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스트라우트의 소설로 아픈 마음. 더 어둡게 괴롭게 가 볼까. 컨셉은 자학. 3000원에 중고로 건진 Handmaid‘s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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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7-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인데... 3000원인데...
책 상태가 참 좋네요^^
오른쪽 음료랑 깔맞춤입니다^^

유부만두 2017-07-03 10:50   좋아요 0 | URL
네~ 음료랑 깔맞춤 맞아요. ^^
영국판 펭귄인데 거의 새책이었어요. 득템이죠.
그런데 외서는 아무리 비싼걸 사도 알라딘에 팔 땐 거의 1000원 (페이퍼백 기준)이에요....저도 많이 눈물 참고 팔았었죠.
 

벌써! 7월 이라구?!

난 겨울 이불을 이번주 내내 빨아 말리고 장롱에 넣고 그랬는데?  지난주말에야 에어컨 설치한 건 안자랑. 더워도 선풍기 돌리면서 창문 다 열어놓고 '먼지가 많으네' 라면서 걸레질을 했는데. 아, 맞다, 수박이랑 자두도 많이 먹었지. 여름이 맞구나. 나만 몰랐네.

큰 아들 녀석이 방학인듯 아닌듯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재수강! 반성해라! 돈쓰는 넘!) 지내고 막내는 매일 얼음물 두 통씩 가방에 넣어다니는데, 땀에 절은 야구모자는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는 아, 맞다 여름이구나 싶다. 김애란 작가님 땡큐, 밖은 여름이었어요.

어제밤 마지막 챕터를 다 읽은 Elizabeth Strout 의 책은 아프고 무겁다. 이야기가 다 끝났지만 내 마음에는 끝나지 않고 묵직한 느낌이 (아, 이건 Abel의 마지막 챕터와 겹치는지도) 계속 된다. 좋은 이야기는 이렇다. 책을 덮고도 (이북을 끄고도. 난 이북으로 읽었는데 알라딘엔 이북 데이타가 읍씀) 계속 남는 등장인물들의 걱정, 사연, 그리고 마음들. 리뷰평은 Olive Kitteridge 보다 박하지만 더 아픈 사연들과 약간 억지스러운 인물 관계들 탓인듯 하다. 이제 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묻지말아요) 지나온 세월, 어린 시절의 아프고 억울한 기억들을 자꾸 꺼내 옆에 두고 겹쳐보게 된다. 이 책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전작 My Name is Lucy Barton의 주인공 Lucy의 주변 인물들이다. 그녀의 어린시절 동네 사람들. 그녀를 측은하게 혹은 더럽게, 아니면 부러워하며 쳐다본 사람들. 각각이 아픈 사연들, 때론 범죄를 끼고 살아가는데 (어디나 있지요, 몰카!)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고 벌이는 기싸움 혹은 공감의 장면이 인상 깊다. 작가 Strout 가 계속 글을 써주길 바란다. 작가는 상처를 그냥 덮지 않고 꺼내고 헤비고 바람을 쐬게 한다. 억지로 약을 바르진 않으니 계속 아플테지. 천천히 마르고 아물면서. 딱지 아래엔 흉터가 징그럽게 생기고. 이 짜릿하고 묵직한 마음으로 7월을 시작하니 나쁘지 않아. 흐리지만 계속 빨래를 하고 널겠어. Strout 작가 이름 덕분에 Stout 맥주가 생각나고 그르네. 아침부터.

 

상반기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이건 Strout 리뷰인듯 아닌듯 막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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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작가의 신작 동화! 제목에 화살 있고요, 말도 나오고 용이랑 여우도 있어서 아, 역사 소설인건가, 했더니 환상 판타지에요.

 

처음 몇 챕터는 등장 인물 우루루 나오고 어휘도 막 어렵고 (일부러 고풍스럽게, 혹은 막 쉽게 빨리 읽지 말라고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동물 말도 알아듣고 그렇지만 주인공은 열두살! 오학년, 우리집 막둥이랑 동갑이네요.

 

엄마 아빠한테 인정 받고 싶고 다 큰거 같은데 정작 아직 어린이 동심의 깨끗한 마음의 아가.

 

소설의 배경인 가온국에는 열두살에 활을 새로 받는 풍습이 있는데 우리의 주인공 여자 아이 "마라"는 (이름에 큰 뜻이 있어요! 완전 공감! ㅎㅎ) 쌍둥이 오빠 동돌이에게 활 선물을 양보해야만 하죠. 이거 딸아들 차별 아닌가요? 버럭 안해도 됩니다. 이 책은 애보고 밥 잘짓는 남자, 저녁 밥상 차리는 아들 나오는 건전한 성평등 문화를 보여주거든요.

 

강이, 강철이, 얘들은 이웃집 사내들이 아니라 구미호랑 이무기입니다..... 재주 넘고 마술 부리는 장면도 많아요. 강이가 껑충 튀어올라 변신하는 거랑 얼굴을 쓰다듬어 변신하는 장면 너무 멋졌어요 (아, 나도 해주라. 메이크업 하고 지우기 넘나 싫은것) 환상 소설이니까 시대고 뭐고 모르는 거지만, 이건 삼한 시대일까? 철기시대 시작일거임, 이러면서 읽었어요. 이런저런 신화와 역사 이야기가 기본으로 깔리는데 저승의 꽃밭 이야기는 예전에 '신과함께'를 읽으면서 알아둔 내용이라 반가웠어요.

 결말은 예상대로지만 좋았어요. 의연한 이별을 하는 우레! (우뢰는 틀린 표기입니다!)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톡! 아, 이 사랑스러운 동물 친구들은 마음에 꼭 담아두기로 해요. 전 아이들이 활쏘기로 일등 이등 가리지 않아도 되어서 어른들이 권력 이양에 순순히 따르기에 (이미 파괴된 영혼이라는 설정이 잔인하기도 또 안전하기도 했죠) 동화 같아서 좋았어요. 치의 모습이 우아한 여인인 점도 좋았어요. 왕자를 돌보던 할머니를 비롯해 지혜롭고 능력있는 여인들이 나와요. 희생하고 울고 그러지 않아서 맘에 들어요. 맺고 끊는 법을 잘 아는 여인들. 주인공 우리의 마라도 원 이름인 '불이'를 따라 대장장이가 됩니다. 멋지지 않나요?

 

이 판타지 소설은 정치 소설이기도 합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은 왕,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하는데, 우리의 어린이들이 정권교체를 이뤄내죠. "어둠은 결코 빛을 꺼뜨리지 못"하니까요.

 

전에 봤던 영화들 또 현실 장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활쏘는 소녀 메리다 애니메이션도 생각나고, 변신하고 축지법하는 구미호는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에서 만난 하쿠 생각도 났고요. 무엇보다 역동적인 전설의 이무기 철공소는 반지의 제왕이지요. 그런데 이런 기시감, 혹은 기존 이야기 요소가 매우 부드럽게 녹아서 용기있는 마라의 이야기로 전달되는 게 좋아요. 아, 맞다. 왕자님도 나오는데, "나는 이도, 가온국의 왕자 이도다" 이런 멘트로 등장하죠. ㅎㅎ 작가님 드라마 좀 보신거 같고요. 전 두 권짜리 동화책에 정신 없이 빠져서 오늘 하루 보냈습니다. 아쉽냐고요? 글쎄요....다시 읽을건데요? 첨부터 읽으면 그 서늘한 기운의 "손님네"를 잘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거든요. 손님네가 누구냐구요? 안알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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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6-2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보고싶다!

유부만두 2017-06-30 08:30   좋아요 1 | URL
재미있어요! ㅎㅎㅎ 동화이기에 안전막이 쳐있기도 했고요.
 

빨책에서 추천 받고 (이제는 지겨워진 ㅇㄷㅈ의 벅벅거리는 멘트를 다 듣고) 읽기 시작했다. 이젠 나도 빨책을 졸업할 때가 된걸까, 요즘들어 그의 벅벅거림, 혹은 꽥꽥거림을 참기 힘들어서 방송을 꺼버리기도한다. 하긴, 이 방송의 이상적인 청취자는 조금 덜 읽었고, 조금 덜 까칠하고, 조금 덜 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동년배인 그가 너무 젊고 신나게 사는 것 같아서 샘을 부리는 걸까.

 

책은 방송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전에 읽었던 단턴의 책, 고대 그리스의 희곡 이야기도 빨책의 멘트를 거칠 필요 없이 재미있었다. ㅇㄷㅈ의 멘트 대부분이 (늘 그렇듯) 요약에 지나지 않았는데, 방송을 듣지 말걸하고 다시 생각했다.

 

책은 재미있습니다. 요약본인 방송도 필요 없을 정도로 쉽고요. 그러니 며칠에 나눠 읽고 다음에 더 읽을 책을 검색해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처음엔 욕하면서 읽기 시작했지만 덮을 땐 가슴이 따땃했던 소설. 마티네의 끝에서.

억지스러운 설정에 짜증이 났지만 마키노의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요코를 대하는 세심함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타깝게 혹은 운좋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요코의 세련된 행동, 배운 여자 다움이 멋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인물들을 가두는 커다란 가부장제! (아부지! 스승!) 코스모폴리탄 요코도 한떨기 꽃송이라는 촌스러운 결정이 '으악!' 스럽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뭐랄까, 이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정의하길 거부한다. 그러기엔 너무 잘났어, 라는 작가의 부심이랄까. 네, 히라노 게이치로 상, 당신은 혼또니 최고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 흔적을 독자에게 들켰어요. 그래도 당신의 다음 소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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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28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그리하야 오래 전에 빨책 졸업했답니다. 소설리스트도 어째 너무 책 얘기 대신 사설 이 많아 그렇고. 그냥 독고다이 스타일로 책 찾아 읽자 뭐 그런 주의라고나 할까요. 이 책은 오래 전에 샀는데 <치즈와 구더기> 만 읽고 나서, 오리지널 일고는 처박아 두었네요. 빨랑 읽어야하는데...

수이 2017-06-28 16:46   좋아요 0 | URL
일요일 역사가 강추요~ 레삭매냐님.

유부만두 2017-06-28 23:4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졸업해야겠어요. 틀어놓고 이런 저런 일하곤 했는데, 요샌 듣다가 짜증이 솟으니 때가 지난 거겠죠.

일요일의 역사가,는 재밌어요. 저도 강추해요.

수이 2017-06-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계속 지워지네요;;; 다른 글에 댓글 달았는데 그것도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어요;;; 흑;;;; 알라딘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지워질 댓글일지도 모르지만_ 같은 책 읽어서 기분 좋아요. :)

유부만두 2017-06-28 23:41   좋아요 0 | URL
왜요? 댓글이 왜 지워지는 걸까요? ㅜ ㅜ
같은 책 읽으면 막 반갑고 그렇죠?! 일요일의 역사가,는 예상외로 재미있었어요. 몰랐던 것도 배우고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는 건가봐요) 곰곰 생각도 하고 그랬어요. 마티네도 괜찮아요. 막 짱이다, 정도는 아닌데 세련되고 우아한 소설이에요. 줄거리만 보자면 무진장 통속적인데 캐릭터들이 우아해요. 달리 히라노 게이치로 겠어요? ㅎㅎ
 

환상? 호러? 혹은 생활? 이 동화의 종류가 뭘까...이 서늘한 기분은? 송미경 작가의 이 장편은 단편의 짜임새가 풀어져서 더 성글고 어색하다. 아쉬운 만남.

 

다친 사람과 동물을 치료해주는 거지 아이, 그 거지 아이를 둘러싼 동네 사람들의 반응. 상처의 이유가 증오와 혐오이며, 타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두려움이라는 설정이 강렬하다. 상황이나 인물이 현실적이고 자세하다가도 환상으로 넘어가고, 그 변화가 거칠어서 자꾸 딴 생각이 끼어들었다. 아이들의 말투와 행동도 어색해서 어른 작가의 존재가 떠오르고.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어린아이가 될 수 없었다.

 

이상도 하지. 예전 큰아이와 함께 동화/어린이책을 읽을 땐 내용 정리를 하거나 아이를 위해서(!) 공부 지도자의 입장으로 읽었다. 요즘은 막내도 훌쩍 자라서 동화를 거의 내 즐거움을 위해서 읽고 있다. 그러니 동화를 더 깊이 빠져들어서 읽는다. 내 안의 어른이 튀어나와서 어린이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동화는 별로야. 이번 책은 자꾸 어른이가 읽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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