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부름 - 십자군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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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십자군원정의 발단은 동방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콤네소스의 긴급한 요청을 받아들인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1095년 11월 27일 프랑스의 클레르몽에서 “하나님이 원하신다”는 말로 성지회복을 위해 서방 기사들을 선동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크로드 세계사>로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시선의 역사서술을 보여준 옥스퍼드대학 피터 프랭코판 교수는 비잔티움 역사의 전문가로 종래의 서방 라틴 세계의 관점이 아니라 동방의 관점에서 새로운 십자군 이야기를 선사한다.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군인 출신 황제 알렉시오스가 통치하던 1090년대 초반 비잔티움 제국은 사방에서 제국의 심장부인 콘스탄티노플로 향하는 침략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제국의 서방에서는 노르만인들이 아풀리아와 칼라브리아를 비롯한 남부 이탈리아를 장악했고, 북서쪽에서는 페체네그족의 끊임없는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진짜 위기는 제국의 동부로부터 왔는데 투르크족이 아나톨리아와 소아시아 일대를 휩쓸었다. 군인 황제답게 군사적 대응을 하다 보니, 재정위기까지 겹치게 되었다. 젊은 장정들을 죄다 군인으로 징집해서 제국을 침입하는 이민족들과 상대하다 보니 정작 농사를 지을 인원이 부족했고 그것은 바로 곡물 가격폭등으로 연결되었다.

 

알렉시오스 황제는 잇단 원정을 위한 재정확보를 위해 정교 사원과 수도원에까지 세금을 과세하면서 비잔티움 제국을 떠받드는 하나의 축인 종교계와도 대결하게 되었다. 제위를 찬탈하면서 성당을 약탈하고, 수도사들을 학살한 전과도 한몫했다. 게다가 과세를 위해 관리들이 날조까지 마다하지 않았으니, 제국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지중해의 중요한 거점인 크레타와 키프러스에서는 반란의 기미까지 보였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알렉시오스는 서방에 SOS를 날렸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한편 서방의 라틴 세계 역시 교권과 황제권의 대결로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초반에는 중세를 장악한 교황의 우세로 게임이 기우는가 했지만, 독일 황제 하인리히 4세는 무력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교황을 제압하고 대립교황을 내세워 교황권의 약화를 도모했다. 즉위 초기 클레멘트 3세에 비해 세가 약했던 우르바누스 2세는 필리오케와 발효된 빵을 성찬식에 사용할 것인가로 촉발된 교리 논쟁으로 서방교회에서 대분열로 떨어져 나간 동방교회를 끌어안을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전략거점 니케아와 타르수스 그리고 안티오크를 투르크족으로부터 수복하기 위해 서방 세계에 요청한 기사들을 용병으로 쓸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사실 동방의 정보는 비잔티움 제국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도 예루살렘에서 벌어지는 실상에 덧씌운 선전은 서방 기독교 세계 전사들을 자극하는데 주효했다. 교황 우르바누스가 알렉시오스가 요구하는 막강한 전투력을 보유한 기사들을 효과적으로 모집하기 위해 성도 예루살렘의 회복을 모토로 삼은 종교적 프로파간다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로 분열한 교회의 통합이라는 대의도 한몫했다.

 

십자군전쟁을 기록한 서방 연대기 저자들은 거의 한 목소리로 알렉시오스를 평가절하고 매도했다. 하지만 8만 명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세 최대의 원정이 진행되는 동안 황제가 원정군을 위해 다채로운 방식의 외교술과 군수물자의 보급을 진행했다는 점을 볼 때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문제는 모든 것이 황제가 계획한 대로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교황이 계획한 성지 회복이라는 거대한 목적 아래 기사들의 무장봉기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군사계획은 사실 전무했다. 그 점에 대해 저자는 일단 십자군 부대가 자신의 영토에 들어오면 자신의 지휘 아래 움직일 거라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가정한다. 가장 유력한 부대를 구성한 툴루즈 레몽을 필두로 부용의 고드프루아 그리고 알렉시오스의 숙적 로베르 기스카르의 아들 보에몽 같은 역전의 용사들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하며 자신의 봉신이 될 것을 요구하는 황제에게 기사들은 제각각 다른 의도에서 때로는 수용하기도 하고, 레몽처럼 끝까지 버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기사단 부대를 통솔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은자 피에르가 지휘한 민중 십자군 부대였다. 순수한 의도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된 민중 십자군은 알렉시오스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들은 알렉시오스의 동방 탈환 작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짐이 되었다. 유대인들에 대한 격렬한 증오로 민중 십자군 부대가 지나가는 각처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학살이 벌어졌고, 비잔티움 제국 내의 같은 기독교를 신봉하는 제국의 신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약탈을 감행했다. 이런 오합지졸 같은 부대의 존재로 이미 십자군전쟁의 대의는 이미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소아시아 전투에서 일시적 승리를 거두기도 하지만, 정규 투르크군과 상대하면서 초전에 박살이 나고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극의 재현을 목격하게 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콘스탄티노플에 집결한 정예 십자군부대는 투르크와의 전투에 나서게 된다. 첫 번째 목표는 바로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니케아였다. 방어에 나선 투르크인들은 오랜 준비로 농성에 자신이 있었지만, 십자군 가운데 보에몽으로 대표되는 노르만인들이 그동안 개발한 혁신적이고 탁월한 공성전에 대해서는 미처 몰랐다. 십자군의 분투와 알렉시오스의 화전양면 전략으로 결국 투르크 수비부대는 항복한다. 뒤이은 도릴라이온 전투에서 보에몽이 이끄는 부대의 활약으로 초반의 열세를 딛고 대승리를 거두면서 소아시아 전역에 십자군의 위명이 퍼지기 시작했다. 십자군 전사들은 투르크 전사들이 자신들만큼이나 전장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됐다. 이런 강력한 적을 상대로 이후 전개된 안티오크 공략전의 성패는 십자군전쟁의 분수령이었다.

 

한편, 알렉시오스는 내부 반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아시아 깊숙이 진격하는 십자군 부대의 원정에 함께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대로 소아시아 수복전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보에몽과 그의 조차 탕크레디와 달리 자신에게 한 충성맹세를 성실하게 이행하던 고드프루아의 조카 보두앵이라는 천상의 파트너를 대리인으로 삼게 된다. 비잔티움 제국의 관리들은 십자군 부대를 성도 예루살렘으로 바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한 전략거점들을 하나씩 수복하면서 남하하도록 유도했다. 비잔티움 제국과 십자군부대 쌍방에 유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전개가 십자군전쟁의 대의에서 계속 변질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니케아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어시설과 준비를 자랑하던 안티오크는 결국 1098년 6월 함락되었다. 십자군 정예부대들은 안티오크 공략전에서 엄청난 병력 손실과 물자 보급의 부족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지만 결국 성을 함락시키고 곧바로 당도한 모술의 지사 카르부가와의 압도적인 군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여타 다른 도시들과 달리 황제의 관리들이 배치되지 않았고, 본국에서 이복동생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린 보에몽은 비잔티움 제국 동방의 최대 도시 안티오크를 바탕으로 독립을 획책했다. 안티오크 정복 후, 자신감에 찬 십자군에게 성도 예루살렘의 함락은 시간 문제였다.

 

비잔티움 전문가 피터 프랭코판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십자군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알렉시오스 황제였다. 그의 딸이 저술한 <알렉시아스>를 온전하게 믿을 수 없지만, 황제에 대한 매도와 악의로 가득한 <프랑크인의 행적> 같은 연대기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1차 사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십자군 원정의 실패 후 희생양을 찾는 서방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폄하되었지만, 알렉시오스 황제야말로 십자군전쟁의 숨은 공신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황제의 의도는 붕괴 직전까지 몰린 자신의 제국을 다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서방의 기사들을 동방으로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보에몽과 탕크레디 같은 전사들을 이용해서 제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한 마디로 황제의 십자군전쟁 흥행은 대성공이었다는 결론이다. 피터 프랭코판이 다룬 1차 십자군전쟁에 대한 서사시인 <동방의 부름>은 알렉시오스 1세 콤네소스를 위한 21세기 신원이다.

 

*** 그나저나 왠 놈의 오탈자가 이리도 많은가. 출판사는 좀 각성하라. 그 이유로 별 하나는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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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9-01-22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좋은 책 번역에 오탈자가 출판사가 대충 검토 했나봐요

십자군 원정 쩐의 전쟁 분열된 교회의 영역 다툼
저자 피터 프랭코판 관점이 새롭네요. ^.^

레삭매냐 2019-01-23 10:08   좋아요 0 | URL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비잔티움 제국의 사료
를 바탕으로 전개한 서사가 마음에 들었습
니다.

아마추어가 봐도 티나는 실수를 출판사에서
는 못보았는지 거 참...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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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가 임신 중이다. 임신 33,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나오려면 한 달 반은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중태에 빠졌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폐렴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혈액검사를 해 보니,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초짜 아빠 톰은 패닉에 빠진다.

 

병원은 정말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최후의 선택지라는 생각이다. 병원에서의 무력감이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메르스가 창궐하시던 시절 병원에 입원하셨던 아버지의 경우에도 그랬고, 꼬맹이가 신생아 시절에 20여일이나 입원했던 경험을 보면 정말 내가 무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모습을 보여 주는 주치의 선생님은 나에게 구세주 같아 보였다.

 

어라? 그런데 이게 뭐지. 카린의 남편 톰은 급성 백혈병에 걸린 아내의 증상에 대한 의사의 설명을 자기가 먼저 듣겠다고 나선다. 그러니까 환자의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겠다는 거다. 왜 이러지? 카린은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기 이전에 앞서 누군가의 딸이지 않았나. 나는 도대체 그런 톰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면, 카린의 부모님에게도 역시나 소중한 사람이 아닐까. 설사 카린과 사전에 그런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의사가 카린의 증상을 설명해 주는 자리에 부모님과 형제를 제외시킨 결정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책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느낌이 좋지 않군 그래.

 

톰파는 왜 간호사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모든 걸 통제하고 알아야 한다는 건가? 나하고 정말 생각이 다르구나 하는 느낌에 점점 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 리비아도 그의 허락이 있어야 리비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볼 수 있다니... 할 말이 없어진다. 문득 미친 사랑의 노래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아내가 죽었다. 법적으로 그들은 부부가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결혼할 계획이었다. 톰 말름퀴스트는 이야기의 시간을 꼬기 시작한다. 카린의 심장맥박이 0이 된 뒤, 리비아를 가졌을 당시로 돌아간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좀 신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져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들,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며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톰파는 아무리 봐도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임신해서 예민한 카린과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서사의 시작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시간꼬기와 톰파의 삶에 대한 태도 때문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작가는 쉴 새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카린과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편 톰파의 아버지 말멘 역시 10년 전에 암진단을 받고 죽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홀아비에 한부모가 된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까지 건사할 상황이 될까.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복지사는 카린이 자신에게 남긴 딸 리비아가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아라는 판정을 내린다. DNA가 같다는 의사의 진단이 법적으로 친자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상황이 한숨을 자아낸다. 의사들도 리비아가 톰파의 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행정절차는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구나 그래.

 

장인 장모인 스벤과 릴리메르와의 관계도 카롤린스카 병원에서 톰파가 병상에서 죽어가는 카린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서먹하기 그지없다. 물론 그전에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부모님 때문에 카린이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톰파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카린은 뇌수술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병실에서 생일을 맞이할 카린을 위해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생일축하 카네이션을 준비했지만,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카린에게 꽃을 전달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간호사 덕분에 꽃다발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해야 했다. 물론 그런 톰파의 무심함을 먼저 지적해야겠지만. 바로 이게 남자 작가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아내와 아버지의 죽음을 4개월 상관으로 맞이해야 했던 남자 톰파의 이야기는 리비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돈을 벌어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남자의 숙명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죽음 앞에 선, 나로서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감정에 대한 내러티브는 복잡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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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21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첫 문장 내용을 보는 순간 레삭매냐님이 겪은 일인 줄 알았어요... ^^;;

레삭매냐 2019-01-21 21:40   좋아요 0 | URL
너무 자극적인 시작이었나요?

제가 싸이러스 브로를 지대 낚은
모양입니다 ㅋㅋㅋ
 
위대한 탐험가 마젤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내금 옮김 / 자작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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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슈테판 츠바이크 전작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그의 책들부터 사서 모으고 있는 중이다. 20세기 가장 탁월한 전기 작가로 명성을 날린 츠바이크의 수많은 저작 중에서 일단 <에라스무스 평전>을 읽었고, 다음 주자는 16세기 불가능해 보였던 세계일주에 나선 모험가 마젤란의 일대기를 그린 <위대한 탐험가 마젤란>.

 

츠바이크는 서론에서 향료가 대항해시대의 출발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성지회복이라는 모토를 앞세운 십자군원정 역시 향료 수입이라는 경제적 이유도 한몫했을 거라는 합리적 추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유럽은 동방의 인도에서 오는 후추 수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집트를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확보하는데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유럽의 후추를 비롯한 향료 수요는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유럽의 모든 부가 동방으로 흘러들어갈 심각한 무역적자 이슈가 대두되었다. 후추는 당시에 부르는 게 값이었다. 12단계나 거쳐야 하는 유통 상의 문제로 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럽 사람들은 향료 무역을 장악한 이슬람 세력의 패권을 쳐부수기 위해 다른 방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동방으로 가는 새로운 항해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유럽의 변방 포르투갈이 이 대모험의 선두 주자로 나서게 된다. 포르투갈의 엔리크 황태자(항해자 앙리)는 대항해를 위해 준비하는 데만 한 세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준비에 착수한다. 기존 우주론의 창시자였던 프톨레메우스의 지리 정보 대신 실제 항해에 나선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원양항해를 위한 새로운 선박 제조 기술개발에 나섰다. 결국 항해자 앙리의 적극적 후원 아래,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희망봉에 도착했고 뒤이어 바스코 다 가마가 대망의 인도에 상륙하는 개가를 올리게 됐다. 포르투갈은 비로소 아프리카와 인도 그리고 말래카에 이르는 세계정복을 시작했다.

 

전기의 주인공 마젤란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은 대체로 이러했다고 츠바이크는 쓰고 있다. 4계급 귀족 출신의 24세 청년은 포르투갈 인도 원정대의 일원으로 역사 무대에 등판한다. 인도와 모로코에서 7년 동안 조국을 위해 싸운 영예로운 기사에게 포르투갈 국왕 마누엘 1세는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마젤란의 태도가 문제가 아니었을까? 절대군주 시대에 일개 군인의 무례한 태도에 국왕은 마젤란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으로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를 제멋대로 분할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미지의 세계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포르투갈이 이미 아프리카 해안과 희망봉을 거쳐 인도에 이르는 항해로를 개발하자, 스페인도 몸이 달았던 모양이다.

 

이 때 포르투갈 국왕의 마수에서 벗어난 마젤란은 세계일주라는 중세적 아이디어를 일거에 쳐부수는 대원정을 스페인의 젊은 국왕 카를로스 1세에게서 허락받는데 성공한다. 이방인에게 그런 행운이 처음부터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조국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마젤란은 사방의 반대와 견제를 무릅쓰고 강철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치밀한 계획으로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그리고 미지의 동방의 세계로 가는 위대한 탐험에 나서게 된다. 265명 그리고 다섯 척의 함대로 구성된 마젤란 원정대는 세비야를 출발해서 대양을 향해 나선다. 그의 목적은 동방무역을 장악한 포르투갈의 방해를 받지 않는 새로운 무역 루트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을 돌아 태평양을 횡단하겠다는 당시로서는 무모해 보이는 계획이었다.

 

아무리 치밀한 성격의 마젤란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주로 스페인인들로 구성된 선상 반란의 불길은 막을 수가 없었다. 스페인 귀족 출신 장교들은 사사건건 함대 사령관에게 반기를 들었고, 잘못된 정보 때문에 마젤란 해협을 발견하지 못해 사령관마저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들은 공개적으로 반란을 도모한다. 타협을 모르는 사나이는 수하의 충성을 다하는 인원들을 동원해서 신속하게 반란을 진압하고 주모자들을 처형시켰다. 마젤란의 독재적인 리더십은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이상을 가지고 불멸의 신화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그의 부하들은 지도자의 이상과는 다른 속세의 욕망만을 추구했다. 막탄 섬에서 마젤란이 어이없게 전사한 뒤, 지리멸혈한 그들의 모습을 츠바이크는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 이상 부하들을 달랠 길이 없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젤란은 태평양으로 가는,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마젤란 해협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지금도 통과하기가 어렵다고 소문난 그곳을 난파되고 반란을 일으켜 본국으로 돌아간 배를 제외한 세 척의 배로 통과한 건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젤란 원정대의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잔잔한 태평양 바다를 지나면서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수많은 대원들이 기아에 시달리다가 죽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 제도를 발견한 마젤란은 세계일주 완성이라는 신화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사령관은 연이은 성공으로 자만했던 걸까? 성공은 부주의를 낳는 법인가 보다. 막탄 섬에서 원주민들에 대한 작은 무력과시에 나섰던 사령관은 원주민들과의 소규모 전투에서 어이 없이 전사하고 만다. 성공과 신화를 창조하기란 어렵지만,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지도자를 잃은 원정대는 지리멸렬했다. 포르투갈의 방해공작과 난관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본국 스페인에 도착하는데 성공한 이들은 고작 18명 뿐이었다. 바스크 출신 배신자 세바스티안 델 카노와 그의 동조자들이 세계일주의 모든 영예를 독점한 것은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영광의 마지막 순간에 마젤란은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그는 인류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해 왔던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이것은 중세적 세계관을 허무는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훗날 파나마 운하가 개발되면서 굳이 위험한 마젤란 해협을 통과해야 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로 만든 마젤란의 위대한 업적이 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서 읽은 마젤란 전기를 보면서 세계일주하는 꿈을 꿨었는데, 위대한 전기작가 츠바이크는 마젤란이 원정에 나서던 시절에 대한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유와 원인을 파악하고 원정의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냈다. 이 책을 통해 왜 특별한 기록자가 위대한 사업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아킬레우스에게는 호메로스가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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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오브리 비어즐리 그림, 권오숙 옮김 / 기린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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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책에 대한 정보수집의 주된 루트는 인스타그램이다. 예전에는 싸이월드나 페북이 인기였다면 이제 대세는 인스타다. 거의 모든 정보의 총집합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리고 책쟁이들도 다수 인스타에서 활동 중이다. 넘쳐 하는 정보의 바다 항해는 언제나 그렇듯 정겹다. 책을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어제 두 권을 샀다. 하나는 인스타를 통해 알게 된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 그리고 다른 하나는 테리 이글턴의 책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읽지도 않으면서 꾸역꾸역 사대고 있구나.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가 1891년에 프랑스 어로 쓴 희곡이다. 어, 오스카 와일드는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프랑스 어로 희곡을 쓸 정도였단 말인가. 놀랄 노짜로다. 기린원에서 11년 전에 나온 책은 지금 절판이다. 나같은 절판 사냥꾼의 아주 좋은 사냥감이 아닐 수 없다. 어제 달려가서 냉큼 사왔다. 성서에 등장하는 헤로데와 살로메 그리고 세례 요한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일본 회화 스타일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제작했다는 오브리 비어즐리의 그림 또한 희곡 <살로메>를 도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다. 간결한 선으로 비극을 재구성한 스타일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사람의 아들’(the son of god) 예수 그리스도에 앞서 지상에 와서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한 세례 요한은 헤로데의 궁전에 투옥되어 있는 상태다. 갑자기 생각난 건, 로마에서 파견한 유대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가 엄연하게 존재하는데 헤로데 왕의 존재는 또 무언가. 유대는 당시 로마의 식민지/속주가 아니었던가? 어쨌든 헤로데는 세례 요한의 예언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왕궁에서 헤로데는 바리새 인과 사두개 인 그리고 다수의 유대인들이 등장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갈릴리와 사마리아 각처에서 이적을 행하고 있다는 보고를 듣는다. 다른 이적들은 모르겠으나,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만은 못하게 하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기독교 구속사에서 영생과 구원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부활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리가 아니던가. 지난주 설교에서 목사님이 ‘메멘토 모리’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어쩌면 헤로데 역시 자신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뭐 이 정도가 당시 시대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라면 곧 이어 등장할 팜므 파탈 살로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살로메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으로 병사들까지 현혹시킬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진 유대 공주다. 그녀의 어머니 헤로디아는 원래 헤로데의 부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헤로데의 형수였다. 그래서 옥에 갇힌 세례 요한은 헤로디아와 자신을 유혹하려는 살로메를 바빌론(70년간의 유수생활로 유대인들에게 바빌론은 타락의 상징으로 보인다)의 창녀라는 폭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헤로데의 자신의 의붓딸에 대한 관음적 태도는 뭇 사내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이미 눈치를 챈 헤로디아는 살로메를 그만 쳐다보라는 핀잔을 준다.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자신을 위해 춤을 춘다면 왕국의 절반 아니 무슨 소원이라도 들어준다고 제안한다. 살로메는 이 제안을 덥썩 받아들이고, 왕이 흡족할 만한 춤으로 보답한다. 그리고 그녀의 소원은 바로 세례 요한의 목이었다. 좀 엽기적이지 않은가?

 

그나마 좀 의식이 있었던 헤로데 왕은 그것은 들어줄 수 없다며, 카이사르로 갖지 못한 큰 사이즈의 에메랄드, 50마리의 공작새, 진주, 사파이어 등등 각종 보석으로 살로메의 요구를 철회하려고 하지만 공주는 요지부동이다. 헤로디아까지 나서서 자신을 모욕한 광야의 예언자의 죽음을 요청한다. 어쩔 수 없이 헤로데는 공주의 소망을 들어주고, 세례 요한의 목은 은쟁반에 담겨 공주에게 전달된다. 죽은 세례 요한에게 죽음의 키스를 하는 장면 정말 이 희곡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삽화를 맡은 비어즐리를 두 장을 이 장면에 할애한다.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죽여서라도 소유하겠다는 걸까. 네크로필리아적인 성향마저 보인다.

 

결국 헤로데는 살로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병사들이 그녀를 잡아가는 것으로 희곡은 끝난다.

 

원조 팜므 파탈로서 살로메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유대 공주라는 고귀한 신분의 여성이 한낱 광야의 선지자에 지나지 않는 세례 요한을 사랑한다는 설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에게 관음적 시선을 보내는 의붓아버지 왕의 앞에서 요사스러운 한 춤을 추질 않나, 그 대가로 여느 공주처럼 자신의 품격을 높여줄 보석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한다고 고백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하니 말이다. 이 한 컷만으로도 살로메 에피소드는 숱한 회화와 문학의 타깃이 되어왔다.

 

그런데 오스카 와일드가 이 작품을 발표하던 빅토리아 시대는 세계를 제패한 영국 사교계의 교조적이고 정숙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브람 스토커의 고딕 소설 <드라큘라> 같은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트란실바니아 출신 드라큘라 백작이 영국의 숙녀들을 유혹해서 날카로운 이빨을 그녀들의 목덜미에 박아 넣는 장면도 살로메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관능적 유혹과 다르지 않다. 정숙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뒤틀린 성적 욕망에 대한 리포트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에피쿠로스의 출중한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오스카 와일드 역시 한 숟가락 얹은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역사상 최고의 팜므 파탈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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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15 11:42   좋아요 0 | URL
다른 이야기에서 보면 구박받는 공주들도
많이 등장하던데, 살로메는 그런 공주들에
비하면 자의식이 굉장히 강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Falstaff 2019-01-15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른 거 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쳐도, 반짝이는 은쟁반에 담긴 요한의 대가리를 들고(그게 생각보다 무겁거든요) 죽어 창백한 입술에 입 맞추는 거, 근데 이때 살로메의 나이가 열네 살? 열여섯 살? 하여간 소녀적 순진함과 팜므 파탈적 요소를 다 갖춘 여자를 골라 캐스팅하려면 캐스팅 담당자의 골은 또 얼마나 뽀개지겠습니까. ^^;

레삭매냐 2019-01-15 11:45   좋아요 1 | URL
적어주신 바에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

연극 무대나 혹은 영화화된다고 하면
어떤 스타일의 배우가 과연 캐스팅될
지 궁금하네요.

언급해 주신 씨퀀스는 정말 상상만 해도
쏘름이 쫙 끼치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9-01-15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에 와일드의 <살로메>를 분석한 내용이 있습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서 참고할 만한 해요. 저도 오랜만에 <살로메>를 읽어보려고 해요. ^^

레삭매냐 2019-01-15 14:27   좋아요 0 | URL
시상에 알라딘에서 <살로메> 검색해
보니 싸이러스님의 글들만 주루룩
뜨더라구요 ㅋㅋㅋ

페미니즘의 대가시니 참고하도록 하
겠습니다.

유부만두 2019-01-15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플로베르의 살로메 이야기도 읽어보세요. 설화가 새롭게 읽혀요. ‘세가지 이야기’ 단편집으로 나와 있어요.

레삭매냐 2019-01-15 14:30   좋아요 0 | URL
오홋 마지막의 <헤로디아>가 아마
살로메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네요.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아까 치누아 아체베의 책 빌리러
가기 전에 알았다면 바로 빌려다
봤을 텐데... 아까비입니다.

cyrus 2019-01-15 17:26   좋아요 0 | URL
To. 유부만두 // 레삭매냐님 어깨 너머로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

stella.K 2019-01-15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 사냥꾼이시군요.ㅎ
참 사람이 묘하더라구요.
평소 같으면 나중에 사지 하다가도 절판이 붙으면
괜히 사고 싶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꽤 샀는데
요즘엔 조금 자제하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책이 많아서.ㅋ
이 책이 절판이라니 좀 아쉽군요.
저도 오래 전에 성경의 그 부분이 하도 흥미로워서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연극으로 올린 적이 있는데
이 책이라도 읽어보고 올릴 걸 그랬나 봐요ㅋ.

레삭매냐 2019-01-15 14:36   좋아요 1 | URL
책이 팔리지 않다 보니 점점 더
초판으로 찍는 책의 수량이 줄어
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5천부 정도였었는데
이제는 2-3천부 정도라고 하네요.

절판본을 구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습니다. 쌩쌩할 때 사두는 것
도 좋지만, 모든 책들을 다 그럴 수
없으니깐요.

나중에 구하는 재미도 갠춘합니다.

과연 교회 연극에서는 어떻게 구현
되었을 지 궁금합니다.

stella.K 2019-01-15 14:55   좋아요 1 | URL
아, 그거요...
예수님 탄생이 순탄치는 않았잖아요.
요한이 그렇게 목이 잘리고,영아 박해가 있었고.
정확히는 연출한 형제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
제가 쓴 대사를 쓰자고 해서 뮤지컬로 올렸습니다.
괜찮은 작업이었죠. 그 대본 쓴지 무려 3년만에 이루어진
성과였습니다.ㅋ

2019-01-15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15 16:50   좋아요 1 | URL
다양한 채널의 확산 환영하는 바입니다 !!!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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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서가파먹기 프로젝트 #003>

 

이 책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성경만큼이나 인기가 있다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드디어 읽었다. 사실 4년 전에 열린책들에서 새로 나온 책을 사두고서도 명성과 두께 때문에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새해 나의 프로젝트인 서가파먹기의 세 번째 책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어렵지 않더라. 명성과 조금 두툼한 두께 때문에 지레 먹은 겁이 문제였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면서 왜 이 책이 미국 학교에서 거의 교재처럼 사용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은 여전히 인종차별이 항시적이던 1933~35년 앨라배마 메이콤이다. 소설의 화자는 깜찍한 8세 소녀 진 루이즈(스카웃) 핀치다. 왜 작가 하퍼 리는 어린 소녀를 화자로 삼았을까? 아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다. 스카웃의 어머니는 소녀가 2살 때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한부모 가정 출신이다. 변호사와 주의원 일로 바쁜 아버지 애티커스를 대신해서 가사를 돌보는 건 흑인 캘퍼니아 아줌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작가는 소녀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하나씩 열거하면서 독자를 뜨거워지는 여름날의 메이콤으로 인도한다. 그런 점에서 <앵무새 죽이기>는 성장소설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진 루이즈와 이웃집 계절친구 딜 해리스 그리고 오빠 젬(제러미)은 삼총사다. 그들은 어린 에피쿠로스 추종자들로 하루하루를 재미난 일거리를 찾는 데 소비한다. 이웃에서 칩거하는 은둔자 아서 “부” 래들리 아저씨의 소문을 꼬마들로 하여금 그를 집밖으로 유인하는 동력이다.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이기는 못하는 삼총사들은 계속해서 소동을 벌인다. 나이 먹은 아빠 애티커스는 변호사고, 미혼의 삼촌 잭은 의사다. 애티커스는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변호사라는 직종은 지금처럼 그런 돈 많이 버는 그런 직업이 아니었나 보다. 나중에 소설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톰 로빈슨의 변호처럼 원하지 않는 일도 해야 했으니 말이다.

 

<앵무새 죽이기> 1부는 핀치 집안 주변의 이러저러한 일들에 대한 소개다. 1930년 미국 남부의 평화로운 정경이 그대로 전달된다. 대공황이 가시지 않은 시절, 모두가 힘든 나날들이었지만 시골 마을 특유의 정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이웃 모디 아줌마네 집에 불이 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마치 자기 집에 불이라도 난듯이 달려와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았다. 2월의 광견병 사건 때는 애티커스가 좋지 않은 시력에도 불구하고 숨겨둔 명사수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듀보스 할머니가 아버지를 모욕하자 격분한 미스터 젬이 그녀의 꽃밭을 엉망으로 만들자, 아버지는 젬에게 듀보스 할머니에게 사과하고 한 달 동안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 드리게 한다. 갈등과 편견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애티커스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배우게 하고 있었다.

 

소설의 진짜 위기는 백인여성 메이엘라 유얼을 강간한 혐의로 고소된 톰 로빈슨의 변호를 애티커스가 맡으면서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공정한 재판을 기다리는 대신 린치를 가하기 위해 톰이 갇혀 있는 메이콤 감옥으로 몰려든다. 그를 지키기 위해 감옥 앞에서 신문을 읽으며 기다리던 애티커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 때 그녀의 딸 스카웃이 나서서 특유의 기지로 위기를 넘긴다. 스카웃은 과연 당시 상황이 얼마나 험악했는지 알고도, 사랑하는 아빠를 위해 분연히 분노와 증오로 가득한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을까?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은 1962년 동명 영화에서는 8살 소녀 스카웃의 시선으로 톰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가 돋보였다. 아이의 시선으로 아버지를 위협하는 패거리를 헤치고 당당하게 나서는.

 

무대는 이제 법정으로 향한다. 소설의 핍진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8세 소녀가 이 모든 과정을 묘사한다는 설정이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다른 시선으로 처리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어린 소녀가 법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전달한다는 건 무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리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독학으로 글을 깨우쳤다고 하지만, 12명의 배심원이 등장하고 법률적인 전문용어들이 등장하는 재판정의 모습을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전달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 애티커스는 법정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다. 무능한 유얼 집안의 가장 밥과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메이엘라의 법정 증언을 무력화하는 뛰어난 변론으로 톰 로빈슨의 무죄를 입증할 거라는 기대를 부풀린다. 사실 앨라배마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흑인에게는 무죄 아니면 교수형이라는 선택지 밖에 없었다. 과연 핀치 씨는 전원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진실이 언제나 승리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린 스카웃과 달리 동생보다 좀 더 조숙한 젬은 불합리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조용한 남자로 성장해 간다. 위기상황은 모두 가시지 않았다. 얼마 뒤, 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상급 교도소로 이송된 톰 로빈슨이 탈옥을 시도하던 중에 17발이나 되는 탄환을 맞고 사살되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기고만장한 밥 유얼은 다음 차례는 애티커스가 될 거라고 공언해 마지 않는다. 물론 모두가 밥 유얼의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당시 미국 남부의 분위기가 그랬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할로윈 즈음해서 또 하나의 결정적 사건이 화끈한 엔딩에서 기다리고 있다.

 

하퍼 리의 유일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앵무새 죽이기>는 정말 다양하면서도 논쟁적인 주제들을 품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불완전한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 핀치 씨처럼 자신이 원하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묵묵하게 수행해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톰 로빈슨처럼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억울하게 죽음을 맞아야 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감옥에 갇힌 ‘깜둥이’를 린치하겠다고 나서는 월터 같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젬과 스카웃처럼 양심적인 이들에게 배심원 자격을 부여했다면 불일치로 톰 로빈슨이 풀려났을 거라는 핀치 씨의 예리한 지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인간들이 문제란 말인가.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머리로는 인정하면서도, 실제 삶에는 적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백 년 전에는 엄연하게 존재했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시간은 그렇게 우리를 속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으니 우리의 양심도 시대에 맞게 개선되었을 거라고. 바로 그 점을 나는 회의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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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11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전국 독서 모임 중에 이 책을 안 읽은 독서모임은 없을 거예요.. ㅎㅎㅎ

레삭매냐 2019-01-11 18:19   좋아요 0 | URL
아마 달궁에서는 너무 알려져셔
안한 것 같습니다만.

전 인제사 읽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