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억지로 가는 수영장, 자꾸만 배가 아픈 아이. 친구들은 재미나게 소리지르면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지만 아이는 작아서 끼는 수영 모자도 싫고 어색하고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했으면 좋겠다. 수영 시간이 지나면 배도 덜 아프다. 그러다 발만 담그고, 그러다 물 위에 누워도 본다. 수영선생님도 엄마도 아이를 혼내거나 '얘, 이게 얼마짜리 수업인데!" 라며 재촉하지 않는다. 기다려준다. 천천히 물과 수영장과 그리고 새로 산 깔맞춤 수영모자와 익숙해지고 즐거워 하는 아이.

 

 

하늘정원은 옥탑방과 금세 연결되었다. '만희네 집'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꽃 정원이 보인다. 하지만 첫장면 부터 심상치 않다. 아이 아빠의 물건을 내가는 사람들, 갑작스러운 이사. 옥탑방으로 이사 와서 옆에, 옥상을 함께 쓰는 이웃 할아버지를 만나는 아이. 엄마는 집안에만 있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어떤 일이, 아빠에게 벌어졌구나, 아빠는 함께 있지 않고 엄마는 그걸 견뎌내고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다. 할아버지가 아이랑 놀아주면서 함지박이 '배'도 되고 꽃을 옮겨 심어 '정원'도 된다. 그제서야 엄마가 방 밖으로 나온다. 꽃이 부른걸까, 시간일까, 아이의 기다림이 통했을까. 마지막에 도착하는 편지. 어른의 복잡하고 힘든 사정 뒤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변화와 위로가 따뜻하다....그래도 어두운 사건이 뭘까, 계속 곰곰 생각하게 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극곰 2018-07-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적응반이라고 다녔는데 2달 동안 얼굴을 물 밑으로 못 담그고... 호통치는 선생님이 무섭다며 급기야 다리까지 바들바들 떨린다는 딸래미, 수영을 포기시킨 기억이 나는 군요.

유부만두 2018-07-18 09:22   좋아요 0 | URL
아, 물과 친해지기도 전에 선생님 때문에 수영을 포기했네요. ㅜ ㅜ 이런.

전 요즘 조금씩 하는 운동으로 체력을 키운 다음에 수영 (다시) 배우려고요.
일단 예쁜 깔맞춤 수영복과 수영모자를 마련해야죠. ^^

목나무 2018-07-1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보면서 들었던 생각 하나는.... 아~~~ 수영 잘하고 싶다. 무지 잘하고 싶다, 였어요. ㅎㅎㅎㅎ
수영을 배워볼까 심하게 고민중인 여름날입니다. 언능 물놀이 가고파요. ㅋㅋ

유부만두 2018-07-18 09:23   좋아요 0 | URL
바다가 멋진 곳에서 태어난 그대가 난 부러운데?!
수영이 아니더라도 깨끗하고 시원한 물에 들어가서 물장구 치고 싶어.
너무 덥다...아침 부터.
 

도대체님의 두번째 글그림 엣세이가 나왔다. 첫 책을 그럭저럭 좋아했는데, 읽고 뭔가 아쉽기도 했고....그래서.... 팔아서 살림에 보탰다. 이번 책은 그냥 넘기려고 했다. 제목도 연애 잖아. 아줌마가 무슨.... 그런데 서점 나들이에 함께 한 막내가, 재밌겠다며 골랐다. 아니, 왜? 집에 와선 엄마가 먼저 읽어버림. 잘 샀네.

 

일상 다반사와 낮엔 참았다가 밤에 이불킥하는 이야기로 채웠던 '이런 저런' 이야기의 첫 책과는 달리 이번엔 확실한 주제, 연애가 있다. 주로 실패한 연애, 그립긴 하지만 다시 하라면, 그건 노땡큐인 인연들. 소심하게 복수 혹은 뒷담화를 풀지만 그것 또한 (이래서 도대체님이지) 자책하는 이야기. 하지만 찌질하거나 지겹기는 커녕, 공감이 됩디다. 특히 그 겨울날 달려가던 피씨방과 설렁탕 이야기요.  첫책 처럼 위로만 하려고 긴장하거나 용쓰지 않아서 좋았다. 연애한 이야기를 꺼내놓아도 질척이거나 남사스럽지 않았다. 무더위에 읽어도 안 쳐지고 제목과는 '달리' 좌절스럽지 않은 책.특히  만화컷에는 옛인연을 말하는 주인공과 쿨시크한 친구가 함께 나오는데, 이런 친구 좋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서. 동화 주인공, 열세 살 부잣집 아이, 밝고 명랑하며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이.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고 때론 어려운 환경의 아이도 친구로 잘 지내는 아이. 공주 같은 아이. 자기 배역에 만족하고 작은 불협화음에도 슬퍼하고 주변의 위로와 즉각적인 해결을 가져야 하는 아이. 그 외에는 자신의 행복에 의심을 품지 않는 아이.

 

희주. 하루하루가 불안한 아이. 주눅들고 조심해야 하는 아이. 부럽고 샘났지만 친구 사이니까 그냥 보고있었는데 자신을 홀대하고 학대하고 천대하는 어른들에게 쌓인 분노가 터지지도 않고 그대로 속에서 곪는 아이. 차라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게 다행으로 보이지만, 내가, 어른인 내가 뭘 해줄 수도 없는 아이.

 

영선. 가장 멀리서, 그리고 가장 가까이서 보고 들은 아이. 따뜻한 위로나 입에 말린 달콤한 칭찬의 무의미를 깨친 아이. 하루 하루 일상이, 그 무덤덤한 맨밥 같은 맛이 생각나는 아이. 섣불리 나서 이야기 하지 않아서 차갑다는 말도 듣지만 겉치장과 자랑같은 행복이 불안한 걸 알아보는 아이. 이 이야기, '3일간'의 사건과 그 아래 이야기들을 그나마 다 알고 있는, 하지만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는 하지 않을 아이.

 

세 아이가 겪은 사흘간의 이야기다. 전형적인 공주와 하녀 캐릭터, 그리고 관찰자 캐릭터를 사용하고 시간과 사건을 집중시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흘 동안 세 명의 아이와 여러 어른들의 폭력적인 이야기. 조금 더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읽자니 섬뜩하기도 하다. 일요일 아침, 일상 속에서 읽은 흔들리는 일상의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교적 긴 단편 '지옥변'을 읽었다. 어제의 뜨거운 날씨에 꽤 어울리게 뜨겁고 시끄러운 소설이었다. 화공 요시히데는 밉살스럽고 오만하며 소란스러워서 원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많은이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생생한 그림은 기괴한 소문을 만들어낼 정도의 수준이다.

 

화자는 수십 년 전의 '그 사건'을 둘러싼 문제의 '그 인물'이 그려낸 '그 그림', 지옥변, 지옥의 그림을 이야기로 보여준다. 악인의 영혼을 태우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불타는 마차, 화차, 를 생생히 그리려는 화공 요시히데의 예술적 욕망과 그에게 고통을 주려는 호리카와 대신. 그 사이에 낀 요시히데의 딸. 병풍의 여러 면 만큼이나 접을 수도 넓게 펼 수도 있게 인물들이 쓰인다. 비열하고 욕심 많은 화공과 대신, 천하고 소란스럽지만 애착하는 대상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화공과 원숭이, 자존심에 있어서는 신분에 맞지 않게 오만한 화공과 딸. 죄악과 징벌이 뒤엉키고 징벌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지옥도와 이 세상.

 

지옥을 표현하려 애쓰다 지옥을 만들어버리는 화공과 대신은 김동인의 소설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수십 년 전의 그 '자애로우신' 대신님 댁에 끔찍한 지옥도를 바친 비열한 화공과 여러 인물들을 모두 뒤집어 이야기의 선후(인과)를  멋대로 배열해 놓는 화자는 이 그림, 이야기의 진짜 주인이 되었다. 얼핏 예술지상주의 소설로 읽혔지만 여러번 뒤집어 놓은 인물과 사건 관계도, 지옥에서 쭈뼛 거리며 눈치껏 숨죽여 모든 것을 보고도 침묵하며 살아남은 화자, 소설가의 자신 만만한 얼굴이 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는 정말 어렵다. 상징인지 상상인지 비유인지, 예전 국어시간을 더듬어 봐도 소용없다. 내 마음에 와닿질 않아. 1월에 시선집을 하나 사서 한두 편씩 읽고 있는데 몰랐던 시인들도 많고 여전히 시는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이 시 한 편은 내 마음을 친다. 두둥. 아침 밥 하면서 슬쩍 읽다가 놀라서 사진을 찍었다. 

(김혜순, '또 하나의 타이타닉 호')

 

 

남편과 나는 아침에 빵 (쪼가리)에 커피를 마시는 편이라 아침상 차리는 스트레스는 없다.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했더니 막내가 아침엔 꼭 밥에 국을 먹어야 겠다고;;;;; 인생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아침밥의 공포인건가. 오늘 아침은 국은 패스, 어제 지어둔 밥에 깨와 참기름을 섞어 뭉치고 구운 스팸과 묶어서 무스비를 만들었다. 아침 마다 압력솥에 쌀을 안치는 시인의 마음, 그 솥은 어쩌면 예전 타이타닉 호의 해채된 쇳덩이였을지도 모른다. 솥을 에워싸는 불의 파도, 아, 그 열기와 매일 반복되는 쌀, 솥, 밥, 아침, 하루의 시작, .... 지겹고 몸에 배인 리듬. 막둥이의 아침밥을 몇 번이나 더 해줘야 하나 세보다가 ... 말았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8-07-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남편이 서핑 갈때 저랑 해든이가 따라가면 가는 도히니 비치 근처에 저렇게 무스비 파는 곳이 있어요. 거기는 계란도 넣어줘요. 암튼 저는 딸아이가 국밥파였죠. ㅎㅎㅎㅎ 저는 ‘삼시세끼’라는 말이 정말로 젤로 무서버요. 삼시세끼 안 해주면서도 그런데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7-13 20:08   좋아요 0 | URL
아침상에 밥과 국을 원하는 사람이 집집마다 꼭 있군요! ^^ 든든한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지만 전 아침잠이 더 소중해서;;;;

맞아요. 삼시세끼는 정말 고된 미션이죠 ㅜ ㅜ
계란 들어간 무스비는 궁금하네요.

잠자냥 2018-07-1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가 ㅋㅋㅋㅋ 반전이네요.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7-13 20:08   좋아요 0 | URL
아주 그냥 엄마가 후리~한 걸 못보는 어린이입니다. ㅎㅎ

수이 2018-07-1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갈 때가 제일 좋은 게 삼시세끼 다 해결이 가능해서! ^^

유부만두 2018-07-13 20:1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 여행가고싶다요! 수연씨, 반가워요!

hnine 2018-07-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시의 1~4행까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 5~9행 처럼 생각을 확장시켜 덧붙여 쓸수 있는 사람은 시인인거죠?
저는 아침에 밥 차리는게 습관이 되다 보니 별 부담없이 그냥 차려요. 국 없이 낼때도 있고 김이랑 ‘달걀 후라이‘ (이렇게 써야할 것 같아서 ^^)만 낼때도 있어요. 그러면서 남기면 가만 안두겠다는 태도 ㅋㅋ

유부만두 2018-07-13 20:18   좋아요 0 | URL
역시 조식 준비 내공이 쌓이신 분이시군요! 습관... 이 되려면 오래 해야겠죠? 달걀 후라이도 많이 부치고요! 절대 남길 수 없는 후라이, 만세! ㅎㅎ

레삭매냐 2018-07-1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가 소설보다 어렵더라구요

유부만두 2018-07-14 09:24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시를 읽는 데는 뭔가 특별한 독해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