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주요섭'의 작품중에 『추물(醜物)』이란게 있다. 이 작품속의 여자주인공은 언청이로 굉장한 추물이라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다. 그런 여자가 하루는 물장사와 관계를 가져 임신을 하게 되는데, 오죽하면 사람들은 저런 추물에게도 남자가 있구나, 하고 또 놀려댄다. 그런 놀림 속에서 여자는 반드시 예쁜 여자아이를 낳아 보란듯이 살아보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운명이란 얼마나 잔인한가. 그녀는 바라던대로 딸을 낳았지만, 그 딸 역시 언청이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추물이 추물을 낳았구나!'라고 또 놀려댄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자라나면 또 그러한 쓰라린 인생을 보내겠지.' 란 생각으로 그 아이를 죽일 생각도 했다가 그래도 크면 좀 인물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중학생때 이 작품을 읽다가, 이 작품이 전해주는 슬픔과 아픔과 잔인함과 비뚤어진 유머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래서 그 당시에 이 작품을 두번이나 읽었고, 친구들에게도 만나기만 하면 혹시 이런 작품을 아느냐며 줄거리 얘기하기에 바빴다. 정말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읽은 창비세계문학의 단편집 스페인,라틴아메리카편의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를 읽다보니, 이 주요섭의 [추물]이 생각나는 작품들이 몇개 있더라. 아프고 무섭고 슬프고 쓸쓸하고 잔인한 소설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방은 지하실의 겨드랑이처럼 찝찔하고 시큼하고 달착지근한 냄새를 풍겼다.(p.34)

 그러더니 다시 이런 구절이 나와서 본격적으로 슬프게 한다. 

빠꼬는 누이동생이 억세게도 운이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예쁜 구석이라곤 오직 목소리뿐이었다. 이따금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슬퍼졌다. 못생긴, 아니 어쩌면 지독히도 못생긴 얼굴에 촌스러운 몸뚱이. 뱃살은 불룩하게 부풀어올랐고 엉덩이는 펑퍼짐하다 못해 거의 네모에 가까웠다..... 자기가 못생겼다는 것을 의식하는, 못생긴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에 굴욕당한 여자.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절망한 여자. 그는 가난한 여자에게 예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했다. 좋은 직업은 물론 심지어 성공적인 결혼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삶을 향상시킬 모든 가능성은 미모에 달려 있었다. 못생기고 가난한 여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남자에 비견되었다.(p.47) 


친구의 아들은 이제 막 다섯살이 되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예쁘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나만 예쁘다고 했다. 내가 놀랐던 건, 나는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인 남자들에게는 예쁘다는 말을 듣는 여자사람이 전혀 아닌데, 다섯살짜리 어린 남자아이가 나에게 예쁘다고 했다. 나는, 그러니까, 어린 아이에게 먹히는 얼굴인건가! (물론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어린아이들은 안그랬다. -.-) 

그래서 나는 이런 구절, 못생긴 여자들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에 대해서는 한없이 슬퍼진다.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오라시오 끼로가'의 『목 잘린 암탉 』 

사실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추물을 생각했다. 이 작품속에서 '마치니 페라스 부부'의 첫째 아들은 태어난지 20개월이 된 어느날 밤, 끔찍한 경기를 하고 나더니 바보가 되었다. 둘째 아이는 18개월째에 첫째아이와 똑같은 경기를 앓고 바보천치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에 태어난 그들의 쌍둥이 아들들은 차츰차츰 두 형의 전철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지능과 정신, 본능까지도 잃고 만 바보 4형제가 되었다. 집안 분위기는 침울해지고, 부부는 서로를 원망하는 가운데, 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려는지 막내 딸아이가 태어난다. 혹시 오빠들과 같은 증상이 일어날까 부부는 전전긍긍하지만 네살이 될때까지 그 딸아이게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딸아이는 이 부부에게 마냥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이 소설이야말로 가장 충격적이고 무서운 결말을 가지고 있어서 내내 [추물]이 생각났고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생각났다.  

 

이 단편집 속에 실린 단편들이 슬프고 아픈건 단순히 [추물]을 생각나게 하기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창비세계문학에서 가장 먼저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골라집게 된건 제목 때문이었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그래서 이 책을 펼쳐서는 사실 이 제목의 단편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이 제목을 접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이런 시작이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후스띠노,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어서 그들에게 가서 전해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그렇게 말해줘.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p.213)  
   

  
그러니까 내게 가장 관심을 받았던 이 제목에는 어떤 깊은 은유나 비유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처음부터 대놓고 직접적으로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라고 할 줄은 몰랐다는 말이다. 자,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이렇게 외친 이 남자는 결국 죽었을까? 
 
 
이 단편집 속에서 내가  좋아했던 건 '후안 호세 아레올라'의 『전철수』다. 이 책의 각 단편마다 시작하기 전 작품해설이 쓰여져 있는데, 이걸 읽고 나면, 얼마전 Jude님이 리뷰에 쓰셨던것처럼 스포일러를 만날수도 있고, 또 해설이 의도한대로 읽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몇편쯤 해설을 먼저 읽었다가는 안되겠구나 싶어서 작품을 다 읽고 해설을 읽는다. 그렇게 읽으면 해설은 때때로 내가 놓친걸 얘기해준다. 그래서 내용 자체만으로도 좋았지만(사실 내용은 유머로 받아들이면서도 힘들고 한숨이 나온다), 해설을 읽으면 끄덕끄덕 하게된다.  


작품에서 서술된 상황은 관행적인 질서와 존재에 대한 일체의 논리적,현실적 개념에서 벗어나 과장되고 그로테스크하고 터무니없는 세계로 들어간다.(중략) 우선 여기에서 비유와 전형은 부조리와 한계를 지닌 보편적 인간조건과 현실을 가리키며, 기차여행은 인생여정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겉만 그럴싸한 현실의 환상에 사로잡힌 터무니없는 기획의 집행자, 전횡적 권력에 의해 우연과 기만에 내던져진 여행자라는 멕시코인의 존재방식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p.224)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을 꼽아보라면 '아우구스또 몬떼로소'(아유, 이름이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ㅜㅡ)의 『일식』과 '루이사 발렌수엘라'의 『검열관』인데,   


『일식』은 단 한장짜리 단편으로 상대가 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있다가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는 신부가 나온다. 신부는 원주민 마야족을 대하며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감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격렬하게 피를 뿜게'되는데, 이 한장이 던지는 메세지가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는 내가 퍽 좋아하는 바다. 그렇다면, 
 
『검열관』은 어떤가! 
 
이 단편집중 내가 최고로 삼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데, 일전에 나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읽으면서,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보고, 인간이 서로 다투고, 자신이 상대의 위에 서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본능인건가 싶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검열관은 그 『파리대왕』을 생각나게 하면서 사실은 아주 많은 부분을 영화『타인의 삶』을 생각나게 한다. '후안'은 자신이 보낸 편지가 검열되는건 아닐까 내내 고민하다가 아예 자신이 검열관이 되어 그 편지가 검열되어 보내지지 않는걸 막고자 한다. 처음에는 검열관으로서의 일이 자신의 편지를 보내기 위함이니 안심하다가, 그는 점점 더 그 일에 빠져들게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승진을 하게 된다. 그러다 점차 업무에 심취하게 된 나머지 그를 검열국까지 오게 한 숭고한 임무를 망각하기까지 한다. 이제 그에게 닥쳐올 사건은 무엇일까. 
 
자, 이 작품의 해설을 보면,  
 

작가의 정치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검열관』에서는 아이러니를 통해 모든 대상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권력의 본질을 파헤친다. 권력은 그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조차 삼켜버린다. 강박적으로 업무에 매달리던 검열관의 터무니없고 불합리한 최후는 정부의 억압적인 통치방식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p.252)

 

이런 작품을 읽게 되다니, 참 고맙고 좋기는 한데, 사실 이런 작품을 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사회적 배경이 씁쓸하다. 왜 권력과 정부는 작가들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드는걸까.  이런 글을 쓰면서도 아프지 않았을까.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끝내고 어느 나라를 시작할까 하다가, 갑자기 또 피츠제럴드에 대한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미국을 선택해야겠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ade 2010-01-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댓글이지만

다락방님. 저 그 고흐의 아몬드꽃 표지. 그책 오늘 받고야 말았어요. 헉.
다락방님께 경의를;;

다락방 2010-01-26 15:05   좋아요 0 | URL
Jade님. 저는 무쇠팔 무쇠다리. 얼마전엔 율리시스를 집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답니다. 토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러니 저를 우러러보아 주십시오. 움화화핫

... 2010-01-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는데요, 할 일이 산더미라 심적부담감땜에 차마 책장을 펼치지 못하겠어요, 엉엉.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이 작품을 검색해보니 (스페인어는 모르니까, 영어로...) "Tell them not to kill me"더라구요. 어찌나 실망스럽던지요.. tell them not to kill me 가 뭐야,? 뭐야? 뭐냐구!!! 우리 말로는 절규를 하고 있쟎아,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라고!!!

미국편은 제가 이미 읽은 게 많아서 가장 나중으로 밀리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다고만 스포일러성 귀뜸~~

다락방 2010-01-26 15:09   좋아요 0 | URL
미국을 먼저 읽을까 폴란드를 먼저 읽을까 이러는데 갑자기 피츠제럴드가 미국속에 포함되어 있는게 아니겠어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요. 아 피츠제럴드 사랑해요. 원래 피츠제럴드가 완전 최고사랑이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로맹 가리 까지 더해져서 아, 저는 정말이지 누굴 더 사랑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흑.

흐음, 그러게요. 영어제목은 우리나라 제목처럼 절규가 느껴지질 않네요. 우리말로 옮기니까 정말 완전 울트라캡숑멋진 뉘앙스의 문장이 되지 않나요? 일전에 브론테님 포스팅에서도 우리가 이야기 나눈바지만, 정말이지 완전 멋진 제목이에요.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레와 2010-01-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길게 썼지만, 할 얘기가 더 있는거 같은데, 남은거 같아요.ㅋ


눈 앞에서 글자들이 춤을 추는군요~ 어지러워..@_@

다락방 2010-01-26 15:10   좋아요 0 | URL
사실 이렇게 길게 썼지만 제가 정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거 읽다가는 이 생각나고, 저거 읽다가는 저 생각 나고...
어떤 얘기는 미처 못다한것 같기도 하고. 맞아요, 정말 그래요. 흐음....

머큐리 2010-01-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긴글을 읽기를 굉장히 힘들어 하는데 말입니다... 다락방님 글은 무척이나 술술 잘 읽힌다 이 말이죠...그니까 드뎌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고 단련하신 내공이 드러나는 겁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요?) 더불어 또 책 하나 보관함에 넣었다구욧!!

다락방 2010-01-26 15:12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제가 말이죠, 요즘 빈곤모드인지라 아직 글쓰기 관련 책을 한권도 못산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읽을 책은 산더미같고 말이죠.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은 몇개월 지나서..... ( '')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머큐리님.
:)

머큐리 2010-01-26 15:24   좋아요 0 | URL
흠...굳이 글쓰기책은 안사셔도 될 듯 합니다. 쿨럭...

다락방 2010-01-26 15:2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꼭 살겁니다! 꼭 읽어볼겁니다!! 불끈!!

비로그인 2010-01-2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여자의 미모는 남자의 재력에 비견할 만한 재산이라는 글을 보았어요. 18세부터 20세까지는 여자로,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여자로 살고 싶다는 어느 미청년 작가의 글도 보았고. 아름다움은 하나의 재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예쁜 여자가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이지요. 그 순간 미모는 무기가 되거든요.

다락방 2010-01-26 15: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너무 심하고 잔인하게 휘두를까 걱정되서 신은 제게 그 '미모'라는 것을 주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단 말입니다. 제가 의외로 착하고(응?) 여려서(응?) 무기를 마구 휘두르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니까 제게 '미모'라는 무기쯤은 주셔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텐데 말입니다.
저는 예뻐도 겸손할 자신이 있으니 정말 예뻐도 되는데 말입니다!! (어쩐지 화를내고 있다.)

비로그인 2010-01-26 17: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예뻐요!

다락방 2010-01-26 17:04   좋아요 0 | URL
Jude님! 저 왜 이 댓글이 무섭죠? ㅎㅎ
제가 받아본 댓글 중 가장 무서운 댓글이에요. ㅎㅎ

다락방 2010-01-26 17:10   좋아요 0 | URL
다시 또 쌍커풀 수술에 대한 욕망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조개도 좀 팔까...하는 생각도 들고..( '')

비로그인 2010-01-27 10:48   좋아요 0 | URL
제 주위 성형인께서 눈, 코, 다 고친 다음 '여자는 피부다!'를 외치더이다. 우리 일단 피부부터 어떻게 좀 해보자구요. 술, 담배 다 끊고 염소 엑기스를 마시며.......

무해한모리군 2010-01-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것들이 성격마저 좋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생각하니 목이 메이는군요.. 쩝쩝쩝..

다락방 2010-01-26 16:33   좋아요 0 | URL
미는 부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지식의 원천이고..

저의 아버지께서는 늘 예쁜 여자가 팔자가 세다고 하시면서, 그래서 니 팔자 세지는걸 볼 수가 없어서 이렇게 낳아논거다, 하시더군요. 팔자는 살아봐야 알지. orz

아시마 2010-01-2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요섭의 <추물>은 저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는 작품이예요. 음식을 먹는데 토끼처럼 흐물흐물(오물오물?) 먹는다는 이웃 할아버지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여주인공. 이번에 중국편을 읽고도 그랬지만, 국가색, 민족색보다 근대라는 시대성이 앞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근대 태동기의 작품과 닮은 구석이 많아서 놀랐었어요.

근데 다락방님도 제가 읽은 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읽었으면서도 한국 근대기의 작품과 연관지어 연상을 하셨다니^^
그러나 저러나 개인적인 사유로, 정말 책 안사야지 결심한 직후에 이 페이퍼를 읽고나니 다락방님이 무척 미워집니다. ㅠ.ㅠ 창비 문학전집 나머지 8권을 지르게 된다면, 그건 전적으로, 전적으로! 다락방님 탓이니 그리 아세요.

ps. 재벌남은 언제 만나실 건가요오오? 제 기도빨이 약한가요? ㅠ.ㅠ

다락방 2010-01-27 08: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저도 어제 아시마님의 창비문학전집 중국편에 대한 리뷰를 읽었답니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던게, 새로운 작가보다는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는 거였어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아시마님은 중국 작가는 잘 모르신다고 하면서도 위화와 쑤퉁을 다 읽으셨잖아요. 저는 창비전집중에서 중국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쩐지 만나기 무서운거 있죠.

그나저나 아시마님, [추물]을 아시는군요! 전 이작품 얘기할때 상대도 알았던 적이 한번도, 단 한번도 없어요.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이 미치도록 아프고 슬픈 작품을 대체 왜 읽지 않은거야, 하고 절규라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시마님이 읽으셨다니. 아, 정말 반가워요. 감동의 눈물이 ㅠㅠ 문득 생각나는건데요 아시마님. [추물]얘기 하다보니깐 말예요, 혹시 '밀란 쿤데라'의 [농담] 읽으셨나요? 전 생뚱맞게도 [추물]과 [농담]도 어느면에서 닮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농담]은 제가 완전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체 기도를 하시긴 한건가요? 네?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왜 아직도 여전히 못생기고 가난한채로 지내고 있는건가요? 네? 대답 좀 해보세요!!!

순오기 2010-01-2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는 항상 지름신을 동반하지요.^^
추물과 라틴문학~~ 다락방님 페이퍼 제목도 기막히게 멋지네요.

다락방 2010-01-27 08:44   좋아요 0 | URL
제가 어찌 감히 저런 제목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책에서 인용한거지요. 문장이 아주 멋져서 말이죠. 헤헷 :)

기억의집 2010-01-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물 끔찍하게 읽었던 거 기억나요.
아, 다락방님이 저 기억의 저편 속에 숨겨져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주네요.
그 때 추물을 읽고 주변 사람들의 놀림에 더 분노했지요.
근데 생가해보면 어린 나이에 뭘 알겠어요. 지금 다락방님의 글로 새롭게 읽으니
더 비극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왜 저렇게 태어났을까하는. 그래서 저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흐흐, 저도 더 키가 컸으면 좋겠고
더 이뻤으면 좋겠고
더 몸매가 잘 빠졌으면 좋겠고
더 부자였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01-27 09:33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꽤 허무했었던 기억이 나요. 유머로도 읽히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른이 되서인지 아주 슬프고 무서워요, 그 현실이. 게다가 그 소설이 더 아픈이유는 말이죠, 물장사와의 관계가 그저 단지 관계였을 뿐 애인 사이라거나 부부사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여자는 그날의 기억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고 혼자 외로워야 하고 혼자 그 아이를 키워야 하고..그런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막히는거에요. 현실이 이렇게 잔인하다니, 못생기고 돈 없는 여자에게 더 잔인한 이 현실이라니!! 하면서 말이죠.

기억의집님도 읽으셨다니, 반가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그런데 저는 이렇게 아픈 소설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제게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없고 또 유리구두가 있어서 벗겨져 있다고 해도 그 구두의 주인을 찾고 싶어할만한 왕자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말이죠, 모두의 심장을 녹이지 않아도 되니까,
특정한 사람의 심장을 녹일 수 있는 그런 아주 미친듯이 근사한 미소를 갖고 싶어요. 아니면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맑은 눈동자라든가. 제 눈은 언제나 알콜에 취해 흐리멍텅...orz

비로그인 2010-01-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국의 단편들이 그 나라의 역사와 너무 맞닿아 있어서 슬펐어요. 잘 사는 나라의 풍요로운 파티, 한동안 나라를 잃었던 이들의 넝마주이. 이런 것들 앞에서 전 늘 마음이 아픕니다.

다락방 2010-01-27 13:19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이죠 Jude님,
제가 작가라면(아니니까 하는 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역사와 맞닿은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좀 떨어져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할 것 만 같아요. 그래서 그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져요. 저는 좀 이기적이라면 그래서 복잡한 일 따위는 나몰라라 하고 싶다면 그들은 그렇질 않으니까요. 그 속으로 뛰어들어 뭔가 부딪쳐보고자 하니까요. 아마 제가 영화 [타인의 삶]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건,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그다지도 좋아하는건, 그들이 제가 도저히 할 수 없을거라 생각되어지는걸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일거에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