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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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봄인가 인스타의 피드를 한 소설이 장악하다시피 한 적이 있다. 영어 제목은 <The House of Broken Angels>였다.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라던가. 우리말로 해석하면 망가진 천사들의 집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번역이 되어 내 곁을 찾아왔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우선 책의 표지를 살펴보자. 오래전 어느 수업 시간에 영화의 포스터와 오프닝을 보면 그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대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레아 작가의 소설 표지가 상징하는 것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가장 먼저 중앙의 메히코 전통 모자인 솜브레로가 눈에 띈다. 어떤 식으로든 메히코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할 거라는 점을 상징한다. 그 다음에는 한 쌍의 천사 날개다. 천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천국 정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누군가 곧 죽을 거라는 그리고 어쩌면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이 가능하리라. 마지막으로 세 채의 집들이 하단을 장식한다. 아마도 메히코 패밀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 위에 겹쳐진 반원들은 약속을 의미하는 무지개로도 볼 수 있을 듯 싶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썰을 풀어 보자. , 이 책을 수중에 넣기 전에 우레아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봤다. 작가의 실제 생활을 너무 투영하는 것도 독해의 오류겠지만, 작가가 말미에 적어 놓은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을 잘 훔쳐야 한다는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한 동시에 유한하기도 하니,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서사를 훔쳐서 새로운 형태로 수정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미국 중에서도 메히코로부터 미국이 강탈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다. 평소 메히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시간 엄수에 목숨을 걸어 독일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우리의 주인공 빅 엔젤(앙헬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머니 파파 아메리카의 장례식이 늦었다. 바이 골리!!!

 

메히코 라파스에서 천조국으로 건너온 데 라 크루스 집안의 총수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면, 바로 다음날 자신의 성대한 70세 생일파티를 치를 예정이다. 모든 일가붙이들을 총동원해서 말이다. 그 어느 예외도 없다. 시애틀에서 사는 자신의 배다른 동생 리틀 엔젤 교수를 필두로 해서 없는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 가수 엘 인디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차례로 등장하는 데 라 크루스 집안 선수들의 면면은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가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능가한다. 이런 선수들이 총수의 명령으로 총집합했으니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장례식과 생일 파티를 치른다면 그게 더 웃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빅 엔젤이 지금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했던가? 데 라 크루스 총수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모여서 한바탕 신나는 잔치를 벌이길 원한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멋진 한 판 승리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총수는. 한 편으로 공감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 아무래도 좀 그건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하고.

 

경찰이자 바의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린 바람둥이 아버지 돈 안토니오로부터 시작해서 빅 엔젤 그리고 그 다음 자식대인 엘 인디오, 브라울리오, 랄로 그리고 여걸 라 미니에 이르는 메히칸 가족 3대에 걸친 이야기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속설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우레아 작가는 물론 거기에 유머라는 양념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초반에 복잡한 데 라 크루스 집안의 가계도를 상상하지 못할까봐 리틀 엔젤 교수님이 그린 가계도를 말미에 붙여주는 서비스 정신도 칭찬할 만하다.

 

두집살림을 차린 돈 안토니오 덕분에 빅 엔젤과 리틀 엔젤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깊은 감정의 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링고 여인 베티를 만나 라파스의 가족을 버리고 월경한 돈 안토니오 덕분에 빅 엔젤 가족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생고생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베티와 리틀 엔젤이 호의호식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렇게 두껍게 쌓인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에 우레아 작가는 소설의 방점을 찍는다.

 

우레아 작가가 가족 간의 갈등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도를 넘지 않게 하기 위해 그야말로 빵빵 터지는 에피소드들을 절묘하게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엔딩에서 돌아온 탕자 역할을 기가 막히게 수행해낸 엘 인디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조국을 위해 머나먼 이라크까지 가서 당한 부상으로 퍼플 훈장까지 받았지만 결국 불법체류자 딱지를 떼지 못하고 마약중독자가 된 아들 랄로, 티후아나에서 미국 국경을 넘으면서 앵무새 밀수를 하려다 실패한 마마 아메리카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주옥같은 서사들이 빵빵 터진다.

 

내가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읽으면서 짚어낸 주제는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기다. 미대륙에 원래 살던 아메리카 인디언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주한 이방인들이 누가 먼저 왔냐에 따라 후발주자들을 무시하고, 더 이상의 이민을 막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살벌한 장벽을 세우겠다는 일단의 선동가들의 난센스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우레아 작가는 애써 유머로 포장하려고 하지만, 히스패닉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부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말이다.

 

어쨌든 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가족뿐이라는 결말에 순순히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또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어쨌든 우레아 작가가 절묘하게 설계한 엔딩에서는 아주 쬐끔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기도 했다. 뭐 그렇게 가는 거지.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다른 소설들은 어떤 서사로 무장되어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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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도착.

 

지난 가을부터 언제나 번역이 되어 나오나 싶었는데 새해 들어 드디어 출간되었다.

아마 내가 재작년엔가 훌루에서 나온 드라마 <시녀 이야기>를 보지 않았다면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의 속편을 기대하는 일도 없었으리라.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봐서 결국 책도 사서 읽었다.

 

그런데 드라마 시즌 2는 정작 보지 않았네속편의 감동이 기대만 못할까봐 그랬을까.

애트우드 여사에 따르면열렬하게 속편을 원하는 독자들의 피드백으로 결국 속편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지 않은가.

 

작년 가을 런던에서 새책이 나올 때거의 축제 분위기였다고 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낼 작가도 그리고 기획도 부재하니 말이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국내의 그런 현실이... 그만 하자.

 

같은 날 나오기로 되어 있던 이언 매큐언의 책은 열흘 뒤로 출간이 연기됐다.

아무래도 그 책은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봐야지 싶다그리고 나중에 중고책으로 풀리면 사야지어쨌거나 이언 매큐언 전작 중이니 새로 나온 책은 읽을 것이고 소장용으로도 필요하니까.

 

새해의 두 번째 주말이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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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0-01-12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Child in Time]보러 가야하는데, 9일 개봉했다는 영화가
담주 수요일까지면 상영관 찾기 힘들어질 거 같아요. 슬프네요.

열흘 뒤 나올 이언 매큐언 책이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0-01-12 10:55   좋아요 0 | URL
이래서 영화의 제작과 배급이 철저
하게 분리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에서는 그게 안돼서 영화판이 점점
엉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차일드 인 타임>도 결국 그렇게
되는거죠.

페크(pek0501) 2020-01-12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 좋은 일 듬뿍이시길...
새해에도 건필을 기원합니다.

레삭매냐 2020-01-12 21: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단발머리 2020-01-12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반가운 책이네요.
레삭매냐님도 간절히 기다리셨으니 얼마나 반가우실까요? ^^

레삭매냐 2020-01-12 21:2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

어제 받아서 250쪽 돌파했습니다.
컨디션만 좋다면 이틀 만에 다 읽
을 수도 있었으나...

건강이 비리비리한 관계로 다음
주에나 다 읽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재밌어요 !!!

단발머리 2020-01-12 21:24   좋아요 1 | URL
저도 분명 재미있게 읽었는데 왜 레삭매냐님의 ‘너무 재밌어요!’가 이렇게 실감이 나는 걸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scott 2020-01-12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보다 원작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레삭매냐 2020-01-12 21:21   좋아요 1 | URL
책 읽다가 드라마를 먼저 접하게
돼서 결국 드라마 먼저 보고 나서
책을 읽게 되었답니다.

<증언들> 너무 재밌네요.
작년 부커상 수상 이유를 알겠네요.

moonnight 2020-01-13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거릿 애트우드는 수년전 눈먼 암살자로 처음 접했어요. 이름도 몰랐던(무식 죄송-_-) 작가였는데, 이 책 뭐임? 할 정도로 당시 충격적으로 좋았던 기억나네요. 그 때 이언 매큐언의 <속죄>가 떠오른다고 느꼈었는데 레삭매냐님 오늘 글에 애트우드와 매큐언이 함께 언급되어있어서 괜히 반가워요(별 관계없는 댓글 사과드립니다-_-) 시녀이야기는 사놓고 아직도 못 읽었어요ㅠㅠ 증언들도 사기는 당연히 사겠지만 언제 읽을지(한숨;) 너무 재밌다 하시니 불끈 힘내봅니다.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1-13 21:15   좋아요 0 | URL
댓글은 사랑입니다 ㅋㅋㅋ
어떤 댓글도 환영하는 바입니다.

<증언들>을 내쳐 달려야 하는데
새로이 등장한 강자 루이스 알베
르토 우레아의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의 강력한 매력에 빠져
외도 중이랍니다. 미치게 재밌네요
증맬루.

<증언들>도 후회하시지 않으실 거
라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moonnight 2020-01-13 21:30   좋아요 1 | URL
헉 또 첨 듣는 작가가 등장 ㅠㅠ; 게다가 미치게 재밌다니ㅠㅠ 자포자기하고 보관함에 넣습니다. 레삭매냐님의 서평 기다립니다. 호호^^

coolcat329 2020-01-13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군요...시녀도 안 읽어서요...ㅠㅠ

레삭매냐 2020-01-13 21:16   좋아요 1 | URL
저도 첨에 <시녀 이야기> 정을 못
붙였었는데...

훌루 드라마 보고 뻑이 가서 책까지
내쳐 달리고 <증언들>의 출간을
지난 가을부터 지둘렸답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어제 우레아의
소설을 읽기 전까진 말이죠... 쿵야
 
천사는 침묵했다 창비세계문학 69
하인리히 뵐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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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의 <천사는 침묵했다>2년 만에 다시 읽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천사의 침묵>이란 제목의 정말 오래전 책을 빌려서 읽었다. 사실 그 때는 대충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의 독법에 문제가 있었는지 뵐 선생의 서사를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이번에 창비에서 새로 나온 <천사는 침묵했다>는 한 번 읽었던 기시감 덕분인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그리고 보다 더 명징하게 만날 수가 있었다.

 

때는 194558. 공식적으로 독일이 패전한 날이다. 우리의 주인공 한스 슈니츨러가 조용하게 무대에 등장한다. 장소는 쾰른이다. 나치 지도자 히틀러의 망상으로 게르만 민족은 거의 괴멸적인 파괴를 경험하게 됐다. 전 세계를 집어 삼킬 것 같았던 제3제국의 영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유명한 블리츠크리크로 폴란드와 프랑스를 정복하는 순간이 제국의 절정이 아니었을까. 그 다음부터는 내리막길이었다.

 

손절할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독일 군부는 미쳐 날뛰는 총통을 막을 수가 없었다. 1944년 여름의 총통 폭사 계획은 국가를 파멸로 인도하는 급행열차일 뿐이었다. 다시 한스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한스는 탈영병이다. 미점령군 하에서도 탈영병의 존재는 거북할 수밖에 없었던가. 나치 시절이라면 당장 총살형에 처해질 정도의 중범죄였다. 그리고 한스를 구하기 위해 나섰던 빌리 곰페르츠 중사(법무관 서기)는 그를 대신해서 죽기도 했다. 빌리의 유언장을 미망인 엘리자베트에게 전해 주기 위해 한스는 그녀가 입원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을 찾는다.

 

한스는 병원에서 가짜 신분증을 구하기 위해 의사 선생과 대담한 거래에 나선다. 그리고 누군가의 외투를 뒤지다가 미래의 연인 레기나 웅어와 조우하게 된다. 한 때 서점 인턴 직원이었던 한스는 종전 직전에 독일군의 기관총탄에 아이를 잃은 레기나와 사랑에 빠진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앞으로 다가올 겨울을 날 수 있을지조차 모를 그런 절망감 속에서도 청춘남녀의 사랑은 소리 없이 그렇게 타오른다.

 

독일 민족문화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성당들마저 연합군의 가공할 폭격으로 모두 무너져 내리고, 당장의 의식주마저 해결할 수 없는 마당에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훗날 제발트가 높이 평가한 하인리히 뵐의 폐허문학은 그렇게 <천사는 침묵했다>에서 정확하게 그려진다. 제발트가 비판했던 것은, 나치의 잔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독일의 문인들의 기이한 침묵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원지 때문에 연합군의 무지막지한 징벌적 성격의 폭격에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그것이 과연 지식인으로서 응당한 일이었을까에 대한 질문은 제발트의 <공중전과 문학>에 잘 나와 있다.

 

한편, 한스와 레기나 같은 보통 사람들이 석탄 절도와 암거래로 일상의 빵을 구하고 있던 그 절망이 순간에도 나치 당원으로 두 개의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던 피셔 같은 이는 오히려 종전 뒤의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히려 더 반가울 따름이다. 가톨릭 신앙을 대변하는 사제와 수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신도/민중들의 구원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나치 부역자들은 치부에 정신이 없었다. 혼란을 틈타 수집한 중세의 성상을 가지고 미래의 돈벌이에 열중하는 물질주의자 피셔들의 모습은 전후 독일 사회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폭로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피셔와 엘리자베트의 시아버지는 공모해서 빌리의 유언장을 무효화하고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을 도으려고 했던 엘리자베트의 죽음을 방치한다. 이 점이야말로 시대의 양심이자 지식인이었던 하인리히 뵐 선생이 비난하고자 했던 지식인과 기득권층의 위선이었다고 나는 추정해 본다. 그리고 신의 대변자라고 할 수 있는 지상의 천사상들은 진창 속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어떤 종류의 삶이든 한스와 레기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정말 분통이 터지는 건, 전쟁 과정의 모든 결정은 히틀러가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는데 패전의 상처는 왜 한스와 레기나 같은 보통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가이다. 부역자였던 피셔에게는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주지 않았던가.

 

전후에 쓰인 <천사는 침묵했다>는 뵐 선생 사후인 1992년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패전의 충격과 경악의 깊이에 시달리던 독일 사람들에게 또다른 전쟁의 트라우마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판단에서 출판이 늦어졌던 모양이다. 그동안 절판되었다가 새롭게 번역되어 나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독일의 대문호의 작품들이 국내에는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 <천사는 침묵했다>를 계기로 좀 더 많은 뵐 선생의 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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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0-01-10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이 시대 작품들 많이 읽고 있는데... 요거 담아야겠네요.^^

레삭매냐 2020-01-10 14:56   좋아요 0 | URL
어떤 작품들을 만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
 


지난 연말부터 기다리고 있던 램프의 요정 서달 선물이 드디어 도착했삽니다.

오늘 아침, 회사 사무실로 배달이 되어 부렀네요.

 

언박싱하는 순간의 즐거움은 역시나.

아 그리고 보니 램프의 요정 판매자 직배송으로 주문한 존 맥스웰 쿳시 선생의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도 오늘 도착할 거라는.

 

관내 도서관에도 없는 책이라 결국 중고로 들이게 되었네요.



짜잔, 선물의 구성 내용입니다.

북라이트 한 개, 다이어리 그리고 냄비받침이 등장했습니다.

 

북라이트는 예상하지 못한 신박한 아이템이네요.

본투리드 스프링 노트는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노트는 언제나 대환영이지요. 항상 모지라거든요. 바로 비닐까지 뜯었습니다.

 

냄비받침은 책으로 냄비받침을 하지 말라는 그런 뜻인 걸까요.

뒤에 적혀 있는 단가가 무려 7,800! 쫌 놀랐습니다. 실리콘 냄비받침 단가가 이 정도 하는군요.

 

암튼 선물로 즐거운 아침이었습니다. 그리고 생활의 자랑질이었습니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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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09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활의 자랑질, 너무 반갑습니다!!!!
기다리는 모든 분들에게 나도 오늘쯤? 이라는 즐거운 예상을 선물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0-01-09 11: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기다리는 모든 분들께
빨랑 도착하시길 바래요.

chika 2020-01-09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선물도착하지 않았다고 글 올렸는데 바로 또 그에 대한 답처럼 소식이...!
저는 느긋하게 월요일쯤 도착예상을 해보겠습니다 ^^

레삭매냐 2020-01-09 11:10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덧글 달고
나니 바로 이렇게 떡하니 도착해 부렀네요.

근데 월요일은 너무 늦지 않나요.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는 도착하지 않을까요.

몰리 2020-01-09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달력을 기다렸는데 달력은 포함되지 않았군요. ㅜㅜ

뭔가 어째
알라딘 굿즈 중에서 인기가 없던 것들을 처분하는 느낌이
들고 마는 건.... 제가 삐딱해서겠습니다. 견실한 다이어리도 필요했는데
별로 안 견실해 보여요!

레삭매냐 2020-01-09 11:11   좋아요 0 | URL
저도 살짜쿵 고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선물은 제가 고르는 것이 아니니.
고저 선물이니 기분 좋게 받겠삽니다.

잠자냥 2020-01-09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선물이 다른 해보다 알찬 느낌이네요?? 전 또 머그컵&달력&다이어리 이 조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머그컵은 이제 넘쳐난다. 그만 보내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ㅋㅋㅋ 암튼 저도 뭐가 올지 기다려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0-01-09 11:12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

머그컵은 너무 많아서 감당이 되지
않더라구요.

비슷한 구성이 아닐까요? 헷

뒷북소녀 2020-01-09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예상 밖의 선물이네요...
머그컵, 다이어리, 달력... 이런 걸 예상했었는데...
똑같겠죠?ㅋㅋㅋ

레삭매냐 2020-01-09 11:12   좋아요 0 | URL
램프의 요정 담당자의 상상력을 기...
대하면 될까요 ㅋㅋ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파워리뷰어 2020-01-09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받았지요~ 냄비받침은 뜻밖이었구요..
다이어리는 다이어트를 많이 했더군요..
좀 큰 사이즈를 기대했는데...아담사이즈로..
근데...북라이트는 어떻고롬 쓴데요?

레삭매냐 2020-01-09 11:28   좋아요 0 | URL
전 전자기기 분야에 문외한인지라...
아예 뜯지도 않았네요.

일단 냄비받침은 유용하게 쓸 것이고요,
노트는 아주 마음에 드네요.

전 사실 다이어리는 잘 쓰지 않는지라
소모품 노트가 더 죠아요.

뒷북소녀 2020-01-09 11:33   좋아요 0 | URL
다이어리 받으셨어요? 그렇다면... 랜덤인건가요.ㅋㅋ

파워리뷰어 2020-01-09 11:43   좋아요 0 | URL
아...매냐님 사진 그대로 입니다.
매해 보내줬던 큰 다이어리가 생각나서..
노트 맞아요~ ㅎ

카스피 2020-01-09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서재의 달인 등극 축하드리며 새해복많이 받으셔요^^

레삭매냐 2020-01-09 17:02   좋아요 0 | URL
아이 참, 감사합니다 :>
카스피님도 해삐 뉴 이얼 ~~~

coolcat329 2020-01-09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축하드립니다. 저같은 평민은 부러울따름입니다.

레삭매냐 2020-01-09 17:03   좋아요 0 | URL
저도 평민인 걸요...

고저 습관처럼 책 읽고 글 올리니
좋게 봐주실 뿐이지요.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1-09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품목이 바뀌어도 왠지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생각이...
이러고 저러고 할 것이 상품권 주면 오히려 사랑 받을텐데
알라딘이 고걸 안 해주네요.ㅉㅉ

레삭매냐 2020-01-09 17:04   좋아요 2 | URL
앗~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불감청고소원입니다만... 고놈의 도정제
때문에 안되는 것으로.

걍 좋아하는 책 15,000원 미만으로
한 권 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stella.K 2020-01-09 18:08   좋아요 0 | URL
앗, 도정제 때문에 안 되는 거였어요? 몰랐습니다.
설혹 그렇게 한다고 해도 알라딘에서 만원 밖에 더 해 주겠습니까?
서달 처음에 그랬습니다.
그래도 좋다고 좋아했는데 책 사는데 보태 쓰는 게 어딥니까?ㅉ

레삭매냐 2020-01-09 21:43   좋아요 0 | URL
정확한 것은 아니고 기냥 찍었습니다.

뭣만 하면 다들 도정제 타령들을
해서요 헷

수연 2020-01-10 11:39   좋아요 1 | URL
저 소비자센터 가서 글 남겼어요 스텔라님 ㅋㅋ 이렇게 줄 거면 아예 안 주는 게 나은 거 같아요 라고 ㅋㅋㅋ

stella.K 2020-01-10 13:58   좋아요 0 | URL
매냐님/귀엽습니다.ㅎㅎㅎ

수연님/ 멋져욧!^^

서니데이 2020-01-09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오후에 도착했어요.^^

레삭매냐 2020-01-09 21:4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축하드립니다 ~

우리 잘 써BoA요.

하나의책장 2020-01-09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후에 도착했어요! 보내주시는 품목은 아마 다 똑같나봐요^^

레삭매냐 2020-01-09 21:44   좋아요 1 | URL
네 이번에는 공통으로 모두 같은가
봅니다 :>

scott 2020-01-09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2020년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냄비 받침이 7800원짜리였다니 ㅎㅎ 몰랐네요. 달력 다이어리 롱패딩(털빠질것 같은) 이런구성을 기대했었는데 ^0^

레삭매냐 2020-01-10 10:24   좋아요 1 | URL
오마갓 롱패딩이요?

ㅋㅋ 알라딘 선전효과로는 그만일 것 같습니다.
 
번역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19
레일라 아부렐라 지음, 이윤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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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문학을 사랑한다. 특히 제 3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사랑한다. 그 책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가볼 수 없는 곳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애버딘과 하르툼이다. 수단 출신 작가 레일라 아부렐라의 <번역사>를 읽으면서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을 출발해서 사하라 사막을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나라 수단의 하르툼까지 주파하는 문학적 여정에 나섰다.

 

작년 11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해를 넘겨서 읽고야 말았다. 경자년 새해에 내가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주인공 사마르는 영국에서 태어난 아랍인이다. 영어와 아랍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동시에 그녀는 독실한 무슬림이고, 영국에서 의학 공부를 하던 남편 타리그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아들 아미르는 하르툼에서 시어머니이자 고모인 마하센이 키우고 있다. 남편보다 더 사랑했던 고모 마하센은 타리그가 죽은 뒤, 사마르에게 그녀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는 폭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밝혀지게 되지만, 어쩌면 자신이 남편의 죽음에 관련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미였을까.

 

1부에서는 사마르가 번역사로 일하는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는 대학교수이자 중동문제 전문가인 레이 아일의 아랍어 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천식환자인 레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하센은 사마르가 계속해서 영국에서 일하면서 하르툼에 사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대주길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부인 사마르의 개가도 격렬하게 반대한다. 사마르가 자신의 며느리가 아닌 그냥 평범한 조카였다면 과연 그녀는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인간이 우주여행을 꿈꾸고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종속적인 부족주의 전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레이는 이슬람 세계에 대해 다른 서구인들과 달리 해박한 지식과 분석을 바탕으로 뛰어난 통찰과 이해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마르와 레이와의 결합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그렇다 바로 종교다. 독실한 무슬림 신자인 사마르는 불신자인 레이와 결혼할 수가 없다. 1부가 끝나가는 장면에서 레이에게 청혼과 개종을 요구하는 사마르의 직진은 정말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내내 수동적인 삶을 살던 사마르가 레이와의 관계를 통해 자주적 인격을 지닌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야말로 레일라 아부렐라가 이 소설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본질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확신이 없다는 이유로 샤하다(이슬람의 신앙 고백)를 거부한 레이에게 저주를 퍼부은 사마르는 주저 하지 않고 가족이 있는 하르툼으로 떠나 향수를 달랜다. 아름다운 블루 나일이 흐르는 하르툼에는 모든 것이 결핍되어 있다. 서구 사회의 물질적 풍요를 체험한 사마르가 수시로 벌어지는 단전과 단수(바로 옆에 나일 강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너무 역설적이었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버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창공에 빛나는 달과 별들을 보고 행복해 하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너무나 당연시되던 것들이 부재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평안과 안식을 찾게 된 사마르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걸까 나는 고민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하르툼에 사는 젊은 사람들은 나라에 희망이 없다며 모두 외국으로 나가길 희망한다. 사마르의 동생 왈리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절망이 그들로 하여금 디아스포라를 꿈꾸게 만드는 걸까. 왈리드는 멀쩡한 영국의 일자리를 놔두고, 하르툼으로 돌아와 고작 집안에서 하녀가 일을 하며 돈도 안 되는 문맹 퇴치에 나서는 누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외국살이의 신산함과 은연중에 벌어지는 차별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의 로망이라고 해야 할까.

 

한편 사마르는 레이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서부터 그가 자신과 결혼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무슬림이 될 거라는 믿음. 그녀의 바람대로 아름다운 블루 나일이 한 폭의 그림 같이 흐르는 하르툼에서 두 사람의 무슬림은 결국 해후하게 된다. 상처들은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둘의 모습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소설에는 여러 킬포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 본다. 무슬림들이 결혼할 때는 두 명의 증인과 하나의 선물이 필요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그것이 달러와 황금으로 대체되었지만, 선지자 시절 아무 것도 없는 이들은 코란 두 절의 시구를 암송하면 선물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물질주의가 범람한 시절에 대한 아부렐라의 저격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선물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게 그렇게 이해됐다.

 

작년에 만났던 아시아 제바르의 소설과는 또 다른 결이 느껴졌다. 간간히 만나게 되는 제3세계 소설이라 더 반가웠다. 원래 아름다운 블루 나일과 두 사람의 무슬림으로 했던 제목을 막판에 바꿨다.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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