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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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1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16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ㅋㅋㅋㅋㅋ 팩폭 ㅋㅋㅋ

페넬로페 2023-09-16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실로 공감해요.

반유행열반인 2023-09-16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가 그 책 읽으셨죠? 어땠어요? 물어보면 저장해놨다 써 먹고 싶은 짤
 


뇌는 이야기를 내놓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뇌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믿는다. 착시에 빠질 때, 우연히 빠져든 꿈을 믿을 때, 철자에서 색깔을 경험할 때, 조현병 에피소드 중에 망상을 진실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신의 뇌가 실재를 어떻게 서술하든 간에 그 실재를 받아들인다.

그럼 실재란 무엇인가? 실재란 오직 당신만 볼 수 있고 당신이 꺼버릴 수 없는 텔레비전 쇼와 같다. 다행히 그 쇼는 당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 그것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편집되고 제공되는 개인용 방송이다.

뉴런들이 간단명료한 물리학 법칙들을 따른다 하더라도, 임의의 개인이 다음 순간에 무엇을 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영영 불가능할 것이다. [...] 우리의 삶은 우리의 자각 능력이나 통제 능력을 훨씬 벗어난 힘들에 의해 조종된다.

당신의 뉴런들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뉴런들은 상호작용하면서 거대하고 변화무쌍한 초유기체를 이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미완성 작품이다.

의식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을 때 개입한다. 뇌는 최대한 오랫동안 자동 조종 상태를 유지하려 하지만, 예상 밖의 변화구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그것은 때때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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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글먼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미뤄두었던 대히트 전작을 먼저 읽었다. 


많고 많은 뇌과학 책 중에서 평도 좋았는데 띠지의 저자 얼굴이 맘에 안 들어서 미뤄두었던 책이다. 뇌과학이라면 어쩐지 양자역학과 더불어 사기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거야 내가 이해할 자신도 이해할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읽었으니 나를 칭찬해 줍니다. 


전작 <더 브레인>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 는 것이다. 쉽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구별 못하는 (아이들이 몇 번이나 가르쳐 주었고, 코로나 '바이러스' 때 뉴스에서 배웠는데 아직도 걔가 얜지 아닌지 모름) 생물 무식쟁이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심지어 재미있게. (하지만 벌써 이 책 리뷰에대한 신뢰도가 하락함)


2킬로그램 안되는 회백색 물컹거리는 인체 부위 뇌는 여러 신경 세포들 사이, 시냅스 사이에 전기 자극/신호를 주고 받는다. 저자의 생생한 묘사대로 컴컴한 골방, 혹은 상자에  들어있는 뇌가 받아들이는 신호로 여러 색과 소리, 맛과 촉감 등을 '느낀다.' 그런데 그 신호들은 때론 기만적이기도 하며 양방향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데카르트와 장자의 철학적 고민을 저자는 뇌과학자답게 설명한다. 여러 신호를 받은 뇌가 다시 신호를 되보내 여러차례 확인하고 수정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뇌가 디즈니 만화의 여러 감정들의 헤드쿼터처럼 우리 신체의 반응을 총괄 지휘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의외로 장내 미생물이나 호르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되먹임('더 브레인'에서는 이 용어를 쓰지만 신간에서는 '피드백'이라고 씀) 과정에 외부세계 특히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회적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사람의 뇌는 제 역할을 해 내며 성장할 수 없다. 그와는 달리 신체의 감각 수용(전달) 기관인 눈, 귀, 팔과 다리의 장애와 심지어 뇌 자체의 결점(상해 등)은 뇌의 놀라운 '적응'(이글먼은 '생후배선'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작용으로 어떻게든 외부세계에 개인을 연결시켜 준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너무나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긴 생애에 걸쳐 계속 신호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외부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며 성장하고 기억을 만든다. 자, 그럼 누가 진짜 나인가. 사지육신 눈동자 얼굴 너머에 있는 내 뇌 덩어리? 아니면 그 안에 담겨 있을 (응 아님, 거기 없어요) 기억과 스페셜한 나의 아이덴디티? 이 뇌만 잘 보존한다면, 컴에 이식 혹은 업로드 한다면 나는 영생을 얻을 수도 있잖겠음? ... 이라는데 까지 저자는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런 놀라운 뇌의 적응, 가소성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신간에 실려있다. 시각이나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외부의 정보를 장애를 가진 신체 부위를 우회해 바로 뇌로 신호로 전달하는 방법들이 소개된다. 여러 웨어러블 기기들이 실험(+사용) 중인데 저자의 회사도 그런걸 만든다고. (주식 검색을 해봅니다) 얼핏 언급이 지나가는 '바이오 해커'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의족이나 의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바로 그 인공적 '신체'까지가 뇌가 인식하는 나의 자아/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저자는 뇌의 불완전한, 즉 무궁한 발전 가능성 혹은 적응력을 AI가 따라오기 힘들다고 말한다. 전작에서 나 자신을 머리, 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전기 자극과 신호들로 수렴해보았듯이 이번엔 뇌의 가소성, 변화 가능성, 외부 세계로 상상을 한없이 뻗어간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자율 수리(?) 건물 등. 대륙 간에서 신호를 주고 받아 행해지는 신체 아바타 실험들은 이제 sf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있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인간은 생체 신호들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에서 기계와 다르고, 인간의 기억과 결정 행위에는 주름 갯수의 몇 배의 가설이 존재한다. 더해서 의식과 무의식이 엄연히 있다. 저자는 번역본 제목의 문장으로 책을 맺는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이다. 나를 둘러싼 사회, 문화, 시간에 걸친 기억과 경험들이 뇌의 활동 덕으로 나를 이루고 세계와 연결시킨다.


전작 '더 브레인'에 비해서 신간은 좀 덜 재미있었다. 동일 주제의 책을 연달아 읽는 것은 이 책들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흥미'와 목적 의식/의욕을 떨어뜨리기에 뇌가 좀 지쳤나보다.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이야기를 능숙하게 끌고 간다. 혹해서 따라가다 보면 우주 저 짝에 내 뇌만 동동 떠다녀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내놓는 이야기는 매우 긍정적이고 확신에 차있다. 기계 문명도 인간의 뇌도 모두들 너무나 건강하고 활짝 웃고 있어서 읽다보면 좀 겁도 나고 지친다. 그가 다루지 않은 무력한 뇌, 수동적인 뇌에 대한 걱정도 생긴다. 더해서 인간의 욕구나 감정, 온갖 비이성적 감정들(실연과 가족의 죽음 후에 느끼는 슬픔은 뇌의 항상성으로 설명이 되지만서도)과 의식적 결정(그리고 외부세계로의 내 자아의 발산 혹은 표현)이 뇌와 어떻게 협력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 뇌과학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하지만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과학자들은 뇌를 자르고 쑤시고 들여다보는 실험으로 많은 것을 알아내고 있다. 책을 읽고 내가 곡해/오해 했을까봐 (그리고 내 무식이 탄로날까봐) 정리를 안하려고 했던 페이퍼를 용기내서 적어봤다. 그러니까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아닌가? 이거 내 뇌 속의 어떤 긍정 신호가 온건가?) 그래서 뇌과학/기억에 대한 책을 읽으려고 한다. <스틸 앨리스>의 저자가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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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9-15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었지 않겠습니까? 기억의 뇌과학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자기계발용으로 유용하고요…
방금 유뷰만두님은 뇌에 긍정신호를 포함한 유의미한 스냅스를 만드셨고, 제 댓글로 인해 도파민을 맞으셨습니다. 기억의 뇌과학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ㅋㅋㅋ)
저는 뇌가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어요. 비슷한 책 쏟아지고 있지만 괜춘한 거 찾으시면 알랴주세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5 23:4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러네요?! 도파민! ㅋㅋㅋ 공쟝쟝님이 주신 신호에 힘 입어 과학 쪽 책을 더 읽어보겠습니다. ^^
 


앤트맨을 맡은 친근한 얼굴 폴 러드의 코믹 시리즈물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이야기다. 나는 세포의 총합, 혹은 기억의 주체성, 그도 아니라면? 나는 둘이나 그 이상일 수 있을까, 클론이 생긴다면 나/그/너가 진짜가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지? 심지어 그 클론이 더 '나은' 나/그/너 자신이라면. (여기서 궁금하시다면, 아니 폴 러드의 팬이시라면 넷플릭스로 가십쇼. 그런데 금요일 밤에 가시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아직 목요일입니다. 버텨!) 


얼마전 읽은 <30일의 밤>도 비슷한 문제를 다룬다. 여러 멀티버스의 '나' 들이 서로 어느 특정한 인생/우주를 차지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진짜 '나'인가. 


나는 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안 청소를 해줄 나, 고등학생 아이의 짜증을 듣고 화내지 않을 나, 훌쩍 집을 나서 기차에 오를 나, 철학 책(가령 푸코 라든가?)을 읽고 서재 친구들의 어려운 글에 댓을 멋지게 달 나, 어려운 문학 책(가령 골드문트님과 잠자냥님이 올리는 책리뷰들 라든가?)에 아, 저도 읽었는데요, 라면서 댓을 달 나, 를 상상해 본다. 다 진짜 나라면 할 수 없을 일들.   


나라는 정체성에는 얼굴과 머리, 특히 뇌가 열쇠를 (아니라면 자물쇠를) 쥐고 있다. 2킬로그램이 채 안되는 젤로같다는 신체 기관. 온갖 신비로운 반응과 결정이 벌어지는 곳. 하지만 나의 뇌는 이제 예전 같지 않아 가물가물한 기억력으로 자신감을 잃은지 오래다. 과거의 내가 읽은 책을 오늘의 나는 모른다. 읽었는데 새롭다. 


서설이 길었다. 이래저래해서 베스트셀러 책이라 건너뛰었던 (알죠, 그런 마음.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에도 나오는 그런 마음) 뇌과학 책을 이틀에 걸쳐 읽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위로를 받았다. 그 위로와 감상은 다음 페이퍼로 써야겠다. 일단 현재의 나는 작은 놈 등교 후에 커피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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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9-14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흐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진짜 나인가. 제가 넘나 좋아하는 물음인 것입니다.
후속편 기다립니다. 쿠키는 같이 안 드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5 18:41   좋아요 1 | URL
아침 밥을 많이 먹은 후라 쿠키 없이 커피만 마셨어요. ^^

공쟝쟝 2023-09-15 20:34   좋아요 0 | URL
가령 푸코라든가… ㅋㅋㅋㅋㅋ 유부만두님 푸코 좋아하는 거 나 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6 06:58   좋아요 1 | URL
얘기 했잖아요, 미셸은 나의 기억 속의 사람이라고. 물론 그는 글만 보라고, 자기 얼굴이나 인생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자크가 죽던 날도 기억 납니다. 다들 갔어...

공쟝쟝 2023-09-16 10:22   좋아요 0 | URL
저는 그가 바스에서 한 일을… (헙..!!)
 

가브리엘 제빈의 번역서가 나왔다. 원서 사놓고 야무지게 묵혀놓았는데. 또! 추월당한 기분. 



<섬에 있는 서점>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기대하고 있다. 


소꿉친구인 두 사람이 함께 게임을 만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이 책은 대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플로피디스크 하나로 게임계를 뒤집을 수 있었던 1990년대 ‘문화의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이자 성장물이다. 지적이면서도 다정한 제빈의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마스터피스로, 롤플레잉 게임(RPG), 이인칭시점, 인터뷰, 게임 채팅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 일과 사랑, 청춘이라는 삶의 주요한 키워드를 탐구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5막 5장의 독백에서 온 제목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게임이 지닌 무한한 재시작의 속성을 암시한다. 언제나 새로운 내일이 있고,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는 믿음은 <맥베스>에서 비관적으로 독해되는 것과는 달리 제빈의 소설에서 현재에 대한 긍정과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된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또다른 세계, 또다른 선택과 결과, 또다른 삶이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려보는 게이머의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우리에게 전하는, 모든 면에서 바다처럼 깊고 방대한 작품이다. <알라딘 책소개>


그런데 책 표지가 그 ... 그 ... 부산 바다,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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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3-09-10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님, 부산 앞바다 농담에 킥 웃으며,
The Great Wave off Kanagawa
Print by Hokusai.

유부만두 2023-09-10 12:46   좋아요 2 | URL
한국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물에 쓰인 “누가 봐도 그 우키요에” 파도 그림 (도용?) 뉴스를 보셨는지요? (쓰면서 부끄럽고요)

Jeremy 2023-09-10 12:56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봤어요.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그런 것들이 판 치는 올 10월 말 한국여행은 포기!
남편 일본과 한국 출장에 덩달아 따라가려다
그냥 4년 후에!

Jeremy 2023-09-10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놓고 묵혀 두다가 지난 7월에 읽고 페이퍼도 썼었는데
한국어판 드디어 나왔군요!

유부만두 2023-09-10 12:36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전 너무 묵혔어요. 그런데 산 책이니 원서로 읽어야 하나 번역서로 읽을까 고민중입니다.

Jeremy 2023-09-10 12:53   좋아요 1 | URL
소설의 시대 배경이 제 삶의 궤적과 꽤 겹치고 또한 소싯적에
유행하는 게임을 두루 섭렵했는데도 이 책 읽으면서
Googling 정말 많이 했답니다. 워낙 Cultural references 로 넘쳐나서.
한국어 번역책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유부만두 2023-09-10 16:04   좋아요 1 | URL
번역서 읽기로 맘이 기우는데요? 전 게임도 많이 안했고 레퍼런스 이해할 자신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