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페어리 테일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옛이야기는 "잭과 콩나무/콩줄기"다. 지하세계에 들어가서 금덩어리를 들고 온 보디치씨가 잭이고 그를 쫓다 실패한 거인 해다와 악한 왕이 거인에 해당한다. 어쩌면 음산한 귀신의 집에 금을 쌓아두고 홀로 살다가 (콩나무 대신)사다리에서 떨어진 보디치씨가 거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찰리는 그의 금을 훔치는 대신 도움을 베푼다.
잭은 어리숙해서 소를 팔러 가다 낯선이의 말에 속는다. 그에게서 소값으로 콩 다섯 알을 받는다. 잭의 엄마는 너무 화가 나서 콩을 집 밖에 던지고 하룻밤 새 콩은 거대한 줄기를 하늘로 뻗었다. 잭은 그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거인의 집에 닿는다. 거인의 아내는 거인에 대해 경고하며 잭을 숨겨주고 잭은 금화 주머니를 훔쳐 집으로 돌아온다. 그 금화로 생활을 하다 금화가 떨어지자 잭은 다시 거인의 집으로 올라간다. 이번에도 거인의 아내가 숨겨주고 잭은 두번째 도둑질, 금알을 낳는 닭을 훔쳐온다. 닭은 황금알을 낳았고 잭의 욕심은 더 커졌다. 삼세번의 법칙. 세번째 상경/승천해서 거인 집에 이르자 이번에는 거인의 아내도 모르게 혼자서 큰 솥단지에 숨는다. 그리고 틈을 노려 노래하는 하프를 훔쳐 도망친다. 하지만 하프가 소리를 지르자 거인이 쫓아오고 먼저 땅으로 내려온 잭이 콩줄기를 도끼로 내려 찍자 거인은 거꾸로 떨어져 죽고 만다. 잭은 훔쳐온 보물 두 가지로 잘 먹고 잘 산다.
동화를 프로이트식으로 분석하는 브루노 베텔하임은 이 이야기 역시 성숙을 향한 투쟁으로 본다. 젖이 마른 암소를 내다 파는 것은 구순기가 끝나 유아기 낙원에서 추방되는 것이라 했다. 잭은 암소를 돈으로 바꾸는 대신 마법 콩알로 바꾸었으니 아직 현실을 직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행동은 잭이 자발적으로 한다. 밤새 뻗어올라간 콩줄기는 남근기를 나타내고 (아 지겹..) 남근적 국면에서 오이디푸스적인 대칭, 즉 거인에 맞선다. 거인의 집에서 두번이나 도움을 주는 거인의 아내는 잭을 구박하는 친엄마의 다른 변형이다. 그가 숨는 솥단지는 ... 그렇다 자궁. 보물을 훔쳐 달아나고(황금알 낳는 닭은 항문기, 마술하프는 예술적 단계;;;) 도끼질(!!)로 거인을 죽이면서 잭 자신이 어른이 된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촌스러운 해석 아님니까. 그냥 어리숙한 아이가 마법을 믿고 싶어서 믿었고, 그 마법이 벌어졌을 때 욕심을 한 번 두 번 세 번 부렸고, 삼세 번 만에 도둑질이 완성되면서 살인범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벌을 안 받네? 왜? 죽은자가 이미 어린이들을 습관적으로 납치 살해 식인해온 반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 거인의 아내는 높은 하늘의 그 집에 혼자 살게 되나? 그녀는 거인의 공범이었을까, 방조자, 아니면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을까. 거인의 뒷수발을 들지 않아도 되니 그녀에겐 이득일까.
찬호께이는 이 콩나무 이야기를 거인 살해 사건이라며 법정으로 가져온다.
소설의 주인공은 귀족이며 법학자(이지만 본업보다는 유럽 각지의 민담을 수집하는) 호프만 선생이고 화자는 그의 비서 안데르센이다. 그들이 영국의 한 시골 마을을 지나다 9살 소년 잭이 강도살인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법정에 참석해서 지방 판사의 독단적 판결을 저지하며 이는 마법(마법의 콩, 황금알을 낳는 닭, 요술 하프)이 연루되었으니 종교 재판이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교가 오기 전 며칠 동안 호프만 선생은 사건을 재수사한다. 잭의 아버지의 의심스러운 돌연사, 잭에게 콩을 준 비밀스러운 남자, 악명 높은 거인이 사실은 가파른 언덕 위에 살던 대장장이로 키는 2미터를 넘는 사람이었다. 잭의 주장에 따르면 금화는 거인의 부인이 주었으며 닭이나 하프도 부인이 가져가라고 강권했다고 했다. 물론 거인의 부인은 부정하며 남편의 죽음이 잭의 탓이라고 주장했다. 호프만 선생은 콩줄기가 어디에 떨어져 어떤 모양으로 바위벼랑 옆에 뻗었는지 (지금은 타버려 흔적도 없다) 조사한다. 하지만 그날밤 자객이 호프만과 안데르센을 습격하는데.... 설화를 현실로 가져오면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지, 또 납치, 살인, 절도, 강간 등 얼마나 폭력이 많은지 생각하게 된다. 귀족 주인공 호프만 선생이 모든 행위의 시시비비를 가린다. 하지만 거인을 되살릴 수는 없다. 이 단편에서 그는 애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나은 셈이다.
옛이야기 엔딩은 대부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이지만 비극에 호러다. 피를 밟고 선 행복과 돈이냐! 이런 걸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하느냐? 그래도 옛이야기는 구성이 헐겁고 상징적이라 여러 해석을 나름대로 붙여보는 재미가 있다. 구순기 항문기 이런거만 있는 게 아니라니까. 며칠 옛 이야기 관련 책들을 쌓아 놓고 읽자니 내가 지금 뭐하나 싶다. 현실을 살아야해. 우리집 먹깨비들이 몰려오기 전에 솥에 밥을 안쳐야 한다. 쿵쿵쿵, 피 파이 포, 소고기 냄새가 난다아아아. 그래, 얘들아 오늘 불고기했어. 근데 밥은 콩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