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한 3월의 첫날이 밝았다.

어제는 삼일절 휴일이라 패스하고... 일은 오늘부터 하니깐.

 

아니 그리고 보니 어제도 오늘 못지않게 빡시게 집안일을 하지 않았던가. 암튼.

어제는 꼬맹이 데불고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다녀왔다.

 

그전에 삼일절에 자기가 사는 집에 일장기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순간 멍해졌다. 아니 다른 날도 아니고 삼일절에. 순간 일본 사람인가? 아무리 일본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지 삼일절에. 나라꼴이 이상해지니, 점점 토왜가 발호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오래 전에 가보고 나는 두 번째, 꼬맹이는 세 번째 방문이라고 하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참 아해들이 많았다. 아주 어린 친구들은 1층에 마련된 우스워 보이는 미끄럼틀 하나만으로도 까르르 숨이 넘어 가더라. 그땐 그랬지. 천장에 매달린 돌고래 움직이는 장면도 멋졌다.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움직임이 멈춰 있었다.

 


1층 입구에 있는 시계 장치는 장대했다.

그전에 방문했던 융합박물관의 시계 장치는 우스워 보일 정도로 말이지. 아해들이 그 앞에서 턱이 빠진 모습으로 지켜보던 모습에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늙은 아빠는 아침 봄맞이 청소와 짧은 거리 운전의 여파로 도착하자마자 이미 방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아빠들이 방전되어 여기저기 마련된 의자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래도 휴대폰은 포기하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는 게임하는 대신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물론 꼬맹이가 계속해서 나를 찾아 싸서 오래 읽진 못했지만.

 

지난 화요일날 알라딘전자도서관을 이용해서 동네도서관을 경유해서 전자책으로 읽는 법을 알아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집에 책이 있어서 책으로도 동시에 읽고 있지만, 항상 몸에 책을 달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대단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 버스 안에서 게임하는 대신에 <사나운 애착>을 사납게 읽어댔다.

 

비비언 고닉은 1937년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난 뉴욕 토박이다. 학위도 모두 뉴욕에 있는 학교에서 받았다. 그녀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문화사와 회고록이라고 한다. 결혼, 딸로서의 모습 그리고 뉴욕 생활을 썼다. 빌리지 보이스의 기자기도 했다. <사나운 애착>1987년에 발표된 자전적 에세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의 뉴욕과 36년 전에 작가가 체험한 쓴 뉴욕이라는 공간의 이야기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뭐랄가 과거는 조금의 로망으로 채색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 살인적 물가 상승으로 식대의 20%에 달하는 팁을 주어야 하고, 스타벅스 테이크아웃을 주문할 적에도 팁을 주어야 하는 작금의 현실에 비비언 고닉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졌다. 밀레니엄 캐피탈 뉴욕에 산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특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살인적 주거비를 포함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물론 그만큼 문화적 혜택도 다수 존재하지만 말이다. 휘트니박물관을 마음 내킬 때 아무 때라도 갈 수 있다는 점만 해도 그렇지 않을까.

 

브롱스 유대인 게토를 벗어나 시티칼리지에 입학하면서 비비언 고닉의 새로운 삶이 전개되는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스스로가 공부벌레이고 문학소녀였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작가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드러낸다. 그 시절에 습득한 치열한 토론과 무지막지한 독서는 훗날 작가가 뛰어난 비평가로 활약하는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사나운 집착>의 절반을 읽었다. 지금과 다른 80년대 미국 뉴욕의 현실을 감안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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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02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나운 애착은 사납게 읽어야하는거군요. 레삭매냐님이 주신 팁 잘 기억하며 읽을게요. ^^

레삭매냐 2023-03-02 16:28   좋아요 1 | URL
부지런히 읽어서 저는 아마
오늘 중으로 다 읽지 싶습니다.

지금과 간극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레이스 2023-03-02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납게 읽고 있다는게... ㅎㅎ
어떻게 읽는거지 하고 봤습니다.ㅎㅎ

레삭매냐 2023-03-03 09:22   좋아요 1 | URL
사납고 마치 씹어 먹을
듯이 읽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책은 일단 어제 다 읽었습니다.

이제 리뷰의 시간이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