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 테일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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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by 스티븐 킹

 

읽은 날 : 2025.8.20.

 

2020-2022년은 정말 이상한 해였다. 중국 발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모든 일상이 멈췄다. TV를 켜면 오늘 발생 확진자 몇 명의 뉴스가 뜨고, 등교와 출근이 멈추고,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한 병원에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늘어섰던 줄, 봉쇄되었다고 소문난 중국의 도시와, 그 도시의 입출구를 지키고 서 있던 군인, SNS를 통해 중계되던 참상과 괴담들. 방역복을 구하지 못해 쓰레기 비닐을 뒤집어 쓰고 진료를 보던 미국(그때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로 부유한 나라, 그 미국)의료진의 사진과 뉴욕 거리에 줄줄이 늘어놓았던 바디백들. 냉동탑차에 가득차 있다는 시신의 소문. 이태리 신문의 1면을 빼곡이 채웠던 사망자의 명단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은 그나마 이 코로나 19라는 낯선 전염병을 잘 콘트롤 했다. 몇몇의 영웅이 탄생했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거하게 끌어올랐다. 그 틈새를 뚫고 개신교는 여전히 지랄염병(이건 지랄염병이라는 표현 이외에는 쓸 말이 없다. 이런 때 쓰라고 지랄염병이라는 단어가 나왔나 싶기도 했다)을 떨었다. 그들이 믿는 신은 얼마나 무능하기에 그들이 다니는 교회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했다. RNA 백신이라는 것에 대하여, 바이러스와 세균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하여 전 국민이 공부를 하던 때이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과연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대하여, 인류가 바이러스에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하여, 정보가 곧 생명체가 되는 현상을 실시간 목도하며 세상은 실시간으로 변화해 나갔다. 아직은 한참이나 멀었으리라 했던 온라인 수업이 급히 도입되었고, 재택근무도 빠르게 정착되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학원에서는 대면 수업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흔했다.

 

20217, 충무공이 덜컥, 밀접 접촉자 판정을 받았다. 졸지에 한 집에 같이 살던 나와 중학생 딸아이 둘도 자가 격리 2주 판정을 받았다. 한창 코로나 변이 델타가 위용을 부리던 시기였다. 구청에서 자가 격리 키트가 왔다. 햇반과 3분 카레, 소독제 등등이 들어있던 박스가 네 개. 남편과 둘이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고 계단을 걸어내려가 보건소로 갔다. 기나긴 줄의 끝에 붙어서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자가격리 13일만에 충무공은 증상이 발현되어 생활치료시설로(그나마 증상이 경미하단 이유로) 구급차를 타고 갔고, 집엔 방역복을 입은 소독요원이 들이닥쳐 남편이 있던 방에 소독제를 들이 붓다시피 뿌리고 갔다. 그리고 남은 나와 아이들은 추가로 다시 14일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전의 13일을 포함하면 한 달에 가까운 격리였다. 성동구청에서는 자가격리 키트를 또 보내주었다. 이번엔 시리얼도 들었던가. 격리 20일이 다 되어갈 때쯤 낯선 전화도 받았다. 성동구청 직원이란다, 니가 자가격리를 충실히 하고 있는지 보러왔으니 현관문을 열고 얼굴을 보이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직원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고개만 내밀고, 우리 셋도 현관문을 빼꼼히 열어 얼굴만 보였다. 이후 유해진 격리 지침들을 생각해 보면(격리 일수가 10, 7일로 줄었고, 증상이 나와도 경미한 경우 가정 요양이 가능해졌다. 어떻게 아느냐면, 이후에 큰놈이 학교에서 또다른 변이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려왔고, 이어 충무공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등등) , 그러고 어떻게 버텼나 싶게. 코로나는 그야말로 전 지구적 사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너무나 익숙한 단어였다. 4인 이상 모임금지. 크리스마스와 명절이 사라진 몇 해였다.

 

14세기,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쓰여졌다. 피렌체 공화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을 피해 교외로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열흘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형태의 소설이다.

 

그리고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이 전지구적인 사태를 맞아 집에 들어앉아 혼자 소설을 썼다. 질병이 만연한 나라를 구하러 가는 찰리 왕자의 이야기를. 카뮈가 페스트를 쓰고, 다니엘 디포가 전염병 연대기를 쓴 것처럼. 코로나 시기에 쓰여진 페어리 테일이 질병으로 몰락해 가는 나라를 구하러 가는 페어리 테일인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소설은 스티븐 킹의 이야기답게 박진감 넘치고 섬세한 묘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로 딱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결국, 인간이 어쩌해 볼 수 없는 사태를 구원하는 것은 이야기인 것이다. 찰리 왕자는 우물 속 동화의 세계를 구했고, 스티븐 킹은 코로나 속 인류를 구했다. 그 이야기의 힘으로.

 

2025.8.21. by a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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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2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초반에 확진 판정 받아 고생하셨어요. 저는 거의 끝날무렵이어서 상대적으로 좀 편하게 격리했었는데요. 이 책이 코로나시절에 질병으로 몰락해가는 나라를 구하러 가는 왕자 얘기라니 설정은 좀 유치한데 스티븐 킹이니까요
당연히 재밌을거같아요

아시마 2025-08-21 19:11   좋아요 1 | URL
그 유치한 설정마저 이겨내는게 스티븐 킹이죠. 재미있습니다. 이 작가 이세계 탐험물을 곧잘 쓰잖아요? <리시 이야기>의 ‘부야문’ 도 떠오르고.

초창기 감염이라(전 감염 안됐습니다만 ㅎㅎ) 자가 격리 지원금도 꽤 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4인가족기준 14일 상한으로 140쯤 받았어요. 이듬해 오미크론에 큰놈이 걸려왔을 땐 100만 주고 그 뒤론 안주더라고요. ㅎㅎㅎ 저 제 주변에선 코로나로 나랏돈 젤 많이 받은 여자. ㅎㅎㅎ
 
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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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와 김춘미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제가 일본문학 번역가를 처음으로 인지하고 이름을 확인하게 한 사람과 작가가 김춘미와 마쓰이에 마사시죠.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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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 x김춘미 가
비채에서 8/18 출간예정이란 알람이 떴어요!!! 제목은
<가라앉은 프랜시스>래요!!!

김춘미 샘 번역의 마쓰이에 마사시(aka.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를 좋아하신다면 기대하시라!!!

Ps. 출판사 님하, 저 분명 두편 넘겼다 들었습니다만?????

Ps2. 출판사에서 올린 작가 파일을 보니 <거품> 이라는 낯선 제목뒤에 (비채근간) 이라 꼬리표 단 거 보니 곧 나오는 건가요???

일해라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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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 이후북스 책방일기
황부농 지음, 서귤 그림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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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by 황부농

 

읽은 날 : 2025.7.28.

 

작년 여름의 끝물에 읽은 책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전국에 있는 작은 책방들의 탐방기이기도 했다. 전국 각지의 작은 책방들을 소개하는 그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책방이 아니다)은 제주도의 작은 책방을 소개하는 중에 있었다.

2011, 서울 살던 젊은 부부는 제주도에 내려와 게스트 하우스를 연다. 아이까지 낳고 제주에 정착해 살아보려 하니 가장 아쉬웠던 게 책을 맘껏 사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단다. 그래서 서울에 사는 친구와 동업으로 제주에 책방을 연다.

 

그리하여 서울에 있는 여자와 제주에 살고 있는 여자가 몹시도 소심하게, 만일 책이 팔리지 않으면 우리 둘이 나눠 갖자는 마음으로 책방 문을 열었다.

백창화, 김병록 ,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남해의 봄날, 2015, p.155

 

소심하게 연 책방이라 책방 이름도 <소심한 책방>이다. 하하하

이런 마인드로 살아갈 수 있다면, 산다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 서울 부부가 제주에 내려와 게스트 하우스를 열게 되기 까지의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그 이후 흘러가는 사고와 사건의 흐름은 유쾌하다.

책 사기가 어렵네? 그럼 내가 팔지 뭐.

혼자 열 용기가 안 나는 데? 그럼 친구랑 같이 동업하지 뭐.

책이 안 팔리면 어쩌지? 그럼 동업자랑 둘이 나눠 갖지 뭐.

이 심플하고도 유려한 생각과 실천의 결합이라니. 책방을 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샀을 책을 책방을 한다는 이유(핑계)로 당당히 사게 될 때는 분명 통쾌한 맘이 들었을 거다. 세상과 나에게 당당해지는 그 기분이란,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웠다. , 책방을 하게 되면 책을 당당히 구매할 수 있겠구나, 하는. 책방을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기억이란 참 재미있는 것이어서, <소심한 책방>이라는 이름은 잊었는데 그들의 그 소심하고도 당당한 한마디 팔리지 않으면 우리 둘이 나눠 갖자”(‘내가가 아닌 우리 둘이라는 데서 오는 이 가벼움이라니. 망해도 나 혼자 망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걱정.)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그 주변의 정보들을 희미하게 지워 나갔다. 여성, 제주, 친구 이런 정보들이 그 유쾌한 문장의 그림자처럼 남았다.

 

그러다 이 책을 읽었다. 황부농 이라는 책방지기가 상냥이라는 친구? 동업자와 함께 (우리 둘!) 망원동에서 독립서점을 열었단다. 이 친구의 글을 읽다보면, 제주에서 뭔가를 하다 망... 했고(아닐수도 있고, 어쨌든 제주의 일을 접고) 서울에 올라와 책방을 한다고 정리되었다. 여성이고, 제주고, 책방지기. 기억이 내 맘대로 조작되기 시작한 거다.

 

그러니까, 제주의 <소심한 책방>은 내 맘대로 이미 망해 버렸고,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주 <소심한 책방>2025.8.2. 현재 아주 성업중인 듯 합니다, 검색결과.) 그 책방을 하던 친구 둘이 그 책들을 사이좋게 나눠가지는 대신 서울로 이고 지고 올라와 망원동에 책방을 열었구나, 하고 내 맘대로 남의 가게 사연을 조작해 버린 거지. 아니, 어쩌면 제주에서 서점이 너무 잘 되어서 서울로 진출하기로 한 것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도 하며.

 

그런 가슴이 아플수도, 가슴이 웅장해 질 수도 있는 내 맘대로의 사연이 있는 작가의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으면서, 남편과 종알거렸다. 정확히는 내가 생각하는, 언젠가는 내가 열지도 모르는 책방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후 북스에서는 커피와 자몽에이드를 판단다. , 카페와 책방을 겸하고 있는 모양이다. 책과 음료란 독자 입장에서 잘 맞는 커플인 동시에 서점 주인 입장에서는 최악의 궁합이기도 하다. , 왕십리 역사 내 영풍문고 안에도 카페가 입점해 판매중인 책(정확히는 견본삼아 살펴볼 수 있는 책)을 커피를 마시면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영풍이니까 가능한 거고, 책을 한 권만 주문하게 되어 목소리가 줄어든 소심한 책방지기가 있는 이후북스에서 그런 게 가능한가. 생각하다가, , 북카페처럼 차를 마시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중고책으로 따로 둘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럼 나중에 내가 차릴 책방에서는 어떤 형태로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내 나름의 책 판매 전략을 말했더니, 어 그거 말 된다고, 괜찮은 전략이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길래 흐뭇해 하다가(충무공은 무려 상경대 출신이다! 나 상경대 출신에게 경영전략 잘 짰다 칭찬받은 문대 출신), 아니 근데 내가 이 책을 판다고? 아직 책방을 열지도 않았음에도 이 애지중지 모아놓은 절판 애장본을 팔 생각을 하니 미리부터 가슴이 아파서 애틋하게 내 책장을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이 책은 팔 수가 없을 거야, 못파는 책들은 미리 딱지를 붙여야하나 생각 하다가, 딱지를 붙이면 책등이 미워질텐데 책장을 분리하나 생각하다가, 팔지는 못해도 읽게는 해 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하하하하하하

 

어린왕자의 그 유명한 구절을 떠올린 거다.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할 거야.” 라는.

 

나에게 독립서점에 관한 책들은 다들 이런 효용을 가진다. 아주 구체적으로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그리고 세시의 기쁨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만드는. 물론 여러 가지 정황상 내가 책방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나는 낯선 사람이 내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상당히 무서워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상점은 최악의 선택이다, 나에게) 우리는 종종 책으로 사방의 벽을 둘러 친 조그만 카페를 경영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지역은 어디로 할까, 맥주를 팔아도 되나? 주류 판매 허가는 따로 받아야 하나? 나는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려면 시골, 산골로 들어가야 하겠지? 거기 책방을 열면 누가 오기나 하겠니, 그냥 카페의 탈을 쓴 개인 서재겠지. 뭐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사상누각을 지었다 허물었다, 네 시에 올 너를 기다리며 이미 기뻐진 세 시의 우리 둘

 

책방에 관한 꿈을 꾸는 주제에, 하하하하, 독립 책방 투어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어서, 아마 이후북스에 가는 일은 없겠지만, 책은 뭐, 나쁘지 않았다. 정말이지 딱 책방지기의 책이었다. 그러니까, 책 판매자의 책이었다. 내가 판매하는 물품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었지만, 내가 판매하는 물품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아마도 나는 지금 이 책방지기가 무슨 책을 읽고 있고, 어떤 책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함께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립 출판물을 많이 다루는 이후북스 책방지기의 입장에서는 제작자와 너무 밀착되어 있는 판매자인지라 말을 하기가 참 어려웠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어떤 책을 욕할 땐 그 작가도 편집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마구 하는 거지, 아는 사람이면 입을 열기 어렵지. 하하하.

 

가볍게, 가볍게 잘 읽었다. 이후에 황부농의 책을 굳이 더 찾아 읽게 될 거 같지는 않지만. 이후북스의 번창을 빕니다. 이 책을 낸 이후에 이후북스는 진짜로 제주 지점을 낸 것 같더라. 소심한 책방 검색하다 혹시나해서 같이 검색해 보니 제주에도 서점을 열었더라고.

 

얼마전 어느 통계에서 대한민국 독서율이 성인 1인당 10.5권이라는 충격적인(진짜로 충격적인!) 숫자를 봤는데, 독립서점이 자꾸만 생겨나는 것 같은 느낌은(물론 문을 닫는 서점들도 정말 많다고 한다) 이건 대체 뭘까 싶기도 하다마는.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이니까요. 우리 많이 팔고 많이 삽시다. 그리고 독서는, 산 책중에 골라서 하는 겁니다. 하하하.

 

2025.8.2. by a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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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 책 - 추억의 책장을 펼쳐 어린 나와 다시 만나다
곽아람 지음 / 앨리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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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 책by 곽아람 & 안녕, 나의 순-by 이영희

 

읽은 날 : 2025.7.26.

 

어느 집이나 다 그렇겠지만, 아이를 핑계 삼아 어른의 욕심을 채우는 것들이 있다. 어린날의 결핍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집에서는 디즈니 베이비돌 시리즈가 그렇고(나는 베이비돌 시리즈를 전부 다! 사이즈 별로 다! 가지고 있다. 하하하, 진지하게 말하건대, 자랑이다. 반어 아님 주의.) 시공주니어의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가 그렇고, 창비 아동문고 시리즈와 시공주니어 문고본 시리즈가 그러하다. 모두가 완역본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하다.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날이 멀지않은 지금도, 이 책들은 아이방 책장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고, 얼마전 책장정비를 한참 하던 시기에도 이들을 위한 자리를 지켰다. 처음 살 때는 애 핑계를 대고 산 책들이라 둘째방 책장에 넣었지만 애는 읽지 않는다.(아니 왜 안읽냐고, 이 세상 재미진 책을.)

 

초등학교, 그러니까 그때는 국민학교였던 그 때, 아마 3-4학년이 막 되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때까지도 동네에는 책 외판원이 돌아다녔다. 엄마는 그 책 외판원을 통해 계몽사에서 나온 <소년 소녀 세계문학전집> 30권을 구매하셨다. 1981년이 초판인 책인데 전권은 60권이고 앞의 30권까지는 외부가 파란색, 뒤의 30권은 외부가 갈색(또는 짙은 보라?)이었다. 아마도 경제적 이유로 그때 엄마는 나와 동갑의 아이가 있는 옆집과 사이좋게 나누어 30권씩을 구매하셨던 터라, 우리집에는 30권의 파란책 밖에 없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9번은 소공자였고, 10번이 소공녀였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책. 1-30번까지의 책은 세계 각국의 전래동화집(영국동화집, 프랑스 동화집, 남유럽 동화집, 중국 동화집 등이 있었다. 내가 지금 쓰는 아이디 ashima는 이 시리즈의 중국 동화집에 실린 동화 <아시마>에서 기인한다)을 비롯한 아동용 이야기가 많았고, 후반 31-60 까지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시작으로 세익스피어에 레미제라블, 돈키호테, 삼국지, 서유기 같은 고전 축약본(,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을 아동용으로 축약, 개작한 것)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두 집이 책을 나눠서 살 때에는 서로 다 읽고 나면 돌려가며 읽자가 약속이었을 텐데, 활자에 미친 나는 그 30권을 후루룩 뚝딱 다 읽어버렸고, 책을 그다지 읽지 않았던 옆집에선, 아직 누구도 그 책을 전부 다 읽지 않은 상태여서(게다가 후반부 30권은 아이들이 탐낼만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무려 성서 이야기라는 성경 축약본도 한권 들어간 시리즈였으니까.) 책을 빌리려고 하면 눈치를 주었다. 처음에는 눈치를 주는 정도였는데 나중엔 대놓고 거절을 해서(아직 안 읽어서 못 빌려 줘.) 후반부 30권 중에는 읽은 책 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그래도 조르주 상드의 <사랑의 요정>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쇼팽의 연인 그 조르주 상드) 명작의 축약본을 혐오 수준으로 싫어하는지라, 읽지 않았음이 오히려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니까 별로 아쉽지는 않다.

 

정말 미친 듯이 좋아했던 전집이었지만, 그때도 어렴풋이 이거 뭐가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더랬다. 그때는 완역의 개념도 잘 모를 때여서 무의식중에 이게 원문의 전부일까? 하는 생각. 완역에 집착하는 나는, 그래서 이 책들을 읽던 시기가 그리울 뿐, 자체가 그립지는 않았다. 소장의 욕구도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축약본과 다이제스트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목록 그 자체는 나에게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시공주니어와 웅진주니어에서 완역본을 출간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읽었던 책들을 기준으로 사모으기 시작했다. 오오 완역본이다아아아아아! 외치면서. 극도로 총애했던 몇몇 이야기들은 (소공자, 소공녀, 작은아씨들) 출판사별 완역본을 다 가지고 있다. 번역가가 다르니까. 그 외에도 이 30권 안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책들의 완역본을 모두 소장했다. 여러 형태로. <쿠오레>라는 제목으로 이 전집의 23번이었던 책은 창비아동문고 <사랑의 학교1,2,3> 완역본을 가지고 있고, 17번 십 오 소년 표류기는 열림원에서 나온 쥘 베른 전집을 갖추면서 완역본을 갖췄다. 18번 엑토르 말로의 <집 없는 아이>는 궁리 출판사 판을 가지고 있다. (시공사에서 이 책의 완역판은 왜 안냈는지 모르겠다)

 

전집의 추억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곽아람의 어릴 적 그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집들은 이 계몽사 <소년 소녀 세계문학전집>을 제외하고는 단 한 질도 나의 소유였던 적이 없었다.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CE 88>(종종 에이브 전집-ABE 88-과 혼동되어 검색된다. ACE 88이 좀 더 어덜트한 소설들이 많았다. 어차피 축약본이었겠지만 반지의 제왕까지 수록된 전집이었다.)은 나와 두 살 터울의 외사촌이 가지고 있었다. 이 전집에서 <백만년 에이라>를 처음 읽었을 때의 매혹은 대단했다. 그 뒤 진 M. 아우얼의 <대지의 아이들> 시리즈를 모두 소장했다. (물론 완역이다. 하하하) 외가에 갈 때마다 함께 놀자는 사촌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책장 앞에 붙어있게 만든 전집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 전집의 소유주였던 두 살 아래 사촌동생은 나와 비슷한 수준의 활자벌레여서 내가 책을 빌려보는 걸 조금도 고까워하지 않았지만, 그렇게도 너그러웠던 외숙모도 이 책을 빌려주려 하지는 않으셨다. 이 전집은 당시 오늘 세계 아이들 최고 책 에이스라는 어마어마한 수식어가 붙어있었고 외숙모는 이 책을 사 준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아마 많이 아끼셨던 모양이다. 책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 전집에 이가 빠지는 것을 혐오 수준으로 싫어하는 나는, 그때도 외숙모를 원망하지 않았고, 지금은 너무나도 이해한다. 어쨌든 자주 만나던 사이지만 아무래도 남의 집에 있는 책이라 이 88권을 전부 독파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나는 이 전집의 몇몇 소설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 외숙모는 다른 책은 아주 잘 빌려주셨다. 그리고 나는 외숙모의 책장에서 무려 세로 쓰기로 된 <왕비열전> 전집을 빌려 읽었다. 하하하.)

 

지경사 판 <소녀 명랑 소설> 시리즈는 큰언니의 단골 선물이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5살 터울의 언니는 생일이나 어린이 날,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이 시리즈의 책을 한권씩 사 주었다. 말괄량이 쌍둥이 시리즈가 언니의 첫 선물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나중에 언니는 작은 아씨들 시리즈의 후속편을 사서 선물해 주었다.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의 8번 작은아씨들은 베스가 병을 앓았다 회복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작은아씨들 1부인 셈이다.) 그 뒤로 언니는 말괄량이 쌍둥이 시리즈의 책을 때마다 한권씩 사 주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 안에, 소설판 캔디캔디 1,2,3이 있었다. 아빠를 조르고 졸라 이 세 권을 사서 옥상에 누워 읽었다. 하늘은 새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햇살이 무섭도록 쨍하던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날이 그렇게 좋으면 캔디 캔디를 읽던 날이 떠오른다. 아아, 나의 테리우스.

 

곽아람은 1979년생이다. 나와 거의 동년배인 셈이라 우리의 유소년기를 지배하는 책은 거의 겹친다. 다행히 나는 이야기에는 집착하지만 그 자체에는 집착하지 않아서 곽아람이 겪은 책 수집의 에피소드는 없다. 지금도 그때 읽었던 그 책을 소장하고 싶은 욕망은 전혀. 그저 너도? 나도! 반가워!!! 라고 외치는 기분이었다.

 

곽아람의 책을 읽고 바로 어느날 구입해 반쯤 읽고 책장에 던져뒀던 중앙일보 문화부장 이영희의 책 안녕, 나의 순-을 꺼내 다시 읽었다. 나의 초-중등기를 지배했던 것의 팔할이 문학(정확히는 동화, 영 어덜트 소설)이었다면 나의 고등학교 시기를 지배했던 것은 구할이 만화였다.

 

그 시절 연년생 언니와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순정만화 잡지들은 이제 없다. 성인이 돼 독립을 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본가에 돌아가니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더 이상 보지도 않는데 쌓아두면 뭐하니? 먼지만 쌓이고 벌레 생겨라고 엄마는 냉정하게 말했었지.

이영희, 안녕, 나의 순-, 다산북스 놀, 2020, p.6

 

이 경험, 나도 있다. 하하하. 만화잡지 <윙크>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38월에 창간되었다. 격주간지였고, 한권에 2500원이었다. 창간호부터 사모았다. 울엄마가 무슨 맘인지 그때 윙크 살 돈은 꼬박꼬박 주셨고, 집에 한권 한권 쌓아두는 것도 그냥 두셨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낙이었다. 대학을 가느라 집을 떠나면서 그 잡지를 얌전히 라면박스에 넣어 고이 보관했다. 또 한 번, 엄만 대체 무슨 마음이었는지 그 만화잡지 박스를 이사하면서도 버리지 않고(내가 대학을 들어간 뒤 우리집은 사정상 두 번의 이사를 했다, 내가 없는 사이)잘 들고 다니셨다. 몇 년을 잘 데리고 있던 엄마는 어느날, 그 책을 묻지도 않고 싸그리 버려버렸다. 윙크가 단종되어 전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다음의 일이라 아까워서 속이 쓰렸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고등학생이던 우리 교실엔 정해진 책 공급책이 있었다. 할리퀸 로맨스는 수영이가 공급했다. 매달 새로운 책이 나오면 만화방에서 빌려와 순서를 정해놓고 수업시간에 교과서에 끼워넣고 읽었고, 나는 윙크 공급책이었다. 단행본 만화 공급책은 민지와 몇 명이 더 있었다. 할리퀸 로맨스는 만화방이나 책방에서 빌려오는 거였고, 단행본 만화는 각자 모으는 책이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 달랐다. 우리는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아르미안을 읽었고, 레드문을 읽었고, 불의 검과 점프트리 에이플러스를 읽었다. , 지금도 기억나는, 이은혜 작가. 우리 여고 앞에 와서 사진을 찍어 가는 걸 봤다는 아이가 있었지.

 

한동안은 또, 그때 봤던 만화책들을 엄청나게 사 모으던 시기가 있었다. 중고나라를 통해, 불의 검이니, 안녕 미스터 블랙이니, 이은혜의 책들을. 30이 가까워 오던 나이였다. 결혼을 했고, 내 책장을 보던 남편은 딱 두가지를 말했다. 사조영웅전을 보고는, “나는 무협지를 사서 읽는 사람을 본 건 네가 처음이야.” 했고 만화책들을 보고는 나는 만화책을 사서 읽는 사람도 네가 처음이야.” 했다. ... (그러는 남편도 신의 물방울은 사서 읽었다. -물론 다 팔아치웠다, 내가.)

 

아무래도 만화책이라. 딱히 소장의 욕구가 강하지 않은데다 권수도 워낙 많아서 다 팔아 치우고 몇 개만 남겨두었다가 몇 번의 책장 구조조정을 하던 중에 마저 다 팔아치워 버렸다.

 

마지막으로 팔았던 만화책이 이현세의 <남벌>이었다. 하도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라(순정도 아닌데!) 학산문화사에서 애장 박스판이 나왔을 때 냅다 사서 소장하고 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주문할 땐 남편도 신의 물방울을 살 때라 뭐.) 팔까 말까 많이 망설이다가 가격도 별로 내리지 않고 당근에 올려놓고 잊고 있었다. 팔리면 팔고, 아니면 안고 갈 생각이었다. 올린지 한 반년이 지났을 무렵인가 갑자기 연락이 왔고, 팔았다. 구매자는 우리집 근처 지하철 역을 거래장소로 지정했고, 우리는 지하철 역 앞 파리바게트에서 만났다. 나온 분은 뜻밖에도 50이 훌쩍 넘어 60 가까이 되어보이는 아저씨였다. <남벌>을 사서 읽겠다고 지하철을 타고 와서 중고거래를 하는 아저씨라니. 그는 나를 보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내가 만화책을 사러 간다고 했더니 안그래도 아내가 퉁박을 주더라고요. 무슨 만화책을 사서 보냐고.” 무슨 답을 하겠는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네네, 아내분은 그럴 수도 있죠. 대답을 하는데 그분이 책이 든 쇼핑백을 아주 소중히 안아들며 그랬다.

내가 옛날에 읽은 만환데, 하도 재미있게 읽은 추억이 있어서 꼭 다시 읽고 싶어서 그런다고 했어요.”

어정쩡하고 어설프게 네네, 재미있게 읽으세요. 하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나도 마흔이 넘어 만화책 중고거래를 하는 아줌마가 될 줄은 몰랐고, 그분도 육십이 다 되어 만화책을 사들이는 아저씨가 될 줄은 몰랐겠지. 우리의 나이는 거의 15년 이상 차이가 났지만 같은 만화책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시기 이후로는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아서(나는 웹툰도 보지 않는다.) 만화에 대한 추억은 고등학교 시기를 전후로 하여 거의 멈춰있다. 그래서 이영희의 책에서는 내가 모르는 만화 이야기가 더 많다. 이영희 기자는 아마도 나보다 한두살 많을 것도 같은데 말이지.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으며, 이승환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주문을 외어 보자~

 

내가, 완역을 핑계삼아 어릴 때 집착 수준으로 좋아하며 읽었던 책을 사서 모으는 이유는, 이 책들이 주문이기 때문이다. 나를 그때 그 순간으로 데려가는, 마법의 주문. 끝내 외숙모의 책장에서 빌려 읽었던 세로쓰기 왕비열전까지 기억하게 만드는, 그 시기의 나를 다시 불러내어 그때의 그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최근에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그 외숙모의 남편이었던, 우리 엄마와 관계가 아주 각별했던, 우리집 딸들을 모두 고루 아껴주셨지만 그 중에서도 나를 더 많이 편애하셨다는 것을 그분도 알고 나도 아는 그 외삼촌이 갑자기.

 

오래 만나지 못했던 사촌을, ACE 88의 소장자였던 그 사촌을 거의 10년만에 그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사촌도 장가를 갔고, 나도 시집을 갔으니, 내가 명절에 외삼촌에게 인사를 갈 때쯤, 사촌은 이미 아내와 처가에 간 뒤여서 만날 일이 없었다. 그 사이 집안 행사도 없었고.) 장소가 장소임에도 오랜만에 만난 사촌은 반가웠다.

문득, 그 사촌에게 간만에 전화라도 할까보다. ACE 88 기억하니? 라고 묻게.

 

2025.7.27. by a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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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27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의 모든 책의 추억이 저랑 겹쳐서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

아시마 2025-08-11 10:57   좋아요 1 | URL
아마도, 저와 연배가 비슷하신 모양입니다~~ ^^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책들 중 하나가 중1때 짝꿍이 가지고 있던 빨간색 셜록홈즈 전집이었는데, 출판사가 어디였는지, 전질이기는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요. 얇은 페이퍼북 장정이었고, 짝꿍도 아빠의 책이라고 했던 것 밖에는 기억이나지 않아요. 그 친구와 학기 초 이후 사이가 멀어져 몇권 빌려보지도 못했던 책. ㅎㅎㅎㅎ 혹시 어떤 책인지 아시나요.

바람돌이 2025-08-11 10:35   좋아요 0 | URL
저는 어릴 때는 열렬한 루팡 독자였네요. 홈즈는 읽긴 했지만 딱히 좋아하지는 읺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역전되더라구요. ㅎㅎ 그런데 빨간색 표지의 셜록홈즈 약간 떠오르는 이미지는 있는데 기억은 안나요
이 시절에 저는 집에는 책이 없어서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거든요. 그 먼 시절에 도서관이라니 이상하죠. 근데 진짜 국민학교 시절 시골 학교인 저희 학교에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은 도서관이 갑자기 생겼더랬아요. 그 때 무슨 정책의 변화가 잠깐 있었던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