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총망받던 젊은 물리학자였던 제이슨이 여자 친구와의 가정적인 삶을 택하면서 가지 않은 길, 그 길이 열었던 우주가 있다.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가지 않은 길은 무수한 가능성과 더 많은 우주에 각각 다른 제이슨들의 인생을 만들었다. 지금의 제이슨은 때때로 다른 인생을 생각만 해본다. 그러다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긴 제이슨2에게 뒷통수를 맞고 지금의 생을 빼앗긴다. 


남편 제이슨이 어쩐지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인 다니엘라. 남편은 어쩐지 더 우아하고, 더 뜨겁고, 새벽까지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보지도 않는다. 아이에게도 더 살갑게 군다. 이이가 어디 아픈가, 아니면 바람을 피우나? 의심해 보는 다니엘라.


튕겨나간 본체(?) 제이슨은 여러 멀티버스를 헤매며 원래의 우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려 애쓴다. 30일 동안. 하지만 돌아온다 해도 제이슨2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며, 가족들에게 이 황당한 '슈레딩거의 고양이' 이론과 실제를 어떻게 설명하며, 자신이 진짜 자신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하지만 제이슨2도 제이슨은 제이슨인데?


이 소설이 알려주는 멀티버스 여행하는 법.

1. 상자 안으로 들어가 

2. '특별한 합성 약물 주사'를 맞고서 80여 분을 기다린 다음 

3. '열렬한 갈망'을 하며 (즉, 온 우주가 내 소망을 들어주기를 바라며) 문을 연다. 


그 곳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다른 멀티버스이다. 어쩌면 연구소가 아닌 주차장 지하, 공터, 숲속에서 문을 열 수도 있다. 그곳에는 다른 나, 제이슨이 있거나 때론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 여러 다른 인생을 연달아 경험하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떠오른다. 하지만 여긴 돌, 은 안나와. 그럭저럭 예상대로의 전개에 좀 식상할만 하면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보다는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관짝 같은 상자에 들어가 주사를 맞고, 한시간 넘게 찌릿함을 느끼며 기다렸다 '열렬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새 세상을, 전과 다른 나와 환경을 마주한다는 건 ... 아무래도 마약 중독자 이야기로 읽혀서 어, 이 사람은 결국 미쳤던 거고, 나중엔 처자식에게 까지 마수를 뻗는구나 생각했다. 제이슨이 지나치는 여러 우주에는 전염병에 봉쇄된 죽음의 도시, 핵전쟁으로 눈처럼 회색 재가 흩날리는 도시도 나온다. 그리고 엄청난 과학 발전의 도시나 녹음이 우거진 환경친화적 도시도 있다. 우리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진다. 더해서 약이 필요하고요? 


덥다. 상자와 요술의 문, 도라에몽의 어디로든의 문을 상상해 본다. 저 문을 열어 시원한 바닷가가 나온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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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6-26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즈메처럼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겠군요?
근데 문을 열었는데 멋진 바다가 똭!!!
그건 넘나 멋지겠어요^^

유부만두 2023-07-01 09:40   좋아요 1 | URL
그쵸? 그런 상상을 자주 해요.
부산 가고 싶은데 역까지 이동 한시간, 기차로 세 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요.

psyche 2023-07-01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아서 찾아보니 Dark Matter구나. 끝이 궁금해서 정신없이 읽긴 했었는데 나는 좀 별로였던 기억이. 잘 모르지만 이거 과학적으로 말이 되나? 앞 뒤가 맞나? 싶은 부분이 꽤 있었던 듯. 딱 영화로 만들 책 (특히 가족이 최고라는 헐리웃 식의 결말)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딴 거 보다 문장이 엄청 짧고 단어로 줄을 바꾼 부분이 많아서 엄청 거슬렸었는데 번역에서는 어떻게 했나 모르겠네.

유부만두 2023-07-01 09:45   좋아요 0 | URL
아... 언니는 이미 읽으셨구나.
그쵸, 이거 말이 되냐? 싶어요. 하긴 양자역학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면서요?
번역본은 문장이 거슬리는 건 없었는데 이 제이슨이라는 인물이 너무 이상한거에요. 15년간 연구만 했다는데 이전 연인에 그토록 집착할 만큼 그 연구 인생에선 새 애인을 못 만들었나? 싶고요. 연구소에도 여자들이 있는데요. 그만큼 인성이 개쓰레기구나 싶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여러 ‘가능성‘에는 짜증이 확 올라오면서 결국 약물 주사로 환경을 바꾸는 거니까 이거 이거 마약 남용 이야기네 싶었어요.
얼마전 읽은 (비행기 시차로 생긴 도플갱어 이야기) ˝아노말리˝보다는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