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식은 저마다 입맛에 따라 골라 먹으라고 세 가지가 나와서, 초콜릿 케이크와, 바닐라 블랑망제와, 달콤하고 거품을 낸 크림을 얹은 파운드케이크. 죽음과 전쟁을 생각할 때는 그렇지 않았으나, 입맛이 당기는 음식이 머리에 떠오르기만 하면 그녀는 눈물이 났고 한없이 괴롭기만 하던 공복은 꾸륵꾸륵 소리만 내다가 멈추지를 않고 이제는 헛구역질까지 일으켰다. 

(25장) 



11월 중순의 어느 날 한낮에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어멈이 묽게 탄 옥수숫가루와, 말린 월귤에다 사탕수수 엿물로 단맛을 내어 만든 후식을 다 먹어 가던 참이었다. 하늘에는 냉기가, 금년의 첫추위가 감돌았고, 

(27장) 


전 어젯밤 11시 40분, 이걸 먹지 않았어요. 다만 묽게 탄 옥수수 차를 한 잔 마셨을 뿐이에요. 매서운 추위가 감도는 아침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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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15 0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껏 <엄마는 외계인>과 <초코나무숲>을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아니네요. 제가 좋아하는 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요!!!!

수이 2020-12-15 12:28   좋아요 2 | URL
우리 엄마는 외계인 ㅋㅋㅋㅋㅋ 에피소드 아시나요? 단발님 ㅋㅋㅋ 저는 저거 자모카 아몬드 훠지에 환장하지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떤 맛일까 문득 궁금하다!!!

유부만두 2020-12-15 16:25   좋아요 1 | URL
하하하 단발님, 책에는 치즈 케익이나 딸기 이야기는 (아직은) 나오지 않는데 어쩜 이름이 저 아이스크림과 찰떡이죠?!

유부만두 2020-12-15 16:27   좋아요 1 | URL
수연님은 자모카 아몬드 훠지.. 팬이시구나. 커피가 들어간 맛이라서요?

psyche 2020-12-15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라니! 미국에는 아마 없을 거야 ㅜㅜ 심지어 베스킨도 한국이 더 맛있는 듯

수이 2020-12-15 12:27   좋아요 3 | URL
프시케님 말씀 듣고 그 실화 떠올랐어요. 배스킨에 우리 엄마는 외계인 이라는 아이스크림이 있거든요. 미국에도 있을까? 없겠지;; 그래서 어떤 청년이 미국 배스킨 가서 우리 엄마는 외계인 아이스크림 주세요_ 했다가 모두 다 뒤집어졌다는 그 에피소드가~ 아 미국 가고싶다 문득 ㅠㅠ

psyche 2020-12-15 12:45   좋아요 0 | URL
코로나 끝나면 직접 와서 확인하세요!

scott 2020-12-15 14:07   좋아요 1 | URL
수연님, 우리 엄마 외계인, 안과 진료 받고 난후 꼭 사먹었던 아이스크림,오늘 먹어야하나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5 16:14   좋아요 2 | URL
저희집에 <엄마는 외계인> 있어요. 아까 장보러 나갔다가 사왔어요! 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

유부만두 2020-12-15 16:28   좋아요 1 | URL
아이스크림에 우리 모두 대동단결, 아니 각자의 맛으로 봉기하라, 분위기 입니까?!
여러분, 우리 지구를 지켜야 합니다?

scott 2020-12-15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포스팅읽은 순간 바닐라아이스에 에스프레소 부었어요 ㅎ

유부만두 2020-12-15 16:29   좋아요 1 | URL
천상의 조합이군요! 하얗고 달콤한 ‘아이스‘에 진하고 씁쓸한 코오피.
제 취향을 저격하셨고요. 네, 애정 쿠폰 드리겠습니다.

2020-12-15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0-12-15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랑망제가 뭐지? 내가 모르는 달달구리 이름이 있다니!‘ 이러면서 검색부터 하러갑니다.
11시 40분이면 배고플 시간이네요.

scott 2020-12-15 14:29   좋아요 1 | URL
hnine님 푸딩이에요, 푸딩! 전분, 우유, 설탕과 바닐라향, 아몬드를 첨가해서 희고 부드럽게 만든 푸딩 ㅋㅋㅋ
차갑게 먹으면 눈알 두번 튕겨요 ㅋㅋ
티스푼으로 살짝 건드리면 양옆으로 찰랑거리며 흔들려야 잘만든 푸딩 고급진 맛!

유부만두 2020-12-15 16:33   좋아요 1 | URL
세상엔 모르는 달콤이들이 많아요. 이렇게 우리의 미각의 지평은 넓어집니다.
11:40 마의 고개를 잘 넘겼어요. 어젯밤엔.
그런데 오늘 대낮에 폭풍질주(?) 중입니다.

유부만두 2020-12-15 16:34   좋아요 1 | URL
스콧님, 정보 감사합니다 눈알 꼭 붙잡아야 하는 마성의 디져트.
아, 그런 걸 먹던 스칼렛이 이젠 태운 옥수수 차와 옅은 설탕 맛으로 참고 있어요.
 

책 아주 많이 읽은 큰 언니가 책을 소개해 준다. 이 언니는 나즉하고 차분하게 쓰는데 언니의 문장 부호에 어리는 힘이 남다르다.


쿨하게 언니는 너무 힘들고 지루하고, 때론 혼자 있고 싶었고, 분노가 치밀었는데, 책을 읽는 방법도 있더라고 했다. 상황 별로 서너 권씩 추천해 줬는데 엄청 어려운 (어려워 보이는) 책들도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해준다. 논어, 물리학 막 이런거. 아니 그런데 언니는 정말 연애 끝나고 사표 내고 싶고, 사람들이 내 등에 칼 꽂는 거 같은 그럴 때 정말로 책 생각이 났어요? 소크라테스의 재판도 언니에겐 마치 학급회의 같이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너무나 특별한 올해엔 (마지막 챕터, 폭설로 고립되 있을 때라는데 ...하아...우리 계속 그런거 같고요) 이런 책들이 과연 독자에게 위안이나 희망을 안겨줄지 확언하지는 않지만, 우리 언니는 흔들리지 않지. 다만 책 속의 구절을 추론해 보여준다. 가령 <제5도살장>의 유명 구절은 ...


독일어에는 'So geht es.'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용법이 어찌나 다채로운지 거의 아무런 뜻이 없다. 즉자적으로건 반어적으로건, 잘되건 못되건, 기쁘건 슬프건, 흥하건 망하건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삼라만상의 질서를 응축한 무의미를 나타낸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순전히 나의 억측이지만, 작가는 독일어 'So geht es.'를 영어로 직역해 'So it goes'라고 쓴 건 아닐까. (어차피 작가 사후라 확인할 길은 없다. So it goes.) (93) 


또한 공군조종사와 CIA 정보원등으로 일했으며 심리학 박사학위도 가진 앨리스 브래들리 셀던이 남자 가명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로 낸 SF소설을 소개할 땐 아, 세상엔 멋진 작가들과 멋진 책들이 이렇게나 많았단 말이에요? 라고 언니에게 매달려 묻고 싶었다. 언니, 내가 너무 몰라서 미안해요.  















제가 요즘 속에 화가 쌓여서 부르르 끓고요, 어깨랑 등이 결리는데 그런데 좋은 책은 뭐 없을까요. 밤 11시 40분 아이스크림 대신 먹기, 아니 읽기 좋은 책은요? 실례 아니니까 더 꺼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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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2-14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 그런 거지.” 저도 요즘 엄청 많이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ㅋㅋ 저도 궁금하네요. 여러분, 밤 11시 40분 아이스크림 대신 먹기 좋은 책 더 꺼내주세요!

유부만두 2020-12-15 07:28   좋아요 2 | URL
공복이 심하면 읽는 책 속 구절마다 음식만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참았어요. 아침에 더부룩 하긴 싫으니까요. (정말 대단한 만두 아닙니까? 칭찬해주세요)

하나 2020-12-15 12:05   좋아요 2 | URL
만두님 진짜 으른이시네요! 칭찬드립니당! 대단한 만두라고 하시니까 넘 귀여워요 ㅋㅋㅋ 🙊만두 먹고 싶어요!

유부만두 2020-12-15 16:35   좋아요 1 | URL
제가 왕만두걸랑요? 대단하죠, 네? ^^

scott 2020-12-14 2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틸리 월든 만화 ‘스피닝.‘ 밤 11시 40분 아이스크림 대신 먹기 좋은책 ㅋㅋ ‘1장, 왈츠 점프’로 시작해 스크래치 스핀, 플립 점프, 악셀 등 스케이트 전문용어가 장 제목으로 등장 맨 마지막 10장은 트위즐로 끝,눈으로한쪽 발을 이용해 최소한 한 번 이상을 순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빠르게 도는 아이스 댄스의 기술을! 언제든 지금까지 걸어온 것과 반대 방향으로 새롭게 회전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픽 노블 추천 ^.~

유부만두 2020-12-15 07:29   좋아요 2 | URL
아이스크림 대신 아이스 스포츠!!! 이런 발상의 전환 멋지네요!
얼릉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넣겠습니다. 그나저나 김연아의 그 멋진 무대 영상이라도 봐야겠는데요?

psyche 2020-12-15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밤 11시 40분에는 주무셔야.... ㅎㅎ
나는 진짜 늙었는지 11시 넘기기가 어려워졌어. 대신 새벽에 일어나고... 유명한 잠순이었는데 이런 날이 오네 ㅜㅜ

scott 2020-12-15 14:06   좋아요 2 | URL
미인은 잠꾸러기, 프쉬케님 ^.~

유부만두 2020-12-15 16:36   좋아요 2 | URL
저도 11시 잘 못넘기는데 요즘은 막둥이가 ‘시험‘ 공부 씩이나 한다고! 얼마나 유세를 떠는지 몰라요. 옆에서 ‘아우, 장하다, 중학생님!‘ 하고 응원과 간식 봉양을 해야합니다. 막둥이라 그런가 정말 눈꼴이 시어서 ..... (그런데 이쁨)
 

차분하게 차근차근, 목욕탕이지만 가릴 것은 가리고 예의를 지키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다 읽은 후에는 개운한 마음도 들고 어쩐지 등을 밀고 싶어진다. (오이 맛사지 까지는 아님)


일전에 읽었던 과하게 질척 우울한 엣세이와 다르게, 국어 선생님 저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목욕탕 역사를 들려준다. 한참을 읽을 때 까지 저자의 남편 존재를 지워버리고 있었다. 저자는 퇴근길에 지친 몸으로 마트에 들러 찬거리를 사서 급하게 저녁상을 준비해서 세 아이와 함께 먹는다, 그리고 그후 쓰러지듯 잠드는 일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 그는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이나 주위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대신 혼자 목욕탕에서 뜨끈한 물에서 뭉친 몸과 엉어리를 푸는 저자의 등이 쓸쓸하지만 공감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엄마나 할머니와 함께 찾았던 공중 목욕탕, 여행지의 온천장들, 시댁 어른들과의 강요된 목욕 경험, 세신 경험, 나이들어가는 내 몸을 확인하고 내 아이를 씻기던 목욕의 시간들. RG RG. 


재작년 운동을 배우느라 스포츠 센터에 다니면서 사우나에 재미를 붙였더랬다. 나도 저자처럼 작은 지퍼백에 샘플만 몇 개 넣어 다녔는데 이내 지정 라커도 만들어서 목욕가방도 비치해 두었다. 여행지에서 모아둔 작고 호화로운 어매너티 아이템들은 물론 여러 비누와 로션을 사용했다. 열심히 운동한 후 땀을 씻어내고 사우나실에 잠시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오는 일정은 나만의 호사였다. 좋은 시절이었지. 


올해 초 스포츠센터 환불을 받고, 운동화와 목욕가방을 찾아온 후엔 집에서 샤워만 하는데 씻는 과정이 이젠 아쉬움만 더할 뿐이다. 뜨거운 물 아래서 비누를 목욕수건에 문질러 거품을 내는 순간은 그래도 위안이 된다. 애정하는 은방울꽃향 비누 말고 하얀색 차* 사우나 비누로도 충분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목욕탕 관련 책들도 내가 재밌게 읽은 것들이라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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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12-12 0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난 목욕탕 싫어하는데. 뜨거운 거 싫어해서 사우나도 싫어하고
하지만 한국에서 쭉 살았다면 나이 들어서 사우나나 찜질방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시댁어른과의 목욕 경험?. 내가 시어머니면 며느리랑 목욕하기 싫을 거 같은데. 솔직히 딸들하고도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유부만두 2020-12-12 09:42   좋아요 2 | URL
시이모님께서 온천 목욕장을 하셨어요. 그래서 하아....
시어머님, 시이모님 세 분, 시외할머님, 시누이, 시조카 어린이 .... 하아.... 다 함께 올 투게더 그해 겨울 하아....

psyche 2020-12-12 10:05   좋아요 1 | URL
헐 시어머니 뿐아니라 시이모, 시외할머니에 시누이까지!!!!

라로 2020-12-13 18:48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 뜨거운 거 싫어해서 욕탕 안에 들어가서 몸 불리지 않는다고 많이 혼났는데 이제는 여기 살아서 그런가 뜨겁지는 않더라도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푹 불린 후 때 밀고 싶어요!!!😅😢

유부만두 2020-12-14 14:09   좋아요 0 | URL
라로님댁 자쿠지 하나 만드세요~

라로 2020-12-17 06:24   좋아요 1 | URL
저희집에 자쿠지 있어요.ㅎㅎㅎㅎ 그런데 거기서 때를 불릴 수는 없잖아요??ㅋ

유부만두 2020-12-17 09:43   좋아요 0 | URL
그쵸. ㅋㅋㅋ 자쿠지랑 욕탕은 비슷하지만 다른것!

scott 2020-12-12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 트라우마가 있어서 기피했는데 ㅋㅋ
운동하고 다치고 교통사고 휴우증으로 물리치료받을때 온천욕을 권해서 효과받어요.
게르마늄-유황 쵝오!

유부만두 2020-12-13 07:43   좋아요 1 | URL
어린 나이엔 목욕탕을 좋아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아요.
scott님은 트라우마 까지 갖고 계셨군요. 이런...

다치고 뭉친 몸엔 온천/사우나 가 좋다고 들었어요. 저도 어깨가 아파서 탕에 자주 들어가려 하는데 집에선 아무래도 힘들고 귀찮아요. 온천 분위기를 위해서 온천향 비누까지 사둔 건 자랑 혹은 고백입니다. ^^

나중에 혹시나 돈이 많아지면 (?????? ) 건식 사우나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만 이젠 사우나에 가는 것도 꿈이 되어버렸어요.
 

모든 무서운 일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청소년이, 어른이 '여성'이기 때문에 무서워하게 되는 그 많은 일들이 모두 그렇다. 그런 무서움은 아무런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세상을 좀먹고 무너뜨린다. 우리는 어린이가, 여성이 안전을 위협받는 세상에서 살게 할 수 없다. (53) 



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 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가정에서 아이를 학대해선 안 되는 이유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존엄을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가해자의 잔인한 범행을 나는 '악惡'이라는 개념 말고 다른 것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악행의 기승전결은 전혀 알고 싶지 않고, 합당한 벌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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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만 입고 있어도 여자잖아. 우리 오카마는 이렇게 화장을 하고 한껏 꾸며 봐야 겨우 오카마 밖에 될 수 없으니까." 난 이것이야말로 평범함이라는 것이로구나 생각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수수하게 티셔츠만 걸쳐도 여자로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 남자는 더 나아가 '어느 쪽에 속하는 성性인가?'를 생각하는 과제조차 면제받고 있다. 남자는 마음껏 '개인'으로서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 곁에서 여성들은 '여자로 있다.' 

  자, 그렇다면 사회에 의해 물들여지고 딱지가 붙여진 존재가 '평범해지는' 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형태를 취하는 착취가 있다. 그리고 본인을 걱정한다는 식으로 억지로 책임을 떠맡기는 듯한 개입이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우리가 양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올바름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입장에서 본 올바름이다. 이것이 타자에게도 통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문학의 집에는 여러 개의 입구가 있습니다. 계단과 양 옆의 기둥까지 갖추고 있는 정문이 있지요. 그 문으로 들어갈 때는 마치 궁전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또한 옆문도 있습니다. 더 소박하고 더 개인적인 문. 이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고독합니다. 그들은 혼자 다니지요.

그리고 뒷문이 있습니다. 부엌으로 바로 들어가는 문, 요리사와 접시닦이, 장사꾼들이 이용하는 문이지요. 그곳은 항상 소란스럽습니다. 많은 것들이 드나드는, 바로 그 문이 아이다와 사비에르,  그리고 제가 이용한 문입니다. 늘 서로에게 말을 건네면서요.

이제 여러분에게 건넵니다. 


존 버거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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