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정보 없이 표지만 보고 손에 들었다가,
두 번 놀라… 아니 첫 몇 쪽 읽기 시작하면서 계속 놀랐다.

1. 그래픽 노블 아님
2. 스미스가 사람이 아님
3. 첫 문장 “화요일은 하체의 날이다.” 숏커트의 근육 만드는 여성 보디빌더 이야기임

전개나 결말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주인공 여성의 덤덤하며 치열한(? 말이 되나?) 생활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저 멀리 딴세상일 보디빌더의 이야기도 흥미로워서 죄책감 없이 누워서 읽었다. 지방컷팅이라니, 염분 조절이라니….

보디빌딩, 즉 근육은 연공서열이다. 다시 말해 정석대로 꾸준히 하는 사람이 보답을 받는다. 오랫동안 신체에 붙어 있는 근육에는 일시적으로 생긴 근육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성숙미가 있다.
와인이나 치즈, 장아찌와 같은 원리다. 세상 사람들은 젊음에 파격적인 가치를 부여하지만, 보디빌딩에서 말하는 ‘몸 만들기‘가 연 단위 사업인 이상, 이 세계에서는 반드시 ‘젊음=강함‘이라고 할 수 없다. 신체 그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경험치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강한 대회다.
어덕션, 그 종목명을 들으니 매실장아찌를 보고 절로 침이 고이듯 안쪽 허벅지가 움찔했다. - P83

내게는 세상과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이 색다른 대회에 도전한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었다. 그런데 이 대회도 결국 세상의 거울이었단 말인가. 왜 웃기지도 않은데 웃어야 하는가.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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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6-11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검색해보게 만드는 글!
일본 작가의 책 중엔 정말 (말이 되나?) 싶은 발상에서 나온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3-06-11 17:59   좋아요 0 | URL
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맞아요. 전에 편의점 인간도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 비슷한 계보(?)로 젊은 직장인 여성이 쓴 중단편이에요.
여성성 강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던 보디빌딩에서 주인공이 의외의 틀을 만나는데요, 훈련과정과 주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편견을 그린 장면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 나도 다시 운동하고 싶다…) 마음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