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지도 않은데 

책은 안 읽히고, 완독을 못하고 몇 챕터씩만 읽고 다음 책으로 건나가고 있다. 

(멀티버스를 여행하는 독자여) 


그 와중에 만화책을 엄청 엄청 사봤다. 이럴라고 나이 먹고 어른인가. 


<여학교의 별>이 애니로도 있다요? 여러분 알고 있었어요?

난 차라리 몰랐으면 했어요. 왜냐 .... 알면서 


라프텔 - 애니 추천 · 애니 스트리밍 서비스 (laftel.net)



 내가 주말을 날려먹은 건 다른 만화책들임.

제목은 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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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6-25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써주세요 ㅎㅎㅎㅎ
궁금하면 500원입니다. 제가 내는 건가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3-06-26 09:58   좋아요 1 | URL
“스킵과 로퍼” 랍니다. 고등학생 늦둥이를 키우면서 고교 청춘물을 보다니 믿기지 않아요;;; 500원은 담에 만나서 꼭 주세요? ^^

책읽는나무 2023-06-26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멋진데요?
이런 애니를 읽으시는 중년 여성!!!
전 다방면으로 독서하시는 중년 여성을 존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알고 보니 만두님??!!!ㅋㅋㅋ
근데 애니 보신다고 바쁘셨군요?ㅋㅋㅋ

유부만두 2023-07-01 09:39   좋아요 1 | URL
존경하지 마세요...ㅜ ㅜ 애니 더 찾아보며 흥청거리게 된단말이에요. ㅜ ㅜ
 

15년전, 총망받던 젊은 물리학자였던 제이슨이 여자 친구와의 가정적인 삶을 택하면서 가지 않은 길, 그 길이 열었던 우주가 있다.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가지 않은 길은 무수한 가능성과 더 많은 우주에 각각 다른 제이슨들의 인생을 만들었다. 지금의 제이슨은 때때로 다른 인생을 생각만 해본다. 그러다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긴 제이슨2에게 뒷통수를 맞고 지금의 생을 빼앗긴다. 


남편 제이슨이 어쩐지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인 다니엘라. 남편은 어쩐지 더 우아하고, 더 뜨겁고, 새벽까지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보지도 않는다. 아이에게도 더 살갑게 군다. 이이가 어디 아픈가, 아니면 바람을 피우나? 의심해 보는 다니엘라.


튕겨나간 본체(?) 제이슨은 여러 멀티버스를 헤매며 원래의 우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려 애쓴다. 30일 동안. 하지만 돌아온다 해도 제이슨2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며, 가족들에게 이 황당한 '슈레딩거의 고양이' 이론과 실제를 어떻게 설명하며, 자신이 진짜 자신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하지만 제이슨2도 제이슨은 제이슨인데?


이 소설이 알려주는 멀티버스 여행하는 법.

1. 상자 안으로 들어가 

2. '특별한 합성 약물 주사'를 맞고서 80여 분을 기다린 다음 

3. '열렬한 갈망'을 하며 (즉, 온 우주가 내 소망을 들어주기를 바라며) 문을 연다. 


그 곳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다른 멀티버스이다. 어쩌면 연구소가 아닌 주차장 지하, 공터, 숲속에서 문을 열 수도 있다. 그곳에는 다른 나, 제이슨이 있거나 때론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 여러 다른 인생을 연달아 경험하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떠오른다. 하지만 여긴 돌, 은 안나와. 그럭저럭 예상대로의 전개에 좀 식상할만 하면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보다는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관짝 같은 상자에 들어가 주사를 맞고, 한시간 넘게 찌릿함을 느끼며 기다렸다 '열렬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새 세상을, 전과 다른 나와 환경을 마주한다는 건 ... 아무래도 마약 중독자 이야기로 읽혀서 어, 이 사람은 결국 미쳤던 거고, 나중엔 처자식에게 까지 마수를 뻗는구나 생각했다. 제이슨이 지나치는 여러 우주에는 전염병에 봉쇄된 죽음의 도시, 핵전쟁으로 눈처럼 회색 재가 흩날리는 도시도 나온다. 그리고 엄청난 과학 발전의 도시나 녹음이 우거진 환경친화적 도시도 있다. 우리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진다. 더해서 약이 필요하고요? 


덥다. 상자와 요술의 문, 도라에몽의 어디로든의 문을 상상해 본다. 저 문을 열어 시원한 바닷가가 나온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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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6-26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즈메처럼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겠군요?
근데 문을 열었는데 멋진 바다가 똭!!!
그건 넘나 멋지겠어요^^

유부만두 2023-07-01 09:40   좋아요 1 | URL
그쵸? 그런 상상을 자주 해요.
부산 가고 싶은데 역까지 이동 한시간, 기차로 세 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요.

psyche 2023-07-01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아서 찾아보니 Dark Matter구나. 끝이 궁금해서 정신없이 읽긴 했었는데 나는 좀 별로였던 기억이. 잘 모르지만 이거 과학적으로 말이 되나? 앞 뒤가 맞나? 싶은 부분이 꽤 있었던 듯. 딱 영화로 만들 책 (특히 가족이 최고라는 헐리웃 식의 결말)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딴 거 보다 문장이 엄청 짧고 단어로 줄을 바꾼 부분이 많아서 엄청 거슬렸었는데 번역에서는 어떻게 했나 모르겠네.

유부만두 2023-07-01 09:45   좋아요 0 | URL
아... 언니는 이미 읽으셨구나.
그쵸, 이거 말이 되냐? 싶어요. 하긴 양자역학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면서요?
번역본은 문장이 거슬리는 건 없었는데 이 제이슨이라는 인물이 너무 이상한거에요. 15년간 연구만 했다는데 이전 연인에 그토록 집착할 만큼 그 연구 인생에선 새 애인을 못 만들었나? 싶고요. 연구소에도 여자들이 있는데요. 그만큼 인성이 개쓰레기구나 싶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여러 ‘가능성‘에는 짜증이 확 올라오면서 결국 약물 주사로 환경을 바꾸는 거니까 이거 이거 마약 남용 이야기네 싶었어요.
얼마전 읽은 (비행기 시차로 생긴 도플갱어 이야기) ˝아노말리˝보다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무 정보 없이 표지만 보고 손에 들었다가,
두 번 놀라… 아니 첫 몇 쪽 읽기 시작하면서 계속 놀랐다.

1. 그래픽 노블 아님
2. 스미스가 사람이 아님
3. 첫 문장 “화요일은 하체의 날이다.” 숏커트의 근육 만드는 여성 보디빌더 이야기임

전개나 결말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주인공 여성의 덤덤하며 치열한(? 말이 되나?) 생활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저 멀리 딴세상일 보디빌더의 이야기도 흥미로워서 죄책감 없이 누워서 읽었다. 지방컷팅이라니, 염분 조절이라니….

보디빌딩, 즉 근육은 연공서열이다. 다시 말해 정석대로 꾸준히 하는 사람이 보답을 받는다. 오랫동안 신체에 붙어 있는 근육에는 일시적으로 생긴 근육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성숙미가 있다.
와인이나 치즈, 장아찌와 같은 원리다. 세상 사람들은 젊음에 파격적인 가치를 부여하지만, 보디빌딩에서 말하는 ‘몸 만들기‘가 연 단위 사업인 이상, 이 세계에서는 반드시 ‘젊음=강함‘이라고 할 수 없다. 신체 그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경험치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강한 대회다.
어덕션, 그 종목명을 들으니 매실장아찌를 보고 절로 침이 고이듯 안쪽 허벅지가 움찔했다. - P83

내게는 세상과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이 색다른 대회에 도전한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었다. 그런데 이 대회도 결국 세상의 거울이었단 말인가. 왜 웃기지도 않은데 웃어야 하는가.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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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6-11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검색해보게 만드는 글!
일본 작가의 책 중엔 정말 (말이 되나?) 싶은 발상에서 나온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3-06-11 17:59   좋아요 0 | URL
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맞아요. 전에 편의점 인간도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 비슷한 계보(?)로 젊은 직장인 여성이 쓴 중단편이에요.
여성성 강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던 보디빌딩에서 주인공이 의외의 틀을 만나는데요, 훈련과정과 주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편견을 그린 장면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 나도 다시 운동하고 싶다…) 마음도 들었어요.
 

'아직 미친'으로 검색하면 안 나오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후속작. 펀딩 페이지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삼등으로 펀딩까지 하고 (진즉에 사놓았으나 사진만 찍고 모셔두었던) 원서를 열어 목차를 확인해 봅니다. 미리 읽을 책을 사둘까 했는데 눈에 익은 작가가 많이 들어옵니다. 


첫 챕터는 은근 미국의 1950년대 60년대 문화, 정치 이야기가 많군요. 70년대엔 페미니즘 진영 내의 분쟁과 중상모략이 벌어집니다. 그럼 이번 주말엔 워밍업으로 영상들을  챙겨두기로 합니다. 








1.실비아 플라스 (2003) 



2. 글로리아 스테이넘 (2020)



3. 미세스 아메리카(2020). 

1970년대 미국 극우 정치가이며 반페미니즘 운동가 슐래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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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6-02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엄청난 여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들이네요^^

유부만두 2023-06-03 10:23   좋아요 1 | URL
3번 미세스 아메리카는 시리즈에요. 디즈니 플러스에 있어요. 1회 보다 열받아서 껐어요. ㅠ ㅠ
 


<맡겨진 소녀>를 읽고 클레어 키건의 최근작, 작년 북커상 쇼트리스트에 올랐던 Small Things Like These를 읽었다. 맡겨진 소녀와는 다른듯, 비슷한 이야기. 역시나 사람들 사이의 보살핌과 연대를 고민한다. 

만40살을 앞둔 석탄, 목재상 빌리 퍼롱은 딸 다섯을 두고 성실 근면하게 일하며 산다. 겨울이 다가오면 그의 일은 더 바쁘다. 매일 매일 챗바퀴 돌듯 사는 와중에 문득 가슴 한켠이 허전하며 이렇게 살아도 되나, 좀 생각도 하고 그러면 어떨까 하는 어쩌면 복에 겨운 고민이 움틀거린다. 실은 그가 특별한 성장과정을 거쳤기 때문인데, 거짓말처럼 만우절날 아비 없이 태어나 이만큼 가족을 이룬 것만 해도 감사할 처지인 것이다. 만일 그때 16살에 임신한 자신의 어머니 사라를 주인집 마님이 (다른 마을 주민들 처럼) 몰라라하고 내쫓았더라면 어쩔 뻔 했나. 

날은 추워지고 나무는 헐벗고 집집마다 석탄을 주문하고 마을 위 수녀원과 그 부속 세탁소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성탄절이 다가올수록 어려운 이웃들이 눈에 밟히는 빌리. 경기가 안좋아 문을 닫는 공장이나 일터가 늘어가고 술로 도피하는 이들도 많다. 자신의 커가는 딸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세상의 고난을 빗겨가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생활력이 강하고 다부진 부인은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의 과오 탓으로 고생하는 이들'까지 생각하기엔 자신의 가족 보살피기가 더 바쁘다고 말한다. 남편의 무른 성정이 못마땅하지만 그의 성실함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성탄절 사흘 전 새벽, 수녀원 부속 세탁소에 간 빌리는 벌 받는 중인 게 분명한, 그 추운 날 헛간에 있는 소녀를 본다. 그녀는 아이를 빼앗겼다고 벌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수녀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영 마음에 걸리는 그 소녀의 이야기는 성탄절 이브 미사 내내 빌리를 괴롭힌다. 그리고 평생 갖고 싶었던 성탄절 선물인 아빠 그리고 직소 퍼즐을 생각한다. 누가 내 아버지일까. 누가 내 진정한 크리스쳔 이웃인가.

소설은 성탄절을 배경으로 아버지 없이 태어난 소외된 모자 가정과 그들을 냉대하거나 보살피는 공동체/개인들을 보여준다. 마리아는 나이 많은 요셉의 선의가 없었더라면 제대로 출산이나 할 수 있었을까. 예수가 태어남을 축하하는 성탄절에 말없이 노동에 착취당하며 아이 마저 빼앗긴 많은 미혼모들이 실제로 20세기 후반까지 아일랜드에 있었다.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희생당한 여성과 아이들(죽거나 해외로 입양보냄)이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일랜드 정부는 2013년에야 총리Enday Kenny가 정식으로 이 악행에 대해서 공식 사과했다. 이 소설에 Enda라는 아이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2022년 작고한 퍼트리샤 버크 브로건은 수습수녀로 접하게된 이 세탁소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 

한 착한 남자의 성탄절 이야기로 보이는 이 소설은 자모원 세탁소의 가혹한 상황에 집중하면 사회 고발 소설로도 읽힌다. 소설의 결말에 다가갈수록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빌리는 성탄절 이브, 어쩌면 자신의 아버지일 그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거리를 헤매고 크리스 마스 트리와 아이싱 까지 완벽한 케익을 만든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에 결단을 내린다. 

소설 중에 몇 번이나 언급되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처럼 이 책은 성탄절의 새로운 클래식이 된 것 같다. 성탄절의 사랑을 베풀겠다고? 위선을 벗고 진짜 그들이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하고 행동해봐! 우리 빌리처럼. 성탄절에 멋진 표지의 번역서가 나오기를 바란다. (빌리네 딸들처럼 편지도 써볼까?)


페이퍼백이지만 앞 뒤 표지 겉날개를 크게 디자인하고 접힌 안쪽에 그림이 더 있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 표지 만큼 멋진데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은 외로운 새 한 마리 씩. 이 책의 전체 분위기를 알려주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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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3-05-23 0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원서까지 이미 읽으시다니요@_@;;; 클레어 키건의 이름을 기억하겠다 하셨는데 바로 행동으로 옮기셨군요. 존경합니다^^

유부만두 2023-05-23 07:57   좋아요 1 | URL
짧은 소설이라 바로 행동!! 했습니다. 이 소설은 ‘맡겨진 소녀‘보다 더 묵직했어요.

Jeremy 2023-05-28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나서 Claire Keegan 한테 관심 생겨서
여러 잡지에 기재된 단편도 찾아보고
<Foster> 과 <Antarctica> 까지 읽었는데
<Small Things Like These>에 대한 페이퍼 알라딘에서
읽게되니 반갑네요.

유부만두 2023-05-30 08:14   좋아요 1 | URL
작년부터 키건의 소설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표지 때문에 앨리 스미스 사계가 생각났어요. 그만큼 어려울까봐 미뤄두었다가 Foster의 번역본을 읽고 너무 좋아서, 그리고 책이 얇아서 용기를 냈지요. 역시 읽기를 잘했어요. ^^
성탄절 모티브가 과하게 반복된다 싶다가도 인물들의 섬세한 속내 묘사가 맘에 듭니다. 단편집도 주문해 두었고요.

psyche 2023-06-18 0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맡겨진 소녀 읽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유부만두 2023-07-01 09:49   좋아요 0 | URL
얇은 책에 여러 겹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겨울에 읽으시면 (웨이팅이 길다니까... ㅎㅎ) 더 어울릴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