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3월이 되었다.
오늘은 휴일이라 좀 맑고 창창한 그런 날씨를 기대했건만...
언제나처럼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지난달에는 일단 8권의 책들을 읽었다.
그 중에 네 권은 그래픽노블이었다. 그리고 보니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 짓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리뷰를 쓰지 않은 책들도 있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무언가 하지 못해 아등바등해봐야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무언가 억지로 하지 않으려는 그런 마음,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후회하게 되겠지만. 그것조차 내 삶의 일부분이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렇게 가는 거지 뭘 그래.
드디어 세밤만 자면 달궁 모임에 간다.
다 필요 없고, 나의 3월은 오직 달궁 독서모임에 겨냥되어 있다. 부디 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
그리고 보니 오늘은 삼일절이라 어제부터 무슨 문화제를 하니, 집회를 하니 그러면서 분위기가 달아(?) 오르는 것 같던데. 나랑은 1도 상관이 없는 것들이라 시큰둥하다.
독서모임 재개로 드디어 코로나가 끝났다는 걸 확인사살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그리고 보니 지난달에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다시 읽었다. 보통 책은 두 번 읽지 않는데 말이지.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은 지금가지 한 서너번은 읽은 것 같다. 보통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인데... 다시 한 번 읽어볼까나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는 분주하다. 봄맞이 청소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런데 왠지 나만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집안일이라는 게 해도해도 끝도 없고 표도 안나고 뭐 그렇다. 인스타에서 배운 대로 과탄산수소랑 끓는 물로 세면대에 때리 부었다. 효과가 있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 예전에는 아예 배관을 뜯고 그 안에 막힌 머리카락이며 오물들을 제거했었는데 이사온 다음에는 구조가 달라져서 함부로 배관을 뜯지 못한다. 행여나 더 문제가 생길까봐 말이지.
내가 주로 애용하는 책방 컴퓨터 책상 위의 먼지로 말끔하게 닦아냈다. 역시 먼지 청소에는 걸레가 최고다. 수건을 찢어 만든 걸레로 일단 먼지를 제거한 다음,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낸다. 여전히 잡동사니들을 내다 버렸지만 너저분한 물건들이 너무 많다. 이제 곧 회사도 이사갈 거라고 하는데, 회사 잡동사니들 버릴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어제부터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읽고 있다.
이 책이 참 재밌다. 오래 전에 가봤던 맨해튼이나 브롱스가 왜 이렇게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지. 아마 잠시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삶의 소용돌이들을 느낄 수 없지 싶다.
비비언 고닉은 러시아계 미국 유대인으로 이방인었지만, 두 개의 대학을 다니면서 혹은 저널리스트로 주류 사회에 편입된 시민이다. 과부가 된 어머니와 함께 뉴욕의 거리를 걸으면서 무시로 피어오르는 단상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어제 기세로는 오늘까지 다 읽을 수 있지 싶었지만, 그냥 읽게 되는 대로 읽지 싶다. 전자도서관에서도 빌려놔서 언제 어디서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게 강력한 장점이다. 금방 읽겠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