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받아본 경향신문을 펼쳐보기 전, 나는 좀 침울해져있었고, 좀 우울해 있었다. 어제 생겼던 기분 나쁜 감정들이 채 사그라들질 않았었고, 그래서 여전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체호프 단편선]이 경향 1면에 있다. 신문을 읽을때 내가 가장 먼저 읽는 '책 읽는 경향'  

 

오늘 책 읽는 경향에 실린 글 (출처:경향신문  작성: 사계절 아동청소년문학팀 편집자 김태형)  



 

진부함을 망각한 현실이 두렵다 

 

 

되돌아 보면 2009년은 꽤나 진부한 한 해였다. 그래서 무서웠다. 하지만 공포를 느끼기엔 우리 각자의 삶이 너무나도 지난했다. 진부하지만 그럴 듯해 보이는 변명이었다.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뒤 100년이 흘렀지만, 공포는 여전히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그런 사실조차 잊어버린 오늘날의 현실이 우리가 직면한 '공포'의 실체는 아닐까.  

 

   
 

"정확히 뭐가 무서운 겁니까?" 내가 물었다.  

"모든 것이 무서워요. 나는 천성이 심오한 인간이 못 되는지라 저승 세계니 인류의 운명이니 하는 문제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뜬구름 잡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얘깁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중략)내 생각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 실수를 저지르고 옳지 못한 짓을 하며 서로 비방하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겁니다. 사는 데 방해만 되는 불필요하고 시시한 짓거리들에 우리는 자신의 힘을 소진합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단편 '공포'중에서. 20-21쪽) 

 
   

 

어제의 내가 그랬다. 내가 하는 모든 짓거리들이 시시하다고 여겨졌고, 이런일로 내가 왜 힘을 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든것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제 내가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더럽다'였다. 정말이지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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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1-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생겼던 묵은 감정, 오늘 싸악 처리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재밌는 영화나 신나는 음악(심지어 미카의 음악도)도 위로가 안 되려나 ?

다락방 2010-01-29 17:45   좋아요 0 | URL
어제 생겼던 감정은 이제 거의 사라졌는데, 이젠 배가 고프네요. 흐흐
네, 내일은 신나게 보내봐야죠. 기억의집님도 신나는 주말 보내세요!! :D

레와 2010-01-2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과 나에게

'다 지나가리..'



다락방 2010-01-29 17:46   좋아요 0 | URL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그리고 가슴에 사랑만 차오르리. (응?)

비로그인 2010-01-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확히 단편의 저 부분은 저도 어딘가에 옮겨 놓았던 적이 있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저는 뭔가 강령적인 말들이 들리는 듯한 상황에서 저 부분이 생각났던 것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이라고 하긴 약간 어둡지만,,살짝,, 몰래 보고 가려다가 흔적 남깁니다~ (첨댓글이네요^^)


다락방 2010-01-29 17: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결님.
그래서 책을 인용하는게 즐거운 것 같아요. 그냥 가시려던 분도 잠깐 멈칫하게 만드니 말이죠. 헤헷.
반갑습니다. 종종 뵐게요! :)

무해한모리군 2010-01-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짜증나 였어요.
그래도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일 이~~~~~~~~~따만큼 생길거예요..

다락방님.. 위로하자면 저는 기분전환한다고 빠마했다가 밖에 못나갈 처지예요 --;;

다락방 2010-01-29 17:47   좋아요 0 | URL
음...저도 머리를 어떻게 좀 해볼까요?

(아님..성형수슬을 하든지. 킁킁)

치니 2010-01-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요새 힘든 일들이 많은가봐요. 에공.
하지만 체홉의 저 글은 동병상련으로 약간의 위로를 주기도 하네요. :)

다락방 2010-01-29 17:51   좋아요 0 | URL
힘든 일이라기 보다는, 그냥 좀 사소하게 마음에 안드는 것들, 거슬리는 것들이 생기네요. 어휴..
이런걸 의연하게 훅, 넘겨버려야 하는데 제가 의외로 소심한 것 같아요. 아니, 대놓고 소심한가..제가 가장 싫어하는 성격중의 한 부분이에요. 이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쓰고 집착하는거요.

그런데 치니님, 퍼스나콘은 누구에요? 진정 꽃미남인데요!!

아, 가슴속에 한가득 사랑과 또 한가득 시름이 서로 투닥투닥 싸우고 있어요. 머리가 터질것 같네요.

치니 2010-01-30 11:58   좋아요 0 | URL
임주환, 탐나는 도다에 나왔던 그 분이죠! 에헤헤.

다락방 2010-01-31 00:23   좋아요 0 | URL
아, 그 사람일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제가 그분을 모르니 사진만으로는 알아보질 못했네요. ㅎㅎ

blanca 2010-02-0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 체호프를 안이뻐할 수가 없네요. 살만하다가도 기분 확 나빠지고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그 때는 킹 아저씨를 ㅋㅋㅋ 이러니 무슨 전도사 같네요. 다락방님도 어여 기분이 확 업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아 놔, 체호프 단편선 저거 또 지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0-02-01 23:47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요. 살만하다가도 기분 확 나빠지고, 나빴다가도 다시 살만해지기도 하고 그런건가 봅니다. 왜 제게 모두들 킹아저씨를 지르라고 하는걸까요. 아~ 매정한 사람들. 흑흑 ㅜㅡ

체호프 단편선은 모두들 최고라고 하던데요!!
 

어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중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곧 떨어질 것만 같아서 지하철의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여기는 사람들 가득한 지하철 안이니 나는 그 눈물을 떨구어 내고 싶지 않아. 절망과 좌절을 가득 안고 집에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로 기절한채 자리라고 마음먹었다가, 

일전에 아주 힘들었던 날에, '정미경'의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를 읽고 좀 진정되는 마음을 느꼈던 경험이 떠올라서 나는 『필경사 바틀비』를 꺼내들었다.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라면 내 기분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꺼내들고 피츠제럴드의 단편을 폈다.제목은 『겨울 꿈』   

 

 

 

 

 

 

 

피츠제럴드는 어제 내가 못생긴 여자의 슬픔에 대해 얘기하는 페이퍼를 쓴걸 비웃었다. 너 그런거 썼지? 이제 예쁜 여자 얘기를 들어봐,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은 열한살짜리 작은 소녀였다. 몇년 뒤에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워져 숱한 남자들한테 끝없는 비참함을 안겨줄 숙명을 타고난 작은 여자애들이 그렇듯이 그녀는 굉장히 밉상이었다. 그러나 생기가 불꽃처럼 번득였다. 미소를 지을 때 두 입술을 입 가장자리 아래쪽으로 비트는 방식이라든지 그리고-맙소사!- 열정적이라고 할 만한 두 눈에 전반적으로 불경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 여자들에게 삶의 활력이란 일찍 나타나는 법이다. 그 활력이 지금 너무 역력하여, 그녀의 가냘픈 체구를 통해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P,275)

 
 

 

 

특정한 사람의 마음을 언제나 뒤흔드는 미소도,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눈동자도, 바늘로 톡 찔러서 굵은 피를 툭 떨어뜨리게 만들고 싶은 입술도, 키스할때는 너무나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게 생각되어지는 아주아주 높은 콧대도, 나는 갖고 싶지만 어느것 하나 갖추고 있지 못한데, 이 책속의 열한살짜리 작은 소녀는 이미 그걸 가지고 있고, 자기의 미소가 가져오는 효과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순간 그 소녀를 본 소년의 '꿈'이 된다.  

이 책에서 이미 말했던바와 같이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고, 숱한 남자들을 좌절과 절망에 빠뜨린다. 

   
 

열한살 때 그녀의 열정적인 눈과 아래쪽으로 말리는 입을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했던 과장기와 수척한 느낌이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두 뺨의 홍조는 그림속의 홍조처럼 뺨 가운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좋은 혈색'에서가 아니라 수시로 변하는 열기에서 생겨난 것으로 아주 옅어서 금방이라도 엷어져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런 홍조와 입놀림은 줄곧 거침없는 흐름, 강렬한 생기, 열정적인 활력의 인상을 주었는데, 부분적으로나마 균형을 맞추는 것은 슬픈 듯 고혹적인 두 눈뿐이었다.(pp.281-282) 

 
   

그녀는 그의 꿈이고, 그녀는 또다른 모든 남자들의 꿈이다.  

 

나는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으면서 언제나 결말을 궁금해하곤 한다. 그것도 단편을 읽으면서. 그는 아름다운 사랑을 외치지도 않고 행복한 삶에 대해서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대체 이렇게 예쁜여자와, 그여자를 꿈꾸는 남자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스포일러성, 그리고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의 결말중 내 마음에 쏙 드는 한줄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꿈이 사라진 것이었다.(p.305)  

 

지난밤에 나도 꿈을 꾸었고 그 꿈이 너무 슬퍼서 꿈에서 계속 울었다. 꿈에서 울었기 때문일까, 아침에 일어나니 좀 살만해졌다. 출근하는 길에는 걸으면서 MIKA 의 'We are golden'을 듣느라 뒤따라 오는 동료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잘 듣지 못했고,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어제 친구가 보내준 커피를 마셔보고자 봉지를 뜯었다. 아, 그런데 향이 무척 좋았다. 다른 직원에게 이거 향 좀 맡아봐요, 하고 코에 대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이 와, 대박이에요! 한다. 향이 좋은 커피가 사람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니, 놀랍다. 그러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란 인간은 사소한 걸로 눈물을 흘리면서 또 사소한 걸로 마음이 풀어지기도 하는구나.  

아니,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신경쓰는건 모두 사소한거겠지. 나만 그런건 아닐거야. 

 

못생긴 여자는 슬프고 힘들고, 예쁜 여자는 언젠가 그 빛을 잃는다면, 결국 외모는 그다지 중요한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고 한 11초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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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1-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백하건데,
내가 다락방에게 반했던건 다락방의 예쁜 외모 때문만은 아니였어요.
맛깔나는 언어구사력과 탐나는 글빨 때문에 예쁜 외모가 돋보였다는!
게다가 삼겹살과 소주를 사랑하잖아!!


저 사진속의 졸리가 아무리 아름다운들 마주앉아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지요. ㅎㅎ

그러니깐 내 코멘트의 요지는 삼겹살과 소주요.

다락방 2010-01-27 13:37   좋아요 0 | URL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완전 미치게 좋은 댓글이에요.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삼겹살과 소주를 먹을 수 없다면 나가리

2010-01-2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10-01-27 14:41   좋아요 0 | URL
나도나도 (뭐가?)

다락방 2010-01-27 18:17   좋아요 0 | URL
아프님. 알았어요 알았어. 삼겹살에 소주소주!! 됐죠? ㅎㅎ

Mephistopheles 2010-01-27 20:19   좋아요 0 | URL
그 중에 1인분은 항정살로 부탁합니다.

다락방 2010-01-27 23:52   좋아요 0 | URL
아~ 고기 섞어 먹으면 안되는데...술은 섞어 마셔도 고기를 섞어 먹으면 그 맛이 떨어지는데...이를 어쩐담....뭐, 판 갈고 딱 1인분만 먹도록 하지요. 지화자, 얼쑤~

2010-01-27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1-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보니 역시 다락방님은 예쁘군요. 저는 저 대문 사진을 보며 항상 생각했드랬죠. 이 서재의 주인장도 안젤리나 졸리처럼 이쁠까? 이쁠거야. 암, 그렇게요. 예쁜 여자는 젊을 때야 찬란하지만 나이들면서 슬퍼지고 못생긴 여자는 젊을 때 조금 슬프지만 나이들면서는 더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저의 궤변 ㅋㅋㅋ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못생긴 여자는 정말 너무 불쌍하다는 콜필드의 얘기를 읽으면서 뿜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락방 2010-01-27 18:12   좋아요 0 | URL
제가 졸리처럼 예뻤다면 졸리 사진 대신 제 사진을 쓰지 않았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콜필드는, 여자가 예쁘게 하고 오느라 약속 시간에 늦는건 정말 괜찮다고, 화를 낼 수가 없다고도 얘기하지요. 그래서 저는 항상 약속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머큐리 2010-01-2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다락방님이 이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말이죠... ( ")

다락방 2010-01-27 18:09   좋아요 0 | URL
음..아무래도 다락방 음해세력이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을 어서 떠야겠어요. 불끈!

머큐리 2010-01-28 08:34   좋아요 0 | URL
아~ 그분이 음해세력이었군요...제가 정의의 심판을 내리겠습니다...
"다락방님이 그러는데...다락방님이 예쁘다는 건 그분을 음해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름답다(응?)고 해!!"ㅋㅋ

다락방 2010-01-28 08:3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대체 어느분한테 들으신걸까요. 머큐리님과 왕래하시는 분중에 절 만난 분은 별로 없는듯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가깝게 지내지 마세요. 음해세력음해세력음해세력음해세력이에요 ㅎㅎㅎ

2010-01-28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8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2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므로 남는 것은 남자의 미모.

다락방 2010-01-27 18:11   좋아요 0 | URL
남자의 미모는 남자의 모든것!

마녀고양이 2010-01-2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들이 너무 맛갈나네요... ^^ 그런데 다들 다락방님 이쁘시다는데 그런 분이 이렇게 슬퍼하시면,, 진짜 못생긴 저는 어쩌라고.. ㅠㅠ.. 아자아자!

다락방 2010-01-27 18:11   좋아요 0 | URL
에..사람들이 저한테 대놓고 '맞아요, 당신은 못생겼어요'라고 할 수는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런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흑.

눈이 왔어요. 오늘부터 다이어트 할라고 했는데 눈이 오니까 훈제연어도 생각나고 카레도 생각나고 갈비도 생각나고 소주도 생각나고 그러네요. 이를 어째야할지..orz

메르헨 2010-01-2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 답변 완전 멋진걸요.^^ 나가리!!!

다락방 2010-01-27 18: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ㅎㅎㅎ
그렇지만 졸리도 삼겹살과 소주를 좋아할지도 모르는데요!!

hnine 2010-01-2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꿈'이로군요.
다락방님의 이 글로 다시 들춰보게 합니다.
외모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동안엔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이 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하면 중요하지 않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우리의 생각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요.
좋은 커피향 하나에도 기분이 확 달라질 수 있는 건 저와 비슷하시네요 ^^

다락방 2010-01-27 23:54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제가 커피향이 좋다고 기분이 달라지는 사람인줄 몰랐었어요. 오늘 아침까지는 말이죠. 그런데 좋은 커피향을 맡으니 정말 좀 나아지는 거에요! 그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구요.

사실 제가 정말 많이 좋아한 사람중에는 꽃미모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생은 그런건가봐요.

Mephistopheles 2010-01-2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선균의 뒷통수를 친 이하늬가 중얼거린 독백이 생각나요.
(이태리 유학 중 1등에게 무료교육 코스가 보장된 콘테스트에서 이선균 음식을 몰래 망쳐버리고 1등을 했죠.)
"난 단지 실수를 한 것 뿐이야...실수..."
그러면서 이선균 앞에 나타나 "안녕! 보고 싶었어! 오래간만" 이러고 있으니...
(이쁘지만 않았다면 진짜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2초 났더랬습니다.)

다락방 2010-01-27 23:54   좋아요 0 | URL
아이쿠야! 저였다면 발길질 당했겠네요!

음, 역시 저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불끈!!

글샘 2010-01-2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씨... 나쁜 사람들... ㅠㅜ
배부르게 저녁 먹었는데, 할 수 없이... (핑계없는 무덤 없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러 나가야잖아욧!
책임지셈~

다락방 2010-01-27 23:5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삼겹살에 소주 먹었지롱요~ 후후후후훗
아~ 정말이지 삼겹살에는 소주가 최고, 소주에는 삼겹살이 최고~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에요.

다락방 2010-01-2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상하다. 왜 브론테님이 안오시지? ㅜㅡ

기억의집 2010-01-2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뎅과 함께 사케 한잔!

이쁘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아요. 근데 이상해요. 갑자기 왜 다락방님이 아래 페이퍼부터 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왜요?왜요?왜요?

다락방님 제 생각에는 이쁜 여자는 드물다고 봐요. 드무니깐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되겠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이쁜 여자여서 좋아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이유로 끌리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외모가 아닌 다른 매력이요.
다락방님한테(본인이 안 이쁘다고 우겨서, 언젠가 한번 확인을 위해 소주 아니 맥주한번 마셔야하는데...)
뭔가 사람을 확 휘어잡는 다른 매력이 확실히 있어요.정말 정말 정말 다락방님은 매력적인 걸~~요!

다락방 2010-01-28 09:33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기억의집님. 저 갑자기 왜이러죠? 하하하하하하하하 뭔가 되게 쑥스러운데요!

네, 저도 다른 이유로 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사랑했던 남자 중에는 참말이지 볼때마다 더 못생겨지는 남자도 있었으니깐요. 보면 놀라는 거에요. 헉, 이렇게 못생겼었나? 지난번보다 더 못생겨졌는데? 하면서요. 그런데 그 본 순간을 제외하면 또 막 좋은거죠. 그리고 못생겼다는걸 인식도 못하게 되고요.
그나저나 기억의집님이 저한테 칭찬을 한아름 해주시니, 제가 초절정섹시재벌남을 만나게 되면 책 오백권쯤 사드릴게요. 후훗 :)

좋은날 2010-01-2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글 남겨요.. 저는 다락방님의 서재에 왔다가면
기분이 좋아져서 가거든요..
다락방님처럼 책도 많이 읽고 글 잘 쓰게 되는게
올해의 희망사항이자 꿈이랍니다.

다락방 2010-01-28 11:53   좋아요 0 | URL
좋은날님, 반갑습니다!
제 서재에 오셨다가 기분 좋아져서 가신다면, 와- 그처럼 좋은일이 또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게다가 칭찬까지. 헤헷.
앞으로 종종 뵐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L.SHIN 2010-01-2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촌이었었죠?
[죽음의 백세주] 번개 였던 날, 마지막에 도착하는 다락님을 마중하러 우리는 갔었습니다.
신촌에 있는 게 연세대인가... 그 학교 앞 신호등에서 저 멀리 서 있었던 다락님은 핑크색 니트와 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거 같아요. 신호가 떨어지고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다락님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모르셨을 겁니다.
그 추억이 있은지 3년째로 들어가는군요. 다락님은 정말로 예뻤답니다.

다락방 2010-01-28 15:53   좋아요 0 | URL
아 죽음의 백세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날 집에 갔는데 택시비 없었던 기억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신 차려보니 택시안이고, 지갑 열어보니 천원한장 없고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3만원만 들고 텨나와..이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서운 날이었어요, 무서운날. 대체 우리가 그날 비운 백세주는 몇병일까요? 대체 왜 그렇게 많이 먹었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그게 벌써 3년이나 지난 일인가요!!!!

나이만 먹는군요. 휴.....

2010-02-23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주요섭'의 작품중에 『추물(醜物)』이란게 있다. 이 작품속의 여자주인공은 언청이로 굉장한 추물이라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다. 그런 여자가 하루는 물장사와 관계를 가져 임신을 하게 되는데, 오죽하면 사람들은 저런 추물에게도 남자가 있구나, 하고 또 놀려댄다. 그런 놀림 속에서 여자는 반드시 예쁜 여자아이를 낳아 보란듯이 살아보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운명이란 얼마나 잔인한가. 그녀는 바라던대로 딸을 낳았지만, 그 딸 역시 언청이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추물이 추물을 낳았구나!'라고 또 놀려댄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자라나면 또 그러한 쓰라린 인생을 보내겠지.' 란 생각으로 그 아이를 죽일 생각도 했다가 그래도 크면 좀 인물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중학생때 이 작품을 읽다가, 이 작품이 전해주는 슬픔과 아픔과 잔인함과 비뚤어진 유머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래서 그 당시에 이 작품을 두번이나 읽었고, 친구들에게도 만나기만 하면 혹시 이런 작품을 아느냐며 줄거리 얘기하기에 바빴다. 정말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읽은 창비세계문학의 단편집 스페인,라틴아메리카편의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를 읽다보니, 이 주요섭의 [추물]이 생각나는 작품들이 몇개 있더라. 아프고 무섭고 슬프고 쓸쓸하고 잔인한 소설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방은 지하실의 겨드랑이처럼 찝찔하고 시큼하고 달착지근한 냄새를 풍겼다.(p.34)

 그러더니 다시 이런 구절이 나와서 본격적으로 슬프게 한다. 

빠꼬는 누이동생이 억세게도 운이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예쁜 구석이라곤 오직 목소리뿐이었다. 이따금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슬퍼졌다. 못생긴, 아니 어쩌면 지독히도 못생긴 얼굴에 촌스러운 몸뚱이. 뱃살은 불룩하게 부풀어올랐고 엉덩이는 펑퍼짐하다 못해 거의 네모에 가까웠다..... 자기가 못생겼다는 것을 의식하는, 못생긴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에 굴욕당한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절망한 여자. 그는 가난한 여자에게 예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했다. 좋은 직업은 물론 심지어 성공적인 결혼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삶을 향상시킬 모든 가능성은 미모에 달려 있었다. 못생기고 가난한 여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남자에 비견되었다.(p.47) 


친구의 아들은 이제 막 다섯살이 되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예쁘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나만 예쁘다고 했다. 내가 놀랐던 건, 나는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인 남자들에게는 예쁘다는 말을 듣는 여자사람이 전혀 아닌데, 다섯살짜리 어린 남자아이가 나에게 예쁘다고 했다. 나는, 그러니까, 어린 아이에게 먹히는 얼굴인건가! (물론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어린아이들은 안그랬다. -.-) 

그래서 나는 이런 구절, 못생긴 여자들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에 대해서는 한없이 슬퍼진다.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오라시오 끼로가'의 『목 잘린 암탉 』 

사실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추물을 생각했다. 이 작품속에서 '마치니 페라스 부부'의 첫째 아들은 태어난지 20개월이 된 어느날 밤, 끔찍한 경기를 하고 나더니 바보가 되었다. 둘째 아이는 18개월째에 첫째아이와 똑같은 경기를 앓고 바보천치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에 태어난 그들의 쌍둥이 아들들은 차츰차츰 두 형의 전철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지능과 정신, 본능까지도 잃고 만 바보 4형제가 되었다. 집안 분위기는 침울해지고, 부부는 서로를 원망하는 가운데, 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려는지 막내 딸아이가 태어난다. 혹시 오빠들과 같은 증상이 일어날까 부부는 전전긍긍하지만 네살이 될때까지 그 딸아이게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딸아이는 이 부부에게 마냥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이 소설이야말로 가장 충격적이고 무서운 결말을 가지고 있어서 내내 [추물]이 생각났고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생각났다.  

 

이 단편집 속에 실린 단편들이 슬프고 아픈건 단순히 [추물]을 생각나게 하기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창비세계문학에서 가장 먼저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골라집게 된건 제목 때문이었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그래서 이 책을 펼쳐서는 사실 이 제목의 단편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이 제목을 접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이런 시작이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후스띠노,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어서 그들에게 가서 전해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그렇게 말해줘.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p.213)  
   

  
그러니까 내게 가장 관심을 받았던 이 제목에는 어떤 깊은 은유나 비유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처음부터 대놓고 직접적으로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라고 할 줄은 몰랐다는 말이다. 자,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이렇게 외친 이 남자는 결국 죽었을까? 
 
 
이 단편집 속에서 내가  좋아했던 건 '후안 호세 아레올라'의 『전철수』다. 이 책의 각 단편마다 시작하기 전 작품해설이 쓰여져 있는데, 이걸 읽고 나면, 얼마전 Jude님이 리뷰에 쓰셨던것처럼 스포일러를 만날수도 있고, 또 해설이 의도한대로 읽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몇편쯤 해설을 먼저 읽었다가는 안되겠구나 싶어서 작품을 다 읽고 해설을 읽는다. 그렇게 읽으면 해설은 때때로 내가 놓친걸 얘기해준다. 그래서 내용 자체만으로도 좋았지만(사실 내용은 유머로 받아들이면서도 힘들고 한숨이 나온다), 해설을 읽으면 끄덕끄덕 하게된다.  


작품에서 서술된 상황은 관행적인 질서와 존재에 대한 일체의 논리적,현실적 개념에서 벗어나 과장되고 그로테스크하고 터무니없는 세계로 들어간다.(중략) 우선 여기에서 비유와 전형은 부조리와 한계를 지닌 보편적 인간조건과 현실을 가리키며, 기차여행은 인생여정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겉만 그럴싸한 현실의 환상에 사로잡힌 터무니없는 기획의 집행자, 전횡적 권력에 의해 우연과 기만에 내던져진 여행자라는 멕시코인의 존재방식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p.224)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을 꼽아보라면 '아우구스또 몬떼로소'(아유, 이름이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ㅜㅡ)의 『일식』과 '루이사 발렌수엘라'의 『검열관』인데,   


『일식』은 단 한장짜리 단편으로 상대가 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있다가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는 신부가 나온다. 신부는 원주민 마야족을 대하며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감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격렬하게 피를 뿜게'되는데, 이 한장이 던지는 메세지가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는 내가 퍽 좋아하는 바다. 그렇다면, 
 
『검열관』은 어떤가! 
 
이 단편집중 내가 최고로 삼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데, 일전에 나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읽으면서,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보고, 인간이 서로 다투고, 자신이 상대의 위에 서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본능인건가 싶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검열관은 그 『파리대왕』을 생각나게 하면서 사실은 아주 많은 부분을 영화『타인의 삶』을 생각나게 한다. '후안'은 자신이 보낸 편지가 검열되는건 아닐까 내내 고민하다가 아예 자신이 검열관이 되어 그 편지가 검열되어 보내지지 않는걸 막고자 한다. 처음에는 검열관으로서의 일이 자신의 편지를 보내기 위함이니 안심하다가, 그는 점점 더 그 일에 빠져들게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승진을 하게 된다. 그러다 점차 업무에 심취하게 된 나머지 그를 검열국까지 오게 한 숭고한 임무를 망각하기까지 한다. 이제 그에게 닥쳐올 사건은 무엇일까. 
 
자, 이 작품의 해설을 보면,  
 

작가의 정치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검열관』에서는 아이러니를 통해 모든 대상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권력의 본질을 파헤친다. 권력은 그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조차 삼켜버린다. 강박적으로 업무에 매달리던 검열관의 터무니없고 불합리한 최후는 정부의 억압적인 통치방식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p.252)

 

이런 작품을 읽게 되다니, 참 고맙고 좋기는 한데, 사실 이런 작품을 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사회적 배경이 씁쓸하다. 왜 권력과 정부는 작가들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드는걸까.  이런 글을 쓰면서도 아프지 않았을까.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끝내고 어느 나라를 시작할까 하다가, 갑자기 또 피츠제럴드에 대한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미국을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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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10-01-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댓글이지만

다락방님. 저 그 고흐의 아몬드꽃 표지. 그책 오늘 받고야 말았어요. 헉.
다락방님께 경의를;;

다락방 2010-01-26 15:05   좋아요 0 | URL
Jade님. 저는 무쇠팔 무쇠다리. 얼마전엔 율리시스를 집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답니다. 토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러니 저를 우러러보아 주십시오. 움화화핫

... 2010-01-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는데요, 할 일이 산더미라 심적부담감땜에 차마 책장을 펼치지 못하겠어요, 엉엉.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이 작품을 검색해보니 (스페인어는 모르니까, 영어로...) "Tell them not to kill me"더라구요. 어찌나 실망스럽던지요.. tell them not to kill me 가 뭐야,? 뭐야? 뭐냐구!!! 우리 말로는 절규를 하고 있쟎아,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라고!!!

미국편은 제가 이미 읽은 게 많아서 가장 나중으로 밀리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다고만 스포일러성 귀뜸~~

다락방 2010-01-26 15:09   좋아요 0 | URL
미국을 먼저 읽을까 폴란드를 먼저 읽을까 이러는데 갑자기 피츠제럴드가 미국속에 포함되어 있는게 아니겠어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요. 아 피츠제럴드 사랑해요. 원래 피츠제럴드가 완전 최고사랑이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로맹 가리 까지 더해져서 아, 저는 정말이지 누굴 더 사랑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흑.

흐음, 그러게요. 영어제목은 우리나라 제목처럼 절규가 느껴지질 않네요. 우리말로 옮기니까 정말 완전 울트라캡숑멋진 뉘앙스의 문장이 되지 않나요? 일전에 브론테님 포스팅에서도 우리가 이야기 나눈바지만, 정말이지 완전 멋진 제목이에요.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레와 2010-01-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길게 썼지만, 할 얘기가 더 있는거 같은데, 남은거 같아요.ㅋ


눈 앞에서 글자들이 춤을 추는군요~ 어지러워..@_@

다락방 2010-01-26 15:10   좋아요 0 | URL
사실 이렇게 길게 썼지만 제가 정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거 읽다가는 이 생각나고, 저거 읽다가는 저 생각 나고...
어떤 얘기는 미처 못다한것 같기도 하고. 맞아요, 정말 그래요. 흐음....

머큐리 2010-01-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긴글을 읽기를 굉장히 힘들어 하는데 말입니다... 다락방님 글은 무척이나 술술 잘 읽힌다 이 말이죠...그니까 드뎌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고 단련하신 내공이 드러나는 겁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요?) 더불어 또 책 하나 보관함에 넣었다구욧!!

다락방 2010-01-26 15:12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제가 말이죠, 요즘 빈곤모드인지라 아직 글쓰기 관련 책을 한권도 못산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읽을 책은 산더미같고 말이죠.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은 몇개월 지나서..... ( '')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머큐리님.
:)

머큐리 2010-01-26 15:24   좋아요 0 | URL
흠...굳이 글쓰기책은 안사셔도 될 듯 합니다. 쿨럭...

다락방 2010-01-26 15:2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꼭 살겁니다! 꼭 읽어볼겁니다!! 불끈!!

비로그인 2010-01-2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여자의 미모는 남자의 재력에 비견할 만한 재산이라는 글을 보았어요. 18세부터 20세까지는 여자로,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여자로 살고 싶다는 어느 미청년 작가의 글도 보았고. 아름다움은 하나의 재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예쁜 여자가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이지요. 그 순간 미모는 무기가 되거든요.

다락방 2010-01-26 15: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너무 심하고 잔인하게 휘두를까 걱정되서 신은 제게 그 '미모'라는 것을 주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단 말입니다. 제가 의외로 착하고(응?) 여려서(응?) 무기를 마구 휘두르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니까 제게 '미모'라는 무기쯤은 주셔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텐데 말입니다.
저는 예뻐도 겸손할 자신이 있으니 정말 예뻐도 되는데 말입니다!! (어쩐지 화를내고 있다.)

비로그인 2010-01-26 17: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예뻐요!

다락방 2010-01-26 17:04   좋아요 0 | URL
Jude님! 저 왜 이 댓글이 무섭죠? ㅎㅎ
제가 받아본 댓글 중 가장 무서운 댓글이에요. ㅎㅎ

다락방 2010-01-26 17:10   좋아요 0 | URL
다시 또 쌍커풀 수술에 대한 욕망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조개도 좀 팔까...하는 생각도 들고..( '')

비로그인 2010-01-27 10:48   좋아요 0 | URL
제 주위 성형인께서 눈, 코, 다 고친 다음 '여자는 피부다!'를 외치더이다. 우리 일단 피부부터 어떻게 좀 해보자구요. 술, 담배 다 끊고 염소 엑기스를 마시며.......

무해한모리군 2010-01-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것들이 성격마저 좋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생각하니 목이 메이는군요.. 쩝쩝쩝..

다락방 2010-01-26 16:33   좋아요 0 | URL
미는 부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지식의 원천이고..

저의 아버지께서는 늘 예쁜 여자가 팔자가 세다고 하시면서, 그래서 니 팔자 세지는걸 볼 수가 없어서 이렇게 낳아논거다, 하시더군요. 팔자는 살아봐야 알지. orz

아시마 2010-01-2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요섭의 <추물>은 저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 작품이예요. 음식을 먹는데 토끼처럼 흐물흐물(오물오물?) 먹는다는 이웃 할아버지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여주인공. 이번에 중국편을 읽고도 그랬지만, 국가색, 민족색보다 근대라는 시대성이 앞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근대 태동기의 작품과 닮은 구석이 많아서 놀랐었어요.

근데 다락방님도 제가 읽은 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읽었으면서도 한국 근대기의 작품과 연관지어 연상을 하셨다니^^
그러나 저러나 개인적인 사유로, 정말 책 안사야지 결심한 직후에 이 페이퍼를 읽고나니 다락방님이 무척 미워집니다. ㅠ.ㅠ 창비 문학전집 나머지 8권을 지르게 된다면, 그건 전적으로, 전적으로! 다락방님 탓이니 그리 아세요.

ps. 재벌남은 언제 만나실 건가요오오? 제 기도빨이 약한가요? ㅠ.ㅠ

다락방 2010-01-27 08: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저도 어제 아시마님의 창비문학전집 중국편에 대한 리뷰를 읽었답니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던게, 새로운 작가보다는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는 거였어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아시마님은 중국 작가는 잘 모르신다고 하면서도 위화와 쑤퉁을 다 읽으셨잖아요. 저는 창비전집중에서 중국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쩐지 만나기 무서운거 있죠.

그나저나 아시마님, [추물]을 아시는군요! 전 이작품 얘기할때 상대도 알았던 적이 한번도, 단 한번도 없어요.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이 미치도록 아프고 슬픈 작품을 대체 왜 읽지 않은거야, 하고 절규라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시마님이 읽으셨다니. 아, 정말 반가워요. 감동의 눈물이 ㅠㅠ 문득 생각나는건데요 아시마님. [추물]얘기 하다보니깐 말예요, 혹시 '밀란 쿤데라'의 [농담] 읽으셨나요? 전 생뚱맞게도 [추물]과 [농담]도 어느면에서 닮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농담]은 제가 완전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체 기도를 하시긴 한건가요? 네?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왜 아직도 여전히 못생기고 가난한채로 지내고 있는건가요? 네? 대답 좀 해보세요!!!

순오기 2010-01-2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는 항상 지름신을 동반하지요.^^
추물과 라틴문학~~ 다락방님 페이퍼 제목도 기막히게 멋지네요.

다락방 2010-01-27 08:44   좋아요 0 | URL
제가 어찌 감히 저런 제목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책에서 인용한거지요. 문장이 아주 멋져서 말이죠. 헤헷 :)

기억의집 2010-01-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물 끔찍하게 읽었던 거 기억나요.
아, 다락방님이 저 기억의 저편 속에 숨겨져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주네요.
그 때 추물을 읽고 주변 사람들의 놀림에 더 분노했지요.
근데 생가해보면 어린 나이에 뭘 알겠어요. 지금 다락방님의 글로 새롭게 읽으니
더 비극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왜 저렇게 태어났을까하는. 그래서 저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흐흐, 저도 더 키가 컸으면 좋겠고
더 이뻤으면 좋겠고
더 몸매가 잘 빠졌으면 좋겠고
더 부자였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01-27 09:33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꽤 허무했었던 기억이 나요. 유머로도 읽히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른이 되서인지 아주 슬프고 무서워요, 그 현실이. 게다가 그 소설이 더 아픈이유는 말이죠, 물장사와의 관계가 그저 단지 관계였을 뿐 애인 사이라거나 부부사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여자는 그날의 기억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고 혼자 외로워야 하고 혼자 그 아이를 키워야 하고..그런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막히는거에요. 현실이 이렇게 잔인하다니, 못생기고 돈 없는 여자에게 더 잔인한 이 현실이라니!! 하면서 말이죠.

기억의집님도 읽으셨다니, 반가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그런데 저는 이렇게 아픈 소설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제게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없고 또 유리구두가 있어서 벗겨져 있다고 해도 그 구두의 주인을 찾고 싶어할만한 왕자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말이죠, 모두의 심장을 녹이지 않아도 되니까,
특정한 사람의 심장을 녹일 수 있는 그런 아주 미친듯이 근사한 미소를 갖고 싶어요. 아니면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맑은 눈동자라든가. 제 눈은 언제나 알콜에 취해 흐리멍텅...orz

비로그인 2010-01-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국의 단편들이 그 나라의 역사와 너무 맞닿아 있어서 슬펐어요. 잘 사는 나라의 풍요로운 파티, 한동안 나라를 잃었던 이들의 넝마주이. 이런 것들 앞에서 전 늘 마음이 아픕니다.

다락방 2010-01-27 13:19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이죠 Jude님,
제가 작가라면(아니니까 하는 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역사와 맞닿은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좀 떨어져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할 것 만 같아요. 그래서 그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져요. 저는 좀 이기적이라면 그래서 복잡한 일 따위는 나몰라라 하고 싶다면 그들은 그렇질 않으니까요. 그 속으로 뛰어들어 뭔가 부딪쳐보고자 하니까요. 아마 제가 영화 [타인의 삶]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건,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그다지도 좋아하는건, 그들이 제가 도저히 할 수 없을거라 생각되어지는걸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일거에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죠!
 

- 이 책을 HGW XX/7 에게 바칩니다 

 

나는 언제나 이런 한 문장을 꿈 꾸었다. 간단한 문장, 여러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단 한명만이 등장하는 그런 헌사. 책이든 앨범이든 그리고 영화든, 그것들에 헌사가 포함되어 있을때 감사해야 할 사람이 수십명이라면 그 헌사의 가치는 그 사람수대로 나눠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것들은 내게 그다지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명, 단 한명만을 단 한줄로 표현한다면, 세상에 그보다 완벽한 헌사는 없는 것 같았다. 

그 모든 헌사를 나는 2007년, 영화 『타인의 삶』에서 보았다.  

묵묵히 일을 하던 비즐러가 서점에서 누군가의 신간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그 책을 찾아내고 책장을 연다. 오, 그런데 뜻밖에도, 맨 앞장에 비즐러 자신에 대한 헌사가 나온다. 

- 이 책을 HGW XX/7 에게 바칩니다   

이 단 한줄의 헌사에는 모든것들이 담겨져 있다. 책을 쓴 사람과 책장을 연 사람, 그 둘은, 서로가 서로의 눈을 보며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단 한번도 말한적이 없지만, 이 문장만으로 그들은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나를 위해 애써줬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것을 다 읽어낼 수 있다. 그 문장을 발견한 비즐러에겐 그 순간 어떤 감정들이 찾아왔을까. 수십수백가지의 생각, 수십수백가지의 감정. 그 모든것들이 그에게 찾아왔을것이고, 그리고 또 그 순간, 아 이제 됐다, 의 안도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받고 싶은 것, 혹은 내가 쓰고 싶은것도 이런것이다. 단 한줄로 써버렸지만 모든것들이 담긴 것. 그래서 헌사를 바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그 한줄만 읽고도 모든 행복과 모든 슬픔 또 모든 위로와 모든 격려를 알아챌 수 있는 그런 것. 

 

그런 헌사를 나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내게 목소리와 만년필을 돌려준 내 친구 다니엘에게.
그리고 우리 둘에게 목숨을 돌려준 베아트리스에게.
   

이 헌사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걸 다니엘은 알고 있다. 파리의 소인이 찍힌 소포지만,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저 가볍게 몇장을 넘겨보려 했지만, 누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던 문장이었으니까.

그날 옛 알다야 저택을 돌아보고 서점으로 돌아오니 파리의 소인이 찍힌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거기에는 보리스 소렌이라는 사람이 쓴 『바다 안개의 천사』라는 책이 들어 있었다. 새책들이 언제나 가지고 있는 그 신비한 향기를 맡으면서 가볍게 몇 장을 넘겨보다가 내 눈을 사로잡는 첫 문장을 읽기 위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는 즉시 누가 그 책을 썼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첫 페이지로 돌아가 내가 어렸을 때 그토록 사모하던 그 만년필의 파란색 선으로 씌어진 다음과 같은 헌사(獻辭)를 발견했다. (2권 p.390) 

 

 

 

  

 

2권의 1/3쯤까지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책은 재미는 있지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어쩌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 혹은 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을거라고 막연한 기대도 했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나는 아, 역시! 하고 갑자기 이 책을 읽는데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2권을 읽다가 한번, 눈물이 고였고 계속 읽다가 다시 한번, 이번엔 눈물을 닦았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수첩과 펜들 그리고 물이 들어있는 머그컵, 일을 하기 위한 각종 서류들이 쌓여있어 지저분하다. 업무용 다이어리는 구겨진 채 펼쳐져 있고 오전에 받은 우편물은 뜯지도 않았다. 펜을 서랍에 넣는 대신, 물을 마시는 대신, 서류를 정리하는 대신, 우편물을 뜯어 보는 대신, 나는 바람의 그림자를 읽었고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정말이지 멋진 헌사를 보았다고 감동하고 있다. 

지금 끓어오르는 이 모든 감정들을 무시한 채로 퇴근시간까지 남은 세시간을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길, 이래서 사람은 부자로 태어나야 해. 부자로 태어나서 회사따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책만 읽어야 한다고. 책 읽은 후에 일을 해야 하다니, 비극이다. 

뭐, 사무실에서 책을 읽지 않고 일을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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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고소진] 1월달에 읽을 책
    from 마지막 키스 2010-01-19 15:25 
    벌써 11일째 지나가버리고 있지만, 어쨌든 남은 1월동안 이 책을 읽겠습니다.
  2. 옮긴이의 말
    from 유리동물원 2010-01-19 15:53 
    스페인어로 된 명작인 [돈키호테]와 [백년 동안의 고독]의 첫문장은 모두 '기억하다'라는 동사로 시작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리고 갔던 그 새벽을 기억한다"로 시작되는 [바람의 그림자]가 독자들에게 그 '기억'의 고전들처럼 오랫동안 추억되길 기원한다. 그리하여 기억되는 동안에는 계속 살아있는 거라는 누리아의 말처럼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3.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를, 단 한 문장
    from 마지막 키스 2011-06-27 09:12 
    '나보코프'의 『절망』을가방에 넣고 외출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그 당시, 나는 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이 책을 챙겨 가면서도 내가 읽지는 못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나는 많은 시간을 멍하니 보낼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지하철 안,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첫장을 넘겼을 때, 나는이런 문장을 보았다.나의 아내에게 바친다흰 여백에 쓰여진 단 한줄의 헌사. 간결한 단 한줄의, 단 한명에 대한 헌사는 언제나 내 마음을 흔든다. 마음이 술렁술
 
 
2010-01-19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1-1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그 기분을 200% 공감해요..ㅎㅎ 바람의 그림자를 읽고 일을 한다는 건....비극인거죠??

메르헨 2010-01-19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말이죠. 유명하다는 책을 좀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근데 다락방님 서재에 오면 꼭...장바구니에 담게 되더이다.^^

비로그인 2010-01-1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게 파우, 익스익스 지븐'이렇게 읽지요. 전 스캔을 뜨거나 임시문서를 저장할 때 이젠 늘 hgw xx7로 저장합니다. 다른 이들이 그냥 그 이름만 보고 이젠 제 것인줄 알더라구요. 하지만 그 의미는 아무도 모를 듯 해요.

치니 2010-01-19 15:51   좋아요 0 | URL
멋지다, 주드님! ^-^

비로그인 2010-01-20 10:19   좋아요 0 | URL
헤헷 저 영화를 보고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뮌헨'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범 사례였다면 타인의 삶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례였지요.

순오기 2010-01-2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일을 마치고 와서 이 글을 보니까 다행이네요.
집에 오면 알라딘에서 노느라 책을 잘 안 읽어서 아예 출근할 때 한 권 가져가서 읽고 와요.
대개 동화책이라 금세 읽지만 쓰는 일은 또 쉽지 않아요.

이런 헌사를 받는 대단한 책은 꼭 봐줘야 하는데...

마노아 2010-01-1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뜨거운 감상이, 이 책에게 바치는 가장 훌륭한 헌사가 될 거예요!

... 2010-01-19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혹시 옮긴이의 말도 읽으셨나요? 이 책은 옮긴이의 말도 끝내주는데... 제가 알려드리죠.

습관 2010-01-1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저 '타인의 삶'DVD를 주문했어요.

이건 전혀 계획에 없던 건데...어...


종혁 2010-01-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이거 반드시 읽어야 겠다고 다짐하고 나갑니다 :)

기억의집 2010-01-1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지금까지 본 멋진 헌사는 이거 였어요. 그림책중에서 <할아버지의 붉은 뺨>이라고 있는데..거기에서 글작가는 <내 친구 유리처럼 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라고 했고요. 그린이는 <'현실'에 저항하고 판타지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라고 했지요. 멋지죠! 다락방님이 말하는 단 한사람을 위한 헌사는 아니지만... 전 저게 저한테도 해당되서 너무나 행복한 헌사였어요^^

전 오늘 남극의 쉐프보고 왔어요^^ 친구들이랑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마늘빵 2010-01-1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또 보고 싶네...

비로그인 2010-01-20 10:20   좋아요 0 | URL
영화가 찍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마침표.

Mephistopheles 2010-01-19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슬픔도 기쁨도 아닌 정체불명의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던 영화.

비연 2010-01-1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취향과 바람의 그림자. 정말 제 마음에 구멍 뻥 뚫고 지나간 작품들이죠.
생각할 때마다. 님의 페이퍼같은 글들을 읽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 저릿저릿한.

무스탕 2010-01-1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 영화를 보려면 DVD 밖에 방법이 없는건가요..
참 나, 헌사에 홀려 책 보고 싶다고 생각하긴 또 첨이네요 ^^

프레이야 2010-01-1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타인의 삶, 이 영화 정말 최고에요.
나도 그런 짧으면서도 최고의 헌사를 받고 싶어요.
아, 그러고보니 받은 적이 있어요.
눈을 감아도 빛나는 이에게..^^

섬사이 2010-01-2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나도 읽고 또 봐야겠다~

레와 2010-01-2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또 보고싶군요..

Kir 2010-01-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삶 저녁에 다시 봐야겠네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고 나니, 또 보고 싶어요.
<이래서 사람은 부자로 태어나야 해. 부자로 태어나서 회사따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책만 읽어야 한다고. 책 읽은 후에 일을 해야 하다니, 비극이다>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거리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웃어버렸어요.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다락방님은 참 귀여우세요^^ 물론, 바람의 그림자를 읽고 일을 해야한다는 건 비극이지만요...
 

 

 

 

 

『포르투갈 내게로 오다』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간혹 남자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섹시하다든가, 남자들의 땀냄새를 맡으면 성적 충동을 느낀다든가 하는 여자들이 있는데, 난 아니다. 난 전혀 그렇지 않다. 난 땀냄새를 단 한순간도 섹시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땀냄새는 단지 땀냄새일뿐 내겐 전혀 섹시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땀 흘리는 모습도 마찬가지. 가끔 화보상의 멋진 남자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근사하게 보여주곤 하지만, 나는 땀 흘리는 남자에 대한 환상 같은건 없다. 땀 흘리는 남자는 내 로망이 아니다. 전혀. 

나는 역시 땀냄새 보다는 향수 냄새가 좋다. 나는 땀냄새보다는 차라리 진한 향수냄새를 선호하는 편이다. 오래전 일인데, 데이트를 하기 위해 약속 시간을 잡는데, 상대방이 내 예상보다 한시간 늦게 약속시간을 잡자고 했다. 퇴근하고 바로 약속장소로 오면 이시간이면 충분할텐데 왜그럴까, 싶었지만 여튼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나가보니 그는 퇴근한 후에 집에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향수를 뿌리고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쿠, 좋아라.  

모름지기 남자란, 그 정도의 준비를 하고 여자를 만나야 하는 법.  

그건그렇고, 

향수냄새가 아니라면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도 괜찮다.   

포르투갈하면 지금도 코끝에 와 닿는 세 가지 내음이 있다. 그 중 첫째가 거리에 솔솔 피어나는 빨래 향기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곳이건 창가에 빨래를 널어서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가에 걸린 덜 마른 빨래가 바람에 솔솔 흔들리면 청결한 세제 냄새가 바람을 타고 골목에 퍼진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박한 거리를 걷다보면 코 끝에 향긋함이 전해진다. (중략) 

이 비슷한 내음이 포르투갈 남자들에게서 풍긴다. 리스본 거리에서, 혹은 포루투 해변에서, 시골마을 가게에서 만났던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에게서 뜻밖에도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가 났다. 향수와는 다른, 청결함이 느껴지는 내음이다.(pp.47-48)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 향수와는 다른 청결함이 느껴지는 내음. 캬~ 좋다.  

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함부로 하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나는 하찮은 인간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사람을 결코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예의를 갖춘 사람이 좋다. 예의 바른 행동, 예의 바른 말은 상대로 하여금 내가 퍽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냄새도 그렇다. 좋은 냄새가 나면 그만큼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 같다. 나는 당신에게 좋은 향기를 맡게 하고 싶어요. 내게서 좋은 향이 났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렇게 깊은 의미를 두진 않는다 해도 비누 냄새는, 비누 냄새, 그 자체로 로망이다. 왜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에서는  

   
 

그에게선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는 문장으로 그 설레이는 소설이 시작되지 않는가! 아, 그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두근거림이란!! 뭐,『젊은 느티나무』에서 나를 왈랑(마노아님 단골표현)거리게 했던건 단지 비누 냄새 뿐만이 아니었다. 

   
 

오빠, 그는 내게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었다.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 아, 나는 정말이지 이 말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메신저 대화명에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라고 써놓고 헬렐레 거렸다.  

   
 

우리에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야. 미국엘 가든지.. 

 
   

아! 끝까지 사람 설레이게 하는 저 오빠의 말. 아 물론 책을 보고 쓴게 아니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인용한거라 문장은 조금씩 틀릴 수 있다. 어쨌든 다시 『포르투갈 내게로 오다 』로 돌아가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키 작은 녹색 문과 빨래의 색감이 너무 예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빨래를 걷으러 나온 집 주인, 마리아를 만났다. 그녀는 고향인 스페인에서 이곳으로 건너와 일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북부도시인 브라가에서 일했단다. 그녀의 남편인 레오 역시 이곳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고.(p.130)

우오우오우오우어우ㅇ\잉9해쟈게ㅛ에재ㅛㅐ%%%% 좋겠다. 남편이 '레오'라니! 레오라니!! 마리아는 전생에 지구를 구한걸까? 어떻게 레오를 남편으로 맞을 수 있을까? 나는 다시 태어나면 지구를 구하겠다. 반드시 구하겠다! 

나는 몇해전 뉴욕에서 영화 『폴링 인 러브』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매릴 스트립이 마주쳤던 서점 RIZZOLI BOOKSTORE에 들렀던 적이 있다. 



(사진은 서점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포르투갈의 Lello(렐루) 서점도 한번 꼭 가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여행기인만큼 당연히 사진도 엄청 많은데 음식들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사진까지 첨부한건 윽, 돌아버리겠더라. 특히 내가 이것만큼은 먹어보고 싶은걸, 했던건 '프란세시냐'.  

가장 기본적인 프란세시냐는 식빵 두 쪽 사이에 소시지, 햄, 스테이크등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씌우고 소스를 끼얹어 구운 것이다. 그 위에 달걀 프라이까지 얹어 주기도 한다. 온갖 재료들이 치즈를 씌운 식빵 사이에서 맛깔진 소스와 함께 촉촉히 녹아내리는 맛의 풍부함이 일품이다.(pp.219-220) 

 
 

(책 속의 사진과는 약간 다르다. 책 속의 사진이 좀 더 근사한데...이 사진은 검색해서 찾은사진.) 

 

책을 읽다가 남자를 생각했고, 남자의 향기를 생각했고, 서점을 생각했고, 칼로리 대박인 맛있는 음식을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 페이퍼는  

결혼 예정인 오즈마님께 바친다. 오즈마님 단 한분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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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씨가 좋아서 자꾸 니 생각이 나.
    from 마지막 키스 2012-03-02 09:58 
    가장 기본적인 프란세시냐는 식빵 두 쪽 사이에 소시지, 햄, 스테이크등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씌우고 소스를 끼얹어 구운 것이다. 그 위에 달걀 프라이까지 얹어 주기도 한다. 온갖 재료들이 치즈를 씌운 식빵 사이에서 맛깔진 소스와 함께 촉촉히 녹아내리는 맛의 풍부함이 일품이다.(pp.219-220) 며칠전 회사동료 E 양이 사직서를 냈다. 쉬고 싶다고 했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지쳤을까. 그녀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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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6 21:57   좋아요 0 | URL
글을 쓸때는 말이죠, L.SHIN 님. 특히 감정과 생각이 많이 들어가는 문장들이 있잖아요. 물론 앞뒤 문맥으로도 그런 생각들을 강조하게 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특히 마음이 담긴 문장. 지금 L.SHIN 님이 말씀해주신 문장, [ 모름지기 남자란, 그 정도의 준비를 하고 여자를 만나야 하는 법. ]이 제게 그런 문장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짚어주시다니! 이럴때 바로 글 쓰는 기쁨이 느껴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쁜데요! 헤헷

리졸리북스토어는 몇층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네요. 2층까지 올라갔던건 확실한데 3층도 있었던가..갸웃갸웃. 분위기가 참 좋은 서점이에요. 여기의 교보문고 처럼 넓고 환하고 북적이는게 아니라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서점이었죠. 네, 아늑해서 좋은 곳이었어요. :)

2010-01-16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1-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 특정 향수를 늘 뿌렸었는데요. 가까이 가야만 살짝 풍기는 그 향이 참 좋았어요. 헤어진 후에 길을 걷다가 옆에 스쳐지나던 사람에게서 그 향기가 나서 나도 모르게 놀라 돌아보곤 마음이 아팠죠. 지금은 뭐, 지나간 얘기지만. ^^;
방금 오즈마님 결혼 축하댓글 쓰고 왔는데 다락방님 페이퍼에 또한번 뭉클.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와락. ;;;

다락방 2010-01-16 21: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문나잇님. 그게 뭔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리고 가끔은 그냥 걷는데 무심코 공기중에 그의 향기가 떠돌기도 하잖아요. 그것이 진짜로 나는 것인지 아니면 내 상상이 만들어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럴땐 정말 숨이 턱 막히죠.
그리고 가끔 너무 좋은 향기가 나는 남자면 뒤돌아 보게 되요.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말이죠. 향기만으로도 일단 매력적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근사하지요!

문나잇님, 나 사랑하는건 약도 없다는 말, 혹시 들어봤어요? 흐흣

헤스티아 2010-01-1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
저는 지난주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어요^^ 주말은 친청과 시댁에서 보내고
어제(일요일)밤에 저의 신혼집인 성남에 도착해서 오늘 첫번째 하루가 시작 되었어요~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서 고작 한거라곤.. 빨래 2번을 돌리고(세탁기를 처음 써봐서요. 화장실이 난리가 났어요 ㅎㅎ)
점심먹고 아침은 신랑만 차려주고 ~ ^^ 이거밖에 안했는데 벌써 4시예요. ㅠㅠ
오늘 저녁에는 뭔가 특별한 음식을 차려주려했는데 아무래도,, ㅠㅠ 냉장고에 있는 각종김치들과(어른들이 많이 싸주시더라구요) 계란을 이용한 요리 ㅋㅋ 를 해 먹어야할듯 해요.

저도 제 남자에게서 뭔가 나뭇잎,숲속의 신선함 그런 냄새가 나요 ^^ 저에게서는 어떤 향이 나는지 물어봐야겠어요 ^^
아직은 즐거운 신혼이지만 앞으로도 늘 즐거운 가정을 이룰 수 있게 다락방님이 빌어주세요 ^0^

다락방님 페이퍼 덕분에 저도 이런 긴 덧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

다락방 2010-01-18 16: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며칠전에 헤스티아님 생각을 했었어요. 결혼하셨을텐데, 신혼여생에서 돌아오셨을까, 아님 아직 신혼여행중이실까, 뭐 이런것들 말예요. 신혼여행은 즐거웠나요? 어디어디 갔었어요? 밤에는 로맨틱하게 분위기도 잡고 그랬나요?

신랑되시는 분이 헤스티아님에게선 어떤향이 난다고 말씀하실지 저도 무척 궁금해요. 대답을 듣게 되시면 제게도 살짝 알려주세요. 헤스티아님은 어떤향이 나는 분일까요? 흐흣.

네 언제나 신혼인것처럼 늘 즐거운 가정 이루시라고 제가 빌어드릴게요. 그러니 계속 행복하게 지내세요! 결혼도 축하드려요!! :)

기억의집 2010-01-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페이퍼에다 지난 토욜 늦은(?) 새벽에 덧글 달았는데.... 제가 막 댓글저장 하려고 눌렀는데 알라딘에서 점검한다고 뜨더라구요. 그래도 설마 저장을 눌렀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그 설마가 사람 잡네요. 덧글이 없어졌어요. 흑흑^^

다락방님의 인기를 실감나는 하는 덧글들...^^

그 때 뭐라도 썼나면요, 전 남편의 스킨향기만으로 만족한다고 썼는데... 근데 저 한테는 파하고 마늘 냄새 나요. 언제반찬할 때 사용하는 양념이 손에 배더라구요. 다락방님한테는 무슨 향기가 날까? 이렇게 썼거든요^^

다락방 2010-01-21 11:13   좋아요 0 | URL
제가 말이죠, 기억의집님. 단 하루도 향수를 뿌리지 않은 날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향수 냄새가 제게서 나질 않아요. 사람들은 제게서 향수 냄새가 나질 않는대요. 일전에 무슨 만화책을 보니까 유독 체취가 강한 사람은 향수 냄새마저 다 흡수해버려 체취만 나게 한다던데, 저는 제 체취가 혹은 제 피부가 모든 향수를 먹어 치우는건 아닐까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친구들은 향수를 '많이' 뿌려보라고 하던데, 어떻게 많이 뿌리라는건지, 원.

결론은 향수냄새가 나요, 라고 쓰고 싶지만 좋은 향기는 내게서 나질 않아요, 가 되어버렸어요. 흑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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