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햇볕도 난다. 반갑네. 오늘은 빨래를 밖에 널 수 있겠어. 모든 일과가 날씨와 빨래로 결정되는 이런 아침. 군대의 아이도 그렇다고 했다. 차라리 비가 오면 나아요, 여기선. 막내는 비가 와도 신나게 쫄딱 젖어서 하교 한다. 우산도 썼다면서? 네, 그런데 비가 옆으로 와요.
아침에 단편 읽기는 가뿐하게 하루 시작하기에 좋은데, 아,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해는 났는데, 마음은 발랄하게 말라가는 대신 차분하게 젖은 채로. 조용하게 한줄 한줄 읽었다. '지나가는 밤'의 두 사람은 그 밤을 지나고 함께 아침밥을 먹을까. 콩나물 국을 다시 뎁혀 아침상을 차릴텐데. 먼저 잠을 깬 편은 윤희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잠이 든 주희 얼굴을 쳐다보겠지. 아까부터 잠이 깼을 주희는 자는 척, 아직 누워있다. 일정이 하루나 이틀 남았을까, 그 중요한 일은 오늘인가. 너무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하겠지. 그래도 만약에, 그 일이 잘 된다면. 돌아올 수 있을지도.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밤이다. 북향집이라 아침도 저녁같고 조용하다. 그래도 밖에선 새들이 지저귄다.
등장인물 이름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나이와 성별, 그리고 처지를 더듬는다. 큰 가방을 들고 그 집에 들어선 윤희는 소녀인줄 알았는데 어른이고, 혼자 인줄 알았는데 다른 이가 함께 있었다. 남인줄 알았던 그 사람은 가족, .... 어린 시절 그 '무용한 시간'을 함께 지내고 채웠던 사람이다. 어른인줄 알았던 사람도 아직 ... 회상 장면, 특히 그 아픈 기다림의 시간의 묘사로 내 마음도 아팠다. 위로 받는 아침이다. 가만히 책을 덮고, 아이를 깨운다. (우리집 아침은 콩나물 국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