소의 루틴이 다 박살나버리고 오늘은 넘나 피곤해 목소리도 잘 안나오고 있어요. 이번 주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힘차게 버텨보려고 합니다. 에휴.. 저 나오미 울프 책에 대해 할 말이 더 있는데 오늘 페이퍼 쓸 시간이 나려나 모르겠어요. 오늘 쓴다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그 노래도 가져오고 싶은데 말예요.

미미 2022-02-21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언급하셨던 바니걸이 이거군요?! 표지가 <금발이 너무해>랑 비슷하네요. 그러고보니 그 영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웅...아름다움에 토대를 둔 카스트제도,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나오미 울프의 언어가 강펀치로 느껴져요. 다락방님 이번책도 대박입니다.👍

다락방 2022-02-25 07:54   좋아요 1 | URL
네. 이번에 저 영화 보면서 느낀건데, 예전엔 어떻게 저렇게 여자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오는 영화를 잘도 봤을까 싶더라고요. 이번에 보는데 진짜 너무 불편한거예요. 확실히 그 문화에 길들여져 있으면 잘못된 걸 찾기가 슆지 않은것 같아요. 이번엔 너무 불편해서 영화를 중간에 끄게 되는걸 보면 저도 많이 달라졌구나 싶어요. 요즘엔 속눈썹 붙인 사람 보면 그렇게나 어색하더라고요.
이번책 되게 세다고 생각들어요. 어, 좀 너무 나간거 아닌가 하다가도 끄덕이게 됩니다. 2월 안에 다 읽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후훗.

수이 2022-02-21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메리 울스턴그래프트 언니가 여자는 모두 바니걸 아닌데 바니걸처럼 살아간다 대체 왜? 라고 마리 앙뚜아네트 보고 대표적인 바니걸이라고 일갈하는 장면 있어요. 바니걸이란 무엇인가 곰곰 생각에 잠겨봅니다

다락방 2022-02-25 07:55   좋아요 0 | URL
바니걸이란 그야말로 남성들의 성적대상화에 맞춤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아름다움의 신화에 길들여진 바로 그 여성이고요. 그러니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화장하고 다이어트하는-모든 여성들은 다 바니걸일테지요. 저는 아직 다 읽기 전이고 2월안에 다 읽는 것이 목표인데, 다이어트 하지말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후훗.

등롱 2022-02-2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오미 울프의 책에 영화가 너무나 적절한 예시네요, 하긴 이 세상 자체가 울프의 책의 거대한 예시니까요. 여성과 아름다움과 바니걸 렌즈로 읽기 시작하면 고통 그 자체… 이지만, 한 번 안 이상 돌아갈 수 없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다시는 무지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저도 계속 읽고 있습니다, 완독까지 고고싱!!

다락방 2022-02-25 07:5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등롱 님. 이 세상 자체가 울프의 책에 대한 예시이지요. 한 번 안 이상 고통스러워도 돌아갈 수 없다는 등롱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예전엔 저도 뭐랄까,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이라 불리는 것)에 반해서 비키니 입은 여자들, 세차하면서 흠뻑 젖는 여자들, 수영장에서 빠져나오는 여자들에게 매혹당했었는데요, 이번에 이 영화를 보면서 노출 심한 옷과 화장에 너무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고요. 보고싶지 않을만큼요. 저는 이렇게나 멀리 와버린 것 같아요. 완독까지 고고씽!!

mini74 2022-02-21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옆길로 세는 이야기지만 ㅎㅎ 포르노 영화 관련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그 포르노 세계에서의 남녀차별도 엄청 나더군요. 애이즈에 대한 시선 연봉 대우 ㅠㅠ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

다락방 2022-02-25 07:58   좋아요 2 | URL
맞아요, 미니 님!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읽다보면 ‘킴 베이싱어‘가 나인하프위크 찍을 때 촬영외의 시간에도 폭력적인 분위기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나오거든요. 포르노는 점점 더 폭력적으로 되고 그런 포르노를 보면서 남성들 역시 그걸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어쩔 수 없이 현실의 여자들은 그 포르노 세계를 살게 되는 것 같아요. 폭력에 노출되고 차별을 당하고 굴복해야 하는 삶이요. 어휴..

이 책 읽고 써주실 미니님의 감상이 기대됩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래 읽던 책들을 끝내고 시작하려 했는데, 주말내내 책을 전혀 읽지 않아 도무지 언제 끝날지 모르겠는거라.. 이달 안에 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 싶어 일단 다른 책들 제쳐두고 이 책을 꺼내들고 나왔다.


책의 제목이나 저자에서 내가 모르는 작가든 혹은 아는 작가든 나름 기대하는 내용이나 추측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해서 워낙 유명한 책이니만큼, '뚱뚱해도 아름답고 늙어도 아름답다' 라는 말을 하는 책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걸로 여기지 말자'는 주장쪽이기를 바라고 있다. 너도 아름다워 나도 아름다워 쟤도 아름다워, 가 아닌 '아름다움'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우리는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는 것에 대한 주장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름다움 자체가 딱히 높게 여겨지는 가치가 아니라면 우리는 아름다움 이란 세뇌에 있어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테니까. 거울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겼지만 이대로 아름다워~ 라고 하기 보다는 거울은 필요에 의해서만 보게 되는 걸 지향하는 거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 내용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펼치고 제일 처음 나온 '해제'에서 나는 좀 당황스럽다.


페미니스트들과는 달리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는 한편으로, 진화론을 새롭게 해석하여 아득한 먼 옛날 인류의 암컷들이 수컷과 함께 수렵채집과 전쟁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입장을 피메일리스트 femaleist라고 일컫는다.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여자female 보다 사회학적 여성woman에 관심이 많다. 생물학에 기반한 피메일리스트의 새로운 여성관은 나오미 울프의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진실‘로 여겨질는지 모른다.

정녕 여자란 누구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 P10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페미니스트들은 그렇다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건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차별로 연결 시키면 안된다는 거잖아? 거다 러더 는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이미 여성들이 사냥에 참여했었다고 밝힌 바 있지 않나? 생물학에 기반한 피메일리스트...의 여성관은 남녀가 능동적으로 수렵채집에 참여했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이게 진화론적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은 불편해할거라는 건가? 게다가 명색이 '해제'인데 정녕 여자는 누구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끝맺음이라니. 나는 이 해제가 너무 마음에 안든다. 나는 해제를 다 읽고 좀 짜증이 나서 누가한건가 봤다. 낯선 이름이다. 게다가 생뚱맞게 지식융합연구소...는 또 뭐야? 그리고 저 연배 어쩔 ;;



네이버에 넣고 검색했는데 2020년에 이인식의 인터뷰가 실렸고 그 당시 기사에 75세라고 나온다. 게다가 저 약력을 보면 도대체 왜 여성주의 책에 이 사람의 해제를 갖다 넣은건지 전혀 이해가 안된다. 이 책,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2016년에 번역되어 나온 책인데 도대체 왜 해제를 70세 올드한 한국 남자에게 맡긴거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사람에게 왜? 이미 이 책의 해제를 쓰지 않아도 넘나 한자리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구먼, 굳이 나오미 울프 책에 해제 하게 만든건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비롯된거지? 무슨 의도지? 해제 끝에 붙어 있는 '더 읽어볼만한 관련 도서'를 보면 하하하하, 이인식의 저작이 있네. '성과학 탐사'라는 책이다. 이 책.. 때문에 이인식에게 해제를 부탁한건가?


나오미 울프의 책에 너무 안어울리는 사람이 해제를 썼다. 김영사..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개정판에 해제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길 바란다, 진짜. 도대체 왜 여성주의 책의 해제를 기득권 남성에게 쓰게 하는거야? 딱히 그사람이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고 뭔가 페미니즘에 공감하는 사람 같지도 않은데, 이 책에 해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다면, 해제를 누구에게 부탁하면 좋을까? 그러자 단번에 '이민경'의 이름이 떠올랐다.



















해제 다시 써라, 김영사. 이민경에게 부탁해서 제대로 쓰자. 여성주의 책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쓰는 사람에게 부탁하자. 지금 이 세상을 사는, 아름다움의 강요, 포르노의 강요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또 막아내고 있는 젊은 여성에게 해제를 맡기자.



윤김지영이어도 좋겠다. 철학적으로 해제를 근사하게 써낼 분이다.

















마흔 넘어 대학원에 다니면서 맹렬하게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래서 결국은 책까지 써낸 민혜영에게 맡겨도 좋을 것이다.
















해제에는 불만을 갖고 시작했지만, 나오미 울프의 글은 좋다.


1991년에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실리콘 유방 보형물이 여성의 몸에 일상적으로 삽입되었고, 여성이 느닷없이 유방의 크기와 모양에 관해 걱정할 정도로 포르노가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수백 만 명이나 되는 여성이 한꺼번에 어떤 걱정(예를 들면 유방의 모양에 관한 걱정)을 하기 시작하더니 그것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 이상해 보인다면, 성적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생각해보라. 포르노가 패션에 새롭게 영향을 끼치자 수많은 여성이 갑자기 여기저기서 "완벽한 유방"을 보게 되었고, 그 결과 당연히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유방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아름다움의 신화의 초점이 다음 걱정거리로 넘어갈 때까지 지속되었다. -p.19



내가 처음 이 책을 썼을 때 여성의 성적 자의식에 막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포르노가 이제는 그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젊은 여성들이 포르노의 영향으로 섹스에서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보여야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과 자신이 본래 가진 성 정체성에 관한 생각을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이것이 진보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p.20



누누이 말해왔지만, 현대의 포르노는 상상을 초월하게 여성 폭력적이며, 여성들이 그 포르노를 직접적으로 시청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자들이 시청하고 자신의 연인에게 포르노를 재연하길 요구하는 한,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포르노랜드를 살아간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무엇을 '정상'으로 규정해버리면 다른 것은 '비정상'이 되어버린다. 완벽한 유방 이라는 것이 세상에 보여지면 자연스레 그것과 다른 나의 유방은 '완벽하지 않은' 유방이 된다. 그러나 왜 유방이 완벽해야 하는가. 완벽한 유방이라는 것이 애초에 왜 보여졌는가. 그것은 어디에 나와서 어떤 식의 쓸모로 기능하는가. 



여성의 아름다움은 곧 젊음과 다르지 않은 말인데, 그러므로 젊은 여성은 나이든 여성의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아름다움은 칭송받고 수많은 시선을 끌어모으고, 그래서 순간 그녀가 권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혹은 본인이 느끼기에도 내 젊음과 아름다움-그리고 완벽한 유방!-은 나를 최고로 느끼게 해, 나는 이 세상 남자들을 굴복시켜!

그러나 정말 그런가?

















영화 《리벤지》의 여자는 젊고 아름다운 내연녀다. 유부남인 남자친구는 아내를 속이고 그녀를 만나고 그녀는 그의 뿌듯한 트로피이다. 그의 친구들 역시 그녀를 갈망하듯 쳐다보며 그녀를 에워싼다. 그러나 그녀의 애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는 그녀를 강간한다. 칭송받는 아름다움, 젊음은 남자의 요구대로 되지 않는 순간 약한 신체에 불과하다. 아무 힘을 가지지 못한다. 오히려 강간을 유도한 유혹하는 몸뚱아리가 된다.



나오미 울프는 말한다.


어느 시대에나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하는 특성은 그 시대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여성의 행동을 상징할 뿐이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언제나 외모가 아니라 실은 행동을 처방하려고 했다. 여성끼리의 경쟁이 신화의  일부가 된 것도 여성을 서로 분열시키기 위해서였다. 여성이 젊고 처녀라면 "아름다운" 것은 경험이 부족하고 성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이 나이 들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의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고, 그래서 여성의 세대 간 연결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이 든 여성은 젊은 여성을 두려워하고 젊은 여성은 나이 든 여성을 두려워해, 아름다움의 신화에서는 젊은 여성이나 나이 든 여성이나 수명이 짧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급히 여성의 정체성이 "아름다움"에 근거해야 하는 것은 그래야 우리가 계속 외부의 승인에 취약한 상태가 되어 삶에 아주 중요한 자부심이라는 민감한 기관이 비바람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 P36



위 인용문을 읽으면서 쉼보르스카의 시가 생각났다.
















추억 한 토막



한창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우리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말았네.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소녀.

아, 무척이나 아름다웠네.

그녀의 자태가 눈부시게 황홀했기에

우리는 무심히 휴가를 즐길 수만은 없었다네.



바시아는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고,

크리스티나는 반사적으로 남편의 손을 꽉 잡았네.

순간 나는 생각했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리라.

-당분간 여기 오지 마.

며칠 동안 내내 비가 올 거래.



과부인 아그네슈카만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그 사랑스러운 소녀를 반겼다네.



가장 힘이 없는 상태를 가장 아름답다고 세뇌시키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여자의 행동에 제약을 두는 것. 아름다움의 신화는 그렇게 기능한다. 먹는 걸 덜 먹고 비쩍 마르고 그렇게 힘이 없는 상태, 곧 쓰러질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남자의 보호를 필요로 하게 보이는 것,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더 눈에 띄기 위해 노출을 하고 화장을 하고 그래서 더 화려하게 보이는 것. 그건 그 여성의 권력이 될 수 없다. 권력인 듯 보이지만 강한 육체 앞에 힘없이 바스라진다. 아직 이 책의 초반을 몇 장 읽었을 뿐이지만, 우리는 약한 신체를 아름다움과 같은 말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약한게 아름다운 게 아니고 하늘거리는게 아름다운 게 아니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인 것도 아니다. 



자, 나오미 울프를 계속 읽어보겠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원래 여성의 영역을 구성하는 요소인 양 가장하고 나타난, 다른 어떤 것들보다 여성을 가두기에 좋은 사회적 허구 가운데 하나였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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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2-14 0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제 유감에 동의합니다. 해제하는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저자는 책읽기를 방해할 뿐이지요. 믿고 읽는 정희진쌤도 락방님 추천에 살포시 추가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미‘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의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름다움이 구체적으로 협소하게 정의되는 지점에 대해 알고 싶어요. 일테면 남성의 늙음은 ‘중후함‘이지만 여성의 늙음은 ‘추함‘으로 이해되는 그런 지점이요.
락방님 글 읽고나니 궁금증이 커져서 맘 급해지네요. 하하하.

다락방 2022-02-14 09:50   좋아요 3 | URL
당연히 정희진 쌤 생각했는데 정희진 쌤이 너무 많이 쓰신것 같아서요.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좀 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부러 정희진 쌤 언급은 안했습니다. ㅎㅎ

미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의 측면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하지만, 그러나 그 미를 추구한다는 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어야 하지 않나,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보고나서 느끼고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인데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권력 관계를 만들어버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자연을 아름답다고 감상할 수 있고 또 가구의 디자인을 아름답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가치로 만다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요.

위의 36페이지 인용문을 보면, 여성의 늙음을 ‘추함‘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여성이 늙을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돼요. 더 자유롭고 더 강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후려치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님. 손에 계속 형광펜 쥔 채로 읽어야할 듯 합니다. 후훗.

미미 2022-02-14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자기전에 ‘해제‘읽었는데요 지식융합연구소 소장,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에 뜨악했습니다. 그래서 해제 읽기도전에 실망했는데 역시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근데 뭐가 이상한지 딱 꼬집지 못했는데 역시 다락방님👍 거기다 친절하게 대안제시까지 너무너무 멋지심요!!!! 해제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합니다.

다락방 2022-02-14 09:51   좋아요 3 | URL
아니 그러니까요 ㅋㅋ 지식융합연구소.. 문화창조아카데미.. 갑툭튀... 아닙니까? 2020년에 75세인 한국남성 에게 도대체 왜 이 책의 해제를 맡긴건지 미스테리.. 김영사랑 모종의 관계가 있는 분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흥!!

그렇게혜윰 2022-02-14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제와 내용이 안 맞는 거 맞죠????

다락방 2022-02-14 09:52   좋아요 3 | URL
해제와 이 책의 내용이 안맞는다기 보다는 음, 제 생각엔 여성주의자 아닌 분이 여성주의 책을 읽고 해제 쓰신 것 같아요. -.-

그렇게혜윰 2022-02-14 10:10   좋아요 0 | URL
출판사가 좀 못 미더워지는 지점이네요....

다락방 2022-02-14 10: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흠.

수이 2022-02-14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제를 읽고 미친듯 웃음을 터뜨렸어요 어이가 없어서, 저도 김영사와 뭔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다락방 2022-02-14 10:43   좋아요 1 | URL
그쵸? 김영사의 고문 쯤 되는건가, 뭐 그런 생각했어요. 너무 생뚱맞아서 말이죠. -.-

등롱 2022-02-14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제 읽고 이게 무슨 말인가 어이가 없다못해 불쾌했어요!!
솔에서 낸 버지니아 울프 전집 서문 생각이 나더라구요, 울프가 여성주의를 넘어 휴머니즘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서문이 전집 앞에 떡하니 실리다니 대체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기막혔던 일이 떠올랐거든요.

해제 맨 마지막의 문장이 너무 기가 막히고 기분이 나쁜 거예요, 여성이 누구냐니... 책을 알기는 하고 한 말인가 싶고요.
저는 해제 쓴 이야말로 누구냐고 되묻고 싶었구...

하지만 서문 들어가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느라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갔습니다. 저 해제는 책에 대한 모독 같아요.

다락방 2022-02-14 13:52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의 해제를 쓴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쓴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페미니즘에 대해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해제를 쓴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솔.. 에서 낸 버지니아 울프 전집 서문도 그런가요? 아니, 대체 출판사들은 왜!! 이미 좋은 책을 번역해 내면서 해제로 코를 빠뜨리죠? -.-

저 역시 해제에 기분 나빴다가 나오미 울프의 글을 보면서는 그렇지 그렇지 고개 끄덕이며 시작했어요. 후훗.

공쟝쟝 2022-02-14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영사가 잘못했네. 이민경 해제 강추요. 저는 아직도 그녀가 쓴 <자기만의 방> 해제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해제 읽다가 울기는 처음이었지...

다락방 2022-02-16 16:55   좋아요 1 | URL
이민경이 쓴 자기만의 방 해제라니.. 그 자기만의 방은 어디 버젼인가요? 저 민음사 읽었는데 해제가 누구인지 기억 전혀 안나는 부분... 흠..

공쟝쟝 2022-02-16 19:56   좋아요 0 | URL
쏜살문고의 책이예요. 진짜 아름다워요. 만약에 사실거라면 상관이 없고, 안사실 거라면 제가 해제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아주 구석구석 띵문으로 눈물이 넘쳐 흐르니까 그정도는 서비스 쌉가능!

얄라알라 2022-02-14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영향력이라면, 김영사 편집회의를 움직이실 수 있을 듯. 재판 나올 때는 꼭 해제를 다른 분께^^

다락방님께서 올리시는 책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난간인데, 저는 사진 속 커피가 식을까봐 멀리서 조마조마^^

제가 최근 2번 읽은 <임신 중지>에서도 우리 나오미 울프 쌤이 등장하세요. 저자 에리카 밀러가 비판적으로 울프 쌤을 인용하는데 요 부분은 ˝아름다움˝ 논의와는 결이 다르니 다음에 맥이 닿는 얘기 나올 때 더 이어가보고 싶어용

다락방 2022-02-16 16:56   좋아요 0 | URL
재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진짜 해제 바꿔야 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해제에 무슨 날벼락.. 어휴..
저는 뜨거운 걸 잘 못마시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지근해진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므로 요즘 같은 날은 저렇게 사진 후딱 찍고 금세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옵니다. 후훗.

임신 중지도 읽어봐야겠어요.
그게 누구든, 어떤 사람에게는 칭송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또 백개 잘한게 있어도 한 개 비판할 게 있기도 할거고요. 아직 나오미 울프의 책을 다 읽지 않은 터라 어떤 걸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나오미 울프 책 다 읽고 임신중지도 꼭 읽어야겠어요!

난티나무 2022-02-14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제 ㅠㅠ 저도 읽으면서 응? 하다가 아! 책 팔려고 ??????@@ 이랬다는요.ㅠㅠ
김영사 완전 반성해야 합니다.

다락방 2022-02-16 16:57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이 읽으면 좋을 책 리스트 보고는 뭐여, 책 팔려고 해제 쓴겨? 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아니, 저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저런거 해제 부탁해도 ‘이건 내 몫이 아닌 것 같네‘ 하고 거절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에휴..

거리의화가 2022-02-14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래 저는 해제를 마지막에 읽는 편이라 아직 안 읽었는데 저런 띄웅할 일이 있었나요? 진짜 당황스럽네요. 김영사는 책을 팔아먹을려면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아야지ㅉㅉㅉ 그래도 나오미 울프 글은 좋아서 다행입니다.

다락방 2022-02-16 16:58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한 사람, 그러니까 페미니즘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은 결코 아닌 사람이 쓴 해제입니다. 다 된 나오미 울프에 해제 빠뜨리기...쯧쯧.

책읽는나무 2022-02-14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해제 읽다가 응??? 이게 무슨 말이지??? 했던 부분이 딱 인용문으로 실으셨네요?ㅋㅋㅋ
전 아직 몇 권 읽지 않은 초짜라 내가 문해력이 딸리나보다?? 내가 제대로 해석하고 있나?? 자기 의심만?????ㅋㅋㅋ
저는 당연히 여성주의 책이라면 이쪽 계통에 연관된 정희진쌤 같은 분이 쓴 해제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듯 하다???? 보통 해제나 서문을 읽고 가슴이 벅차거나 흥분하곤 하는데 왜 흥분되지 않지?? 생각하며 이틀 책 내려 놓았다가 주말에 다시 읽으면서 나오미 울프 이야기에 푹 빠지다 보니 해제는 까먹었네요ㅋㅋㅋ
근데 저는 좀 놀랐던 게요~김영사에서도 이런 책을 냈었구나?? 좀 놀랐어요. 그닥 신뢰하지 않는 출판사 중 하나였던 것 같거든요.

다락방 2022-02-16 16:59   좋아요 1 | URL
본문이 좋은데 해제가 저모양이라니, 이건 해제를 부탁한 출판사 쪽에서도 본문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본문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김영사랑 모종의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 써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강압적 상황이었거나. 뭐가 됐든 참 싫습니다. 저도 김영사에서 이 책 낸 거 보고 좀 읭 스럽긴 했어요. ㅋㅋㅋㅋㅋ 딱히 신뢰하지 않는 출판사인데 더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출판사네요?

독서괭 2022-02-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해제 읽으며 ??? 하다가 나오미 울프 글 들어가면서 잊어버렸는데, 딱 집어 지적해주시니 좋네요^^ 정말 책 좀 다시 내주면 좋겠습니다. 저 줄 쫙쫙 그으며 읽고 있어요. 근데 <올리브 키터리지>가 끼어들어 버림..ㅎㅎ

다락방 2022-02-16 17:00   좋아요 1 | URL
저런 해제를 맨 앞에다 딱 싣다니 진짜 무슨 생각인지. 아이 돈 노우 네요 ㅋㅋㅋㅋㅋ
저도 밑줄 그으며 읽고 있어요. 2월 안에 다 읽어야지 생각하는데, 되겠죠? 책이 재미있어서 너무 좋아요! 지금 조금밖에 못읽었는데 뒤에 펼쳐질 내용들이 기다려져요. 후훗. >.<
 

연휴들 잘들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오늘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내일 아가조카 데리고 들를 남동생네 부부를 위해 꼬박 하루를 전을 부쳤습니다. 손이 커서 하면 너무 많이 하게 되는지라 언젠가부터 전을 사먹었는데 사먹는 전은 왜그렇게 맛이 없는지. 이번에는 한 번 조금씩만 해보자, 해서 몇가지만 준비해 한다는 것이 하루가 꼬박 걸리고 너무 힘드네요 ㅠㅠ 그래도 2월 시작되기 전에 2월 같이 읽을 책 안내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코피 터지기 직전의 몸 상태로 이렇게 페이퍼를 쓰는 책임감 강한 이 시대의 트루 리더, 참 리더, 다락방 입니다... (닥쳐!) ㅋㅋㅋㅋㅋ


1월 남성됨과 정치 읽기 힘든 책인데 오늘 북플 들어와보니 며칠사이 완독하신 분들이 여러분이더라고요 후훗. 뿌듯합니다. 기한 내에 다 읽으려고 애쓰셨던 분들은 아니 정말 너무 멋진거 아닙니까. 애쓰셨어요.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 지금 책 내용이 모두 다 와서 우리에게 샤라라랑 스며드는 건 아니어도 어떻게든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고.. 뭐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2월은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나오미 울프'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입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은 뭐가 있을까, 책장 앞에 서서 몇 권 골라보았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챙겨 읽어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앞으로도 책 선정할 때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링크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까먹지 않는다면..

제가 선택한 책들은 아래 네 권 입니다.

















자, 그리고 앞으로의 도서 다시 한 번 리스트업 합니다.



3월, '바바라 크리드',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4월, '김주희', 《레이디 크레딧》

















5월,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












6월, '거다 러너' 《가부장제의 창조》











자, 여러분 달려봅시다.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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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1-30 20: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아직 책 사기 전이라 같이 올려두신 책들도 참고해보겠습니다. 다음달은 이번달보단 쉽겠죠…ㅋㅋ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01-30 20:38   좋아요 3 | URL
저도 언제나 이번엔 지난달보다 쉽겠지.. 하지만 또 그게 그게 아니더라고요? 껄껄.
그렇지만 이번 2월달책은 정말로 어쩐지 재미있어 보이지 않나요? 하핫. 기대기대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2월도 화이팅 합시다! >.<

그레이스 2022-01-30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부터 메시지가 읽혀지네요~

다락방 2022-02-02 14:24   좋아요 2 | URL
그렇지요?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01-30 2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 추석에 제가 만든 전이 인기가 없어서 올해는 패쓰했는데요. 종일 수고 많았어요, 다락방님!! 이제 냠냠 먹기만 하면 될까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02 14:25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먹고싶기도 해서 한건데 만들고 나니까 먹기가 싫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동생과 부모님이 잘 드셔서 만족합니다. 그렇지만.. 다음부턴 안하려고요. 어휴 쌍화탕 먹고 잤네요? 왜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건지.. ㅠㅠ
그래도 다른 맛있는 걸 잔뜩 먹고 배불러서 시장 한 바퀴 돌고 왔어요. 소화시킬겸..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1-30 2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도 잘 부치시는 참리더락방님! ㅋㅋ
관련책들 같이 소개해주시는 거 넘 좋습니다. 한권은 읽었네요. 거울앞에서너무많은시간을보냈다!
2월책은 꼬옥 읽겠습니다. 파이팅!

독서괭 2022-01-30 21:46   좋아요 2 | URL
참 내일밤부터 눈이 온다는데 썰매랑 눈오리집게를 준비해두시면 센스만점 이모?😘 남동생네 조카는 너무 어리던가요?

다락방 2022-02-02 14:27   좋아요 3 | URL
저도 관련책들 중 한 권, <거울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만 읽었습니다. 꺼내보니 포스트잇이 엄청 붙어있네요! ㅋㅋ
2월 책은 재미있고 잘 넘어갈 것 같아요. 독서괭님, 함께 해요!! >.<

남동생네 조카는 이제 막 돌을 지났습니다. 아직 말은 못하고 그렇지만 뽈뽈뽈 엄청 잘 걸어다녀요. 거실을 휘젓고 다녀서 너무 귀엽네요 진짜 ㅠㅠ

수이 2022-01-30 2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갓 만든 전에 맥주 한잔이면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지요! 그럼 저는 바로 책을 내일 지르도록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2-02 14:28   좋아요 2 | URL
저는 오늘 오전 예스에서 더 헤이팅 게임 샀어요. 거기에 오천원 포인트가 있어서.. ㅋㅋㅋㅋ 그리고 상품권 3천원까지 받아서 샀습니다. 교보에서 사는 건 포기!
저는 어제 식구들 다 돌아가고 혼자 여유롭게 와인 마셨어요. 햄버거 스테이크 안주삼아 고요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으흐흐흐.
연휴 끝이에요 이제 ㅠㅠ

mini74 2022-01-30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못생긴 여자의 역사 ㅠㅠ 전 천천히 한 권씩 따라읽어 보겠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2-02-02 14:28   좋아요 3 | URL
미니님 은 워낙 책도 빨리 읽으시고 많이 읽으셔서 마음만 먹으면 금세 읽으실 것 같아요! 관심 있는 책으로 골라 읽으시고 감상 나눠주세요! :)

책읽는나무 2022-01-30 22: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젠 미리 미리 사둬서 월초부터 읽어야겠어요.
매번 15일 이후부터 읽으니..말경 되면 심리적 압박감이!!!ㅜㅜ
전!!! 와~~아가 조카를 위한 전!!!
멋진 고몬데요?^^
근데 그 많은 전들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시누이가 동생네 식구들을 위해 전을 여러 종류로 부쳐 기다리고 있는 건 쫌 멋있네요!!
즐거운 명절 되시구요.
복 많이 받으시라 따로 인사 안드려도 이미 복 많이 받으실 분이십니다ㅋㅋㅋ

다락방 2022-02-02 14:31   좋아요 4 | URL
저도 같은 생각했어요, 책나무 님. 늦게 읽으면 말일이 다가올수록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라 이번엔 월초에 끝내자!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생각은 지난달에도, 그 전달에도 했었답니다? 하하하하하.

전은 아가조카를 위한게 아니라 남동생 부부를 위한 거였어요. 아가 조카는 아직 전을 먹을 수 없어요. 완전 아가아가 베이비에요. 씐나서 거실을 뽈뽈 돌아다니는 아가. 아 너무 귀여워요.

책나무님은 예전부터 느낀건데 글을 읽고 그 상황까지 다 파악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올케를 불러 전을 부치라 한게 아니라, 전을 부쳐놓고 올케를 기다렸어요. 올케가 스파이더맨 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나가 영화도 보고 왔어요. 아가는 남동생과 우리 부모님께 보라 해놓고.. 껄껄. 올케가 영화보러 극장 온 게 얼마만인지 모른다고 고마워했어요. 저 멋있는 거 세상이 좀 알아야 되는데.. 아는 사람이 너무 없네요? 껄껄.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책나무 님!! 히히히히히

씽씽걸 2022-01-30 22: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동참해봅니다^^
저는 책읽는 속도가 느려서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전 부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22-02-02 14:32   좋아요 2 | URL
씽씽걸 님, 처음으로 동참하게 될 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 안심이에요. 아직 안읽었지만 정말 재미있고 뼈때리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참해주셔서 감사하고요, 해당기간 내에 완독하실 수 있도록 힘내시길 바랍니다. 틈틈이 다른 분들이 올려주실 감상이나 밑줄 같은 것들 보시면 씽씽걸 님의 완독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함께 힘내서 가봅시다!!

등롱 2022-01-31 2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제 남은 책들 다 너무너무 재밌어보입니다!!
페미니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들인 것 같아요~.
해러웨이 선언문의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그만큼 얻어가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관련 책들도 함께 소개해주시구, 감사합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2-02 14:33   좋아요 2 | URL
그렇지요, 등롱 님? 저도 사실 해러웨이 선언문은.. 두려워요. 읽으면서 눈알 팽팽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하얀건 종이요 검은건 글자다.. 하게되지 않을까 싶지만, 여성주의 책을 읽고자 하면 한번 봐야할 책인 것 같아서 리스트에 넣었어요. 어렵더라도 한 번 가봐야죠. 화이팅입니다.

등롱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힘 내 봅시다!

프레이야 2022-01-31 2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부치느라 코피 직전에 이리 좋은 페이퍼를요. 다음에 다시 찾아올 리스트들입니다. 참리더 락방님 ㅎㅎ 해피 설날 보내세요.

다락방 2022-02-02 14:33   좋아요 3 | URL
연휴가 오늘이 마지막이라 너무 슬프네요, 프레이야 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프레이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난티나무 2022-02-01 0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월 준비 완료!!!!

다락방 2022-02-02 14:33   좋아요 2 | URL
뽜이팅!! 가봅시다!! 2월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

2022-02-03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3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2-03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묶음 안내 넘 좋습니다! [못생긴 여자의 역사] 재밌게 읽었는데 나오미 울프의 책과 연계해서 소개해주시니 또 다르게 보입니다. 2월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2-03 11:00   좋아요 1 | URL
오, 못생긴 여자의 역사 재미있나요? 어서 읽고 싶네요. 지금은 필리스 체슬러 책 읽고 있는데 아이참 몸이 한 개라서 너무 짜증나요. 몸 열두개쯤 더 있으면 못생긴 여자의 역사 읽게 하고 나오미 울프 책 읽게 하고 잭 리처 읽게 하고 그럴텐데요. 어휴 왜 몸은 하나인가...

2월 동참, 환영합니다!
 
















여성은 정치권력의 매개체와 희생자가 아니고서는 정치 권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적이 아닌 무언가로 권력을 파악해야 하고, 권력을 단순한 지배가 아닌 잠재력으로, 위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것으로, 단순히 탄압적이거나 상처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p.385


어제 퇴근길에 기사 하나를 읽었다. '추적단불꽃'의 활동가였던 '불'이 본인의 실명을 밝히고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다는 거였다.


기사1. <추적단 불꽃>의 '불', 민주당 선대위 합류... "국힘 승리하면 여성의 미래 어려워"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기사2. '추적단불꽃' 박지현, 민주당 선대위 합류.."대선에 2030 여성 목소리 내겠다" [스팟+터뷰] (daum.net)


추적단불꽃의 '불' 박지현 씨는 27살의 여성이다. 추적단불꽃 활동을 할 때에도 '그러다 정치하려고 하냐'는 비아냥을 들었다고 했는데, 어제 이 기사들의 인용중에는 '이력은 팔아먹고 출세는 해야겠냐'는 조롱의 댓글도 달려있었다. 기가막혔다. 왜, 출세를 하면 안되는가? 왜 정치를 하면 안되는가? 박지현 위원장 본인도 '정치하면 안되느냐'고 비아냥에 되물었다 했는데, 디지털성폭력 근절에 앞장섰던 활동가가 정치를 하는 것이 왜 욕먹을 일인가? 


박지현 위원장 본인도 인터뷰에서 힘에 대해 얘기했다. 본인을 포함한 활동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잘 바뀌지 않는 현실 때문에 힘을 갖고 싶었다고, 그래서 고민 끝에 선대위에 합류하게 되었다 했다. 나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너무나 잘 알겠다. 나 역시도 내게 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에 대해 수없이 많이 생각해봤더랬다. 하고싶은 말이 있을 때, 내 목소리가 저 멀리까지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내 뜻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랄 때, 우리는 힘을 원하지 않나. 그런데 박지현 위원장이 그런 힘을 갖기를 원하고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그 힘을 붙잡으려고 한 것이 왜 조롱의 이유가 되어야 하나. 박지현 위원장은 고민을 많이 했고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 활동가와 이야기도 나누었다고 했다. 그런 시간들을 전하는 입장문에서는 혹여라도 자신의 결정 때문에 실망하게 될 사람들에 대한 염려도 들어있었다.

어쩌면, 어떤 부분들에서는 그러니까 어느 지점에서는 누군가는 실망하거나 서운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내가 바라는 정당으로 가지 않았느냐는 서운함 같은 것들 혹은 정치인이 되지 말고 활동가로 남아주지 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로 말하자면, 박지현 위원장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어제 처음 기사를 봤을 때는 왈칵 눈물이 나왔다. 자신이 옳다고 행한 바를 보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젊은 여성이 힘이 필요해 이제 정치인이 되려고 하다니, 나는 이 스토리 자체가 너무 벅차오르는 거다. 나는 감히 생각도 못한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 젊은 여성을, 나는 진심으로 내 힘을 다해 응원한다. 하시라. 더 큰 힘이 필요했던 만큼 충분히 지지를 받고 탄력을 받고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읽었던 시사인에서는 성평등국가로 알려진 아이슬란드를 찾아간 기사가 실렸다. 경제위기 이듬해인 2009년 아이슬란드에서는 최초로 여성 총리가 당선됐다.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는 승무원 출신이며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라고 한다. 여성의원들의 수도 주춤하다 점점 더 늘어갔다고 한다. 2021년 9월 총선에서는 48% 까지 올라갔다고. 해적당 쉰나 의원은 한국의 기자에게 말한다. 국회의사당 입구의 동상을 보았느냐, 그것은 1923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한 여성 잉기비외르그  H. 바르나르손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2001년 세워졌다면서 그간 남성 위인 동상은 많았지만 여성 위인 동상은 21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동상에 그가 한 말이 적혀 있어요. '숫자가 변화를 가져온다. 여성 의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는 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시사인 748호, '세계1의 성평등 사회, 아이슬란드를 가다', P.30















나는 여성의원들의 수가 많아지는 것, 그래서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것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더라도, 여성의원들은 많이 보여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내가 이수정을 그리고 신지예를 욕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들 본인의 결정에 누군가는 잘못됐다고 혹은 서운했다고 했을 수 있다. 또한 결과적으로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결정을 내린 본인들이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뭐가 됐든 당시에 그들은 박지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더 큰 지지가 필요하다고 느꼈을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걸 하고자 하는데 지금 이것보다 더 큰 지지가 나를 받쳐준다면, 하는 생각은 그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시라. 정치인이 되시라. 그리고 많이 보여지시라. 내가 장혜영 의원을 후원한 것도 그가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서였다. 하시라. 보여지시라. 그래서 더 많은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롤모델이 되어주시길 바란다. 어린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 너는 자라서 무엇이 되고 싶니, 라는 물음에 판에 박힌 대답들이 아닌 다양한 대답들이 나오기를 바라고 거기에는 정치인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길 바란다. 국회의원이 돼야겠어, 대통령이 돼야겠어, 가 거침없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이 변해야 하고, 그건 아이슬란드의 쉰나 의원의 말처럼 숫자가 더 많아져야 가능할 것이다. 


여성들이여, 더 많아지자. 우리, 더 많아지자. 

굳건히 버티고 살아남고 그리고 더 많이 보여지자. 

그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면서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더 젊은, 더 어린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더 많아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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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1-28 14: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 중에 어린 시절 꿈이 대통령이라고 말한 이가 있어요. 그래서 곰곰 생각해봤죠. 내 친구가 대통령이 된다면! 하고_ 어젯밤에 인터뷰도 보았습니다. 더 많은 목소리들이, 더 많은 이들이 나타나기를!

다락방 2022-01-28 14:51   좋아요 6 | URL
그러려고 의도했던건 아니었는데 하필이면 선거 가까울 때 정치책을 읽게 되어서 뭔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비타 님 친구분이 대통령선거에 나올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저는 더 많은 젊은 여성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또 차곡차곡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대선후보로도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정치인에 나이든 남자.. 그만 보고 싶어요!

잠자냥 2022-01-28 15: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지현씨 관련 기사 읽고.... 오늘 집에 가서 일단 사놓고 여태 안 읽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읽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약간 표심도 흔들리네요...; 음.......

다락방 2022-01-28 15:35   좋아요 4 | URL
저는 이미 읽었지롱요 ㅋㅋㅋㅋㅋ
저도 근데 기사 읽고 나니까 표심이 좀 흔들리더라고요. 제가 결국 흔들려서 이동한다 해도 또 그렇지 않고 제 지지가 심후보한테 굳혀졌다해도, 박지현씨의 움직임은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다른 많은 표심들이 움직인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너무 좋고 말이지요. 이수정 과 신지예가 국힘에 갔을 때는 그들 때문에 여성들의 표가 국힘으로 갈것이다 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박지현씨의 기사는 움직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박지현씨한테 결국 정치할거냐 출세할거냐고 조롱하는 사람보고 진짜 지구바깥으로 쫓아버리고 싶었어요. -.-

바람돌이 2022-01-28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불꽃의 그분이 박지현씨군요. 그분의 정치활동 시작을 저도 당연히 지지합니다. 신지예씨는 잘 모르겠고 이수정교수가 국힘에 들어갈때 저는 그분이 느꼈을 장외의 한계가 어떤 것이었을지를 많이 생각했어요. 자신이 생각하는바를 이루기 위해선 어쨌든 정치내의 힘이 필수적인데 얼마나 갑갑했르면 저기를 들어가시나 그런 기분이었어요.

다락방 2022-01-28 15:42   좋아요 3 | URL
맞아요, 바람돌이 님. 저도 같은 생각을 여러차례 했습니다. 이수정 교수님이 이다혜 기자와 함께 범죄영화 프로파일 이란 팟캐스트를 진행하게 된것도 본인이 해야 할 말을 더 전하기 위해서였거든요.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과 여성들에 대해 법을 만들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십수년을 부르짖었지만 반영되지 않아 굉장히 답답해하던 분이셨어요. 그러니 더 큰 힘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싶더라고요. 비록 큰 정당에 들어가 본인이 원하는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해도, 큰 힘이 내게 손 내밀 때 그걸 잡고 싶은 마음은 숱한 갈등 끝에 당연했으리라 보여요.

박지현 씨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persona 2022-01-28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사회 운동은 계층의 입장을 동반하는데 그게 안 정치적일 수가 있을까요. 누가 됐든 참여해서 조금 더 나아진다면요. 저는 이수정 선생님도 선생님으로서는 존경한 분이었어요. 그분보고 대학에서 곱게 공부만 했던 사람이 뭘 아냐는 비판도 봤는데 그 분은 교도소 다니면서 인터뷰도 많이 하셨던 분이고 발품팔아 연구하신 분이세요. 강력계 형사도 아닌데 자신의 아이를 향한 협박도 들었던 적도 있어요. 어느 분이나 어느 당으로 들어가 활동하든, 자신이 생각했던 뜻은 존중하고 싶습니다. 잘못 가는 거 같음 그때 까면 되죠 뭐;; 일단 멋지네요. 박지현 씨 응원합니다!
링크 클릭했는데 다른 기사에서 심상정 의원님 옆에 ‘해치지 않아요,…’란 말 보고 빵 터졌어요. 4자토론 당연히 해오던 거 아닌가, 이게 왜 뉴스거린가 의문이 쏙 들어가버렸네요. ㅋㅋ

다락방 2022-01-30 20:12   좋아요 1 | URL
저도 페르소나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정치할동을 하면서 뭔가 잘못한다면 그걸 욕하면 되는데, 정치를 시작한다는 이유로 온갖 욕을 다 해대니.. 세상 멋진 여성들이 어떻게 다 저랑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정당을 지지하겠습니까. 본인이 지향하는 바가 있는 쪽으로 들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그건 그것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치를 하려는 모든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오늘 김진숙 님의 심상정 지지 영상을 보았는데, 어휴 너무 좋더라고요. 김진숙 님도 좋고 김진숙님이 지지하는 심상정 후보도 좋고. 그냥 그 영상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2-01-28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그 기사 읽고 한동안 맘이 뭉클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도 생각하면 막 짠하고요 ㅠㅠ
박지현 위원장의 결단과 헌신이 꼭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요.

다락방 2022-01-30 20:13   좋아요 0 | URL
어느 지점에서 뭉클한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왜이러지? 했어요) 저도 기사 읽으면서 진짜 뭉클하더라고요. 막 뭔가 장하다 자랑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도 들고 그 용기는 또 얼마만큼의 크기인가 싶고, 또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했을까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어휴. 맞아요, 단발머리 님 짠해요. 박지현 위원장이 하고자하는 바를 꼭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뭇잎처럼 2022-01-28 1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사 이래 가장 반동적인 반페미니즘적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보면서 우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생각했습니다. 이대남들은 조금만 자기 밥그릇이 위축되어도 저렇게 난리인데, 우리는 그동안 그렇게 많이 주고, 지고, 살았으면서 이 어처구니 없는 반페적 분위기에 왜 이렇게까지 조용할 수 있나, 아직까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때 여성이 더 정치판에 나와야한다는 입장에서 그녀를 지지했던 한 선배가 거의 매장되다시피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신지예, 이수정, 박근혜 모두 여성이 아니라 그들의 정치력으로 판단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들의 행보와 발언에서 그 어떤 정치적인 소신이나 바라는 바가 대체 무엇인지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혼외자‘ 의혹으로 사퇴해야 했던 조동연이 대체 왜 사퇴해야 하는지, 이혼을 하든, 비혼모든 왜 그게 정치를 하든데 결격사유가 되는지 따져물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박지현, 장혜영 모두 그들의 정치적 활동으로 평가 받아야 하며, 남성들에게는 하지 않을 질문 같은 거 제발 좀 치워달라고 하고 싶어요. 저도 시사인 저 기사 넘 몰입해서 밑줄까지 쫙쫙 그으며 읽은 기억이 나네요. (미안하지만 신지예는 관종 이외에 암껏도 아니었다고, 이수정? 그 분 도대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체 맥락에서 파악할 능력이 없으면 하시던 일 하시는 게 세상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다락방 2022-01-30 20:4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나뭇임처럼 님. 누가 됐든, 그게 여자든 남자든 정치를 하고자 하면 정치력으로 판단 받아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정치를 시작하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게다가 그것이 내가 기대한 바가 아닌 정당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하는건 저로서는 전혀 하고 싶지않은 일입니다. 저 역시 신지예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분이 관종이라 국힘에 갔던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그 분 나름대로 녹색당에서 성폭력을 당한후 무소속으로 시장 선거 출마도 했었으며 최근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의 성폭력과 2차가해에 엄청난 환멸을 느낀바를 얘기했었어요. 누가 뭐라든 그분은 그 분 나름대로의 정권교체를 바라고 갔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그 분이 관종이었다고 해도, 이준석도 거대정당의 당대표인데 신지예면 양반 아닌가 싶어요. 내심 국힘가서 이준석 눌러버리길 바랐는데 신지예가 나와버렸네요. 후우- 저는 그게 너무 아쉬워요.
이수정 교수님 역시 그간의 여성과 약자를 위한 활동을 저는 보아왔던 바, 그 분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사인 저 기사 완전 밑줄 그으면서 읽었어요. 그런 한편 아이슬란드 성평등 1위 국가라고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바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기사를 통해서야 비로소 알았네요. 그렇다면 성평등은 도대체 얼마나 먼 일인가 싶어 암담했고요.. 휴..

공쟝쟝 2022-01-28 1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한다! 박지현! 저도 너무 반갑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환멸을 유리절벽처럼 여성들이 수호하는 것은 화가나지만, 그럼에도 의미 있고 안심하게 됩니다!

다락방 2022-01-30 20:28   좋아요 1 | URL
저도요 공쟝쟝 님, 결국 젊은 여성들에게 의지하는 것인가 싶어서 좀 복잡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박지현 위원장의 선택과 결정은 정말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아무튼 뜻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2-01-28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저런 똑똑한 여성이 있었답니까??^^
저는 처음부터 그 쪽 표심이었던지라, 더 기쁩니다ㅋㅋㅋ
저는 내가 투표하고자 하는 당은 앞으로 내 자식들이 그리고 모든 여성들이 살기 편한 나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힘 있는 당을 지지하고자 합니다.
박지현 위원장의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그 결정과 행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길 기원해야 겠어요.
그럼 저도 후원을 알아봐야 하나요???ㅋㅋㅋ

다락방 2022-01-30 20:3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책나무 님. 저도 앞으로 나올 정치인들이 부디 젊은 여성들이 살기에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윤석열을 보면 너무 암담하고요, 지옥같은 현실이 더 지옥이 되려는건가 싶어서 이 나라가 똥같이 느껴져요 ㅠㅠ

박지현 위원장이 훨훨 날고 또 힘도 갖고 그렇게 쑥쑥 위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서괭 2022-01-30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불꽃이 정체를 밝혔군요! 힘든 결심이었을텐데.. 장하다고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정치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은 참 웃기네요. 꼭 아무것도 안 하고 입만 터는 사람들이 남들에게 그러더라고요?

다락방 2022-01-30 20:31   좋아요 1 | URL
아니, 저토록 훌륭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정치 좀 하면 어떻습니까. 너무 좋지 않나요? 도대체 정치를 어떤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사람들 왜케 쓸데없이 말 많은가 몰라요. 맞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입만 터는 사람들이에요 진짜. 저는 박지현 위원장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