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가 창피하다

 

오늘도 책쟁이는 출판계나 새로 나온 책들이 없나 하는 마음에 기사와 너튜브 세계를 넘실거린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하나 덥썩 문다. 옳다구나!

 

잠잠하던 창비가 또 한 건 올렸다는 소식이었다.

작년 가을에 출간 예정이던 장강명 씨의 산문집에서 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비평에 대해 창비가 옹호하고 궤변을 했다는 문장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창비스러운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문구 수정을 요구하자, 당연히 장 씨는 거부했다. 그렇지 이게 바로 글쓰는 작자들이 사회에 보여 주어야 하는 기개지. 그러자 한발짝 물러선 출판사는 원문 그래도 출간하겠다고 하다가 션하게 통수를 날린다.

 

출판사에서 책은 내되, 채널을 통해 홍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조시대도 아니고 내새꾸를 내새꾸라 부르지 못하는 호부견자(?) , 이게 아니었지... 암튼 그런 주옥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빡친 장 씨는 출판 계약을 해지하고, 담당 편집자도 출판사를 뛰쳐 나갔다고 한다.

아 정말 창비한 출판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한 편집자 양반이 새로 차린 출판사 <유유히>에서 장 씨의 책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의기투합한 2인이 거대 메이저 출판사에 엿을 멕인 거다.

 

팟캐스트? 아니 너튜브? <YGJYP의 책걸상>이라는 채널에서 아마 이 사실을 밝힌 모양인데 연초 공사다망하고 지금 몰입한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 마당이라, 아직 본 프로를 들어보지 못해서 전말을 상세히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링크연결 : https://www.youtube.com/watch?v=47rT18YHtbs

 

그리고 보니 신 씨 표절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창비에서 향후에 무언가 자리를 만들어서 그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베스트셀러 작가의 표절사태에 대해 의논해 보자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연히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가고 또 슬그머니 컴백해서 재미 좀 보려다가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고(, 그래 책을 냈쪄? 나무야 미안해) 고저 공짜책에 영혼을 판 서평단들의 서평공세만 난무하다가 시원하게 말아 먹은 추억이 떠올랐다.

 

또 창비가 창비했구나.

 

[뱀다리] 그나저나 나는 장강명 씨의 책들은 잘 읽지 않는데...

뭐라고 대차게 깠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렇다면 일단 사서 읽고 다시 팔아먹어야 하나.

,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이 있었지. 이건 시간이 좀 걸리는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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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3-01-04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시 신경숙 작가의 발언이나 창비 쪽 사람들의 쉴드는..어처구니 없더군요..또 시작했다니..정치나 문단이나 윤리는 실종됐고 밥그릇 싸움은 똑같네요.

레삭매냐 2023-01-04 23:38   좋아요 1 | URL
거대 자본으로 변신한 출판사
가 창작을 검열 혹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
는 모습이 수상한 시절과 정교
합을 이루는 장면이 쉬르레알리
스틱~하네요 참말로.

Falstaff 2023-01-04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겁나게 썼다가 다 지웠습니다. ㅎㅎㅎ
영숙아 잘 먹고 잘 살아라! 올해 환갑이지? ㅋㅋㅋ 정신 차려. 독자들은 환장한다.

레삭매냐 2023-01-04 23:39   좋아요 1 | URL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잊고 살았는데...

정말 환장할 노릇이네요.

독서괭 2023-01-04 1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그런 일이 있었군요!! ㅠㅠ

레삭매냐 2023-01-04 23:40   좋아요 0 | URL
참 거시키합니다.

바람돌이 2023-01-04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창비정도 되는 출판사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하는데.....
장강명 작가 책은 2월에 출간된다는군요. 막 궁금해지긴 합니다. ^^

레삭매냐 2023-01-05 00:00   좋아요 1 | URL
결국 무엇이든 권력화되면 피할
수 없는 남용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갱숙 씨 비판글은 이너넷
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찾아 봐
야겠습니다.

명랑걸우네 2023-01-04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라이~~창비 진짜 창피합니다~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도 아니고 신경숙 얻으려다 독자포함 수백.수천을 잃는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요...

레삭매냐 2023-01-04 23:48   좋아요 0 | URL
라떼 꼰대들의 종특은
예전 성공의 단맛을 잊지
못한다는 겁니다.

표절 사태가 터지기 전,
밀리언 셀러 표절가가
벌어다 주던 꿀맛에 젖어
결사 옹위하다가 리리코
나락이 되는 거죠.

기묘한 방식으로 컴백했
을 때, 손절하지 않고 결국
사단을 내는군요.

잠자냥 2023-01-04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을 왜 놓지를 못할까요? 라고 댓글 달다 보니 책 많이 읽는 분들이 모인 여기서는 신경숙 안 읽지만 저 바깥(?) 1년에 1권 읽을까말까한 한국 독서 시장에선 여전히 네임드인 작가군요…. 에라이.

레삭매냐 2023-01-04 23:56   좋아요 1 | URL
그짝에 있던 냥반들이
모두 공범이라 그랬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물고빨고 하던
비평가들이 자신들의 원
래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권위를 지키느라, 자기반성
이나 제대로 된 비판과 토의
없이 얼렁뚱땅 덮고 넘어 갔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난리를 겪고도 네임드라...
진짜 네임드네요.

듀랜 듀랜이 부릅니다.

노아~ 노아~ 노터리어스 ~~~

Falstaff 2023-01-05 05:47   좋아요 2 | URL
돈이 되잖아요. 광화문 교보 앞에서 ˝난 신경숙 싫다!˝ 세 번 외치면 틀림없이 귀싸대기 한 방 얻어 맞습니다.
돈이 되기 때문에 작가에게 이렇게 저렇게 써달라, 여기까지는 이해를 하겠습니다. 어차피 막 가는 신자유주의 시장인데 뭘 더 바랍니까. 근데 표절범을 표절범이라고 얘기하지 말아달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아무리 ˝돈 되는 작가˝라고 해도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창비는 출판사도 아닙니다. 근데 안 읽을 수도 없고, 이렇게 저렇게 답답해요.
작년에 도서관 처음 간 날, 아빠한테 댕겨왔어를 대출하던 이가, 나 이거 읽는 사람이야, 하는 품으로 으쓱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ㅋㅋㅋㅋㅋ

얄븐독자 2023-01-05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장작가의 신작과 그 출판사를 알게 되어 기다려집니다 이런 출판사는 독자들이 힘을 실어주어야 할것 같네요
ㅊㅂ 책을 안보진 않지만 과거의 ㅊㅂ에 대한 이미지는 싸그리 지워버렸지요 ㅋ 그 사태때 되도안한 입장을 낸 미문을 잘 쓰는 비평가 양반의 신작은 여전히 잘 팔리는듯 싶은걸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레삭매냐 2023-01-05 09: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

어느 게시판에서 보니
창비의 원래 뜻인 비평도
못하게 하고 창작도 사라
졌다고 하대요.

이참에 출판사 이름도 바
꿔야 하지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모든 걸 잊는다고 생각하
나 봅니다. 예의 비평가의
모습은 밥그릇 지키기 위
한 비겁과 용렬의 표본이
라고 생각합니다.

새파랑 2023-01-05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창비에 저런 일이 있었군요. 저 창비세계문학 모으는거 좋아하는데 😅

표절은 정말 아닌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3-01-05 21:14   좋아요 1 | URL
아마 또 좋은 책이 나오면
사게 되겠지만...

실망스럽네요.
 
명량 : 일반판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김한민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황현필 작가의 <이순신의 바다>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국뽕을 배척한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협소한 내셔널리즘과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이순신의 바다>를 읽고 난 다음, 아무래도 <명량>을 봐야지 싶었다. 모두가 본다고 할 때 안보는 닝겡, 그게 바로 나다. 참고로 나는 아직도 <타이태닉>을 안보고 버티고 있다. <명량>9년 만에 보는 걸 보면 언젠간 또 보게 될 지도.

 

영화의 시작은 성웅 이순신이 원균의 모함에 가까운 장계를 받고, 자신을 1도 믿어주지 못하는 멍청이 임금 선조의 지시로 모든 관직을 삭탈당하고 한양으로 압송되어 고문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마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모욕을 당하면, 다시는 그 인간과 상대하지 않으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임진왜란 개전 이래, 조정으로부터 쌀 한 톨과 병사 한 명 지원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력갱생으로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왜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둔 일선장수에게 이게 할 짓이란 말인가. 영화에 선조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결국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의 교지만 한 장 떨렁 나올 뿐.

 

정유재란이 발발하던 해, 칠천량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애지중지 기른 조선 수군이 일본군에게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하며서 지난 6년 동안 왜군이 넘볼 수 없었던 남해 바다가 그들의 수중에 들어가 버렸다. 아울러 육전에서도 남원성과 전주성이 차례로 떨어지면서 다시 한 번 임진년의 악몽이 재현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임진왜란에 참전한 다이묘들에게 약속한 조선 분봉 프로젝트가 사실상 나가리나면서 더 이상 조선 백성들을 상대로 한 선무공작을 포기하고 강경일변도로 나가기 시작했다. 무고한 조선 양민들을 학살하고 코와 귀를 베기 시작했다.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 초기에 등장하는 이순신의 차군관 배홍석과 휘하 무장들을 목을 베어 배에 실어 보내는 장면을 보라.

 

게다가 일본 수군은 이순신이 가까스로 수습한 12척의 판옥선들과 패잔병들이 집결한 해남수영을 위협하기 위해 50리 밖 어란진에 300여척이 넘는 대함대를 포진시켰다. 그야말로 국가존망의 위기가 다시 닥친 것이다. 숫적으로 열세라는 점을 잘 알고 있던 멍청이 임금 선조는 이순신의 수군에게 함대를 버리고 지상군에 합류하라는 교지, 왕명을 내린다.

 

이에 이순신은 신에게는 여전히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장계를 올린다. 이것은 명백한 군주에 대한 항명이었다. 조정에서는 왕명조차 거스르는 통제사에 비난이 들끓기 시작했다. 전쟁 내내 그랬지만, 중앙의 조정이 현장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저 전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문관들이 탁상공론만 해댈 뿐이었다.

 

이에 자신을 따라 종군한 이순신의 아들 이회는 아버지에게 모든 직을 버리고 낙향하자고 권한다. 그리고 군중을 휩쓰는 열패감과 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라는 말도 건넨다. 이미 임금에 대해 지방관이 올리는 망궐례조차 쌩깐 이순신은 전후 자신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전장에서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소설적 설정이겠지만, 장군은 충은 군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에게도 해당된다는 말로 아들을 설득한다. 조선이라는 성리학 이데올로기를 가장 중시하는 왕조국가 조선에서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성리학의 기초인 공맹사상의 기본이 되는 민본주의가 맞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용 가능하지 않은 그런 판타지에 가까운 말이지 싶다.

 

한편, 자신에 앞서 간 전우들의 혼령이 찾아와 그에게 억울하다고 신원하는 장면은 정말 섬뜩했다. 기침하다가 각혈하는 장면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칠천량에서의 승리로 사기가 충천한 막강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장군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아니었나 싶다. 거제 현령 안위와 적전 도주한 배설을 비롯한 부하 장수들조차 장군에게 계속해서 후퇴해서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군은 한산에서 위용을 보여준 선봉에 세울 구선(거북선)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아무리 쪽수에서 열세라고 하지만, 선봉에서 왜선에게 충격을 가하고 등선육박전을 무용하게 만들 구선이야말로 치트키라고 판단한 게 아니었을까. 다만, 소수의 전선으로 300척이 넘는 왜군 함대에 저항하는 건 자살행위라고 판단한 배설 일당이 장군을 암습하고, 또다른 일당은 구선에 불을 지르면서 조성된 절체절명의 위기는 그야말로 절정으로 치닫는다.

 

1597917(음력), 울돌목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12척의 판옥선 함대와 해적단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이끄는 133척의 선봉대(플러스 200여척) 사이에 결전이 벌어진다. 속도면에서 날렵한 일본의 주력선 세키부네에 비해 우리의 판옥선(평저선)의 속도를 비록 느렸지만, 적을 함포로 공격하기 위한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문제는 전장에서 이순신의 대장선만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왜적을 맞서 싸웠다는 것이다. 나머지 11척의 배들은 여차하면 튀려고 전투 초기의 열전은 관망만 하고 있었다.

 

왜군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차군관 배홍석의 아들 배수봉 역을 누가 맡았나 했더니 무려 박보검정색이었다. 이순신은 그에게 아버지의 의관을 내려 주고, 배수봉은 장군선에 타게 해달라는 청을 장군에게 올린다. 이에 장군은 격군이라면 탑승하게 해주겠다고 말하고 배수봉은 바로 승낙한다.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의 동력은 탑승한 격군들의 노질이었다. 무장과 병사들이 선상에서 함포를 쏘고 등선한 적군과 육박전을 벌였다면 배 아래의 격군들 역시 격전의 주인공들이었다. 그야말로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그리고 손에서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격하게 노를 저어댔다. 그렇게 구국의 대의 아래 나선 이름 없는 무명용사들에게 카메라 포커스를 맞춘 김한민 감독의 연출에 그만 주체할 수 없는 국뽕이 다시 차올랐다. 격군 예비대로 듬직한 체격의 승군들이 배치되어 있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은 왜군의 파상공격 앞에 만신창이가 된 이순신의 대장선이 거센 울돌목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찰나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백성들이 탄 포작선(?)으로부터 갈고리가 날아와 기울어지던 장군의 대장선을 소용돌이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죽을힘을 다해 거머쥔 밧줄 때문에 손아귀에서 피가 솟구쳐 올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인장부터 젊은이까지 한 마음으로 대장선을 구해낸 내러티브는 국뽕의 최고치였다. 이런 위대한 민중의 힘이야말로 이순신 불패 신화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투가 끝난 뒤, 격군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나누는 우리 후손들이 이런 걸 알랑가라는 장면 역시 최고였다.

 

다시 한 번 이순신의 두려움에 대한 사고가 빛을 발한다. 아군의 두려움을 역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하지만, 칠천량 전투 이전까지 왜적이 가진 불패의 조선 수군 그리고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마저도 꿰뚫어 본 장군의 혜안을 주목하자. 이순신의 장군선 홀로 구루시마의 선봉대와 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왜 왜군 수군 사령관 도도 다카토라와 시즈카타케 칠본창의 일원이자 용인전투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조선군을 패주시킬 정도로 유능했던 와키자카 야스하루(조진웅 분)는 응원대를 파견하지 않았을까. 한산에서의 패배가 뇌리에 각인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본대가 주저하는 사이, 전세는 역전되고 울돌목의 물길마저 바뀌면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승기를 잡았다.

 

역사는 장군이 모든 조건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륙병진하려는 왜군 수군을 울돌목에서 저지했다고 증언한다. 전역에 참여한 모든 병사들이 최선을 다한 덕분이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조건들의 합이 이룬 천운이기도 했다. 명량대첩으로 왜군의 해상에서의 서진이 좌절되었고, 육지에서의 전황도 지지부진해지면서 남은 왜군들은 순천과 사천 그리고 울산 등지의 왜성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노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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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3-01-02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박보검정색

레삭매냐 2023-01-02 19:30   좋아요 2 | URL
모 개그맨의 개구를
따라해 보았습니다.

stella.K 2023-01-02 1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유, 이 정도 가지고 국뽕이라 하시면 허리우드는요…ㅋ
타이타닉을 아직…? 하긴 전 헤어질 결심을 아직도 못 봤습니다.
우리 탕 자매님께서 이 사실을 알면 섭섭해 하시겠죠? 🤣
박해일의 이순신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최민식은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베테랑이라 금방 빠져들었지만.
갠적으로 전 김명민의 이순신의 가장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3-01-02 19:31   좋아요 3 | URL
오오 국뽕보다 더 심한 게
미뽕이라지요 ㅋㅋ

탑건 보고 나서 젊은이들
이 USMC에 마구 입대했
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헤어질 결
심>도 안 보고 뻐팅기는
중이네요.

Falstaff 2023-01-02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황현필....

레삭매냐 2023-01-02 19:32   좋아요 2 | URL
황현필 ㅋㅋㅋ

mini74 2023-01-03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양화덕에 명량 배경이 된 곳에 사람이 엄청 몰렸다고 하던데요. 그러고보면 옛날 500원 지폐는 이순신장군이랑 거북선이었는데. 왜 학에게 밀린걸까요. 학익진의 그 학인가 싶다가도 ㅎㅎ

레삭매냐 2023-01-03 17:58   좋아요 1 | URL
오오 그랬군요.
영화나 도라마가 힛트치면
그 지역에 가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즁생들이
참 많은가 봅니다. 저는 당
최 그런 고랑은 거리가 있
는 닝겡이라서요.

맞삽니다. 예전에 500원
짜리 지폐가 있었지요.
고 지폐가 참 귀한 녀석
이었지요. 소생이 어렸을 적
에 짜장면 한 사발 먹으려
면 고 지폐를 지불해야 했
습죠.

서곡 2023-01-04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못미 배설장군입니다~ 아무리 허구라도요 좀 너무합니다

레삭매냐 2023-01-04 16:26   좋아요 1 | URL
영화에서는 허구적 설정이지만
실록을 보면(선조수정실록 31권
선조 30년 7월 1일), 배설은 칠천
량 해전 당시 아군을 버리고 한산
도로 도주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초기에도 왜적을 요격
하라는 의병장에 항명하고, 칠천
량 전투 후에는 신병 치료를 핑
계로 탈영해 전국에 체포령이 떨
어졌지요.

전쟁 후에 권율에게 체포되어
서울에서 참형되었습니다.

서곡 2023-01-04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습니까 제가 자세한 건 잘 모르고 배설장군 후손들이 항의했다는 부분만 꽂혔나 보네요 ㅎ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23-01-04 17:33   좋아요 1 | URL
저도 배설 장군의 죽음이
사실과 다르게 영화에서
묘사되었다는 것만 들었지
실체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가 오늘 조선왕조실록
기사들을 찾아 보고 알게
되었네요. 저야말로 감사
합니다, 서곡님.
 
이순신의 바다 - 그 바다는 무엇을 삼켰나
황현필 지음 / 역바연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어려서부터 내셔널리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탓도, 월드컵도 잘 보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이들이 봤다는 <명량>도 보지 않았다. 그러다 세밑에 도서관에 갔다가 황현필 작가의 <이순신의 바다>가 보였다. 냉큼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계묘년 첫해의 첫 번째 책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술술 읽혔고, 그림과 지도들이 많아서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다.

 

영웅을 뛰어 넘어 성웅이라 불리는 역사적 인물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세종과 이순신 정도가 아닐까 싶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군주에게 핍팍과 억압을 당하고 결국 7년 전란을 마무리짓는 마지막 전투에서 산화한 신화적 인물이 바로 이순신이 아니던가. 자그마치 5,000여명이 되는 이들이 이순신 연구를 하고 있다니 그가 얼마나 문제적 인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처음부터 타협적인 태도를 지닌 정치적 인간이었다면 원균의 모함이나 조정이나 선조의 탄핵을 받아 백의종군하거나 그런 일은 처음부터 없었으리라.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태생부터 그렇게 생겨 먹은 위인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색당파로 분열된 조정에서 한낱 지방관에 불과한 무인을 주무르는 건 일도 아니었으리라. 그나마 그를 발탁한 서애 류성룡을 필두로 한 인물들이 이순신을 비호해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이 가시화되고 있었지만, 개국 이래 200년간의 태평성대로 조선은 외적의 대대적인 침략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15924월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일본군 정예부대가 부산진에 상륙했을 때 육전에서 조선군은 일본군에게 판판히 박살이 나고 있었다. 결국 임금 선조는 파천하고 의주로 튀어 버렸다. 한국전쟁 때 최고책임자처럼 말이다.

 

조국이 파국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조정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일군의 수군을 이끌고 왜군의 수륙병진작전에 쐐기를 박았다. 가장 먼저 왜군이 상륙한 경상도 바다를 지켜야 했던 원균은 아무런 작전도 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 이런 인간을 선조는 계속해서 중용하다가 결국 칠천량에서 사단을 내고 만다. 그를 비호한 조정 인사였던 윤두수는 원균과 사돈지간이었고, 또 윤두수는 선조와 사돈지간이었다고 한다. 망조 들린 나라 조선 몰락의 이유에는 이렇게 정실인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조선 재정의 1/3을 책임지는 호남을 왜군에게 넘겨준다면, 전쟁 수행을 위해 보급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조선 원정군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었다. 일본 수군의 서해 진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이순신은 자신 휘하에 배속된 수군은 물론이고 끌어 모을 수 있는 모든 병사들과 주력함선인 판옥선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일본 소년 무사 하나를 당해낼 수가 없었기에 원거리 아웃복싱을 주력으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수군의 장기인 등선육박전을 피하고, 대신 원거리 함포사격으로 왜군 격파를 시도했다.

 

한편, 조정으로부터 아무런 지원과 보급을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판옥선의 건조는 물론이고, 군량미와 화약 등 전쟁 필수물자들을 자급자족해야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도입했다는 둔전제 실시에도 적극적이었다. 전쟁이 소강기를 맞이했을 때는, 이순신이 직접 농기구를 들고 밭을 갈기도 했다고 한다. 뛰어난 지방관으로서의 모습도 보인다.

 

전략가로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적에게 아군의 의도를 숨긴 채 기동하는 기도비닉은 기본이었다. 사전에 실전에 가까운 빡센 모의훈련으로 얼마 안되는 조선 수군을 정예병사로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지속된 정찰로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전장으로 적을 유인해서, 아군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적을 섬멸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옥포해전을 필두로 해서, 마지막 노량해전을 제외하고 스무 차례에 달하는 전투에서 아군의 피해가 말도 안되는 가성비를 자랑했다.

 

물론 가장 많은 적은 쳐부순 한산도대첩도 중요했지만, 이순신 자신은 당포해전을 중요시했다는 점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견내량과 한산도를 장악한 이순신은 일본 수군의 서진을 철저하게 막았다. 오죽했으면, 타이코 히데요시가 일본 수군에게 이순신과 맞붙지 말라는 명을 내렸을까.

 

고려 천자라 불리던 만력제의 결단으로 선조가 그렇게 고대하던 명군이 마침내 참전하면서 내내 밀리던 육전에서도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남의 나라 전쟁에 참전한 명군이 조선군처럼 열심히 싸우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명군과 왜군과의 정전협상이 개시되면서 1597년까지 4년간의 냉전이 시작됐다. 명에서 파견된 협상가 심유경의 주작질로 협상이 질질 끄는 동안, 일본은 자그마치 9만 명의 대군을 동원해서 진주성을 함락시키고 대학살을 자행한다. 그동안 이순신은 조정을 명을 받고 일본군을 요격하고자 부산진까지 출진했지만, 협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명나라의 제지를 받고 군사를 돌리게 된다.

 

이 와중에 사사건건 이순신의 전쟁을 방해하던 원균이 올린 장계를 철썩 같이 믿은 멍청이 임금 선조를 결국 이순신의 파직시키고 조정으로 압송을 명령한다. 도대체 이순신이 무슨 역적질을 했단 말인가? 나라를 잃고 파천한 임금이 자신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조커 같은 카드를 이렇게 대하다니 그저 할 말이 없을 뿐이었다. 인조와 더불어 조선 역사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암군 선조가 그렇게 믿고 의지한 원균이 이순신이 수년간 애를 써가면서 키운 조선 수군을 칠천량 전투에서 한 방에 들어먹었다. 이순신이 건재하던 시절에는 얼씬도 못하던 남해 바다가 왜군의 수중에 들어가고, 일본이 재침공한 정유재란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무리 멍청한 임금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카드가 달랑 하나 남아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은 선조는 백의종군한 영웅을 다시 복직시킨다.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영웅은 남아 있는 한 줌의 패잔 부대를 끌어 모아 기세등등한 일본 수군에 맞선 전투가 바로 명량대첩이었다. 아무래도 영화를 봐야 하나 싶다.

 

그간 황현필 작가의 임진왜란 역사 콘텐츠를 많이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나 임진-정유재란을 마무리짓는 노량해전이 아닌가 싶다. 조국의 강토를 짓밟은 왜군이 다시는 조선 땅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사기가 떨어진 채 철군하는 왜군을 섬멸하는 것이 이순신의 최우선 목표였다.

 

울산왜성의 가토 기요마사 부대와 사천왜성의 시마즈 요시히로 부대는 조선 수군의 작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타겟이 될 수가 없었다. 대신 순천왜성에 주둔하던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는 그대로 돌려보낼 수가 없다는 게 이순신의 판단이었다. 해상으로 철군하지 않으면 고사당할 위기에 처한 일본군의 발악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그만큼 조선군의 피해도 막심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이순신은 마지막 전투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실제 역사지만, 이렇게 완벽한 서사가 또 있을 수가 있을까 싶다. 무과에 급제해서 변방에서 실력을 기른 장수가 국난의 위기에 분연히 일어나 연전연승하며 조국을 구했다. 국가 지도자는 이런 영웅에게 어떠한 지원도 해주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명령만 주문한다. 라이벌의 모함을 받아 들여 그를 파직시키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막내 아들과 어머니를 전란 중에 잃었다. 자신도 사천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1년 간 고생했다. 역병에 걸려 운신이 어려운 와중에도 뜨거운 조국애와 애민정신으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어느 누구도 생전에 영웅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면 결국 자신은 해도 그만인 망궐례를 임금에게 하지 않고, 항명을 빌미로 파직과 탄핵을 당할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전쟁의 대단원을 알리는 마지막 전투에서 영웅의 죽음은 이 위대한 서사의 화룡점정이었다. 다양한 변주를 통해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밖에 없는 완벽한 서사라는 점을 도저히 부인할 수가 없다.

 

왜 우리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가. 정의조차 취사선택되는 수상한 시절 탓을 해야 하는 걸까. 내우외환, 고물가 그리고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모든 지표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기에 지도자의 자질과 품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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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3-01-01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려천자 ㅎㅎㅎ 딱 맞는 말같아요. 칠전량전투 너무 열받더라고요. 마지막 문단 와닿습니다 매냐님 ~ 편한 저녁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3-01-02 10:01   좋아요 1 | URL
어제 결국 영화 <명량>을 봤는데
진차 국뽕 원탑이었습니다.

칠천량 전투는 정말 -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1-01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 역사지만 너무 드라마틱해서 더 감동적인것 같아요~!! 사실 그대로의 국뽕은 너무 좋은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3-01-02 10:0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실제 역사가
이렇게 드라마틱할 수 있
다니...

명량-한산 그리고 마지막
노량이라고 하는데, 마지
막 작품은 눙물바다가 될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23-01-01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황현필 유튜브도 좋더라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레삭매냐 2023-01-02 10:03   좋아요 1 | URL
네 황작가님 너튜브
즐겨 보고 있답니다.

좋은 콘텐츠에 박수
를 보내는 바입니다.
쨕쨕쨕.

감사합니다, 북홀릭님
도 새해 복 많이 받으
셔요.

coolcat329 2023-01-02 0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뽕할 만 해요. 정말 영웅의 서사입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3-01-02 10:06   좋아요 1 | URL
저의 디폴트는 국뽕 결사
반대지만, 이 정도면 예외
를 두어도 되지 싶습니다.

<명량>에서 적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장선이 울돌목으로 빨
려 들어갈 때, 갑자기 등
장한 백성들의 포작선(?)
이 침몰 위기를 구해내는
장면은 진차 압권이었습니다.

책은 쉬워서 슬슬 읽힙니다.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이제 진짜 올해도 내일 하루만 남았구나.

오늘도 어김없이 책쟁이는 책을 사들였다.

 

우리 회사는 지난 수요일, 종무식을 하고 공식적 휴가에 돌입했다.



회식날 실컷 먹은 문어 숙회다.



타이틀은 잘 모르겠지만, 새우 튀김과 오징어 감튀 한 컷.


어제 오늘 나름 집안정리를 한다고 하는데, 도통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필요 없는 것들은 죄다 내다 버려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그중에 가장 큰 적이 바로 책이다. 할 말이 없다.



나의 퍼스트픽은 가나계 캐나다인 에시 에디잔의 <워싱턴 블랙>이었다.

출간 예정이라던 출판사의 인스타픽은 순 뻥이었다. 해를 넘기고서야 책이 나왔다.

그리고 나도 잊어 버렸던 모양이다. 어느새 중고로 풀렸고, 냉큼 업어왔다.

 

참 요 며칠 램프의 요정에서는 중고매장 할인을 시작했다. 책을 많이 사면 책값을 깎아 준다니, 외면할 수 없는 강력한 유혹이지 않은가. 어제 가려고 종이쪽지에 살 책들을 적어 두었는데 오늘 급하게 점심 먹으러 나가는 바람에 집에 두고갔다. 내가 하는 일들이 그렇지 뭐. 그래도 기억을 살려서 구매에 대성공했다. 네 권 가운데 한 권은 공짜로 산 셈이다. 하긴 적립금으로 모두 결제해서 내 돈은 한 푼도 안들긴 했지만. 이렇게 위로를 하며 책을 또 나는 사들인다.


어제 자기 전에 조금 읽어 보았는데...

세상에나 바베이도스의 페이스 농장에서 벌어지는 노예들에 대한 잔혹한 학대에 대한 묘사는 지금까지 만나 보지 못한 그런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 정도의 잔학한 행위를 했다고. 충격으로 읽기를 잠시 중단할 정도였다.

소설의 내용이 밤에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였다고. -



공사 현장에서 아이폰으로 쓴 40여편의 짧은 소설이라는 강렬한 선전에 넘어가서 산 책이다. 아마 도서관에 이 책이 비치되어 있었다면 사지 않았을 지도. 비슷한 궤적의 작가 김동식의 짧은 소설들이 연상됐다.

 

문득 궁금해져서 40편의 소설 가운데 표제작 포함 네 편을 읽어봤다. 매의 눈으로 잡아낸 오탈자 하나에 빈정이 상했다. 나란 인간이란 참. 그전에 표지에 적힌 누구라도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선언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말이지. 한국의 독자들을 새로운 친구 여러분이라고, 우리 덕분에 자신이 조다리 부근에 살던 자신이 캘리에서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는 말도 좋았는데. 짧은 글에 대한 소감은 사람 참 싱겁네. 그런데 싱겁고 슴슴한 맛이 자꾸 떠오르게 생겼네. , ‘더블 버드에 그렇게 심오한 뜻(?)이 숨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스페인 내전과 칠레의 선거 혁명 주제를 다룬 책은 사야지. 이사벨 아옌데의 <바다의 긴 꽃잎>은 그전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빌렸다가 초반에 조금 깔짝대다가 반납했던 기억이다.

 

책을 휘리릭 넘겨 보는데 전혀 누구의 손을 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새책으로 헌책 시장에 나오다니... 새책을 좋은 가격에 데려와서 기분이 좋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로 <폴과 베르지니>를 알게 되었는데, 정작 책은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었다. 그 좋은 추억으로 최근 아를트의 책을 읽었는데, 좀 아니었다. 책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내다 팔아야겠다. 신속하게 말이지.

 

미국에서 아마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 소개가 있던데... 격이 가물가물하다. 아니면 말구. 찾아 보기도 귀찮구나 그래.



자목련님이 나의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 주셨는데...

그동안 한 세 번하고 나서 버벅대다가... 항상 출발은 좋았다.

오늘 네 권을 덜어냈다.



집 근처에 있는 휴게공간 겸 서가에 가서 책 네 권을 살포시 꽂아 두고 나왔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아예 운영을 하지 않다가 다시 개시를 했는데... 뭔 요상한 비즈니스 공간과 겹쳐 있어서 출입하기가 좀 그렇더라. 예전이 더 좋더라는 말이다.



지난달에 인천집에서 데려온 앤소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을 가져가서 읽기 시작했다.

1982년에 나온 책을 그동안 밝혀진 자료들을 얹어서 새롭게 펴낸 책이라고 한다.

750쪽으로 가히 벽돌책이라 부를 만하다. 언제 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교보문고 바로드림이 찍혀 있는 것으로 교보에서 산 건 알겠다. 교보는 알라딘과 달리 기존 구매 내역을 화끈하게 공개하지 않아서 좀 아쉽다. 언제 산 건지 모르니 말이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막 시작해도 되는지... 결국 내년에 읽어야 할 책들이다 모두



지난 화요일날 북플 매니아 선정으로 받은 스누피 책상달력이다.

다이어리는 감자탕하는 친구 녀석에게 택배로 바로 보냈다. 회사에 남는 다이어리가 있으면 보내 달라고 징징 거리는데, 사실 회사에 남는 다이어리는 없다. 그러고 보니 그전에는 머그도 하나씩 담아 보내주었던 것 같은데... 갈수록 뭔가 하나씩 빠지니 좀 아쉽긴 하다. 달격/다이어리 대신 만이천원 상당의 책 한 권 픽이 낫지 않을까. 아마 그놈의 도서정가제 때문에 안되겠지. 아니 뭐라도 이렇게 보내 주셔서 고저 감사합니다.



마지막 컷은 지난주에 정리한 베란다에 자리잡은 나의 소박한 화분들이다.

추위에 비실거리던 내 사랑 해바라기들은 장렬하게 얼어 죽고 말았다. 과감하게 덜어내고 채로 흙을 쳐서 토실토실한 화분들을 다시 만들고 해바라기 씨를 심었다. 지금 심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올해에는 해바라기 씨를 받지 못해 좀 아쉽다. 새해에는 받도록 노력해야지.

 

한 화분 안에서 아우성치던 스투키를 나누었더니만 다섯 개가 되는 마법이 발생했다.

꼬맹이가 심은 모기 쫓는 풀이라는 녀석은 2년째 건재하다. 놀랍다.

지난 10월에 여주 친구네 집에 갔다가 들판에서 받아와 심은 채송화는 잘 자라고 있다.

튤립 구근을 지금 심어야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하던데, 구근을 사야 하나 어쩌나 고민이다.

 

올 한 해도 북플에서 잘 놀았다. 함께 해준 램프의 요정 동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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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2-31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회사 회식 맛집이네요 ㅎㅎㅎ 전 오랜만에 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볼 빨갛게 하고 있습니다 제 양얖으론 강아지님이랑 남편이랑 코 골며 졸고 있어요. 우남편좌개님… 제 사랑은 좌파로 편향된 ㅎㅎㅎ 편안한 밤 보내세요 매냐님. 그나저나 스페인내전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2-12-31 08:58   좋아요 1 | URL
전 그날 오랜간만에 너무 달려서
다음날 아주 고생을 했답니다.
이래서 작작 마셔야...

우넘의편좌개님의 레프트바이어스 -
미니님은 진정 센스쟁이이십니다.

새해에도 이어질 미니님의 촌철살인
유머발랄 기대해 보겠습니다.

스페인 내전의 서사는 고저 묵직합
니다. 무게도 그리고 내용에서도요.

망고 2022-12-31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튤립구근은 주로 가을에 심어요 10월이나 늦어도 11월까지^^ 지금 심어도 잘 나는지 모르겠는데...실내에서는 지금 심어도 되려나요🤔

레삭매냐 2022-12-31 09:00   좋아요 2 | URL
앗 그런가요?

790원 한 구근 사가라는
광고 문구에서는 겨울에
심어야 봄에 핀다고 하던
데 힝 - 역시 이래서 광고
는 믿으면 안되나 봅니다.

지난 봄에 꽃이 올라오는
구근 사다가 심어서 피는
걸 보긴 했는데 금방 죽
어서요.

올해는 미리 도전해 보고
자 합니다. 한 뿌리에 790원
이면...

망고 2022-12-31 09:25   좋아요 2 | URL
튤립 추식구근이라 주로 가을에 심는데 화분에는 겨울에도 심나보네요 튤립 도전 응원합니다 봄에 피면 참 예쁘죠 구근관리 잘 하셔서 매년 예쁜꽃 보시길요😄

bookholic 2022-12-31 0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3년도 사재기는 계속 되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2-12-31 09:00   좋아요 1 | URL
끊을 수 없는 사재기의 유혹구 !

암요, 그러믄요.
계묘년 토꽹이의 해에도 계속
살랍니다.

새파랑 2022-12-31 0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화분도 키우시는군요. 너무 다재다능 하십니다~!! 알라딘 사은품 너무 좋긴 한데 제가 쓰기에는 너무 화려(?)해서 저도 지인에게 줬네요 ㅋ 역시 책쟁이의 책구매는 날을 가리지 않는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2-12-31 10:29   좋아요 2 | URL
무슨 말씀을요... 저도는
그린썸이 아니라 똥손입
니다. 다 말려 죽이고 -

그저 집안에 너무 삭막해
서 풀이라도 조금 심어
보려고 한답니다.

새파랑님도 지인에게 선물
하셨군요 ^^ 책쟁이들은
고저 책 사들이는 낙에 살
지 않나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12-31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성에서, 금성에서~~
언제 적 책인지 갑자기 지난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엄마가 맛깔스럽게 데쳐주시던 문어숙회도 생각나고요.
레삭매냐님께서는 다양한 분야의 달인이신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삭매냐 2023-01-01 19:47   좋아요 2 | URL
화성 금성, 진짜 옛날 책이지요.

지난 시간들은 모름지기 추억으
로 그리워지나 봅니다.

새해에도 책쟁이로 열심히 책사
고 읽고 쓰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22-12-31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 책이 늘어나는 만큼, 이전 책들을 조금 더 줄여야 하는데, 그거 어려워요.^^;

레삭매냐님, ,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예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삭매냐 2023-01-01 19:47   좋아요 2 | URL
올해에는 진차 진차
책 줄이기에 노력해
보겠다는 고진말로
시작해 보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거리의화가 2022-12-31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회식 메뉴가 고급집니다~ㅎㅎ 저는 이번에 치킨집에서 맥주 마셨거든요.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술인데다가 죄다 튀김. 배만 부르고 넘 힘들었습니다.
암튼 각설하고 이사벨 아옌데 책은 저도 읽어보고 싶던 책이었는데 도전을 못했네요. 스페인 내전 찜해보렵니다.
베란다 화분들 정갈하고 이쁘네요. 저는 하나 있는 식물 화분도 죽여놔서 이후는 생각조차 하질 않고 있어요. 멋지십니다. 초록색 식물을 보니 어서 따뜻한 계절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ㅠㅠ
한해동안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삭매냐 2023-01-01 19:49   좋아요 2 | URL
저희 1차에서는 양갈비를 때려
먹었답니다 ^^

2차에서는 갈리는 바람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
는 구호대로 나가다가 장렬
하게 전사했다는 후문이 -

저도 계속해서 그린킬러가
되는 바람에 좌절도 하지만
또 새싹을 자라나는 녀석들
덕분에 버프를 받아 ㅋㅋ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olcat329 2022-12-31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어숙회 진짜 매 주말마다 저의 안주였는데요...문어 다큐보고 이젠 못 먹습니다. 그 생명체가 인간과 교감을 하다니...ㅠㅠ
스페인 내전 책 저도 땅깁니다.
레삭매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삭매냐 2023-01-01 19:50   좋아요 1 | URL
으아~ 문어가 닝겡이들과 교감을!
미처 몰랐네요 ㅠㅠ

저도 문어 먹은 지가 얼마 안되어
서요 켁

감사합니다, 쿨캇트님 새해 복 많
이 받으세요.

자목련 2023-01-02 0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먹거리와 읽을 거리, 그리고 정리까지 마지막을 잘 보내시고 새해를 맞으셨겠네요. 들어온 책만큼 나가는 책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적극적으로 균형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토끼의 해에도 신나고 즐거운 책읽기 이어가세요!

레삭매냐 2023-01-02 10:07   좋아요 1 | URL
니에 -

드디어 계묘년 첫번째
워킹데이가 시작되었네요.

지난 주에 너무 놀아서
적응이 쉽지 않네요.

자목련님도 새해 즐겁
고 신나는 독서의 시간들
이 되시길...
 
엉덩이에 입맞춤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9
에펠리 하우오파 지음, 서남희 옮김 / 들녘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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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우연히 알게 된 들녘 일루저니스트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마누엘 리바스의 <목수의 연필>을 빌리러 갔다. 그러다 문득 14년 전에 읽은 유쾌한 소설 에펠리 하우오파의 <엉덩이에 입맞춤을>도 그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엉덩이>도 같이 빌렸다. 그리고 이미 한 번 읽은 <엉덩이>를 먼저 읽게 됐다. 요즘 약간 독서 슬럼프라 재밌는 책이 읽고 싶었던 모양이다.

 

소설의 주인공 오일레이 봄보키의 엉덩이에 문제가 발생했다. 좀 더 레알하게 밝히자면 그의 똥구멍에 비상이 걸린 거다. 자고로 먹고 싸는 문제만 해결되면 삶이 순탄할 거라고 누가 그랬던가. 소싯적 권투 챔피언으로 지금은 성공한 택시 사업가이자 농장주로 잘 나가던 티포타에 사는 오일레이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게다가 그가 앓고 있는 부위는 누군가에게 밝히기도 꺼릴 만한 그런 곳이 아니던가.

 

설상가상으로 남말하기와 뒤까기에 있어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 바로 코로다무 사람들이다. 똥구멍이 아픈 오일레이에 대한 소문이 그야말로 바람을 타고 모든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렇다할 오락거리가 없는 그들에게 어쩌면 미래의 상원의원이 될 지도 모를 오일레이의 고통은 누군가에게는 희소식일 수도 있다는 점이 서사를 보다 더 흥미롭게 만든다.

 

게다가 남태평양 섬에 사는 코코넛들은 최신 현대 의술을 1도 믿지 않는다. 그들에게 병원은 시체안치소와 동일한 말이다. 사실 현대 의학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비용이 비싸서 그들은 의사들의 진단보다도 동네 주술사들 보다 고상하게 말하면 도토레들을 더 의지하고 따른다. 그렇다고 도토레들의 실력이 죽을 것 같은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오일레이를 구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앙의 영역의 문제로 돌려야 할까.

 

에펠리 하우오파 작가의 직설적이고 가감 없는 주인공 오일레이 봄보키에 대한 묘사는 일품이었다. 아니 어쩌면 모든 소설이 반드시 문학적 성취나 고상해야 한다는 사변적 당위성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점에서 나는 <엉덩이에 입맞춤을>이 품은 서사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구사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가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의사들은 자신들의 영리를 위해 기존의 민간요법이나 일체의 주술을 거부한다. 어떤 기득권층이 자신의 밥그릇 혹은 파이가 줄어드는 걸 원한단 말인가. 하지만 남태평양 현지의 상황을 파악한 의사/닥터들은 아무리 기독교 신앙이 포교되었다고 하더라도 원주민들에게 뿌리 깊이 자리한 민간신앙과 민간치료를 발본색원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연합 심포지엄인가에서 그들의 존재를 이해하고 자신들은 닥터로 그리고 민간 주술사들은 도토레라고 불리는 공존에 대한 합의를 이루게 된다.

 

한편,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오일레이의 똥구멍 치료를 위해 영험하다는 도토레들은 물론이고 용의 연고, 심리학자 그리고 신앙의 힘까지 총동원된다. 현세의 고통 때문에 유약해진 오일레이의 영혼은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단 사이비에 현혹되기도 한다. 잠시나마 당장의 고통을 잊을 수는 있었지만 문제의 근원 해결에는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일레이의 고통은 배가될 뿐이었다.

 

결국에 가서 오일레이는 키위들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다. 그 와중에 등장한 부타코 경관은 뉴질랜드 대사에게 호소해서 오일레이를 돕는다면 명목으로 이민을 추진하기도 한다. 똥구멍 같은 코코넛들의 나라에서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 부타코 경관은 불법이민을 추진하다가 발각이 되고, 결국 밀항길에 오른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뉴질랜드에 도착한 오일레이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항문이식수술을...

 

아마 백인 작가가 이런 얼토당토않은 서사를 구사했다면, 바로 인종차별이나 코코넛들에 대한 비하로 공격받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엉덩이에서 출발해서 우주의 본성까지 들먹이는 작가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 이런 구성은 어디까지나 현지인들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에펠리 하우오파는 기존의 점잔빼는 서구인들의 시선에 이 소설로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너희들에게는 닥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도토레들이 있단 말이지 하고 말이다. 에펠리 하우오파의 다른 저작들을 만날 수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뱀다리] 처음에 읽었을 적에는 별 다섯 개를 주었는데, 다시 읽다 보니 그 정도는 아닌 듯 싶게 되었다. 시간이 가니, 책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도 달라지는가. 그래도 여전히 빵빵 터지는 코코넛 스타일의 유머는 건재했다. 아마 번역의 힘도 상당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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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12-28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문이식수술@_@; 음음 하며 읽다가 깜놀@_@;;; 제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이건 뭐지 하며 비틀비틀 쓰러졌을텐데 역시 레삭매냐님의 내공에 고개 숙입니다(_ _);;

레삭매냐 2022-12-28 11:30   좋아요 1 | URL
주술적 레알리즘까지 가면
너무 먼 듯하고, 판타지스러운
설정과 코코넛스러운 냉소가
빵빵 터지는 유쾌한 소설이랍
니다.

저의 허접한 내공을 좋게 봐주
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Falstaff 2022-12-28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 진즉 읽으시지요! 이 재미난 책을. ㅋㅋㅋ

레삭매냐 2022-12-28 11:4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재밌다는 점에
격렬하게 공감합니다.

리뷰 서두에 있지만
이미 14년 전에 읽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