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플에서 폴스태프님의 <사바나의 개미 언덕>에 대한 리뷰를 읽고 나서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치누아 아체베의 데뷔작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읽어 보니 과연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한다는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누아 아체베는 나이지리아 이보 족 출신으로, 방송국 PD 경력을 필두로 해서 시인, 소설가 그리고 대학 영문과 교수에 이르는 다채로운 편력을 쌓았다. 그가 28세에 발표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 백인들이 출몰하지 않던 조상들의 시대를 살았던 우무오피아 마을 출신 씨름 챔피언 오콩코를 주인공으로 삼아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가 펼쳐진다.

 

이십대 아체베가 저술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아프리카 니제르 강 하류의 인민들이 감당해야 했던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 비극의 명백한 재구성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풍습과 전통에 따라 그들만의 삶을 영유해왔다. 대표선수로 등장한 오콩코는 우무오피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씨름꾼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베짱이 스탈일의 삶을 산 아버지 우노카와는 달리 근면과 성실로 일군의 부를 이루어냈다. 그는 최고의 전사이자 농사꾼으로, 전장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부족을 위해 싸웠고 일상으로 돌아오서는 남자들의 작물인 얌농사에 전념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특성대로 오콩코는 자기 자식들을 비롯해서 누구도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용서하지 못했다. 자신의 장남 은워예의 유약한 성격이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쟁까지 불사할 정도의 위력을 과시해서 이웃 부족 출신 소년 이케메푸나를 포로로 잡아 자신의 집에서 3년 동안이나 데리고 있었다.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던 소년을 마을 회의 결과 처형해야 하는 비극을 겪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아버지 우노카로부터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오콩코는 특유의 담대함을 바탕으로 이웃에게 빌린 얌을 밑천 삼아 재산을 일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언젠가 부족의 족장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일상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일구고 모으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정상에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마을 어르신의 장례식에서 실수로 오콩코가 쏜 총에 맞아 부족 소년이 죽으면서 오콩코는 재산을 압류당하고 우무오피아에서 7년 동안 추방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부족의 리더가 되겠다는 오콩코의 꿈은 사라져 버렸지만, 와신상담해서 우무오피아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아프리카 대륙이 드디어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종교로 시작해서, 정부와 교육으로 백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거의 하나의 방식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들 고유의 전통을 미개한 것으로 치부하고, 종교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백인들의 내습에 오콩코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백인들을 죽인 아바메 부족이 몰살당했다는 소문은 끔찍했다. 우무오피아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우선 오콩코의 아들 은워예가 개종하고 이름마저 이삭으로 바꿔 버렸다. 전사의 후예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아버지 오콩코의 마음이 어땠을까.

 

한편 백인들의 종교를 받아들인 우무오피아 사람들도 다른 이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했으면 좋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광신이 문제였다. 종교 지도자 브라운 신부는 그나마 우무오피아 마을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지만, 그가 병들고 귀환하고 제임스 스미스라는 신부가 오면서부터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무당의 아들 에노치는 광신도로 변신해서 마을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비단뱀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에 격분한 오콩코를 비롯한 마을 대표 6명이 백인 치안판사를 찾아갔다가 얼떨결에 수갑이 채워지고, 교회를 파괴한 죄로 조가비 200자루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 더 이상 백인들과 그들에게 부역하는 다른 마을 출신 전령들에 분노한 오콩코는 복수에 나선다. 예상한 대로 결론은 비극으로 끝난다.

 

과연 아체베 5부작의 시작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 폭력적인 방식으로 침탈하는 서구의 제국주의에 맞선 오콩코의 투쟁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윗돌을 치는 격이었다. 오콩코가 대변하는 아프리카 부족들은 서구 제국주의의 힘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가진 어떤 방식의 무력으로도 그들을 이길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칼과 도끼 같은 강경한 태도로 백인들을 대해도 그들은 더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압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무오피아 마을의 대다수 사람들처럼 유화적인 태도로 백인들을 대했어도 백인들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치안판사의 에피소드는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아프리카 민중에 대한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니제르 강 하류의 흑인들에게 벌어지는 매일이 그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였고, 재미있는 읽을거리일 뿐이었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존엄과 생사가 달린 문제들이 이방인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즐거움이었다니 입맛이 다 씁쓸하다.

 

내가 처음 만난 아체베의 작품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왠지 이제 막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찰나에 끝나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아체베의 다른 책들도 속히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다음에 읽으려고 고른 책은 <사바나의 개미 언덕>으로 아체베 5부작의 마지막 권이라고 하던데, 흠 순서대로 읽어야 하나 어쩌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뒷북소녀 2019-01-16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극찬이라니. 당장 읽어봐야겠어요... 읽고 나신 다음에 다시 얘기해 주세요.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지요.

레삭매냐 2019-01-16 17:54   좋아요 0 | URL
아체베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걸까요?
저도 아리까리하네요 ~~~
 

 


그동안 책쟁이들의 염원이었던 도서구입비 공제가 드디어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해서, 바로 접속해서 결과를 살펴봤다.

 

영화도 공연비에 넣어 주면 좋을 텐데 아마 영화는 공연으로 간주하지 않는 모양이다.

 

11월 12월 책구입을 많이 자제한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 잡히는 합계는 216,993원이었다. 이걸 6개월로 나누면 월간 3만 6천원 정도네. 새책으로 치면 한달에 신간 3권 정도 아닌가. 그런데 내가 작년에 산 책들의 90%가 중고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권수는 좀 늘지 않을까.

 

가만 보면 정말 책을 많이 사시는 책쟁이가 아니라면 소득공제가 도움이 되나 싶다.

 

그나저나,

폴스태프님의 치누아 아체베 읽기에 자극을 받아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원래 중고서점에 아체베 작가의 책이 있다면 바로 샀을 텐데 아쉽게도 한 권도 없더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도서관에 가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와 <사바나의 개미 언덕> 두 권을 빌렸다.

 

먼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재밌어서 단박에 50쪽이나 읽었다. 점심시간만 잘 활용해도 책 제법 읽겠는데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9-01-1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16 08:12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한 두 배 정도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

문화공연은 간 적이 없으니 순전히
책으로다가.

cyrus 2019-01-15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5만 원 정도 나왔어요. 헌책방에서 산 책들의 비용을 합하면 20만 원 조금 넘었을 거예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어요. 아무래도 독서모임 활동을 하게 되면서 도서 지출비가 줄어들었거든요. ^^

레삭매냐 2019-01-16 08:13   좋아요 1 | URL
도서관을 자주 이용해야지 싶습니다.

어제도 아체베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기 시작했답니다.

헌책방에 저도 가보고 싶으나 가차운
데는 없더라구요...

scott 2019-01-22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북으로 읽고더이상 종이책 쌓아두지않으려고요껌값보다 싸게 매입해간 알라딘 껌공장보다 부자 ㅎㅎ

레삭매냐 2019-01-23 10:0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뻰찌 먹은 책들은 과감하게
누구나 가져 가라고 저희 동네 책장에
기부해 버립니다.

알라딘에게 헐값에 넘겨주긴 싫어서요.
 


내가 언제 이 책을 샀더라...

중고로 산 것 같은데. 알라딘은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다, 다른 서점과 달리.

기록을 찾아보니 2017719일이라고 한다.

 

알라딘 수원매장에서 산 것으로 기억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냥 몇 쪽만 읽고 말았던가.

 

오늘 잠자냥님의 글을 보고 자극이 돼서 서가에서 책을 찾아냈다.

바로 읽기 시작해야지. 지금 칼럼 매캔의 <댄서> 너무 재밌게 읽고 있는데 왠 말이냐.

 

중고매장에서 나의 새로운 사냥감이 생겨서 기분이가 좋구나.

하지만 수잔 손택의 팬심이 든든하여 중고로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게 맹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 그래서 중고서점에 잘 나오지 않는구나. 게다가 중고치고는 값도 비싸고...

 

츠바이크와 더불어 기해년 목표로 삼아 보자꾸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렇게혜윰 2019-01-15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은 시기에 같은 책 읽으셨네요^^찌찌뽕 ㅎㅎ

레삭매냐 2019-01-15 08:16   좋아요 0 | URL
어제 잠자냥님의 글을 읽고 나서 찾아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

cyrus 2019-01-15 0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 알라딘 서점 두 곳을 자주 가면서 가장 많이 본 손택의 책은 <타인의 고통>이었어요. 이 책을 만날 때마다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중고가가 높은 편이라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종이 커버까지 갖춘, 완전한 형태의 책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

레삭매냐 2019-01-15 08:17   좋아요 0 | URL
손택의 책은 중고가도 제법 나갑니다 -
236쪽 짜리 책이 정가가 16,500원이더라구요.

그전에 다른 책도 봤었는데 사둘걸 그랬나
봅니다 ㅋㅋ

일단 당장 읽지 않아도 사두는 센스 -

설해목 2019-01-15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손택 책 거의 다 가지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완독은 못하고 그저 소장용으로만 ㅎㅎㅎ;;;
이참에 저도 손택 완독 도전해볼까싶지만... 과연...

레삭매냐 2019-01-15 09:29   좋아요 1 | URL
일단 책읽기의 시작은 소장이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을
읽는 게 과연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도 수잔 손택의 책 사질러야지 랄라

아, 완독 응원합니다 빠이야~
 

새해의 한 주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연말 연휴를 보내다 보니 출근한 뒤의 후유증이 어마무시했다. 이런 된장 맞을...

노는 건 좋으나, 업무 복귀해서 정상보다 더 빡시게 뛰려니 죽갔더라.

뭐 그래도 시간을 흐르고 흘러 주말이 됐고, 내일 또 다시 출근이다.

쓰고 보니 무간지옥이로구나.

 

새해가 되니 여기저기서 새해 기대작이니 어쩌구를 열심으로 발표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책쟁이다 보니 궁금해서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데, 기성 신문들의 논조는 대동소이하다. 아무래도 서로 동업자 마인드로 우라까이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엇비슷하다. 하긴 국내 문학시장은 좁아 터져서, 옆 동네에서 방귀뀌는 소리가 죄다 들리니 그 바닥에 엎어져서 생업으로 삼는 이들의 글발도 뭐 색다를 게 없겠지 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닌 듯 싶다. 뭐 다른 게 있어야 다른 썰을 풀지!

 

작년에 드디어 충격적으로 국내 작가들의 책보다 이웃 섬나라 작가들의 책이 더 많이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출처는 모르겠다. 특유의 귀차니즘 덕분에 검색을 하면 찾을 수도 있겠으나 그냥 패스하도록 하자.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가뜩이나 국내 문학시장이 위축된다고 하는 마당에 국내 문학이 추월당하는 수준에까지 왔단 말인가.

 

그냥 내 느낌으로 적어 보겠다. 전혀 객관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그냥 한낱 책쟁이의 넋두리로 보아 주시면 될 듯 싶다. 하나의 날적이 정도로 봐도 전혀 무방하다.

 

예전에 섬나라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나온다 하면 줄을 서서 책을 사던 시절도 있었다. 이젠 그마저도 맛탱이가 가 버려서, 읽다만 마지막 책은 아직도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나. 이 양반이 드디어 판타지의 세계에 입문하셨구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국내 작가 중에서 그만큼 구매력을 촉진할 만한 작가나 작품이 있었던가? 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썰은 아직 듣지도 보지도 못했노라.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그런진 몰라도 최근에 나온 황정은 작가의 책도 심드렁하다. 정유정, 장강명, 권여선 등등의 작가들이 신작이 예고되었는데 전혀 무관심하다. 오히려 점점 더 오른쪽으로 치닫고 있는 우엘벡의 신간 <세로토닌>이 궁금할 따름이다. 신문기사를 따르면 거의 극우 또라이 작가로 보인다. 어쨌건 이 정도 화제를 불러올 정도의 작가가 없다는 게 우리 문학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아무래도 전자에 무게추가 기우는 것 같다) 이슈 파이팅이 되어야 문단 전체가 좀 들썩이고 그럴 텐데, 아예 그런 첨예한 문제들에 대한 글쓰기는 그야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된 모양이다. 모두가 외면하는 것 같아 보인다. 아니면 블랙리스트 시절 정권 차원의 갈굼에 대한 반대급부일까. 한없이 개인의 문제만 파고드는 침잠의 서사도 너무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수박겉핡기식의 라이트노벨의 유행도 한몫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느 신문의 신춘문예에서는 타인의 블로그 글을 베껴서 투고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표절을 표절이라 부르지 못하는 21세기판 불호부호형 개그빅리그가 목전에서 진행 중이다.

 

독자들의 지갑을 화끈하게 열게 할 만한 깊이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서사물의 부족도 하나의 문제겠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종의 다양성이 아닐까. 그동안 국내문학계는 오로지 순문학만이 장땡이다라는 순혈주의를 고수해 오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신예작가들이 유일하게 등단할 수 등용문의 요지를 지키는 수문장들 역시 줄기차게 순문학만을 애정해 왔다. 그러니 좀 더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르 문학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물론 순문학의 순기능에 대해 태클을 걸자는 게 아니다. 순문학은 순문학 대로, 그리고 장르물을 비롯한 기타 장르들도 숨쉴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날 읽어봐야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타인의 성공담과 자기개발서는 무엇하러 시간과 돈을 들여 읽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그들처럼 개발이 덜 되어서 이 모양 이 꼴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오죽하면 태극기부대에 가까운 우리 사쪼까지 나서서 인문학 타령을 해대는 판이 되었다. 인간과 그들이 빚어내는 문학에 대한 사랑 없이 오로지 인문학으로 포장된 신상이 주는 달콤한 과실만 챙기겠다는 속셈이 너무 빤히 보여서 속이 좀 좋지 않았다. 어떤 감언이설이더라도 결국에 가서는 매출증대로 귀결되는 결말이 너무 클리셰이스럽지 않은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왜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게 되는가? 역설적으로 램프의 요정 북플이나 인스타에 등장하는 수많은 강호의 책쟁이 고수들은 연간 수백권의 책을 섭렵했다며 자랑질을 일삼는다(돌이켜 보면 나도 그런 닝겡 중의 하나처럼 보인다). 그 어떤 즐거움보다 강력한 독서가 제공하는 극강의 쾌락을 모르는 이들에게, 책읽기의 훈련이 되지 않고 랜선에 떠다니는 짤의 즐거움만이 유일한 쾌락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어떻게 전파할 것인지 고민해 볼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가다간 정말 기해년은 한국 문학 몰락의 원년으로 기록될 지도 모르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9-01-06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7 09:03   좋아요 1 | URL
독서량이 많은 분들은 많은 분들대로,
그리 그렇지 않은 분들은 그런 분들대
로의 고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리뷰 쓰기는 정말 쉽지 않은
미션인 것 같습니다.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2019-01-06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7 09:05   좋아요 3 | URL
다른 나라들은 대개 문학이 베스트셀러
의 8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힐링이니 치유니 하는 주제를 다룬 책들
이 너무 범람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어떻게 보면 세상살이가 팍팍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네요 -

어쨌든
그렇게 시류를 타는 책들은 그 시절이
가면 다시 읽지 않게 될테니 말입니다.

물감 2019-01-07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성공담이나 자기계발서는 저도 잘 안 읽게됩니다. 오히려 문학위주로 읽어요. 그런데 알라딘 포함 제 주변의 독서가들은 문학만 안 읽어서 별로 대화할 게 없어요. 반대로 문학만 읽는 제가 시대에 뒤쳐지는 느낌만 받아요. 근데 레삭매냐님 말씀대로 세상살이가 팍팍해서 그럴수도 있으니 이해해야죠... 아쉬운 맘에 그냥 끄적여봤어요.

카알벨루치 2019-01-07 10:29   좋아요 2 | URL
문학 갑입니다~진짜 문학을 많이 읽어야 뷰파인더가 커지는 건데 말입니다 ^^

레삭매냐 2019-01-07 10:36   좋아요 2 | URL
그런 점에서 다음 웹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을 추천해 드립니다.

독서모임 자기소개 시간에 자기도 자기개발서
를 열독한다고 커밍아웃했다가 그 자리에서
강퇴당하는 장면은 정말 통쾌했습니다...

문학을 읽는 독서모임에 나가 보시면 그런 고민
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07 10:39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그 책 만화책이죠? 읽고싶네요 레삭매냐님 제가 만화 좋아하는줄 또 아시고 ㅎㅎ

2019-01-07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7 15:08   좋아요 0 | URL
문학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종의 다양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블로그 이웃분의 집에서 독서 결과를 엑셀로 정리하는 파일을 하나 퍼왔다. 예전에는 싸이월드에서 주로 했었는데, 옛 생각이 나서 간만에 한 번 해봤다. 세상 편해졌다 정말. 엑셀로 이런 작업도 다하고.

 

지난 달에는 모두 27권의 책을 읽었다. 11월까지 186권을 읽어서 대망의 200권을 채우기 위해 월초에 엄청 달렸다. 그래서 얍삽하게도 주로 얇아서 금방금방 읽을 수 있는 책들로 읽다가 목표 달성이 눈앞에 이르자 그 다음부터는 주로 서가 책파먹기를 실시했다.

 

새해에도 그렇지만 서가에 사두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들을 좀 읽어 보련다. 당장, 반다시 읽어야 하는 신간이 없는 이상(그리고 도서관 희망도서를 이용하기로 했다, 신간은 한 달에 두 권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좀 여유로운 독서를 해보자~라고 마음 먹었으나 그게 내 뜻대로 될 리가 없지. 어쨌든 조바심 내지 말고, 되는 대로 독서의 미학을 실천해 보자고 다짐해 본다.


<나의 월간 베스트>


1. 클링조르를 찾아서 / 호르헤 볼피


2.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 에마뉘엘 제라르와 브루스 쿠클릭


3. 반역의 책 / 조너선 스펜스


역시 지난 달에 읽은 책 중에 최고는 메히코 출신 작가 호르헤 볼피의 <클링조르를 찾아서>였다. 분량도 대박이지만 내용도 최고였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즈음해서 원자의 비밀 그리고 미래의 세계를 지배하게 될 핵폭탄 개발에 나선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의 경쟁에 얽힌 이야기들이 종횡무진하게 전개되는 과정에 그만 매료되어 버렸다. 나같은 과학에 문외한도 쉽게 빠져들 만한 이야기였다. 로베르토 볼라뇨 덕분에 알게 된 메히코 작가 호르헤 볼피의 다른 책인 <세계 아닌 세계>는 내가 올해 처음으로 산 책이다. 절판되어 온라인 중고서점의 개인판매하시는 분에게 구입했다. 어제 도착했는데 일단 집에 고이 모셔 두었다. 이게 또 분량이 적지 않은 지라 주변 정리를 좀 하고 시작해야지 싶다.

 

에마뉘엘 제라르와 브루스 쿠클릭이 저술한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도 만족할 만한 역작이었다. 아프리카 중앙의 콩고에서 식민지 탈출을 선언하면서 자주독립의 기수였던 젊은 정치인이 세계열강의 무관심 속에 어떻게 죽어갔는가는 정말 슬프고 비참한 스토리였다. 또 한편으로는 짐바브웨의 독립투사 로버트 무가베가 타락하는 걸 보고, 과연 파트리스 루뭄바가 살아서 국가권력을 행사했어도 무가베처럼 타락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책인 <블라드>와 <아우라>도 읽었다. <아우라>는 결국 리뷰를 쓰지 못하고 반납하게 됐다. 나중에라도 리뷰를 쓰기 위해서라도 재독해야지 싶다.

 

조너선 스펜스 교수의 <반역의 책>은 결국 8년 만에 읽고야 말았다. 언젠가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읽게 될 것이다. 제 아무리 지상 최대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황제라도 하더라도, 민중의 뜻에 반하는 언론 통제에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역사가 증명해 주는 실질적인 예라고 해야 할까. 옹정제 황위 계승에 있어 소문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황제가 술고래에 황음무도하다는 이야기를 제압하기 위해 옹정제는 유언비어 제조와 역모를 주모했던 시골 출신 쩡징을 주벌하지 않고 오히려 황은을 칭송하기 위한 선전 도구로 판단하고 <대의각미록>을 대대적으로 출판해서 전국에 유통시킨다. 그의 뒤를 이은 건륭제는 반대로 철저한 사상통제에 나서게 되는, 역설적으로 <대의각미록>의 내용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역사란 언제나 그렇듯 위정자들의 뜻과 반대로 흘러가기 마련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새해에는 의무와 강박적 책읽기에서 탈피해서 좀 더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읽고 싶다. 문제는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흘러가는 독서 편력이 문제겠지만. 이상 끝.



뽀너스, 최근 회사 근처에 생긴 카페 레이크 라떼...

누가 한 겨울에 아이스 커피를 마시나 싶었는데

내가 그 짓을 하고 있었다. 내가 돌아이였고나.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9-01-04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4 16:59   좋아요 0 | URL
그림으로 올리는 방법도 있고,
엑셀 파일 정리하는 것도 있더군요.

전자가 비주얼에 중점을 두었다면
후자는 내용을 강조하는 느낌이랄까요?

설해목 2019-01-04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깔끔한 정리! 저도 따라해보고 싶네요.
올해는 레삭매냐님 또 어떤 독서편력을 펼칠지 기대됩니다 ㅋㅋ

레삭매냐 2019-01-04 17:02   좋아요 1 | URL
제가 정한 저의 독서 (편력) 결씸은...

1. 서가 파먹기

2. 벽돌책 격파

요 두 가지입니다.

<모비딕>은... 지금이라도 조금씩 읽어야
하나 싶습니다. 하루 열쪽씩?

설해목 2019-01-04 17:04   좋아요 2 | URL
올해는 같이 <모비 딕> 완독해봐요. ^^

뒷북소녀 2019-01-04 19:38   좋아요 1 | URL
다시 읽으면 재미있을까요? 오래전에 읽었을 때는 재미가 없었던 기억이ㅠ

붕붕툐툐 2019-01-04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박!! 회사에 다니시면서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시다닛!! 대단하심다~~
그리고 원래 냉면이 겨울 음식이듯이 아이스커피도 겨울이 제맛 아니겠습니까? 맛나 보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4 17:5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냉면은 원래 겨울철 음식이라고
하더라구요.

책은 짬짬이 그리고 주로 집에서 자기 전
에 읽는답니다 :>

뒷북소녀 2019-01-04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얍삽하게, 서가 책파먹기, 표현 넘 웃겨요.ㅋ
저도 요즘 서가 책파먹기를 하고 있죠.

레삭매냐 2019-01-04 21:42   좋아요 1 | URL
집에 있는 책만 다 읽어도 수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

소유욕을 버려야 하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책파먹기...

뒷북소녀 2019-01-04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은퇴 후 제 노후를 위해, 연금처럼 사모으고 있었드랬죠.ㅋㅋ 나름 큰그림...이었다...고...

레삭매냐 2019-01-05 09:42   좋아요 0 | URL
쟁여 놓는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되는
책들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지 않을
까요...

듣고 보니, 그렇다면 저도? ㅋㅋㅋ

카스피 2019-01-07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년에 200권 독서라니 넘 대단하십니다^^

레삭매냐 2019-01-08 14:06   좋아요 0 | URL
강박적 독서의 소산인 것 같습니다 -

새해에는 쉬엄 쉬엄 읽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