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작가의 신작 동화! 제목에 화살 있고요, 말도 나오고 용이랑 여우도 있어서 아, 역사 소설인건가, 했더니 환상 판타지에요.

 

처음 몇 챕터는 등장 인물 우루루 나오고 어휘도 막 어렵고 (일부러 고풍스럽게, 혹은 막 쉽게 빨리 읽지 말라고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동물 말도 알아듣고 그렇지만 주인공은 열두살! 오학년, 우리집 막둥이랑 동갑이네요.

 

엄마 아빠한테 인정 받고 싶고 다 큰거 같은데 정작 아직 어린이 동심의 깨끗한 마음의 아가.

 

소설의 배경인 가온국에는 열두살에 활을 새로 받는 풍습이 있는데 우리의 주인공 여자 아이 "마라"는 (이름에 큰 뜻이 있어요! 완전 공감! ㅎㅎ) 쌍둥이 오빠 동돌이에게 활 선물을 양보해야만 하죠. 이거 딸아들 차별 아닌가요? 버럭 안해도 됩니다. 이 책은 애보고 밥 잘짓는 남자, 저녁 밥상 차리는 아들 나오는 건전한 성평등 문화를 보여주거든요.

 

강이, 강철이, 얘들은 이웃집 사내들이 아니라 구미호랑 이무기입니다..... 재주 넘고 마술 부리는 장면도 많아요. 강이가 껑충 튀어올라 변신하는 거랑 얼굴을 쓰다듬어 변신하는 장면 너무 멋졌어요 (아, 나도 해주라. 메이크업 하고 지우기 넘나 싫은것) 환상 소설이니까 시대고 뭐고 모르는 거지만, 이건 삼한 시대일까? 철기시대 시작일거임, 이러면서 읽었어요. 이런저런 신화와 역사 이야기가 기본으로 깔리는데 저승의 꽃밭 이야기는 예전에 '신과함께'를 읽으면서 알아둔 내용이라 반가웠어요.

 결말은 예상대로지만 좋았어요. 의연한 이별을 하는 우레! (우뢰는 틀린 표기입니다!)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톡! 아, 이 사랑스러운 동물 친구들은 마음에 꼭 담아두기로 해요. 전 아이들이 활쏘기로 일등 이등 가리지 않아도 되어서 어른들이 권력 이양에 순순히 따르기에 (이미 파괴된 영혼이라는 설정이 잔인하기도 또 안전하기도 했죠) 동화 같아서 좋았어요. 치의 모습이 우아한 여인인 점도 좋았어요. 왕자를 돌보던 할머니를 비롯해 지혜롭고 능력있는 여인들이 나와요. 희생하고 울고 그러지 않아서 맘에 들어요. 맺고 끊는 법을 잘 아는 여인들. 주인공 우리의 마라도 원 이름인 '불이'를 따라 대장장이가 됩니다. 멋지지 않나요?

 

이 판타지 소설은 정치 소설이기도 합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은 왕,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하는데, 우리의 어린이들이 정권교체를 이뤄내죠. "어둠은 결코 빛을 꺼뜨리지 못"하니까요.

 

전에 봤던 영화들 또 현실 장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활쏘는 소녀 메리다 애니메이션도 생각나고, 변신하고 축지법하는 구미호는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에서 만난 하쿠 생각도 났고요. 무엇보다 역동적인 전설의 이무기 철공소는 반지의 제왕이지요. 그런데 이런 기시감, 혹은 기존 이야기 요소가 매우 부드럽게 녹아서 용기있는 마라의 이야기로 전달되는 게 좋아요. 아, 맞다. 왕자님도 나오는데, "나는 이도, 가온국의 왕자 이도다" 이런 멘트로 등장하죠. ㅎㅎ 작가님 드라마 좀 보신거 같고요. 전 두 권짜리 동화책에 정신 없이 빠져서 오늘 하루 보냈습니다. 아쉽냐고요? 글쎄요....다시 읽을건데요? 첨부터 읽으면 그 서늘한 기운의 "손님네"를 잘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거든요. 손님네가 누구냐구요? 안알랴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17-06-2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보고싶다!

유부만두 2017-06-30 08:30   좋아요 1 | URL
재미있어요! ㅎㅎㅎ 동화이기에 안전막이 쳐있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