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리 치료사가 본 '문학 속의 자살'과 작가들의 모습을 강연체로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언급되는 첫 소설은 '안나 카레니나'. 그녀의 자살 결심을 '마음의 고통'으로 분석한다. 베르테르의 작품 속 죽음이 괴테에게 해결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베르테르가 동정하고 격하게 공감하는 머슴이 스토커였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고, 베르테르의 권총 자살이 구질구질하게 마무리 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실비아 플래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과 작품 세계 연결은 매우 공식적이다. 우울증. 그 끝없는 구덩이. 하지만 그들이 주위 사람들(특히 남편)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갈등은 언급하지 않는다.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또 그 결이 다르다. 


문학 작품 속의 자살, 자해, 중독과 우울 등에 대한 내용은 읽기 전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저자의 문장이 차분하고 과하지 않게 증상과 질병 뿐 아니라 치료법 (의 역사와 의미)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우울증 잡겠다며 인슐린 요법을 썼다는 1950년대 병원은 그 자체로 끔찍하게 우울하다. 


자살의 시작이 어디일까 생각해 보았다. 일상의 틈, 어두움 그리고 나약한 도피, 어쩌면, 아니면? 


만약에, 안나나 요조, 베르테르, 벨자, 플래스와 울프, 주드와 헤밍웨이가 치료를 받아  살기로 결심했다면 어땠을까. 저자는 이들이 더 살지 않아서 안타까워했다. 그 다정한 마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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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제로라도 맛있는 재미있는 글을 내어주는 작가, 이다혜님의 책을 냉큼 구입했다. 지난주 금요일 당일 배송을 기대했는데 Bel Canto 만 오고 어제 월요일에 받았다. 그러니까 토일월 조식을 굶은셈. 어제 읽기 시작해서 오늘 아침에 '생각도 하면서' 마저 읽었는데 내 애정 아침 메뉴 '떡'은 들어있지 않다. 


유학시절 (시)부모님께서 위문상자와 함께 오실 때면 함께 온 냉동 떡들. 남편은 설기류를 난 찰떡류를 좋아한다. 한 덩이씩 꺼내 전자렌지에 데우거나 실온에서 해동해서 커피나 우유 (요즘은 두유)와 함께 먹었다. 배고프면 두 덩이, 어쩔 땐 점심도 떡으로 해결했고 (떡은 결국 쌀로 만드니까) 김치찌개랑 떡을 먹기도 했다. 옛날에 말입니다. 옛날.  


하루의 시작을 만드는 바쁜 손길과 그 전날의 준비와 이 모두를 당연시하는 식구들 (먹는 입들!). 그리고 요즘, 조식 뿐 아니라 중식 석식 간식 야식 모두를 집 안에서 겪어내려니 멘탈이 바스러지는 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래, 간단하게 떡 한 덩어리. 차 한 잔.


생활밀착형 주제로 소소하고 또 친근하게 쓰인 엣세이 시리즈들이 많이 보인다. 아무튼이나 이번 띵 시리즈, 또 다른 여러 .... 그런데 책마다 글이 들쭉날쭉이다. 난 아예 이다혜 시리즈나 나오면 좋겠다. 한결 같은 퀄리티에 무한 리필되는 맛있는 이야기들.  저자의 이런 저런 장소의 맛집 경험들도, 책에서 읽은 아침밥상/빵 이야기들도, 영화 속 이야기와 그 모두 아래 깔린 분노의 사회문제들도. 이게 바로 이다혜 책 맛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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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3-31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렇겠어요!! 토닥토닥 그래도 거기는 먹을 떡도 많고 그렇잖아요? 떡볶이도 있고,,,^^;;
저야 집을 내팽개치고 사무실에 나와 있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하지만,
제가 뭐 먹을지가 골치에요.ㅠㅠ
떡이라도 있으면...좋겠어요. ㅠㅠ
저도 친정 어머니 살아계실 때는 사진처럼 저런 떡을 보내주셨는데...
저는 여러가지 콩 들어간 찰떡 좋아하는데...
맛있겠다요...^^;;;

유부만두 2020-03-31 13:11   좋아요 0 | URL
음식점이 열고 백화점도 영업 하지만 전 집에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 마스크 사는 날 시장을 보기도 하는데 제가 유난인건지 너무 겁이 나요. 동네 사시는 친정 엄마께 나쁠까봐 가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저도 콩찰떡 좋아해요. 나이들면서 더 맛있게 느껴져요.
오늘 점심엔 수제비 해 먹었어요. 막내 개학은 또 보름 이상 미뤄졌고요....
한숨만 나와요. ㅜ ㅜ

수이 2020-03-3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고 사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ㅠㅠ 전 그래도 동네 분식집 딸아이 데리고 가끔 가는데 아 가지 말아야 하나;;; 갑자기 막 고심이 되는걸요. 저는 백설기 좋아해요 언니 :)

유부만두 2020-04-02 07:29   좋아요 0 | URL
수연님은 백설기 군요. ^^ 그럼 그 안에 콩이나 건포도 들은 건 어때요? 전 설기는 별로라도 건포도 파먹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그러다 엄마한테 혼나고...

정말 요즘은 밥밥밥바라밥 나날입니다. 해먹이고 또 챙기는 게 숙제 같아요. ㅜ ㅜ

psyche 2020-04-0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떡 먹고 싶다 ㅜㅜ
우리는 하루 두끼만 먹기로 했어. 다들 늦게 일어나니 끼니로는 두 번만 먹고 나머지는 알아서 먹기로 했어. 딸들이랑 남편이 종종하는데도 왜 이리 밥하고 치우기만 하는 거 같은지. 아니 유일하게 뭔가 하는 게 밥이라 그런가. 정말 아무것도 안해도 하루가,일주일이 이렇게 갈 수 있구나 싶어.

유부만두 2020-04-02 07:31   좋아요 0 | URL
하루가 길고 지루한데 또 일주일은 훌쩍 지나버려서 불안하기도 해요. 루이는 잘 있나요? 강아지들은 식구들이 많이 모여서 일하러도 안가서 제일 신난다던데요. ㅎㅎ

매일 뉴스에 짜증나고 인간들의 바닥을 치는 모습에 환멸입니다. 이게 끝날 일일까, 이러다 폭발 하겠다 싶기도 하고요. 마음을 다잡아야 겠어요.
 

표지의 야무진 표정의 아이는 이 책의 주인공 Meave다. 동생 Danny의 서술을 따라가는 소설은 남매가 살던 커다란 저택 the Dutch House에 얽힌 어두운 전설 ... 은 아니고, 집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 그러니까 그 집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탐내고 못 잊어하다가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문장은 깔끔하고 묘사도 세련됐다. 재미도 물론 있음. 남매의 이혼한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친구'라며 새엄마를 데려와 인사 시키고 얼마 후 새 엄마 Andrea가 두 딸을 데리고 이사 들어온다. 그리고 야금 야금 남매의 자리가 (3층 짜리 대 저택이 원래 세 식구에게 딱 맞는 공간이었다고 기억하는 화자 녀석. 대니가 워낙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나가서 엄마는 기억에도 없음) 좁아지더니 ... 언급되는 '소공녀' 와 '부처' 그리고 '오뒷세우스' 만큼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후반부 안드레아의 묘사는 얼핏 '솔로몬의 노래'와 '위대한 유산'이 연상되기도 하고. 궁금하죠? 


남매가 나누는 대화에서 부모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날 때 (너무 어려서 몰랐던) 대니 만큼이나 독자도 '오호, 그래?' 하면서 인물들의 모습을 계속 마음 속에서 수정하며 읽게 된다. 갑자기 가난해지거나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하면 가족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흔들릴까. 남매가 돈독하게 서로를 끌어안고 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그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건 뭘까, 커다란 결정은 하지만 얼마나 하찮게 내려지고. 이게 슬픈 뽀인트. 


... 그리고 말입니다 ... 재미는 있는데... 김수현 (배우 말고 드라마 작가) 주말 드라마 같은 재미였다. 주인공들은 절대 굶지 않취! 중년의 위기는 당사자만의 프라이버시! 공부 잘하기는 기본에 돈은 착착 붙어줘야 제맛! 몇년 후 해피엔딩, 다 같이 모여서 환갑잔치! 


제목 부터 대 저택 이야기니 만큼 남매가 어떻게 해서 그 저택에 집착하고 살아내고 돈을 불리고 하는 이야기가 많다. 의대와 부동산으로 귀결되는가 해서 씁쓸하지만, 아 그 사이사이 인생사의 큰 사건들, 만남, 사랑, 이별, 잘못된 선택, 살짝 빗겨나가는 관계와 .... 사랑이, 그 순간들이 세련되고 아름답게 모여있는 소설이다. 씁쓸하면서 달콤한 다크 초콜릿 같은. 저 그림 같은 느낌. 그러니까 제 말은요, 싫었는데 좋았습니다. 앤 패칫의 다른 소설 Bel Canto 읽으려고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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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내 마음이다.


재미있게 (라고 쓰자니 미안하고 부족한 마음이지만) 읽었다. 부산 영화제의 그 사람 처럼 나도 '여름,스....' 의 작가와 박상영 작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습관 같은 야식, 은 요즘 슬슬 내 시간을 좀 먹고 있다. 배달음식은 아니지만 과자를 다시 먹게 되었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다시 운동 수업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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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3-2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혹시 <여름, 스피드> 김봉곤 작가님 말씀이신가요? 제가 박상영 작가님과 그 분을 헷갈려해서요 두분 작가님들께 죄송ㅎㅎ^^; 저는 밤에 음식은 잘 안 먹는데 술을..-_-;

유부만두 2020-03-25 15:13   좋아요 0 | URL
네;;;; 전 두 분 이름은 따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회사 이야기가 달리 나와서 (김 작가님은 출판사 근무) 어? 엣세이가 살짝 소설인가, 하다가 부산 챕터에서 깜쩍 놀랐어요. 맘으로 사과했고요, 여기서 다시 사과/반성 말씀 드립니다. 제 야식에 술... 도 포함입니다. 반성 추가합니다;;;
 

시를 모르고 즐기지도 못하는 내가 에밀리 디킨슨을 읽는다. 그녀의 이름 Dickinson을 처음 들었을 때 찰스 디킨스 Dickens를 생각했다. 성별도 국적도 스펠링도 다른 사람. 디킨스는 좋아했으니 어쩌면, 이라고 생각한 나는 바보. 


그러고도 몇 년이나 (십 년을 몇 번이나) 지났고, 책에서 자꾸 보이는 초상화가 무서워져서 이번에 읽었다. 표지에 혹했는데 새로 한 번역은 아니고 70년대 초판 번역이다. 고풍스럽달까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은 함께 실린 영어 원시를 살펴 볼 수 있다. 원시를 함께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편 씩 읽으면 마음은 차분해 진다. 고독. 홀로 견뎌내는 아니면 즐기는 것. 





영화로 나온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를 함께 봤다. 고독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만 작은 아씨들을 떠올리고 말았고 잘못이었다. 그 낙차란.


그녀의 고독과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우울 보다 더 절실하고 깊은 우울을 만났다. 에밀리 디킨슨이 가진 자신만의 '기준'과 그에 대한 집착은 그녀를 지탱해주면서 파먹어 들어갔다. 영화 초반의 아름다운 화면은 그림 같지만 그만큼 우울을 강조한다. 조카가 태어나는 장면은 나오지만 그 조카와 사이 좋은 관계를 더 보주지는 않는다. 조카와의 일화는 그림책으로도 나와있다. 


영화는 매우 우울했다. 그래서 어젯밤에 폭주하듯 떡볶이 사진을 올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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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3-2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모르지만 제목에 끌리네요. 영화도 궁금한데 우울하다니 좀 두렵ㅜㅜ 떡볶이사진 보러갑니다~@_@;;;

유부만두 2020-03-23 18:43   좋아요 0 | URL
우울한 영화이지만 예쁜 장면이 많아요 (그래서 우울이 더 강조됩니다?;;;;)
또 묘하게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인생 뭘까, 고독과 우울은 뭘까... 떡볶이?