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받아본 경향신문을 펼쳐보기 전, 나는 좀 침울해져있었고, 좀 우울해 있었다. 어제 생겼던 기분 나쁜 감정들이 채 사그라들질 않았었고, 그래서 여전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체호프 단편선]이 경향 1면에 있다. 신문을 읽을때 내가 가장 먼저 읽는 '책 읽는 경향'  

 

오늘 책 읽는 경향에 실린 글 (출처:경향신문  작성: 사계절 아동청소년문학팀 편집자 김태형)  



 

진부함을 망각한 현실이 두렵다 

 

 

되돌아 보면 2009년은 꽤나 진부한 한 해였다. 그래서 무서웠다. 하지만 공포를 느끼기엔 우리 각자의 삶이 너무나도 지난했다. 진부하지만 그럴 듯해 보이는 변명이었다.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뒤 100년이 흘렀지만, 공포는 여전히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그런 사실조차 잊어버린 오늘날의 현실이 우리가 직면한 '공포'의 실체는 아닐까.  

 

   
 

"정확히 뭐가 무서운 겁니까?" 내가 물었다.  

"모든 것이 무서워요. 나는 천성이 심오한 인간이 못 되는지라 저승 세계니 인류의 운명이니 하는 문제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뜬구름 잡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얘깁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중략)내 생각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 실수를 저지르고 옳지 못한 짓을 하며 서로 비방하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겁니다. 사는 데 방해만 되는 불필요하고 시시한 짓거리들에 우리는 자신의 힘을 소진합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단편 '공포'중에서. 20-21쪽) 

 
   

 

어제의 내가 그랬다. 내가 하는 모든 짓거리들이 시시하다고 여겨졌고, 이런일로 내가 왜 힘을 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든것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제 내가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더럽다'였다. 정말이지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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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1-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생겼던 묵은 감정, 오늘 싸악 처리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재밌는 영화나 신나는 음악(심지어 미카의 음악도)도 위로가 안 되려나 ?

다락방 2010-01-29 17:45   좋아요 0 | URL
어제 생겼던 감정은 이제 거의 사라졌는데, 이젠 배가 고프네요. 흐흐
네, 내일은 신나게 보내봐야죠. 기억의집님도 신나는 주말 보내세요!! :D

레와 2010-01-2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과 나에게

'다 지나가리..'



다락방 2010-01-29 17:46   좋아요 0 | URL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다 지나가리
그리고 가슴에 사랑만 차오르리. (응?)

비로그인 2010-01-2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확히 단편의 저 부분은 저도 어딘가에 옮겨 놓았던 적이 있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저는 뭔가 강령적인 말들이 들리는 듯한 상황에서 저 부분이 생각났던 것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이라고 하긴 약간 어둡지만,,살짝,, 몰래 보고 가려다가 흔적 남깁니다~ (첨댓글이네요^^)


다락방 2010-01-29 17: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결님.
그래서 책을 인용하는게 즐거운 것 같아요. 그냥 가시려던 분도 잠깐 멈칫하게 만드니 말이죠. 헤헷.
반갑습니다. 종종 뵐게요! :)

무해한모리군 2010-01-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짜증나 였어요.
그래도 오늘은 틀림없이 좋은 일 이~~~~~~~~~따만큼 생길거예요..

다락방님.. 위로하자면 저는 기분전환한다고 빠마했다가 밖에 못나갈 처지예요 --;;

다락방 2010-01-29 17:47   좋아요 0 | URL
음...저도 머리를 어떻게 좀 해볼까요?

(아님..성형수슬을 하든지. 킁킁)

치니 2010-01-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요새 힘든 일들이 많은가봐요. 에공.
하지만 체홉의 저 글은 동병상련으로 약간의 위로를 주기도 하네요. :)

다락방 2010-01-29 17:51   좋아요 0 | URL
힘든 일이라기 보다는, 그냥 좀 사소하게 마음에 안드는 것들, 거슬리는 것들이 생기네요. 어휴..
이런걸 의연하게 훅, 넘겨버려야 하는데 제가 의외로 소심한 것 같아요. 아니, 대놓고 소심한가..제가 가장 싫어하는 성격중의 한 부분이에요. 이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쓰고 집착하는거요.

그런데 치니님, 퍼스나콘은 누구에요? 진정 꽃미남인데요!!

아, 가슴속에 한가득 사랑과 또 한가득 시름이 서로 투닥투닥 싸우고 있어요. 머리가 터질것 같네요.

치니 2010-01-30 11:58   좋아요 0 | URL
임주환, 탐나는 도다에 나왔던 그 분이죠! 에헤헤.

다락방 2010-01-31 00:23   좋아요 0 | URL
아, 그 사람일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제가 그분을 모르니 사진만으로는 알아보질 못했네요. ㅎㅎ

blanca 2010-02-0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 체호프를 안이뻐할 수가 없네요. 살만하다가도 기분 확 나빠지고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그 때는 킹 아저씨를 ㅋㅋㅋ 이러니 무슨 전도사 같네요. 다락방님도 어여 기분이 확 업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아 놔, 체호프 단편선 저거 또 지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0-02-01 23:47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요. 살만하다가도 기분 확 나빠지고, 나빴다가도 다시 살만해지기도 하고 그런건가 봅니다. 왜 제게 모두들 킹아저씨를 지르라고 하는걸까요. 아~ 매정한 사람들. 흑흑 ㅜㅡ

체호프 단편선은 모두들 최고라고 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