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뒤랭 부부의 모임에서 미운털이 박힌 스완은 이제 그들을 '천박한 것들'이라고 입밖으로 욕설을 내뱉기에 이른다. 아니, 저것들이! 내가 그동안 무지하고 아랫것들이건만 오데뜨 때문에 참고 상대해 줬는데! 이제 오데뜨를 다른 남자에게 붙여주느라 뚜쟁이짓을 하면서 나를 몰아내?! 음악도 예술도 건축도 다 모르는 것들! 이런 고약한 것들! ... 이라지만 그 그룹에 속해있는, 그리고 나올 생각이 딱히 없는 오데뜨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남들은 아는' 스완만 애써 외면하는 오데뜨는 다른 시간들과 다른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슬슬 드러난다.

 

어쩐지 그날은 저녁 시간에 스완이 오데뜨 집에 갔을 때, 그녀가 서둘러 안녕을 말하고 배웅하려는 듯 하더라. 집으로 향하던 스완은 의심이 들자, 발길을 돌려 다시 오데뜨네로 향한다. 피곤하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거라 말했던 그녀, 하지만, 그녀 창문에 불빛이 어리고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그림자가 창에 보인다. 현장을 덮칠까 그대로 돌아설까 고민하는 (몇 단락에 걸쳐) 스완씨. 창문을 두드린다. 잠시 소란. 낯선 남자 목소리 "누구요?!" 그리고 ... 아, 잠깐만, 착각이었나보오. 저 창문은 그 창문이 아니오. 옆집이었소. 다행이오만, 손이 떨리는 스완씨는 '그럼 그렇지, 이쁜 나의 오데뜨가...' 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베르뒤랭 모임에서 내쳐지고 소풍이고 야회고 오페라 관람에서 다 따를 당하니 혼자서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어느 오후, 그녀의 일상적인 휴식 시간일 때 스완은 다시 오데뜨네로 향한다. 수위 말로는 '댁에 계신듯하다' 지만 벨을 눌러도 오랫동안 열어주지 않는다. 쎄한 기분이 드는데 뒷뜰 쪽, 그녀의 창가 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서둘러 건물 밖으로 돌아 나가는데, 자신을 향하는 건 이웃들의 눈총뿐. '아, 저 남자 또 왔네'

 

오데뜨와 사귀기 시작한지 이삼 년이 흘러, 이젠 오데뜨도 살이 붙고 (흑), 미모도 예전만 덜하건만 (흑) 스완의 집착은 커져만 간다. 그녀가 빠리를 벗어나 며칠간 여행을 갈라치면 그녀가 간 곳으로 '우연을 가장해' 부딪힐 요령으로 기차표 검색을 하고, 십수 년 간 가 보지 않았던 친구의 영지로 놀러가는 시나리오, 그리고 그녀의 '아닛, 당신은 나를 스토킹 하시는 거에요? 나를 향한 사랑은 고작 그뿐이었나요? 왜요? 절 부정한 여인으로 의심하시는 거는 아니겠지요?' 비난을 상상하며 고민을 억누르고 그럴수록 그녀를, 그 청초한, 하지만 다분히 의심스러운 이중 삼중 생활의 오데뜨를 묶어두는 베르뒤랭네가 밉다. 이제 스완은 다른 여인들은 다 정리한 상태이고 자신이 사랑을 주는 존재인 오데뜨에 집중하고 있다.

 

여인의 부정, 뒷생활을 가정하고 괴로워하는 자학의 남자. 19세기 프랑스에는 이런 인물들이 많았던걸까 아니면 여자는 요물, 이라는 법칙으로 소설 쓰기를 좋아했던 걸까. 발자크의 여혐 대잔치 소설도, 뮈쎄의 답정너, 너 바람폈지,의 백만 번 질문으로 고문하기에 더해 스완 씨도 슬슬 오데뜨에게 부정한 여인, 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자신이 재판관이자 구원자가 되려고 꿈틀대고 있다. 그래도 아직 염치와 부끄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리 저리 흔들고 햇볕에 비추어 내용을 읽으려 애쓰다니. 이런 게 사.랑. 이라고요? 아, 스완의 사랑은 아직 백오십 쪽이 남아 있고, 난 그들이 결혼할 거라는 것도 알지만. 뭔 사랑 이야기가 이리 재미가 없지? 찌질한 스완씨 속 마음 계산기만 계속 읽자니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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