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garcons par Montherlant

 

요즘 읽고있는 Montherlant의 Les garcons (소년들)은 100년전 프랑스의 중고등학생들의 기숙학교 이야기다. 열두어 살 부터 열여섯 일곱 나이,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르기 전 아이들. 고학년들은 주도권을 잡고 학교 내부의 비공식 클럽을 만들어 저학년 아이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끌고 (좋은 방향, 나쁜 방향 둘 다) 연애 비슷한 관계도 생긴다. '형....안아줘...... 후배는 얼굴로 뽑는 거야..... ' 이 학교 '파르크'는 가톨릭계고 다양한 계층, 귀족, 브루주아, '평민' 의 아이들을 교육시킨다. 그리고 학교내의 자유로운 분위기로 부모들의 걱정을 사기도 한다. 퇴학당하는 학생도 있었는데 '보바리 부인' 책을 학교에 가져와 돌려읽었기 때문. 소년들끼리 커플로 다니고 손잡고 뽀뽀는 해도 되지만 보바리 부인을 읽을 수 없는 학교.

 

주인공 알방은 고2, 이제 바칼로레아 1차 시험을 치렀고 1년전 이 학교로 전학왔다. 그의 전학 이유는 예뻐하는 후배 세르주를 따라서다. 귀족인 알방에 비해 집안 형편도, 행실도 좋지 않은 세르주. 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아이. 담임 사제도 예뻐해서 삼각관계를 만들어버린 아이. 이 두 소년의 관계가 궁금하고, 아들 알방과 자신의 관계가 걱정스러운 알방의 엄마. 얘야, 나한테 다 말해줘! 커가면서 자신에게 문을 닫는 아들의 속내가 궁금해서 엄마는 아들 일기장을 뒤진다, 아들의 비밀 상자를 억지로 열고 안 그런척, 슬쩍 슬쩍 이런 저런 질문을 돌려 던진다. "얘, 너 어제 삯마차를 어떤 후배랑 탔다며? 난 다 알아. 말해." 아들은 이제 어머니의 그 비열한 행동을 알고 결투장을 던진다. 일기장 안에. "엄마, 이거 읽으시는 거 다 압니다. 저도 이제 참지 않겠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막내의 카톡은 잠그지도 않았고 내 태블릿에 있기에 다 볼 수 있다. 이 아이의 요즘 관심사는 배틀그라운드와 '앤트맨'이고 랩을 듣기 시작했다. 난 뒤지는 게 아니라 보호하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큰 아들 녀석의 인스타를 몇 번 봤다고 한소리 들은 다음 부턴 (아니, 불특정 다수에겐 열어두는 sns 를 왜 엄마는 보면 안되는 걸까? .... 아, 물론 싫겠지. 도서관에 간다고 하고선 홍대 카페 사진을 올렸으니까) 내 아이의 사생활, 그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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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7-1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길게 달았다가 삭제했어요. 유부만두 님이 재수없다고 하실까봐~~~~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7-12 08:54   좋아요 0 | URL
뭘가요? 뭘까요.... 좋은 말씀이셨을듯 한데.... ㅎㅎㅎ

psyche 2018-07-12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계선 그게 너무 어려워 ㅜㅜ

유부만두 2018-07-13 20:21   좋아요 0 | URL
어렵죠.. 혹시나, 하는 불안하고 또 궁금한 마음과 매일 싸우고 있어요 ..
 

베르뒤랭 부부의 모임에서 미운털이 박힌 스완은 이제 그들을 '천박한 것들'이라고 입밖으로 욕설을 내뱉기에 이른다. 아니, 저것들이! 내가 그동안 무지하고 아랫것들이건만 오데뜨 때문에 참고 상대해 줬는데! 이제 오데뜨를 다른 남자에게 붙여주느라 뚜쟁이짓을 하면서 나를 몰아내?! 음악도 예술도 건축도 다 모르는 것들! 이런 고약한 것들! ... 이라지만 그 그룹에 속해있는, 그리고 나올 생각이 딱히 없는 오데뜨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남들은 아는' 스완만 애써 외면하는 오데뜨는 다른 시간들과 다른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슬슬 드러난다.

 

어쩐지 그날은 저녁 시간에 스완이 오데뜨 집에 갔을 때, 그녀가 서둘러 안녕을 말하고 배웅하려는 듯 하더라. 집으로 향하던 스완은 의심이 들자, 발길을 돌려 다시 오데뜨네로 향한다. 피곤하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거라 말했던 그녀, 하지만, 그녀 창문에 불빛이 어리고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그림자가 창에 보인다. 현장을 덮칠까 그대로 돌아설까 고민하는 (몇 단락에 걸쳐) 스완씨. 창문을 두드린다. 잠시 소란. 낯선 남자 목소리 "누구요?!" 그리고 ... 아, 잠깐만, 착각이었나보오. 저 창문은 그 창문이 아니오. 옆집이었소. 다행이오만, 손이 떨리는 스완씨는 '그럼 그렇지, 이쁜 나의 오데뜨가...' 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베르뒤랭 모임에서 내쳐지고 소풍이고 야회고 오페라 관람에서 다 따를 당하니 혼자서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어느 오후, 그녀의 일상적인 휴식 시간일 때 스완은 다시 오데뜨네로 향한다. 수위 말로는 '댁에 계신듯하다' 지만 벨을 눌러도 오랫동안 열어주지 않는다. 쎄한 기분이 드는데 뒷뜰 쪽, 그녀의 창가 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서둘러 건물 밖으로 돌아 나가는데, 자신을 향하는 건 이웃들의 눈총뿐. '아, 저 남자 또 왔네'

 

오데뜨와 사귀기 시작한지 이삼 년이 흘러, 이젠 오데뜨도 살이 붙고 (흑), 미모도 예전만 덜하건만 (흑) 스완의 집착은 커져만 간다. 그녀가 빠리를 벗어나 며칠간 여행을 갈라치면 그녀가 간 곳으로 '우연을 가장해' 부딪힐 요령으로 기차표 검색을 하고, 십수 년 간 가 보지 않았던 친구의 영지로 놀러가는 시나리오, 그리고 그녀의 '아닛, 당신은 나를 스토킹 하시는 거에요? 나를 향한 사랑은 고작 그뿐이었나요? 왜요? 절 부정한 여인으로 의심하시는 거는 아니겠지요?' 비난을 상상하며 고민을 억누르고 그럴수록 그녀를, 그 청초한, 하지만 다분히 의심스러운 이중 삼중 생활의 오데뜨를 묶어두는 베르뒤랭네가 밉다. 이제 스완은 다른 여인들은 다 정리한 상태이고 자신이 사랑을 주는 존재인 오데뜨에 집중하고 있다.

 

여인의 부정, 뒷생활을 가정하고 괴로워하는 자학의 남자. 19세기 프랑스에는 이런 인물들이 많았던걸까 아니면 여자는 요물, 이라는 법칙으로 소설 쓰기를 좋아했던 걸까. 발자크의 여혐 대잔치 소설도, 뮈쎄의 답정너, 너 바람폈지,의 백만 번 질문으로 고문하기에 더해 스완 씨도 슬슬 오데뜨에게 부정한 여인, 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자신이 재판관이자 구원자가 되려고 꿈틀대고 있다. 그래도 아직 염치와 부끄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리 저리 흔들고 햇볕에 비추어 내용을 읽으려 애쓰다니. 이런 게 사.랑. 이라고요? 아, 스완의 사랑은 아직 백오십 쪽이 남아 있고, 난 그들이 결혼할 거라는 것도 알지만. 뭔 사랑 이야기가 이리 재미가 없지? 찌질한 스완씨 속 마음 계산기만 계속 읽자니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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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송된 책들 중 먼저 목수정 작가의 책을 시작했다. 어제 낮에 두 번이나 외출을 한 탓인지 저녁엔 너무 힘들어서 책을 시작만 하고 9시쯤 잠들었다. 아침에 거울 안엔 퉁퉁 불은 만두가 있더라. 봉쥬르, 마담 만두. 꼬멍 싸바? 파티게, 압쏠루멍.

 

아이를 재촉해서 등교 시키고 아침을 먹는다. 프랑스 교육 책이라고 바겟트 꺼낸 거 보소. 어른이니까 에스쁘레소. 다시 한 번, 봉쥬르. 

 

 

목 작가의 딸 칼리는 이제 중2 나이 2005년 봄에 태어난 아이다. 프랑스의 대입 경험담이 궁금해서 샀는데 (우리나라도 프랑스식 철학 교육도 들여오고 - 이 이야기는 내가 대학 다니던 지난 세기 부터 떠들고 있다만 - 바칼로레아도 검토한다고 해서) 생각보단 목 작가나 아이가 어리다. 아이의 유아원, 유치원, 초등과 중학교 경험담과 저자가 인터뷰와 자료 조사로 그후 고등 대입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아직 책의 초반, 저자가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겪은 휴직 신청, 프랑스로 이주, 출산, 산후 조리 이야기 까지 읽었는데. 벌써 놀람의 연속이다. 피임, 출산, 산후 건강 관리와 임신중절도 의사의 권한, 보건의 영역이라는 말. 임신중절이 합법이고 보험으로 처리되며 (우리나라는 임신중절이 불법이라 아예 의대에서 교육도 안해서 산부인과 의사라도 중절수술을 제대로 훈련받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뉴스에서 읽은 무서운 리얼리티) 그 역시 여성과 의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제왕절개 여부는 의학적 판단으로 결정된다는 이 당연한 말들이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읽힌다. 그에 더해 뜨거운 미역국과 땀 빼며 지지는 대신 수영과 운동으로 '재활'하는 프랑스 산모들이라니! 그것도 의사의 처방전으로 보건보험으로 커버된다. 부럽습니다. 이제 책은 문제의 출생율을 거론하고 있다. 어느 나라 출생율이 높은지 안봐도 알겠고요.

 

목 작가는 기쁨과 사랑으로 아이 칼리를 만났고 아이를 대하며 '지금 이 순간'을 중요시 한다고 적었다. 어제 읽은 제니퍼 시니어의 책을 다시 떠올렸다. 그렇다. 지금 잘 해줘야지. 우리 군돌이랑 초딩이, 잘 해줘야지. 내가 그 녀석들 이 삼복더위에 낳느라 ... 에어컨도 못 켜고 긴팔옷 입고 미역국 먹기 싫어서 얼마나 울었는데, 아 이쁜것들. 스릉헌다.

 

요즘 들어 난 고삐 풀린 기분이다. 날이 더워서 짜증도 많이 나고 (갱ㄴ....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날씨 탓) 에라이, 하는 심정으로 책을 사 버린다. 실은 이것도 많이 재고 참고 도서관 책으로 읽으면서 덜 산다고 한겁니다만, 우리구 상위 1프로 안에 든다고. 아이고, 재력이 그만큼이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남편 옷을 다림질 하려고 보니 다림판 위에 책탑이 .... 택배 상자 뜯고 저렇게 쌓아뒀구나, 유월의 나님아. 오늘 하루도 잘 견뎌봅시다, 마담. 쿠하주 Co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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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좀 고만 사야 하는데...

오늘도 또 뭔 새 책이 나온 게 없나
뭐 그런 생각으로 신간을 기웃거리게
되네요.

이놈의 북플부터 끊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ㅋㅋㅋ

유부만두 2018-07-06 08: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이놈의 북플 때문에
사서 쟁여놓고 (까먹은) 읽지 않은 책들이 많네요.

신간은 신간대로
구간은 구간대로 왜이리 궁금한건지요.

다락방 2018-07-0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불어하는 만두님 넘나 멋져요... ♡.♡

유부만두 2018-07-06 08:51   좋아요 0 | URL
불어 더 해서 더 멋져 보이고 싶은 내 마음!
주 떰브라스! (Je t‘embrasse! 당신을 꼭 껴안아요)

목나무 2018-07-0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방송에서 프랑스에서는 결혼이 아니더라도 동거인이나 사실혼 사이에서 낳은 자녀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걸 보고 저런 나라니까 애 낳을만 하겠구나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당연한 걸 부러워해야 하는 이 참담함이라니....

그나저나 쌓여있는 저 책들 왜 이렇게 부러울까나....ㅋㅋㅋㅋㅋ 책지르고 싶은 여름이에요!
<아몬드> 궁금하다는... 리뷰 기다리고 있을게요. ^^

유부만두 2018-07-06 08:53   좋아요 0 | URL
쌓여있는 책이 부럽고, 궁금하다는 당신!
혹시 당신도 쌓여있는 책이 무너질까 걱정하지는 않나요? ^^

금요일이에요, 책 지르고 택배를 기다리기 딱 좋은 날이죠!

희망찬샘 2018-07-05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몬드 하나만 아는 책입니다.

유부만두 2018-07-06 08:54   좋아요 0 | URL
아이 숙제로 나온 책이고 저도 궁금했던 책이라 냉큼!
하지만 읽는 건 아직이고요. ^^;;;;

라로 2018-07-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주인공이 되는 법>이라니요~~~.
저 책이 젤로 궁금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근데 제가 왜 웃을까요??)

유부만두 2018-07-07 09:26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해서 샀는데....그러고선 잊고 있었지요.
ㅎㅎㅎ 왜 웃으실까나? 여주인공, 에서 뭔가 연상하셨어요?
 

조금씩 떼어 읽고 있는 '부모로 산다는 것'에는 아이와 어른의 불화는 대부분 양쪽의 시간 인식 차이에서 시작한다고 나온다. 어린이들에게 미래는 불확실 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여기만 있다. 지금 참고 나중에, 라는 말은 '마시멜로 실험'에서 중요한 인격 테스트 처럼 보였지만 (이것도 정확한 실험이 아니라는 발표가 있다. http://news.ebs.co.kr/ebsnews/allView/10909664/H)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중요한 순간은 따로 없다. 다만 그 불확실 하고 경험하지 못한 미래,라는 것을 믿게 할 어른의 일이 중요할 뿐이다.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는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졸졸 따라다니며 간섭하거나 내 생활 모두를 희생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아이의 현재에 촛점을 맞추면 실은 많은 것들이 참을만 해진다고 한다. 지금 늦잠 자는 아이도 ..... 소리 지르는 대신 몇 분 예쁘게 봐 줄... (이건 아님)

 

3장의 이야기, 입양한 딸 미셸의 장애와 방황, 그리고 출산 후 사망을 겪어낸 샤론은 예순다섯의 나이로 세살배기 손자 (라지만 혈연관계는 없다) 캠을 온 정성을 다해 키운다. 그저 주는 '선물의 사랑'을 기꺼이 해내며 사랑하며 사랑을 배우는 '필요의 사랑'을 하는 중이다. 아이를 키우며 내 안의 아이를 들여다 보고 다시 불러내기도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애쓴다. 아침에 샤론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날씨만큼이나 뜨끈해진다. 덥다고 마루에서 요 따로 이불 따로, 베개도 저 멀리 두고 (아직도) 자고 있는 아이를 쳐다보며 읽자니 아이가 이뻐보이네? 막둥이, 학교 가자. 엄마가 어제 끓여 식혀둔 보리차에 얼음 넣어서 챙겨줄게. 야! 내가 너 사랑하는데?! 좀 일어나자?! 그리고 엄마한테 뽀뽀 도 좀 해주고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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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7-04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식혀놓은 보리차를 아침에 살짝 살얼음이 생기게 얼려서 학교에 보냅니다.
보리차가 반가워요.
아침에 막둥이가 엄마에게 뽀뽀를 하고 학교에 갔는지 궁금하네요^^

유부만두 2018-07-05 09:24   좋아요 0 | URL
뽀뽀 해줬지요. 엄마가 강제로 받아냈지요. ^^ 오늘도요.
그게 뭐라고 힘이 납디다.

그리고 전 얼라가 팽개치고 간 .... 집안 난리를 뒷수습 중이고요.

아, 오늘도 덥겠네요. 살얼음 보리차 한 잔 치얼스, 하고 우리 건강 챙겨요!
 

비가 그치고 햇볕도 난다. 반갑네. 오늘은 빨래를 밖에 널 수 있겠어. 모든 일과가 날씨와 빨래로 결정되는 이런 아침. 군대의 아이도 그렇다고 했다. 차라리 비가 오면 나아요, 여기선. 막내는 비가 와도 신나게 쫄딱 젖어서 하교 한다. 우산도 썼다면서? 네, 그런데 비가 옆으로 와요.

 

아침에 단편 읽기는 가뿐하게 하루 시작하기에 좋은데, 아,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해는 났는데, 마음은 발랄하게 말라가는 대신 차분하게 젖은 채로. 조용하게 한줄 한줄 읽었다. '지나가는 밤'의 두 사람은 그 밤을 지나고 함께 아침밥을 먹을까. 콩나물 국을 다시 뎁혀 아침상을 차릴텐데. 먼저 잠을 깬 편은 윤희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잠이 든 주희 얼굴을 쳐다보겠지. 아까부터 잠이 깼을 주희는 자는 척, 아직 누워있다. 일정이 하루나 이틀 남았을까, 그 중요한 일은 오늘인가. 너무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하겠지. 그래도 만약에, 그 일이 잘 된다면. 돌아올 수 있을지도.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밤이다. 북향집이라 아침도 저녁같고 조용하다. 그래도 밖에선 새들이 지저귄다.

 

등장인물 이름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나이와 성별, 그리고 처지를 더듬는다. 큰 가방을 들고 그 집에 들어선 윤희는 소녀인줄 알았는데 어른이고, 혼자 인줄 알았는데 다른 이가 함께 있었다. 남인줄 알았던 그 사람은 가족, .... 어린 시절 그 '무용한 시간'을 함께 지내고 채웠던 사람이다. 어른인줄 알았던 사람도 아직 ... 회상 장면, 특히 그 아픈 기다림의 시간의 묘사로 내 마음도 아팠다. 위로 받는 아침이다. 가만히 책을 덮고, 아이를 깨운다. (우리집 아침은 콩나물 국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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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날 신간이 나오면 사기만 하고 읽지 않아서
이번에는 구간으로 묵혀서 읽을까 합니다.

다음 주 독서모임 책인 <빛의 호위>도 읽다
말았는데... 도서관에 가서 빌려다 다시 읽어
야겠네요.

해가 나니 좋은데, 덥네요.

유부만두 2018-07-04 08:01   좋아요 0 | URL
어젠 더웠죠. 오늘도 비슷할 거 같고요.
의외로 빨래는 잘 안말랐어요. 아직 습기가 꽤 있었던지...

전 신간이 나오면 욕심이 나서 사서 읽기 시작하는데
책이 구간이 될 즈음에야 완독하거나 잊거나 하게되요.
후회 하지만 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