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400. 햄릿 (셰익스피어)
재작년에 읽겠노라 결심하고 구입했던 셰익스피어 4대비극. 멕베스와 리어왕을 읽었(더라,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고, 햄릿과 오델로가 남았다. 얼마전 읽은 루슈디 단편 중 <요릭> 때문에 더 새로운 느낌이다. 루슈디가 만들어낸 햄릿 왕자가 너무 방정맞고 밉상이라, 셰익스피어의 햄릿 왕자가 가졌을 진중함과 고민을 기대했는데, 아, 이 햄릿 왕자 (서른의 나이에도 무상하게)도 신경질 덩어리에 말이 많다. 햄릿이 괴로운 마음에 좌충우돌 하는 건 알겠는데 그 상대는 주로 어머니와 오필리아다. 여자는 설명이나 이해, 대화가 아니라 화풀이나 멸시의 상대로 여겼던걸까. 일부러 미친척하는 설정 하에 오필리아에게 음담패설을 던지는 햄릿, 그가 과연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 적이 있긴 했을까. 등장인물 들 중 신중하고 용감한 이가 드물어서 놀라웠다. 마지막 장면, 햄릿이 죽고 덴마크의 왕과 왕비도 죽어버린 다음, 호레이쇼가 영국과 노르웨이를 어떤 식으로 대할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