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내게로 오다』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간혹 남자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섹시하다든가, 남자들의 땀냄새를 맡으면 성적 충동을 느낀다든가 하는 여자들이 있는데, 난 아니다. 난 전혀 그렇지 않다. 난 땀냄새를 단 한순간도 섹시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땀냄새는 단지 땀냄새일뿐 내겐 전혀 섹시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땀 흘리는 모습도 마찬가지. 가끔 화보상의 멋진 남자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근사하게 보여주곤 하지만, 나는 땀 흘리는 남자에 대한 환상 같은건 없다. 땀 흘리는 남자는 내 로망이 아니다. 전혀. 

나는 역시 땀냄새 보다는 향수 냄새가 좋다. 나는 땀냄새보다는 차라리 진한 향수냄새를 선호하는 편이다. 오래전 일인데, 데이트를 하기 위해 약속 시간을 잡는데, 상대방이 내 예상보다 한시간 늦게 약속시간을 잡자고 했다. 퇴근하고 바로 약속장소로 오면 이시간이면 충분할텐데 왜그럴까, 싶었지만 여튼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나가보니 그는 퇴근한 후에 집에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향수를 뿌리고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쿠, 좋아라.  

모름지기 남자란, 그 정도의 준비를 하고 여자를 만나야 하는 법.  

그건그렇고, 

향수냄새가 아니라면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도 괜찮다.   

포르투갈하면 지금도 코끝에 와 닿는 세 가지 내음이 있다. 그 중 첫째가 거리에 솔솔 피어나는 빨래 향기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곳이건 창가에 빨래를 널어서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가에 걸린 덜 마른 빨래가 바람에 솔솔 흔들리면 청결한 세제 냄새가 바람을 타고 골목에 퍼진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박한 거리를 걷다보면 코 끝에 향긋함이 전해진다. (중략) 

이 비슷한 내음이 포르투갈 남자들에게서 풍긴다. 리스본 거리에서, 혹은 포루투 해변에서, 시골마을 가게에서 만났던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에게서 뜻밖에도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가 났다. 향수와는 다른, 청결함이 느껴지는 내음이다.(pp.47-48)

아릿하고 달콤한 비누 냄새, 향수와는 다른 청결함이 느껴지는 내음. 캬~ 좋다.  

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함부로 하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나는 하찮은 인간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사람을 결코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예의를 갖춘 사람이 좋다. 예의 바른 행동, 예의 바른 말은 상대로 하여금 내가 퍽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냄새도 그렇다. 좋은 냄새가 나면 그만큼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 같다. 나는 당신에게 좋은 향기를 맡게 하고 싶어요. 내게서 좋은 향이 났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렇게 깊은 의미를 두진 않는다 해도 비누 냄새는, 비누 냄새, 그 자체로 로망이다. 왜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에서는  

   
 

그에게선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는 문장으로 그 설레이는 소설이 시작되지 않는가! 아, 그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두근거림이란!! 뭐,『젊은 느티나무』에서 나를 왈랑(마노아님 단골표현)거리게 했던건 단지 비누 냄새 뿐만이 아니었다. 

   
 

오빠, 그는 내게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었다.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 아, 나는 정말이지 이 말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메신저 대화명에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라고 써놓고 헬렐레 거렸다.  

   
 

우리에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야. 미국엘 가든지.. 

 
   

아! 끝까지 사람 설레이게 하는 저 오빠의 말. 아 물론 책을 보고 쓴게 아니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인용한거라 문장은 조금씩 틀릴 수 있다. 어쨌든 다시 『포르투갈 내게로 오다 』로 돌아가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키 작은 녹색 문과 빨래의 색감이 너무 예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빨래를 걷으러 나온 집 주인, 마리아를 만났다. 그녀는 고향인 스페인에서 이곳으로 건너와 일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북부도시인 브라가에서 일했단다. 그녀의 남편인 레오 역시 이곳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고.(p.130)

우오우오우오우어우ㅇ\잉9해쟈게ㅛ에재ㅛㅐ%%%% 좋겠다. 남편이 '레오'라니! 레오라니!! 마리아는 전생에 지구를 구한걸까? 어떻게 레오를 남편으로 맞을 수 있을까? 나는 다시 태어나면 지구를 구하겠다. 반드시 구하겠다! 

나는 몇해전 뉴욕에서 영화 『폴링 인 러브』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매릴 스트립이 마주쳤던 서점 RIZZOLI BOOKSTORE에 들렀던 적이 있다. 



(사진은 서점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포르투갈의 Lello(렐루) 서점도 한번 꼭 가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여행기인만큼 당연히 사진도 엄청 많은데 음식들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사진까지 첨부한건 윽, 돌아버리겠더라. 특히 내가 이것만큼은 먹어보고 싶은걸, 했던건 '프란세시냐'.  

가장 기본적인 프란세시냐는 식빵 두 쪽 사이에 소시지, 햄, 스테이크등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씌우고 소스를 끼얹어 구운 것이다. 그 위에 달걀 프라이까지 얹어 주기도 한다. 온갖 재료들이 치즈를 씌운 식빵 사이에서 맛깔진 소스와 함께 촉촉히 녹아내리는 맛의 풍부함이 일품이다.(pp.219-220) 

 
 

(책 속의 사진과는 약간 다르다. 책 속의 사진이 좀 더 근사한데...이 사진은 검색해서 찾은사진.) 

 

책을 읽다가 남자를 생각했고, 남자의 향기를 생각했고, 서점을 생각했고, 칼로리 대박인 맛있는 음식을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 페이퍼는  

결혼 예정인 오즈마님께 바친다. 오즈마님 단 한분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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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씨가 좋아서 자꾸 니 생각이 나.
    from 마지막 키스 2012-03-02 09:58 
    가장 기본적인 프란세시냐는 식빵 두 쪽 사이에 소시지, 햄, 스테이크등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씌우고 소스를 끼얹어 구운 것이다. 그 위에 달걀 프라이까지 얹어 주기도 한다. 온갖 재료들이 치즈를 씌운 식빵 사이에서 맛깔진 소스와 함께 촉촉히 녹아내리는 맛의 풍부함이 일품이다.(pp.219-220) 며칠전 회사동료 E 양이 사직서를 냈다. 쉬고 싶다고 했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지쳤을까. 그녀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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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6 21:57   좋아요 0 | URL
글을 쓸때는 말이죠, L.SHIN 님. 특히 감정과 생각이 많이 들어가는 문장들이 있잖아요. 물론 앞뒤 문맥으로도 그런 생각들을 강조하게 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특히 마음이 담긴 문장. 지금 L.SHIN 님이 말씀해주신 문장, [ 모름지기 남자란, 그 정도의 준비를 하고 여자를 만나야 하는 법. ]이 제게 그런 문장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짚어주시다니! 이럴때 바로 글 쓰는 기쁨이 느껴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쁜데요! 헤헷

리졸리북스토어는 몇층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네요. 2층까지 올라갔던건 확실한데 3층도 있었던가..갸웃갸웃. 분위기가 참 좋은 서점이에요. 여기의 교보문고 처럼 넓고 환하고 북적이는게 아니라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서점이었죠. 네, 아늑해서 좋은 곳이었어요. :)

2010-01-16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1-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 특정 향수를 늘 뿌렸었는데요. 가까이 가야만 살짝 풍기는 그 향이 참 좋았어요. 헤어진 후에 길을 걷다가 옆에 스쳐지나던 사람에게서 그 향기가 나서 나도 모르게 놀라 돌아보곤 마음이 아팠죠. 지금은 뭐, 지나간 얘기지만. ^^;
방금 오즈마님 결혼 축하댓글 쓰고 왔는데 다락방님 페이퍼에 또한번 뭉클.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와락. ;;;

다락방 2010-01-16 21: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문나잇님. 그게 뭔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리고 가끔은 그냥 걷는데 무심코 공기중에 그의 향기가 떠돌기도 하잖아요. 그것이 진짜로 나는 것인지 아니면 내 상상이 만들어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럴땐 정말 숨이 턱 막히죠.
그리고 가끔 너무 좋은 향기가 나는 남자면 뒤돌아 보게 되요.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말이죠. 향기만으로도 일단 매력적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근사하지요!

문나잇님, 나 사랑하는건 약도 없다는 말, 혹시 들어봤어요? 흐흣

헤스티아 2010-01-1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
저는 지난주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어요^^ 주말은 친청과 시댁에서 보내고
어제(일요일)밤에 저의 신혼집인 성남에 도착해서 오늘 첫번째 하루가 시작 되었어요~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서 고작 한거라곤.. 빨래 2번을 돌리고(세탁기를 처음 써봐서요. 화장실이 난리가 났어요 ㅎㅎ)
점심먹고 아침은 신랑만 차려주고 ~ ^^ 이거밖에 안했는데 벌써 4시예요. ㅠㅠ
오늘 저녁에는 뭔가 특별한 음식을 차려주려했는데 아무래도,, ㅠㅠ 냉장고에 있는 각종김치들과(어른들이 많이 싸주시더라구요) 계란을 이용한 요리 ㅋㅋ 를 해 먹어야할듯 해요.

저도 제 남자에게서 뭔가 나뭇잎,숲속의 신선함 그런 냄새가 나요 ^^ 저에게서는 어떤 향이 나는지 물어봐야겠어요 ^^
아직은 즐거운 신혼이지만 앞으로도 늘 즐거운 가정을 이룰 수 있게 다락방님이 빌어주세요 ^0^

다락방님 페이퍼 덕분에 저도 이런 긴 덧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

다락방 2010-01-18 16: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며칠전에 헤스티아님 생각을 했었어요. 결혼하셨을텐데, 신혼여생에서 돌아오셨을까, 아님 아직 신혼여행중이실까, 뭐 이런것들 말예요. 신혼여행은 즐거웠나요? 어디어디 갔었어요? 밤에는 로맨틱하게 분위기도 잡고 그랬나요?

신랑되시는 분이 헤스티아님에게선 어떤향이 난다고 말씀하실지 저도 무척 궁금해요. 대답을 듣게 되시면 제게도 살짝 알려주세요. 헤스티아님은 어떤향이 나는 분일까요? 흐흣.

네 언제나 신혼인것처럼 늘 즐거운 가정 이루시라고 제가 빌어드릴게요. 그러니 계속 행복하게 지내세요! 결혼도 축하드려요!! :)

기억의집 2010-01-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페이퍼에다 지난 토욜 늦은(?) 새벽에 덧글 달았는데.... 제가 막 댓글저장 하려고 눌렀는데 알라딘에서 점검한다고 뜨더라구요. 그래도 설마 저장을 눌렀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그 설마가 사람 잡네요. 덧글이 없어졌어요. 흑흑^^

다락방님의 인기를 실감나는 하는 덧글들...^^

그 때 뭐라도 썼나면요, 전 남편의 스킨향기만으로 만족한다고 썼는데... 근데 저 한테는 파하고 마늘 냄새 나요. 언제반찬할 때 사용하는 양념이 손에 배더라구요. 다락방님한테는 무슨 향기가 날까? 이렇게 썼거든요^^

다락방 2010-01-21 11:13   좋아요 0 | URL
제가 말이죠, 기억의집님. 단 하루도 향수를 뿌리지 않은 날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향수 냄새가 제게서 나질 않아요. 사람들은 제게서 향수 냄새가 나질 않는대요. 일전에 무슨 만화책을 보니까 유독 체취가 강한 사람은 향수 냄새마저 다 흡수해버려 체취만 나게 한다던데, 저는 제 체취가 혹은 제 피부가 모든 향수를 먹어 치우는건 아닐까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친구들은 향수를 '많이' 뿌려보라고 하던데, 어떻게 많이 뿌리라는건지, 원.

결론은 향수냄새가 나요, 라고 쓰고 싶지만 좋은 향기는 내게서 나질 않아요, 가 되어버렸어요. 흑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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