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6.

내가 아침에 출근하기 전, 버스 타러 가기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아니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 미적거리다가 결국 허둥지둥 서두르게 되었다. 그 시간에 샤워까지 하고 나서야 한다. 다행히(?) 그전에 양치와 면도를 마쳐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전에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기 위해 만개한 네그리타 녀석들 사진도 찍었다. 나는 아날로그 닝겡인데, 핸드폰 카메라 대신 디카로 사진을 찍었다. 아무리 핸드폰 화질이 좋아졌다고 해도 큰 구경의 디카 사진만 하지 않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고집쟁이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서 토스 만복기를 누르고 20원을 번다. 나의 야심찬 꿈은 그렇게 번 돈으로 차사기다. 되게 의미있을 것 같지 않나.

 

그런데 내 앞에 어떤 아줌마가 선빵을 날리셨다. , 나만 20원 벌러 가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구나.



2년 전엔가 주식 공모주에 참가해서 재미를 많이 봤었는데, 이젠 시큰둥하다. 잔뜩 물려서리. 지난 주말에 달궁 독서 모임에 가서도 잠깐 주식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신기한 게 예스24 주가가 네이버에 인수된다는 가짜 뉴스에 정말 반짝 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동지인 숨 과장님이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는 거였다. 오 놀라워라. 그리고 다른 동지인 시진님은 네이버에 물리셨다고. 네 저는 카카오에 앙!~ 물렸답니다.

 

암튼 지난달에 다시 공모주가 뜬다고 해서 지난주에 다시 도전에 나섰다. 치킨값 혹은 책 한 권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욕심에 말이지. 예전에 한창 장이 좋을 적에는 따상에 따상상 신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제 더블도 힘든 것 같더라. 오늘 상장한 자람테크놀로지로 주당 족발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회가 동한 모양이다.



3일 뒤에 회사에서 워크샵을 가기로 했다.

원래 삼척 쏠비치로 가기로 했었는데 다들 멀다고 해서 장소가 강화도로 바뀌었다. 그지 같다. 에잉...

 

암튼 가서 재미지게 놀고 와야지. 점심 먹고 나서 레포츠를 하라고 하는데 집라인 한 번 타는데 42,000원이라고 한다. ... 고카트도 타보고... 난 간만에 석모도 보문사에도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다. 그리고 보니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보문사에 갔던 게 아마 지난 천년이지 싶다. 다리도 생겼다고 하던데 궁금하긴 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라!



1월에 심은 네그리타 구근 녀석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예쁘게 꽃을 피워서 너무나 기분이 좋다. 낮에 보면 더 만개할 텐데... 집에 있는 녀석들을 낮에 보기가 쉽지가 않구나.


나의 소박한 정원 모습이다. 비마이포레스트인가 가서 뭐라도 좀 사와야 하나.

 

어젯밤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다. 그래픽노블이라 쉽게 읽긴 했지만 그래도 분량이 제법 되더라. 이제 리뷰를 써야지.



낮 사진이 전송되서 올려 본다.


낮에는 더 멋지구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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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3-07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풀샷으로 보니 더 멋지네요^^
낮에 활짝 핀 네그리타 모습을 보니 제 기분도 좋아집니다. 워크샵 강화도로 바뀐 게 아쉽지만 강화도도 좋잖아요!ㅎㅎ 잘 즐기고 오시길*^^*

레삭매냐 2023-03-07 14:08   좋아요 0 | URL
잘 키웠다고 칭찬을
다 받았네요 그래...

기왕이면 삼척 쏠비치
를 원했으나 그럴 수
없으니... 차선이라도
가서 신나게 놀고 먹
다가 오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3-07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그리타 너무 이쁘네요ㅠㅠ

강화도 좋아요ㅎㅎ 재밌게 노시고 오세요!!

<앵무새 죽이기> 그래픽 노블 있는지 몰랐네요. 봐보고 싶네요ㅎ

고양이라디오 2023-03-07 18:58   좋아요 1 | URL
음... 큰 의미는 없지만

현재 기준으로 저랑 레삭매냐님 오늘 방문자수가 47명으로 똑같네요!ㅎㅎㅎ

레삭매냐 2023-03-07 19:56   좋아요 1 | URL
아, 그랬군요 공교롭네요 No 47 !!!

점심으로는 꽃게탕 간장게장이 먹
고 싶은데 생선구이로 간다네요 헷

신나게 먹고 놀다 오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3-03-08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정말 곱네요.
네그리타 보려고 집에 빨리 가고 싶을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3-03-09 15: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근데, 집에 가면
꽃잎을 모으고 있더라구요 :<

천상 낮에 만나야 하는데
아쉽네요.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 - 아흔 살 넘은 부모 곁에서 살기, 싸우기, 떠나보내기
라즈 채스트 지음, 김민수 옮김 / 클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3년 전에 NYT에서 선정한 베스트북 10 자료를 다시 보게 됐다. 그 땐 그냥 시큰둥했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이 리스트에 있는 책들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10권이 아니라 22권이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부커상 수상작에 꽂혀서 책들을 사모으지 않았던가. 절판된 책이 애로사항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책사냥꾼의 본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바로 사냥에 나서서 아일랜드 분쟁을 다룬 논픽션 <세이 나씽>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나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뉴요커에 카툰을 그리는 라즈 채스트의 그래픽 노블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돼?>였다. 역시나 시티출신의 라즈 채스트는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작가였다. 벌써부터 귀가 솔깃해지지 않는가. 어쩌면 미국 문학판의 주류는 유대인 작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쪽 출신들이 차고 넘친다.

 

아흔이 넘은 부모님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이다. 나의 부모님들도 연세가 드시고, 이런저런 병환을 가지고 계시다 보니 남의 일 같이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계속해서 날아오는 부고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다.

 

라즈 채스트 역시 부모님 슬하에서 벗어난 뒤, 시티 대신 코네티컷에 둥지를 튼 모양이다. 교사 출신의 부모님들은 구두쇠 유대인답게 한 푼이라도 아껴야 잘 산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셨다. 그들과 쇼핑하는 장면을 작가는 광인과의 쇼핑이라고 명명했던가. 도대체 은행에서 예금하면 주는 공짜 믹서기가 왜 그렇게 필요하단 말인가.

 

어머니가 무슨 서류인가를 찾으시겠다고 사다리에 올라 가셨다가 다치고, 또 노인성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방치할 수 없었던 작가는 결국 많은 비용이 드는 요양원으로 부모님을 모신다. 모든 이들이 그렇지만 다가오는 이별, 그러니까 죽음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는 걸 외면하고 싶어한다. 한 달에 자그마치 7,200달러 그리고 나중에 14,000달러까지 치솟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지점에서 한푼두푼 아낀 돈을 모두 저축한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절절하게 표한다. 아니 어쩌면 라스트 부부는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그 돈들을 알뜰하게 모아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담담해질 수는 없겠지. 그게 또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라면 더더욱 말이다.

 

자그마치 부모님이 48년을 사신 아파트를 정리하는 장면에서도 울컥했다. 우리 아버지는 뭘 그렇게 밖에서 주워 오신다. 지난 번에 방문했을 적에는 왜 지하실에 스노보드가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심지어 제법 쓸만하기까지 했다. 당신은 타시지도 못할 인라인스케이트의 모습도 보였다. 놀라운 허섭쓰레기들의 행진이었다.

 

라즈 채스트는 수천권의 책들과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불평했다. 그런데 나도 그 못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마구 내다 버려도 돈 한푼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쓰레기들을 버릴 적에도 돈이 든다. 어머니가 지난 번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1차로 정리를 시도하셨는데 내다 버리는데도 제법 돈이 들었다고 하셨다. 다 내다 버리고 나니 지하실이 훤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하실에 가서 꼬맹이와 같이 탁구도 치고 그랬다. 내가 처음 탁구를 배울 적에 어머니와 지하철 역사 빈 공간에 준비된 탁구대에 가서 탁구공 줍느라 고생하던 기억이 났다.

 

IQ 152의 엘리자베스 채스트 여사는 채스트 집안의 그야말로 폭군이었다. 그녀의 말은 가족 모두에게 권위있는 법이자 명령 그 자체였다. 그러니 작가와 사이가 좋았을 리가 있나 그래. 아버지 조지 채스트의 마지막 순간과 달리 어머니와의 이별은 참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보니 지난 주말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책 토론에서 부모 세대와의 갈등 그리고 화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지. 내가 읽는 것들이 그리고 내 삶의 어느 부분들이 연결되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모두가 기피하는 주제이긴 하지만, 또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런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부모의 죽음도 글쓰기의 소재로 삼는 그네들의 문화가 좀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롤랑 바르트와 아니 에르노의 애도 일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다. 죽음이라는 가장 대면하고 싶지 않은 강렬한 주제를 그래픽 노블이라는 방식으로 녹여 내서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도서관에도 비치가 되어 있지 않고, 근처의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가 없어서 우주점 서비스로 샀다. 이렇게 싸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격이 착했다. NYT 추천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이렇게 좋은 책들이 절판된다는 게 아쉽다.

 

[뱀다리] 더께이야기도 있었지. 세월과 함께 쌓인 먼지가 더께가 되고, 더께가 내려 앉은 물건에는 왠지 손이 가지 않게 되더라. 나의 책들 위에도 더께가 쌓이고 있다. 자주 본 책들은 그렇지 않던데. 세월의 더께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읽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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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 2023-03-06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을거 같아요 ^^ 그래픽 노블이라 더 흥미 있어보여요

레삭매냐 2023-03-06 11:59   좋아요 1 | URL
네 일단 그래픽 노블이라
보통책보다는 죽음-이별
을 덜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슬프고 또 한편으로는 웃
기고, 공감하고.

페넬로페 2023-03-06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쪽에 다 노모가 있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노년에 대비할 나이가 되었고요.

제 주변 도서관에 검색해봤더니 이 책이 없어요.
수소문해서 구입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세월의 더깨를 쓰고 있는 다른 책이나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3-03-06 14:34   좋아요 1 | URL
저도 결국 도서관에서 수배할
수가 없어서 우주점을 이용
해서 구입해서 읽었답니다.

구하는데 든 품이나 비용이
1도 아깝지 않은 그런 책이었
답니다. 가격도 착하게 만나
서 그랬는 지도 모르겠네요.

세월의 더께를 뒤집어 쓴 책
은 저도 못지 않게 소장 중
이라 ㅠㅠ

바람돌이 2023-03-06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세드신 부모님들이 계시니 이런 책들은 읽으면 왠지 울컥할 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3-03-07 13:42   좋아요 1 | URL
바로 제가 그랬답니다.

아, 남은 시간이 이제 얼마
없구나하고 절실하게 느껴
지더라구요.

어려서는 절대 느끼지 못
한 감정이라고나 할까요.

자목련 2023-03-07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8년을 산 아파트를 정리하는 기분은 어떨까요. 큰언니의 유품을 급하게 정리했던 마음이 무얼까 싶어요. 그냥 두어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에요. 죽음은 참 어렵지만 가까이 해야 할 존재 같아요.

레삭매냐 2023-03-07 13:43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이라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책으로 만나는 것과 정
말 실체적으로 경험하
는 것과는 아마 많이 다
르겠죠.

고양이라디오 2023-03-07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거 같아서 주문했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3-03-07 19:55   좋아요 1 | URL
그러시다면 중고책으로?

엄청 재밌고 또 나름 배울
거리도 많이 담겨 있답니다.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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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읽어야 하는 책을 읽게 된다. 작년 겨울에 사둔 책을 네그리타가 만개한 봄에 읽는다. 자전적 에세이 <사나운 애착>을 통해 스스로를 공부벌레, 문학소녀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규정한 해방된 작가 비비언 고닉을 처음 읽었다. 뉴욕 브롱스의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내력이 <사나운 애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이 작가의 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가. 책에 매달려 있는 3일 동안, 책으로 전자책으로 그야말로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다. 퇴근길 버스에서 전자책으로 만나는 비비언 고닉의 일화들이 어찌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책이 발표된 건, 1987년으로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이다. 아니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아닌가. 오십줄에 들어선 작가는 자신보다 훨씬 연세가 드신 어머니가 맨해튼으로 브롱스로 그리고 윌리엄스버그로 계속해서 공간이동을 하며 자신의 과거를 속삭인다.

 

일단 아버지를 46세에 잃은 어머니와는 그야말로 징글징글한 애증의 관계다. 나도 살아 보니,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사람이 보통 원수가 되더라. 자주 안보는 사람과는 원수가 될 일이 없다.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작가와 어머니 같은 경우는 너무 붙어 있어서, 다른 가족도 아닌 유대인 이민자 가정이니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가정에는 대부분 회고록에 담을 만한 이야기들이 차고 넘치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를 잃은 어머니가 괴로워하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추모하는 장면을 작가는 냉정하게 드라마퀸의 연기라고 평가한다. 나치 부역자 처벌에 나선 검사 역할을 맡은 어머니는 훗날 시티칼리지에 진학해서 새로운 삶이 영역에 들어선 딸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무시로 뛰어넘는다. 이들 사이에서 말폭탄으로 유혈사태에 가까운 사투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을까. 실제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는 어머니였다.

 

세대 간의 전쟁은 선택이 아닌 디폴트였다. 석사 학위까지 딴 딸의 유식함에 질린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그래, 나는 무식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체험으로 지난 300년 간의 연애소설에 대해 지식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딸과의 토론을 일축해 버린다. 동시에 자신은 그러지 못했지만 해방구 시티칼리지에서 자주적인 생각과 토론하는 법 그리고 새로운 지식인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한 딸의 성공을 아낌 없이 축하해 주기도 한다. 자고로 그런 법이다, 가족이란 관계는. 반세기를 뛰어넘는 애증의 세월에 대한 비비언 고닉이 구사하는 변증이라고 해야할까.

 

24세에 금발의 외국인 화가가 비비언 고닉은 어머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순결고수 경찰을 자처한 어머니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 그전에 해방된 여성이자 자주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거듭난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바로 이웃집 과부 네티 러바인이었다. 남편이 어이 없이 죽고 난 다음, 비유대인 여성이었던 네티는 브롱스의 게토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선택을 했다.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고, 무수한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 그 중에는 교구 신부도 있었다고 했던가.

 

네티는 남성우월주의적 시선이 넘실거리던 1950년대 미국의 가부장적 프레임 속에서 비비언이 매력적인 오브제로 거듭날 수 있는 스킬을 전수해준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해방된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수해 나간다. 아니 그리고 보니 밀레니엄 세대에 태어나 나는 달라 달라를 외치던 어느 걸그룹의 데뷔곡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공부벌레에서 문학소녀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진화를 거듭하던 작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두 인물을 에세이 속으로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 네티 러바인 여사와 어머니가 될 것이다.

 

다시 결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카산드라를 자처했던 어머니의 예언대로 금발의 외국인 화가와는 애시당초 맞지 않는 결혼이었다. 떠들썩한 유대식 가정 결혼식부터 어쩌면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캘리포니아에서 나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기세 좋게 출발한 스테판과의 결혼은 5년 만에 박살이 났다. 이걸 자아의 충돌로 해석해야 할까? 아니면 서로 너무나 다른 두 개의 행성 간에 교집합의 부재로 보아야 할까? 타인을 이해해야 하고, 나를 죽여야 한다는 결혼 생활의 타협을 이십대의 고닉은 어디서고 배우지 못했던 게 아니었는지. 아니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결혼생활을 너무나 이상화시킨 어머니가 안겨준 PTSD 혹은 트라우마 같은 무언가가 작동한 결과는 아니었는지.

 

그후 고닉은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이웃집 소년 데이비 러빈슨 그리고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유부남 좌파 노동운동가 조 더빈이라는 작자들과 더불어 허기와 욕망으로 가득한 관계를 갖기도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된 데이비는 사회복지사였다 다시 18세기에나 등장할 법한 정통 유대교 랍비로 변신을 거듭한다. 뻔뻔한 유부남 조 더빈에게는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모두 쓰레기지만, 그래도 한 놈 정도는 필요하다고 세라 이모가 그랬던가, 어머니가 그러셨던가. 일찍이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아니 에르노가 자기는 자신이 경험한 것들만 글로 쓴다고 했는데, 그전에 앞서 몸소 실천한 해방된 여성이 바로 비비언 고닉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뉴욕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브롱스 토박이 비비언 고닉은 이혼하고 다시 브롱스로 복귀해서 빌리지 보이스 기자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두루 주유했다. 평생 여행이라고는 고작해봐야 가족들과 뉴욕 인근 동네만 다닌 어머니와는 시각차가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 두 모녀는 그야말로 다시는 보지 않을 각오로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동시에 로어이스트사이드와 하우스턴가를 누비며, 커피는 자고로 연하게 끓여야 한다 아니다 진하게 끓여야 한다로 옥신각신한다. 바로 이런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 바로 뉴욕이다.

 

, 어디선가 만난 외로움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렇지 외로움은 누구에게 의지해서 풀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지. 아니 그런 외로움 해결에 대한 의존적 태도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더군다나 작가처럼 뉴욕이라는 밀레니엄 캐피탈에서 누릴 수 있었던 숱한 문화적 혜택들이 있었다면 더더욱 말이다. 모두가 가고 싶다고 해서 휘트니미술관 전시를 보러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나도 방문했던 MoMA와 저 멀리서 궁륭형 지붕이 보였을 때, 염통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구겐하임 뮤지엄이 보고 싶다고 해서 내일이라도 당장 보러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비비언 고닉은 직사각형에 자주적인 인간으로 거듭난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사납게(fierce) 투쟁했다. 모두의 삶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와중에 아버지를 상실한 열패감부터 시작해서 죽은 부군을 따라겠다고 무덤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연출하는 어머니, 쓰레기 같은 놈들과의 순수하고 강렬한 성적 욕망, 숱하게 남자들이 꼬이는 이웃의 매력적인 젊은 과부 네티 등과의 다양한 애착들(attachments)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어쩌면 삶이라는 투쟁 속에서 발생한 이런 소소한 애착들이 하나둘 모여 나라는 존재가 이루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애착들을 걷어내고 난 뒤에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

 

[뱀다리] 역시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아닐 수 없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통해 조지 기싱의 <짝 없는 여자들>과 버나드 맬러머드의 <수선공>(무려 퓰리처 수상작!)이라는 책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후자는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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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3-03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할거리가 너무 많아서 전 리뷰를 못쓰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니까 글로 적기가 힘드네요
애증의 모녀관계는 많은 상처를 남깁니다^^
독서가 이리 즐겁다니...
독서에 올인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도 우리 엄마라는게 아이러니예요^^
레삭매냐님, 즐겁게 읽으시는 모습 눈에 보일듯 했어요~~

레삭매냐 2023-03-03 14:10   좋아요 1 | URL
저도 책 읽으면서 A4 사이즈
노트 네바닥에 메모를 했는데
다 써먹지도 못했네요 ㅠㅠ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

비비언 고닉의 다른 책들도
만나 보고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3-03-03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녀는 애증의 관계가 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카산드라를 자처했다니 완전 그러네요.
이 책 도착해 있는데 저도 빨리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3-03-03 17:59   좋아요 2 | URL
저자 - 어머니 그리고 네티
의 애증의 트라이앵글이
정말 흥미진진했답니다.

넘모 재밌어서 후딱 읽게
되었네요. 다른 책도 어서~

미미 2023-03-03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초반부 읽다 말았는데 오늘 저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아 진짜 재밌네요^^*

레삭매냐 2023-03-03 21:08   좋아요 2 | URL
저는 지난 12월에 사서 아예
펴 보지도 않고 있다가 이번
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읽을 수가 있었
답니다. 너무 재미지구요.

레알 굿입니다!

자목련 2023-03-04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선은 좋아요!
저도 이제 읽으려고요^^

레삭매냐 2023-03-05 16:07   좋아요 0 | URL
비비언 고닉, 짱입니다 -

전 어제 새로 산 다른 고닉
여사의 책도 읽고 있답니다.

빠이팅,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3-03-04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제 배송받았는데 책의 판형이 작고 그리 두껍지 않아서 읽기 어렵지 않겠구나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읽으신 분들은 진짜 할말이 이렇게 많다고 하니 점점 기대가 됩니다. ^^

레삭매냐 2023-03-05 16:26   좋아요 1 | URL
아주 재미져서 술술술~
그렇게 넘어간답니다.

새로 나온 책도 읽어 보려
고 한답니다.

이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
기들, 기대해 봅니다.

얄라알라 2023-03-06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사각형에 자주적인 인간...
아, 정말 레삭매냐님께서 ‘언젠가는 읽게 될 책‘을 유혹하시는 문장이 말입니다 ㅋㅋ고단수이십니다.

네그리타가 만개한 봄!
사진 또 새로 올려주시면 하고 조용히 부탁 아닌 부탁을^^

저는 봄 맞아 애니시다 큰 아이로 데려왔는데 한 달도 안 되어서.....그냥 초록만 남았어요^^:;;

레삭매냐 2023-03-06 12:04   좋아요 1 | URL
저는 또 애니시다는 무언가 하고
검색해 봤지 뭡니까 파닥파닥 ~

노랑노랑하 꽃들이 아주 예뻐
보이더라구요. 역시 식물의 세계
는 무궁무진한가 봅니다.

아시는 분이 시흥 모처에 있다
는 희귀 식물 가게 나들이 포스
팅을 해주셨는데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헷 :>

네그리타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답니다. 어제 사진에 담았어
야 했는데 까비요.

책쟁이-리뷰어에게 최고의 상찬
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자목련 2023-03-10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빠 돌아가시고 슬픔에 잠식된 엄마를 보는 일은 너무 괴로울 것 같습니다. 고닉처럼 어찌 이렇게 잘 풀어내셨을까요. 좋았던 만큼 리뷰 쓰기는 어려운 책이었어요. 고닉이 매력적인 작가라는 건 분명하고요! 멋진 글 잘 일었습니다^^*

레삭매냐 2023-03-11 11: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특히나 부모님
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것 같
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슬픔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오피셜한 3월의 첫날이 밝았다.

어제는 삼일절 휴일이라 패스하고... 일은 오늘부터 하니깐.

 

아니 그리고 보니 어제도 오늘 못지않게 빡시게 집안일을 하지 않았던가. 암튼.

어제는 꼬맹이 데불고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다녀왔다.

 

그전에 삼일절에 자기가 사는 집에 일장기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순간 멍해졌다. 아니 다른 날도 아니고 삼일절에. 순간 일본 사람인가? 아무리 일본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지 삼일절에. 나라꼴이 이상해지니, 점점 토왜가 발호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오래 전에 가보고 나는 두 번째, 꼬맹이는 세 번째 방문이라고 하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참 아해들이 많았다. 아주 어린 친구들은 1층에 마련된 우스워 보이는 미끄럼틀 하나만으로도 까르르 숨이 넘어 가더라. 그땐 그랬지. 천장에 매달린 돌고래 움직이는 장면도 멋졌다.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움직임이 멈춰 있었다.

 


1층 입구에 있는 시계 장치는 장대했다.

그전에 방문했던 융합박물관의 시계 장치는 우스워 보일 정도로 말이지. 아해들이 그 앞에서 턱이 빠진 모습으로 지켜보던 모습에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늙은 아빠는 아침 봄맞이 청소와 짧은 거리 운전의 여파로 도착하자마자 이미 방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아빠들이 방전되어 여기저기 마련된 의자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래도 휴대폰은 포기하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는 게임하는 대신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물론 꼬맹이가 계속해서 나를 찾아 싸서 오래 읽진 못했지만.

 

지난 화요일날 알라딘전자도서관을 이용해서 동네도서관을 경유해서 전자책으로 읽는 법을 알아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집에 책이 있어서 책으로도 동시에 읽고 있지만, 항상 몸에 책을 달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대단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 버스 안에서 게임하는 대신에 <사나운 애착>을 사납게 읽어댔다.

 

비비언 고닉은 1937년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난 뉴욕 토박이다. 학위도 모두 뉴욕에 있는 학교에서 받았다. 그녀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문화사와 회고록이라고 한다. 결혼, 딸로서의 모습 그리고 뉴욕 생활을 썼다. 빌리지 보이스의 기자기도 했다. <사나운 애착>1987년에 발표된 자전적 에세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의 뉴욕과 36년 전에 작가가 체험한 쓴 뉴욕이라는 공간의 이야기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뭐랄가 과거는 조금의 로망으로 채색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 살인적 물가 상승으로 식대의 20%에 달하는 팁을 주어야 하고, 스타벅스 테이크아웃을 주문할 적에도 팁을 주어야 하는 작금의 현실에 비비언 고닉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졌다. 밀레니엄 캐피탈 뉴욕에 산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특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살인적 주거비를 포함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물론 그만큼 문화적 혜택도 다수 존재하지만 말이다. 휘트니박물관을 마음 내킬 때 아무 때라도 갈 수 있다는 점만 해도 그렇지 않을까.

 

브롱스 유대인 게토를 벗어나 시티칼리지에 입학하면서 비비언 고닉의 새로운 삶이 전개되는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스스로가 공부벌레이고 문학소녀였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작가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드러낸다. 그 시절에 습득한 치열한 토론과 무지막지한 독서는 훗날 작가가 뛰어난 비평가로 활약하는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사나운 집착>의 절반을 읽었다. 지금과 다른 80년대 미국 뉴욕의 현실을 감안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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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02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나운 애착은 사납게 읽어야하는거군요. 레삭매냐님이 주신 팁 잘 기억하며 읽을게요. ^^

레삭매냐 2023-03-02 16:28   좋아요 1 | URL
부지런히 읽어서 저는 아마
오늘 중으로 다 읽지 싶습니다.

지금과 간극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레이스 2023-03-02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납게 읽고 있다는게... ㅎㅎ
어떻게 읽는거지 하고 봤습니다.ㅎㅎ

레삭매냐 2023-03-03 09:22   좋아요 1 | URL
사납고 마치 씹어 먹을
듯이 읽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책은 일단 어제 다 읽었습니다.

이제 리뷰의 시간이 왔네요.
 

벌써 3월이 되었다.

오늘은 휴일이라 좀 맑고 창창한 그런 날씨를 기대했건만...

언제나처럼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지난달에는 일단 8권의 책들을 읽었다.

그 중에 네 권은 그래픽노블이었다. 그리고 보니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 짓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리뷰를 쓰지 않은 책들도 있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무언가 하지 못해 아등바등해봐야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무언가 억지로 하지 않으려는 그런 마음,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후회하게 되겠지만. 그것조차 내 삶의 일부분이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렇게 가는 거지 뭘 그래.

 

드디어 세밤만 자면 달궁 모임에 간다.

다 필요 없고, 나의 3월은 오직 달궁 독서모임에 겨냥되어 있다. 부디 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

그리고 보니 오늘은 삼일절이라 어제부터 무슨 문화제를 하니, 집회를 하니 그러면서 분위기가 달아(?) 오르는 것 같던데. 나랑은 1도 상관이 없는 것들이라 시큰둥하다.

 

독서모임 재개로 드디어 코로나가 끝났다는 걸 확인사살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그리고 보니 지난달에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다시 읽었다. 보통 책은 두 번 읽지 않는데 말이지.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은 지금가지 한 서너번은 읽은 것 같다. 보통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인데... 다시 한 번 읽어볼까나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는 분주하다. 봄맞이 청소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런데 왠지 나만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집안일이라는 게 해도해도 끝도 없고 표도 안나고 뭐 그렇다. 인스타에서 배운 대로 과탄산수소랑 끓는 물로 세면대에 때리 부었다. 효과가 있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 예전에는 아예 배관을 뜯고 그 안에 막힌 머리카락이며 오물들을 제거했었는데 이사온 다음에는 구조가 달라져서 함부로 배관을 뜯지 못한다. 행여나 더 문제가 생길까봐 말이지.

 

내가 주로 애용하는 책방 컴퓨터 책상 위의 먼지로 말끔하게 닦아냈다. 역시 먼지 청소에는 걸레가 최고다. 수건을 찢어 만든 걸레로 일단 먼지를 제거한 다음,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낸다. 여전히 잡동사니들을 내다 버렸지만 너저분한 물건들이 너무 많다. 이제 곧 회사도 이사갈 거라고 하는데, 회사 잡동사니들 버릴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어제부터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읽고 있다.

이 책이 참 재밌다. 오래 전에 가봤던 맨해튼이나 브롱스가 왜 이렇게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지. 아마 잠시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삶의 소용돌이들을 느낄 수 없지 싶다.

 

비비언 고닉은 러시아계 미국 유대인으로 이방인었지만, 두 개의 대학을 다니면서 혹은 저널리스트로 주류 사회에 편입된 시민이다. 과부가 된 어머니와 함께 뉴욕의 거리를 걸으면서 무시로 피어오르는 단상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어제 기세로는 오늘까지 다 읽을 수 있지 싶었지만, 그냥 읽게 되는 대로 읽지 싶다. 전자도서관에서도 빌려놔서 언제 어디서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게 강력한 장점이다. 금방 읽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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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3-01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달궁 모임이 재계되나요? 문학동네는 재계할 마음이 없는 모양인가 봅니다. 암튼 기대 만땅이겠어요.
뭐 변기도 김빠진 콜라 갖고 청소해 보라고 하던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더라구요. 뭐 하수구 에 버리느니 변기에 버린다 치면 되는거지만.
8권중 노블이 두권이면 좀 분발하셔야 하는 거 아니예요? ㅋㅋ

레삭매냐 2023-03-02 09:0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문동은 왠지 그전보다 돈 안되는
일들은 일체 접고 비지니스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요. 예전에는
문동 책모임에도 나갔지만, 자사
책만 해서 언제부터인가 발길을
끊었네요.

3월에는 <사나운 애착>을 필두
로 해서 분발하겠습니닷 !!!

바람돌이 2023-03-01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이 재개되고 뭔가 설레이는 3월의 시작이네요. 축하드려요. ^^
저도 항상 3월이 한해의 시작인데 저는 놀다가 이제 복직하는 3월. 마음이 설레야하는데 사실은 하나도 안 설레고 아쉽기만 해서 일부러 하루종일 신난다 신난다 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중입니다. ㅋㅋ 저는 비비언 고닉 이제 주문해놔서 오면 다음주쯤 읽으려구요. ^^

레삭매냐 2023-03-02 09:03   좋아요 1 | URL
3월에는 왠지 마음이 분주하네요.

지난 3년간 닫혔던 삶의 낙인 독
서모임도 부릉~거리고 ㅋㅋ
다음주에는 내키진 않지만 회사
에서 워크샵을 간다고 하니 바람
이나 쐬는 맴으로다가 헷

신나서 신나는 게 아니라, 신나
해서 신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이메지 트레이닝
고고씽 ~~~

고닉의 책, 재미집니다.
오늘도 출근 길에 전자책으로 팍팍
읽어서 절반 돌파 중.

새파랑 2023-03-01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완전 가정적이시군요 ㅋ 이제 3월이니 저도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언제나 한결같고 부지런한 레삭매냐님이십니다~!!

레삭매냐 2023-03-02 09:04   좋아요 1 | URL
제가 특히 가정적이라기 보다는...

그런데 다른 곳은 몰라도 부엌
에는 편집증이 있는가 봅니다.

어제 음식때 제끼느라 팔이
다 아프게 닦았답니다.

고저 감사합니다.

은하수 2023-03-01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을 기다리시는군요!
전 그런 모임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너무 궁금해요
항상 혼자만의 독서라 좀 외롭긴 한데..선뜻 용기가 안나요~~
독서도 그냥 쉬엄쉬엄 하세요
리뷰도 적당히.,청소도 적당히.,
안해도 큰일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즐거운 책읽기는 되셨으면 좋겠네요 3월은요^^

레삭매냐 2023-03-02 09:07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한 세 군데 정도
독서모임에 참가했던 것 같
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하
나의 주제를 개지구서리 토
론하는 게 너무 신나더라구요.
물론 고갱이는 책모임 다음의
뒷풀이였죠 ㅋㅋㅋ

가끔은 이것은 뒷풀이를 빙자
한 책모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답니다.

한 번 책모임에 발을 들이시면
중독되시리라 믿슙니다.

이번에는 나가서 입에 모터달
생각하니 벌써부터 둑은둑은~
합니다.

그러게요 걍 되는 대로 읽고 쓰
고 하려구요. 무언가 하려고 한
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

건수하 2023-03-01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궁 모임이 뭔지 몰라 찾아봤어요 ^^ 오프 독서모임이 재개되는가 봅니다 :)
봄맞이 대청소도 하시고... 저는 버릴 책이나 좀 골라냈네요.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는 3월에 읽을 예정이요. 비비언 고닉도 리뷰 쓰려면 얼른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3-03-02 09:08   좋아요 1 | URL
그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제 유일하다시피한 삶의 낙
을 앗아 가다닛!!!

그래도 이제 다시 시동이 걸
리니 얼매나 좋은지 모르겄
습니다요.

아, 저도 책도 버리고 팔고
그래야 하는데... 집착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ㅠㅠ

고닉 책, 강추하는 바입니다.
너무 재미지거든요.

페넬로페 2023-03-0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속된 독서모임은 코로나 시기에도 쉬지 않았습니다. 1년 정도는 줌으로 하고 나머지는 마스크를 쓰고 만났어요.
독서모임 재개하시니 정말 반가우실 것 같아요.

나의 해방일지, 사나운 애착은 책을 구매해 놓았는데 빨리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매번 책이 밀리고 있지만 저도 이제 강벅 가지지 않고 그냥 흘러보내는 경우가 많이요^^

레삭매냐 2023-03-02 09:12   좋아요 1 | URL
오 너무나 부럽삽니다 -

코로나 시절에도 꺾이지
않았던 독서모임 빠월 ~~~

그래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벌써부터 다른 동지들 제치고
털 생각에 부르르~ 하고 있답니
다. 이제 두 밤만 더 자면 크하하

독서에 강박은 쥐약이지 싶습니
다. 일단 산 책만 다 읽어도 한
십 년은 가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새 책들이 뭐가 나왔
나 혹은 중고책은 뭐가 나왔나
검색하고 있으니깐요.

자목련 2023-03-02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 그 만남과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레삭매냐 2023-03-02 09:13   좋아요 0 | URL
손과 입에 모터 장착하고 메모를
잘 해서 지면 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