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책에서 추천 받고 (이제는 지겨워진 ㅇㄷㅈ의 벅벅거리는 멘트를 다 듣고) 읽기 시작했다. 이젠 나도 빨책을 졸업할 때가 된걸까, 요즘들어 그의 벅벅거림, 혹은 꽥꽥거림을 참기 힘들어서 방송을 꺼버리기도한다. 하긴, 이 방송의 이상적인 청취자는 조금 덜 읽었고, 조금 덜 까칠하고, 조금 덜 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동년배인 그가 너무 젊고 신나게 사는 것 같아서 샘을 부리는 걸까.
책은 방송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전에 읽었던 단턴의 책, 고대 그리스의 희곡 이야기도 빨책의 멘트를 거칠 필요 없이 재미있었다. ㅇㄷㅈ의 멘트 대부분이 (늘 그렇듯) 요약에 지나지 않았는데, 방송을 듣지 말걸하고 다시 생각했다.
책은 재미있습니다. 요약본인 방송도 필요 없을 정도로 쉽고요. 그러니 며칠에 나눠 읽고 다음에 더 읽을 책을 검색해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처음엔 욕하면서 읽기 시작했지만 덮을 땐 가슴이 따땃했던 소설. 마티네의 끝에서.
억지스러운 설정에 짜증이 났지만 마키노의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요코를 대하는 세심함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타깝게 혹은 운좋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요코의 세련된 행동, 배운 여자 다움이 멋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인물들을 가두는 커다란 가부장제! (아부지! 스승!) 코스모폴리탄 요코도 한떨기 꽃송이라는 촌스러운 결정이 '으악!' 스럽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뭐랄까, 이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정의하길 거부한다. 그러기엔 너무 잘났어, 라는 작가의 부심이랄까. 네, 히라노 게이치로 상, 당신은 혼또니 최고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 흔적을 독자에게 들켰어요. 그래도 당신의 다음 소설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